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를 남자로 좋아했다
[매거진 esc] 두번 만나 노무현에게 반했던 김어준, 책상 위에 담배 한갑을 올리다
 
 
한겨레 박미향 기자
 








 

» 나는 그를 남자로 좋아했다
 

1. 그날은 재수학원 대신 당구장에서 종일을 보내던 중이었다. 청문회가 한창이었지만 그 시절 그 신세의 그 또래에게, 5공의 의미는 쿠션 각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그러니 그건 순전히 우연이라 하는 게 옳겠다. 수구 앞에 섰더니 하필이면 티브이와 정면이었으니까. 사연은 그게 전부였으니까. 웬 새마을운동 읍네 지부장 같이 생긴 이가 눈에 들어 왔다. 그가 누군지 알 리 없어 무심하게 시선을 되돌리는 찰나, 익숙한 얼굴이 스쳤다. 다시 등을 폈다. 어, 정주영이네. 거물이다. 호, 재밌겠다. 타임을 외치고 티브이로 달렸다.

 일해 성금의 강제성 여부를 묻는 질의에 “안 주면 재미없을 것 같아” 줬다 답함으로써 스스로를 군사정권의 일방적 피해자로 둔갑시키며 모두에게 공손히 ‘회장님’ 대접을 받고 있던 당대의 거물을, 그 촌뜨기만은 대차게 몰아세우고 있었다. 몇 놈이 터트리는 탄성. “와, 말 잘 한다.” 그러나 내게는 달변이 문제가 아니었다. 거대한 경제권력 앞에서 모두가 자세를 낮출 때, 그만은 정면으로 그 힘을 상대하고 있었다. 참으로, 씩씩했다. 그건 가르치거나 흉내로 될 일이 아니었다. 그렇게 그를 알았다.

 

 2. 이후, 난 그를 두 번 만났다. 부산에서 또 실패한 직후인 2000년 봄, 백수가 된 그를 후줄근한 와룡동 사무실에서 만난 게 처음이었다. 낙선 사무실 특유의 적막감 속에 팔꿈치에 힘을 줄 때마다 들썩이는 싸구려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그와 마주 앉았다. 그때 오갔던 말들은 다 잊었다. 아무리 기를 써도 기억나는 건, 담배가 수북했던 모조 크리스털 재떨이, 인스턴트 커피의 밍밍한 맛, 그리고 한 문장뿐이다.

 

 “역사 앞에서, 목숨을 던질 만하면 던질 수 있지요.”  


 앞뒤 이야기가 뭔지, 왜 그 말이 나왔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내가 그 말을 기억하는 건, 오로지 그의 웃음 때문이다. 정치인들은 누구나 저만의 레토릭이 있다. 난 그런 수사가 싫다. 같잖아서. 저 하나 제대로 건사해도 다행인 게 인간이다. 역사는 무슨. 주제넘게. 너나 잘하셔. 그런 속내. 그가 그때 적당히 결연한 표정만 지어줬어도, 그 말도 필시 잊고 말았을 게다. 정치인들은 그런 말을 웃으며 하지 않는 법이다. 비장한 자기연출의 타이밍이니까. 그런데 그는 웃으며 그 말을 했다. 그것도 촌뜨기처럼 씩씩하게. 참 희한하게도 그게 정치적 자아도취 따위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진심으로 내게 전해진 건, 순전히 그 웃음 때문이었다. 난 그때 그렇게, 그에게 반했다.  

두 번째 만남은 그 이듬해 충정로 해양수산부 장관실에서 대선후보 인터뷰로 이뤄졌다. 그 날 대화 역시 잊었다. 기억나는 건 이번엔 진짜 크리스털이었다는 거, 질문은 야박하게 했다는 거 - 그게 그에게 어울리는 대접이라 여겼다. 사심으로 물렁한 건 꼴불견이니까. 그런 건 그와 어울리지 않으니까 - 그리고 이 대목이다.

 

 “시오니즘은 국수주의다. 인류공존에 방해가 되는 사고다.”

 

 놀랐다. 그 생각이 아니라 그걸 말로 해버렸단 사실에. 정치인은 그렇게 말하지 않는다. 안전하지 않은 건 눙치고 간다. 그런데 그는 유불리를 따지지 않았다. 한편으론 그게 현실 정치인에게 득이 되는 것만은 아닌데 하면서도 또 한편으론 통쾌했다. 기면 기고 아니면 아닌 거다. 이런 남자가 내 대통령이면 좋겠다고, 처음 느낀 순간이었다.

 그 후 대통령으로 내린 판단 중 지지할 수 없는 결정들, 적지 않았으나 언제나 그를 좋아하지 않을 수 없었던 건, 그래서였다. 그는 내가 아는 한, 가장 씩씩한 남자였다. 스스로에게 당당했고 같은 기준으로 세상을 상대했다. 난 그를 정치인이 아니라, 그렇게 한 사람의 남자로서, 진심으로 좋아했다.

