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게까지 잤다. 이불 속에서 꼼지락거리며 룸메이트 샘이 먼저 씻으시길 기다렸는데... 샘도 안 일어난다. 7시쯤 일어나 대충 씻고 그때 일어난 향ㅇ샘이랑 조금 이야기했다. 나보다 두 학번이 높은 지리과 샘이며 울산 사립학교에 근무하신단다. 흠...  그리곤 다시 강의실 ㅠㅠ

오늘은 천안 木川 고등학교 교장샘께 학급운영에 관한 수업을 들었다. 순도 100%의 아이들. 공부말고도 그 아이들이 스스로의 가치를 드러낼 수 있는 여러가지 활동들을 학교 차원에서 하고자 노력한다고 하셨다. 예를 들면

1. 등교길 마중하기 : 직원회의가 없는 매주 수요일, 교장샘, 교감샘, 부장샘, 비담임 중 희망하는 샘들이 교문앞에 쭉~ 늘어서서 아이들을 맞는단다. 일일이 악수하며 작은 인사와 칭찬의 말 한마디! 그런 와중에도 학생부장 샘은 아이들 교문지도를 한다는 부분 빼고 좋은 방법인 것 같다. 다른 학교의 교장샘들도 이런 것 좀 배우시지들... 뭐 학교의 상황이 다 다르고 따라서 중요시하는 교육이 다르다곤 하지만 교장샘의 살가운 아침인사를 받으며 등교하는 아이들이 전국에 몇이나 될까?

2. 여러 가지 칭찬할 거리를 만들어 매달 반마다 세 명씩 시상, 시상 장면을 찍은 커다란 사진을 부상으로 주고. 고등학교에 다니는 머리 굵은 아이들... '상'이라는 것이 그다지 큰 교육적 효과가 있는 건 아닐테지만 이 자체로 즐길 수는 있을 것 같다. 시상한 날 수상한 아이들에게 다과회를 베푸는 것도 좋은 아이디어인 것 같다.

3. 학교 홈피를 이용한 칭찬합시다. 흠... 이것도 시상을 한단다. 아이 사진을 넣고 '칭찬왕'이라는 증명서를 준다네. 학교장의 직인도 물론이고. 두 개를 만들어 하나는 교실에 게시하고 하나는 본인이 보관하도록 하고.

4. 잔반 ZERO운동!! 정말 학교 급식엔 잔반이 많이 남는다. 내가 학교 급식을 적극 반대하고 도시락을 권장하는  이유 중의 하나다. 잔반을 수거해가도록 하는 데만 한 달에 30여만원이 든단다. 그리고 그렇게 버려진 잔반은 쓰레기가 된다. 도시락이 거의 불가능한 상황에서 반찬을 남겨서는 안 되는 이유를 설명해주는 식사지도가 필요하다. 목천 교장샘은 본인이 아이들이랑 같이 배식하고 잔반통 옆에서 다른 샘들과 함께 잔반 버리는 모습을 지켜보기도 하신다니 암튼 열성적인 건 확실하다.

5. 화단가꾸기 : 아이들이 너무나 화단을 가꾸지 않아 반마다 일정 분량을 떼주고 가꾸도록 한단다. (화분에 고추를 심어 아이들과 함께 기른다는 내가 아는 몇 샘들이 생각났다. 이 샘들에게 이런 학교운영자가 있다면 얼마나 좋아하실까? 물론 가시적인 성과물을 내기위해서 억지로 시키는 것 아니라는 전제하에!) 물론 제일 잘 가꾼 반에는 또 상장~

그 학교에 함께 근무하는 샘들의 일상이 이런 자잘한 일들로 무척이나 고되고 피곤하리라는 것은 짐작이 된다. 교장샘 본인의 말씀이니 얼마간 미화되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그런 부분을 감안하더라도 학급운영에 좋은 아이디어를 제공받은 건 사실이다. 

이를테면 이런 것들이다.

