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은 톰과 잤다] 손홍규 소설집, 문학과지성사

2013년 3월 20일 녹음 시작 5월 3일 완료, 총 17시간 소요

 

 

 

 

4월에 심신이 편하지 않아 2주일 못 갔더니 녹음완료일이 다소 늦어졌다.

손홍규 소설집 [톰은 톰과 잤다]는 무겁지만은 않은 철학적 담론 같기도 하고 시시한 연애 같기도 하고

시대상을 반영하며 자전적이기도 하고 사회참여적이기도 한, 아홉가지 이야기가 실려 있다.

그중 '불멸의 형식'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학창시절에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교실에서 복닥대며 함께했던 친구를 만나 수다를 떨면 좋은 이유는

가장 찬란히 빛났던(물론 그때는 그걸 모르지), 어쩌면 가장 순수하고 예뻤던 시절의 나를 기억하고 너를 떠올려

그걸 재료로 도마질에 난도질, 웃음 한바탕 벌일 수 있어서다. 성격도 제각각, 성적도 제각각, 취향도 적성도 제각각이었던

우리는 이른 아침이면 만원버스에 시달리면서도 단어장을 손바닥에 올려들고 웅얼거리며 가파른 언덕길을 올라

교문을 통과했다. 가방엔 도시락 두 개. 그 중 하나는 1교시가 끝나면 후다닥 비워진다. 창문을 열고 냄새를 채 내보내기도

전에 2교시 선생님이 들어오시고 모두 함묵하지만 선생님의 표정도 그래 어쩌겠니, 바로 그랬다.

고등학교 3학년 때 야간자습 시간까지 그러니까 잠자는 시간 몇 시간을 제외한 거의 하루를 함께 보낸 친구들이

중년의 고개에서 각자의 삶을 살아가는 모습이 너나 나나 그저 애틋한 거다. 커피 한 잔 앞에 두고 수다는 이어지고

저마다의 이야기를 품고 웃고 있는 눈가에 세월이 주름지다.

 

늙지 않는 방법은 딱 한 가지라고. 당신의 아름다움을 기억해줄 수 있는 사람과 평생을 함께하는 거라고.

- '불멸의 형식' p121

 

'불멸의 형식'에서 화자의 친구는 시인이자 교수인, 연상의 스승을 사랑한다.

그가 사랑을 구현하는 방식은 서점 앞 2절지에서 화자가 발견했던 요령부득의 메시지를 통해서다. 

'나는 소멸하여 불멸할 것이다.' (p139)

증오할 능력이 없는 상태, 즉 사랑에 빠진 상태에서 화자의 친구(박형규)는 스승이자 연인에게 영감의 원천이었다.

 

사랑은 끝없이 번져가는, 그래서 종국에는 무엇으로 시작되었는지 알 수 없는 불멸하는 형식이라는 걸

그는 보여주었다.

(중략) 

육체를 내주지만 정신을 내주지 않음으로써 자신을 방어하는 사람, 그와 정반대인 사람, 육체와 정신 모두를

내주지만 이를테면 발가락을 애무하길 거부함으로써 자신을 방어하는 사람...... 그 모든 실패를 겪은 뒤에 나는

사랑이란 점령하지 않고 내버려둔 영역에서만 서식할 수 있는 특별한 종류의 관념이라는 걸 깨닫게 되겠지.

사랑도 능력이라는 걸, 사랑할 능력이 없는 사람들이 너무 오랫동안 사랑에 대해 지껄여왔다는 걸 깨닫기까지는

좀더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p141-142)

 

 

 

 

 

 

 

 

 

 

 

 

 

[너 없는 그 자리] 이혜경 소설집,  문학동네

2013년 4월 3일 1차편집 시작  현재 133쪽까지

 

 

 

 

 

다시 읽어도 한 편 한 편이 재미있다.

응달에서 피어나는, 아니 응달에서 서서히 나오려고 하는 인물들의 속속들이 사연들,

눈물나게 구차하고 서글프지만 희망이 없지 않다. 작가는 희망을 너무 떠벌리진 않는다.

그저 이제는 응달에서 나오라고, 숨바꼭질 그만하라고 손잡아주는 작가의 재담이 놀랍다.

무작정 희망을 심어주려고 하지 않고 좀더 냉철하고 현명해길 바라는 이야기들.

긍정은 바로 그런 것이 아닐까. 빛과 그림자 모두를 안아 들일 수 있는 마음과 영혼. 빛만 들이고 싶다면 장난인 거지.

세상은 넓고 우리 삶에는 무한한 가능성이 포진해 있다고 생각하고 싶지만 어떤 선택의 순간이 오면

그 선택의 범위가 그리 넓지 않다는 진실에 무참해질 때가 있다. 그러나 그게 진실인 걸.

이것 아니면 저것, 예스 아니면 노. 손홍규가 말한 불멸하는 형식, 사랑도 그런 카테고리가 아닐까. 

(사랑)하거나 (사랑)하지 않거나.

 

프린터를 뽑고 CD에 저장하고 나면, CD굽기를 성공적으로 마친 컴퓨터 프로그램은 물었다.

이제 무엇을 하시겠습니까?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듯이 묻지만 선택의 범위는 넓지 않다.

작업 내용을 저장하거나 저장하지 않거나. 그때, 그녀에겐 선택의 여지가 그리 많지 않았다.

사랑하거나 사랑하지 않거나.  -  '한갓되이 풀잎만  p56

 

 

 

 

내일 녹음 시작할 책이다.

이승우 장편소설 [지상의 노래], 민음사

 

첫 문장...

 

천산 수도원의 벽서는 우연한 경로를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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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5-07 18: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13-05-07 21:10   좋아요 0 | URL
네, 건강 살피며 살아요 우리.
지상의 노래, 첫문장 끌려요^^
왠지 오르한 파묵 스타일 비슷? ㅎㅎ
표지의 글자 멋지죠.
두께가 좀 돼요. 하기야 '화차'보다는 적네요.

다크아이즈 2013-05-07 19: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앙, 드뎌 프레님 페이퍼 올라왔도다, 만세! ㅋ
손홍규 작가는 이곳에도 초대해서 온 적이 있어요. 전업작가인데 열심히 쓴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물론 소설도 좋았어요. 이슬람 정육점, 읽은 적 있는데 성장소설이었던 것 같은데 내레이터 시점이 아이였는데, 너무 전지적으로 관장하는 바람에 몰입에 방해되었던 기억이 나네요.
지상의 노래는 사놓고 아직 시작 못했고, 너 없는 그자리는 왜 이리 알라딘에서 자주 회자 되지요?
그만큼 좋다는 뜻이겠지요. 꼭 접수하고 말겠어요.
읽거나 읽지 않거나 ㅋㅋㅋ 전자이길 채찍해주세요, 프레님...

프레이야 2013-05-07 21:13   좋아요 0 | URL
ㅎㅎㅎ 팜므님 만세까지!! 제가 너무 게을렀어요.ㅋㅋ
읽거나 읽지 않거나... 어중간은 없지요. 읽어요!!읽어요!!
'너 없는 그 자리' 전 좋던걸요. 제가 소설을 쓴다면 그렇게 쓰고 싶어요.
손홍규 초대도 하셨더랬군요. 이슬람정육점이 유명하던데 전 안 읽었고 이 책이 첫만남이에요.
좀 독특하단 느낌이 들었어요.