 

 3. 그래서 그의 투신을 받아들 수가 없었다. 가장 시답잖은 자들에게 가장 씩씩한 남자가 당하고 말았다는 것만으로 충분히 억울하건만, 투신이라니. 그게 도무지 받아들여지지 않아 종일 뉴스를 읽고 또 읽었다. 그러다 마지막에 담배 한 대를 찾았다는 대목에서 울컥 눈물이 났다. 에이 씨바… 왜 담배가 하필 그 순간에 없었어. 담배도 없이, 경호원도 없이, 누구도 위로할 수 없는 혼자가 되어, 그렇게 가버렸다. 그 씩씩한 남자를 그렇게 마지막 예도 갖춰주지 못하고 혼자 보내버렸다는 게, 그게 너무 속이 상해 자꾸 눈물이 났다.

 그러다 어느 신문이 그의 죽음을 사거라 한 대목을 읽다 웃음이 터졌다. 박정희의 죽음을 서거라 하고 그의 죽음을 사거라 했다. 푸하하. 눈물을 단 채, 웃었다. 그 믿기지 않을 정도의 졸렬함이라니. 그 옹졸함을 그렇게 자백하는 꼴이 가소로워 한참이나 웃었다. 맞다. 니들은 딱 그 정도였지. 그래 니들은 끝까지 그렇게 살다 뒤지겠지. 다행이다. 그리고 고맙다. 거리낌 없이 비웃을 수 있게 해줘서. 한참을 웃고서야 내가 지금 그 수준의 인간들이 주인 행세 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는 게, 뼛속 깊이 실감났다. 너무 후지다. 너무 후져 내가 이 시대에 속했다는 걸 들키고 싶지 않을 정도로.

 

 4. 내가 예외가 없다 믿는 법칙은 단 하나다. 세상에 공짜가 없다는 거. 그가 외롭게 던진 목숨은, 내게 어떻게든 되돌아올 것이다. 그게 축복이 될지 부채가 될지는 나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것 하나는 분명하다. 그만한 남자는, 내 생애 다시 없을 거라는 거.

 

 이제 그를 보낸다.

 잘 가요, 촌뜨기 노무현.

 남은 세상은, 우리가 어떻게든 해볼게요.

 

 PS - 사진 한 장 출력해 붙이고 작은 상 위에 담배 한 갑 올려놨다. 언제 한번 부엉이 바위에 올라 저 담뱃갑을 놓고 오련다.

글 김어준·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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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0대 직장 남성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통해, '당신의 인생이 가령 4,5시간밖에 안 남았다고 해보자. 그럼 제일 해보고 싶은 일이 뭔가?'라고 물었다. 1위를 차지한 대답이 '얼른 집에 택시타고 가서 PC에 있는 야동을 삭제한다'이다.
'죽으면 끝이지'라고 사람들이 생각하지만 죽으면 끝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다는 것이다. 자신이 남긴 모든 흔적을 남은 사람들이 볼 것이고, 특히 내가 삶 안에서 유지하고 지탱해 온 이미지에 관해 염려를 하며, 자기 이름에 흠이 갈 만한 흔적이 남는 것을 사람들은 거부한다. 즉, 죽은 다음에 유지될 될 나의 삶에 대해 무의식적으로 강력한 무언가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의식적으로는 그렇지 않다고 하지만.

신은 무의식이다
신에 대한 라깡의 '신은 없다'는 무신론자들의 공식이 아니라 '신은 무의식'이라고 말해야 함이 옳다. 어떻게 보면 끝까지 신과 싸워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를 무의식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앎에 대해 다가가기 위해서 각성된 상태를 유지해야 하고, 싸워야 하고 그러면서 이성을 유지해야 하는 것이다.

'이성은 타산적으로 행동하는 거야, 질서에 따라서 행동하는 거야'라는 식의 이성이 아니라, 이 이성은(사람들이 프로이트 이후의 '이성'이라고 지젝이 자주 쓰는데) 일종의 실재와 마주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진 이성이고, 상징화되지 않는 것, 대답할 수 없는 것과 끊임없이 맞서는 정신활동이다.
말할 수 없는 걸 끊임없이 말하려고 애쓰는 예술가들, 특히 시인들의 노력과 상당히 비슷한 이성 활동이다. 그 이성은 정신이나 사유의 활동이다.
죽음 이후에도 여전히 살아있고 거긴 내가 사는 것이 아니라 이름이 살고 있다. 이런 믿음이 무의식적인 차원에서 사회를 사는 사람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데 이것을 어떻게 비판적으로 분리해서 사고할 수 있을까가 정신학계의 과제이다. 또한 신이라는 환상이나 이데올로기로부터 어떻게 벗어날까 와의 싸움이다.

이런 싸움을 잘 보여주는 것이 이창동 감동의 <밀양>이라는 영화이다.






<밀양>을 지젝의 사랑과 믿음이라는 주제와 관련해서 살펴보자.
주인공은 남편을 잃었다. 결혼을 통해, 남편과 아내는 검은 머리 파뿌리가 되도록 함께 하겠다는 신뢰를 바탕으로 상징적인 계약을 맺는다. 그로 인해 상징적인 계약과 그 계약에 대한 상상적인 믿음을 형성하게 된다. 서로에 대한 내가 하는 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그 사람이 사랑을 줄거야...사랑을 받을거야...다짐하면서.

