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교시! 우리 반 수업이다. 자다가 일어나 주섬주섬 필기를 하던 녀석들이 즈들끼리 오늘 급식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하더니 판서를 하고 있는 나까지 불러댄다.
"샘 오늘 급식 반찬 진짜~ 웃겼는데요. 묵 세개 하구요.. *(*)(**&^%$.."
"그래? 식당에 얘기할게"
급식 이야기에 탄력 받은 녀석들, 이쯤에서 멈출 리 없다.
"어제는요, 애벌레도 나오구요... 머리카락도..."
"그러게 샘처럼 도시락 싸다니라고 했잖아. 샘 아침에 요가 하는 거 알제? 또 차도 없이 걸어다니잖아. 가방도 늘 느들보다 무거울걸~ 그래도 매일 도시락 싸다니잖아."
"엄마들이 싫어하는데요오~"
"에휴~ 급식 문제는 느들이 도시락 싸다니는 거 말고는 해결 방법이 없다고 그랬잖아. 그럼 이렇게 하자. 일단 말을 해볼테니 식단표에 맘에 안드는 메뉴 동그라미 해서 샘한테 줘봐봐. 그리고 뭔가 문제 제기를 하려면 이렇게 중구난방 식으로 해서는 설득력이 없다. 애벌레가 나왔으면 사진이라도 찍고 몇월 며칠 어땠다.. 뭐 이런 기록이 있어야지."
"지난 번에 사진 찍으려고 했는데 아줌마가 얼른 숨기면서 별 거 아니라고 하던데요"
"느그 솔직히 집에서 밥 먹을 때도 머리카락 나오잖아?"
"그건 엄마 꺼잖아요오~"
"--;;"
거시적인 문제로 환언하기 좋아하는 우리 ㄷ원이 왈,
"근데 샘, 우리는 왜 업체 안 바꿔요?"
이 문제가 거론되면 나는 흥분한다. 오늘은 조심해야지...
"그 이야기까지 하자면 ... 복잡하다.... 수업하자"
"다른 학교 급식은 우리보다 싸고 더 맛있다던데... 급식비만 올리고...%^*()#$@#"
결국 못 참고 갑자기 확 뒤로 돌아서서 내뱉았다.
"다른 물가가 다 오르니 급식비도 올라가는 거지. 그리고 인건비도 올라야하고. ... 지난 번에 급식업체 바꿀 기회가 있었는데 학교운영위원회에서 회의 결과, 기존 업체를 그대로 하는 것으로 결정되었거든. 학부모 위원들도 많았는데 그렇게 결정되었다."
그랬다. 재작년 업체와의 계약기간이 만료되어 다시 업체를 알아봐야했다. 급식 사고도 있었고 아이들뿐만 아니라 동료교사들의 불만도 많아서 이번에는 꼭 업체를 바꾸자고 같은 교원위원샘 한 분과 다짐을 했다. 그 샘께서 아이들과 다른 학교 급식까지 둘러보는 등 애를쓰셨고 나는 아이들과 교사들의 급식 만족도를 조사하기도 했다. 학운위에서 그 결과를 공개하고 학부모 위원들을 열심히 설득했다. 학부모 위원들 역시 아이들의 급식에 대한 불만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표결 결과는? 참담했다. 그 샘과 나, 두 사람만 새로운 업체를 1순위로 적었고 다른 모든 위원들이 현재의 업체를 1순위로... 표결 직전까지 교장샘은 계속 강력하게 현재 업체를 계속하자고 주장했다. 무기명으로 의사 표시를 하는 줄 알았던 학부모위원들은 이름을 써야한다는 주의에 많이들 용지를 바꿔가셨다.
자신 있었다.그래서 자료 준비도 열심히 했었고. '학력'에 관계된 것이라면 몰라도 이건 아이들의 건강과 직결된 문제니까. 학력만큼이나 아니 그보다 더 중요한 아이들의 건강과 관련된 문제니까. 결과가 나오고 나서 나는 회의에 대한 회의주의자가 되었다.
"샘이 학년 초에 학교운영위원회 학부모 위원이 아주~ 중요하다는 이야기했던 거 기억나나? 아이들의 입장과 의견을 대변할 수 부모님이 학부모위원이 되어야하니까 집에 가서 잘 말씀드리라고 했던 거?.... 나중에 느그들이 다시 학부모가 되면 지금 느가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거, 힘든 거, 잘 기억하고 있다가 꼭 학교 의사결정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해라. 그래서 학부모위원도 꼭 하고!"
대충 그렇게 이야기를 마무리 했지만 늘 찜찜한 것이 급식이야기다.
"느들 불만에 대해서는 영양사 언니한테 이야기를 하겠지만..... 급식업체는 이윤을 남기는 것이 목적이다. 그러니까 아무리 문제제기를 해도 문제는 늘 남게 마련이고. 그건 생래적으로 그런 거다. 그러니까 도시락을 싸다니는 게 제일 좋은 방법이다. 그냥 있는 밥에 반찬에... 알겠제?"
별 영양가 없는 급식 이야기는 오늘도 이렇게 끝이 났다. 그나저나 녀석들... 문제제기를 위한 자료는 준비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