아이들을 많이 많이 칭찬해주어야겠다는 것. 이건 1학기때부터 나도 늘 맘에 되뇌인 부분인데 정말 실천은 어렵다. 2학기 때부터는 최소한 하루에 한 명은 칭찬(격려, 관심)을 보여주어야겠다. 마음 먹어도 자꾸 까먹는 부분인데 출근할 때마다 마음 속에 한 명씩 찜해두었다가 그날이 가기 전에 꼭 칭찬해버리고 말리라. 그리고 일주일에 두 명 칭찬받을 만한 친구를 아이들에게 추천하라고 해서 상을 주고 수상 장면을 사진으로 찍어 부상으로 주면? 번거로울까? 방학까지 계산에 넣으면 대충 우리반 녀석들 모두를 칭찬할 수 있을 것 같긴한데... 물론 한 번 상받은 아이는 두 번 못 받는 것으로 하고. 학교 홈페이지 칭찬합시다 코너에 이렇게 상을 받은 아이들의 선행에 대해 글을 올리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수업시간에 예쁜 짓하는 다른 반 녀석들도!)

우리반 칭찬거리를 교실 앞 출입문에 정리해서 붙이는 건? 이를 테면 서예대회에서 상을 받은 혜ㅈ, 환경의 날 기념 글쓰기 대회에서 상을 받은 수ㅈ, 학업우수상을 받은 ㅁ정, ㅁ경, ㅎ영. 그리고 지난 5월 체육대회에서 우리반이 받은 상도 복사해서 붙이고. ^^

1학기  [우리 반 친구들, 칭찬합시다] 정리한 자료를 교실에 붙여두고 왔는데 이름이 많이 오르지 못한 아이들이 괜히 새초롬해졌을까 조금 걱정이 된다. 학교생활기록부 정리할 때, 꼭 참고로 해야지.

방학하기 하루 전날이던 14일 금요일, 지난 학교 예쁜이 두 녀석 -마와 류- 를 4년만에 만났다. 저녁 약속이 있어서 학교앞 중국집에서 탕수육이랑 냉면만 먹고 헤어졌는데... 녀석들 말이 내가 담임했던 그해, 정말 사진을 많이 찍었고 고등학교 다니던 추억 중 많은 부분이 그 사진을 보면 떠오른다는 것이다. 내 낡은 케녹스 카메라로 그 해에는 정말 사진을 많이 찍었다. 아이들이랑 영화도 보러다니고 미선이 효순이 집회도 다니고 생일잔치도 하고... 암튼 그때마다 늘 낡은 내 사진기도 같이 있었고 닥치는 데로 아이들을 찍어서 원하는 아이들에게 사진을 찾아주었다. 그 사진들은 내게도 남아있다. 그 후론 디카가 생활화 되면서 크고 투박한 그 사진기를 꺼내는 일이 줄어들었다. 재작년 담임할 때만 해도 아이들 생일잔치, 수행평가 치르는 모습 등등 좀 찍었었는데 올 해는 거의 그러질 못하고 있다. 딴에는 이젠 반 아이들 반은 가지고 있을 디카를 활용하여 학급카페에 올리도록 하자는 계획이었는데 아이들도 나도 그게 잘 되질 않는다. 작고 예쁜 수동카메라 -로모보이-를 하나 사든지 아니면 투박한 내 케녹스를 고집하던지.. 이번 연도도 얼마남지 않았는데 이젠 카메라를 손에서 놓지 말아야겠다.

아이들..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법에 대해서도 가끔 이야기를 해주어야겠다. 사실 재작년부터 2월, 아이들이 고3 올라갈 즈음엔 수업중에 '먹거리의 중요성'에 관해서 길게 이야기를 해주곤 있지만 아이들은 여전히 매점에 붙어살고, 살이 찌고, 변비에 시달리며 여드름 왕자/공주들이 된다. 에휴~~~ [과자, 우리아이를 망치는...]을 우리반 아이들에게 빌려주어야겠다. 아토피 3명, 과민성 대장염 1명, 허리통증2명... 지금까지 보지못한 이런 질병들이 서서히 가시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하는 것이다. 건강과 행복, 뗄래야 뗄 수 없는 아주 중요한 것들이다.