영화가 시작되기 전에 이 상징은 깨져있다. 남편이 교통사고를 당해 죽었는데, 옆자리에 다른 여자가 있었다. 그 여자는 죽은 남편의 애인이었음을 영화는 암시한다. 남동생이 와서 이런 사실을 인정하라고 하지만 그런 사람이 아니라하며 주인공은 자신의 상징계가 깨진걸 알면서도 부인한다.

제2의 삶을 살려고 남편의 고향으로 가는데 이것 또한 의미가 있다. 남편이 실제로 어떠했는지 모르지만 내가 남편과 맺었던 상징적인 계약에 관한 자기의 헌신이나 충실성, 정조를 지키려고 하는 것이다. 그걸 지킬 수 있는 근거가 아들, 아빠를 닮은 아들이다. 그런데 그런 아들이 납치 되서 죽는다. 어떤 위기에 처했을 때, 그것을 보존해주는 실체를 가까이 두고 있어야하는데, 신은 형상을 가지고 있지 않고, 우리가 만지고 느낄 수 있는 사랑하는 사람이 페티시(fetish)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주인공은 그것마저도 잃어버리게 된다.






이 여자에게는 세계가 완전히 허물어진다. 아무것도 안 남는 상태에 처한 인간, '호모 사케르'가 되는 것이다. 아무런 개선이나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도 상징계 안에서 끊임없이 출몰하면서 자신을 일관되게 주장한다.
이 여자가 첫 번째로 무조건적으로 기대는 게 있는데 그게 신이다. 주인공은 교회에 가기 전에 아들 사망신고를 한다고 동사무소에 간다. 여자는 주민등록증을 꺼내다가 다 떨어뜨리고 공무원이 "아줌마 이름이 뭐예요?"라고 묻은데 대답을 못한다. 신분증을 다 떨어뜨리고 자신의 신분증명을 못하는 그 장면이 상징적으로 보여 주는 것은, 이 여자가 현실세계 내에서 아무런 위치도 파악되지 않는, 살아있다는 것조차 실감이 안 되는 상태로 떨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나서 이 여자가 보는 것이 '신명대부흥회'라는 큰 플랜카드이다. 거기에 가서 기도를 하며 막 운다. 내용을 가지고 우는 것이 아니라 그냥 울음이 터져 나와서 몸을 부르르 떤다. 그걸 누가 진정 시켜주느냐면 목사이다. 울고 있는 그 여자에게 손이 하나 쑥 내려와서 머리를 누른다.

교회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이 여자의 삶이 제자리로 돌아가는 듯 보였다. 처음에 연애할 때와, 말하자면 남편과 결혼 할 때, 혹은 애를 낳고 스스로의 선택에 의해서 만들어놓았던 세계 자체가 처음 시작될 때의 지점으로 돌아간다.

영화 속에서 동네 아줌마들이 계속해서 하는 말이 '애까지 죽은 여자가 왜 저렇게 행복할까?'이다. 여자는 답한다. '연애에 빠진 것 같다'고. 그리고 하나님에 대해 이야기한다. 갑작스럽게 광신도처럼 변한 여주인공의 상태를 누구도 비난할 수 없을 것이다. 더 이상 아무것도 지탱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삶이라도 유지하려면 저런 식의 믿음이라도 절실한 법이다.






상징계가 깨어졌을 때, 신이 실재의 모습으로 주인공에 나타나서 얘기하고, 신과 사랑에 빠진 것일까?

영화 후반부에 여자가 신을 만나서 조화로운 자신의 세계를 증명이라도 할 수 있듯이, 아들을 죽인 납치범을 용서하기 위해 교도소를 찾아간다. 가서 이 여자가 무엇을 만나냐면, 바로 신을 만난다. 납치범과 마주 앉았는데 납치범은 너무 평화로운 얼굴을 하고 있다. 그 평화로운 미소가 이 영화에서는 끔찍한 장면이다. 여자가 용서한다는 말을 하기 전에 남자가 자기는 지금 마음이 너무 편하다고. 여기에 들어와서 기독교에 귀의하게 되었고, 신을 만나서 신에게 용서를 받았다고 한다.

자기 아들을 죽인 사람을 용서하려고 갔는데 신이 와서 미리 용서를 했다는 것이다. 여기서 신은 어떻게 되는 것인가? 내가 믿은 신이 나의 이전 세계를 무너뜨렸던 납치범의 신과 어떻게 하나일 수 있느냐의 문제와 만난 것이다.

영화 표면상으로는 여자의 믿음은 그 이후 회복되지 않는다. 그 다음부터 보여주는 여자의 행동은 무신론의 전형을 보여준다. 그러나 전형형인 무신론자의 태도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어떻게 신에 강박되어 있는가를 보여주는 장면들이 이 영화 뒤에 나타나기 시작한다.

