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굴리는 곰 이야기
주영삼 글.그림 / 비룡소 / 1998년 1월
평점 :
품절


조금 큰 아이들이 보기엔 시시하겠다.

하지만, 큼직한 그림에 화려한 색감, 그리고 친근한 곰(아이들의 그림책에서 곰이란 동물은 맹수라기보다는 아주 친근한 이웃이다.)의 미소를 만날 수 있으니 우리 집 아이들 정도의 연령(5,6세)이라면 그저 그만일 책이다. 거기다가 지구가 움직이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할 수도 있구나 하는 것.

뭐든지 굴리는 곰이 있었대. 그런데 딱 하나 굴려서는 안 되는 것이 있었지. 바로 태양신이 아끼는 항아리였어. (하지만 이야기책에서 금기란 깨어지기 위해 있는 것.) 어느 날 태양신이 정성스레 만든 별 하나가 꽝 터지는 바람에 미처 곰에게 항아리는 손대지 말라는 말도 못한채 급히 떠나게 되었대. 곰은 태양신의 항아리를 조금만 돌려보고 제 자리에 두려고 했지. 그런데 깜박 잊고 간 연장을 가지로 온 태양신이 돌아오는 바람에 그 소리를 듣고 너무 놀라 미끈! 항아리는 산산조각이 나 버렸네.

곰에게 내려진 벌은? 태양신이 불같이 화가 났거든.

그래서 곰이 지구를 돌리게 되었다네. 돌리면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지만, 그 어려움을 참고 나니 지구를 돌리는 일이 벌이 아니라 무척 재미있는 일이 되었대. 태양신이 아주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서 용서 해 주려고 했지만, 곰은 이 일이 재미있어서 지금도 지구를, 그리고 또 다른 행성들을, 그리고 온 우주를 다니며 별들을 신나게 돌리고 있다는구나. 지금도 어딘가에서 별을 굴리고 있을 곰에게 우리 "고마워~"하고 이야기 해 줄까?

하고 오늘 우리 아이들 앉혀 놓고 이야기 해 주어야겠다. 그리고 딸 아이에게 이 책을 주면 좀 더 관심을 가지고 책을 보리라 생각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최무선 새싹 인물전 1
김종렬 지음, 이경석 그림 / 비룡소 / 2008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위인전. 한 때 지나친 영웅담과 위인이라면 부모가 반드시 꾸어주어야 할 것 같은 특이한 태몽들 땜에 우리의 생활과 너무 거리가 먼 느낌이 들며, 모범으로 삼기에는 너무 동떨어진 그 무엇 때문에 비판을 받은 영역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하지만, 요즘은 현대의 이런 시각에 맞게 각 대형 출판사들에서 다양한 형식의 위인전이 나오고 있다. 각 출판사의 기획의도가 호응을 얻어 단행본들이 제법 많이 팔린 책들도 있는 듯하다. 나도 교실에 그런 책으로 위인전 코너를 한 칸 두고 있다.

참 기분좋게도 비룡소에서 덜커덩 우수 리뷰로 뽑아 주셔서 신간도서로 이책을 한 권 받게 되었다. 그리고 표지 그림이 참 우습다고 생각하며 책을 보는데... 책을 훑어 보던 남편이 "그럼 그렇지. 어쩐지..."한다. "왜?" "이 그림 누가 그렸는지 아나?" "나도 아는 사람이가?" "어." "??? 잘 생각이 나지 않는데..."(남편과 나는 친구니까 서로 반말한다.)

이 책의 그림은 <<고래가 그랬어>>라는 잡지에 <을식이는 재수 없어>를 그린 이경석님이 그렸다. 남편은 예전에 이 잡지를 정기구독 할 때 이 꼭지를 무척 좋아했었다. 그걸 알고 나서 보니 그림도 무척 친숙하다. (만화풍처럼 조금 우스꽝스럽다. 최무선의 머리에는 화약심지가 달려 있고, 불꽃이 반짝이고 있다.)

최무선은 위인이다. 우리가 본받을 점이 많은 대단한 위인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의 기획의도대로 하늘 위에서 빛나는 위인을 옆 자리 짝꿍의 위치로 내려 놓아 읽는 이의 맘을 편하게 하였고 책 해설에서 밝힌대로 종래 위윈전의 단골메뉴로 등장했던 어린시절의 비범한 에피소드와 위인예정설 등의 과장이 없지만 한 가지에 매달려서 평생을 바친 그 위대한 삶은 분명 아이들의 가슴을 뜨겁게 하리라 생각한다.

