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인트존스의 고전 100권 공부법 - 세인트존스 대학의 읽고 토론하고 생각하는 공부
조한별 지음 / 바다출판사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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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트 북스 프로그램은 처음에 하버드 대학교에서 시작되었다. 이후 컬럼비아 대와 보스턴 대가 코어 프로그램를 도입했다. 이외에도 여러 대학이 고전 독서를 위주로 한 커리큘럼을 받아들였지만 아마도 시카고 대학이 가장 유명한 사례로 뽑히지 않을까. 망해가던 시카고 대학은 서양고전 100여권을 집중적으로 가르치는 그레이트 북스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이후 시카고 대학은 현재까지 89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명문 대학의 산실이 되었다. 역시나 재정난에 빠졌던 세인트 존스 대학교도 1937년에 그레이트 북스 프로그램을 토대로 더 뉴 프로그램(The New Program)’을 도입한다. 오늘날 세인트 존스 대학교 역시 작지만 실속있는 명문대로 부상하고 있다.

 

프린스턴리뷰는 '교수의 도움을 받기 용이한 대학교'에 세인트 존스 대학을 1위로 선정했다. '최고 수업 토론' 1, 삶의 질' 4, '공부의 질' 4, '최고 교수진''기숙사'6위에 올랐다. 또 뉴욕 타임스는 미국 대학 중 최고 학사과정에 세인트 존스와 리드 칼리지를 꼽았다. 유니버시티가 아닌 칼리지만으로 평가하자면 가히 세계 1위의 칼리지라 하겠다. (세인트 존스의 전교생은 불과 450명 정도다.)

 

이 대학의 한국인 졸업자 중 한명이 이 책의 저자인 조한별 씨다. ‘세인트 존스 대학 체험기라고 할까.

 

시카고 대학에 비교하자면 세인트 존스 대학은 전공이나 강의, 교수가 없다. 오로지 토론, 토론, 토론이다. 교수대신 학생들의 토론을 이끄는 튜터가 있을 뿐이다. 시험도 없다. 그 대신 에세이를 써내야 하고 세인트 존스 대학교 학생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돈 래그가 있다. ‘돈 래그란 학생을 앞에 두고 튜더들끼리 그 학생의 장, 단점을 토론하는 평가 시스템이다.

 

세인트 존스에선 문학, 철학과 같은 고전들 뿐만 아니라 수학, 과학, 음악, 희랍어, 프랑스어 등을 배워야한다. 예를 들어 음악 수업에선 요제프 푹스의 <고전 대위법>이란 작곡 기법을 배운다. 유클리드의 <기하학 원론> 및 수학, 과학의 고전들도 읽어야 한다. 그렇다면 과연 4년 동안 고전 100권을 과연 소화할 수 있을까? 저자에 따르면 수박 겉핥기다. 그러나, 저자는 고전은 읽는 책이 아니라 생각하는 책이라고 말한다. 즉 친구에게 <국가> 읽어봤어?”라고 질문하는 게 아니라, “, <국가> 생각해봤어?”라고 물어야 한다.

 

저자는 그렇다면 세인트 존스 대학에서 무엇을 배웠을까? 저자는 무언가를 배웠다거나 극복했다고 말할 수 있을 거라 짐작했지만 정반대의 일이 일어났다고 말한다. 그냥 포기해 버린 것이다. , 자신의 한계를 인정한 것이다. 허무한 결론일까?

 

위대한 천재들의 고전을 읽으며 그들의 사고방식을 들여다봤고 생각의 발전 과정을 따라가면서 결국 내가 배운 건 새로운 정보와 지식이 아닌 나 자신이었기 때문이다. 나에 대해 학교에 오기 전보다 훨씬 더 많이 알게 됐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무엇을 잘하는지, 못하는지, 무엇을 가치 있게 여기고 무엇을 원하는지.

 

나는 앞으로도 이렇게 나를 알아가기 위한 스스로 공부를 계속할 것이다. 예전보다는 조금 더 나에 대해 알게 됐지만 그렇다면 과연 이 세상 속의 나는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확신이 없기 때문이다.“

 

나는 이 대답에 감동했다. 우리는 흔히 자기 자신을 안다고 생각한다. 과연 그럴까? 아직도 나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겠다. 소크라테스는 너 자신을 알라고 말했다. 만고의 진리다. 독서란 결국 나의 한계를 비추는 내면의 거울이 아닐까.

 

자크 아탈리는 그의 책 <언제나 당신이 옳다>에서 자기 자신이 되는 5단계의 길을 제시한다. 제일 첫 번째 단계가 자기 소외를 인식하기. 자신의 한계를 인식한다는 건 결국 자기 자신이 되기 위한 첫 걸음이다. 그리고 그럴 때에야 우리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자신감을 가지는 길로 나아갈 수 있다.

 

세인트 존스 유학이나 장학금에 대해서도 자세히 쓰여 있으니 유학에 관심 있으신 분들에겐 도움이 될 듯하다.

 

10년만 젊었어도 세인트 존스 대학으로 유학을 떠났을텐데.

내 한계를 인식하고, 이곳에서나마 고전을 다시 읽어야겠다.

나 자신을 알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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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쉰P 2016-06-07 14: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ㅎ 정말 많이 읽으셔서 그런지 글이 똑똑 떨어지는 것이 읽는 맛이 납니다 ㅎ 전 한 호흡으로 막힘없이 읽히는 글이 최고라 생각하는 데 이 리뷰는 그냥 쭉 읽히네요 ㅎ

세인트 존스의 교육 방식이 부럽긴 하네요. ㅋ 부끄럽지만 저는 `자기 인식을 소외하는` 과정을 지금 거치는 것 같아요. 고시원에서 공부를 하며 어마어마한 한계를 느끼고 있어요 푸하!

암튼 독서를 통해 자꾸만 아무 것도 없는 자신을 발견한다는 점이 대단한 것 같습니다. 시이소오님의 말씀처럼 남보다 자신을 높게 치는 경향이 있고, 남을 깔보면서 자신은 깔보지 않는 제 자신이 항상 발견되어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ㅎ

시이소오 2016-06-07 14:15   좋아요 0 | URL
읽는 맛이 난다니 다행이네요
고시원에서 공부 중이시라니
힘드시겠어요 ^^;

루씬님,아무쪼록 화이팅입니다 ^^

루쉰P 2016-06-08 01:17   좋아요 0 | URL
루씬님 ㅋㅋㅋ 새벽에 이거보고 빵 터졌어요 ㅋ 감사합니다 ㅋㅋㅋㅋ 아 ㅋㅋㅋ

시이소오 2016-06-08 01:20   좋아요 0 | URL
앗, 저런 제가 닉네임을 잘못 적었네요, 죄송합니다. ^^;
루쉰피님. 그래도 화이팅입니다. ^^

에크메아 2016-06-07 14: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많은 고전을 접하고 나는 아직 배울게 많다 라고 느끼기만 해도 인생의 큰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을것 같아요. ^^

시이소오 2016-06-07 14:22   좋아요 2 | URL
책을 읽다보면 매일매일
제 무지와 마주치게 됩니다
그러다보니 책을 손에서 놓을수가 없네요^^

북깨비 2016-06-07 14: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거 제가 머릿속에 그려본 고전리스트와는 상당한 수준차가 있는데요.. 아 진짜 저 나이때 저런 어려운 책들을 고민하며 읽었어야 했는데. 학교다닐때 책을 멀리한게 너무 후회돼요. 교과서랑 과제에 필요한 책 읽기에만 급급했으니 참.. 나 자신을 알 리가 만무합니다.

시이소오 2016-06-07 14:24   좋아요 0 | URL
저도 대학 때, 술만 퍼마신게
엄청 후회되네요.
어쩌겠어요. 후회할 시간에
읽는 수밖에요 ㅋ^^

moonnight 2016-06-07 15: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읽으면서 세인트존스로 유학가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토론수업에 적응 못하고 바로 쫓겨날 것 같다고도 생각했고요. 호호^^;; 저도 그냥 이곳에서 열심히 읽어야겠어요. 리뷰 잘 읽었습니다.^^

시이소오 2016-06-07 15:30   좋아요 0 | URL
ㅋ 문나잇님도용
이곳을 세인트존스처럼
만들자구요^^

singri 2016-06-07 15: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제나 당신이 옳다도 읽고 싶네요ㅡ 이책 리뷰도 감사

시이소오 2016-06-07 15:31   좋아요 0 | URL
제가 감사하죠
싱그리님^^

대왕오징어 2016-06-07 15: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들이 어마무시 하네요~ 한권 한권 보려면 뭘 걸어야 할듯하네요 ㅎ

시이소오 2016-06-07 16:05   좋아요 0 | URL
굳이 거실것까지야
대왕오징어를 걸어보심은? ^^

울프심 2016-06-10 1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를 쓰신 거 보니 내공이 깊으신 분이네요..!!댓글을 잘 안남기는 편인데 글이 너무 이뻐서 안 달수가 없네요..!!!