기억의집 2013-05-08 16:21   좋아요 0 | URL
아, 손홍규가 이슬람 정육점 쓴 소설가군요.저 그 책 읽었는데,,,,, 딱히 저는 그저 그랬어요.
이 양반 좋은 소설 쓰려면 갈 길이 멀군, 이렇게 생각했거든요.
근데 이 작품평 보니 많이 좋아졌나봐요~

라로 2013-05-07 2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늙지 않는 방법은 딱 한 가지라고. 당신의 아름다움을 기억해줄 수 있는 사람과 평생을 함께하는 거라고. 이 문장 오래 음미할래요~~~~녹움덕분에 책 읽으시기도 할듯요~~ㅋㅋ 지상의 노래는 알라딘에서 추천을 많이(?)해서 그런가 꼭 읽어보고 싶네요~~ 아니 이승우 작가의 책을,,, 지금 이동중에 이 글 읽고 댓글달아요!! 저 기특하죠!!!ㅋㅎㅎㅎㅎ

다크아이즈 2013-05-07 20:56   좋아요 0 | URL
시아님 나도 달아줘. 방금 페이퍼 올렸단 말예욧 ㅋ

프레이야 2013-05-07 22:52   좋아요 0 | URL
지상의 노래 제가 드릴게요. 부산 오시면^^
사둔 책이 있거든요. 녹음은 도서관책으로 하면 되구요^^
그나저나 이동중 댓글 달기, 초수퍼우먼!!! ㅎㅎㅎ 기특하고 말구요. ㅋㅋㅋ
저 인용 문장 좋지요 >.<
책에선 내면의 아름다움이라기보다 외적인 아름다움, 아름다운 얼굴을 말하는데
그게 더 공감되더라구요. 내가 가장 아름다울 때 곁에 있어주었으며 그 모습을 기억해주는
사람과 평생 함께라..음음..
외적으로 덜 아름다워진다고 해서 달라지면 진정한 동반자가 아니겠지요. ㅎㅎ

프레이야 2013-05-07 21:15   좋아요 0 | URL
히히 팜므언니 페이퍼 보러 가야쥐~

이진 2013-05-07 2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톰과 톰은 잤다, 라니 제목이 완전 좋잖아요. 재밌겠다.
이혜경의 소설집은 엄마 주었다가 엄마가 어렵다고 하여 다시 가져왔어요.
한번 더 읽으려구요. 읽을 시간이 있을는가 모르겠네.

프레이야 2013-05-07 22:47   좋아요 0 | URL
히히 그래요? 소이진님ㅎㅎ
제목이 좀 글쵸? 근데 내용은 그게 아니라는^^ 그닥 막 재밌지는 않아요.
(마구 내 마음대로 소이진님의 추측을 단정하고 있네요^^)
이혜경은 누구랑 이름이 같아서 더 좋아요ㅋㅋ
어렵진 않으실 건데ㅠㅠ 엄마랑 잘 안 맞았을수도...

댈러웨이 2013-05-07 2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상의 노래> 첫문장 읽고는,,, 이 책 안 읽고 싶어졌어요. 어떡하지.;; 그나저나 오타찾았다고 좋아했는데, 프레이야님은 어떻게 강원도 말도 아세요? 응지? 이거 강원도 말인데요? 이런 근황 좋으네요, 프레이야님. :)


프레이야 2013-05-07 22:46   좋아요 0 | URL
우와, 댈님 그 첫문장의 어떤 점이 식욕을 떨어뜨렸는지 진짜 궁금해요.
말해줘요. 응 응???
응지는 오타 아니고 양지의 반댓말이라고 하려다 오타 맞네요. ㅎㅎ
그것도 세번씩이나..흑흑... 응달이라고 쓰려한 게 음지와 응달 사이에서 주춤거린 게 원인인 것 같다요.
내 심리를 내가 분석해본 결과^^ 게다가 음주페이퍼라ㅋㅋ 와인 살짝 한잔에 이러다니..
근황은 좋다기보다 이제 좋으려고 노력 중이에요^^ 몸을 돌봐야하는 계절 같아요. 신체적으로^^
근데 강원도말로 응지가 무슨 뜻이에요?? 댈님 고향이 강원도에요?

댈러웨이 2013-05-09 21:06   좋아요 0 | URL
첫문장 읽고는, 에코의 <장미의 이름> 같은 냄새가 나는데? 그랬어요. ㅎㅎㅎ 천산, 벽서, 막 이러니까 머리도 지끈지끈. ;; 응지'는 제가 모르는 단어라서 사전 찾아봤어요. 음지'의 강원도의 방언이라고 나오던데요? 프레이야님께서 아시고 썼다고 생각했는뎅. 근데 저 꼬마 적에 강원도에서 살긴 살았어요. :)

프레이야 2013-05-09 22:01   좋아요 0 | URL
우와~ 응지가 그럼 제가 의도한 뜻과 다르지 않네요. ㅎㅎㅎ 재미나요.
강원도에서 사셨군요. ^^
'지상의 노래'는 어제 세시간 녹음했는데 에코스럽진 않은 것 같아요.
수도원 때문에 '장미의 이름'을 떠올리신 듯해요.^^
앞으로의 이야기가 기대되어요. 문장은 아직 모르겠어요. ㅠ

하늘바람 2013-05-08 0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센스쟁이님
봄이 만발하고 있어요
몸과 마음이 힘드셨으면 쉬엄쉬엄

프레이야 2013-05-09 15:49   좋아요 0 | URL
하늘바람님, 동희장군이 많이 컸겠어요.^^

세실 2013-05-08 0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두 늙지 않는 방법 기억해야겠어요^^
이혜경 산문집 읽다 말았는데 다시 도전!
역시 우린 알라딘에서 놀아야해요.
카스도 이젠 시들 ㅋ

프레이야 2013-05-09 15:49   좋아요 0 | URL
역시 알라딘에서 놀아야!! ㅎㅎㅎ
세실님은 늙지 않을 것 같다우~

페크pek0501 2013-05-08 1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에 올라온 글이네요. 프레이야 님, 푹 쉬셨습니까?
좋은 휴식이 되었길... 바라면서...

이승우 작가의 <생의 이면>을 여러 번 읽었던 기억이 나네요. 그래서 헌 책이 되었죠. 문장이 좋았어요.
그의 단편도 몇 편 읽었지만 저는 <생의 이면>이 제일 좋았어요.

프레이야 2013-05-09 16:45   좋아요 0 | URL
네, 푹 쉬었어요. 근데 할 일이 있는데 마음이 좀 하기 싫은지 미루고 이러고 있어요.
'지상의 노래'는 어제 세시간 읽고 왔는데 이야기가 스멀스멀 무지하게 궁금해지고 있어요.
'생의 이면'은 담아야겠어요. 페크님이 좋다고 하시니...^^

기억의집 2013-05-08 16: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톰과 톰은 동성의 사랑 이야기인가 봐요~


프님 무슨 일로 심신이 편하지 않으셨을까요? 지금은 괜찮으세요?
어쩐지 글이 안 올라 온다 했어요. 오늘은 날씨가 좋은데, 맘도 이렇게 화창하시길~

프레이야 2013-05-09 16:47   좋아요 0 | URL
제목이 그렇게 보이죠? 근데 반전이라는...^^
지금은 몸도 마음도 나아지고 있어요. 고마워요^^
몸도 마음도 다르게 가는 계절 같아요. 그 계절의 결에 맞춰 살아야겠어요.
여긴 날이 흐리네요, 오늘. 비가 올 것 같아요.^^

같은하늘 2013-05-08 19: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심신이 편치 않으셨던 4월이 지났으니 활기찬 5월이 되시길~~^^
저도 늙지 않는 방법에 눈이 꽂히네요~~

프레이야 2013-05-09 16:48   좋아요 0 | URL
같은하늘님 오랜만에요. 반가워라~~~
이쁜 아들 둘이랑 여전히 즐거운 시간 보내고 계신거죠?^^
영원히 늙지 않으시길^^

transient-guest 2013-05-09 0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학창시절이나 어릴 적의 친구를 만나면, 특히 그 친구가 지난 세월을 함께 했던 친구라면, 대화와 만남이 모두 즐겁지요. 저는 아름답고 순수했던은 잘 모르겠지만, 그저 그런 친구들을 만나면 격의없이, 어릴 때와 마찬가지로 웃고 떠들면서, 젊음을 느끼는 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괜히 더 애처럼 장난도 하게 되고 말이죠. 외국에서 오래 생활한 탓에 한국의 친구들과 만나면 마냥 아이같이 바보처럼 변한답니다.