어딘가에서 주워 들은 풍월로는 위인전은 적어도 초등 고학년부터 도전해 보는 것이 좋다고 한다. 그런데, 이 책은 초등 저학년이나 중학년 정도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 것 같다. 이 시기의 아이들이 이 책을 어떤 맘으로 받아 들일지 모르겠다. 부모가 억지로 들이밀어 읽기 싫은데 읽는 것보다, (전질 하나 들여서 압박하기 보다) 한 권 두 권 사 보고 아이의 반응을 살핀 뒤 다음 권을 살지말지 결정 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책으로 들어가서, 국내적으로도 혼란스럽던 고려말, 나라의 주변에는 왜구와 홍건적이 기승을 부린다. 어린 시절 불꽃놀이를 보고 아름답다고 느낀 다른 사람들과 달리 최무선은 원나라에서만 만들어 우리 나라에 아주 조금 수입되어 불꽃놀이에나 쓰이는 그 화약 만드는 법을 터득하여 나라의 국방을 튼튼히 하고 싶어한다. 다른 사람들은 한 가지 일에 미쳐(몰두하여) 정신없는 최무선을 응원하기보다 비웃거나 무시하고 말지만, 최무선은 포기하지 않고 벽란도를 드나들며 혼자서 만들며 실패에 실패를 거듭한 초석(화약의 원료) 만드는 일을 도와 줄 사람을 찾고 그래서 이원을 만나게 된다. 그에게서 제조법을 알아내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으나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도전하여 화약제조법에 성공하게 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주변 사람들은 이 놀라운 발명을 반기지 않고 그를 모함하여 조사를 받게 하기까지... 왜 이리 사람들이 정신을 못 차리는지. 나라의 중요한 일을 하는 사람들은 주변을 바라보는 시선이 보통사람들인 우리와는 달라야 할 텐데, 나라의 녹을 먹는 자들이 예나 지금이나 자기 주변의 이익만을 따지고 좀 더 크게 나라를 위한 일을 살피지 못한다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어쨌든 최무선은 죄가 없었으니 두려울 게 없었고, 임금의 인정을 받아 1377년 '화통도감'이 세워져 그곳의 책임자로서 여러 종류의화약무기, 특히 화포 제작에 힘을 쏟는다. 그리고 왜구를 물리치는 데도 큰 공을 세운다. 하지만, 조정 대신들은 화약이 위험한 무기라며 화통도감을 없애려 하고 1389년 화통도감이 문을 닫고 화약무기 개발을 더 이상 하지 않게 된다. 하지만, 우리의 최무선. 여기서 좌절하지 않고 화약만드는 법을 후세에 알릴 책을 쓰게 되었으니 그 책이 <<화약 수련법>>과 <<화포법>>이란다. 이 책은 후에 임진왜란 때 위기에 처한 조선을 구하는 밑거름이 되었다고 한다. (나쁜 조정 대신들!)

부담스럽지 않은 길이, 재미있는 그림과 함께 가볍지는 않지만, 가볍게 위인의 삶을 만나 볼 수 있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달콤하고 살벌한 음식의 역사 아찔한 세계사 박물관 1
리처드 플랫 지음, 김은령 옮김, 노희성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08년 8월
평점 :
절판


아찔한 세계사 박물관 01편. 이 책을 읽고 나서 어서 다른 편을 읽고 싶을 정도로 무척 맘에 들었다.

새로운 이야기들이 가득하고, 세계의 기이한 음식들과 함께 문화와 역사에 대한 상식의 폭을 약간 넓힐 수 있다는 계산까지 해 보면 얇지만, 비싼 책의 값이 아깝지 않다.