시이소오 2016-06-10 11:38   좋아요 0 | URL
글이 이쁘다니 과찬의 말씀이십니다.
댓글, 감사드려요 ^^
 
글쓰는 여자의 공간 - 여성 작가 35인, 그녀들을 글쓰기로 몰아붙인 창작의 무대들
타니아 슐리 지음, 남기철 옮김 / 이봄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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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지니아 울프는 여성이 글을 쓰기 위해서는 자기만의 방과 돈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남성도 마찬가지 아닐까. 나는 주로 도서관에서 집에서 사무실 까페에서 써왔지만, 아무래도 고시원에 들어가면 무언가를 써서 나온다. 3년 전, 여름엔 고시원으로 두 달 동안 출퇴근했다. 한 달 동안은 장르 소설만 읽었고 (책 블로그를 하기 전이라 리뷰도 쓰지 않았고, 스릴러 소설들만 읽어서인지 예순 권은 읽었다. 여름엔 이보다 더 좋은 휴가는 없는 듯) 한 달 동안은 글을 썼다. 고시원에서 살라고 하면 못 살 것 같은데, 글만 쓰러 출 퇴근 하는 건 나쁘지 않다. 의자에서 일어나, 뒤로 두 발짝 움직이면 화장실... 옆으로 한 발짝 움직이면 침실... 고시원에 한 달에 30만원 냈었는데, 그때 쓴 글로 백 배로 돌려받았으니, 나름 괜찮은 투자였다. 또 다시 들어가고 싶지만 돈이 없어서........ 그러니까 글을 쓰려면 자기만의 방과 돈이 필요한 법이다.

 

마테오 페리콜리의 <작가의 창>에 대해 미처 리뷰를 쓰지 못했다. 책을 읽다, 책에 그려진 작가의 작업실 창 밖 풍경을 바라보다 보면 마치 내가 작가와 함께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반면 <글 쓰는 여자의 공간>에선 창 바깥의 풍경이 아닌 창 안쪽의 풍경인, 여성 작가들의 작업실이 소개된다. 추천사를 쓴 엘케 하이덴라이히는 책상만 세 개다. , 부러워~~~ 21페이지엔 아룬다티 로이의 사진......, 사랑해요, 로이. 여성 작가들 중엔 왜 이리 골초들이 많은지? 담배를 못 끊겠다.

 


도로시 파커

 

 

신랄한 독설로 명성을 떨친 도로시 파커는 주로 호텔 스위트 룸에서 글을 썼다. 미친 거 아님? 파커처럼 호텔 스위트 룸에서 글 쓰는 걸 버킷 리스트에 넣어야 겠다.

 

프랑수아즈 사강


 

사강은 깐느에 있는 칼튼 호텔에서 자신의 두 번째 책을 썼다. 룰렛 게임을 하다가 8만 프랑, (오늘날로 치면 122만 유로)의 돈을 따, 집을 샀다고. 골초.

 

엘리자베스 보엔


 

완전 금수저. 방이 서른 개나 되는 저택에서 살았다니. 역시 골초

 

크리스타 볼프, 독일

 

크리스타 볼프에게 장소나 분위기가 중요하지 않았다. 1960년부터 927일이 되면 일기를 썼다.

 

나는 회고록을 쓰지 않을 생각이다.

완벽하게 정직한 회고록을 쓸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테니까."

 

거트루드 스타인


 

완전 금수저. 거트루드 스타인은 벽에 피카소, 마티스 등 현대 유명 화가들의 그림을 보며 글을 썼다.

 

유대인들은 세 사람의 탁월한 천재를 배출했다.

예수와 스피노자 그리고 나다.“

 

한나 아렌트


 

그녀의 작업 공간을 알고 싶다면 영화 <한나 아렌트>를 보면 된다고. 골초.

 

시몬 드 보부아르.


 

보부아르는 주로 까페에서 책을 썼다.

 

글을 쓰지 않는 내 인생은 상상할 수 없다.”

 

잉에보르크 바흐만, 오스트리아


 

완전 골초, 바흐만은 담배를 쥔 채 잠들었다가 화재로 세상을 떠났다.

 

나는 글을 쓸 때만 존재한다.

글을 쓰지 않는 나는 존재하지 않는다. 글을 쓰지 않을 때면 나 자신이 몹시 생소하게 느껴진다. 이상한 존재방식이다

반사회적이고 고독하며 지긋지긋한 일이다.“

 

엘프리데 옐리네크, 오스트리아


 

그녀는 늘 본인 서재에서만 집필한다.

 

내 작품 속 인물들은 언어를 걸어놓는 옷걸이 불과하다.”


삶을 살아갈 수 없는 사람은 글을 써야 한다.”

 

엘사 모란테, 이탈리아.


 

오호, 그녀의 첫 남편이 알베르토 모라비아라니. 로마에 있는 그녀의 작업실 비아 델로카에틀어박혀 글을 썼다.

 

제인 오스틴


 

외다리에 상판이 호두나무로된 12각형 테이블에서도 썼다니.

 

샬럿 브론테


 

, 에밀리, 샬럿, 세 자매가 거실에서 각자 자신의 작품을 썼다니.

 

실비아 플라스


 

부엌에서 썼다. 플라스는 서른 살이라는 나이에 너무 일찍 죽었다.

 

토니 모리슨


 

하루키와 모리슨의 공통점. 새벽 4시에 쓴다.

 

당신이 정말로 읽고 싶은 책이 있는데

아직 그런 책이 없다면, 당신이 직접 써야 한다.“

 

셀마 라게를뢰프, 스웨덴



 

<닐스의 신기한 여행>의 작가고, 1909년 여성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고향 집에서만 썼다.

 

카렌 블릭센, 덴마크


 

아이작 디네센이 더 익숙하리라. <아웃 오브 아프리카>의 작가.

케냐에서 살다 고향으로 돌아와 작가가 되었다.

 

마르그리트 뒤라스

 

열 다섯 적 뒤라스는 한 중국인 남자와 사랑에 빠진다. 이 경험은 후에 소설 <연인>으로 결실을 이룬다. 뒤라스는 프랑스 노플 르 샤토라는 작은 마을에서 글을 썼다.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미국보다는 사람을 피해 주로 유럽에서 글을 썼다. 골초


글을 쓰는 것은 개인적인 일로, 그 행복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글을 쓰지 않는 사람들에게 글쓰는 행복을 전하는 일은 불가능하다.”

 

카슨 매컬러스


20대 초반의 카슨 매컬러스가 쓴 작품이 <마음은 외로운 사냥꾼>이다. 골초.

 

수전 손택


 

손택은 자신에게 글쓰기는 차가운 호수에 뛰어드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 처음에는 호수에 뛰어들 엄두가 나지 않지만, 어느 순간 뛰어들고 나면 다시는 나오고 싶지 않게 된다는 말이다. 니체의 말을 인용한 것이었을까, 아니면 글쓰기는 허공에 뛰어드는 것과 같다는 나탈리 사로트의 말을 바꾸어 표현한 것이었을까.

 

나탈리 사로트.


 

그녀는 매일 아침 915분터 1230분 까지 파리 집 근처의 카페에서 글을 썼다. 골초.

 

글을 쓰는 건 어려운 일이다. 그것은 허공에 뛰어드는 일과 흡사하다. 카페에서라면 쉽게 뛰어들 수 있다.”

 

메리 매카시


 

매리 매카시는 빛이 잘 드는 방에서 아침 9시에 시작해 2시까지 글을 썼다.

 

헬먼이 쓴 글은 ‘and’‘the’를 포함해 모든 게 거짓말

 

캐서리 앤 포터



 

그녀는 글을 쓰기 위해 살고 글을 쓰기 위해 죽을 거라고 말했다.

 

나는 늘 단숨에 글을 쓴다. 단편소설 <꽃 피는 유다 나무>를 썼을 때는 저녁 일곱시 경에 쓰기 시작해서 밤 한시 반에 원고를 우체통에 던져넣었다.”

 

나는 세계의 수도에서 살거나, 아니면 차라리 짐승들이 울부짖는 황야에서 살고 싶다. ”

 

안네마리 슈바르첸바흐, 스위스, 프랑스


 

그녀는 길 위에서 글을 썼고, 자전거 사고 때문에 죽었다.

