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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내면으로 돌아가서 자유롭고 올바른 자세를 견지한다는 스토아사상은, 정치적 좌절과 그 밖의 모든 불행에 처할 때마다 그들의 마지막 위안이었다.  

동일한 정신에서 철학은 고통받는 보에티우스에게 이런 말을 건넨다. 네가 깊은 수렁에 빠졌다고 한탄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너는 출세와 성공에 매달리지 않았는가. 그것은 네 삶을 행운의 여신 포르투나Fortuna의 손에 맡긴 꼴이다. 행운의 여신의 본질은 성공과 좌절, 존경과 경멸, 즐거움과 괴로움의 오르내림이다. 네 삶은 행운의 여신이 지닌 수레바퀴와 같아서 끊임없이 돌아가면서, 때로는 길게 때로는 짧게 올라가고 내려간다. 자신의 삶을 행운의 여신 손에 맡긴 사람은 갑자기 나쁜 일이 일어나도 놀라거나 한탄해서는 안 된다.  

행운이 여신이 다스리는 세계에서는 근본적으로 참된 행복이란 찾아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가장 먼저 기억해야 한다. 행운의 여신의 왕국에서 행복을 찾는 이에게는 믿을만한 안식처가 없다. 행복에 이르는 가장 좋은 처방은 이렇다. 오로지 영혼의 내면에 들어있는 본래의 집, 진정한 고향으로 돌아가라! 

- <지중해 철학 기행> , 클라우스 헬트, 효형출판 (449-450쪽) 

 

------- 

보에티우스는 행운의 여신에게 얻는 재물이 진정한 행운의 선물이 되지 못하는 까닭을 묻는다. 철학의 대답은 재물이 인간의 기대를 채워주지(충족시켜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인간이 원하는 재물이란 삶의 성공을 보장해주는 것, 곧 善이다. 그것은 다섯 가지 특징을 지니고 있다. 1,자족(충만) - 2,힘(지배력) - 3,존경(사회적,정치적 지위 등으로 자신의 업적을 인정받는 방식) - 4.영광(신체적 장점 등으로 자신의 존재가 어둠이 아니라 환한 빛을 받고 감탄의 대상이 되는 방식) - 5, 편안함, 기쁨, 존재의 즐거움(육체적 쾌락)  그렇지만 이 다섯가지가 인간이 소망하는 것을 가져다주지는 못한다. 인간이 소망하는 것은 지속적이고 완전하며 안정적인 삶의 성취를 보장하는 것, 곧 '선'이기 때문이다. 잡다한 것에 부산떨지 않고 보다 나은 가치를 위해 묵묵히 걸어가야겠다. 가다보면 어느새 그만 가야할 때가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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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rnleft 2009-05-23 09: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잡다한 것에 부산떨지 않고 보다 나은 가치를 위해 묵묵히 걸어가야겠다."
마음에 와 닿는 말입니다..

프레이야 2009-05-25 19:59   좋아요 0 | URL
턴님은 그렇게 보입니다. 묵묵히요..

하늘바람 2009-05-23 0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삶은 행운의 여신이 지닌 수레바퀴와 같아서 끊임없이 돌아가면서, 때로는 길게 때로는 짧게 올라가고 내려간다. 자신의 삶을 행운의 여신 손에 맡긴 사람은 갑자기 나쁜 일이 일어나도 놀라거나 한탄해서는 안 된다.

프레이야 2009-05-25 20:01   좋아요 0 | URL
행운의 여신에 기대어 살아선 안 되겠단 생각이 드는 순간
삶이 좀더 나아질까요? 힘들어질까요?
저도 그 문장이 제일 와닿았어요.

하늘바람 2009-05-23 0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위의 문장이 인상깊어요

맥거핀 2009-05-28 0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학 때 술만 먹으면 '나는 참 즐겁고 싶다' 늘상 그랬었죠.
그리고 즐겁고 싶다는 핑계로 해야할 일들을 많이 안하기도 했구요.

지금은 손발이 오그라들어서 그런 말 못하기도 합니다만,
한편으로는 그런 생각도 들어요. 그때 그런 '즐거움' 또는 행복'이란 걸 방패삼아,
참 여러가지를 안하려고 살았던 건 아닌지. 그게 일종의 자기합리화의 수단이 아니었던 것인지..