프레이야 2013-05-09 16:51   좋아요 0 | URL
격의 없는 그런 친구와 수다 떠는 시간이 그래서 좋은 것 같아요.
모든 사람의 삶에는 젊은 날부터 알고 지내는 증인이 존재한다,는 문장이
산도르 마라이 소설이 있더군요. 부정적인 의미로 쓰였지만 사실인 거 같아요.
예를 들어 고등학생 때 친구의 성적을 아는데 지금은 뻐기고 있는 거 보면 속으론 그저 웃게 되지요.^^

섬사이 2013-05-09 07: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그래서 나이들수록 친구가 좋아지는 건가봐요. 프레이아님. 잘 지내셨어요? ^^

프레이야 2013-05-09 16:52   좋아요 0 | URL
섬사이님 정말정말 오랜만에요. 저는 많은 일들이 있었고 또 지나가고 있어요.
서재로 갈게요^^

수이 2013-05-10 1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상의 노래]는 선물받고 아직도 읽지를 못하고 있었는데 프레이야님의 페이퍼에서 우연히 마주치니까 읽어보고싶은 생각이 드는걸요.

프레이야 2013-05-11 17:51   좋아요 0 | URL
앤님, 현재 101쪽까지 읽었는데 문장이 좀 갑갑하다는 느낌을 받고 있어요.^^

순오기 2013-05-10 2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지무지 오랜만에 올라온 페이퍼에 무지무지 오랜만에 댓글 다는....
5월의 만남을 기다리며...스케줄 조정 완료!^^

프레이야 2013-05-11 17:53   좋아요 0 | URL
오기언니 방가방가 ㅎㅎ
바쁘실 텐데 스케줄 조정 완료라시니 므흣!

appletreeje 2013-05-12 0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늙지 않는 방법은, 당신의 아름다움을 기억해주는 사람과 평생을 함께 하는 것- 정말, 명언이에요.^^
프레이야님께서는 평생 늙지 않으실 것 같아요.~~ 프레야님의 아름다움을 기억하는 분들로 둘러싸여 계시니까요. ^^
음..저도 생각해 보니 몇 명은 있네요.^^ 참, 좋은 귀절과 제목. 불멸의 형식,
프레이야님! 좋은 주말 되세요. *^^*

프레이야 2013-05-12 21:45   좋아요 0 | URL
이곳에서 우리를 기억해주시는 많은 벗들과 함께하는 것도 해당되겠지요? 물론이요^^
님의 아름다운 시읽기, 늘 참 좋아요.
일요일 오늘은 지척이지만 늘 잊고 가보지 않았던 곳에 올라 바닷바람에 흔들리는
유채꽃, 구절초 그리고 툭 트인 바다를 잠시 봤어요. 아름다운 것들은 가까이에 있었더라구요.^^
평안한 밤 보내세요^^

비로그인 2013-05-19 1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녹음. 아직도 하시는군요. 문득 까먹고 있었어요. 저는 소리내어 책 읽는 일은 요즘 도저히 못하겠고, 가만히 눈감고 앉아서 누가 소리내어 읽어주는 책을 듣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해요. 연휴가 끝나고 다시 한 주가 시작되네요. 바쁘고 성실한!

프레이야 2013-05-20 10:25   좋아요 0 | URL
오월에 돌아오셨네요, 반가워요^^
소리를 듣는다는 건 고요함 속에 내가 집중되는 경험이더군요.
눈으로 읽는 것보다 더 집중하지 않으면 들리지 않지요.
마음이 소란스러울 때 듣는 책이 참 좋다는 생각을 합니다.
멋진 오월 보내세요^^

2013-05-29 11: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5-29 22: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6-02 10: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13-06-06 11:05   좋아요 0 | URL
오월은 가는 곳마다 붉은 장미가 활활 타올랐어요.
이제 신록의 유월도 벌써 여섯째 날이에요.
한 달 전에 페이퍼 써놓고는 여지껏 게으름을 피우네요, 제가.^^
싱그러운 유월 보내요, 우리^^
 

올해는 벚꽃이 좀 서둘러 피었다. 문학집배원이 보낸 아래 시가 참 좋으네. 김경미 시인의 시다.

 

 

 

봄, 무량사 / 김경미




무량사 가자시네 이제 스물몇살의 기타소리 같은 남자
무엇이든 약속할 수 있어 무엇이든 깨도 좋을 나이
겨자같이 싱싱한 처녀들의 봄에
십년도 더 산 늙은 여자에게 무량사 가자시네
거기 가면 비로소 헤아릴 수 있는 게 있다며

늙은 여자 소녀처럼 벚꽃나무를 헤아리네
흰 벚꽃들 지지 마라, 차라리 얼른 져버려라, 아니,
아니 두 발목 다 가볍고 길게 넘어져라
금세 어둡고 추워질 봄밤의 약속을 내 모르랴

무량사 끝내 혼자 가네 좀 짧게 자른 머리를 차창에
기울이며 봄마다 피고 넘어지는 벚꽃과 발목들의 무량
거기 벌써 여러번 다녀온 늙은 여자 혼자 가네

스물몇살의 처녀, 오십도 넘은 남자에게 무량사 가자
가면 헤아릴 수 있는 게 있다 재촉하던 날처럼

 

 

 

 

-------

 

저마다의 색을 입은 꽃을 차례대로 맞고 떠나보내며 봄을 맞는 일이 새삼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해마다 이맘때면 피었다 지는 벚꽃은 세상의 환함과 허무함을 함께 지닌다.

그러한 것이 비단 벚꽃 뿐일까마는, 장렬하게 떨기를 떨구는 목련보다 더,

가냘프고 작아서 더 애련한 그 꽃잎 아래서

각자의 빛나는 등불을 밝히고 춤추고 노래하며 하느작거리는

그 꽃잎이 되고 싶은 것인지도.

 

이래저래 좀 뜸했는데 덕분에 말들이 밀려있고 묻혀간다. 그건 그것대로 좋을 듯.

3월에 읽고 있는 녹음도서 정리 좀 하자.

 

 

 살아야 하는 이유 / 강상중 / 사계절

2013년 3월 6일 녹음 시작, 2013년 3월 20일 총 9시간 소요 완료

 

빅토로 에밀 프랑클의 책 이후, 삶에 대한 담담한 의지와 태도의 문제를 부드러우면서도

강한 어조로 말한다. 이반 일리치 등의 문학작품과 테리 이글턴 등의 사회과학 도서를 인용하고 특히 소셰키의 문학작품을 많이 예시하고 소셰키의 말을 인용하고 있다.