 

마르그리트 유르스나르, 벨기에, 미국


 

그녀는 글을 쓸 수 있는 곳이면 어디서든 글을 썼다.

 

앨리스 워커


 

<더 컬러 퍼프>로 퓰리처 상을 수상한 우머니즘의 제창자.

 

버지니아 울프,


 

나는 가끔 생각한다. 마음놓고 책을 읽을 수 있는 장소가 천국이라고.”

 

이사벨 아옌데, 페루, 미국


 

아옌데의 모든 책은 자신이 카시타Casita’라고 이름붙인 공간에서 탄생한다.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스웨덴


 

<삐삐 롱 스타킹>의 작가 린드그렌은 아흔 살의 나이에도 매일매일 글을 썼다.

 

너는 언젠가 작가가 될 거야. 그 말을 들은 나는 절대로 글을 쓰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글을 쓸 때는 온갖 근심이 사라집니다. 글쓰기는 고된 작업이지만 이 세상에서 가장 근사한 일이지요. 나는 오전에는 글을 쓰고 저녁에는 사색을 합니다. 다시 아침이 오면 나는 계속 글을 쓸 수 있어요!”

 

나딘 고디머, 남아프리카 공화국


 

그녀는 아이들을 기숙학교에 보내고 글을 썼다.

 

나는 작가라는 직업을 선택하지 않았다.

그 직업이 나를 찾았을 뿐.“

 

시도니 가브리엘 콜레트


 

고관절염에 걸린 콜레트는 주로 침대에서 글을 썼다.

 

니콜 크라우스


 

자신의 책상에서 영감을 받아 첫 소설을 쓴 니콜 크라우스는 그 책상 앞에 앉아 이후 모든 소설을 쓴다.

 

조르주 상드


 

정말 미친 듯이 썼구나. 180권의 책. 한 사람이 평생 동안 읽을까 말까한 분량.

 

슬픔이 밀려오려하면 나는 글을 쓴다. 글을 쓸 때면 나는 모든 것을 잊어버린다. ”

 

해리엇 비처 스토

 

나 자신을 글쓰기로 몰아넣기 위해 내 방이 있어야 합니다.”

 

애거사 크리스티


 

직업적 소명 의식으로 글을 쓴다.”

책상을 아들에게 빼앗겼다. 아들이 자거나, 학교에 간 틈에 리뷰를 쓴다.

빼앗긴 책상에 봄이 올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조상님이시여, ‘자기만의 방과 돈을 주세요.

그렇다면 글을 쓰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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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16-06-05 0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기만의 방과 돈이 있어도 글 쓸 능력은 없는 슬픈 일인인지라 시이소오님이 존경스럽습니다.^^;;;;ㅜㅜ;;; 저도 이 책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알라딘달력 writer`s room 6월의 사진이 제인 오스틴의 탁자네요. 번듯한 서재도 없이 조그만 탁자앞에 웅크렸을 작가가 안스러워요. 좌우지간;; 책을 읽는데만도 자기만의 방과 돈은 정말 중요한 필요입니다. ^^

시이소오 2016-06-05 10:25   좋아요 0 | URL
저도 능력은 없어요 ㅋ^^;

곰곰생각하는발 2016-06-05 12: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글 올해의 리뷰로 선정합니다.

시이소오 2016-06-05 15:29   좋아요 0 | URL
ㅋ ㅋ 감사합니다 ^^

해의눈물 2016-06-05 1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장바구니에 넣어두고 아직 못봤는데. 보고싶군요. 골초가 많은 것으로 보아 자기만의 방과 담배가 있어야 하는듯 하하;;

시이소오 2016-06-05 15:30   좋아요 0 | URL
다들 어찌 저리 피우시는지 ㅎ ㅎ

stella.K 2016-06-05 1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사진을 어디서 찾아서 친절한 설명까지...!
이 페이퍼 정말 갖고 싶어지네요.
잘 보고 갑니다.^^

시이소오 2016-06-05 15:31   좋아요 0 | URL
스텔라님, 이거 가져주세요
ㅋ^^

clavis 2016-06-05 1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곰곰발님의 의견에 동의합니다ㅠㅠ

시이소오 2016-06-05 15:32   좋아요 0 | URL
ㅋ 감사합니다 ^^

blanca 2016-06-05 14: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머, 이런 책이라니요!! 내가 글 쓸 공간은 여의치 않으니 이런 책이라도 사봐야겠네요^^ 그런데 왜 이리 이쁜 작가들이 많아요?

시이소오 2016-06-05 15:34   좋아요 0 | URL
그쵸? 이 책엔 안 실렸지만
외모로는 아니에르노가 갑인듯합니다 ^^

깊이에의강요 2016-06-05 15: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
시이소님은 정말^^
대단ㅇㅇ
이 리뷰를 보니 막~
글을 쓰고 싶어지네요.
아주 큰 책상도 하나 사고싶어지고..
담배는...배워야 될까요 ㅋ

시이소오 2016-06-05 15:42   좋아요 1 | URL
아, 강요님 담배는 배우지 말아요ㆍ담배안피고글쓴 작가들도 많아요^^

깊이에의강요 2016-06-05 15: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장하고픈 리뷰네용^^

시이소오 2016-06-05 16:10   좋아요 0 | URL
소장해주세요. 제 마음도 ㅋ ^^

singri 2016-06-05 16: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쁨은 기본 담배도 기본 ㅋㅋㅋㅋ좋은 리뷰감사 ㅡ

시이소오 2016-06-05 16:27   좋아요 0 | URL
담배는 선택 ㅋ
감사합니다 ^^

깊이에의강요 2016-06-05 16: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의 별점 준건 또 터치 실수입니다.
시이소님 좋아요에 화들짝 지웠어요.
북플은 함부로 터치를 못하겠어요ㅠ
북플의 맹점ㅠ
스크롤 주의!!!
저만 바보인듯 ㅠ

시이소오 2016-06-05 16:56   좋아요 1 | URL
저도 가끔 그런걸요.
지우는 방법 몰라서 방치해둔적 있었는데
죄책감에 잠을 못 이루다가 다행히방법을 알아내 다 지웠어요 ㅋ

깊이에의강요 2016-06-05 16: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귀여우셔^^

시이소오 2016-06-05 17:12   좋아요 0 | URL
멍청함을 긔여움으로
봐주시다늬,긔여워요^^

팬더 2016-06-05 2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저 부럽습니다~

시이소오 2016-06-05 22:04   좋아요 0 | URL
호텔 스위트 룸에서글을썼던
도로시 파커가 젤 부럽네요^^

2016-06-06 02: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6-06 03: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6-06 04: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6-06 06: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6-06 09: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시이소오 2016-06-06 09:17   좋아요 0 | URL
대문사진이 예사롭지 않으시길랭^^

구르미 2016-06-11 1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작가로 산다는 것은 일종의 질병을 않는 것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요새 내가 그런 증후군에 노출되어 있으니---수명이 짧아질 가능성 농후
---이 세상에서 잘 놀다 가야하는데.......

시이소오 2016-06-11 15:29   좋아요 0 | URL
린드그렌은 아흔살 넘어서도 쓰잖아요. 잘 놀다 가셔야죠 ^^

달고양이비 2016-06-11 16: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기만의 방. 요즘 꽂혀서 굿즈들만 모아 사놓고 정작 읽지는 못하고있는 책이네요ㅠ
자기만의 방과 돈. 그리고 몸과 마음, 시간의 여유.
머릿속을 떠나지 않고 간절합니다.
이상적인 삶의 한 부분이자 평생의 숙제같네요.. 글 정말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시이소오 2016-06-12 09:44   좋아요 0 | URL
아, 달고양이비님, 읽어주셔 감사해요^^

앨리스 2016-06-13 2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무언가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글입니다. 저의 방이 있고 글을 쓸 수 있는 손과 펜이 있지만서도 일기조차도 매일매일 쓰지 않는 .. 게으른 일기를 쓰는 제 사진을 떠올리며 오늘밤 일기를 쓰게 하는 멋진 포스팅이에요! 감사합니다^^

시이소오 2016-06-14 03:07   좋아요 0 | URL
일기를 쓰셨다니, 보람이 있네요 ^^
저 역시 감사합니다. ^^

코다코코 2016-06-13 2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알라딘 광고메일에서 흘러들어와 읽게 되었습니다. 아이들을 기숙학교에 보내놓고 글을 썻다는 작가의 말이 공감하네요.
제 아기는 이제 6개월인데 전 벌써 어느 기숙학교를 보낼지 점찍어 두었습니다.

