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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8월 3주

2010년 8월 17일에 한국 영상자료원에서 임권택 감독님의 작품 <아내들의 행진>, <길소뜸>, <법창을 울린 옥이> 세 편을 봤습니다. <길소뜸>을 제외하고는 처음 보는 영화고, 세 편 모두 스크린에서 처음 보는 작품들입니다. <아내들의 행진>은 임권택 감독님의 53번째 연출작이고 1974년에 제작된 영화입니다. <길소뜸>은 82번째 작품이고 1985년에 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법창을 울린 옥이>는 15번째 연출작이고 1966년에 제작되었습니다. 저는 운 좋게 임권택 감독님의 60년대, 70년대, 80년대 작품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었던 것입니다.  

임권택 감독은 (스스로 자조적으로 표현하길) 영화판에 들어와 영화를 찍은 이유는, 예술가적 자의식의 실현 따위가 아닌, 밥을 벌기 위해서였습니다. 연좌제로 묶인 몸으로 대한민국에서 정상적인 방법으로 직업을 갖기 쉽지 않기 때문에 ‘이 바닥’으로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마침 그를 어여삐 보던 제작자의 권유로 그는 스물여섯 살의 젊은 나이로 감독으로 데뷔하게 됩니다. 임권택 감독은 자신의 표현을 따르자면, 감독으로 데뷔하기가 죽도록 싫었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조감독은 영화가 실패해도 계속 돈을 벌 수 있지만, 감독은 영화가 실패하면 그걸로 끝이라는 이유에서였습니다. 천신만고 끝에 그는 <두만강아 잘 있거라>라는 항일투쟁액션활극(!)을 완성하고, 다행히 그 영화는 흥행에 성공해 직업감독의 길을 걷기 시작했습니다.  

임권택 감독은 1960년대에는 흥행감독이었습니다. 그 스스로 모든 장르를 실험하고 때로는 성공하고 때로는 실패하며 시행착오를 겪으며 성장해나간 감독이었습니다. 그러다 1970년대 한국 영화계의 암흑기를 맞이하면서, 반공영화와 새마을 영화라는 국책영화를 찍기 시작합니다. 그는 이 영화들에서 자포자기를 하기 보다는 자신의 영화에 대해 처음으로 자의식을 갖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아마도 흥행의 부담에서 벗어났기 때문에 그랬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1980년대, 그는 영화의 형식과 영화의 주제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하며 새로운 걸작들을 만들어내기 시작합니다. 17일에 본 세 편의 영화는 바로 이 시기를 거쳐 간 임권택 감독의 영화를 살펴볼 수 있는 귀중한 영화입니다.   

 

  

이 세편의 영화들은 서로 다르면서도 무언가 공통되는 하나의 감정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바로 감상이 배재된 냉정한 시선입니다. 그런 것과는 전혀 상관없을 것 같은 <아내들의 행진>에서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아내들의 행진>은 새마을 영화로 시작해서 반공영화로 끝나는 기이한 영화입니다. 그 당시 임권택 감독이야 국가에서 시키는 대로 영화를 만들어야 했으니 영화가 이상한 것은 그럴만하지만, 이 영화에서 무언가 불균질하면서도 지금 임권택 감독의 특징을 느낄 수 있는 장면은 여럿 발견할 수 있습니다. 지순(윤미라)과 지순의 오빠(윤양하)가 부모의 죽음을 기억하는 장면에서, 폭력적으로 끼어드는 플래시백, 그리고 아내들이 땅을 개간하는 것을 보기만하고, 아무 일도 하지 않는 남자들을 마을의 김첨지가 "이 돼지만도 못한 놈들!"하며 호령하는 장면에서 바로 진짜 돼지들을 보여주는 몽타주를 보면서, "정말 냉정하게 보여주는구나"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새마을 영화라 보일 수밖에 없는 계몽적인 태도와 화면의 구도는 종종 짜증을 불러일으키지만, 이 시기를 거치면서 어쩌면 임권택 감독은 이런 계몽적인 방식을 자신의 영화에 끌어들이지 않았나 조심스럽게 생각해봅니다. 영화는 놀랍게도 그렇게 노골적이지 않으며, 자포자기의 심정보다는 어떻게든 자신의 영화를 붙들려는 감독의 악전고투가 느껴집니다. 그는 어떤 순간에도 주어진 조건에서 최선을 다하는 장인이었습니다.   

 

 

<길소뜸>은 중학교 때 비디오로 처음 빌려보고 거의 20여년(?)만에 다시 본 작품입니다.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 놀랐던 점은, 참으로 고리타분할 것이란 생각과는 달리 영화가 굉장히 모던하게 다가왔던 것이었습니다. 당시 제가 봤던 한국 영화들은 MBC에서 방영한 <테마게임>보다도 못한 수준의 것들이었습니다. 한국 영화는 꼭 '한국'이란 수식어가 앞에 붙고 또는 방화(邦畵)라는 자조적인 표현으로 불렀었죠. 그 때 이런 세련된 영화(만들어진지 10여년이 지난 영화인데도!)를 만난 것은 정말 기적이었습니다. 이후 <장군의 아들>시리즈와 <개벽>, <서편제>, <태백산맥>을 (몰래) 보아가며 중고등학교 시절을 보냈습니다.  

<길소뜸>에서 임권택 감독은 여전히 차갑고 끔찍한 상황을 다루었습니다. 이산가족이라는 가슴 뜨거운 소재를 이토록 차갑고 냉정하게 그릴 수 있었는지 정말 놀랍습니다. 김지미, 신성일, 한지일 씨 등 위대한 배우들의 열연 또한 놀랍지만, 이번에 봤을 때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자료화면으로 뜬 실제 이산가족들의 만남 장면이었습니다. 처음에 보이는 화면은 분노와 반가움이 뒤섞인 장면들이었지만, 화영(김지미)이 진짜 아들을 만나고 나서 호텔방에 흘러나오는 자료 화면은 끊임없이 자기 자식임을 물어대는 아버지와 아들의 모습이었습니다. 자기 자식이 맞다고 하면서, "하나만 더 물어보자"고 하면서 계속 회의하는 장면. 그토록 만나고 싶었던 가족 혹은 연인이지만, 만나고 나서 그 후는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피하고 싶지만, 기어이 마주칠 수밖에 없는 끔찍한 질문. 임권택 감독은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과는 다른 방법으로 인간에 대해 질문합니다. 구로사와 감독은 인간 자체에 대해 의문을 갖고 질문을 했다면, 임권택 감독은 인간을 둘러싼 상황에 대해 질문을 합니다. "결국 그럴 수밖에 없었던가?"   