賞, 특히 '학교'나 '정부'에서 주는 상에는 부정적인 면이 있다. 중학교 다닐 때, 아이들의 추천에 의해 모범상을 세 번이나 연거푸 받은 적이 있는데... 지금 돌아보면 그 상 차체가 나를 옭아맨 부분이 많았던 것 같다. 싫어도 상 받은 것 때문에 싫다고 말 못하고, 거절 못하고... 나를 속이고 끊임없이 남의 잣대와 평가에 맞추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사실 상이라는 건 체제순응적인 인간으로 만드는 당근의 일종이다. 상받기를 과감하게 거부하며 끊임없이 체제를 벗어나고자 하는, 그렇게 '야성'이 펄떡펄떡 살아있는 아이들을 보는 통쾌함을 어떻게 포기할 수 있을까? 체제순응적인 인간으로 만들기 쉬운 賞의 한계를 극복할 방법이 있을까?

오늘 수업은 정말 힘들었다. 중간에 쉬는 시간도 없이 빡빡하게 두 시간씩 네 가지 강의를 들었다. 마지막 교육공학 수업 때에는 교수님 말씀도, 교재 내용도 하나도 눈에 들어오지 않고 짜증만 났다. 수업 중에 집중하지 않는다고 구박했던 아이들 생각이 절로 났다. 흠... 그렇다고 학교로 다시 돌아간다고 내 버릇이 고쳐질 것 같진 않다. 여전히 구박하고 야단치겠지. 그러나 좀더 부드러운 목소리 다정한 눈빛으로.  가끔 너무 힘들어 보이면 5분 정도 쉴 수 있도록 배려해주는 아량은 만들어봐야겠다. 하나 더! 수업시간은 정확하게 지켜주어야겠다. '땡'하면 바로 수업시작해서 '땡'하면 바로 마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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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7-21 08: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해콩 2006-07-21 19: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피시식 ^.,^; 속삭여주신 님~ 물론 저도 그분들의 '자뻑'의 진수를 보여주는 자화자찬을 모두 믿지는 않아요. 사람이 그 본질을 속일 수는 없다고 보거든요. 그런데 가끔은 믿고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또 가끔 아이디어를 얻을 수는 있겠다는 생각은 들어요.근데 그 '얍실'하다는 표현, 정말 '딱~'이예요.ㅋㅋㅋ
 

교육법규, 청소년의 문제, 교과교육의 동향, 교사론 수업.

 

9시에 시작해서 12:30~2:00까지 점심시간, 5:30 꽉꽉 채워서 수업한다. 늘 뭔가 허전하다. 강의실 박차고 뛰어나가고 싶은 맘 굴뚝같다. 나이 지긋하신 할아버지 교육학 샘들.. 자기 딸도 교사인데 '관계'가 중요하니까 교장에게 상품권이라도 갖다주라고 했다는 이야기에 꺽꺽 넘어갈 뻔했다. 교육학 교수가!! 다음 주에 있을 교육학 시험. 시험 문제는 물론 답까지, 답은 물론 정답지 순서까지 알려주니 정말 자존심 상하고 쪽팔려서... 속으론 이렇게 생각하면서 실은 입밖에 한 마디 불평도 못했다. 괜히 옆에 앉은 친구에게만 투덜거릴 뿐. 부끄럽고 민망하다. 저 교수들은 이 땅의 교사들을 어떻게 볼 것인가? 내 눈에도 저 분들... 갸우뚱스럽다. 연세 드신 샘들도 많으니까, 그저 이렇게 앉아서 8시간씩 수업 들으시는 것만으로도 너무 대단하시니까 하며 너그럽게 이해해야하는 건 아니지 싶다.

 

앞에 앉은 남샘이 ㅇ주를 돌아보며 "제주도에서 오셨다면서요?"했다. "샘은 어디서 오셨나요?" 했더니 '광주'에서 왔단다. "좋으시겠어요" 진심을 담아 내가 말했다. "왜요?" "거긴 경상도 같은 분위기는 아니잖아요? 좀 더 민주적이지 않나요?" 했더니 대답을 못한다. 오늘 내가 또 실수했나보다. 그냥 "광주, 좋잖아요~" 할걸... ㅠㅠ

 

아침에 처음으로 룸메이트 얼굴을 봤다. 맘 좋게 생긴 가정과 샘. 천천히 사귀어봐야지.