어제 저녁엔 이 책을 펼쳐서 우리 집 아가들에게 그림과 사진을 보여주면서 세계의 다양하고 기이한 음식 문화에 대해 하나하나 짚어주며 이야기를 해 주었다. 무척 흥미로운 이야기는 아이를 이야기 속으로 쏙 빨려 들어가게 한다. (내가 얘기를 너무 잘 해 주었나?^^)

기묘한 로마음식들, 그리고 음식에 모든 것을 바친 로마 귀족들의 이야기. 진귀한 아스텍 음식들, 냉동인간으로 발견 된 고대인들이 먹은 음식들, 먹어서는 안 되는 음식들(힌두교의 소고기, 이슬람교도의 돼지고기 등)에 대한 이야기, 드라큘라 백작의 이야기와 (동물들의) 피를 먹고 힘을 낸 사람들, 또 맛있는 쥐고기(웩~) 이야기, 사람들에게 먹히느라 사라져가는 동물들(사라져버렸다는 도도새는 디즈니 만화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새와 닮았다. 뱀요리, 거미요리, 잠자리 요리, 그리고 독이 들어있는 음식들, 몸에 좋은 벌레 요리들...

우리네 문화에 익숙한 번데기, 개고기 등은 그런가 보다 싶은데... 그렇지 않은 다른 문화의 음식들은 참 신기하기도 하고, 거북스럽기도 하다. 이 책에서는 그것이 모두 다 문화이니 웩~ 할 것이 아니라고 이야기 한다. 그리고 햄버거의 고기가 뼈, 가죽, 연골, 내장, 그리고 각종 인공 조미료를 넣어 만든거라는 정보는 안 좋은 줄 알았지만, 다시 한 번 더 햄버거는 먹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광우병을 생각할 때 햄버거는 아주 위험한 음식으로 분류 될 수 있겠다.

이어 소개되는 가 볼 만한 사이트들.

이 책에는 정말 다양한 읽을거리가 풍부하고 그리고 그 내용도 만족스럽다. 내게는 그랬다. 아이들에게 정말 재미있는 책이었다고 말해 주어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육촌 형 그림이 있는 책방 3
이현주 지음, 박철민 그림 / 보림 / 2004년 5월
평점 :
품절


이 책도 도서관에서 빌렸는데, 꼭 한 권 사야겠다.

권정생 선생님 이야기에 자주 등장했던 이현주 목사님이 쓴 책을 처음으로 만났다. <<아기 도깨비와 오토제국>>-예전에 학급문고에 있었는데, 지금은 있는지 모르겠다. 있다면 한 번 꼭 읽어 봐야겠다.

작가는 우리가 육이오라는 슬픈 역사를 어떻게 해석하고 소화해서 앞으로 건강하고 행복한 통일 조국을 이루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인가를 생각하며 써 본 글이라고 이야기 한다. 주먹의 힘은 다른 주먹의 힘으로는 이길 수 없다는 사실. 성태와 근태가 홍탱크와 오토바이를 어떻게 물리쳤는가를 읽어내려 가다보면 가슴이 뻥 뚫림을 느낄 수 있으리라.

똥구멍이 찢어질 듯 가난하고, 아버지는 늘 술에 취해 있지만, 그 속에서도 언청이 근태는 5학년이지만 공사판에서도 일할 정도로 억척스럽다. 나 성태의 아버지와 근태의 아버지가 사촌간이라 이들은 육촌간이 되고 근태는 성태에게 육촌형이 된다. 이들이 사는 양짓담과 음실은 한산계라는 작은 개울을 사이에 두고 있는데, 육이오를 겪으면서 어떤 사연을 품게 되었는지 두 마을은 원수지간이 되어 있다. 하지만, 세월이 약인지라, 전쟁이 끝난지도 오래 되었고 마을 사이에 다리도 놓여지고 그 때 원수졌던 사람들도 차례차례 죽고... 마을 젊은이들이 앞장 서 두 마을은 다시 사이좋은 마을이 된다. 더군다는 두 마을의 아이들은 한 교실에서 함께 뒹구는 친구들이니 두말 할 것도 없다. 그런데, 문제는 지금부터다. 두 마을에 다른 동네에서 아이들이 전학오면서 문제가 생기기 시작한다. 음실마을에 '한산 목장'이 들어서고, 주인의 아들인 세아와 세아의 보디가드 홍탱크 때문에 아이들의 삶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때마침 양짓담에도 웬 부자가 이사와서 벽돌공장을 차렸는데, 주인의 조카는 오토바이를 타고 학교에 오는 바람에 오토바이라는 별명을 갖게 된다. 먼저 세력을 잡았던 세아와 홍탱크는 오토바이에게 아이들 표현식으로 하자면 '맞장'을 뜰 것을 제안하고, 한바탕 큰싸움을 벌인다. 선생님의 등장으로 싸움이 중지 되긴 했지만, 순위를 메기기 보다는 서로를 건드리지 않는 선에서 타협을 본다. 대신 양짓담과 음실은 홍탱크와 오토바이를 중심으로 세를 형성하여 서로 대립하는 아이들의 전쟁이 시작되게 된다. 그런데... 양짓담에 있던 근태네가 음실로 이사를 가면서 일은 묘해진다. 두 마을 아이들은 서로의 마을에 들어갈 수 없다는 묵언의 금기를 가지고 있었는데, 근태와 성태는 그들이 가진 특별한 혈육 관계 때문에 아버지의 심부름으로 근태가 옛날에 함께 살았던 성태네 마을로 건너 오게 된 것이 문제가 되었다. 두 대장들은 마을의 명예를 걸고, 두 아이의 싸움을 부치기는데... 처음에는 서로 치고 받던 두 아이 중 근태가 먼저 나의 얼굴의 피를 닦아 주면서 "난 안 싸워! 성태는 내 동생이야. 내가 왜 동생하고 싸워야 해? 난 죽어도 안 싸운다!"하고 이야기 한다. 화가 난 홍탱크의 주먹 주먹 세례를 받는 모습을 보고 나는 육촌형을 위해 돌멩이를 들고 홍탱크에게 덤벼들고, "성태 자식 요절을 내 버려."라는 홍탱크의 말에 근태는 다시 "어떤 놈이든 성태를 건드리면 죽여 버릴 테여!"하고 말하고 아이들은 "우린 이제 안 싸울텨!"하고 말한다. 그리고 "싸울테면 늬들끼리 싸워!"라고 말한다.

