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 그럭저럭 시험을 보고 (정답이나 점수를 알기 전까지는 늘 '그럭저럭 잘' 본 것 같은 느낌. 왠지 내가 찍은 건 다 맞았을 것 같고. 뭐 틀려도 몰라서 틀린 걸테니 그것까지 아쉬워할 이유 없다. 다만 내 답지에 조금 의지하신 뒷자리 선생님들께 조금 미안했다. 정답만 의지하셔야할텐데... ) 남은 수업도 끝나기 전에 살짝 빠져나왔다. (전날 교수님께 양해를 구해두었다.) 5시 3분, 대전 동부시외버스터미널행! 딱 한 시간이 걸린다. 5시 47분차를 탔다면 부산가는 7시 차를 타기에는 빠듯했겠다. 느긋하게 콩나물 국밥 먹고 만두 1인분을 사서 차에 올랐다. 가끔 소나기가 쏟아지고 방송에선 연신 지난 며칠간의 집중호우로 둑이 터진 이야기와 사람이 떠내려간 이야기 등등이 들려왔다. 이전 장마, 징하다.
11시쯤 집에 도착! 마곡사 앞에서 산, 손으로 직접 깎았다는 빗을 꺼내 엄마한테 자랑 후 넘겨주고... 참았던 버릇이 도졌는지 몇 달 굶은 하이에나처럼 이리저리 헤매다녔다. 냉장고에 먹을 만한 것이 별로 없는 게 다행. 대충 씻고 푹 잤다.
학교에 가져올 것들이 좀 있어서 2시쯤 학교로 갔다. 오늘은 고3들도 없다. 혼자 덜렁 조용한 학교. 하늘은 파랗고 운동장엔 아이들 소리. 녀서들, 축구라도 하나보다. '노는 아이들 소리' 참 평화롭다. 간만에 내 컴을 켜고 그동안 못 살핀 것들을 손봤다. 27일 성과급을 어떻게 할건지 의견을 묻는 교감샘의 메세지가 뜬다. 우짤라나? 암튼 나는 반납이다. 과제로 던져진 클럽활동 계획서도 하나 만들고, 우편물도 챙기고, 이러구 저러구 있다보니 6시다. 에구.. 경비아저씨 또 나 때문에 번거로우시겠다. 냉장고에 짠박아둔 아이스크림 하나 드리고 가야지 했는데 없다. --+ 그새 누가? 이잉~
아저씨게 인사하고 운동장을 쳐다보며 학교 쪽문을 빠져 나왔다... 녀석들 내가 수업들어가는 2학년 머슴애들이다. 이렇게 더운데 저렇게 뛰어다니니... 보기 참~ 좋다. 굴다리 지나고.. ㄷㅊ중학교 지날 때문 퍼뜩, 2학년 아이들 사진명렬 안 가지고 온 게 생각났다. 잘됐다. 가는 김에 아이들이랑 경비아저씨 하아드라도 사드려야지. 되돌아가는데 어라, 내 앞으로 날아오는 축구공! 4반의 '공'이 '감사합니다' 짬을 내서 인사를 한다. 예쁜 것! ^^ 상대는 성도고 아이들이란다. 현관 앞에 ㅈㅊ이가 있기래 물어봤더니 8월 8일 축구경기가 있는데 그거 대비해서 연습하는 거란다. "느그 너무 멋지다 야~~"를 연발하며 하아드 30개를 사주고 경비아저씨 꼭 두 개 갖다 드리라 부탁하고 나도 하나 물고, 기분좋게 돌아왔다. 오는 길에 마른 하늘에 천둥 번개 때리더니 이윽고 장대같은 소낙비!! 장난 아니다. 걷어올린 바지에 웃옷까지 다 젖었다. 아이들, 수중건 재미있겠다. 구경하고 올껄... 거실에 들어서는데 조카녀석 둘이 들러 붙어 홈빡 젖은 내 다리를 닦아주었다. 이쁜 녀석들.
저녁 먹고 언니네 가족들이랑 '할매분식' 들러 우동에 라면 먹고, 김밥마저 간식으로 사가지고 그 집가서 잤다. 최선을 다해 먹은 보람으로 아침에 눈 떴을 때 얼굴이 띵띵 부어 눈도 잘 떠지질 않았다. 나처럼 얼굴 탱탱 부은, 그래도 너무 사랑스럽고 귀여운 조카 둘이랑 수다떨면서 걸어걸어 집으로 왔다. 온 집안을 청소하고 나도 간만에 온 몸의 묶은 때를 박박 밀었다. 점심으로 국수 먹고 뒹굴뒹굴 하다가 일어났더니 4시다. 올케랑 언니랑 도와가며 두 달박이 조카 목욕시키고 저녁 준비하고 또 만땅 먹고. 택배 꾸릴 상자 하나 구해서 낑낑 짐쌌다. 가기싫다. 공부하기 싫다. 집에서 딩굴면 좋겠다. 내가 이걸 왜 신청해가지고.... --;;
7월의 마지막 날! 교육위원 선거있는 날. 투표장소는 구포전화국! 6시 반에 집에서 나와 투표부터 하고 구포역에서 7시 42분 무궁화를 타고 대전으로 향! 요즘은 자리 운이 별로다. 창가 자리이긴 한데 기둥 옆이라 풍경을 제대로 볼 수 없고 또 햇빛 때문에 커튼을 칠 수밖에 없다. 과감히 식당칸으로 갔다. 커피 한 잔 홀짝 홀짝 마시며 쾌청한 창 밖 풍경 보다가 책 보다가... 그렇게 3시간을 그곳에서 개겼다. 대전역에 도착해서 택시로 서부터미널로 옮겨 버스 타고 공주로 돌아왔다. 버스비는 5200원 공주 오는 차비는 3100원.