시이소오 2016-06-14 03:09   좋아요 0 | URL
아니 벌써, 요?
코다코코님, 부디 글을 쓰시길. ^^



키키의여행 2016-06-14 0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그냥 갈 수 없어 감사 인사 전합니다! 존경하는 분들의 사진들을 실컷 보고 가니 가슴이 두근두근...합니다.
좋은 하루 되시길!

시이소오 2016-06-14 03:10   좋아요 0 | URL
저도 자주 들러서 사진들 보고 가요.
자극이 되네요.
키키의 여행님도 좋은 하루 보내시길 ^^

꿈꾸는섬 2016-07-12 08: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시이소오님 이 글을 제가 이제야 읽네요. 정말 최고에요.^^
재밌게 잘 읽었어요.^^

시이소오 2016-07-12 08:34   좋아요 0 | URL
하 하, 과찬의 말씀이세요
꿈꾸는섬님, 고마워요 ^^
 
독서는 절대 나를 배신하지 않는다 - 서른 살 빈털터리 대학원생을 메이지대 교수로 만든 공부법 25
사이토 다카시 지음, 김효진 옮김 / 걷는나무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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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지 않았다면 난 아마 일찌감치 스스로 목을 메고 죽었을 거다. 두 번의 파산에도 우울증에 빠져들지 않은 이유는 오로지 책을 읽었기 때문이 아닐까. 주변에 우울증에 걸린 사람이 있다면 책을 권해 보는 건 어떨지. 사이토 다카시는 추천도서가 아니라 끌리는 책부터 먼저 읽어라라고 말한다. 동감이다. 고전이건 만화책이건 관심 가는 책부터 읽어야 독서에 재미를 붙일 수 있지 않을까. 책 추천이 불가능한 이유기도 하다. 각자의 취향이 다른데 내가 좋았다고 해서 상대방에게도 좋을 거라 장담할 순 없다.

 

독서에 관련된 책들의 조언 중 단 하나의 조언을 뽑자면 동시에 여러 책을 읽어라가 아닐까. 이른바 동시병행독서법’. 나 역시 한 번에 다 읽는 책은 없다. 재미있건 재미없건, 무조건 돌려 읽는다. 다섯 권에서 스무 권 정도. 소설을 읽을 때도 마찬가지다. 중간 정도 읽다 보름이 지난 후에 읽던 소설을 다시 봤더니, 무슨 내용인지 전혀 기억이 안 난 적도 있다. ‘앞에 내용이 뭐였더라하고 잠시 생각하던 사이, 마치 감자 뿌리 드러나듯 단 한 순간에 앞의 내용들이 모조리 기억나기도 한다. 정혜윤 PD는 아예 책갈피를 쓰지 않는다고 한다. 나도 요즘은 책갈피를 쓰지 않는다. (읽은 내용들을 저절로 재독하게 된다.) 이렇게 병행하며 책을 읽으면 쉽게 지치지도 않을뿐더러 한 번에 책을 읽을 때 보다, 기억에도 오래 남는다. (앞 내용들을 다시 한번 생각하기 때문이 아닐까.)

 

한 가지 더. 사이토 다카시는 자기가 소화하기 어려운 책이라면 입문서를 보라고 말한다. 동감이다. 나 역시 어릴 때는 입문서를 보는 게 치사한 방식이라 생각하고 이해하든 못하든 무조건 읽으려 들었는데, 돌이켜보면 그냥 멍청한 거였다. 예를 들어 <창조적 진화>가 어렵다면 베륵손에 관한 입문서를 읽어보는 게 더 도움이 된다. <창조적 진화>는 베륵손 책 중 그나마 가장 이해하기 쉬운 책이다. 철학 책이라고 우습게 보는 경향이 있다. 수학의 예를 들자면 왜 미분도 모르면서 적분을 풀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걸까. 유클리드 기하학을 모르는데 비유클리드 기하학 책을 백 날 쳐다본다고 이해할 수 있을까. 그 어떤 철학자도 철학과 학생들에 쉽지 않다. 한 학기 내내 공부해도 알까 말까다. (나만 그랬던 걸까) 그런데 일반인이 무턱대고 철학자들 책을 읽는다고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까. (나 역시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읽기 위해 입문서를 읽어가는 중이다.)

 

이 책에서 새로운 가르침을 얻었다면 내가 좋아하는 책들을 꽂은 작은 책장을 만들어라이다

자신만의 베스트 오브 베스트를 꽂은 책장이라니. 생각 만해도 설레인다.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가 2005년 미국 스탠포드대학 졸업식에서 인생의 선택을 점과 점 이어 긋기에 비유하며 이런 말을 했다. “내가 지금 한 일이 인생에 어떤 점을 찍는 것이라고 한다면 미래에 그것들이 어떻게 이어질지는 예측할 수 없다. 그러나 10년이 지난 후 돌이켜 보니 그 점들은 이미 모두 연결되어 있었다.”

 

독서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 읽는 책 한 권이 내게 무엇을 줄지, 내 인생을 어떻게 바꿀지는 누구도 알지 못한다. 그러나 우직하게 책을 읽어 나가다 보면 자신이 원하는 인생을 살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수많은 점들을 갖게 된다. 그러다보면 언젠가 반드시 깨닫게 되지 않을까. 점과 점이 이어져서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다는 것을.

 

그러니까 독서란 내 인생에 어떤 점을 찍는 것이다. 점과 점이 이어져 10년 후엔 어떤 미래가 펼쳐질지 궁금하지 않은가. 점과 점들이 어떻게 이어질지 예측할 수 없지만,

오늘도 나는 점을 찍겠다

희망도 절망도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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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30 09: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5-30 09: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moonnight 2016-05-30 09: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늘 책이 나를 구해주었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래도 내겐 책이 있으니까. 라고 위로를 받기도 하고요.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시이소오 2016-05-30 09:08   좋아요 1 | URL
그렇죠? 책이 있으니 뭐 어때, 싶죠?
`달빛 저녁`님의 민음사 책장을 봤습니다. 우~~ 너무 부러워요~~ ㅎㅎ

다락방 2016-05-30 0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여러권 동시 읽기는 저한테 맞지 않아 다른 이들에게도 추천할 수 없지만, 제가 좋아하는 책만 꽂은 책장은 이미 오래전에 민들어 두었답니다. 보기만해도 아주 흐뭇한 책장이에요. 흐흣 :)

시이소오 2016-05-30 09:23   좋아요 0 | URL
역쉬, 다락방님. 발빠르시군요.
저는 어디다, 어떻게 만들지 계속 즐거운 고민 중입니다. ^^

읽다지쳐 스르르... 2016-05-30 09: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동시에 다섯권정도 읽는데 기억이 안나는것 같으면서도 갑자기 확 날때는 그렇게 기분이 좋더라구요..글구 전 책장까지는 아니고 책장 제일 잘보이는 칸들이 저의 베스트 책이 있는 칸이에요..소소하지만 정말 뿌듯하고 다시 읽을 기쁨에 늘 기분좋아지는 공간이에요..ㅎㅎ

시이소오 2016-05-30 10:00   좋아요 0 | URL
아,저도 빨리 저만의 베스트책들
책장을 꾸려야겠어요^^

CREBBP 2016-05-30 1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베스트책장 완전 굿 아이디어입니다. 전 정리하는 거 싫어하믄데 책들을 택장의 이곳 저곳으로 옮기고 들이다보며 읽은 책 읽을 책 살 책 팔아치눌 책들을 생각하는 건 좋아요

시이소오 2016-05-30 11:15   좋아요 0 | URL
저는 워낙에 게을러 베스트 책과 ㅂㅓ릴 책이 섞여있어요
책장 정리해야 겠어요 ㅋ^^

2016-05-30 11: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시이소오 2016-05-30 11:45   좋아요 0 | URL
철학 책을 정말 좋아하시네요
야무님의 철두철미한 독서도
반드시 보답받는 날이 있을거라 확신합니다!