아이고..참 맥락없는 댓글이군요. 죄송합니다.

프레이야 2009-05-28 17:18   좋아요 0 | URL
즐겁고 싶다, 그건 행복하고 싶다와 동의어로 들려요.
행복하려면 해야될 일보다 안 해야될 일이 더 많은 게 맞는 것 같단 생각이 들어요.
해야될 일과 안 해야될 일 사이에서 방황과 갈등을 하는 게 또 우리 사람이지만
의지의 문제겠지요. 제게도 그게 난제입니다.
맥락없는 댓글!, 그거 전 좋은데요.
 

 

 <부산점자도서관 녹음실에서 찰칵>

 

1. 죽은자들은 토크쇼게스트보다 더 많은 말을 한다 / 마이클 베이든  

 

  법의학자가 밝히는 죽은자들의 진실. 

  아주 낯설고, 아주 흥미로운 내용이었다. 

 

 

 

 

2. 사람아 아, 사람아 / 다이허우잉 

  중국현대문학의 기수 다이허우잉의 자전적 소설. 

  '마르크스주의와 휴머니즘'을 주제로 각 인물들의 시점에서 각 장을 달리 

  서술하는 기법. 인간의 삶에 진실로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됨.

 

 

 

 

 

4월29일, 클라우스 헬트가 쓴 <지중해 철학기행>(효형출판) 시작했다. 

영화 '박쥐'를 나름으로 해석할 수 있는 단초가 읽혀져 반갑다.   

"만일 인간이 지속적인 행복에 도달하고자 한다면, 영혼은 피안에 자리한 이데아들의 세계에서 참된 고향을 찾아야 한다. 그러려면 혼이 정화되어야, 다시 말해 육체로부터 해방되어야 한다. 우리가 이데아들을 인식하면서 지속적인 행복을 실현하는 데 걸림돌이 되는 것은, 감각이 일어나는 바로 육체이기 때문이다. 이데아들을 순수하게 바라보기 위해 혼은 육체로부터 떨어져야 한다.... 철학은 죽음의 훈련이다." (144-14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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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천자문 2009-05-08 14: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청각장애인들을 위한 녹음 자원봉사를 하시는 건가요?

가넷 2009-05-08 14:57   좋아요 0 | URL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낭독봉사 아닌가요..ㅋ;

프레이야 2009-05-09 11:49   좋아요 0 | URL
또 변신하셨군요.ㅎㅎ
네, 가넷님 댓글처럼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도서관 녹음실이에요.

2009-05-08 20: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5-08 21: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5-09 00: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르케스 찾기 2017-10-06 20: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람아 아 사람아 리뷰를 ˝찾아˝ 읽다가,, 낯익은(북플의 친구맺은 분)이 보여서ㅋ 댓글 답니다. 잘 읽고 갑니다 좋은 일, 아름다운 일 하시는 것 같아.. 많이 느끼고 배우고 갑니다 ^^

프레이야 2017-10-06 22:24   좋아요 0 | URL
오랜만에 반갑습니다. 이 일은 제가 좋아서 오래도록 하고 있는 보람된 일입니다.
관심에 감사드려요. ‘사람아 아 사람아‘는 오래 전 읽었지만 참 좋았던 기억이 납니다.^^
 

"당신이 말하는 복이란 뭐지? 내게는 보이지 않는 것 같애." 그녀는 희미하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자유지. 정신의 자유. 우린 두 번 다시 맹목적으로 숭배하거나 복종하지 않으며 두 번 다시 유치하고 경솔한 짓은 하지 않아. 이것이 행복이 아니고 뭐겠어? 그리고 말이지. 우린 얼굴 가죽도 옛날보다는 훨씬 두꺼워져 있어." 

그녀는 풋! 하고 웃음을 터뜨린 다음에 말했다. 

"얼굴 가죽이 두꺼운 것도 행복이야?" 

나도 웃으면서 말했다. 