첫 번째가 자기를 처음 교회로 데려가려고 했던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약사를 유혹해서 외도를 하게 만든다. 타락시키려고.
이 여자가 눈을 뜨고 밑에서는 바지를 벗기고 정사를 하려고 하는데, 이 여자가 정면을 보면서 즉, 하늘을 보면서 '보여?보이냐고'라고 말한다. 나의 신과 납치범의 신으로 쪼개졌던 충격을 신에 대한 모욕의 행위를 통해 보여준다.

이 영화의 또 다른 한 축은 이 여자를 짝사랑하는 한 남자가 나온다. 이 남자는 이 여자가 교회에 다니니까 절대자에 대한 믿음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교회에 나간다. 그 남자는 그 여자를 영화 내내 맴돌면서 도와주고 있다.

여자의 남동생이 나타나서 처음에는 이 남자에게 당신은 절대 우리 누나가 좋아할 스타일이 아니니까 일찌감치 포기해라고 했는데 마치 새 매형처럼 인정하는 모습으로 변해간다.

"여전히 교회를 다니시네요?"라는 남동생이 묻자 이 남자는 "하도 다니다 보니까 습관이 됫서요"라고 말한다. 신에 대한 믿음이 있던 사람이 아닌데 교회에 다니다가 신을 믿게 된 것이 아니라 "그냥 습관이 돼서요, 다니다보니 마음도 편해지고'라는 식으로 아주 대수롭지 않게 그 얘기를 하면서 넘어간다.

이 영화 후반부에 여주인공이 새 출발을 하려고 미용실에 갔을 때 자기 머리를 다듬어주고 있는 여자가 납치범의 딸인 것을 알게 된다.
그러면서 머리를 자르다가 그 딸이 무슨 죄가 있나 싶어서 참는데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 머리를 반만 자르고 나와 버린다. 계속 자기를 따라다니는 신에 대해 투덜거리면서.

그리고 그 중간에 동네 아줌마들을 다시 만나는데, 옛날에 교회 나오라 전도할 때처럼 열광적이지는 않지만 또 깔깔거리고 웃으면서 지낸다. 그리고 집에 와서 나머지 머리 반을 자를 때 그녀를 따라다니는 그 남자가 거울을 대주는 장면이 나온다.

마지막 장면에 마른 풀 하나가 흔들리고 있다.






마지막에 여주인공이 정신병에 걸렸다가 나와서 이어지는 장면들은 지젝이 '믿음'이라고 부르는 걸 이해할 때 접목되는 부분이 있다.

아우슈비츠의 호모 사케르들은 인간도 아니고 동물도 아닌 상태에 있다가 자멸하듯이 죽는데, 이 여자는 살아난 것이다. 그리고 계속 삶을 이어간다. 다른 사람들과 만나 수다도 떨면서.

어떻게 그런 일 이 가능한가? '밀양''숨은 빛' (secret sunshine)이라는 뜻이 있다. 신이라는 것이 처음에 이 여자가 밖에 내다놓고 믿었던 위에서 내 머리를 눌러주는 신이 아니라 그냥 습관적이고 평범한 공동체에 숨어 있다는 것이다. 이 여자는 더 이상 신을 믿지도 않고, 신은 여전히 변용된 형태로 자신의 트라우마로 남아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어져 가는 삶. 자기를 도와주고 사랑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그를 열렬히 사랑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남자의 존재를 이제 인정한다. 이웃과 습관적으로라도 신을 따르는 사람을 긍정하면서 삶이 계속 이어진다.

영화 처음 장면에서는 하늘이 나오고 차 전면 유리를 비추는 강한 빛이 나온다.
대조적으로 마지막 장면에도 빛이 나오는데, 태양이 안 보이고 말라 죽어가는 풀들 사이로 은은한 빛과 그림자가 같이 나온다. 신의 위치가 어떻게 달라져야하는지, 공동체 안으로 신이 어떻게 들어와야 되는지 보여준다.

공동체 안에서 습관적으로 혹은 일상처럼 타인, 이웃과 평범한 삶처럼 , 마치 신이 없는 것처럼 들어와 있는......말하자면 공동체 안에 드디어 우상이 아닌 형태로 절대자가 들어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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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시대의 종말을 애도함- 김상봉>

그가 마을 뒷산 절벽 아래로 몸을 던졌다는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나는 한 시대가 끝났음을 알았다. 그는 바로 우리 시대였다. 누구도 그처럼 치열하게 자기를 시대 속에 던져 시대와 하나 된 삶을 살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가 보여준 숭고, 그가 넘지 못한 한계 그리고 비극적 종말이 모두 그 개인의 것이 아니라 우리 시대의 숭고였으며, 우리 자신의 한계가 아니었던가. 그리고 그의 이 비극적인 종말은 시대가 길을 잃고 낭떠러지에서 추락한 것이 아닌가? 1979년 부마항쟁으로 장전되고, 80년 광주항쟁을 통해 발사된 시대, 모든 불의한 것들에 대한 광기 어린 분노가 총알처럼 아스팔트 위를 질주하던 시대가 불러낸 사나이가 바로 노무현이었다. 그는 광주항쟁 이듬해 이른바 부림 사건으로 체포되고 고문당해 만신창이가 된 부산의 대학생들을 변호사로서 만나면서 처음 역사에 발을 들여놓았다. 불의에 대한 끓어오르는 분노, 타인의 고통에 대한 순수한 공감이 아무 걱정 없던 세무 전문 변호사를 역사의 가시밭길로 불러내었던 것이다.

