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업식을 했다.

교실에는 긴급돌봄 학생 6명이 있었고,

유튜브 생방송으로 각 가정에서 종업식 시청을 했다.

전출 교사 대표로 인사를 하게 되었다.

그 만큼 나이가 들었다는 말이라 조금 기분이 묘했다.

교실의 아이들은 텔레비전에 나오다가 곧 유명해지는 거 아니냐고 호들갑을 떨었다.

학교 방송인데, 아이들에게는 대단한 일이라 여겨지나 보다.

대단한 일이다 싶기도 한 것이

오후 4시 즈음이니 돌봄 학생일 테고, 2학년은 아니니 1학년일 아이 하나가 나를 보더니

"아, 아까 텔레비전에 나왔던 선생님이지요? 선생님이 감동적인 말을 해서 저 눈물이 찔끔 나올려고 했어요."

(눈물은 나온 건가, 안 나온 건가? 나올려고 헀으니 안 나온 거겠지!)

또 다른 아이가 지나가면서

"선생님, 오늘 좋은 말씀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며 말을 건다.

방송의 위력이 대단하구나 싶었다.

처음 보는 사람인 내게, 지나가는 내게, 아는 척을 하면서 이런 인사를 건네다니 말이다.

 

00초등학교 친구들 안녕하세요.
방금 소개받은 김00 선생님입니다.
선생님은 오늘 00에서의 시간이 다 되어 학교를 떠나는 선생님들을 대신하여 여러분에게 인사를 하려 합니다.
오늘 이야기의 주제는 “00초등학교를 말한다!!!”로 해 볼까요?
00초등학교의 첫인상은요, ‘참 예쁜 학교구나!’ 였습니다. 다른 학교와 달리 건물 구조가 굉장히 특이하다고 느꼈어요. 나중에 알고 보니 그 건물이 바로 도서관이더라고요.
그리고 또 얼마 있다가 느낀 것은 “아이들이 선생님을 참 좋아하는구나!”였어요. 저 멀리서 선생님~~~ 하고 부르며 활짝 웃어주는 친구들이 정말 많았거든요.
그리고 00에서 시간을 더 보내다 보니 “00의 선생님들께서 온 마음을 다하여 우리 친구들을 위해 애쓰시고 있구나!” 하는 것을 알게 되었답니다.
지금 당장은 잘 모르겠지만, 여러분이 이다음에 자라서 초등학교 시절을 되돌아보면 그때 그 꼬꼬마 시절의 여러분들을 사랑으로 보살펴주시던 선생님들을 떠올리며 미소 짓지 않을까요?
오늘 00초등학교를 떠나는 선생님들도 여러분과의 그런 따뜻한 추억을 가슴에 안고 떠납니다. 선생님들은 00에서의 시간이 어떠했냐고 묻는 분들에게 참 좋은 곳에서 행복했노라 이야기할 생각이에요. 
여러분은 이곳에서 남은 초등학생 시절 동안 자랑스러운 00의 어린이로서 사랑을 마음에 품으면서 건강하게 자라 주세요. 
올 한 해도 코로나로 힘든 시간을 이겨내야 하겠지만, 지혜롭게 학교생활 잘 하기를 응원합니다.
00 친구들, 모두 안녕~~~~

 

그리고 줌으로 종례를 하면서 우리 반 꼬맹이들과도 작별 인사를 하고...

그러고 있는데 누군가 똑똑 교실 문을 두드린다.

"선생님, 저 모르겠어요?" 하는데 누군지 도통 모르겠다.

아, 누구더라???

4학년 때 담임했던 아이, 무언가를 하려 하지 않아 나를 힘들게 했지만 엄청나게 사랑스러웠던 **군이 쑥 자라서 나타났다.

졸업했다고 인사하고 가겠노라며 교실을 찾아 왔다.

1년 동안 다른 건물에서 띄엄띄엄 학교를 오다 보니 한 번도 만나지 못했던 얼굴에, 쑥 자라고 통통해져서 얼굴을 몰라 보고 말았다. 이 사랑스러운 녀석을 우찌 할꼬 하면서 토닥토닥~

급식실에서 밥을 먹는데, 한 무리의 여학생들이 꽃다발을 들고

(물론 꽃다발은 그 여학생들의 것이다. 오늘이 졸업식인지라... 어머님들이 미리 집에서 들려 보내신 듯 하다.)

급식실로 들어와 인사를 한다.

전담으로 가르쳤던 여학생들인데 일부러 인사를 하러 찾아 왔다고 해서 또 울컥~

그리고 밥을 먹고 나가니 복도에서 기다리면서 함께 사진 찍으려고 기다렸다고 해서 또 감동!

아, 우리 학교는 정말 정이 넘치는 곳이었구나! 하며 다시 찡해졌다.

교직원끼리 서로 인사를 주고 받는 동안 섭섭해서 눈물을 보이는 선생님들!

동학년 막내가 동학년 인사 나누는 자리에서 오늘 헤어지는 거냐고 눈물을 흘리더니,

남아서 새학년 대비 연수 준비하느라 이것저것 작업하면서 교무실에 있길래 마지막 인사를 건네니 또 울먹울먹~

아, 나 이 학교에서 정말 좋은 이들과 잘 살았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마지막이라 섭섭했지만, 정말 열심히 생활한 곳이라 잊지 못할 것이다.

추억의 한 페이지에 오늘을 꼭꼭 눌러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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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을 읽다
서현숙 지음 / 사계절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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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올해가 다 지나지 않았지만.... 지나려면 '깡깡' 멀었지만....