일본 3.11 사태 이후  절박하게 깨달은 생각을  현실감 있게 푼 이야기라 우리 사회에서도

적절하고 유용하다. 소비지향적인 자본주의 사회, 행복지상론, 자기계발의 종용, 지나친 자아찾기, 익명의 공간 등 개인의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는 여러 여건들 속에서 그래도 살아야하는 이유는 인생의 물음에 대답을 하는 태도에서 찾을 수 있다. 개인적 태도에 달려있겠지만, 바람직한 사회는 '존엄'이라는 것이 의식되는 사회, 사람의 '유일성'이나 '일회성'이 의식되는 사회이나, 이런 것들이 사회를재검토할 때 기본이 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역설한다.

 

 

 

행복은 추구한다고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 노력해도 안 된다는 허무주의가 아님은 물론입니다.

좋은 미래를 추구하기보다 좋은 과거를 축적해가는 마음으로 살아가는 것.

두려워할 필요도 없고 기가 죽을 필요도 없이 있는 그대로의 자신으로도 괜찮다는 것. 지금이 괴로워 견딜 수 없어도,

시시한 인생이라 생각되어도, 마침내 인생이 끝나기 1초 전까지 좋은 인생으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는 것.

특별히 적극적인 일을 할 수 없어도, 특별히 창조적인 일을 할 수 없어도, 지금 거기에 있는 것만으로 당신은

충분히 당신답다는 것. 그러니 녹초가 될 때까지 자신을 찾을 필요 같은 건 없다는 것.

그리고 마음이 명령하는 것을 담담하게 쌓아 나가면 나중에 돌아보았을 땐 저절로 충분히 행복한 인생이 되어

있을 것이라는 것 등등. 이러한 '태도'가 아닐까요.   (191p)

 

 

 

 

생각이 나서 / 황경신/ 소담출판사

2012, 5, 11 녹음시작, 9시간 소요 완료.

편집중 내일 편집 완료 예정 (녹음속도가 빨라 편집이 많이 밀렸다. 어서 해야지)

 

 

감성 제대로 돋는 글과 사진, 아주 예쁜 책이다.

작가의 일상 여운과 여행 느낌, 문학작품의 독서 이력도 군데군데 엿볼 수 있다. 

가벼운 듯 하지만 발랄하거나 진지한 의외의 느낌을 건질 수 있고

사진의 톤다운 된 색감이 곱다.

 

 

 

 

 

쓰는 것은 모든 것의 끝이라는 릴케의 말을 믿는다.

끝이 나면 쓸 수 있다'보다 '씀으로써 다음 장으로 넘어간다'로 나는 그 말을 이해한다.

슬픔 자체는 끝이 없지만 '어떤' 슬픔에는 끝이 있다.

사랑은 영원하지만 '어떤' 사랑은 끝이 난다.

그리하여 나는 쓴다. 이곳이 아닌 다른 곳으로 가기 위해.

(생각이 나서, 마지막 장 인용)

 

 

 

 

 톰은 톰과 잤다 /손홍규 지음 / 문학과지성사

2013, 3월 20일 녹음 시작, 현재 63쪽까지.

 

 

'투명인간', '내가 잠든 사이'등 9편의 단편이 수록된 소설집

 

투명인간이 되면 가장 먼저 무엇을 할 것인가. 그때 나는 망막 역시 투명하기에 아무런 상도

맺히지 않는다는 걸 그러니 투명인간은 장님과 다르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그러나 눈이 있어도

아무것도 볼 수 없었던 건 내가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번도 존재하지 않았던 인류란

매번 존재했으나 매번 멸망했다가 매번 새로 탄생해야 했던 인류와 다르지 않을지도 모른다.

시야가 새하얗게 표백되었다.

그처럼 나는 날마다 아버지를 잃었다.  - 투명인간, 3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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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3-26 11:2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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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4-01 22: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잘잘라 2013-03-26 1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각이나서, 마지막장 인용문이 참 좋아요. 받아적습니다. '어떤' 곳으로 가고싶을 때마다 글을 쓰면되겠구나 하고 생각하면서요.

프레이야 2013-04-01 22:07   좋아요 0 | URL
메리포핀스님의 해석이 더 좋으네요.
어떤 곳으로 가고 싶을 때마다 글을 쓰자, 그렇군요.^^
글을 씀으로써 어떤 곳으로 가기도 하고 넘기도 하고 만나기도 하고.
화사한 봄날 4월이에요. 오늘 친구랑 벚꽃 만개한 강변에서 조용히 흐르는 강을 바라보는데
그냥 좀 울컥하면서도 벅찼어요. 왜였을까.. 몽상을 한 탓인지^^

페크pek0501 2013-03-26 1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상중 저, <고민하는 힘>은 나쓰메 소세키와 막스 베버를 바탕 삼아서 쓴 책인데, 그 두 번째 책이 나와 있군요.
이 책을 호기심에서 구입했던 기억이 있어요.
쓰는 것은 모든 것의 끝이라는 릴케의 말을, 저는 그날 있었던 일을 밤에 일기를 씀으로써 하루가 마감된다, 로
이해하게 되네요. 꼭 일기가 아니더라도 어떤 일에 대한 생각을 세세히 기록하다 보면 이젠 그 일에 대해 더 생각할 게 없는 상태에 이르러, 이젠 그 일이 끝, 인 게 되더라고요. 역시 생각 정리에는 글쓰기가 최고 같아요.

오랜만에 올려 주신 글 보니 반갑습니다. 새 글이 없어서 몇 번이나 허탕치고 돌아갔답니다. ^^

프레이야 2013-04-01 22:10   좋아요 0 | URL
페크님은 강상중의 이전 저서를 보셨군요. 저는 처음이랍니다.
이 책에서도 소세키와 베버 등을 인용하고 그 사상을 바탕으로 하더군요.
일기를 씀으로써 하루를 마감한다는 의미, 단순하면서도 간결한 마무리가 될 것 같아요.
좋으네요. 세세히 기록함으로써 더 생각할 게 없는 상태, 그것도 좋습니다.
제가 요새 서재글쓰기에 게으르네요. 답글 늦었어요.ㅎㅎ
페크님, 따사로운 4월의 봄날 맞이하시기 바래요^^

세실 2013-03-27 1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산에 사시는 시각장애인 분들은 참 행복하겠어요. 님이 들려주시는 좋은 책 많이 들을수 있어서....
프레이야님의 조근조근 부드러운 목소리 부럽당.
생각이 나서 읽으면 마음이 고와지겠어요^^

프레이야 2013-04-01 22:11   좋아요 0 | URL
생각이 나서, 좋아요. 사진도 다채롭고요.
이곳에서 녹음하는 도서는 전국으로 배포된답니다.
누군가는 들으시겠거니 생각하면 좀더 정성을 들여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2013-03-27 17: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4-01 22:1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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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3-29 16:3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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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3-29 17:1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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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4-01 22:1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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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3-31 11:2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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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4-01 22:1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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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13-04-02 1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네요!!ㅎㅎㅎㅎ 저 시가 여러명 마음 앓게 하네요,,ㅋㅋ
[생각이 나서]는 저도 갖고 있어요,,가끔 펼쳐보는데 좋드라구요,,,원래 그런 책을 좋아했는데 독서의 폭이 좀 넓어졌어요,,,알라딘 덕분에,,ㅋㅋ
김경미 시인의 다른 시를 읽어봤는데 [약속]이라고 거의 비슷해서 다른 시도 궁금해요,,,연작을 쓰는 시인인가 싶어서요,,,제가 원래 시에 까막눈이잖아요,,ㅋ