"커다란 행복이지. '행복 중의 행복'이란 거야. 인간의 자존심과 인격은 언제 상처받게 되른지 모르는 것이지만 그럴 때에 얼굴 가죽이 두꺼우면 자존심과 인격을 지킬 수 있잖아. 지식인의 얼굴 가죽 같은 것은 앏은 법이야. '체면' 때문에 '긍지'를 버리는 일도 있어. 그러나 인간으로서는 '긍지' 쪽이 '체면' 쪽보다 중요한 거야. '긍지'가 인격과 존엄이라면 '체면'은 허영에 불과해. 갖가지 재난, 특히 이번의 10년 동란 덕택에 거의 모든 지식인이 냉혹한 시련을 견뎌냈어. 그 시련의 성과 중의 하나가 얼굴 가죽이 두꺼워졌다는 거지. 덕택에, 비난을 당해서 체면을 엉망으로 만드는 일 같은 건 이제 하나도 무섭지 않아. 그리고 그럼으로써야말로 사람들이 진리를 지킬 용기와 의지를 강인하게 할 수 있는 거지. 비판할 건가? 좋지요! 목에 표찰을 걸 거야? 뭐? 안 건다고? 급료도 공제하지 않고? 그거 참 한참 봐 주는군!  얼마나 행복해! 하하하!" 

 

- 사람아 아, 사람아!, 중(다이허우잉 지음, 신영복 옮김) / 다섯수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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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가죽이 두껍다는 표현은 대개 부정적인 의미로 쓰인다. 체면도 염치도 없는 사람을 가리키는 경우이다. 하지만 위의 인용문에서 얼굴 가죽이 두껍다는 의미는 정반대로 해석되어 있었다. 중국 현대 휴머니즘 문학의 기수인 다이허우잉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소설, <사람아 아, 사람아!>를 낭독하다가 오늘 마음에 걸린 대목이다. 체면 때문에 긍지를 버리지는 말자는, 체면을 차리고자 하는 얇은 얼굴 가죽 대신 체면 따위는 버리더라도 긍지를 지키기 위해 보다 넓은 안목으로 자존감을 지키는 두꺼운 얼굴 가죽을 하자고. 얼핏 들으면 명분보다 실리가 우선이란 말 같지만, 어떻게 보면 실리에 눈 밝히기보다 명분을 지키고자 하는 인격을 연마하자는 의미이기도 하다. 우리는 무수한 싸움과 갈등을 하며 살아간다. 개인의 역사는 집단의 역사 속에 묻혀 흘러가고 또 그것을 형성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개인의 역사를 말할 때 집단(사회, 국가)의 역사를 따로 떼어놓고 말하기란 어렵다. 갈등은 개인이든 역사이든 하나의 동력이 될 수 있다. 수레바퀴를 굴려가는 에너지, 그 갈등이 어느 날 자신을 통째로 집어삼키려들 때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하여야할까. 진정 얼굴 가죽이 두꺼워지는 것도 지난한 과정과 계기를 통한 훈련이 알게모르게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다. 고통 받고 그 상처가 아물 즈음이면 조금씩 두꺼워지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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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거핀 2009-04-23 0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주 오래전에 읽었던 책인데, 옛날 생각이 나네요.
뭐 별 이야기는 아니고,^^ 예전 대학 때 사귀던 여자친구가 이 책을 읽고 심하게 울었다고 했거든요.
그 때 그 친구의 감정(생각?)이 무엇이었을까, 무엇이 그 친구를 울렸을까,
궁금해져서 읽은 책입니다만,
지금 저에게 어떤 내용인지 하나도 기억이 안 남은 걸 보니, 별로 저에게는 안 와닿았던 모양이네요.;

지금 읽으면 뭔가 다른 부분이 있을는지도 모르지요.^^

프레이야 2009-05-25 19:22   좋아요 0 | URL
20대라면 크게 공감하지 못할 수도 있겠다 싶어요.
저 소설 속 위의 남녀는 40살 정도의 나이에요.
이데올로기가 인간성을 어떻게 파괴하는지, 오히려 더 곤고히 하는지 보여줍니다.
세월이 흘러 다시 읽거나 보거나 하면 다르게 보이는 게 많은 것 같아요.^^

순오기 2009-04-23 0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정말 부정적 의미로만 썼는데, 이렇게 멋지게 쓰일 때도 있군요.^^
혜경님이 이젠 좌파에서 우파로 바뀌었어요.ㅋㅋ
예전에 달인 마크가 왼쪽이냐 오른쪽이냐에 따라 좌파 우파로 분류한 메피님 글 알죠?^^

프레이야 2009-04-23 19:41   좋아요 0 | URL
우파, 그런 거에요? ㅋㅋ
그냥 한 번 배열을 바꿔본 건데요.ㅎㅎ
근데 좌파쪽이 눈이 더 편한 것 같아요.