나는 이 책이 올해의 나의 책이 되지 않을까 하고 점쳐 본다.

부산원북원 심사위원단 모집한다던데,

만약 내가 거기에 소속이 된다면 이 책을 부산원북원으로 선정하자고 강력히 주장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심사위원단이 되기란 어려울 거니까 이 기회는 없을 거라 보고

독자에게도 책 추천의 권한이 있다면 이 책을 꼭 추천해 보고 싶다.

책을 읽는 순간 저자의 글이 그냥 마음 속으로 뚜벅뚜벅 걸어 들어온다.

글을 무척 잘 쓰시는구나! 생각을 했다.

그리고 서평은 단 한 줄의 문장으로만 정리해 보고 싶다.

 

글솜씨에 반하고, 그 실천에 반하고, 그 마음에 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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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2-14 11:1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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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2-14 11: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2-20 08: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2-20 10: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커다란 당근의 비밀 꿈터 그림책 5
다린 지음 / 꿈터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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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농부가 있다.

땅 위에는 사람 농부

땅 아래에는 두더지 농부

커다란 순무에 이어 커다란 당근이 화제라는 신문 기사가 마지막 장면을 장식한다.

두 농부가 커다란 당근을 사이좋게 나누어 가졌으니 해피엔딩이다.

두 농부의 표정을 보니 그렇다.

그림도 동글동글 재미있고,

내용도 마음을 동글동글하게 만들어 준다.

두더지네 당근 위에는 벌레들까지 사이좋게 올라 앉았다.

그리고 뒷면지는...

커다란 순무에 이은

커다란 당근에 이은
커다란 고구마?

글자가 얼마 없어서 금방 읽는다.

그리고 덮으면서 한 마디 한다.

"음, 괜찮네!"

<<커다란 순무>> 읽어주고 나서 이어 한 번 읽어주면 아이들이 좋아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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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가족의 고향 - 2020 칼데콧 아너상 수상작 꿈터 지식지혜 시리즈 69
켈리 스탈링 라이언스 지음, 다니엘 민터 그림, 김선희 옮김 / 꿈터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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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즈라 잭키츠의 책을 읽었을 때 

어린이 책에 흑인 소년을 주인공으로 삼은 것이 특이한 점이라고 한 설명을 읽었었다.

아이들과 책을 읽기 시작한 초창기에 만났던 글이었으니 그로부터 20년 세월은 흐른 거 같다.

이제는 이러한 일들이 더이상 낯설고 신기한 일이 아니다.

온통 흑인 아이들이 나오는 이 책이 2020 칼데콧 아너상을 받은 책이라 하니

세상의 불평등은 그 이전 보다는 더 나아졌다고 조심스럽게 진단해 볼 수도 있을까?

(하지만, 여전히 모든 면에서 가야 할 길은 멀고, 완전한 평등이란 닿지 않을 세계라는 생각이 들어 씁쓸하다.)

이 책은 흑인과 백인과의 차별을 다룬 이야기가 아니다.

이야기 속에 차별의 과거는 있지만, 그것이 이야기의 중심은 아니다.

그것을 이겨내고 이 땅의 주인공으로 살아가고 있는 이들의 이야기다.

에즈라 잭키츠의 그림책 소년이 세상의 주인공이듯이

이 책의 인물들 또한 세상의 주인공이다.

 

시골 할머니 집에 온 가족이 모였다.

가족들은 돌아가신 할아버지를 추억하고, 부모님과 삼촌의 어린 시절을 추억하고,

그렇게 현재와 이어진 과거 속에서 현재를 살아가는 용기를 얻는다.

 

-내 마음의 소리를 잘 들어보렴.

-가족보다 소중한 건 없단다.

-너도 할아버지, 할머니 눈을 닮았어.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걸어온 발자취, 살아온 과거 속에서 가족의 역사를 발견하고

가족 행사에서 조상들이 살아낸 시간을 이야기 한 소년 릴 알란.

아프리카에서 붙잡혀 사슬에 묶인 채 배를 타고 와서

노예 생활을 하던 땅에서 새로운 길을 내며 꿈을 키웠고

흑인 차별 정책에 맞서 싸웠으며

그렇게 가족을 일구어 행복한 시민으로 우뚝 설 수 있었음을 릴 알란은 알고 있다.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이 살아낸 삶을 통해 차별을 알아차리는 것이 차별을 없애는 시작이라고 옮긴이는 말한다.

이 책은 수상작이라는 타이틀에 맞게 그림이 아름답고 의미있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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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은 아름다워
루시아 자몰로 지음, 김경연 옮김 / 사계절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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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있는 그림책이다.

요즘은 초경을 가족이 함께 기뻐하면서 축하하고 파티를 하기도 한다.

생리를 부끄럽고 숨기고 싶은 그 어떤 것으로 접근해 왔던 지금까지의 나의 생각에 의문을 던져 보게 한다.

나는 왜 그렇게 생각했던 걸까?

알게모르게 그런 생각들을 전달받았기 때문일 것이다.

오줌 누러 화장실 가는 일이 부끄러운가?

똥 누러 화장실 가는 것이 부끄러운가?

그렇다면 자연스러운 생리 현상 중의 하나인 월경에 대한 시각도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그런 시각에 대한 바른 정립! 혹은 이미 형성된 시각에 대한 새로운 정립!

이 책을 읽어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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