프레이야 2013-04-03 09:07   좋아요 0 | URL
저도 그래요. 그래서 알라딘이 좋지요^^
이곳 아파트 공원에는 벚꽃이 벌써 지기 시작하네요.
말로의 벚꽃 지다,도 좋아서 다시 cd 꺼내 들었어요. 예전에 쓴 적 있지요, 이것도^^

appletreeje 2013-04-03 1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무량사에 가고 싶은 봄날입니다.^^
<생각이 나서>, 저도 가지고 있는 책인데 참 좋은 책이지요~?
황경신님은 2001년부터 구독하고 있는 <페이퍼>,를 통해서부터 좋아하던 분이라 더 좋은 느낌으로 읽었어요.^^
서울은 아직, 개나리만 피기 시작하고 꽃들이 조금 늦네요. ^^;;
화사하고 아름다우신 프레이야님! 늘 감사드리며, 오늘도 좋은 날 되세요~*^^*

프레이야 2013-04-04 08: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황경신의 페이퍼,를 그렇게나 오래 구독하시는군요. 페이퍼 편집장이었다고 책날개에 적혀있었어요. 무량사는 이 시를 통해 검색해봤어요. 한번 가보고픈 전이더라구요. 이곳 남쪽엔 벚꽃도 서서히 지고 있는데ᆢ기온차가 큰가 봐요, 역시. 편안하고좋은 밤 보내세요^^
 

유난히 볕이 따스한 하루였다. 봄, 봄, 봄이구나, 봄이 왔어!

시콘서트를 들으며 점자도서관으로 가는 길, 고가도로 가드레일 담벼락에 아기 고양이 한 마리가 바짝 붙어서 뛰어내리지도

못하고 발을 떼지도 못하고 주춤대고 있었다. 그 겁먹은 눈동자를 좇다가 앞 차를 박을 뻔했다. 차가 밀려서 굼벵이 걸음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오늘 시콘서트에는 신용목 시인이 손님으로 나와 생일(탄생)과 관련한 시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 프로그램을 들으며 가는 길은 언제나 행복하다. 포근포근하니 마음에 햇살 가득 들어온다.

청취자 사연을 읽다가 오늘 탄생한 어느 어린 생명을 두고 신용목 시인은 "지구의 주인이 바뀌었군요" 라고 말한다!!!

 

시콘서트에 손님으로 나온 적이 있던 박성우 시인의 '배꼽'. 생명이 움텄던 그 자리, 배꼽!

봉글봉글 새로운 시작과 기쁨이 피어날 봄맞이 선물 같은 시다. 밝게 가슴을 열고 봄을 맞이하자.

낭송하는 강성연의 목소리가 화사하다.

 

 

 

       배꼽

 

 

                         박성우


살구꽃자리에는 살구꽃비
자두꽃자리에는 자두꽃비
복사꽃자리에는 복사꽃비
아그배꽃자리에는 아그배꽃비 온다

분홍 하양 분홍 하양 하냥다짐 온다

살구꽃비는 살구배꼽
자두꽃비는 자두배꼽
복사꽃비는 복숭배꼽
아그배꽃비는 아기배꼽 달고 간다

아내랑 아기랑
배꼽마당에 나와 배꼽비 본다

꽃비 배꼽 본다

 

 

 

고 작은 고양이는 어떻게 되었을까. 내려왔을까. 차들이 틈새도 없이 이어지고 있었는데 어떻게 잘 건너 갔을까.

로드킬,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ㅜㅜ  은행일을 잠시 보고 빵과 카페라떼, 귤과 감자를 사고 도서관으로 올라갔다.

팀장님과 효쩡샘에게 귤 하나씩 드리고ㅋㅋ

오늘 녹음한 분량은 '갈맷길 700리' 등 <부산이야기> 세 꼭지와 ARS 건강상식 '이명' 그리고 <여울물 소리> 완료.

 

 

 

 

 

 

 

 

 

 

2012년12월 21일 녹음시작, 총 24시간 소요

2013년 2월 27일 녹음완료

 

 

 

까무룩하게 잠이 들었다가 얼마나 잤는지 문득 깨었다.

고요한 가운데 어디선가 속삭이는 듯한 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오고 있었다.

눈 감고 있을 때에는 바로 귓가에서 들려오다가 눈을 뜨면 멀찍이 물러가서 아주 작아졌다.

가만히 숨죽이고 그 소리를 들었다. 여울물 소리는 속삭이고 이야기하며 울고 흐느끼다 또는

외치고 깔깔대고 자지러졌다가 다시 어디선가는 나직하게 노래하면서 흐르고 또 흘러갔다.

                                                                                          

  - 여울물 소리, 끝 488p

 

 

봄이 되면 얼었던 여물물도 녹아서 흘러야하지. 이야기가 그러하듯.

실패한 혁명과 그것을 전하는 한 이야기꾼(전기수, 글쟁이, 소리꾼 등 뭐든 이야기꾼이지)의 이야기를 마무리하며

<레 미제라블>을 떠올렸다.  그들의 혁명은 과정과 결과가 좀 다르긴 했지만 19세기 초반과 후반,

지구 다른 곳에서 혁명이 일어났던 시기. 요즘 집에서 읽고 있는 책 <레 미제라블 1>.

드디어 156쪽, 도형장에서 풀려나온 쟝 발쟝이 숭고한 인간 미리엘 주교와 만났다.

(고맙게도 동생이 봄선물로 뮤지컬을 보여주겠단다. 영화는 봤지만 뮤지컬로 다시 그 감동을!!!)

 

 

 그리하여, 자신을 위해, 그리고 다른 이들에게도 암시하기 위해, 위로하고 고통을 덜어주는

가장 좋은 방법들을 찾는 일에만 골몰하였다. 그 착하고 희귀한 사제에게는, 존재하는 모든 것이,

위로해 주려고 노력해야 할 언제나 슬픈 대상이었다. (......)

비앵브뉘 예하는, 신비한 문제들을 캐내려 하거나 뒤흔들거나 그것들로 인하여 자신의 영혼이

혼란스러워지는 일 없이, 그것들을 밖에서 확인하는 데 그치고, 현묘한 것에 대한 엄숙한 존경심을

영혼에 간직한, 하나의 평면한 인간일 뿐이었다.  (97,98p)

 

 

 

 

다음주에 녹음 시작할 도서로는  <살아야 하는 이유>를 찜해두었다.

강상중의 두번째 고민, 불안과 좌절을 넘어서는 생각의 힘.

 

 연초에 읽은 빅토르 프랑클의 책에 이어 나에게도 '이유!'가 될 만한 책이다.

 

하지만 아들이 거듭나고 '회심'을 이루었다고 생각한 바로 그 때, 아들은 "이 세상에 살아가는

모든 것, 언제까지고 건강하기를, 안녕" 이라는 말을 남기고 돌아올 수 없는 사람이 되었다.

(......)