베스트책장 부럽습니당
^^

fledgling 2016-05-30 1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책갈피를 사용하지않는다.. 라 좋은 거 배워가요~^^

시이소오 2016-05-30 12:33   좋아요 0 | URL
정혜윤 피디님의 노하우죠^^

cyrus 2016-05-30 13:2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독서가 우리 인생에 찍는 점이라면, 서평은 또 다른 애서가들의 인생을 위한 좌표라고 생각해요. 내가 남긴 점의 흔적이 누군가의 독서를 위한 좌표가 될 수 있으니까요. ^^

시이소오 2016-05-30 13:28   좋아요 0 | URL
오호, 좋은 말씀이시네요 ^^

북깨비 2016-05-30 15: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한 권을 꾸준히 못 읽고 그때 그때 기분 따라 자꾸 다른 책에 손을 대는게 나쁜 독서 습관인 줄 알고 고쳐 보려고 애를 쓰고 있었는데 시이소오님 말씀을 읽고 안심이 되네요. ㅎㅎ 그냥 앞으로도 쭈욱 읽고 싶을 때 읽고 싶은 책 읽으렵니다. 아, 저는 베스트 책장은 따로 없고 제게 있어 베스트가 아닌 책들은 읽자마자 중고서점에 팔거나 도서관에 기부합니다. 그러면 생각에 제 책장에는 베스트 오브 베스트만 꽂혀 있을 것 같지만 아직 사놓고 읽지 않아서 베스트인지 아닌지 판별을 못한 책들이 두배로 꽂혀 있다는게 함정이지요. ㅎㅎㅎ

시이소오 2016-05-30 16:20   좋아요 0 | URL
오, 좋은 방법이네요. 쓸데없는 책이 없어질수록
양서만이 남을 확률이 높아지겠네요 ^^




알레프 2016-05-30 22: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역시 독서가 아니면 우울증에 걸렸을지도 모른다 생각했기에 이번글은 더욱 반갑네요 ^^

시이소오 2016-05-30 22:22   좋아요 1 | URL
아, 알레프님도요?
북플엔 역시 애서가님들이 많ㄴㅔ요 ^^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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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어디 그럼 나도 소설 따위나 써 볼까’, 하고 마음 편히 생각했다. 하루키에 따르면, 누구나 소설 따위는 쓸 수 있다고 한다. 또한 너무 머리 회전이 빠른 사람, 혹은 특출하게 지식이 풍부한 사람은 소설 쓰는 일에는 맞지 않을 거라고 한다, 이건 나잖아.’ 나 역시 머리가 그리 좋지 않은 사람이다. 그렇지만 과연 하루키처럼 35년 간 소설을 써 낼 수 있을까.

 

19784월 진구 구장, 야구트르 스왈로스와 히로시마 카프의 센트럴리그 개막전, 1회말 히로시마의 선발투수 다카하시가 제 1구를 던지자, 힐턴은 좌중간 2루타를 쳐냈다. 이때 하루키는 생각했다. ‘그래, 나도 소설을 쓸 수 있을지 모른다.’ 에피퍼니의 순간. ‘본질의 돌연한 현현’.

 

하루키는 어떤 특별한 힘에 의해 소설을 쓸 기회를 부여받은 것이다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것을 감사하게 생각한다. 이에 반해, 나에겐 에피퍼니의 순간 따위 없었다. 자격이 주어지지 않은 것이다. 결정적으로 하루키는 무언가를 쓰는 게 고통이었던 적이 없다고 잘라 말한다.

 

첫 소설을 쓸 때 느꼈던, 문장을 만드는 일의 기분 좋음’, ‘즐거움은 지금도 기본적으로 변함이 없습니다. 날마다 새벽에 일어나 주방에서 커피를 데워 큼직한 머그잔에 따르고 그 잔을 들고 책상 앞에 앉아 컴퓨터를 켭니다.....그리고 , 이제부터 뭘 써볼까하고 생각을 굴립니다. 그때는 정말로 행복합니다. 솔직히 말해서, 뭔가 써내는 것을 고통이라고 느낀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소설이 안 써져서 고생했다는 경험도 없습니다. 아니, 그렇다기보다 내 생각에는, 만일 즐겁지 않다면 애초에 소설을 쓰는 의미 따위는 없습니다. 고역으로서 소설을 쓴다는 사고방식에 나는 아무래도 익숙해지지 않습니다. 소설이라는 건 기본적으로 퐁퐁 샘솟듯이 쓰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허걱, 무언가를 쓰는 게 고통이었던 적이 없었다니! 소설의 형식은 아니지만 사실 나 역시도 무언가를 계속 써왔다. 지금이야 훈련이 되어서인지 글을 쓴다고 해서 체력이 고갈되지는 않지만, , 삼십대 시절엔 하루 종일 글만 쓰다보면 다음날은 거의 기진맥진으로 뻗어버렸다. 그럼에도 일인지라 계속 써야할 수밖에 없었다. 고역이었다. 어떤 작품에 대해 그것도 소설이냐고 비난하기도 하지만 무언가를 써내는 건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분명 고된 일이다. 하루키는 수영이나 달리기를 한다. 숱한 작가들이 산책이나 운동에 시간을 들이며 건강을 챙기는 것은 그렇지 않으면 쓸 수가 없기 때문이다.

 

하루키의 <직업으로서의 소설가>를 읽다보니, 불현 듯 마루야마 겐지의 <소설가로서의 각오>가 떠오른다. 두 사람은 차이점만큼이나 공통점이 많다. 하루키나 겐지나 습작시절이 없었다. 하루키가 첫 소설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군조 신인상으로 등단했다면 겐지는 22살 때, 첫 소설 <여름의 흐름>으로 아쿠타와 상을 수상했다. 이후 문단과의 거리를 두는 점도 비슷하다. (마루야마 겐지는 이후로 문학상을 거부했다.) 또한, 두 소설가는 삼십년이 넘도록 전업 작가로 소설을 써내고 있다.

 

차이점이라면 하루키가 다자이 오사무 과라고 한다면 마루야마 겐지는 단연 미시마 유키오 과. 겐지는 게이나 여자에게 인기가 있으면 끝장이다라는 성차별적 발언을 서슴없이 내뱉는다. (당연히 마루야마 겐지보다는 하루키가 더 잘 팔린다.) <직업으로서의 소설가>를 읽고 어디 그럼 나도 소설 따위나 써 볼까싶다가도 <소설가의 각오>를 떠올리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게 된다. 마루야마 겐지도 사소설 같은 건 누구라도 쓸 수 있다고 말한다. 겐지에 따르면, 그래봤자 미국의 웨하스보다 가벼운 일인칭 소설의 뒤를 쫓아가는 피에로로 전락할 뿐이다.

 

하루키의 소설이 가볍다면 겐지의 소설은 묵직하다. 그럼에도 두 작가의 조언에는 공통점이 있다. 두 작가의 조언을 종합하자면 소설가로 살아남기 위해 가장 중요한 능력은 얼마만큼 고독을 견뎌낼 수 있느냐이다. 마루야마 겐지는 ()의 자세라고 말했다. 소설을 쓴다는 것은 자기 자신의 영혼의 바닥까지 내려가는 일이고 정신의 깊은 곳을 비집고 들어가는 행위다.

 

소설가는 밑도 끝도 보이지 않는 암흑의 심연 속에서 무언가를 건져 올려내야만 한다.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다. 텅빈 백지 앞에서 하루키처럼 마냥 즐거움을 느끼며 글을 쓸 수 있을까. 혹은 겐지처럼 몸 전체를 예민한 레이더로 만들어 촉각을 곤두세울 수 있을까. 분명 쉽지 않은 일이다.

 

소설가가 되고 싶다면 자신에게 한 가지 질문을 던져보자.

과연 평생토록 고독을 견뎌낼 수 있는가?’

 

Yes라면 쓰시라.

 

나는 소설 따위쓰고 싶지 않다. 그저 읽고 싶다. (읽는 것만으로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먹고 살길이 막막하다는 게 문제다.)

 

소설가는 바닥까지 내려가서 쓰시라.

독자인 나 역시 바닥으로 내려가 읽겠다.

 

우물에서 만나자.   


밑줄 친 글 


p110. 이건 어디까지나 내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만일 당신이 뭔가 자유롭게 표현하기를 원한다면 나는 무엇을 추구하는가라는 것보다 오히려 뭔가를 추구하지 않는 나 자신은 원래 어떤 것인가, 그런 본모습을, 머릿속에 그려보는 게 좋을지도 모릅니다. ‘나는 무엇을 추구하는가라는 문제를 정면에서 곧이곧대로 파고들면 얘기는 불가피하게 무거워집니다. 그리고 많은 경우, 이야기가 무거우면 무거울수록 자유로움은 멀어져가고 풋워크는 둔해집니다. 풋워크가 둔해지면 문장은 힘을 잃어버립니다.

 

p150. 장편소설을 쓸 경우, 하루에 200자 원고지 20매를 쓰는 것을 규칙으로 삼고 있습니다. 내 맥 화면으로 말하자면 대략 두 화면 반이지만, 옛날부터의 습관으로 200자 원고지로 계산합니다. 좀 더 쓰고 싶더라도 20매 정도에서 딱 멈추고, 오늘은 뭔가 좀 잘 안된다 싶어도 어떻든 노력해서 20매까지는 씁니다.