이 영화에는 정말 인상적인 장면이 있습니다. 화영과 동진이 석철(한지일)이 자기 자식임을 확인하러 돌아다니는 도중에 실수로 개를 칩니다. 개는 피를 흘리고 있지만, 숨이 조금 붙어있습니다. 석철이 차에서 뛰어나가 피 흘리는 개를 들고 옵니다. 화영은 소리를 지르며 "그 더러운 것을 내 차에 들이지 말"라고 소리를 지릅니다. 옆에 앉은 동진은 "그래도 살아있는데 빨리 병원에 데리고 가"자는 말을 합니다. 그러자 석철이 말합니다. "이게 얼마나 귀한 고기인데요!" 이들은 가족이 되기에는 너무나 멀리 떨어져 왔습니다. 아마 석철이 번듯한 사람이었더라도 영화는 결국 그렇게 끝났을 것입니다. 임권택 감독은 감상을 두지 않습니다.  

 

<법창을 울린 옥이>는 신파입니다. 옥이(문희)의 가족은 부유하게 살았으나 주식 폭락으로 아버지는 돌아가시고 집은 빚더미에 쌓이고 맙니다. 옥이와 엄마(주증녀)는 열심히 돈을 벌지만, 빚은 쉽게 갚아지지 않습니다.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자 옥이는 자살을 하려 수면제를 복용하는데, 배를 곯은 어린 동생들이 먹을 것인 줄 알고 먹어버립니다. 안타깝게도 스무 알을 먹은 옥이는 살았는데 다섯 알을 먹은 동생들은 죽었습니다. 옥이는 친족살인 혐의로 법정에 섭니다. 영화는 법정에 선 옥이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이 영화는 신파의 조건을 가진 작품입니다. 그리고 전 "이래도 안 울 테냐!"하면서 눈물을 강요하는 신파를 정말 싫어합니다. 그런데 <법창을 울린 옥이>에는 그런 구질구질한 정서가 없습니다. 너무나 담백하게, 너무나 차갑게 임권택 감독은 옥이와 옥이를 둘러싼 사회를 바라봅니다. 제가 가장 놀랐던 장면. 영화에는 옥이를 끔찍하게 괴롭히는 세 명의 빚쟁이 아줌마들이 나옵니다(김홍준 감독 말에 따르면 "마치 『맥베스』의 세 마녀 같은!"). 이들이 몰아붙여 결국 두 동생이 죽고 옥이는 법정에 섭니다. 그런데 옥이 뒤에 이 세 여인들이 앉아있는 모습이 있습니다. 전 그 장면을 보면서, "아, 여기까지 돈을 받으러 왔구나!"하는 끔찍함을 느꼈습니다. 옥이의 두 동생이 죽었어도 빚은 해결되지 않았고, 옥이가 살인죄가 아니라 감형을 받는다 하더라도, 결국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이, 옥이는 동생들의 죽음을 가슴에 묻고 그 돈을 갚을 것입니다. 영화의 마지막, 감옥에서 출소한 옥이를 맞이한 이들 가족은 결코 행복할 수 없을 것입니다.  

저는 이 장면에 대해 GV시간에 김홍준 감독님께 여쭈어 봤었는데, 감독님 말씀으로는 아마 그 장면은 60년대의 감수성에서 용인될 화해의 제스처였을 것이라 하셨습니다. 자신들이 너무 몰아붙였고, 아마 빚은 탕감해주지 않을까하는 (아직 개발이 시작되지 않은 서울이라는 도시에서 사는 사람들의) 사회적 용인 혹은 바람. 하지만 그렇다하더라도 옥이는 두 동생들의 죽음을 마음속에 묻고 살아가지 않을까요? 그런 면에서 이 영화는 임권택 감독의 특징을 엿볼 수 있는 소중한 작품임에 틀림없습니다.  

 

12일 개막식에 이어 두 번째로 갔지만, 여전히 새롭고 재미있는 작품입니다. 임권택 감독님은 "확 다 불 싸질러 버리고 싶은 작품들을 자꾸 틀어주니 민망"하다고 하시지만, 일제 강점기에 태어나 해방과 분단 그리고 전쟁을 겪고, 현대사의 모든 사건을 겪은 한 사람의 작품을 통해 우리는 어쩌면 '한국영화'에 대해 생각할 기회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조심스레 생각해봅니다. 

 

 

*덧붙임: 

1. 2010년 8월 12일부터 10월 3일까지 한국영상자료원에서 임권택 감독 전작展을 하고 있습니다. 자세한 사항은 KOFA 홈페이지를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2. 아래는 개막식에서 공개된 "임권택 감독 전작展" 개막식에서 공개된 영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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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0-08-18 1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품이 좋으냐 아니냐를 떠나서 명감독의 조건은
그 사람의 작품의 양과도 관련있다고 봐요.
원래 자기가 만든 작품은 다시볼 때 다 불싸지르고 싶어지죠.
하지만 남이 볼 땐 아무리 졸작이어도 좋은 장면은 있게 마련이거든요.

근데 토멕님 저리 쓰시니 대충 나이가 짐작이 되옵니다.ㅎㅎ
저는 영화 보는 건 좋아하는데 찾아다닐만큼은 안 좋아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예전에 안 본 영화들 밤에 불꺼놓고 보는 낙으로만 삽니다.ㅋ

Tomek 2010-08-18 14:54   좋아요 0 | URL
영화를 찾아다니는 이유는, 비디오가 개발되기 전의 영화는 스크린에서 보는 것을 원칙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가능하면 꼭 스크린에서 보고 싶은 욕망때문입니다.

물론 가장 큰 이유는, 영상자료원에서 상영하는 영화는 무료이기 때문입니다.
ㅠㅠ

제 나이는 <리미츠 오브 컨트롤>에서 이미 밝혔... :D

stella.K 2010-08-18 15:50   좋아요 0 | URL
앗, 정말요. 왜 그걸 잊고 있었는지...ㅠ
그러면 현재 25..?ㅋㅋ

Tomek 2010-08-18 23:56   좋아요 0 | URL
크아~ 그럼 정말 좋을 것 같아요. ㅠㅠ

stella.K 2010-08-19 1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간의 정신적 나이는 그 정도가 딱이어요.
근데 육체적 나이가 그걸 못 받혀줘서 그렇지.
그래서 옛날보다 늙었구나 하는 거라구요. 말 되죠?ㅋㅋ

Tomek 2010-08-20 01:51   좋아요 0 | URL
현답이십니다. :D

노이에자이트 2010-08-21 15: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빨치산 활동하다 수감되어 전향한 남자를 다룬 '짝코'를 재밌게 보고 임권택이 전쟁 후유증에 대해서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길소뜸은 EBS에서 가끔 해주던데 Tomek님 평을 들으니 정신집중해서 감상하고 싶군요.저기 한지일 씨는 나중에 '젖소부인' 시리즈 등 에로물에 나오더라구요.

