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게까지 잤다. 이불 속에서 꼼지락거리며 룸메이트 샘이 먼저 씻으시길 기다렸는데... 샘도 안 일어난다. 7시쯤 일어나 대충 씻고 그때 일어난 향ㅇ샘이랑 조금 이야기했다. 나보다 두 학번이 높은 지리과 샘이며 울산 사립학교에 근무하신단다. 흠... 그리곤 다시 강의실 ㅠㅠ
오늘은 천안 木川 고등학교 교장샘께 학급운영에 관한 수업을 들었다. 순도 100%의 아이들. 공부말고도 그 아이들이 스스로의 가치를 드러낼 수 있는 여러가지 활동들을 학교 차원에서 하고자 노력한다고 하셨다. 예를 들면
1. 등교길 마중하기 : 직원회의가 없는 매주 수요일, 교장샘, 교감샘, 부장샘, 비담임 중 희망하는 샘들이 교문앞에 쭉~ 늘어서서 아이들을 맞는단다. 일일이 악수하며 작은 인사와 칭찬의 말 한마디! 그런 와중에도 학생부장 샘은 아이들 교문지도를 한다는 부분 빼고 좋은 방법인 것 같다. 다른 학교의 교장샘들도 이런 것 좀 배우시지들... 뭐 학교의 상황이 다 다르고 따라서 중요시하는 교육이 다르다곤 하지만 교장샘의 살가운 아침인사를 받으며 등교하는 아이들이 전국에 몇이나 될까?
2. 여러 가지 칭찬할 거리를 만들어 매달 반마다 세 명씩 시상, 시상 장면을 찍은 커다란 사진을 부상으로 주고. 고등학교에 다니는 머리 굵은 아이들... '상'이라는 것이 그다지 큰 교육적 효과가 있는 건 아닐테지만 이 자체로 즐길 수는 있을 것 같다. 시상한 날 수상한 아이들에게 다과회를 베푸는 것도 좋은 아이디어인 것 같다.
3. 학교 홈피를 이용한 칭찬합시다. 흠... 이것도 시상을 한단다. 아이 사진을 넣고 '칭찬왕'이라는 증명서를 준다네. 학교장의 직인도 물론이고. 두 개를 만들어 하나는 교실에 게시하고 하나는 본인이 보관하도록 하고.
4. 잔반 ZERO운동!! 정말 학교 급식엔 잔반이 많이 남는다. 내가 학교 급식을 적극 반대하고 도시락을 권장하는 이유 중의 하나다. 잔반을 수거해가도록 하는 데만 한 달에 30여만원이 든단다. 그리고 그렇게 버려진 잔반은 쓰레기가 된다. 도시락이 거의 불가능한 상황에서 반찬을 남겨서는 안 되는 이유를 설명해주는 식사지도가 필요하다. 목천 교장샘은 본인이 아이들이랑 같이 배식하고 잔반통 옆에서 다른 샘들과 함께 잔반 버리는 모습을 지켜보기도 하신다니 암튼 열성적인 건 확실하다.
5. 화단가꾸기 : 아이들이 너무나 화단을 가꾸지 않아 반마다 일정 분량을 떼주고 가꾸도록 한단다. (화분에 고추를 심어 아이들과 함께 기른다는 내가 아는 몇 샘들이 생각났다. 이 샘들에게 이런 학교운영자가 있다면 얼마나 좋아하실까? 물론 가시적인 성과물을 내기위해서 억지로 시키는 것 아니라는 전제하에!) 물론 제일 잘 가꾼 반에는 또 상장~
그 학교에 함께 근무하는 샘들의 일상이 이런 자잘한 일들로 무척이나 고되고 피곤하리라는 것은 짐작이 된다. 교장샘 본인의 말씀이니 얼마간 미화되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그런 부분을 감안하더라도 학급운영에 좋은 아이디어를 제공받은 건 사실이다.
이를테면 이런 것들이다.
아이들을 많이 많이 칭찬해주어야겠다는 것. 이건 1학기때부터 나도 늘 맘에 되뇌인 부분인데 정말 실천은 어렵다. 2학기 때부터는 최소한 하루에 한 명은 칭찬(격려, 관심)을 보여주어야겠다. 마음 먹어도 자꾸 까먹는 부분인데 출근할 때마다 마음 속에 한 명씩 찜해두었다가 그날이 가기 전에 꼭 칭찬해버리고 말리라. 그리고 일주일에 두 명 칭찬받을 만한 친구를 아이들에게 추천하라고 해서 상을 주고 수상 장면을 사진으로 찍어 부상으로 주면? 번거로울까? 방학까지 계산에 넣으면 대충 우리반 녀석들 모두를 칭찬할 수 있을 것 같긴한데... 물론 한 번 상받은 아이는 두 번 못 받는 것으로 하고. 학교 홈페이지 칭찬합시다 코너에 이렇게 상을 받은 아이들의 선행에 대해 글을 올리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수업시간에 예쁜 짓하는 다른 반 녀석들도!)