 

이사크 디네센은 나는 희망도 절망도 없이 매일매일 조금씩 씁니다라고 했습니다. 그와 마찬가지로 나는 매일매일 20매의 원고를 씁니다. 아주 담담하게. ....아침 일찍 일어나 커피를 내리고 네 시간이나 다섯 시간, 책상을 마주합니다. 하루에 20매의 원고를 쓰면 한 달에 600매를 쓸 수 있습니다. 단순 계산하면 반년에 3,600매를 쓰게 됩니다. 구체적인 예를 들자면 <해변의 카프카>라는 작품의 초고가 3,600매였습니다.

 

내가 경애하는 작가 레이먼드 카버도 그런 망치질을 좋아하는 작가 중의 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다른 작가의 말을 인용하는 형식으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한 편의 단편소설을 써내고 그것을 찬찬히 다시 읽어보고 쉼표 몇 개를 삭제하고, 그러고는 다시 한 번 읽어보고 똑같은 자리에 다시 쉼표를 찍어 넣을 때, 나는 그 단편소설이 완성되었다는 것을 깨닫는다라고. 그 기분, 나도 충분히 이해합니다. ....이 정도가 한계다. 이 이상 더 고치면 도리어 맛이 사라질지도 모른다, 라는 미묘한 포인트가 있습니다.

 

P245. 그처럼 나는 새로운 소설을 쓸 때마다 좋아, 이번에는 이런 것에 도전해보자라는 구체적인 목표 대부분은 기술적인, 눈에 보이는 목표-를 한두 가지씩 설정했습니다. 나는 그런 식의 글쓰기를 좋아합니다. 새로운 과제를 달성하고 지금까지 못 해본 것을 해내면서 나 자신이 조금씩 작가로서 성장한다는 구체적인 실감을 얻을 수 있습니다. 한 단 한 단 사다리를 딛고 올라가는 것처럼. 소설가의 좋은 점은 설령 쉰 살이 되더라도, 예순 살이 되더라도, 그런 발전과 혁신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P251. 그는 뭔가 얘기 끝에 고교 시절의 친한 친구 네 명에게서 거부당했던 체험을 사라에게 말합니다. 사라는 잠시 생각해보더니, 즉시 나고야로 돌아가 십팔 년 전에 그곳에서 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봐야 한다고 쓰쿠루에게 말합니다.“ (너는) 네가 보고 싶은 것만 볼 게 아니라 꼭 봐야 할 것을 봐야 해.”라고.


사실 나는 사라가 그런 말을 하기 전까지 다자키 쓰쿠루가 그 네 명의 친구를 만나러 간다는 건 생각도 못했습니다. ....즉 사라의 말 한 마디가 거의 한 순간에 이 소설의 방향과 성격과 규모와 구조를 바꿔버린 것입니다.

 

P270. 리키 넬슨이 만년에 발표한 노래 <가든파티>에는 이런 노랫말이 있습니다.

 

모든 사람을 즐겁게 해줄 수 없다면

나 혼자 즐기는 수밖에 없지

 

이런 기분, 나도 잘 압니다. 모두를 즐겁게 해주려고 해봐도 그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오히려 나 자신이 별 의미도 없이 소모될 뿐입니다. 그러느니 모른 척하고 내가 가장 즐길 수 있는 것을,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하면 됩니다. 그렇게 하면 만일 평판이 좋지 않더라도, 책이 별로 팔리지 않더라고, ‘, 어때, 최소한 나 자신이라도 즐거웠으니까 괜찮아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나름대로 납득할 수 있습니다.

 

또한 재즈 피아니스트 텔로니어스 멍크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내가 할 말은 네가 원하는 대로 연주하면 된다는 거야. 세상이 무엇을 원하는지, 그런 건 생각할 것 없어. 연주하고 싶은 대로 연주해서 너를 세상에 이해시키면 돼. 설령 십오 년, 이십 년이 걸린다고 해도 말이야.”

 

P283. 예전에 개인적으로 존 어빙을 만나 대화했을 때, 그는 독자와의 관계에 대해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이봐요, 작가에게 가장 중요한 건 독자에게 메인라인을 히트hit하는 거예요. 말이 좀 험하기는 하지만.” 미국 속어로 메인라인을 히트한다는 것은 정맥주사를 맞는다, 즉 상대를 애틱트(마약중독자)로 만든다는 뜻입니다. 그 정도로 끊으려야 끊을 수 없는 커넥션을 만든다......이건 알아듣기 쉬운 비유이기는 한데 이미지가 좀 반사회적이라서 나는 직통 파이프라는 온건한 표현을 썼지만 뭐, 말하고자 하는 바는 대략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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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hika 2016-05-28 07: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얼마전에 미루야마 겐지 소개 받았는데 읽어봐야겠군요. 다자이 오사무과와 미시마 유키오과의 비교가 재밌네요 ㅎㅎ

시이소오 2016-05-28 08:02   좋아요 0 | URL
저도 마루야마 겐지 작품을 더 읽어봐야 겠어요.
`국가`는 진도가 잘 나가시는지요? ㅎㅎ

ethika 2016-05-28 08: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부터 시작했는데 1권 다 읽으면 말씀드릴게요 ㅎㅎ아직까지는! 재밌네요 ㅎㅎ

시이소오 2016-05-28 08:05   좋아요 0 | URL
재밌다니 다행이네요 ^^

곰곰생각하는발 2016-05-28 1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물에서 만나자.... 줗군요.. 아. 갑자기 그 시가 생각나네요. 벼랑에서 만나자..

시이소오 2016-05-28 11:40   좋아요 0 | URL
기억이 날듯 날듯한데 모르겠ㅇㅓ서 검색했어요
조은 시인 시죠 ㅋ
조아요^^

cyrus 2016-05-28 1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루키가 혼자 글 쓰는 작가를 음울하다고 표현해놓고선 자신은 글 쓰는 일이 즐겁다고 말하니까 하루키는 작가 세계의 ‘먼치킨’(센 캐릭터)입니다. ^^

시이소오 2016-05-28 12:03   좋아요 0 | URL
쎄죠ㆍ단 한번도 라이터스 블럭을 경험한 적이 없다니
천부적인 소설가죠^^

깊이에의강요 2016-05-28 2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일 매일 20매정도의 원고를 쓴다는 성실성이 뭔가 너무 직장인스러운...^^;

시이소오 2016-05-28 22:35   좋아요 0 | URL
ㅋ ㅋ ㅋ 대가들은 다들 직장인ㅊㅓ럼 썼어요 ^^

깊이에의강요 2016-05-28 2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력없어요ㅋㅋ
영감을 받아 번개처럼 며칠밤을 새우며 썼을거라는 환상은 ...
말그대로 환상^^

시이소오 2016-05-28 22:44   좋아요 0 | URL
이 책에서도 앤소니 트롤롭 ㅇㅖ를들죠
직장인처럼 썼다는게 알ㄹㅕ지자 인기 확 떨어졌대요.
영감으로 쓰는건 릴케나 ㅋ

2016-05-29 01: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5-29 15: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계속 읽는다 - F. 스콧 피츠제럴드와 <위대한 개츠비>, 그리고 고전을 읽는 새로운 방법
모린 코리건 지음, 진영인 옮김 / 책세상 / 2016년 1월
평점 :
절판


<위대한 개츠비>의 독후감에서 나는 <위대한 개츠비>가 자본주의를 낭만적 사랑이란 외투로 감싼 소설이라 비판했었다. 내 생각과 다른 관점의 책을 읽고 싶었다. 모린 코리건의 <그래서 우리는 계속 읽는다>는 딱 그런 책이다. 작가의 논리에 설득된다면 언제든 나는 내 생각을 바꿀 뿐만 아니라, 저자 앞에서 바닥을 기어 다닐 수도 있다. ‘, 몰랐습니다. 개츠비는 정말 위대한 소설이었군요.’

 

모린 코리건은 책 전반부에서 피츠제럴드, 혹은 <위대한 개츠비>에 대한 여러 비판을 수용하는 것처럼 보인다. 예를 들면 이런 문장.

 

반 유대주의? 맞다. 인종주의? 맞다. 국수주의? 맞다 ( ‘성차별동성애 혐오는 일단 미뤄놓자). 정치적으로 올바른 작품인지 시험을 치른다면 <위대한 개츠비>는 낙제다.