그 뒤 그는 역사의 부름에 언제나 자기의 전 존재를 걸고 치열하게 응답했던 소수의 사람들 가운데 하나였다. 그 치열함이 우리를 감동시켰고, 그 감동이 그를 끝내 이 나라의 최고 권력자의 자리에까지 밀어올렸다. 그것은 그의 명예이기 이전에 한 시대가 보여줄 수 있는 치솟은 숭고였으니, 그는 우리의 자랑이었다.

그가 대통령에 당선되었을 때, 나는 역사가 이렇게 한 걸음 더 진보한다고 믿을 수 있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5년 뒤 그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라는 짐을 국민에게 떠넘기고 청와대를 떠날 때, 내겐 더 이상 그에게 실망하고 분노할 기력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 다만 그가 고향마을에 큰 집을 지어 이사하는 것을 보고, 잠깐 그 많은 공사비가 어디서 나왔을까 궁금했을 뿐.

그런데 그가 고향 뒷산 절벽 아래로 몸을 던졌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나는 왜 이렇게 내가 살아 있는 것이 부끄러워지는가. 그는 자기를 던졌는데 나는 왜 구차하게 살아 있는가? 그의 시대는 나의 시대이기도 했으며, 그의 실패는 나의 실패이기도 했는데, 왜 그만 가고, 나는 여기 남아 있는가.

내가 그에게 동의하든 하지 않든, 그는 치열했다. 이를테면 그가 권력이 청와대에서 시장으로 넘어갔다고 말했을 때, 나는 깊이 좌절하고 실망했으나, 생각하면 그것은 그 개인의 한계가 아니라 우리 시대의 한계였다. 자본이 절대 권력이 된 시대에 많은 사람들이 그 한계 앞에서 변절하거나, 세치 혀로 한계를 넘어갈 때, 그는 자기 방식으로 시대의 한계와 끊임없이 부딪혔고, 결국 좌절했다. 그가 곧 한 시대였으니 시대의 좌절이 그에게 치명적 타격으로 돌아온 것은 조금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보라, 한때 우리의 사랑을 받았던 소설가가 다른 것도 아니고 광주를 팔아 노벨상을 구걸하고 있을 때, 노무현은 모욕과 멸시 속에서 구차하고 더럽게 살기보다 깨끗이 파멸을 선택함으로써, 우리 시대가 비록 실패한 시대이기는 했으나, 적어도 비겁한 시대가 아니었음을 온몸으로 증명했다.

우리 시대가 오월 광주의 죽음에서 시작되었듯이, 모든 새로운 시대는 죽음 위에서 잉태된다. 죽지 않아야 할 사람이 죽었으니 머지않아 운명의 여신은 그 핏값을 받기 위해 우리를 찾아올 것이다. 그리고 그를 죽음으로 몰아간 자들이 그에게 적용했던 그 엄격한 도덕적 잣대로 그들을 그리고 우리를 심판할 것이다. 그 심판을 피하려면 우리 자신이 정화되어야 할 것이니, 역사는 그렇게 쇄신되는 것이다.

뜨겁게 사랑했으므로 내가 미워했던 마음의 벗이여, 잘 가오. 그대 영전에 오래 참았던 울음 우노니, 그대 나 대신 죽어, 내 마음에 영원히 살아 있으리.

- 2009. 5. 26. 김상봉. 한겨레 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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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빛나래’에게 주는 두 번째 편지

오월도 벌써 중순!
내내 춥다가 갑자기 이렇게 더워지니까 정신이 다 없네. 지구온난화 때문이겠지? --::
중간고사 이후로 우리, 너무 바쁘게 보냈더군.
지난주엔 체험활동을 무려 세 가지나 했네. ㅋㅋㅋ
몇몇 사람-민지와 령근이는 1학기에 목표량-체험활동 10회- 채울 수도 있을 듯!!
암튼 니들 불타오르는 체력에 박수를 보낸다. 짝짝짝

두 달 남짓한 시간을 함께 보냈을 뿐인데 너희들과 노는 것이 상당히 즐겁도다.
김밥 도시락도 잘 싸오고 (내가 가끔 김밥을 ‘사’가지고 가서 너희들의 지적질을 받았지? 다음부턴 조심하마. 이유는 있지만 암튼.), 시간도 비교적 잘 지키고(너무 빨리 오지 말란 말이다, 이놈들아~), 나 혼자 앞서 가도 꾸역꾸역 잘 따라다니며, 내비둬도 느그끼리 정말 잘 놀고, 무엇보다도 새로운 것을 접하는 데 대한 두려움이나 귀찮음이 없어보여서 참말로 이뿌구나. 쪽!앞으로도 이 모습 쭉~ 고고씽하길 바란다. 대입사정관제 등등의 실질적인 도움 외에도 우리들이 함께하는 소중한 이 시간들이 너희들의 삶에 어떤 ‘계기’로 가 닿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자, 각설하고... 우리 정기 모임, 13일에 할까 생각했으나 그동안 너희들 너무 바빠서 책 읽을 시간이 부족할 거라는 깊디 깊은 나의  배려심이 작동해서 한 주 미루기로 했다. 5월 20일 다음 주 수요일. 6시 1층 학습도움실. 이번 모임의 사회자는 김민지양, 서기는 손민지양되겠다. (아참! 김보연양은 지난 모임 기록을 빨랑 정리해주시기 바람.)