지우개 2009-04-24 1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점점 두꺼워지는 얼굴이 알지못할 모순에서 허덕거렸는데 아~ 혜경님이 말끔히 정리해주셨네요.명분,긍지...요즘 소신이라는 것 때문에 고민고민 하고 있거든요.이책 꼭 읽어 봐야겠어요.

프레이야 2009-04-24 12:35   좋아요 0 | URL
네, 저도 늘 모순에 허덕이지요.
얼굴도 마음자락도 날랑날랑 하지말고 좀더 두꺼워지고 견고해져야할 것 같아요.
늘 팔랑거리고 볶아대며 살아서 큰일이에요.

가시장미 2009-04-24 16: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통 받고 상처가 아물면서 얼굴 가죽이 두꺼워지는 건 아닌 것 같아요. 경우에 따라서는 그 고통과 상처들이 얼굴 가죽을 갉아먹기도 하지요. 고통과 상처때문에 가면을 택하는 것보다는 얇은 가죽이 낫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드네요.

저 처럼 가면쓴 사람은 좀처럼 그 가면을 벗기가 힘들거든요. 그래서 애초에 얇은 가죽으로 살껄. 하지요.^^

프레이야 2009-04-24 21:48   좋아요 0 | URL
전 투명한 얼굴을 좋아해요.^^
장미님이 가면을 벗기 힘들다면 그건 타인을 배려하기 위한 선한 가면이겠지요.~~
이런 분들은 자신이 오히려 힘들죠. 오히려 내면적으로 쌓이는 게 많을 수도 있구요.
어떤 말에서건 가치를 뒤엎어 더 나은 가치를 만들어내는 게 참 좋을 것 같아요.
행동으로 이어져야 증명되는 것이지만요. 여긴 오늘 비가 오고 바람이 불어 쌀쌀하네요.
감기조심하세요, 현호도^^
 

 

인간의 머리가 주는 공포

 사람의 머리를 손에 든다는 것은 무섭고도 불안한-심지어는 겁나는-일이다.

 사람의 머리를 드는 것과 두개골을 드는 것은 비교도 할 수 없다. 두개골을 들고 있을 때는 일정한 정서적 거리를 둘 수 있다. 팔을 쭉 뻗어 멀찌감치 들고 있을 수도 있지만 그럴 필요도 없다. 그다지 마음이 불편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체보관소에 있는 머리는 신경을 온통 헤집어 놓는다.

 부분적으로 보았을 때 우리를 그토록 뒤흔들어 놓는 것은 부드러운 조직들, 즉 피부, 모발, 눈, 귀, 입술과 같은 것들이다. 이런 것들이 모여 얼굴 생김새를 구성한다. 우리가 인간다움이라는 것을 머릿속에 그릴 때면 살아오면서 부딪히는 수많은 얼굴들 - 거리에서 다가오는 얼굴들, 잡지의 그림이나 사진, 혹은 은막에서 우리를 쳐다보는 얼굴들 - 을 떠올린다. 그래서 어떤 형태든 부자연스러운 상태로 놓여진 머리를 본다는 생각만으로도 몸서리가 쳐질 만큼 머리에 감정을 부여하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장갑을 낀 손으로 머리를 들고 있을 때면 어떠한 정서적 거리감도 가질 수 없다. 사실 무관심하고 싶지도 않다. 내가 들고 있는 것이 누군가가 자식으로 두고 있는 사람의 머리라는 점을 부정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부정하고 싶은들 어떻게 머리를 들고 있든 어떤 자세로 놓아두거나 받쳐놓든 머리가 가지고 있는 정서적인 영향력을 누그러뜨릴 수는 없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깨닫게 되었다. 잘린 머리를 대할 때마다 갖는 - 꼼짝없이 등골이 오싹하게 만드는 - 그 느낌은 언젠가는 극복할 수 있으리라 기대할 수 없는 그런 감정이라는 것을 받아들이게 된 것이다.