Tomek 2010-08-22 00:28   좋아요 0 | URL
이달 아니면 다음달에 <짝코>를 볼 예정입니다. 정말 보고 싶었던 작품이었거든요.

고맙습니다. :D
 
제4회 시네마디지털서울 (CinDi) 영화제 (8.18~24)
<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8월 2주
제4회 CinDi영화제 섹션별 추천작

올해 8월 18일부터 24일까지 압구정 CGV에서 4번째 시네마디털서울(이하 CinDi) 영화제가 열립니다. 전 4년 전부터 이 영화제에 꼭 참석하리라 마음을 먹었지만, 언제나 마음뿐이었습니다. 변명하자면, 제가 몸을 담고 있던 세상은 "영화 따위"에 신경 쓰기엔 너무나 정신없는 곳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던 올해, 드디어 처음으로, 아주 홀가분한 마음으로 CinDi 영화제에 참석할 수 있게 되어 정말 기쁩니다. 이 모든 영광을 제게 시련을 전해주신 전 직장 상사, 동료, 후임 분들께 전합니다. 당신들이 아니었으면, 난 아마도 20회나 30회 즈음에나 참석하지 않았을까 생각을 합니다. 아니, 어쩌면 그때쯤에는 영화에는 관심도 없이 하루하루 죽어가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예요.  

제가 짠 시간표에는 18일 개막작을 제외하고, 19일부터 23일까지 총 19편의 영화가 담겨 있습니다. 아시아 경쟁부문에 출품된 15편을 모두 넣었고, 개막작 1편, 그리고 제 호기심을 끄는 2편의 극영화와 2편의 단편 영화 모음으로 목록을 채웠습니다. 물론 이게 욕심이고 만용이라는 것을 압니다. 하루에 4편씩의 영화를 5일간이나 채운다는 것은 정말 미친 짓임에는 틀림없지만, 새로운 영화를 만난다는 설렘 앞에서 두근거림은 정말 참을 수 없는 욕망임을 압니다. 한계를 돌파하는 디오니소스 신도들처럼. 비록 그 끝이 타락일지라도.  

 

 

총 20편의 목록 중에서 15편은 아시아 경쟁부문의 목록입니다. 아시아 경쟁부문에 오른 15편의 작품을 목록에 넣은 이유는, 전 부끄럽게도 경쟁부문에 출품한 감독들의 영화를 한 편도 본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제게는 미지의 감독들이고, 이 영화들은 미지의 영화들입니다. 그 어떤 정보도, 참고자료도 없이, 가장 순수한 상태에서 맞이하는 영화들입니다. CinDi의 공식 경쟁부문인 이 영화들을 통해서, 어쩌면 우리는 2010년의 서울을, 아시아를 바라보고 질문할 수 있을지 모릅니다. 미지의 영화들을 먼저 본다는 영화광적 욕망이라기보다는, 영화를 통해 지금 나(혹은 우리)를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하는 앎의 욕구입니다. 물론 첫 만남이라는 설렘도 있고요.  

아시아 경쟁부문의 목록은 다음과 같습니다. 가오 원동 감독 <개미촌>, 양 루이 감독 <크로싱 마운틴>, 헤이워드 막 감독 , 쉬 통 감독 <점술가>, 성지혜 감독 <여덟 번의 감정>, 츠보타 요시후미 감독 <미요코>, 리우 지엔 감독 <나를 찔러 봐>, 왕 유린, 에세이 리우 감독 <천국에서의 일주일>, 고이데 유타가 감독 <이토록 어두운 밤>, 로샨느 새드나타 감독 <살아남아라>, 리우 용홍 감독 <올가미>, 하이더 라시드 감독 <우울과 매혹>, 총 펑 감독 <미완성 생활사>, 리 홍치 감독 <겨울방학>, 이나바 유스케 감독 <너와 엄마와 카우보이>. 각 영화는 두 번 상영합니다.    

 

 

 

(저에게 있어) 이번 CinDi에서 반드시 보아야 할 작품은 아핏차퐁 위라세타쿤 감독의 영화 <엉클 분미(Uncle Boonmee Who Can Recall His Past Lives)>입니다. 이 영화를 목록에 채운 이유는 이 영화가 올해 깐느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았기 때문이 아닙니다. 전 얼마 전에, 아주 우연히, 이 감독의 <세계의 욕망(Worldly Desires)>이라는 단편 영화를 봤습니다. 이 영화는 무언가 말로 설명하기에 복잡합니다. 영화는 두 개의 영화 현장을 담고 있습니다. 하나는 밤에 찍는 뮤직비디오, 다른 하나는 낮에 찍는 극영화입니다. 전혀 관계없는 이야기와 이미지와 사운드가 서로 충돌하면서 영화는 이상한 기운을 품기 시작합니다. 감히 주술적(呪術的)이라 이야기할 수 있는 이 기이한 충돌 혹은 그럼으로써 기어이 발생하는 서사. 전 이 영화를 보고 아핏차퐁 위라세타쿤은 우리 시대에 정말 새로운 영화를 찍는 감독이거나, 아니면 사기꾼이 분명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친애하는 당신>, <열대병>, <징후와 세기>를 보지 못한 저에게는 <엉클 분미>가 바로 시금석이 되어 줄 것입니다.  

이 영화는 개막식과 21일 두 번 개봉하는데, 개막식은 모두 매진됐으며, 21일은 온라인 예매분이 매진되었습니다. 21일 현장 판매는 가능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CinDi 익스트림 2: 퍼스널 아카이빙>은 (또!) 아핏차퐁 위라세타쿤의 단편 모음입니다. 굳이 이 영화를 선택한 이유는 CinDi 영화제의 프로그램 디렉터인 정성일 평론가의 강력한 추천 때문입니다. 그는 자신의 트위터에서 이 영화에 포함되어 있는 단편 <에메랄드>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굳이 이런 찬사가 아니더라도, <CinDi 익스트림 2: 퍼스널 아카이빙>은 아마도 영화제가 아니라면, 아마 다시 만나기 쉽지 않은 작품일 것입니다. 그렇게 따진다면, 이번 CinDi 영화제의 104편에 해당하는 작품 거의가 다 그럴 것이지만, 아무래도 한 번 끌리기 시작한 감독의 작품에 관심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19일 17시, 21일 11시에 상영합니다.  