이번 책을 읽은 후 발표할 과제는 현대사의 굵직굵직한 사건들을 하나씩 조사+정리해서 친구들에게 10~15분씩 설명(수업)하는 것이다. 아래 사건들 중에서 자신이 발표하고 싶은 내용을 선택해서 알려줘. 같은 내용을 두 사람이 선택했을 경우는 ‘선착순’에 의해, 동시에 찜할 경우에는 공포의 ‘가위바위보’로 결정. 사건개요와 조사하면서 느낀 점 등, 발표 내용은 A4 한 장 정도로 요약해서 아이들에게 나눠주도록 하자. 사진이나 동영상 자료가 있다면 프로젝션 TV를 이용해도 좋아. 이번 과제는 사회자, 서기도 발표해야함!! 너희들이 선택하고 남은 것 하나는 내가 발표하도록 할게.

1. 1945해방과 신탁통치, 4.3 제주항쟁
2. 1960. 4.19 혁명과 1961. 5.16 군사 쿠데타
3. 1970. 11. 13. 전태일 분신
4. 1972. 10. 17. 10월 유신과 인혁당, 남민전 사건
5. 1979. 10.16. 부마항쟁과 10.26. 사태 12.12. 신군부 쿠데타
6. 1980. 5. 18. 광주민주화 운동
7. 1987. 6월 항쟁
8. 1987. 노동자 대투쟁
9. 2002. 미선이 효순이 사건
10. 2008. 촛불항쟁

다들 이번 목욜(16일)까지는 결정해서 알려다오. 자료 조사와 정리를 하려면 시간이 넉넉하지 않거든. 자기가 근현대사샘이 되었다고 생각하고 열심히 해보길 바래.

그리고 몇 가지 주의사항과 알림사항이다.

1. 읽은 책에 대한 독후감 및 체험활동 후 소감은 쓰고 있는지 궁금하구나. 김민지 외에 나에게 멜로 보내는 녀석이 왜 아직 없는 거냣? 집에 컴이 없으면 정보샘께 말씀드려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에 컴터실을 사용하는 방법도 있잖아. 글쓰기를 생활화하면 좋은데 생각보다 쉽지 않지? 일기를 꾸준히 쓰는 것이 젤 좋은 방법인데 굳은 결심을 해야 할 거구. 힘들면 이틀에 한 번 정도로 써도 되는데 말이다. 동아리 독서노트를 항상 들고다니며 활용하도록 하자.
 

2. 지난 번 보연이에 이어 이번 주 토욜 CA시간에는 민지가 발표하기로 했단다~ 다들 박수 짝짝짝!! 어떤 내용으로 할 건지 기대가 많이 된다. 영화, 책, 노래, 가수.. 무슨 내용이든 상관 없다. 알쥐? 18금 영화도 돼~ 우리끼리 비밀만 유지된다면...ㅋㅋ

3. 5월 23~24일 광주, 혹시 못가는 사람 있냐? 혹시 있으면 샘한테 와서 말해줘. 슬슬 결재를 받아야하거든. 당근 체험활동 인정된다. 1박2일이라 부모님께서 걱정하시면 샘이 전화해주마. 참가비는 만원. 그리고 이 행사 중에 [청소년이 말하는 5.18]이라고 현장에서 5.18에 대해 발표하는 시간이 있는데 신청해볼래? 상황극(짧은 연극)을 해도 되고, 노래, 시 낭송 무엇이든지 상관없다네.

4. 5월 27일(수) 19:30에 교육대학교 앞 [공간초록]이라는 장소에서 [촛불은 미래다]라는 다큐멘터리를 상영한다고 하는구나. 작년 촛불집회 때의 시민들의 모습을 찍어서 편집한 것이라는군. 나도 집회 서너 번 참여했었는데…. 너희들이 아는 사람들이 영화에 나올지도 몰라. 흐흐 촛불집회 한 번이라도 갔었다면 그대가 나올 수도 있겠지. [공간초록]은 지난 토욜 조만강 걷기에 함께 하셨던 지율스님께서 마련한 공간인데, 환경문제에 관심 있는 분들이 여러 가지 일들을 하고 계시지. 나도 아직 한 번도 못 가봐서 이번 기회에 구경 해보고 싶네. 이 영화 보러 갈  사람 있으면 샘이 델꼬 가 줄게. 야자? 물론 째야지.

5. 교무실 앞 게시판에 청소년 축제 ‘반’ 안내문이 붙어있다. 6월 6일 7일, 7월 20~22일 (2박3일)인데 여러 가지 의미 있는 활동들이 있나봐. 관심 있는 사람 나에게 오면 더 자세히 알려주지.
 