어제 그제 군것질을 너무 많이 해서 배탈이 났지만 그래도 점심 챙겨먹고 방에 들러 교재 들고 강의실로 올라갔다. 좋아하는 문자학 수업이다. 제일 뒷자리에 앉았다가 잘 안 들리길래 앞자리로 옮겼다. 한어문자학 수업은 정말 재미있다. 2시부터 5시 반까지 수업. 몇 가지 질문하고!
ㅇ주랑 임ㅁㅎ샘께서 복사물을 찾아야한다고 하셨다. 수업하는 '한시' 풀이와 '교육사상'에 대한 논문이 세 권! 주어진 과제물 준비를 하시는 게다. 흠... 내 것까지 챙겨놓으셨다. 나는 마 대충 '작문'하거나 '소설' 쓸라꼬 했는데... 고맙게도(ㅠㅠ) 자료를 안겨 주신다. 저녁 먹고 '아이스크림을 사드릴게요'했다. 마침 학교 후문에 봐둔 가게가 있다. 셋이서 먹고 (아니 ㅇㅈ만 다 먹고 ㅁㅎ샘이랑 나는 남겼다. 나는 배탈, 아저씨는 배가 불러서) 김정ㅁ샘께 전화를 했서 [괴물]을 같이 보기로 했다.
극장 안에서 같이 수업 듣는 같은 과 샘들을 많이 만났다. 영화는... 아~ 참 좋았다. 변희봉, 송강호, 박해일, 배두나, 그리고 그 꼬맹이 두 녀석과 반짝반짝 빛나는 조연들. 괴물도 진짜 괴물 같았지만, 괴물을 낳고 방치한 권력 시스템은 더 '괴물' 같았다. 극한 상황에 드러나는 사람들의 무관심, 이기심... 이딴 것들은 '본능'일까? 가진 것 없는 자들에게서 희망을 발견하도록 한 시나리오는... 그렇게 믿고 싶기 때문일까? 사실 그러한 걸까? 그것보다 나는 가끔 보이는 내 맘 속의 '괴물'은 받아들여야하나. 내 쫓아야하나. 어떻게 다스려야하나.
어젯밤 1시까지 '행복' 어쩌구 하는 프로그램을 봤다. '행복감'이 높은 사람들은 상황을 판단하는 능력이 다르단다. 아무리 나쁜 환경이라도 좋게 해석하고 받아들이려는 '능력'이 있단다. 끔찍하고 슬픈, 불쾌감을 유발하는 사진을 보여주었을 때, 행복감이 높은 사람과 낮은 사람이 반응하는 뇌의 상태가 다르단다. 밝은 내용의 만화영화를 본 꼬마들과 우울하고 슬픈 영화르 본 꼬마들은 이후 주어진 활동에서의 성과가 달랐다. 밝은 기분으로 적극적으로 임하니 결과가 좋게 나올 수 밖에 없단다.
행복감을 전적으로 개인의 성향에서 기인한다고 보는 것에는 찬성할 수 없다. 그러나 낙천적이고 긍정적일 필요가 있다고 본다. 적어도 내겐. 판단하지 말고, 평가하지 말고 받아들일 것! 사실 요즘의 나는 아주 사소한 일에도 섣불리 판단하며 평가하는 나쁜 버릇이 생겼다. 그리곤 투덜투덜투덜.... 연수를 받으면서 그런 내마음을 자주 읽는다. 긍정적으로. 그러나 중심은 잡고 있어야지. 모르겠다. --;;
아! 교육위원 선거에 패했단다. 미안한 마음이 확 밀려온다. 사실 연수 핑계대고 선거운동 하나도 안했다. 4년 전엔 운영위원이 아니었는데도 학부모 위원들께 일일이 전화해서 부탁했었는데... 이젠 어쩌지? 강용ㄱ샘 말로는 '이것이 현실'이란다. 그동안 열심히 애쓰신 분들과 그 분 본인께 무지 죄송한 맘이다. 이게 정말 현실일까? 지난 4년 동안 그렇게 열심히 한 분을... 그 분의 '전교조' 활동 이력이 최소한 '부정적'으로 작용하지 않았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