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느티나무 > 나 하나 꽃 피어

나 하나 꽃 피어

                                     - 조  동 화

 

나 하나 꽃피어

풀밭이 달라지겠냐고

말하지 말아라,

네가 꽃피고 나도 꽃피면

결국 풀밭이 온통

꽃밭이 되는 것 아니겠느냐

  

나 하나 물들어

산이 달라지겠냐고도

말하지 말아라,

내가 물들고 너도 물들면

결국 온 산이 활활

타오르는 것 아니겠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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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1-20 12: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여울 2006-01-11 0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너무 쉽게 잊고 사는 것 같아요. ㅎㅎ
 

화암사, 내 사랑

- 안도현

인간세 바깥에 있는 줄 알았습니다.
처음에는 나를 미워하는지 턱 돌아앉아
곁눈질 한번 보내오지 않았습니다.

나는 그 화암사를 찾아가기로 하였습니다
세상한테 쫓기어 산속으로 도망가는 게 아니라
마음이 이끄는 길로 가고 싶었습니다
계곡이 나오면 외나무다리가 되고
벼랑이 막아서면 허리를 낮추었습니다

마을의 흙먼지를 잊어먹을 때까지 걸으니까
산은 슬쩍, 풍경의 한 귀퉁이를 보여주었습니다.
구름한테 들키지 않으려고 구름속에 주춧돌을 놓은
잘 늙은 절 한 채

그 절집안으로 발을 들여 놓는 순간
그 절집 형체도 이름도 없어지고,
구름의 어깨를 치고가는 불명산 능선 한자락 같은 참회가
가슴을 때리는 것이었습니다
인간의 마을에서 온 햇볕이
화암사 안마당에 먼저 와 있었기 때문입니다
나는, 세상의 뒤를 그저 쫓아다니기만 하였습니다

화암사, 내 사랑
찾아가는 길을 굳이 알려주지는 않으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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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有客         나그네

         
                                 김시습 金時習
                                 1435(세종17)~1493(성종24)
 
有客淸平寺    나그네 청평사에서

春山任意遊    봄 산 경치 즐기나니.

鳥啼孤塔靜    새 울음에 탑 하나 고요하고

花落小溪流    지는 꽃잎 흐르는 개울물.

佳菜知時秀    때를 알아 나물은 자랐고

香菌過雨柔    비 지난 버섯은 더욱 향기로워.

行吟入仙洞    시 흥얼대며 신선골 들어서니

消我百年憂    씻은 듯이 사라지는 근심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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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2006-04-16 18: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퍼갑니다. 좋군요..
해석은 달리할 수 있을 것 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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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샘 2005-12-05 1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988년 겨울에 제가 이 시를 참 좋아했답니다.
1990년에 나온 중2 국어책에 이 시가 수록되었고요.
2003 수능에 이 시가 출제되었더랬죠.
근데, 내 친구 한 놈은 이 시를 칠판에 적고 가르쳤다고, 교장이랑 싸워서 한 달 휴직도 했더랬죠.
저도 이 시 3,4연 부분을 시험지 여백에 냈더니, 교장이 고사계 선생님께 정말 교과서에 나오는지 확인시켰다는 그런 문제의 시랍니다.ㅋㅋㅋ

코마개 2005-12-05 1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헐...그런 무식한!!
조세희씨의 난쏘공도 교과서에서 보고 깜딱 놀랐습니다.
어느날 애들에게 설명하느라 다시 소리내어 읽다가 그만 목이 메어 버렸다는...
 

새벽 두 시 - 박창우

담 밑에 쪼그려앉아
참 오랜만에 실컷 울었다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할까
언제까지 이렇게 팍팍한 가슴으로
다른 아침을 기다려야할까

하나 남은 담배에 불을 붙이며 시계를 본다

나는 얼마나 걸어왔을까
저 앞만 보고 걸어가는 초침처럼, 초침의 길처럼
같은 자리를 맴맴 돌고 있었던 건 아닐까

희망의 별은 멀리 있고
그곳으로 가는 길에 대해 말하는 이 없는데
나는 날마다 어떤 길 위에 서 있다

내 몸에 흐르는 길을 따라갈 뿐
어느 별에 이를지 나는 모른다

그렇게 걸어왔다

쓰다 만 시처럼, 내 삶은 형편없고
내 마음 어둔 방에 먼지만 내려앉지만
나는 다시 어떤 길 위에 서 있을 것이다

내 몸이 향하는 그 길 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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