 

 

장철수 감 독의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도 제겐 필견의 목록입니다. 처음엔 서영희 씨의 연기가 궁금했으나, 지금은 영화 자체가 더 궁금합니다. 그토록 피하려고 노력했으나 어쩔 수 없이 얻어지는 정보들에 따르면, 이 영화에서는 피해자와 가해자의 뒤바뀐 구도, 그리고 장르의 쾌감을 포기한 과감한 연출이 돋보인다고 합니다. 제가 궁금한 점은 바로 이 지점입니다. 장르의 쾌감을 포기한 장르 영화는 정말 새로운 영화가 될 수 있을까? 그리고 장르의 쾌감을 느끼러 온 관객들에게는 그 쾌감 대신 어떤 다른 자극을 전해줄 수 있을까?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은 제 질문에 대한 답이 되 줄 수 있을 것이라 (감히) 생각합니다.  

19일 18시, 23일 17시 상영합니다. 19일에는 관객과의 대화가 마련되어 있어서 그런지, 온라인 예매분은 매진인 상황입니다. 현장 판매는 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22일 14시 <하하하>상영 후 진행하는 홍상수 감독과 샤를 테송과의 CinDi Talk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샤를 테송은 홍상수 감독을 최초로 서방 세계에 알린 평론가입니다. 우리에겐 『까이에 뒤 시네마』의 편집장으로도 잘 알려져 있죠. 이 둘이 만나 어떤 이야기를 할지 정말 기대됩니다. 분명한 것은, 무분별한 주례사 비평이 울려 퍼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마지막으로 목록에 올린 <콰트로 홍콩>에 대해서 제가 아는 것은 거의 없습니다. 4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옴니버스라는 것, 그리고 단편 중 한 편인 <13분 만에 마스터하는 홍콩영화사>의 감독이 <메이드 인 홍콩>의 프룻 챈(아, 옛날에는 프루트 챈이라고 불렀것만...)이라는 사실 뿐입니다. 어쩌면 프룻 챈 때문에 이 영화를 선택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의 영화는 대개가 놀라움과 진부함 사이를 반복합니다. 최근작일수록 진부함에 더 많은 행보를 하고 있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데뷔작의 놀라움은 아직까지 유효합니다. 그래서 아직까지 그를 포기하지 못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19일 20시, 22일 17시에 상영합니다.  

 

 

영화제(祭)는 축제(祭)입니다. 축제는 즐겨야 합니다. 영화제를 즐기는 것은, 영화 그 자체에 빠지는 것입니다. (개막식과 폐막식을 제외한) 5일간의 (짧은) 영화제에서, 우리는 영화라는 이름으로 이 뜨거운 여름을 즐길 수 있을 것입니다.  

 

  

*덧붙임:  

1. 좀 더 자세한 사항은 제4회 시네마디지털서울 영화제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2. 아래는 공식 트레일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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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18 02: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8-18 08: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8-18 13: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8-18 15: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희곡 『맥베스』가 영화화 된 것은 여러 편이 있다. IMDB를 검색하면 Macbeth라는 타이틀로 51편의 작품이 뜰 정도니 가히 엄청난 숫자라 할 수 있다. 그 수많은 작품 중에서도 내가 본 작품은 고작 세 편에 불과한데, 그 세 편 모두 셰익스피어의 이야기를 하면서, 자신의 스타일로 영화를 만들었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감출 수 없다. 그래서 부족함을 무릅쓰고 조금 끼적여볼까 한다.   

  

 

1948년에 제작된 오손 웰즈 감독, 주연의 <맥베스(Macbeth)>는 정말 굉장한 영화다. 이 영화는 같은 해에 제작된 로렌스 올리비에 감독, 주연의 <햄릿>과 비교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영화사를 뒤흔든 작품들 혹은 걸작들을 가장 쉽게 판별해내는 방법은 책에 쓰인 말이 아니라, 그 해에 나온 영화들과 비교해보는 방법이 가장 정확하다. 로렌스 올리비에의 <햄릿>은 배우들의 영화다. 영화는 가능한 배우들의 호흡을 자르지 않기 위해 롱테이크로 일관한다. 카메라는 배우들을 비출 뿐, 그 이상의 기능은 하지 않는다. 화면은 지나치게 평면적으로 보인다.   

반면, 오손 웰즈의 <맥베스>는 영화적 문법으로 가득 차있다. 그 역시 세트에서 극을 진행하지만, 카메라는 인물을 쫓는 게 아니라, 인물들의 심리를 표현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기나긴 내레이션과 컷이 바뀌지 않는 장소의 이동 그리고 제때 떨어지는 방백과 대화는 수학적 계산 없이는 불가능한 장면들이다. 로렌스 올리비에가 연극을 카메라에 담았다면, 오손 웰즈는 연극을 영화로 담아냈다. 그리고 그 자신이 연기한 맥베스의 모습에서, 영화사의 천재였지만 할리우드의 저주로 그 자리에서 쫓겨난 불운의 인물이 겹쳐지는 모습 또한 인상적이다.   

 

 

1957년에 제작된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거미집의 성(蜘蛛巣城)>은 『맥베스』를 일본의 전국시대로 각색한 영화다. 구로사와 감독은 셰익스피어의 『맥베스』를 기획 중이었는데, 오손 웰즈의 <맥베스>를 보고 이보다 더 잘 만들 자신이 없다고 탄식을 하며 프로젝트에서 손을 뗐었다. 그 후 이 프로젝트는 구로사와 감독이 제작을 하고, 다른 감독이 연출을 맡기로 했으나, 도호영화사에서 구로사와 감독이 연출할 것을 부탁해 결국 그의 필모그래프에 이름을 올리게 되었다.   

<거미집의 성>은 『맥베스』와 같은 이야기지만, 세부묘사는 조금 다르다. 일례로 맥베스가 뱅쿠오를 죽이는 이유는 마녀들의 예언이 실현되는 것에 대한 공포였다. 자신의 추악한 행동이 결국엔 뱅쿠오를 빛나게 할 것이라는 공포, 그리고 자신이 차지한 왕위가 언젠가 뱅쿠오에게 뺏길지도 모른다는 공포. 하지만 구로사와는 조금 다르게 묘사했다. 와시즈는 영주가 되었지만, 미키의 자식을 자신의 후계자로 삼았다. 어차피 와시즈에게는 자식이 없었으니까. 그런데, 와시즈의 부인이 임신을 했다는 이야기를 한다. 와시즈는 영주의 자리를 자손에게 물려주고 싶은 탐욕을 느끼게 되고, 그는 미키를 살해한다. 와시즈의 탐욕이 없었다면, 이후의 비극은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탐욕이 없었다면, 와시즈는 영주를 살해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구로사와 감독은 『맥베스』의 이야기로 탐욕 때문에 전쟁을 일으키는 인간을 이야기했다.   

(유명한 사족이지만 다시 반복한다면) 영화의 클라이맥스인 화살 장면은 특수 효과가 가미되어 있지 않은 실제 상황이다. 구로사와 감독은 실제 궁수를 배치하고 활을 쏘았다. 와시즈 역을 맡은 미후네 도시로는 활이 날아오는 방향을 알고 싶어 했지만, 구로사와 감독은 알려주지 않았다. 그는 실제로 도망 다니면서 이 장면을 찍었다. 이 장면에서 그의 표정은 연기가 아닌, 실제 공포였던 것이다.   