그리고 말라붙은 내 코피를 맑은 개울물로 씻어 주며, 근태는 이렇게 말한다.

"됐어. 이제는 서로 안 싸워도 되는 거야. 우리가 똘똘 뭉치기만 하면 저 새끼덜 꼼짝 못하게 할 수도 있어."

쓰다보니 주저리주저리 이야기를 늘이고 말았다. 그만큼 나는 이 이야기를 자세히 기록해 두어 꼭 기억하고 싶다. 이 책을 읽으면서 떠오르는 것은 이문열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이었다. 내가 어른이 되어서 읽은 책을 초등학교 6학년 교과서에서 만나고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다. 지금은 그 글이 5학년에 내려가 있단다. 가볍지 않은 소재를 다룬 그 글이 아이들의 생활을 담고 있기 때문에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렸나 보다. 그런데 이 책이 문제상황을 제시하고 그것을 어떻게 해결해 나가야 하나라는 해결책은 없는 반면 오늘 읽은 <<육촌형>>은 우리가 숱하게 만날 이런 문제들을 어떻게 현명하게 이겨나가야 할지를 (굳이 육이오 전쟁과 연관지어 생각하지 않더라도) 좀 더 깊이 있게 생각해 보게 하는 동화였다. 초등학교 교과서에 이런 글이 실리는 것은 어떨까 하고 처음으로 생각해 보았다. 교과서 편집위원도 아니면서 말이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순오기 2008-10-06 2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현주 목사님의 '아기도깨비와 오토제국'은 우리집에 있어요. 그리고 4학년인가 실렸던 '알게 뭐야'가 있죠.
이 책은 처음이에요~ 요즘 아이들은 6촌은 커녕 4촌도 개념이 없어요.ㅜㅜ 내용소개가 잘 되어서 좋군요.^^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작가 의도와는 다르게 교과서에서 다루고 있더군요. 너무 일찍 읽어서 숨은 뜻을 알겠나 싶어요. 나중에 정말 읽어야할 때 안 읽으니까 그것도 문제고요~~ ㅜㅜ
 
곰이와 오푼돌이 아저씨 - 권정생 선생님이 들려주는 6.25 전쟁 이야기 평화 발자국 1
권정생 지음, 이담 그림 / 보리 / 2007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도서관에서 빌린 책이다. 이 책은 권정생 선생님 사후에 만들어져서 작가의 말이 책에 들어 가 있지 않다. 대신 윤구병 선생님이 써 두신 글이 있는데, 자라는 우리 어린이들에게 이 책을 널리 읽히고 싶어서 출판을 제안하셨다고 한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이 책을 사서 아이들에게 읽히는 바로 그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권정생 선생님은 일제 강점기도 겪었고, 한국전쟁도 겪어서 전쟁의 아픔을 잘 알고 계시고, 그 전쟁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는 소망과 아울러 남북 통일에 대한 강한 소망을 가지고 계셨던 분이다. 돌아가시면서 그 많은 인세를 북한 어린이들을 위해서 써 달라고 하셨으니 이는 바로 선생님의 이런 마음을 담은 것이 아니겠는가?

