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과의 약속 시간 5시 반, 박정자삼거리 (주1) 박정자상회(편의점이었는데...) 앞! 새벽 4시10분에 알람 맞춰놓고 스스로 못 미더워 20분에 모닝콜 맞춰놓고 잠~. 선풍기가 작동하지 않아 푹푹 찌고, 옥상 위의 그 분(주2)이 가끔 천장으로 내려와 잠을 방해했으나 12시 반에는 잠든 것 같은.
4시 10분! 퍼뜩 눈이 떠졌다. 씻고 배낭에 이것 저것-사과 네 개, 떡 두 개, 양갱 두 개, 물 두병, 모자, 수건 등- 챙겨넣고 등산화 끈 조이고 5시에 숙소를 나섰다. "박정자 삼거리까지 얼마면 될까요?" "미터기 꺽으면 만오천 원 나와요" 한 10분쯤 쌩쌩 달리니 두 개의 큰 느티나무가 보인다. 그 아래 평상에서 할아버지께서 뭔가 열심히 다듬으시고. 조금씩 조금씩 밝아오는 여명. 멋진걸... 5시 32분쯤? "해콩님이시죠?" 앗, 멋진 * 님 등장. 아니 이렇게 젊은?? !그랬었군!! -.,-
무작정 따라갔다. 장군봉이라했는데 거의 암벽등반 수준. 그 긴 다리로 성큼성큼 앞서 가시니 내 짧은 다리로는 부지런히 움직일 수 밖에. 천천히 천천히.. 힘들까봐 배려해주시는 게 느껴졌다. 사과 안 알씩 베어먹고. 정상에 올랐는데 겨우 500m! --;; 정상인데? 이렇게 열심히 올라왔는데? 너무하네.. 조금만 더 쓰시지. 흠흠...
한 고개 넘고 두 고개 넘고... 헉헉.. 홈빡 젖었다. 한 바위 넘고 두 바위 넘고... 할딱할딱.. 흠뻑 젖었다. 거의 암벽등반 수준이군! 그러나 내가 누군가! 1950m 한라산을 두 번이나 오른 보무도 당당한 나! 겨우 500m남짓, 우습지. 캬캬~ 실은 *님께서 잘 이끌어 주셨다. ^^;; 평소 축구와 마라톤으로 다진 기초체력이 있으시어 성큼성큼 앞서 나갈 수 있었을텐데 뒤에서 깔딱깔딱 쫓아가려 애쓰는 내가 안쓰러우셨을거다. ㅋㅋ
남매탑은 사진에서 본 것보다 훨씬 이뻤다. 특히 누이탑은 소담스럽고 아기자기한 것이 맛깔스러웠는데 오빠탑은 흠.. 권위가 있으려다가 만 것처럼 약간 퉁명스러워 보였다. 푹~ 쉬다가 동학사 쪽으로 내려왔다. 길은 길었지만 지루하지 않았다. 물도 거의 잦아든 계곡에서 사람들이 퐁당퐁당 피서하는 모습이 안쓰럽고 귀여웠다.
버스를 타고 *님 주차해두신 곳에서 님의 차로 바꿔타고 이미 몇 차례나 자랑한 '내가 발견'한 그 집 '토속식당'으로 갔다. 오늘따라 손님이 정말 많다. 내 사랑이 헛 것이 아님을 증명할 수 있어서 뿌듯~ 뿌듯! 제일 구석진 큰 방으로 들어가 주문하지 않았음에도 알아서 나온 우렁된장비빔밥을 맛나게 먹었다. 아침 굶고 먹는 늦은 점심이라 그런지 지난 번 보다 훨씬 맛나다. *님도! 역시 찐 호박잎, 그걸 된장에 푹 적셔먹는 맛, 일품이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밥집에서 자리를 옮겨 공주대앞 커피숍 -케니G에서 또 이런 저런 이야기 하다가.. 4시쯤 *님은 돌아가시고 나도 숙소로 돌아와 씻고 빨래하고 밥먹고.. 조불며 일기를 쓰고 있다. 아차차 님이 빌려주신 수건을 까먹었다. 우짜지?
계룡산을 6시간 걸었다. 물론 천천히 걸었지만 무릎이 조금 땡긴다. 내일 모레부터 시험 일정에 들어가지만 오늘은 이렇게 困한 몸, 便한 마음으로.. 일찍 자야겠다.
그나저나 야스쿠니는 어떻게 되었을까? 고이즈미는 결국 신사를 참배했을까? 일요스페셜에서 잠시 본 이희자씨(주3)와 한 일본여성의 대담은 정말 갑갑한 것이었는데. 우경화가 점점 심해지는 일본은 보면 가슴이 턱턱 막힌다. 유치한 자기중심성도 짜증난다. 폭력적인 우익세력 속에서 신사참배의 부당함을 외치고 합사취하를 요구하고 있을 그들이 무척 걱정된다. 그 곳에 있을 열정적인 한 친구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