  

 

 

1971년에 제작된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맥베스(The Tragedy of Macbeth)>는 셰익스피어의 희곡을 축약하지 않고 거의 그대로 담아냈다. 위의 두 편의 영화들과 다른 점이라면, 이 영화는 상당히 잔혹하다는 점이다. 세 마녀들이 사라지고 <맥베스>라는 타이틀이 흘러나오면 살벌한 전쟁터가 보여진다. 그리고 맥베스가 첫 등장하는 장면은 전쟁 포로들의 사형 집행장면을 무심한 표정으로 흘긋 쳐다보는 장면이다. 코더의 영주가 죽는 장면이나, 덩컨 왕의 살해 장면, 그리고 목이 잘려 칼에 꽂힌 채 이동하는 맥베스의 시선은 셰익스피어의 희곡에 나오지 않았지만, 로만 폴란스키는 그 참혹한 장면을 화면에 담아냈다.   

가장 끔찍한 장면은 맥더프의 아내와 아들을 살해하는 장면이다. 맥더프의 아내와 아들이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밖에서 끔찍한 비명소리가 흘러나온다. 그리고 맥베스의 지령을 받은 군인들이 들어와 아들을 죽인다. 계속 흘러나오는 비명소리. 맥더프의 아내는 밖으로 나간다. 군인들은 하녀들을 윤간하고 있고, 밖에서 놀던 아이들은 토막 난 채로 죽어있었다. 이 장면은 로만 폴란스키가 실제로 겪었던 그 사건을 연상시킨다. 1969년 8월 9일 로만 폴란스키가 잠시 집을 비운 사이에 연쇄살인범 찰스 맨슨과 그의 패거리가 폴란스키의 집에 들어와 아내 샤론 테이트와 곧 태어날 아이를 참혹하게 살해한 사건. 이 사건 이후로 연출한 영화가 바로 <맥베스>다. 앤서니 버제스가 전쟁 때 자신의 아내가 군인들에게 강간당한 기억을 잊기 위해 『시계태엽장치 오렌지』를 집필한 것처럼, 로만 폴란스키는 <맥베스>를 통해 그의 참혹했던 과거와 안녕을 고하려고 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영화는 다른 사족이 하나 더 붙어있다. 아일랜드에 남아있는 덩컨 왕의 아들 도널베인이 마녀들의 예언을 듣는다. 로만 폴란스키의 <맥베스>에서 스코틀랜드의 비극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지옥은 어둡듯이 스코틀랜드는 여전히 같은 상황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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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0-08-11 15: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확실히 머리 잘린 장면 보면 토할 것 같아요.
영화 300도 그렇고, 여왕마고도 그렇고. 그밖에 여타의 영화에서...윽!

Tomek 2010-08-12 08:49   좋아요 0 | URL
원래 저 장면이 조금 더 길었는데... 위에서 맥더프가 칼을 든채로 내려다보면 카메라가 이동해서 맥베스의 머리를 보여주는 장면이었거든요. 이와 같은 구도의 그림을 제가 본 적이 있었는데 화가나 제목이 아예 생각이 나질 않아서... 혹시나 아는 분이 있을까 하는 마음에 올려봤습니다. 영화를 보면서 교양이 부족함을 느끼면 정말 절망에 빠지는 것 같아요...

저 장면은 가짜인 게 너무 티나서 괜찮을 거라 생각했는데... 죄송합니다.

stella.K 2010-08-12 10:57   좋아요 0 | URL
아녀요. 여긴 토멕님 서잰데 토멕님 맘대로 할 수 있죠.
전 저 나름의 느낌을 얘기했을 뿐입니다.
그러고 보면 토멕님은 정말 영화를 사랑하시는군요.
절망까지 느끼시다니.
영화 정말 공부할 것이 많죠?^^

Tomek 2010-08-12 23:25   좋아요 0 | URL
너무 많아서 슬플 지경이에요... ㅠㅠ

카스피 2010-08-12 2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저 머리 좀 섬득하긴 하네요.갑자기 저 머릴 보니 공포영화면서도 웃겼던 기억이 나는 지금이 거장이 된 샘 레아미 감독의 이블 데드가 생각나네요^^

Tomek 2010-08-12 23:27   좋아요 0 | URL
제 경우는 스튜어트 고든 감독의 <좀비오>가 생각납니다. :)
정말 최고의 길티 플레져죠. 잘린 목이 욕정을 느끼는 장면은... :D

댓글이 좀... ^^;

stella.K 2010-08-13 10:31   좋아요 0 | URL
길티 플레져...? 영화 용어인가요?
잘린 목이 욕정을 느끼다니.ㅋㅋ

Tomek 2010-08-14 09:58   좋아요 0 | URL
정말 황당한 장면이에요. 혹시나 보실 기회가 있으시면 한 번 보시는 것도 재미있을 거예요. 제프리 콤즈의 인상적인 연기도 일품입니다. :D
 
<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8월 1주

2010년 7월 29일 새로 개봉한 두 편의 영화에서 우리는 누군지는 확실히 모르겠지만, 왠지 익숙한 인물이 출연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는 영화를 책임지는 주연은 아니었지만, 안젤리나 졸리 주연의 <솔트>에서, 이안 감독의 <테이킹 우드스탁>에서, 주인공을 (어떤 방식으로든) 받쳐주는 든든한 인물을 맡았습니다. 그의 이름은 리에브 슈라이버(Liev Schreiber)입니다.  

그는 잘 생긴 얼굴은 아닙니다. 그렇다고 몸매가 잘 빠진 것도 아닙니다. 명연을 펼친 적도 없습니다. 그런데 그는 거의 20여 년간 할리우드에서 배우로 살아남았습니다. 가히 할리우드의 미스터리라 할 만합니다. 그의 필모그래피를 보면 그가 얼마나 끊임없이 작품에 출연하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그것은 그가 영화를 어느 정도 책임을 질 수 있는 배우이기 때문입니다. 그는 주연도 몇 편 맡았지만, 오히려 조연을 맡은 작품들에서 더 많은 빛을 발하는 배우입니다. 이것은 연기력의 문제라기보다는 배우의 성향인 것 같아 보입니다. 그는 영화 전체를 통제하기 보다는 영화를 조율하는 인물에 더 적합해 보입니다.  