 

* 오늘의 뱀발

1. 아이들 입장을 돌아보자.

2. 판단/ 평가하려는 마음은 내려놓자.

3. 내 수업 스타일 돌아보자. : 인상쓰지 말고 수업하기/ 수업내용... 너무 지엽적인 것에 연연하고 있지는 않은지. 진정 알아야할 본질은 놓치고 있는 것 아닌지..

4. 2학기 상담 계획 : 샘이 내 주는 공통 질문 (가장 행복했던 때/ 가장 불행했던 때/ 자기 성격의 장단점/ 샘이 생각하는 ㅇㅇ이의 장단점/ 원하는 대학, 학과 자료 인쇄해오기/ 무얼하며 어떻게 살아갈 건가? 어떤 사람이 될건가? 왜 사는가?)... 이래가지고서야 한 명이라도 상담하러 올까? -..- :: (상담장소 알아보기)

5. 부수그림 PPT로 작업해두기. (보여주며 설명하고 알아맞추기 수업)

6. 질문하러 오는 아이들에게 토큰 부여하고 갯수만큼 수행평가 점수 올려주면? 내가 너무 번거로울까? 알면서 일부러 물으러 오는 녀석들이 너무 많을까?..

7. 대학서림 것으로 내년 교과서 바꾸기

8. 내년 2월, 학년 말에 아이들 설문조사 '교사로부터 받은 상처/위로'

 

자~ 내일은 학교 후배들이랑 저녁 먹으러 가기로했고.. 지금부터 뭘할까? 공산성에 가볼까? 책을 볼까? 일단 요가원이 없는지 알아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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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울 2006-07-20 0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산성 괜찮지요. 산성한바퀴 40-50분 정도 운치있고 좋더군요. 가까운 곳에 계시는군요. ㅎㅎ

해콩 2006-07-20 1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지 않아도 대전에 계시는 여울마당님께 알려드릴까?... 생각 중이었어요 ^^ 어젠 공산성엔 못갔구요 혼자서 영화를 봤어요. 마침 공주대 앞에 극장이 두 개나 있지뭐예요. '비열한 거리' 마지막 날, 마지막 회. 봤지요. 11:15분에 영화 끝나고 기숙사 들어가서 씻고나서도 겨우11시 45분! 대단하죠? 공산성 말고 또 다른 좋은 곳은 없을까요?

2006-07-20 16: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BRINY 2006-07-20 2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할아버지 교육학샘!하면 저도 할 말이 있습니다. 경기도 교사들 모아놓고, 강북과 강남의 문화차이 운운하면서, 결국은 자기집이 서울 옥수동인데 집값은 한강 건너 압구정의 반밖에 안하지만, 아들은 운좋게 압구정에 있는 고등하교 나오고, 강북에 사는 사촌보다 좋은 대학갔다, 그렇다고 강북사는 애가 잘못이라는 게 아니고, 잘못이 있다면 부모가 잘못이지...운운하더이다. 허!
그런데 저희보다 수업을 20분 덜 하시는군요...같은 경기도 A대나 K대보다 저희가 20분 수업 덜한다고 좋아했더니...

해콩 2006-07-20 2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브리니님 ㅋㅋ 사실 연세가 많으신게 문제는 아닐텐데 뭐가 문제일까요? 암튼 하종강씨의 강연 같은, 그런 감동적인 강연을 기대하는 건 무리겠지요? 하종강 아저씨는 정말 사람의 눈물을 쏙 빼놓던데..많이 울었어요. 저희가 수업을 20분이나 덜하고 있다는 말이 어찌나 위로가 되는지... 그건 그렇고 저랑 같이 연수일기 안 쓰실래요?

BRINY 2006-07-20 2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연수일기요?? 오늘 애들 방학식했는데, 아직 성적표 통신문도 안 썼습니다^^;; 그냥 여기 더부살이하면 안될까요??

해콩 2006-07-21 2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브리니님*, 더부살이 쌍수환영] 플랭카드 내다 걸었습니당~
 

이번 여름 방학! 무언가 해야할 것 같은데 (이것도 일종의 강박증이다) 별로 할 만한 게 없어서 1정 연수를 신청했다. 수업시간에 조금씩 딸리는 것도 사실이고, 미처 예상하지 못한 아이들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응? 찾아보고 대답해줄게~"라는 뻔뻔스런 대답을 하는 것도 민망하고. 공부가 필요한 시점을 넘어섰다.