한국사회는 학력이나 자산, 소득이나 지위의 극단적인 격차와 함께 행복과 불행의 차가

역력하여 과거 어느 때보다 사회 안에 르상티망(원한)이 깊이 퍼져나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 사회에서는 살아가는 의미를 찾지 못해 번민하며 고민을 계속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혹은 비참하지는 않더라고 불안감을 안고, 살아가는 것에서 적극적인 의미를

발견할 수 없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이 책은 그런 사람들이 꼭 읽었으면 하는, 죽은 아들과

내가 합작한 기도의 말이다.  -  2012년 10월 저자의 말,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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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3-02-27 2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박성우의 배꼽, 자두나무 정류장에 나온 시였던 듯...
강남몽 이후 황석영 소설을 읽고 싶은 생각이 안 들어요.ㅜ
강상중도 <고민하는 힘> 이후로 같은 생각이고요.^^

한 아이가 태어나면 지구의 주인이 바뀌는거군요.
봄꽃이 피어나는 것도 지구의 주인이 바뀌는 거고요.^^

프레이야 2013-02-27 22:54   좋아요 0 | URL
네, 언니^^ 자두나무정류장,에 있는 시 맞아요.
전라도 말이 구수하니 재미나더라구요, 박 시인 말에요.
강상중의 책은 전 처음이에요. 황석영은 '개밥바라기별' 이후 안 읽었는데
이 책 '여울물 소리'도 그다지 흥미진진한 서사는 아니더라구요.
대사를 따옴표라든가 뭐 다른 식으로도 따로 처리하지 않아 낭독하는 데에도
자주 헷갈렸어요. 소리꾼의 긴 소리도 자주 나와 그 분위기 살리기도 힘들었구요.
그런 대목은 진짜로 소리 한 번 주욱 뽑아내는 걸로 녹음하면 좋겠더라구요.ㅎㅎ

지구의 주인이 바뀌었다는 말, 참 신선했어요. 시인의 말은 어쩜 그렇게.. ^^

아무개 2013-02-28 08: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아침 출근길 전철에서 살아야하는 이유를 읽기 시작했어요. 아들이야기 나오는 부분에서 울컥해서 아침부터 눈물 참느라 눈에 힘 팍 주고 있었어요.

많은 사람들이 저처럼 살아갈 이유와 의미를 찾아 헤메고 있는거 같네요.
어제 읽은 책에도 빅토르 프랑클이야기가 나오더니 오늘 이 책에 또 등장.

인간 아기의 탄생은 지구의 주인이 바뀌었다는 찬사를 듣지만 그 가드레일 담벼락의 아가고양이는....

프레이야 2013-02-28 19:14   좋아요 0 | URL
마중물님, 읽으셨군요.^^
그 아기 고양이는 정말 가여워보였어요. 두려워하는 눈빛이 ㅠㅠ
차들 사이로 잘 빠져나갔을까요? 한참 도로가 밀려있던 시각이라..

하늘바람 2013-02-28 1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예쁜 배꼽이네요

프레이야 2013-02-28 19:14   좋아요 0 | URL
태은이도 동희도 하늘바람님도 그런 배꼽이 있지요.^^

꿈꾸는섬 2013-02-28 17: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울물 소리 녹음 완료 하셨군요. 짝짝짝 박수를 보내요. 멋져요. 프레이야님.

프레이야 2013-02-28 19:15   좋아요 0 | URL
꿈섬님, 고마워요. *^^*
사실 쉽지 않았어요. 길고긴 대사도 그렇고 소리 뽑는 대목이 길게 나오던 대목들도 그렇구요.
귀명창이라도 되어야할텐데^^

2013-03-01 05: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3-01 10: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지난 주 수요일, TBN 교통방송에서 부산점자도서관으로 낭독봉사자 인터뷰 요청이 와서 내가 하게 되었다. 

(2년 전에도 같은 리포터가 같은 요청을 했는데 내가 마다했었다. 아무튼 방송은 다음날 아침 프로그램에서

십분 정도 나왔다)  한참동안 여러가지 물음에 편안하게 대답하고 웃고 기분좋게 시간을 보내는 바람에

<여울물 소리>를 녹음할 수 있는 시간을 좀 빼앗겼다. 그보다 더 한 건 마지막에 저장하는 단계에서

그나마 녹음한 분량을 날려버리는 실수를 했다. 급히 나오려다 무언가를 잘못 눌렀던 것 같다.

 

그래서 어제는 그 부분부터 다시 녹음했다. 그런데 중간쯤 컴퓨터가 오작동을 하는 만행이...

그 부분에 마가 끼었나.ㅎㅎ 괜찮다. 세번 읽으니 더 좋았다. 그 부분이란 11시간째로 접어든 6A 파일.

서일수가 옥사정에게 거래를 넣어 이신통과 함께 천지도인 박도희를 만나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서일수는 천종급 산삼 세 뿌리와 책을 수습하여 일천 부를 찍을 수 있도록 하라는 책임을 맡는다.

인쇄된 '천지도경'과 장지에 언문으로 필사한 '천지인가'를 읽고 깊은 감명을 받는 그들 두사람.

 

 

 그들은 이것이 보통 일이 아님을 깨닫게 되었고 등잔불을 돋우어 밝히고 각자 돌아앉아

 책을 읽기 시작하였다. '천지인가'는 언문으로 지은 가사로 몇 장이 안 되는 것이라

 잠시 동안에 읽었지만, '도경'은 한 대장부의 평생의 뜻을 밝힌 것이어서 곱씹어 읽어야만 하였다. 

  (223쪽)

 

 녹음시작 2012, 12, 21 (총 495쪽, 현재 293쪽까지 녹음)

 

 

 

 

서일수가 산삼을 팔기 위해 의원을 찾아갔는데 의원이 재미있는 말을 한다.

(그 약방은 이신통이 전기수로 인기를 얻는 장소이기도 하다. 의원이 이신통의 전기수 노릇을 원한다.)

누구 부탁을 받고 하는 일이니 소리 소문 없이 처리해 달라고 신신당부를 하는 서일수에게 그 의원 왈,

 

의원을 하려면 환자의 병환에 관하여는 물론이고 사고파는 약재에 관해서도 입을 다물어야 합네다.

우리가 약방에 모여 손님들과 흰소리나 지껄이는 것도 안 할 소리를 속에 담아놓기 위함이니

그리 알아주면 좋겠소.   (227쪽)

 

 

 

흰소리나 늘어놓고 농담같지도 않은 농담(사실 진정한 농담은 상당히 지적인 영역이다)이나 뱉는 사람이 때론 무섭다.

그 겹겹의 속에는 무슨 말과 생각을 담아놓고 겉보기만 좋은 블라인드를 치고는 남의 속을 찌를 듯 견주는 것인지.

한 마디라도 진심이 느껴지는 말은 누가 들어도 충분히 마음을 움직이는 큰 힘을 가진다.

그런 게 아니라면 차라리 침묵이 낫지 않을까. 그러는 나도 지금 안 할 소리를 속에 담아놓기 위해

어쩌면 다른 말들을 하고 있는 셈일까. 흰소리까지는 아니지만 정말 하고 싶은 말은 하지 못하는 것.

그게 살아가는 일 중 기쁘게 감수해야 할 일이란 걸 깨닫는 데에는 시간이 걸리는 것 같다.

 

어쨌든, 드디어 내가 좋아하는 '올리브 키터리지'가 녹음도서로 완성되었다. 어제 파일을 받았다.

순서대로 해야하지만 이것부터 부탁드렸더니 책임자가 그렇게 해주었다.

말을 글을 이야기를 하고 듣는 일은 집중과 애정을 필요로 하는 소중한 시간이다.