 

        

그를 처음 본 것은 웨스 크레이븐 감독의 <스크림>시리즈에서였습니다. 시드니 어머니의 애인인 코튼 위어리 역은 1편에서는 그저 소비되는 단역에 불과했습니다. 그런데 2편에서 그의 존재감은 갑작스레 커집니다. 그의 첫 등장은 공포를 불러일으키면서 동시에 연민을 불러일으킵니다. 마치 가해자와 피해자의 모습을 동시에 담고 있는 듯한 모습. 그렇기 때문에 그는 영화가 끝날 때까지 서스펜스의 열쇠를 지닌 인물로 남아 영화를 이끌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를 배우로 인식한 영화는 <RKO 281>이었습니다. 이 영화에서 그는 무려 오손 웰즈의 역을 맡습니다. 24살의 오손 웰즈가 스튜디오의 전권으로 그의 데뷔작이자 주연작인 영화 <시민 케인>은 미디어 제왕 윌리엄 허스트의 일생을 다루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영화의 주인공 케인은 윌리엄 허스트의 모습뿐 아니라 오손 웰즈 자신의 모습 또한 담겨 있습니다. 한 편의 영화를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싶은 예술가의 탐욕스러움과, 온 세상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싶은 미디어 재벌의 탐욕스러움은 케인이라는 인물에 정확히 겹칩니다. 리에브 슈라이버는 이 탐욕스러우면서 동시에 열정적이고 때로는 무모하며, 언뜻 광기까지 비추는 오손 웰즈를 훌륭히 표현했습니다. 물론 존 말코비치와 제임스 크롬웰이라는 명배우들이 그를 받쳐준 것도 큰 위안이 되었겠지만요. 이 영화에서 그는 처음으로 자신의 복잡한 이름을 대중에게 각인시키게 합니다.    

 

 

리에브 슈라이버의 모습은 우리 선조들의 모습(이를테면 오스트랄로피테쿠스라던가...)을 떠올리게 할 만큼 야성적이지만, 그의 음성은 매력적인 중저음입니다. 이런 이율배반적인 모습 때문에 그는 항상 이중적인 역할을 맡아온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햄릿2000>에서 그는 레어티스 역을 맡아 셰익스피어 인물에 도전합니다. 레어티스는 극의 초반과 후반에만 나오는 조역이지만, 그가 등장할 때마다 영화는 이상한 분위기에 휩싸입니다. 레어티스가 떠나기 전, 오필리아와 대화하는 장면은 음란함을 느낍니다. 그가 햄릿과 결투를 하는 장면은 죽은 누이와 아버지 때문이 아니라, 사랑하는 연인을 잃은 모습입니다. 리에브가 연기하는 레어티스의 연기 때문에 <햄릿 2000>은 근친상간으로 얼룩진 비극으로 그려집니다. 마이클 알메레이다 감독이 어떤 의도로 『햄릿』의 인물들을 21세기의 뉴욕으로 불러들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영화에 음란한 기운을 불러일으키는 인물은 레어티스와 오필리아 그리고 클라디우스와 거트루드입니다.    

 

 

우리에게 가장 잘 알려진 리에브 슈라이더의 주연 작품은 2006년에 리메이크된 <오멘>입니다. 그는 (감히!) 원작에서 그레고리 펙이 맡았던 로버트 쏜역을 맡습니다. 이 영화는 원작의 관점에서 보면 정말이지 지루한 영화입니다. 고전적 의미의 리메이크를 그대로 수행해 영화는 원작을 거의 답습하기 때문이지요. 이 영화는 조금 삐뚤게 보면 꽤 흥미롭습니다. 이 영화의 젊은 부부 로버트 쏜과 캐서린 쏜을 맡은 배우는 리에브 슈라이버와 줄리아 스타일스입니다. 줄리아 스타일스는 <햄릿 2000>에서 오필리아 역을 맡았습니다. 그러니까, <햄릿 2000>에서 레어티스와 오필리아가 결혼을 해 <오멘>에서 자식을 낳았더니, 그게 악마의 자식이더라는 식의 경망스러운 상상. 이런 상상에 기대서야 영화를 견딜 수 있을 만큼, <오멘>은 리에브 슈라이버가 원톱으로 극을 이끌기에는 너무 힘에 부친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테이킹 우드스탁>에서는 여장남자인 빌마역을 맡았습니다. 그의 역할은 주인공 엘리엇 부모의 보디가드입니다. 그는 이 영화에서 억눌려있는 엘리엇의 자아를 끌어내는 역할을 합니다. 엘리엇은 게이이지만, 그의 부모 때문에 드는 성정체성을 숨기며 살아왔습니다. 부모 때문이라기보다는 그 당시 사회 분위기가 게이를 탄압하는 것이기 때문이기도 했지요. 엘리엇은 너무도 스스럼없이 다니는 빌마의 모습을 때론 신기하게, 때론 부러움의 시선으로 바라봅니다. 어느 날 엘리엇이 빌마에게 묻습니다. "이렇게 (게이임을 밝히고) 살아도 괜찮아요?" 빌마가 대답합니다. "언제까지나 숨기고 살 순 없잖아? 자신에게 솔직해져." 이 영화에서 리에브의 출연분량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는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그의 말로 인해, 그리고 우드스탁이라는 대축제의 분위기로, 그는 자신에게, 가족에게 솔직해질 용기를 얻습니다.    

 

 

<솔트>에 대해선 별로 할 말이 없습니다. 이 영화는 안젤리나 졸리의 원톱 주연 영화니까요. 졸리를 제외한 그 외의 인물들은 하나같이 그녀를 받쳐주는 역할입니다. 그녀를 지원하거나 배신하거나 하는 역할들. 리에브 슈라이버가 맡은 테드 윈터 역 역시 그렇습니다. 딱 기대할 만큼의 이야기 전개와 딱 예상만큼의 반전. 좀 더 양념을 쳤으면 더 흥미로운 영화가 될 수 있었지만, 영화는 레서피를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할리우드의 대형 배우들을 제외하고 20여년에 가까운 세월동안 꾸준히 영화에 출연한 배우는 리에브가 거의 유일합니다. 어느 정도는 소비되기도 했지만, 어느 정도는 자신의 연기를 펼치는 이 할리우드의 곡예사의 앞길이 어떨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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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0-08-07 1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대단하셔요!
솔트는 정말 졸리를 위한 영화여요.
토멕님 설명 읽으니까 정리가 되는군요.
그런데 제가 욕해주고 싶은 건, 이런 허리우드 액션 영화에서 자주 보여주는
자기 정체를 속이고 속여 관객으로 하여금 '너 이런 줄 알았지?'하는
얄팍한 뒤통수치기 좀 그만했으면 좋겠다는 거예요.
이젠 그거에 그닥 박수칠 사람도 없는데
지네들끼리 놀아먹고 뭐가 그리도 좋은지...쩝.

