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A Wonderful Li(f)e ~ The Real Tuesday Weld
어제 아침은 늦게 일어나서 남편이 만든 브런치를 해든이, 나, 그리고 남편과 함께 먹었다. 그럴듯하게 만들었는데 요즘은 블로그니, 뭐니 글을 통 올리지 않으니 사진 찍는 습관도 없어졌다. lol
어제 남편이 만든 건 오믈렛이다. 햄과 쪽파를 다져서 계란과 함께 휘저어 오믈렛을 만든 뒤 그 위에 볶은 양송이를 올려놓은 것이다. 모처럼 느지막이 일어나서 집에서 아침을 먹어서 그런가 든든했고 오랫동안 배가 안 고플 것 같은 그런 느낌에 행복했다. 오믈렛과 사이드로 신선한 과일샐러드를 내주었다. 내가 간호 학생이라고 밖으로 나다닐 동안 남편의 살림 솜씨가 늘었다.
브런치를 먹고 빨래를 하는데 예전 직장에서 일하던 Rosa 할머니가 문자를 보냈다. 홍콩의 유명한 제과점에서 산 빵(some bakery라고 했으니까 빵일 가능성 높음)을 주고 싶다는 연락이 왔다. 자세한 설명은 없었다. 어떤 종류인지, 홍콩에서 사 왔다는 것인지, 아니면 홍콩의 유명한 제과점이 엘에이에 분점을 내서 샀다는 것인지. 하지만 로사 아줌마가 나를 생각해서 유명한 제과점이라는 미끼를 던지면서까지 주고 싶은 맛이 뭔지 너무 궁금하다. 23일에 사무실에 올 계획이 없으면 다른 선물을 주겠다는 말까지 남겼다. ㅎㅎㅎㅎ 신선할 때 먹어야 하기 때문에 23일 이후에 올 경우 먹는 것이 아닌 다른 선물을 생각하겠다고. 암튼 나는 23일에 가겠다고 약속을 했다. 도대체 뭔지 궁금하다.
빨래를 다 하고서 남편과 함께 그동안 벼르고 벼르던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을 봤다. 한 달 전에 동네 영화관에서 했었는데(동네 영화관 입장료 $12.00) 이제 상영하는 곳이 별로 없어서 Pasadena에 있는 Arclight이라는 영화관에서 봤다. 일 인당 $18.00! 아이맥스 보는 값이라서 살이 좀 떨렸지만, 영화는 정말 재밌었다. 우리 과에서 영화를 아주 좋아하는 Bryan이라는 친구가 이 영화를 봤다고 하면서 나에게 꼭 보라고, 올해 최고의 영화라고 극찬을 하면서(한국의 무언가를 외국인이 칭찬하면 괜히 내가 칭찬받는 것처럼 으쓱!ㅎㅎㅎ) 매주 그 영화를 봤냐고 물어봤었는데 드디어 결국 마침내 봤다. 미국에 오픈 한지 한참 지났는데도 영화관은 거의 가득 찼다. 영화관에서 영화 상영을 기다리면서 광고를 보고 있을 때 남편과 한국말을 했는데 남편이 한국 사람 있을지도 모르니까 한국말 하지 말라고;;;;;
영화가 다 끝나고 나오면서 남편은 이 영화와 몇 년 전에 봤던 일본 영화 [Shoplifters - 영어 제목]을 비교했다. 어떤 면으로 좀 비슷한 면이 없지 않아 있긴 하다. 하지만 가족의 설정에 있어서 기생충은 혈연으로 만들어진 가족이고 Shoplifters는 그렇지 않고. 그래서 Shoplifters 쪽의 여운이 더 길게 남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봉준호 감독은 대단하다.
금요일에 친한 과 친구들을 만나서 선물을 주고받고 새로 생긴 밀크티 가게에 가서 거의 한 시간 줄을 서서 밀크티를 마셨다.