 남들은 어제 한 일을 오늘 아침 부랴부랴.... 7:30분! 대전 가는 첫차에 몸을 실었다. 어젠... 터미널까지 왔다가 표가 매진되어 바로 돌아서서 집으로. 그 무거운 배낭 낑낑 매고. 내가 미쳐.... 여기는 부산이고 17일은 연휴 마지막 날인데 그걸 예상 못하다니. 하지만 뭐 어때? 아마 내일 오전 수업은 등록하고 뭣하고.. 흐지부지 띵구는 거지 뭐. 게다가 아침 버스는 얼마나 다양한 풍광을 보여주는데.. ^^

예상 적중! 부산엔 오다 말다 하는 비가 위로 올라갈수록 水中, 水國같은 느낌이다. 내리는 비 속에 사방이 안개로 가득하다. 흘러가는 안개 덩어리들이 솜사탕 같다. 산굽이 넘어가는 안개덩이. 저렇게 유연한 넘실거림.

간혹 하늘이 밝아오는 하늘에 설핏 든 잠이 깨기도 했다. 비도 잦아들고. 여기는 어디쯤? 황간! 안개를 보면 조병화 시인이 생각난다. 어릴 적 읽었던 그의 시들. 몇년 전 이사하면서 그의 시집을 다 버렸다. 소녀적에 샀던 몇 권 안 되는 시집들이었는데. 그땐 그의 시편들은 소녀적 감수성에만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너무 감상적이기만 하고 사회문제에 대한 의식이 부족하다고. 그냥 그 자체로 받아들이고 인정할 것을. 누렇게 흘러내리는 강물은 먹먹하고 하늘은 다시 막막해진다.

늦잠자고 허겁지겁 나오느라 물 한 잔 들여주지 못한 위장에 원두커피 한 잔을 쏟아부었다. 속은 쓰리지만 잠은 달아났다. 커피향.. 비오는 날 더 좋다. 까무룩 졸다가 10:20 대전 도착. 친절한 사람들이다. 동부시외버스터미널.. 물어봤더니 근처 아저씨들 서너명이 애쓰신다. ^^; 11:00 공주로 출발하는 표를 끊고 롯데리아로 가서 '치즈스틱' 사먹고 그곳 화장실을 이용하고 다시 터미널로 돌아와 출발~ 11:50분경 신관동 공주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 택시타고 공주대학교 비전하우스로! 12시 열쇠받고 입실. 룸메이트 이름이 '이향아' 몇년 전 담임했던 우리반 아이랑 같은 이름이다. 성은 다른가??? 아직 얼굴은 보지 못했다.

다짜고짜 같이 연수받는, 얼굴도 모르는 후배 박희ㅈ샘에게 전화를 해서 어디서 수업하는지, 몇 시부터인지 물어봤다. "선배, 왜 안 왔어요?" 전화번호를 어떻게 알아냈는지 물어보지도 않고 내게 던진 질문이다. "어머, 당황스러워라~" 이렇게 친밀하게 반응할 줄은 몰랐는데.. 역시 이래서 학연이 끊어지지 않는다. 어떠랴. 뭐 이권개입이 없을텐데. 나는 이번 연수에선 철저히 혼자 놀거다. 아무튼 교양관 301호.

익숙하게 혼자 점심을 먹고 이도 닦고 강의실을 찾아갔다. 중간에 매점 들러 휴지랑 치약도 사고. 아~ 학연으로 매인 사람들이 이렇게 많을 줄이야. 6명/30명!! 으아... 아무튼 혼자 놀아야지... 라고 생각했는데 동기를 발견했다. 제주도에서 이까지 이 연수를 받으러 왔단다. 제주도? 우와 좋겠다. 내입에서 맨 처음 터져나온 말이다. ㅇ주가 그럼 나랑 바꿀래? 했을 때... 그래, 라고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제주도는 좋은데 혼자 살아가는 건 무섭다.