이 글을 읽으면서 선생님의 그 큰 뜻을 읽느라 내내 가슴이 뜨거웠다. 무척 사실적인 그림과 함께 만나게 되는 이야기는 처음에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곰이와 오푼돌이 아저씨의 얼굴은 젊은이와 아이의 모습인데, 벌써 30년 전이었노라 이야기를 하고, 그리고 피가 막 흐르고 있다고 하고... 다시 정신을 차리고 보니 30년 전에 죽은 영혼들이 만나 죽던 그 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거다. 이 책이 쓰여진 것이 '전두환 군사독재가 서슬이 퍼렇던 1980년대'였다고 하니 지금으로 치자면 50년도 더 넘은 옛날 이야기가 되겠다.

그리고 이 책 속에 포함되어 있는 '해와 달이 된 오누이'의 패러디 동화는 정말 기똥차다. 패러디 동화를 쓴 작가들의 상상력에 항상 감탄하며 글을 보지만, 이 글만큼 찡한 이야기가 없다는 생각. 물론 외국사람들이 이 동화를 읽으면 우리가 읽는 듯한 그런 가슴 찡함을 느낄 수는 없으리라. 전쟁이랑 너무 먼 지금의 아이들도 분명 이 동화를 읽고 크게 느끼는 바가 있으리라 본다. 나 또한 전쟁을 겪지 않은 세대의 느낌이니 말이다.

동화의 내용은 이렇다. 무명옷을 입은 가난한 할머니가 바구니를 이고 고갯길을 넘다가 커다란 호랑이를 만나는데 호랑이는 한마리가 아니라 두 마리다. 두 마리의 호랑이는 옛날 이야기에서 그랬던 것처럼 할머니의 떡(이 책에는 맛난 음식이라고 나온다.)을 다 뺏어먹고는 할머니를 산 채로 야금야금 먹어 치운다. 그리고 오누이의 집으로 달려가 "엄마야, 문을 열어 다오."라고 말한다. 또 한 마리는 뒷문으로 나타나 "앞문에 있는 것이 가짜니 이 문을 열어 다오."하고 말한다. 오누이는 서로 다른 쪽 문을 열겠다고 싸우고 그러다 해순이 달순이는 호랑이에게 물려 가게 된다. 후회해도 소용없는 일. 붙잡혀 간 해순이 달순이를 위해 곰이와 오푼돌이 아저씨는 큰 소리로 "호랑이들아, 엄마를 잡아 먹었으니 달순이와 해순이는 살려 줘! 그리고 너희는 먼 데 너희 집으로 돌아가!"하고 말해 보지만 돌아오는 것은 메아리 뿐. 해순이와 달순이가 선택한 길이 우리가 선택한 분단의 길이 아니겠느냐는 권정생 선생님의 이야기는 미군정기를 이야기 하면서 아이들에게 들려주면 좋을 그런 동화다.

먼 곳에서 호랑이에게 잡혀간 오누이의 부르는 소리가 애끓게 들려오고 있습니다. 로 끝나고 있는 이 동화.

살기 위해 피난길에 올랐다가 비행기의 폭격을 피하지 못하고 죽은 곰이의 어린 영혼과 단군의 자손들로 모두 똑같건만, 북쪽에 살고 남쪽에 살았다는 이유로 서로 총부리를 겨누었던 인민군 오푼돌이 아저씨. 국군을 쏘아 죽이러 왔건만 그 국군의 총에 맞아 고향으로 돌아갈 수 없는 영혼이 된 오푼돌이 아저씨는 우리 슬픈 역사의 한 장면이다.

이 책은 전쟁이 무엇인지 아이들에게 분명히 느낄 수 있게 해 줄 동화라고 생각된다. 아니, 아이들에게만이 아니라 내게도 말이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순오기 2008-10-06 2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사후에 이런 책이 나왔군요. 몰랐는데~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