의미 있는 일, 의미 있는 말, 의미 있는 관계에만 열정을 다하고도 생은 모자라지 않을까.

사랑하는 일 한 가지에도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고 정말이지 고민하고 반성하며 열심을 다했던,

선하고 순수하고 신선했던 열정을 환기하며 아주 오래전 파릇했던 시절에 만년필로 끄적였던

일기장 스프링 노트를 덮는데 살폿 미소가 지어진다.

글벗 언니의 말처럼 "올해는 착하게 살기로 했어. 삐지지 말고." 이말이 정답이지.^^

그동안 그분 스스로 속을 좀 볶아댔던 걸 아는지라 그말이 참 사랑스러웠다.

 

며칠 전 수술한 동서에게 갔다온 후 어제는 격려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더니 이런 답장으로 행복을 준다.

"형님도 절대 아프면 안 되요. 운동하고 마음을 좋게 가져야 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미워하지 말고 이해하고 사랑하고... 잘 할 수 있죠. 하트 뿅뿅뿅뿅(왜 4개인지는 몰라도, 하트가 여긴 안 찍혀서^^)"

좋은 말, 좋은 마음, 좋은 관계의 힘!!!  내가 먼저 마음 먹기에 달린 게 아닐까.

입안 가득 예가체프 향이 밝다. 2월엔 운동도 시작할까 한다.

 

 

절반 정도 읽은 <여울물 소리>가 끝나면 다음 소설들을 읽을 예정이다.

찜해두고 있으니 설렌다. 어서어서 읽고 싶다.

 

 

 도서관 책꽂이에서 찜.

 

 

  구매해두고 기다리고 있음.

 

 

 움베르트 에코의 신작 장편소설 1,2 권 구매완료.

 

 

성석제의 신작 장편, 중고샵 장바구니행~

 

 선물로 받고는 대기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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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섬 2013-01-24 16: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레이야님 덕분에 많은 청각장애우들이 좋은 책을 만날 수 있는거죠. 늘 존경스럽고, 멋지세요.^^

프레이야 2013-01-24 20:05   좋아요 0 | URL
이 봉사활동이 널리 알려지지 않은 점도 있어서 더 관심 가질 사람들이 늘어날 것 같아요.
수용할 수 있는 시설도 늘리면 좋겠구요. 저는 무조건 좋아서 즐거워서 하는 일이라
제가 얻는 게 더 많다고 생각해요. 그분들에게도 좋구요.^^ 섬님, 늘 좋은 말씀 고마워요^^

다락방 2013-01-24 18: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올리브 키터리지.
새벽 세시와 올리브 키터리지를 낭독하는 프레이야님의 마음은 어떨까요. 저는 책 읽어주는 팟캐스트를 해볼까 싶어서 마이크를 사두었는데, 당최 어떻게 해야되는지를 몰라서 포기했어요. 하게 된다면 제일 먼저 올리브 키터리지를 해야겠다고 생각했거든요. (새벽 세시를 살릴 자신이 없어요, 저는.)
그런데 프레이야님은 새벽 세시와 올리브 키터리지를 모두(!) 낭독하셨네요. 박수 쳐드리고 싶어요.

프레이야 2013-01-24 20:22   좋아요 0 | URL
히히~ 너무 좋았지요. '일곱번째파도'도요. 1차 편집 다 되어가요.
에미 목소리는 그런대로 만족한데 레오가 좀 어려워요. 남자 목소리라 좀 한계가..
그러고나서 녹음도서로 나오려면 또 시일이 걸릴 거지만요.
팟캐스트, 빨간책방 가끔 들으면 정말 그런 것 해보고 싶어지더라구요.
다락방님도 포기했던 거 다시 살려요!! 들어보고 싶어요. ^^

2013-01-24 21: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1-24 21: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크아이즈 2013-01-24 2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 책을 세 번씩이나 녹음하는 기분은 어떨까요?

프레님, 녹음도서라는 생소한 용어도 프레님 덕에 알게 되네요.
것도 올리브 키터리지라니...
프레님 덕에 올리브 키터리지 권했더니 대부분 환장(?)했어요.
내 엄마, 미래의 내 이야기라고, 눈물, 콧물, 미소가 범벅이 되는 책이라고 좋아하네요.
프레님께 새삼 고마움을^^*

프레이야 2013-01-24 21:47   좋아요 0 | URL
우힛~ 환장을요!! 표지도 우아하구요. ㅎㅎ
'강'에서 올리브는 지금의 제 엄마 나이에요. 정말 우리의 미래이기도 하구요.
'불안'에서 올리브는 얼마나 연약하던지요.
'범죄자'에서 레베카는 자신을 버린 옛남자친구 제니스가 했던 말을 떠올려요.
- "해결책을 생각해낼 수 없으면 생각을 지켜볼 게 아니라 행동을 지켜보아야 한다."
레베카는 자신이 어떤 행동을 하는지 스스로 지켜보더군요. ^^

'브리다'에서 읽은 문구도 생각나요.
- "밖으로 드러나 보이는 것을 바꾼다는 건 내면에 존재하는 것을 바꾸는 것보다 어려운 일이지."
행동(형식)을 바꾸면 내용도 바뀐다는 뜻, 맞겠지요? ^^

마녀고양이 2013-01-25 1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의미 있는 일, 의미 있는 말, 의미 있는 관계...
이런 것들만 하고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하지만 안 되는게 현실이니,
이 역시 수용하려고 요즘은 노력하고 있어요. 그래서 흰소리가 필요한가봐요. 삶의 여유같기도 하구요.

녹음 이야기는 언제 들어도 맘이 따스해져요.

2013-01-25 10: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1-25 20:4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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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울물 소리, 황석영, (주)자음과모음

2012년 12월 21일 녹음 시작, 현재 64쪽까지 완료

 

 

 

 

김훈의 '남한산성'과 거의 비슷한 색상의 표지다.

이신통이라 불리는 이야기꾼을 추적하며 그의 일생을 독자에게 전하는 화자는 연옥이라는,

관기 출신 객주집 여인의 젊고 맹랑한 딸. 아직은 서두만 녹음했는데 이어질 이야기가 흥미진진할 것 같아

두근두근 기대 중이다. 술술 맛깔나게 물고 물리며 풀리는 문장들, 읽기가 즐겁다.

 

이야기꾼 이야기를 쓰겠다고 작정하고, 처음에는 19세기 쯤에 갖다놓고 그냥 허황한 민담조의

서사를 스려고 했는데, 막상 시작해보니 우리네 그맘때의 현실의 무게가 만만치 않았다.

올해는 대선까지 있어서 더욱 실감할 수 있지만, 돌이켜보면 '근대적 상처'의 잔재가 지금도

우리 속에 내면화되어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중략)

 

이야기란 무엇인가, 무엇 때문에 생겨나나, 무엇을 위해 존재하나, 어떤 것이 남고 어떤 것이 사라지나,

다른 무엇보다도 이야기를 만든 이들은 어떻게 살았고, 무슨 생각을 했을까. 이들이 각자의 당대를 어떻게 살아냈으며

어떻게 죽어갔는지 알 길은 없으나 이들이 남긴 수백 종의 언패 소설과 판소리 대본과 민담, 민요 등등은

눈보라 속을 걷는 나에게 먼저 간 이가 남긴 발자취와도 같았다.