(중략)

 사람의 안면은 열네 개의 뼈로 이루어져 있다. 그 대부분은 서로 대칭되는 모양의 조각들이 쌍을 이루고 있는데, 두개골의 바닥부분에는 후두골이 꼬리뼈(환추)라는 목에 있는 첫 번째 등뼈와 관절을 이룬다. 꼬리뼈를 영어로는 ‘아틀라스’라고 하는데 고대 그리스인들로서는 이 꼬리뼈가 머리를 떠받치고 있는 모양새가 마치 아틀라스(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티탄족 이름. 티탄족에 반란을 일으킨 하늘의 신 제우스와의 전쟁에서 패하여 그 벌로 하늘을 떠받들고 있게 되었다고 함)가 지구를 떠받치고 있는 모양 같다고 여겼던 것이다. 꼬리뼈로 인해 목 부분의 등뼈 위에 놓인 머리를 돌리거나 굽힐 수 있다.




- 마이클 베이든의 법의학 이야기 <죽은 자들은 토크쇼 게스트보다 더 많은 말을 한다> 중

   p280-p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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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몸을 구성하는 206개의 뼈 중에서 22개가 머리와 안면을 구성하고 있다고 한다. 그중 안면을 구성하는 뼈가 14개다. 우리의 눈과 귀와 입술 등 부드러운 조직들을 구성하는 감싸고 보호하는 데 필요한 뼈이기도 하다. 그걸 쓰다듬고 입 맞추고 지긋이 바라보는 일은 그것과의 모든 추억과 어쩌면 아련한 그 옛날의 꿈이었을지도 모를 개개인의 기억들을 상상해보는 것과 유사하다. 상상력! 인간에 대한, 인간의 삶에 대한, 인간 삶의 애잔함에 대한 무한한 상상력이 우리가 살면서 무수히 만나고 헤어지는 사람의 얼굴에 대한 공포를 갖게 하는 것이다. 부드러운 그 조직들, 미세한 주름의 수까지도 다른 그 얼굴들이 한편 두려움의 대상인 것이다. 나는 대개 사람의 얼굴이 두렵다. 오욕칠정의 감정에 독기를 뿜어내기도 하고 충만한 감정에 벅차오르기도 하는, 나를 야누스이게 하는 그 얼굴들이 두려운 것이다. 내 얼굴을 포함하여. 내 얼굴의 조직들은 지금 어떤 말을 하고 있을까. 오늘 연 와인의 오크향이 오늘따라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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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하 2009-03-27 0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을 읽으면서 제 얼굴에 몇 가지 표정(아마도 좋은 표정일 것 같아요.)이 지어지는 것 같아요. 그래서 감사해요.^^;

프레이야 2009-03-28 09:21   좋아요 0 | URL
푸하님 늘 그렇듯, 읽기모임으로 알게 되는 책들 참 훌륭해 보여요.
사람의 얼굴을 서로 가꿔주는 사이가 아름다운 관계가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비로그인 2009-03-27 0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무서운 사진 있는줄 알고 클릭할까말까 할까말까 어젯밤부터 고민했었다는 ㅎㅎ

프레이야 2009-03-28 09:19   좋아요 0 | URL
제목이 좀 그랬네요.ㅎㅎ

무해한모리군 2009-03-27 1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굴은 무섭지만 본능적으로 시선이 가는듯해요. 저 책 저자는 참으로 논리적이군요.

프레이야 2009-03-28 09:18   좋아요 0 | URL
법의병리학자로서의 경험을 논리적이면서도 유머러스하게 풀어놓았어요.
흥미롭더군요, 휘모리님.^^

라로 2009-03-27 2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인 넘 자주 드시는거 아냐요????ㅎㅎ

프레이야 2009-03-28 09:19   좋아요 0 | URL
거의 매일 마셔요, 나비님.^^
저건 뽕떼-까네, 음 아주 맘에 들었어요.