사실 이거 제 페이퍼에 써야하는 건데
그동안 제가 허리우드 욕을 좀 많이해서
자제하려다 여기서 딱 걸렸네요. 이해하셔요.ㅜ

Tomek 2010-08-07 15:05   좋아요 0 | URL
아무래도 제작비가 많이 드니까 그런 것 같아요. 안전하게 가는 거죠. 답답하긴 하지만, 뭐라 욕은 못하겠더군요. 왜냐하면, 저도 제 돈으로 어딘가에 투자할 때는 이보다 더 보수적이 되거든요. 물론 문화를 투자대상으로 보는 것은 천박한 발상이라 여기지만요... 자본을 손에 든 사람들의 마음은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stella09 님의 좀 더 큰 일갈 바랍니다! :D

굿바이 2010-08-07 16: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에브 슈라이버는 저도 참 좋아하는 배우랍니다. 잘생긴건 모르겠는데, 양볼에 사탕을 문듯한 그 뚱함이 야성미를 좀 중화시켜주는 것 같아서 더 좋았습니다. 뭐랄까 알면 더 알고 싶은 그런....^^
<햄릿 2000>에서의 그 암울한 느낌은 참 오래 머리속에 남더라구요. 최근에 나온 영화는 보지 못했는데, 여기서 만나니 또 즐겁습니다. 글 잘 읽었습니다. :D

Tomek 2010-08-09 08:42   좋아요 0 | URL
굿바이 님도 리에브를 아시는군요! @.@
정말 반갑습니다. :D

루체오페르 2010-08-09 18: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을 보니 누군지 알겠네요. 토멕님의 배우에 대한 애정어린 글 잘 봤습니다.^^

Tomek 2010-08-10 08:37   좋아요 0 | URL
^^; 아니예요. 그저 관심이 있을뿐, 애정을 표현하기엔 제가 너무 부족하지요. :)
 
<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7월 4주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인셉션>은 소재로만 봤을 때, 그다지 참신한 영화는 아닙니다. 꿈과 현실, 기억과 망상이란 이야기는 이미 영화사 100년간 숱하게 써먹은 이야기 중 하나니까요. 그리고 이런 형이상학적 이야기를 장쾌한 액션에 풀은 영화는 워쇼스키 형제의 <매트릭스>에서 한 번 겪었습니다. <인셉션>은 21세기의 <매트릭스>가 될 것이 분명합니다. 그때와 마찬가지로 지금 이 영화를 가지고 굉장한 토론이 벌어지고 있으니까요. 어쨌든, 그저 일방적으로 자기 이야기만 떠들어대는 할리우드 영화가 관객들을 스스로 생각하고 토론하게 만든다는 점은 놀라운 현상임이 확실합니다.  

<인셉션>이 놀라운 점은, 영화의 문법을 무의식과 꿈의 세계에 접목시켰다는 점입니다. 코브(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동료인 아리아드네(엘렌 페이지)와 의뢰 대상인 로버트 피셔(킬리언 머피)에게 꿈에 대해 설명하는 것을 들어보면 명확해집니다. "지금 앉아있는 이 카페에 어떻게 왔죠? 과정이 생각나나요? 꿈이란 게 그렇죠. 항상 중간부터 생각이 나지, 명확하게 생각이 나지 않아요." 영화는 감독이 보여주고 싶은 것만 보여주는 매체입니다. 상영시간이 20시간이건, 1분이건, 컷이 일만 컷이건, 단 한 컷이건 간에, 감독이 관객에게 보여주고 싶은 것만 골라 붙인 것입니다. 우리가 현실에서 경험하는 절대적인 시간이 영화에서는 편집이라는 유용한 방법으로 잘라 붙여지는 것이죠. 이런 영화만의 문법을 놀란 감독은 무의식과 꿈의 세계를 설명하는 방식으로 사용했습니다. 즉, 이 영화는 그 자체로 코브의 꿈일 수도 있고, 놀란 감독 자신의 꿈일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이 영화로 놀란 감독이 우리에게 '인셉션'을 한 것일지도 모를 일입니다. 엔딩 크레디트가 거의 다 끝나갈 때 갑자기 들리는 에디뜨 피아프의 노랫소리에 흠칫 놀란 것은 저뿐만이 아니었을 것입니다.  

 

 

<인셉션>은 꿈의 미로를 빠져나오는 이야기입니다. 놀란 감독은 친절하게도 꿈에 각각의 단계를 구분하여 설명해줍니다. 각 단계로 진입할수록 빠져나오는 방법은 쉽지 않으며, 자칫 림보에 빠져 영원히 무의식의 세계에 빠져들 수도 있습니다. 영화에서 꿈을 설계한 아리아드네는 미로를 만들었지만, 코브를 데리고 나오는 역할도 합니다(미노타우로스 왕궁에서 테세우스를 구출한 아리아드네의 실타래!). 이 영화는 꿈을 꾸는 것도 중요하지만, 꿈에서 빠져나오는 것이 더 중요해보입니다. 놀란 감독은 이야기를 비틀지 않았습니다. 다만 그 과정을 충실히 보여주지 않았기 때문에, 많은 이야기들이 발생하는 것이지요.  

꿈의 미로를 탐사하는 영화는 데이빗 린치 감독의 <멀홀랜드 드라이브>가 있습니다. 이 영화는 어디서부터가 꿈인지 현실인지, 그리고 누가 꾸는 꿈인지 도통 알 수 없게 찍었습니다. 게다가 영화의 앞부분과 뒷부분에 영화의 내러티브와는 별 상관없는 장면을 넣었습니다. 문제는 이 상관없는 장면에서 시작합니다. 이 장면들로 인해서 이 영화는 베티 엘름스(나오미 왓츠)의 꿈일 수도, 다이엔 셀윈(또다시 나오미 왓츠!)의 꿈일 수도 있으며, 또는 리타 해이워드(로라 해링)의 혹은 카밀라 로즈(또다시 로라 해링!)의 꿈일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이들 둘 혹은 넷이 꾼 꿈을 한데 뒤섞은 것일 수도 있지요. 놀라운 점은 영화를 보는 이가 아무리 애를 쓰고 영화를 풀어도 정확히 갈라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이 영화는 내러티브를 의도적으로 꼬아놓아, 영화를 이해하려는 순간부터 길을 잃게 만들어 버립니다. 꿈속의 미로에서 헤어 나올 수 없는 이 끔찍한 악몽! 어쩌면 꿈이란 기억해내고 이해하려하며 해석하려는 순간부터 길을 잃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인간의 꿈에 들어가는 이야기 중 가장 매력적인 이야기는 곤 사토시 감독의 <파프리카>입니다. 정신의학 연구소에서 개발한 'DC미니'는 사람의 꿈속으로 들어갈 수 있는 기계입니다. 하지만 아직 불안정한 관계로 상용화하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연구소의 치바 아츠코 박사는 '파프리카'란 이름으로 몰래 이 기계를 이용해 의뢰인들의 정신 치료를 하고 있지요. 그러던 어느 날 개발 중인 DC미니 3개가 사라지고, 연구원들이 하나 둘씩 공격을 받기 시작합니다. 누군가가 DC미니를 이용해 꿈속으로 들어가 정신적으로 가둬놓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사건은 갈수록 오리무중이고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데, 현실이 꿈과 뒤섞이는 일이 발생합니다.