ㅇ주, 녀석에겐 이상하게 빚을 진 느낌이다. 옛날 어느 날 녀석이 나를 대상으로 열심히 선교활동을 펼칠 때, 쌩뚱맞은 대답으로 무안하게 만들어주었던 기억이 아직도 미안함으로 남아있기 때문일거다. "천국? 사람이 행복을 느끼는 환경을 어떻게 일률적으로 만들 수 있지? 어떤 사람은 그곳이 지겨울텐데"라는 대답으로 그 아이가 말하는 '아름다운 천국'에 대한 나의 생각을 말해주었더랬다. 그렇게 뻘쭘하게 둘이 나란히 앉아있던 기억... (내 고등학교 때 친구는 말했었다. 내게서는 信心.. 아니 神心인가?? 가 느껴지지 않는다고) 늘 무거운 배낭을 메고 바쁘게 교정을 누비며 선교활동을 펼치던 그 조그마한 착한 아이. 나처럼 나이를 먹어 이곳에 나랑 같이 있다. 친절하고 다정하게 잘 대해주어야지. 노는 건? 혼자 하더라도!

수업은.. 교육학 관련 수업이었는데 뭐 그저그렇다. 두 번째 시간 -교사론 교수님이 소르라테스를 설명하다가 우리나라 교사들의 문제점에 대해 이야기했다. 집에 책과 책장과 서재가 없다고. 교수님도 일선 학교에서 교사로 몇년 있었는데 그때.. 일부 교사들.... 카드오락이나 심지어 증권프로그램까지 깔아놓고 하더라고. 그러면서 당신이 공부하던 책은 확 덮어버리며 "무슨 공부고.. 오늘 시간있제? 나중에 고 한판 OK?' 하더라고.

사실 나도 봤다. 증권을 하는 교사나 늘 오락프로그램-바둑, 폭탄터뜨리는 거, 포카.. 등등.. 사실 짬짬이 하는 인터넷 쇼핑은 흉볼거리도 못 된다.-  그런데 그런 이야기를 하는 교수가 못마땅하게 느껴진 건 역시 가재는 게편이어서일까? 이렇게 물어보고 싶었다. "그 교사들이 그렇게 행동할 때, 교수님은 어떻게 하셨나요? 그 부당함에 대해 이야기하셨나요? 인상만 찌푸리며 속으로 욕하셨나요? " 애정을 가지고 동료를 비판하고 잘못을 지적하고 고쳐주지 않았다면 우리는 모두 '공범자'가 아닐까? 물론 인상만 찌푸리며 아무 말 못했던 나를 포함해서. 역시 평가가 필요한 걸까? 물어보고 싶었다.

ㅇ주랑 둘이 저녁 먹고 7시에 만나 물건 몇 가지 사고 도서관에서 [그래도 희망은 노동운동] 읽었다. 지금 11시. 룸메이트는 잘까? 미안한 시간이 되기 전에 들어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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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티나무 2006-07-18 2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연수 일기를 훔쳐(?) 읽을 기대로 마음이 부푸네요. 전 어제 오늘 캠프 다녀왔어요. 비가 좀 와서 걱정도 했는데, 모든 게 무사히 끝나서 다행~! 낼부턴 보충하는 날이 이어지네요. 연수 잘 받고, 틈틈히 일기도 올려주시면 슬쩍 슬쩍 들렀다가 가죠^^

BRINY 2006-07-18 2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쩐지 반가운데요^^ 저는 지난 금요일부터 1정 연수중입니다. 그냥 집에서 버스-전철-버스로 다니고 있구요. 그런데 교양 교직 수업은 솔직히 실망이여요..빨리 전공 수업 듣고 싶어요~

글샘 2006-07-19 0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대학생이 되셨군요. 도서관도 가시고...
저도 어디 가서 한 달간 혼자 놀다 왔으면... 소원입니당...
건강하게 잘 공부하고 오셈.