그 밀크티 보바 가게의 광고 문구를 보면 "싱가포르에서 가장 맛있는 밀크티"라고 써있다. 그래도 밀크티가 거기서 거기겠지 했는데 아니다 정말 맛있다!!!!ㅠㅠㅠㅠㅠ 그런데 양도 적다!!ㅠㅠ 그래서 두 개 시키지 않은 것을 너무 후회했을 정도였다. 더 시키려면 다시 한시간 넘게 기다려야 하니까.ㅠㅠ 친구가 밀크티 마시러 자기 동네에 오라고 했는데,,,,미국은 정말 너무 크다. 목요일 저녁에 남편과 함께 봤던 영화 [marriage story]에서 계속 나오는 말. "뉴욕은 공간이 좁지만 엘에이는 널찍하다고..."ㅠㅠ 내가 그 널찍한 엘에이에 살고 있기 때문에 밀크티 하나를 마시고 싶어도 거기까지 가야 할 것을 생각하면 한숨이 나온다. 어쨌든 내일 마지막 크리스마스 선물 찾으러 백화점에 가는 김에 밀크티 가게에도 들러야지.
이번 크리스마스도 큰 시누이네 집에서 만찬을 들기로 했다. 그래서 나는 집에서는 크리스마스이브에 저녁을 만들기로 했다. 좀 전까지 내가 만들 메뉴들을 뽑아서 페이퍼로 만들었다. 대강 만들 줄 아는 것은 재료만 적었는데도 4페이지나 된다. lol 큰아들도 호주에 있고 딸아이 부부도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내려오지 못해서 저녁 먹을 사람도 별로 없지만 그래도 이왕 하는 거 폼나게 하고 싶다.
나는 여전히 TWSBI 골드 만년필을 잘 사용하고 있다!!
Horseradish Deviled
Eggs
이건 크리스마스 시그니쳐 음식인 것 같다.
Roast Beef Tenderloin
with Garlic and Rosemary
원래는 양고기를 하려고 했는데 다른 것도 많이 하니까 손 안가면서 맛있는 것으로. ㅋ
prosciutto wrapped asparagus
이건 누가해도 맛있는 음식! 나는 아스파라거스보다 워터채스트넛을 넣는 걸 더 좋아한다.
Slow Cooked Brussels
Sprouts
한국어로 방울(다다기) 양배추라고 불리는 브뤼셀 스프라우트 요리는 지금까지 여러번 시도해 봤지만 성공한 적이 없다.
그래도 맛있으니까 다시 도전.
Chicken
and Cauliflower Rice Casserole
보통으로 으깬 감자를 먹는데 이건 좀 색다른 재료들을 사용해서 더 영양가가 있는 것 같아서 이번에 밥과 감자 대신 추가.
pomegranate and raspberry jello
우리 시어머니가 크리스마스 때마다 만드시는 디쉬. 고기의 느끼함을 잘 덜어준다는.
더구나 빨간색이라 크리스마스에도 어울리고. 시누이네 갈 때 가져갈 파이도 만드신다고 하셨는데
만드는 김에 하나 더 만드시겠다고 해서 펌킨 파이나 아니면 로사 아줌마가 줄 제과 중 아무거나 디저트로 먹을 거다.
우리 가족은 술을 안 마시니까 음료는 애플 사이더로.
이 정도면 후회하지 않을 크리스마스이브 만찬이 될 것 같다.
예전에는 집안 살림을 하고 음식을 장만하고 명절(?)을 맞이하고 하는 모든 것이 스트레스였는데
나이가 들다 보니 이제는 즐거움으로 바뀌었다. 오늘도 저녁을 만드는데 콧노래가 다 나오더라. 그래 내가 변했다.
프레이야 님은 세 번째 책 [화영시경], 작가의 말을 이런 글로 마무리하신다.
돌아보면 시간풍경 어디에도
꽃그림자 드리우지 않은 곳이 있던가.
그 모든 날에 사랑이 함께하지 않았다면
나아가지 못했을 것이다.
부디 당신이 통과하는 시간풍경도
꽃그림자 만발한 나날이길 비손하며....
2019년 11월
배혜경 씀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점은 작가의 말 하나부터 얼마나 섬세하게 신경써서 준비한 책인지....겸허한 마음마저 들었다.
암튼 크리스마스에 가족을 위해 저녁을 만들지 않더라도 매일매일 내가 하는 모든 노동(?), 수고, 뭐라고 부르든 그런 매일의 활동, 내가 통과하는 나의 시간풍경에 나 역시 사랑이 함께 한다는 것을 이제야 깨닫게 되었다, 늦었지만. 이렇게 내가 변하고 있고, 변했다. 감사하다.
조리법은 제목을 구글에서 검색하면 다 나오고, 음식 사진의 저작권은 다 그 사이트에 있음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