 

또한 그녀는 피츠제럴드의 모든 작품 중에서- 160편의 단편을 포함해 - <위대한 개츠비>만이 위대하다고 말한다. 다른 소설들은 쓰레기거나 그저 그렇다는데 그녀 역시 동의한다. 이후 저자는 <위대한 개츠비>가 위대한 근거를 제시한다. 저자의 주장 들 중 몇 가지만 살펴보자.

 

1. <위대한 개츠비>는 계급을 다룬 미국 소설 중 가장 위대한 작품이다.

 

가장 공감하기 어려운 주장이다. 저자에 따르면 미국의 고전들 중 인종 대신 계급을 중시한 유일한 작품이라고 한다. 개츠비가 데이지와 함께 행복한 결말을 얻지 못하고 물에 빠져 익사했으므로 계급이라는 주제를 다뤘다고 주장하는데, 나는 도대체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간다. (인용한 고전들 - <모비딕>, <허클베리 핀>- 을 단지 인종을 다룬 작품이라는 해석도 충격적이다) 나름 대학에서 영문학을 가르친다는 교수가 이걸 지금 논리라고 펼치는 건가?

 

만일 이 작품이 계급의 문제를 다룬다면 모든 계급의 캐릭터가 등장해야 하는 것 아닐까? 그렇다면 주요 인물들 중에 하층 계급 캐릭터엔 누가 있나? 개츠비? ? 데이지? 톰 뷰캐넌? 베이커? .......아무도 없다. 굳이 찾는다면 주유소를 경영하는 윌슨 부부인데 이들은 거의 단역 캐릭터에 불과하다. 언제부터 부자를 다루면 계급을 다루게 된 것일까? 하층 계급은 아예 계급에 끼지도 못한단 말인가?

 

오히려 <위대한 개츠비>는 계급보다는 인종에 대한 얘기다. 톰 뷰캐넌이 추천하는 책이 뭔가?

고더드가 쓴 <유색 인종 제국의 등장>이다.

 

요컨대 우리가 북유럽 인종이라는 거야. 나도, 그리고 당신도, 그리고 자네도, 그리고......” 조금 망설인 뒤에 고개를 약간 끄덕이면서 데이지도 포함시켰다. ....“ 게다가 우리가 문명을 이루는 데 들어가는 온갖 것들을 생산해 낸다는 거지. 과학과 예술, 그런 모든 것들을 말이야. 알겠나?”

 

톰 뷰캐넌은 유럽을 상징한다. 저자가 언급했듯 <위대한 개츠비>엔 별로 중요해 보이지 않는 이상한 장면이 있다. 어느 날, 개츠비의 집에 뷰캐넌과 두 친구( “슬론이라는 남자와 이름 모를 예쁜 여자”)가 말을 타고 온다. 개츠비는 그들을 환대하고, 말이 없지만 차로 그들을 따라가겠다며 나갈 채비를 하기위해 집 안으로 들어간다. 남자들은 개츠비를 조롱하며 그를 기다리지 않고 떠난다.

 

저자는 피츠제럴드가 삶에서 겪었던 왕따에 대한 기억으로 이 장면을 해석한다. (그는 왕따당했으므로 피해자다.) 나는 이 장면을 귀족유럽에 대한 미국의 열등감으로 읽었다. ‘에 대한 열등감. ‘오만한유럽 앞에 희생자인척 하는 미국. 개츠비는 출생에 대한 열등감을 지니고 있다. 개츠비가 아무리 프랑스식 저택에 살지언정 그는 결코 유럽인이 될 수 없다. ‘올드 머니에 대한 뉴 머니의 열등감. 그렇다고 해서 뉴 머니가 선이 되는 것은 아니다. 나치가 사악하다고 해서 팔레스타인 인을 학살하는 유대인이 선해지는 것은 아닌 것처럼. 

 

2. <위대한 개츠비>는 반미국적인 소설이다.

 

굳이 내가 반박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 저자의 목소리를 빌어 반박해보자. 저자는 개츠비의 마지막 장면을 언급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개츠비>에서 가장 심오한 순간에 피츠제럴드는 하나의 목소리를 소환한다. 이 목소리를 미국의 전지적 목소리로 부르자. 그것은 아메리칸드림을 거부할 수 없게 하고, 애끓게 하고, 또 자신만만해지게 하는 목소리다.”

 

3. <위대한 개츠비>는 하드보일드이고 느와르다.

 

난 이 주장에 동의한다. 처음 개츠비를 읽었을 때 내 소감이 딱 이랬다.

뭐야, 이거 장르소설이네, , 호갱 남주, 배신, 팜므파탈.

 

<위대한 개츠비>를 느와르로 해석하건 하드보일드로 해석하건 그렇다고 해서 <위대한 개츠비>가 위대해지는 것은 아니다.

 

4. <위대한 개츠비>의 익사 이미지에 매혹됐다.

 

저자는 대개의 장면을 물과 익사 모티브로 분석한다. 저자의 말대로 푹 젖었다고 볼 수도 있지만 동의한다고 하자. 그렇다고 해서 어떻게 <위대한 개츠비>가 위대해지는 걸까? 나 역시 이 소설을 액체 이미지로 분석할 수 있다. , 알코올, 석유로. 그러한 분석이 가능하다고 작품이 위대해지는 건가?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를 익사 이미지로 분석하면 그 소설은 위대해지는 건가?

 

5. 피츠제럴드는 왕따였고 고생했다.

 

피츠제럴드가 어린 시절 왕따였고 빚 때문에, 미쳐버린 젤다 때문에 고생했다고 <위대한 개츠비>가 위대해지는 것은 아니다. 한때 피츠제럴드는 전체 미국인 수입의 10%에 달하는 돈을 한 달 동안 식료품 구입에 썼다. , 그의 1년 치 식비가 전체 미국인 수입과 똑같았다는 말이다. 빚을 안 질래야 안질수가 없다. 오늘날 그럴 수 있는 작가가 누가 있을까? 물론 고통을 객관화할 수 없다. 그렇다고 배를 굶어가며 작업한 숱한 작가들 앞에서 피츠제럴드가 고생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부끄러운 짓이다.

 

6. <위대한 개츠비>는 미래를 예언했다.

 

저자는 <위대한 개츠비>홀로코스트란 단어가 쓰였으므로 나치를 예언했다고 주장한다. 또한 개츠비의 집에 불이 꺼지고 파티가 끝난 점을 들어 대공황을 예언했다고 주장한다. 언제부터 평론가가 점쟁이가 된 것일까. 이 정도면 증상이 심각하다. 정신과 치료가 시급하다.


 

이 책을 통해 피츠제럴드와 개츠비를 둘러싼 여러 사실들을 알 수 있었다. 세상에는 마치 위대한 개츠비 파쓰레기 개츠비 파가 있는 것 같다. 그리고 현재는 위대한 개츠비 파가 승리를 거두고 있는 시대다. 1925년도 <위대한 개츠비>가 출판될 당시엔 상황은 전혀 달랐다. 당시엔 고작 2만 부가 팔렸을 뿐이었고 대중들로부터, 비평가들로부터 완전히 잊혀졌다. 그렇다면 <위대한 개츠비>는 어떻게 부활했을까? 모리 코리건은 <위대한 개츠비> 부활의 역사를 추적한다.

 

<위대한 개츠비>는 제 2차 세계대전 때문에 부활했다. <위대한 개츠비>를 출판한 스크리너브스 출판사의 편집진이 전승도서 편집진에 합류하면서 <위대한 개츠비>를 목록에 포함시켰다. <위대한 개츠비>20대의 군인들에 의해 부활한 셈이다. (주인공인 개츠비와 화자인 닉 캐러웨이 역시 군인이었다.)

 

이후 <위대한 개츠비>는 페이퍼 백 인기에 편승한다. 1950년대, TV의 등장도 한몫했다. 피츠제럴드의 장편과 단편들 다수가 TV 드라마로 만들어졌다. 이후 피츠제럴드는 대중문화를 거쳐 빠르게 번져나갔다. 피츠제럴드 덕후인 브루컬리 교수도 피츠제럴드 부흥에 이바지했다. <위대한 개츠비>의 부흥의 정점은 2013년 개봉한 바즈 루어만 감독,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의 <위대한 개츠비>의 영화화가 아니었을까.

 

<위대한 개츠비>가 위대한 소설이라면 왜 애초부터 위대하지 않았을까. 저자는 왜 이렇게 <위대한 개츠비>푹 젖었을까’? 우선 저자는 <위대한 개츠비>를 직업적으로 너무 많이 읽었다. 50. 두 번째 이유가 결정적이다. <위대한 개츠비>의 문장엔 저자 자신의 성이 나온다. 4장 시작 부분. 캐리건 부부. 그리고는 이렇게 말한다.