해콩 2006-07-19 18: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느티나무님 그 비 오는데 캠프 @@;; 대단한 내공이십니다. 大哥[따거]('큰 행님'이라는 뜻!) 날씨가 이래서 그런지 작년 도보여행 생각이 가끔 나네요. 안면도, 태안, 서산을 거치던... 걷기 좋은 날씨예요. ^^

BRINY님도 연수받으시는군요~ 흠... 이곳도 교직수업은 영~~ 이예요. 오늘은 심지어 시험문제는 물론 답까지 다 알려주드라구요. 정답 답지 순서는 가나다라가나다라 순서래요. 농담인 것 같죠? 절대 농담 아니라는대요. 저도 전공에 기대하고 있어요. 전공공부 안 들여다본지 너무 오래되서 따라갈랑가 몰겠어요. ^^;

글샘샘~ 저 대학생 맞잖아욤! 방송통신대학교 중문과 애매한 3-4학년이잖아요..ㅋ 혼자 열심히 놀아보려고 왔는데 글쎄 8/30이 아는 사람이지 뭐예요. 죄짓고는 못살겠어요. 글샘샘께선 이번 방학 때 무슨 연수 들으시는지 궁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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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매지 2006-07-17 2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37778

에잇. 놓쳐버렸다. 이거라도. ^^;

해콩 2006-07-17 2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깝다.. 7777 이매지님 7778도 즐거워요~ ^^

해콩 2006-07-17 2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37788

칙칙폭폭...

 

냉동실에 이틀동안 꽁꽁 얼린 42개의 요플레를 들고 낑낑대며 교무실에 들어섰다. 일단 7월 출결정리를 끝내야 성적표에 출결사항이 제대로 찍힐거다... 고 생각했는데 결국 학교생활기록부 반영을 안해서(마감을 제대로 안해서일지도.. ) 7월 출결이 누락된 채로 인쇄되었다. --;  어제 마련해둔 성적료 발송용 봉투에 일일이 접어넣었다. [학부모님 편지-7월]과 [아이와 '통'하나요?]까지 혼자 접어넣으려니 늦겠다. ㅅ희와 ㅇ린이가 도와주어 20분만에 끝냈다.

셋이서 열심히 접어넣기 하고 있는데 학년 부장샘께서 '직원연수'를 안 간다고 뭐라 하시길래 '죄송합니다', '사전에 약속이 잡혀있었습니다...' 하다가 그래도 계속 당연한 의무, 성실한 학교생활 등등을 잣대로 '바람직한 교사의 태도'를 요구시길래 한 마디 했다. "연수 내용이 뭔데요?" 했더니 화제를 바꾸신다. 연수? 그저 다 같이 기장에 회 먹으러 가는 거다. 그런 방법으로 친목이 도모되고 교직원 단합이 잘 될 것 같으면 지난 주 직원회의 성과급에 관한 분회장의 안내발언에 장님께서 그런 몰상식한 반응을 보이지는 않으셨을까? 아무튼  여교사들은 거의 안 가는데도 평소에 걷는 상조회비로 참여한 사람들끼리 회 잔뜩 드신다. 그리고 부족하면 상조회비를 더 걷는다. 올해도 3만원이다 더 냈다. 영양가 있는 '연수'라면 오지말라고 해도 갈거다.

앗! 이야기가 옆으로 샜다.  성적표를 다 접어넣은 뒤 학부모님들에게 문자를 보냈다. "ㅇㅇ어머님, 오늘 1학기 성적표와 7월 담임편지 보냅니다. 방학숙제도 챙겨봐주세요. - 10반 담임" 그리고 한 통 더 "ㅇㅇ어머님, 성적표 확인하신 후 문자 보내주시면 무사히(?) 받으신 걸로 알겠습니다^^; 또 10반 담임" 사실 좀 잔인한 짓이다. 아이들이 빠져나갈 틈을 안주니... 좀 미안하다... 하지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아이들 성적표 1년 내내 받아보지 못하는 학부모님이 반은 넘을거다.... 그래도 역시 미안하다.  이 짓, 이제 그만둘까? 헷갈린다.