6. [전국 시낭송 축제]라는 행사도 있구나. 시낭송 대회에 관한 계획서와 신청서를 작성해서 접수한 후, 시낭송회를 가지고 그걸 UCC로 만들어 해당 홈피에 올리면 돼. 계획서가 채택되면 필요한 경비와 동아리 지원비를 준다네. 너희들이 참여하고 싶다면 신청을 해줄게. 자세한 것은 이번 주 CA시간에 홈피에 올라와 있는 UCC자료들을 보여줄게. 내가 몇 가지 봤는데 우리가 하면 더 잘할 수 있겠더라. 이런 행사에 참여해보면 재미도 있겠지만 자신감이 쑥쑥 자랄 거라서  은근히 욕심이 나는군.

7. 그리고 이어지는 5월과 6월, 아주아주아주 유익한 강연에 대한 정보가 많이 있다. 이건 그때그때 알려주지. 느들이 간다면 샘도 간다.

공부란 머리로 하는 것만은 아니다. 아니, 사실 머리로 하는 공부보다는 온 몸을 움직여 스스로 느끼는 것이 훨씬 더 내 몸과 내 삶에 깊이 와 박힌다는 것. 이런 저런 활동에 참여하면서 항상 즐거워하는 너희들 모습에 감동 먹는 나날이 지금처럼 계속 된다면 없던 힘도 뽈뽈 솟아날 것만 같다.

5월 편지 이상 끝!

2009년 5월 12일 화요일 촐촐히 비 내리는 창가에서 강낭콩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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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5-18 15: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두빛나래에게 주는 첫 번째 편지

너희들에게 쓰는 첫 번째 편지라서 그런지 조금 설레고 하고 싶은 말도 너무 많이 생각나서 무슨 말부터 해야 할까… 생각들이 삐죽삐죽 머리를 뚫고 나오는 것 같군. ^^;

우선 밀양 다녀온 이야기부터 하자. 모두가 아니라서 좀 섭섭했지만, 지난 주 토요일, 밀양 즐거웠지? 너희들과의 첫나들이, 그것도 기차여행이라 무지 좋았다. 기차 시간이 임박할 때까지 끝끝내 질문 받고 성의 있게 답변하시던 고추장 아저씨의 강연도 멋있었지만, 젤 좋은 건 뭐니뭐니해도 하루 종일 신나하고 즐거워하는 너희들 모습! 앞으로 우리는 어떤 일을 할 때 그것이 공부건 놀이건 무엇이건 간에 해보기도 전에 겁먹고 두려워하며 쫄지 말자! 일단 부딪혀보고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만큼은 열심히 ‘해보자’. 행복하게 즐길 수도 있다면 참말 좋겠지. 앞으로 정기모임, 강연, 영화보기 그리고 체험활동 등 여러 가지 경험들이 우리 앞에 펼쳐질텐데 지난 토요일의 그 모습만큼만 신나게 놀자!

밀양 [인문고전교실] 글쓰기 과제는 A4 한 장 정도의 분량으로 4월 10일까지 점필재연구소 홈피에 올려놓으셔들... 나도 들어가서 댓글 달아야지. 글 올리기 전에 먼저 샘한테 살짝 보여주면 글쓰기 지도를 해줄 수도 있음. 글로 멋 부리기보다는 자신이 느낀 것, 생각한 것을 솔직하게 쓰는 것이 중요함. 간단한 글쓰기 팁 두 가지!! 기본적으로 주어와 서술어가 호응이 되어야겠지. 그리고 한 문장은 길게 쓰는 것보다는 짧게 짧게 쓰는 것이 읽는 사람을 편하게 해준단다.

그리고 동아리 관련, 좋은 소식과 섭섭한 소식 두 가지가 있다. 뭐부터 들을? 우선 섭섭한 소식! 6반의 수은이와 (조)민지가 동아리 활동을 접기로 했다. 방과 외 수업을 들을 거라서 동아리 활동과 함께 해나가기 힘들 것 같다는 구나. 4월까지 탈퇴는 받아주기로 했으니 아이들의 의견을 존중해서 그러자고 했다. 그래서 우리 동아리 인원은 모둠별 활동하기 좋은 딱! 10명이 되었네.^^ 나머지 좋은 소식은? 김민, 손민, 보연이가 동아리 도우미를 하겠다는구나. 샘과 함께 이런 저런 자질구레한 일들을 처리하게 될테니까 다들 힘, 팍팍 보태주길 바래.