2009-03-27 23: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3-28 09: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년 1월과 2월 동안 점자도서관에서 낭독녹음한 도서다. 

1. 설령 

 미우라 아야꼬 지음 / 설우사 

   독실한 기독교 신자, 미우라 아야꼬의 소설. 

   실제 인물의 이야기를 기초로 다분히 교조적이고 종교적이지만 

   그것을 초월한 고차원의 인간 미덕이 있다.  살신성인 정신으로  

                        사랑을 실천한 어느 젊은이의 이야기.

                        시각장애인 회원의 신청도서였다. 

 

2. 한승원의 글쓰기 비법 108가지 

 

  한승원 지음 

  고향 전라도에 토굴을 짓고 장르를 두루 섭렵하며 글쓰기에 

  매진하고 있는 한승원이 그의 작품을 예문으로 들며 글쓰기 비법을 

  말해준다. 하지만 특별하고 구체적인 비법을 기대하면 실망이 될  

  책이다. 글쓰는 사람의 기본 자세에 초점을 맞춘 근본적인 마음자세

  로 초점을 두고 읽으면 유익하다. 

 

3. 21세기를 사는 지혜, 배신 

 

  김용철 외 지음 / 한겨례 출판사 

  한겨례 특강 '배신'편을 묶은 책이다. 

  연극인 오지혜의 사회 및 인터뷰로 청중들과 함께 하는 살아있는 

  언어와 사고가 숨쉬는 책이다. 배신의 아이러니적 미덕을 

  발견할 수 있고 진정한 배신의 의미를 깨닫는 순간, 아는 것과  

  행동하는 것의 일치에 대한 자성을 하게 될 것이다. 

 

 

4. 열등감을 희망으로 바꾼 오바마 이야기 

                                          

 버락 오바마의 평전, 청소년을 위한 도서로 나와 읽기에 무난하다. 

 그의 연설문들이 영문과 함께 수록되어 있다. 

 그의 가족사와 유청년기를 거쳐 그의 과거 행적을 읽을 수 있다. 

 대통령이 된 후의 (지금까지의) 행보와 그의 과거 지향점이 모순에  

                                        이른다고 느껴지는 부분이 씁쓸하다. 

 

5. 섬 

 

  르 클레지오 지음 

 2008년 노벨 문학상을 받은 프랑스의 방랑 작가 르 클레지오의  

 비교적 후반 소설. 레옹이라는 인물이 다시 랭보와 오버랩되며 

 손자가 할아버지 대의 조상과 겹쳐지는 자기정체성 찾기의 여행. 

 자연과 인간과의 관계. 자연의 위대함과 물질문명이 회귀해야할 

 모태로서의 자연이 시적이며 은유적이며 화려한 문체로 그려진다.  

                                        수르야바티와 레옹의 사랑은 자연과 도시, 원시와 문명의 결합이다.

                                        분량이 많아 mps 시디로 제작하면 용량이 꽤 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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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마이클 베이든의 법의학 이야기 <죽은자들은 토크쇼 게스트보다 더 많은 말을 한다>를 시작했다. 1A, 1B, 2A까지 녹음했다. 흥미로운 분야다. 그중 오늘 밑줄 그은 내용은 아래와 같다. 

사실 우리는 살아온 대로 죽는다. 변사의 경우에는 더더욱 그러하다. 몸은 그 주인이 평생에 걸쳐 가한 이롭고 해로운 일들을 반영한다. 흡연, 음주, 안경의 착용(콘택트렌즈도 눈의 모양을 바꾸어놓는다), 약물복용, 성적 취향, 스트레스, 운동, 자살의 방법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기호와 욕망의 종류는 피부 안, 피부 위 그리고 피부 밑에 모두 드러난다. 시체에서는 마치 그 사람의 일대기라도 되는 것처럼 이 모든 것을 읽어낼 수 있다. 

(22-23쪽) 

 

 원제 DEAD RECKONING 

 마이클 베이든 / 바다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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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9-03-05 2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낭독을 할 때면 속으로 읽을 때보다 더 집중이 되거나 기억에 오래 남거나 하나요? 문득, 그게 궁금해졌어요.