이렇게 더운데 운동장에서 방학식을 한단다. 에잇~ 교실에 들고 들어갈 것들 다 챙겨놓고 운동장으로 나갔더니 그야말로 푹푹 찐다. '한 학기 수고 많았다, 방학 잘 보내라, 떨어진 성적 방학 중에 보충해라, 보충수업 열심히해라' 등등을 섞어 아이들과 수다를 떨었다. 가끔씩 '조용히 해야 빨리 마친다' 고 외치며 '지도'하는 '바람직한 자세'도 보이며. 아이들이 자꾸 묻는다. "샘 숟가락 안 가지고 왔는데 어떡해요?", "숟가락이 왜 필요해요?" "오늘, 급식해요?" ㅋㅋ 기대해라 녀석들아!! 이럭 저럭 교장샘의 훈화(내용이 내가 일상적으로 아이들에게 하는 잔소리와 너무 비슷해서 놀랐다.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하는 잔소리는 늘 비슷하기 마련인가보다. 아~ 나도 역시 기성세대다)가 끝나고 예상대로 학생부장샘의 훈시!

청소하고 종례하고 집에 보내면 되는데... 아니, 시원한 교실에서 종례부터하고 청소하는 게 낫겠다. 이것 저것 주섬주섬 챙겨 교실에 들어섰다. 아이들이 1/3이 없다. 정수기 앞에 붙어 서 있을거다. 아니나 다를까 물컵을 들고 아이들이 하나 둘 들어온다. 그런데....  승ㅇ이가 들고 들어오는 저건 뭐냐.. @.@  며칠 전 비빔밥 비벼먹을 때 쓴 왕대접이다. 물을 가득 담아와서 돌려가며 마시는 센쓰!! 저 뒤에 줄 섰던 아이는 죽음이었겠다. 저렇게 창의력 있는 아이들을 누가 머리가 나쁘다고 하였나 ㅋㅋ.  상장부터! ㅎ영, ㅁ경, ㅁ정이의 학업우수상, 그리고 지난 번 환경글쓰기 대회에서 수ㅈ가 상을 받았다. 부상으로 도서상품권 만원. 수ㅈ가 상을 받으니 너무 좋다~ 다음엔 학교에서 나가는 방학중 생활 유인물 나눠주고, 내가 준비한 '방학 다이어리'와 '담임이 제안하는 숙제' 도 나눠줬다. 역시 알록 달록 예쁜 색지에 인쇄해서 나눠주니 아이들 반발이 별로 없다. 여러가지 활동이 들어간 방학숙제도 마찬가지. 보충 안 하는 녀석들에게만 내주는 수학 영어 숙제에 대해서도 예상외로 별 짜증없이 받아들인다. 녀석들!! 체제순응적이다. 아니면 나의 페인팅- 색지에 넘어갔거나. ㅋㅋ 마지막으로 성적표 나눠주고. 

교탁 위에 살살 녹으려는 딱 좋은 상태의 요플레를 꺼냈다. 절대로 자기 자리에 얌전히 앉아있는 법 없는 윤ㅇ나 녀석 왈 "샘 정말 센스 있으시네요" "야, 나 무거워 죽는 줄 알았다~" 엄살 한 번 떨어주고.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셔서 그저께부터 상고결인 은ㅈ 것은 내가 먹었다. 10여분 동안 함께 오물오물... 이유없이 (아니면 나는 도저히 모르겠는 이유로) 나를 싫어하는 정ㅈ녀석도 오늘은 쌩글쌩글... 예뻐서 몇 숟가락 나눠줬다. 나는 밸도 없나보다. --;

오늘따라 녀석들, 청소도 잘한다. 청소 후 말끔해진 교실, 교탁 앞에서 "샘, 공주대학교에서 연수 받는데 편지보내면 답장 써준다, 모두들 방학 잘 보내고~"를 마지막으로 1학기 종례를 하고 마쳤다.

올 1학기는 정말 짧은 느낌이다. 아이들과 무난해서 그런가보다. ^^

덧붙임.. 성적표 담임통신란에 기말고사 반 등수를 기입해서 보낸 것이 아무래도 맘에 걸린다, 그럴 필요 없었을지도 모르는데... 사소하고 일상적인 일에서부터 나도 '경쟁의 신화'에 쩔어있는 건지도 모른다. 이것도 하지말까? 헷갈린다. 난 매일 헷갈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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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7-16 02: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BRINY 2006-07-16 09: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성적표 확인 후 문자..오호~ 잔인하긴 하지만, 저도 한번 써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