치바 아츠코는 꿈을 통해 인간 무의식에 잠재해 있는 트라우마를 치료합니다. 인간 무의식에 깊숙이 박혀있는 트라우마의 원인을 알기 위해 꿈속에 들어가 종횡무진 하는 파프리카의 모습은 정말 매력적입니다. 우리의 꿈이 논리가 없고 이리저리 헤매는 것처럼, 파프리카가 탐사하는 꿈 역시 정신없습니다. 영화로 치자면, 매 컷마다 장르가 바뀌는 것과 흡사합니다. 하지만, 우리의 꿈이 일상과 관계가 있듯이, 그 계통 없는 꿈도 하나의 흐름을 꿸 수 있습니다. 그렇게 꿈을 통한 치료는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계기가 됩니다.

<인셉션>에서 거대 재벌 사이토(와타나베 켄)는 자신의 경쟁사인 회사를 해체하기 위해 코브에게 인셉션을 부탁합니다. 상속자인 로버트 피셔의 마음에 "아버지의 회사를 쪼개라"는 생각을 심는 것이죠. 피셔의 아버지가 로버트에게 어떤 마음을 가졌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그들 부자관계는 냉랭했을 것입니다. 아버지가 죽기 전에 자신에게 했던 말은 "실망했다"는 말 뿐이었으니까요. 하지만 로버트는 자신의 무의식에서 아버지의 유언을 듣습니다. "(나처럼 되지 못해서 실망한 게 아니라) 네가 나를 닮으려고 하는 것에 실망했다." 분명 로버트가 자신의 무의식에서 본 것은 코브가 심은 것일 겁니다. 코브는 자신의 안위를 위해 사이토의 의뢰를 성공시켜야했으니까요. 하지만, 결과야 어찌 됐든, 이 장면은 가슴을 뭉클하게 하는 힘이 있습니다. 로버트 피셔는 자신의 깊은 무의식 안에서 아버지에 대한 트라우마를 극복할 수 있게 됐으니까요. <인셉션>의 결말이 어쨌든 간에, 로버트 피셔에게는 분명 해피엔딩일 것입니다.  

하지만 로버트 피셔의 경우가 과연 긍정적인 결과인지는 조금 의심스럽습니다. <파프리카>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인간의 무의식의 의식을 넘어설 때입니다. 세상 사람들의 꿈을 지배하게 되고 꿈이 현실이 되면서, 사람들은 자신을 통제하지 못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세상은 단번에 지옥이 됩니다. 꿈에서 인간의 의지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것처럼, 인간의 무의식을 지배하는 것은 인간을 자기 마음대로 움직인다는 것이죠. 피셔는 자신의 의지대로 생각하고 움직이지 못했습니다. 코브가 심어놓은 것에 반응하고 움직였죠. 만약 "나 같은 건 죽어도 싸"라는 문장을 심는다면 어떻게 될까요? 인간의 무의식을 조종한다는 것은 정말로 무서운 일입니다. <파프리카>는 그 지옥도를 확실히 보여줍니다.  

 

<인셉션>에는 꿈의 단계가 있습니다. 꿈속에서 죽으면 바로 현실로 돌아오지만(잠에서 깨어나지만), 만약 약물로 깊은 잠에서 깨어나지 않는다면, 그 꿈은 림보로 진입하게 된다고 합니다. 인간 무의식의 가장 밑바닥이죠. 이 무의식의 세계에 오랫동안 머물러 있으면, 현실을 잊어버리게 됩니다. 꿈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이죠. 코브의 아내 맬(마리안 꼬띠아르)도 그래서 자살했습니다.  

이토 준지는 단편 「기나긴 꿈(長夢)」에서 이 문제를 그렸습니다. 무코다 데츠로는 2개월 전 뇌 정신과 병동에 입원했습니다. 이유는 그가 꾸는 꿈의 기간이 너무 길어지기 때문입니다. 꿈의 내용이라도 즐거우면 좋을 텐데, 불행히도 그가 꾸는 꿈은 악몽입니다. 그의 꿈은 현실을 압도할 정도로 생생하고, 고독하고, 추잡하며, 두렵습니다. 일례로 그는 전쟁에서 적을 피해 10년간 정글에 숨어 있는 꿈을 꿨습니다. 대학 입시로 9년간 밤을 새며 공부를 하는 꿈을 꾸고, 화장실을 8년간이나 찾아다니는 꿈을 꿉니다. 듣는 입장에서는 웃기는 일이지만, 본인에게는 정작 고통스러운 일입니다. 이렇게 꿈을 꾸는 순간이 기하급수적으로 길어지면서, 그는 마치 인간이 긴 시간에 걸쳐 진화를 한 것처럼, 겉모습이 변해가며, 현실을 꿈으로 생각하고, 꿈을 현실로 여기기 시작합니다. 그를 진찰하는 의사는 생각합니다. 만약, 이 환자가 영원한 꿈을 꾸게 된다면, 이 사람의 육체는 어떻게 될까?  

이토 준지는 질문합니다. "인간이 꿈속에서 영원을 살게 된다면, 인간은 꿈을 선택할까 아니면 현실을 선택할까?" 놀란 감독은 이 질문을 조금 바꾸었습니다. "당신이라면, 행복한 꿈속에서 살 것인가 아니면 비참한 현실에서 살 것인가?" 마침내 그토록 꿈에서 그리던 아이들과 해후한 코브는 이 상황이 꿈인지 아닌지 확인하기도 전에 아이들에게 달려갑니다. 그리고 카메라는 코브의 토템(팽이)이 돌아가는 것을 보여줍니다. 팽이가 계속 돌면 꿈이고, 쓰러지면 현실인 것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영화는 넘어질 듯 넘어질 듯 돌고 있는 팽이를 보여주다 갑자기 끝납니다. 놀란 감독은 우리에게 대답을 미뤘습니다. 어떤 대답을 하건, 영화를 본 우리는 꿈에서 깨어나 현실로 돌아가야 합니다. <인셉션>은 놀란 감독이, 꿈꾸는 우리를 깨게 만드는 '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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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10-07-27 0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캡쳐 이벤트>를 합니다.
참여해 주세요~ ^^

Tomek 2010-07-27 09:06   좋아요 0 | URL
저도 참여해도 되나요?
와~ 고맙습니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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