자~ 그럼 알림사항 몇 가지 나간다. 귀 번뜩 열고 들으시오~~

1. 4월 4일, 이번 주 토요일 조국 선생님 강연! 동아리 다함께 처음 듣는 강연이니까 모두들 갔으면 하는 작은(!) 바램. 혹시 못 가시는 분 있으면 토욜 CA시간까지 알려주~ [전국청소년논술토론한마당] 행사의 주제 강연으로 ‘한국의 민주주의 어디로 가고 있는가!’ 에 대해 대한민국에서 제일 잘생긴 교수님이 강연을 하기로 되어있다. ‘한국의 민주주의’도 중요하겠지만 대한민국 얼짱 교수님의 모습은 당근 한 번 봐줘야겠지? 흐흐흐  이 분은 2001년부터 서울대학교 법대 교수로 재직하면서 2007년부터는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으로 활동, ‘병역대체복무제’ 등을 주도하고 계셔. 잘생긴데다가 멋있기까지 하다니까...ㅋㅋ 이도 저도 관심 없으면 민주공원 위치가 좋으니까 봄소풍 간다고 생각하셔. 그곳에서 내려다보는 부산항 경치가 쥑이거든. 그리고 상도 많고 배울 것도 많은 [논술토론한마당]에 참여하고 싶은 사람 있으면 따로 나에게 물으러 오슈. “스따가 되고 싶으면 연락해~~~” 아참, 점심은 김밥 쏜다.

2. 4월 15일 수욜, 우리 동아리 첫 번째 정기 모임. 함께 읽고 이야기할 책은 작년 전국 서점을 강타한 『완득이』 이 책은 다들 알아서 빌려보자고 했지? 동아리회비 아껴야하니까..ㅋㅋㅋ 이미 읽은 사람도 있고, 빌려보기 충분할 만큼 주위에서 흔히 가지고 있는 책이니까. 책은 쉽고 재미있어서 금방 읽을 수 있을 거라 장담함. 기다리던 첫 번째 독후 과제는

 하나. 책을 읽은 후 느낀 점이나 생각한 점, 특별히 좋았던(싫었던) 부분과 이유, 연상되는 내 개인적인 이야기 등 써보기. 분량은 A4(글자크기 11, 좌우 여백 20, 자간 160) 한 바닥 이상은 되어야함. 이건 한 달에 한 권 책을 읽은 후 항상 따라다니는 과제가 될 거야.

 두나 『완득이』에 나오는 각종 인물들 행동이나 생각 중 나와 가장 비슷한 부분 한 가지 + 나와 가장 다른 부분 한 가지를 고르고 그 이유 말하기. 쉽게 말하면 책을 읽다가 ‘그래 나라도 이렇게 하겠다.’ 싶은 부분과 ‘어라, 나라면 절대로 이렇게 하지 않아!’ 싶은 부분을 고르고 그 이유를 우리 모두에게 설명해 주는 거지. 인물과 상황 선택은 무조건 자기 맘대로.

 세나. 우리 가족의 비밀 한 가지 들려주기. 『완득이』에는 가족에 얽힌 비밀 이야기가 참 많이 나오잖아? 완득이 아버지는 난장이고 엄마는 필리핀 사람. 담임인 똥주네 아버지는 외국인 노동자를 착취하는 공장 사장이고... 뭐 이렇게까지 깊숙한 이야기까지는 아니더라도 그저 내가 알고 있는 우리 가족의 비밀... 한 가지씩 서로 이야기해주기. 나도 한 가지 공개하지.

3. 그런데 모임 전에 우리가 정해야 할 것이 있다. 모임을 진행할 사회자와 그걸 기록할 서기를 정해야 해. 우리가 모두 열 번 정도 모임을 가질 거니까 모두들 사회자 한번, 서기 한 번 이렇게 맡으면 될 것 같아. 사회자는 각자 해온 과제를 발표할 순서를 정하고 발표한 내용을 정리하는 등 모임을 자연스럽고 편하게 진행하고, 서기는 그걸 적절하게 기록 ․ 정리(워드작업)해서 메일로 내게 보내주면 돼. (아니면 인터넷 카페를 만들어서 그곳에 올릴까? 그렇게 공유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간혹 모임 전에 샘이랑 셋이 만나서 그 달 책에 관한 과제를 의논해볼 수도 있겠고. 첫모임의 사회자와 서기는 제일 부담이 덜 하지. 하다보면 다들 실력이 늘게 되니 뒤로 갈수록 부담스러워질 확률이 높아. 자~ 누가 우리 첫 모임의 사회자, 서기를 자원 할래? 선착순 두 명!! 결정했으면 뛰어오시오~

4. 독서노트를 나눠준 후 몇 명이 물었지? 도대체 ‘두빛나래혜윰아라나르샤’가 뭔 뜻이냐고? 뭔 뜻이게? 인터넷의, 모르는 게 없는 ‘그 분’께 여쭤보고, 혹은 여기 저기 뒤져서 대충이라도 알게 된 사람은 나에게 냅다 달려오너라~ 정답이면 상을 주겠다. 우리 첫 모임 때 발표와 함께 시상하마.

첫 편지라 그런지 좀 길었지? 쉬는 시간에 만나서 이야기하자니 시간에 늘 쫓기게 되더라. 앞으로도 한 달에 한 번 이렇게 편지를 쓰게 될 것 같다. 이 편지에 대한 답장, 물론 적극 환영! 물어보고 싶은 일, 건의할 일, 샘이 빼먹은 일 등등이 있으면 답장 써서 알려 다오. 얼굴 보고 말하기 힘들다면 이멜로 보내렴. sunbean70@hanmail.net.이다

2009. 4. 2. 꽃샘추위 물러간 날에 강낭콩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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