프레이야 2009-03-05 23:20   좋아요 0 | URL
그럴 때도 있고 오히려 안 그럴 때도 있어요.
발음은 물론 단어 하나 토씨 하나 끊어읽기 그외 괄호 부분
주석부분까지 읽어야 하고 호흡을 고르게 가다듬어야 하기 때문에
어떨 땐 내용에 집중하지 못할 때가 있어요.
그럴 땐 다시 돌아가 속으로 한 번 더 읽고 가요.
그래서 전 낭독하다가도 연필을 들고 밑줄긋기를
해요. 그러면 내용을 놓치지 않고 일거양득이 돼요.^^
소설처럼 대사가 많은 책은 나름 그 재미가 있구요.

바람돌이 2009-03-06 0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애들 책 읽어주는 것도 너무 힘들던데... 혜경님 정말 대단하세요.
혜경님의 낭낭한 목소리로 듣는 책은 어떤 느낌일까요? 낭독하는 혜경님의 모습이나 그 마음까지 너무 멋져보이는거 아시죠? ^^

프레이야 2009-03-06 10:42   좋아요 0 | URL
같은 사람의 목소리도 그날그날 미묘하게 달라져요.
그래서 전날 읽었던 끝부분을 조금 듣고 되도록이면
그 목소리톤에 맞춰서 이어나가려고 해요.
어떤 날은 고르고 맑은데 어떤 날은 잠기고 긁히는 소리가 나구요.
낭낭한..우히힛~ 괜스레 기분 좋아요, 바람돌이님.
해아나 예린인 서로 읽어주기하면 더 재밌을 것 같아요.
엄마 목도 서서히 덜 아프고요.^^

bookJourney 2009-03-06 06: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낭독녹음을 하시는군요. 혜경님, 너무 멋져요!!!

프레이야 2009-03-06 10:43   좋아요 0 | URL
O형 같은 B형 책세상님 ^^
호호.. 그저 좋아서 즐겁게 하는 일이에요.^^

무스탕 2009-03-06 0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혜경님께서 녹음해 준 책들을 듣는 분들은 마음이 편안해질것 같아요.
책 읽으시다 좀 흥분되는 부분에선 같이 목소리 커지고 슬픈 부분에선 덩달아 처지거나 가라앉지 않나요? ^^

프레이야 2009-03-06 10:45   좋아요 0 | URL
듣는 사람에게 편안하게 들리는 것, 그게 제일 중요하다고 해요.
실장이 제가 제일 편하게 읽는다고 하더군요.
더 잘해라고 한 말일텐데도 기분은 좋았어요.ㅎㅎ
읽다가 울컥했던 부분도 있고 목소리가 떨리던 부분도 있었어요.
리와인드해서 그 부분은 다시 읽었죠.^^

stella.K 2009-03-06 1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도 읽고 봉사도 하고 일석이조네요.
저도 예전에 이런 봉사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낭독은 더듬거려서 못하고...목소리는 좋은데.쩝.

저 한승원의 책은 군침만 흘리고 있습니다.ㅜ.ㅜ

프레이야 2009-03-06 13:29   좋아요 0 | URL
네, 두마리 토끼에요^^
한승원의 저 책은 뾰족한 비법이라고 보긴 좀 그래요.
스텔라님이라면 그정도 비법은 가지고 계실 듯해요.
목소리 좋다고 자부하실 수 있을 정도면 아~ 듣고싶어요^^

꿈꾸는섬 2009-03-07 1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혜경님의 목소리가 궁금해요^^ 물론 아름다우시겠죠.^^

프레이야 2009-03-07 14:49   좋아요 0 | URL
아뇨.ㅎㅎ 마이크 앞에서만 가다듬으니까요.

순오기 2009-03-09 0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실제 사람 앞에서 읽어주는 것과 낭독을 녹음하는 것은 좀 다르겠죠?
고운 목소리에 정성을 담아 낭독하는 혜경님도 떠올려봐요.^^
나도 더 나이 먹어서 책읽어주는 할머니로 살고 싶은데 목소리가 문제되겠다~ㅋㅋ

프레이야 2009-03-11 00:41   좋아요 0 | URL
오기언니 책읽어주는 할머니 같이 해요^^
언니 목소리 좋은 건 제가 이미 아는데요 뭘.ㅎㅎ
사람들앞에서 낭송할 때보다 혼자 녹음실에 앉아 낭독하는 게
훨씬 편하고 좋아요. 낭송과 낭독은 다르긴 하지만요.
그게 아니고 사람들 앞에서 실제 읽어주는 것도 다르긴 할 거구요.