 

                                                                                                                          - 작가의 말

 

 

 

 

 

 

 

 

 

 

 

 

 

 

너 없는 그 자리, 이혜경, 문학동네

2012. 12. 5 녹음 시작  12월 17일 완료(총 274쪽, 17시간 소요)

 

 

 

 

9개의 단편 모두 뒤에서 비수를 꽂는 느낌이다. (내 등에 비수가 꽂히면 그런 느낌일 것 같다)

아흔다섯 해 평생을 살아오신 시댁 쪽 노할머니가 요양병원에 계신다.

정신이 오락가락 사람을 알아보기도 못 알아보기도 하며 그곳에서 여생을 이어가고 계신다.

나는 그분을 21살에 처음 뵈었고 그후 자주 뵐 일이 없었다. 집안의 두번째 할머니였으니. 

신산한 삶을 사셨을 가여운 그 할머니이 최근 가족에게 하셨다는 말씀을 전해 듣기로는 이렇다. 

"사람 한 평생이 참 가소롭다"  끌끌 혀를 차듯 그렇게 한 마디 하시더란다.

<너 없는 그 자리>가 들려주는 우리네 초라한 사람의 생은 어쩜 이리도 시덥잖은지,

어쩜 이리도 가엾은지... 이제 살았구나 하면 죽음이, 이젠 딱 죽겠구나, 하면 부활이.

그렇다고 해서 절망보다 더 절망스러운 희망 한 가닥을 붙잡지 않을 수도 없는, 

알고도 속고 모르고도 속는 참으로 가소로운 생.

 

"선생님, 저는 왜 미쳐지지도 않는 걸까요?"

                                                               (꿈길밖에 길이 없어, 중 마지막 문장, 190p)

 

 

 

 

 

덧)

'어린이문예'와 '부산이야기'(2013년 1,2월) 그리고 2013년 1월 점자도서관 ARS 생활건강상식까지 녹음했다.

이런 읽을거리들은 봉사자들이 나누어 읽고 서두에 낭독자명을 밝힌다.

'어린이문예'는 부산 MBC에서 매월 발행하는 어린이 대상 책자, '부산이야기'는 부산 시청 미디어센터에서

발행하는 잡지로 다양한 문화콘텐츠와 도시의 숨은 명소나 유익한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는 숨은 장소들 등을 

소개하는데 시인 및 객원기자들의 글이 대부분이다.

생활건강상식, 이번에는 원형탈모에 관한 내용이었다.

원형탈모도 일종의 자가면역체계 이상 증상이다.

스트레스성이 많으니 잠을 푹 자고 스트레스 받지 않는 게 중요하다는 처방.

이미 진행이 된 경우는 병원에서 꾸준히 관리를 받고 클리닉 제품도 꾸준히 사용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한다. 

스트레스 받지 않는 환경을 스스로 마련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사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겠다.

올해 얼마 남지 않은 날은 물론 새해에도 행복한 마음으로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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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2-12-28 2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레이야님 페이퍼로 만나는 책들은 다 읽어보고 싶어요.^^

올해 서재 기네스에 줄줄이 이름이 올랐어요.
댓글을 많이 단, 댓글이 많이 달린~ 우린 올해도 열심히 댓글을 달았네요.ㅋㅋ
올해는 마실도 많이 못 다녔는데, 그래도 순위에 올랐어요.^^

프레이야 2012-12-29 20:47   좋아요 0 | URL
여울물소리, 아직 초반이지만 느낌이 좋아요.
언니는 올해 바빠서 진짜 마실 적게 다니셨는데도 그 정도니 가히 지존급이세요ㅎㅎㅎ

2012-12-29 08: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12-29 20: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녀고양이 2012-12-29 1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니, 언니의 녹음 페이퍼를 지난번 읽고 나서
제가 일산에도 이런 종류의 자원 봉사가 있는지 홀랑 찾아봤었답니다. 그런데 없더라구요. ^^

언니가 녹음한 이야기를 올리실 때마다 마음이 따스해집니다.
손 끝도 살짝 온기가 감돕니다.

언니, (함께살기님께 배운 문구인데) 고운 일 담뿍 누리시는 새해 맞이하셔염~

프레이야 2012-12-29 20:52   좋아요 0 | URL
달여우님, 일산에는 없군요. 전국적으로 그리 많진 않은가 봐요.
책을 읽으며 제가 얻는 게 더 많으니 정말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에요.
연말이라 이런저런 생각들이 많아요. 좋은 것만 기억하고 또 나아가요, 우리.^^
고운 일, 고운 마음으로.. 네 좋은말 고마워요, 항상, 늘, 언제나.^^

아이리시스 2012-12-29 1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제 꼭 프레이야님 목소리 듣고 싶어요. <너 없는 그 자리> 비..비수.. 읽고 싶어요! <여울물 소리>는 좀 오래 붙잡고 있는데 뭐랄까, 제가 읽다가 흐름을 좀 놓쳤는지 다시 한 번 읽으려고 해요. 새해가 오면 프레이야님 목소리 꼭 들려주세요. 제 소원이에요ㅎㅎㅎ

해피 뉴 이얼~^^

프레이야 2012-12-29 20:54   좋아요 0 | URL
아니 되어요. 직접 들으면 별로에요. 아흥.. 다른 소원으로 말해봐요ㅎㅎㅎ
한 해동안 아이님의 고품격 고품질 위트있는 글들로 행복했어요. 참 고마워요.
해피 뉴 이얼~~~ *^^*

blanca 2012-12-31 0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울물 소리 너무 궁금했어요. <너를 위한 자리>를 미리 알았더라면 어제 주문했을 터인데 아쉬워요. '사람 한 평생이 참 가소롭다' 아. 가슴이 찡해요. 저도 죽음을 앞두면 모든 것이 너무 허무해질 것 같아요. 그 순간을 가끔 상상하면 사는 게 참 허무해져요. 프레이야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그리고 언제나 건강하시기를...

프레이야 2012-12-31 12:47   좋아요 0 | URL
90해 너머를 살게 되면 저런 말 한 마디로.. 그래도 가소로운 생이라도
지금 이 순간 내가 발 딛고 있는 이곳에서 재미나게 행복 가꾸며 살아야겠지요.
허무의 나락으로 빠지진 말자구요.^^
블랑카님도 새해 더더 행운 가득한 하루하루 되시길 바래요.
건강하게요^^

다크아이즈 2012-12-31 15: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프레님 지역 발간 잡지까지 낭독 접수하시는군요. 멋지옵니다. 짝짝짝~~~
연말을 보람있게 보내신 프레님께 따땃한 어묵 국물과 고소한 붕어빵 하나 배달합니다.
프레님께 고맙다는 인삿말로 올 마지막 하루 말을 시작합니다.

아침에는 네 식구 레 미제라블 보고왔어요. 초반에 십 분 정도 졸았다는.
일어나 보니 앤 해서웨이(팡띤느)가 죽고 없더라는.ㅋ
프레님 빠알간 장미 로고만 봐도 행복한 한 해였네요. 행복한 새해 맞이하시어요~~

프레이야 2012-12-31 17:49   좋아요 0 | URL
올해를 되돌아보면 팜님과 팜님의 글을 알게 된 것이 감사한 목록 중 하나에요.
이런저런 생각이 드는 고즈넉한 시간, 차분하게 좋은 것만 생각하고 싶어요.^^
앤 해서웨이는 영화마다 변신에 변신... 어디까지일지 ^^
제가 어묵국물과 붕어빵 좋아하는 줄은 어떻게 아시고ㅎㅎㅎ
님도 신명나는 새해 맞이하시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