우리반 칭찬거리를 교실 앞 출입문에 정리해서 붙이는 건? 이를 테면 서예대회에서 상을 받은 혜ㅈ, 환경의 날 기념 글쓰기 대회에서 상을 받은 수ㅈ, 학업우수상을 받은 ㅁ정, ㅁ경, ㅎ영. 그리고 지난 5월 체육대회에서 우리반이 받은 상도 복사해서 붙이고. ^^
1학기 [우리 반 친구들, 칭찬합시다] 정리한 자료를 교실에 붙여두고 왔는데 이름이 많이 오르지 못한 아이들이 괜히 새초롬해졌을까 조금 걱정이 된다. 학교생활기록부 정리할 때, 꼭 참고로 해야지.
방학하기 하루 전날이던 14일 금요일, 지난 학교 예쁜이 두 녀석 -마와 류- 를 4년만에 만났다. 저녁 약속이 있어서 학교앞 중국집에서 탕수육이랑 냉면만 먹고 헤어졌는데... 녀석들 말이 내가 담임했던 그해, 정말 사진을 많이 찍었고 고등학교 다니던 추억 중 많은 부분이 그 사진을 보면 떠오른다는 것이다. 내 낡은 케녹스 카메라로 그 해에는 정말 사진을 많이 찍었다. 아이들이랑 영화도 보러다니고 미선이 효순이 집회도 다니고 생일잔치도 하고... 암튼 그때마다 늘 낡은 내 사진기도 같이 있었고 닥치는 데로 아이들을 찍어서 원하는 아이들에게 사진을 찾아주었다. 그 사진들은 내게도 남아있다. 그 후론 디카가 생활화 되면서 크고 투박한 그 사진기를 꺼내는 일이 줄어들었다. 재작년 담임할 때만 해도 아이들 생일잔치, 수행평가 치르는 모습 등등 좀 찍었었는데 올 해는 거의 그러질 못하고 있다. 딴에는 이젠 반 아이들 반은 가지고 있을 디카를 활용하여 학급카페에 올리도록 하자는 계획이었는데 아이들도 나도 그게 잘 되질 않는다. 작고 예쁜 수동카메라 -로모보이-를 하나 사든지 아니면 투박한 내 케녹스를 고집하던지.. 이번 연도도 얼마남지 않았는데 이젠 카메라를 손에서 놓지 말아야겠다.
아이들..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법에 대해서도 가끔 이야기를 해주어야겠다. 사실 재작년부터 2월, 아이들이 고3 올라갈 즈음엔 수업중에 '먹거리의 중요성'에 관해서 길게 이야기를 해주곤 있지만 아이들은 여전히 매점에 붙어살고, 살이 찌고, 변비에 시달리며 여드름 왕자/공주들이 된다. 에휴~~~ [과자, 우리아이를 망치는...]을 우리반 아이들에게 빌려주어야겠다. 아토피 3명, 과민성 대장염 1명, 허리통증2명... 지금까지 보지못한 이런 질병들이 서서히 가시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하는 것이다. 건강과 행복, 뗄래야 뗄 수 없는 아주 중요한 것들이다.
賞, 특히 '학교'나 '정부'에서 주는 상에는 부정적인 면이 있다. 중학교 다닐 때, 아이들의 추천에 의해 모범상을 세 번이나 연거푸 받은 적이 있는데... 지금 돌아보면 그 상 차체가 나를 옭아맨 부분이 많았던 것 같다. 싫어도 상 받은 것 때문에 싫다고 말 못하고, 거절 못하고... 나를 속이고 끊임없이 남의 잣대와 평가에 맞추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사실 상이라는 건 체제순응적인 인간으로 만드는 당근의 일종이다. 상받기를 과감하게 거부하며 끊임없이 체제를 벗어나고자 하는, 그렇게 '야성'이 펄떡펄떡 살아있는 아이들을 보는 통쾌함을 어떻게 포기할 수 있을까? 체제순응적인 인간으로 만들기 쉬운 賞의 한계를 극복할 방법이 있을까?
오늘 수업은 정말 힘들었다. 중간에 쉬는 시간도 없이 빡빡하게 두 시간씩 네 가지 강의를 들었다. 마지막 교육공학 수업 때에는 교수님 말씀도, 교재 내용도 하나도 눈에 들어오지 않고 짜증만 났다. 수업 중에 집중하지 않는다고 구박했던 아이들 생각이 절로 났다. 흠... 그렇다고 학교로 다시 돌아간다고 내 버릇이 고쳐질 것 같진 않다. 여전히 구박하고 야단치겠지. 그러나 좀더 부드러운 목소리 다정한 눈빛으로. 가끔 너무 힘들어 보이면 5분 정도 쉴 수 있도록 배려해주는 아량은 만들어봐야겠다. 하나 더! 수업시간은 정확하게 지켜주어야겠다. '땡'하면 바로 수업시작해서 '땡'하면 바로 마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