뽀송이 2009-03-10 23:16   좋아요 0 | URL
ㅎ ㅎ 순오기님, 혜경님 두분 다 따스한 사람 냄새나는 낭독하실 것 같아요.^^
혜경님의 그 고운 목소리로 들려주는 이야기 저도 들어보고 싶어요.^^

소나무집 2009-03-22 07: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이 골고루 다 있네요. 낭독할 책은 혜경님이 직접 고르시는 건가요?

프레이야 2009-03-22 09:25   좋아요 0 | URL
네, 녹음실 책장에 비치된 책 중에서 제가 골라요.
같은 장르만 계속 읽으면 지루하니까 골고루 고르는 편이구요.^^

폭설 2009-03-22 15: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주 좋은 돕기를 하시네요.^^ 저도 목소리 더 늙기 전에 녹음봉사 한번 하고 싶은디.. 신청은
어떻게 하나요? 부산은 아닙니다만.
아무나 받아주나요? ㅋㅋ... 아니면 목소리시험 통과해야 하나요?

프레이야 2009-03-23 07:49   좋아요 0 | URL
어느 지역인지 모르겠지만... 부산에는 부산경남 점자도서관 본원이 있어요.
목소리 시험 통과는 해야해요^^ 오디션을 보는 셈인데요..
전 두페이지 가량의 글을 주더군요. 그걸 녹음해서 시각장애인분들이 듣고
통과되어야해요.^^

Alicia 2009-03-25 1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승원의 책은 신문에도 소개가 되었던데 어떤가요?
테크닉에만 치중한게 아닌가 싶어서 열어보고 사야 할것 같아요.

프레이야 2009-03-25 20:29   좋아요 0 | URL
그 반대에요, 알리샤님.
오히려 테크닉에 너무 치중하지 않은 게 흠이라면 흠일 것 같은데요.
글쓰기의 구체적비법을 말하기보다는 본질적인 얘기를 하고 있어요.
거의 모두 자신의 글을 예문으로 들면서요. 그리고 그 예문이란 게 각 꼭지의 내용과
썩 맞아떨어지진 않는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읽고나면 거꾸로 더 갈증이 날 수도 있어요.^^

희망찬샘 2009-03-29 09: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주 좋은 일을 하시네요. 저희 어머님도 오랜 시간 맹인선교회에서 봉사를 하시는데... 저도 이 담에 시간 나면 봉사해야지 하고 맘 먹는데 이런 맘은 봉사의 기본에서 벗어나는 거지요?

프레이야 2009-03-30 07:30   좋아요 0 | URL
^^ 무리해서 하는 건 뭐든 별로인 것 같아요.
오래 가지도 못하구요. 시간이 그래도 조금 여유있을 때 하시는 게 맞지요.

지우개 2009-03-31 2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많은 시각장애인들이 혜경님 같은 분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기회가 많았으면 좋겠어요.얼굴도 예쁘시지만 마음도 참 예쁘세요.저도 한때 공부방아이들에게 봉사로 책읽어주기활동을 했었는데 갔다오는길에 많은 것을 마음으로 담아오곤 했었어요.읽어주기...몸 밖으로 소리를 내어 이야기를 전하기만 하는것 같은데 그 온기가 나에게도 듣는이에게도 행복한 시간이 되더라구요.

프레이야 2009-03-31 21:12   좋아요 0 | URL
정말 그래요, 미술엄마님^^ 아이들에게 읽어주기, 서로에게 행복한 시간이죠.
저도 그 시간이 제일 행복해요. 다른 생각을 전혀 할 수도 없고 온전히 마음 쏟을 수
있는 시간이거든요. 집에서 좀 멀어도 그래서 만날 달려가고 싶은가 봐요. 운전하며
가는 길에 커피 한 잔 사서 음악 들으며 때로는 부르며 가는 그 시간도 참 좋아요. 뿌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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