 

“<개츠비>가 나를 읽어내다니 짜릿하다.”

 

개츠비는 당신을 읽은 적이 없다. 이건 소설이다. 제발 정신 차려라. 모린 코리건은 ‘21세기 보바리의 현현인가. 저자의 지인은 <위대한 개츠비>에 대해 이런 해석을 내놓는다.

 

나는 언제나 개츠비가 자신의 내면을 채우 것을 잘못 찾고 있다고 생각했어. 내가 틀렸나? 어떻게 생각해? 개츠비는 돈과 옷과 데이지를 원하지만, 자기 자신에게 만족하지 못한다면 정말로 행복해질 수는 없지. ”

 

저자는 오독이라고 말한다.

 

그렇게 독해하면, 내가 가장 사랑하는 개츠비의 특징이 사라진다. 모든 것을 거는, 프로메테우스처럼 끝까지 밀어붙이는 사람이라는 정체성이다.

 

......이 작품은 계급 문제와 벌기와 쓰기의 궁극적인 공허를 다루는 가장 위대하고 위대한 미국 소설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흔히 (그리고 실수로) 1920년대에 자리 잡기 시작한 소비사회를 찬양하는 소설로 회상한다.

 

저자는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여러 저자들의 말을 인용한다. <테헤란에서 롤리타를 읽다>의 저자 아자르 나피시는 회고록에서 학생들과 <개츠비>를 읽었던 일화를 소개한다. <개츠비>를 두고 학생들은 재판을 연다. 학생들은 <개츠비>를 대악마 미국의 문학적 대리인으로, 미국과 관련된 모든 퇴폐적인 것들을 부추긴다고 주장했다. 저자는 아자르 나피시가 설득력있게 개츠비를 변호했다고 그녀의 말을 인용한다.

 

금전에 관한 꿈이 아니다. (개츠비) 본인이 되고 싶은 모습에 대한 상상이다. 물질주의 국가로서의 미국에 대한 평가보다는, 돈이 꿈을 살려내는 수단이 되는 관념적인 국가에 대한 평가다. 여기에 아둔함이 있을 것 같지는 않다. 혹은 아둔함이 꿈과 숫제 섞여버렸기 때문에 따로 구별해낼 수도 없을 것이다.”

 

윗 문장에서 마지막 문장을 음미해보면 전적으로 <개츠비>를 두둔했다고 해석하기엔 무리가 있다. 개츠비는 아둔함이 꿈과 섞인 인물이다. <위대한 개츠비>는 낭만적 사랑과 소비지상주의가 구분할 수 없이 섞여있다. 그리고 내가 비판하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위대한 개츠비>는 드러내놓고 소비를 찬양하는 소설은 아니다. ‘낭만적 사랑아래 소비지상주의를 감추고 있기에 가증스럽다는 것이다. 이찌되었건 사람들은 개츠비의 과시적 소비를 닮고 싶어 한다. 저자의 관찰에 따르면 최근 들어 <위대한 개츠비>를 가장 적극적으로 소비하는 국가는 중국이다.

 

피츠제럴드의 소설은 최근 들어 기업가들이 자기 창조와 과시적 소비의 짜릿함을 느낀 이 나라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바즈 루어만의 영화는 2013년 중국에서 상영을 허락받은 해외 영화 서너 편 중 하나였다.

 

....중국 패션 브랜드 마사 마소의 다채로운 남자용 와이셔츠 광고 문구를 보라. ‘굉장한 가이 ’, 서양에서는 <위대한 개츠비>로 알려진 작품의 가르침을 기억하라며 쇼핑족들을 이끈다. 광고는 권한다. ‘잊지 말자, 주인공 개츠비는 명성과 부를 획득하자마자 나가서 밝은 색의 아름다운 셔츠를 산다. 그 셔츠는 데이지의 눈에 비칠 그의 이미지를 바꿔준다. 사실이다. 꽃무늬 셔츠를 입으면 그 옷은 당신에게 새로운 세계로 통하는 문을 보여줄 것이다.

 

 

소설가 조너선 프랜즌은 1년 혹은 2년에 한 번씩 <위대한 개츠비>를 읽는다고 한다. 그는 말했다.

 

피츠제럴드는 미국의 중요한 우화를 이야기하고 있는데도, 책을 읽으면 휘핑 크림을 먹는 기분이 들죠.”

 

휘핑 크림을 먹는 듯한 기분. 피츠제럴드의 글에선 아파트도 하얗고 긴 케이크 조각이 된다.

피츠제럴드 덕후인 저자 덕분에 작가에 대해 몰랐던 여러 사실들을 접해 나름 재미있었다.

한편으로, 저자의 아둔함과 꿈이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섞여있다는 점이 안타까울 뿐이다.

 

밑줄 친 문장들.

 

"나는 밖에 나가서 부드러운 황혼을 헤치며 동쪽으로 공원을 향해 산책하고 싶었지만, 내가 나가려고 할 때마다 거칠고 공격적인 논쟁에 휘말려 다시 주춤하고 말았다. (...)하지만 도시 높은 곳에 줄지어 선 우리의 노란 창문들은, 어스름 무렵 거리를 별 생각없이 걷던 사람이 쳐다볼 때면 자기 몫만큼씩 인간의 비밀을 나누어주었을 것이다. 나 역시 창문을 올려다보며 궁금해하는 그런 사람이었다. 나는 안에 있으면서도 안에 없는 채로, 인생의 무궁무진한 다양성에 매혹되면서도 혐오감을 느끼고 있었다.

당신이 보내준 책은 감동적이었어요. 당신의 세대에 내가 감동하기 때문일 겁니다. 미래를 향해 비행하는 세대니까요....
내가 지금 당신과 다툴 문제는 하나뿐이에요. 개츠비를 진짜로 위대하게 만드는 것. 당신은 그가 인생 초기에 어떻게 살았는지 우리에게 알려주었어야 했어요. (...) 짧은 요약 말고요. 그랬다면 그의 상황이 분명했을 테고, 그의 마지막 비극도 진정한 비극이 되었겠지요. 조간 신문의 "사건 사고"기사처럼 보이지 않고요.

개츠비는 녹색의 불빛을 믿었다. 해가 갈수록 우리 앞에서 멀어지는, 절정의 순간과 같은 미래를 믿었던 것이다. 그때는 그것이 우리한테서 달아났다. 하지만 무슨 상관인가 – 내일은 우리가 더 빨리 달리고, 더 길게 팔을 뻗으면 된다.....그러다보면 어느 맑은 아침에 -----
그래서 우리는 계속 나아간다, 흐름을 거스르는 보트들처럼, 끊임없이 과거로 떠밀리면서도.

"<위대한 개츠비>를 읽고 나는 낙담했습니다. (...) 그 시절 피츠제럴드도 형편없었지만 오늘날 우리는 더 형편없어요. "

- 로버트 프로스트. 1946년 작가 모임에서.

"우리는 1930년대의 비평적 실수에 대해 과도하게 회개하면서 피츠제럴드의 책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그때는 스타인 벡이나 제임스 T. 패럴을 선호했는데, 이제 우리가 더 이상 그들 편을 들지 않으리라는 이유로 그러는 것이다. 피츠제럴드는 마치 소녀 같아 보인다. 우리가 외딴 집에 남겨두고 떠났는데 미처 돌아가기 전에 죽은 소녀. 가슴 아프기도 해라. 그래서 특히 감상적으로 이상화하기 쉽다. "

비평가 레슬리 피들러, <스콧 피츠제럴드에 관한 몇 가지 메모> 1951년

"나는 <개츠비>가 미학적으로 과대평가되었고, 심리적으로 공허하며, 도덕적으로 안이하다고 생각한다. 그 책이 품은 교훈에 대해 우리는 착각하고 있다. <개츠비> 또한 신성불가침이 아니라면, 이들 중 아무것도 내게 중요하지 않다. "

- <뉴욕>지 서평가 캐서린 슐츠, 나는 왜 <위대한 개츠비>를 경멸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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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ummii 2016-05-06 0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쓰레기 개츠비 ㅋㅋ 신선하네요!

시이소오 2016-05-06 09:24   좋아요 0 | URL
너무 운을 맞췄죠? ㅋㅋ

영혼을위한삼계탕 2016-05-07 06: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발상전환
다양한 해석
문학은끝이없네요^^

시이소오 2016-05-07 06:28   좋아요 0 | URL
문학은 끝이 없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