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입장에서 마음 헤아려 보기

아빠랑 함께 피자 놀이를 - 3~8세 ㅣ 세계의 걸작 그림책 지크 36
윌리엄 스타이그 지음, 박찬순 옮김 / 보림 / 2000년 2월

빠른 시간 안에 책 한 권을 뚝딱 만들어 낸다는 윌리엄 스타이그의 작품입니다.

비가 와서 친구들이랑 공놀이 하기로 한 약속이 글러 버린 피터, 그래서 우울하기만 하지요. 아빠는 이런 피터의 맘을 헤아려 피터를 피자라 생각하고 온 몸을 굴려 밀가루 반죽을 하고 반죽을 이리저리 늘려주고(팔다리를 당겨주고) 기름(물)을 듬뿍 발라줍니다. 밀가루(땀띠분)도 살살 뿌려주고, 토마토(장기알)도 얹어 줍니다. 토마토 대신 치즈가 좋다는 피트를 위해 치즈(종이조각)을 올려주고... 그렇게 놀다 보니 어느 새 날이 개어서 피트는 기분좋게 공을 들고 나가지요.

아이의 기분을 이렇게 잘 헤아려 준다면 그 아이는 얼마나 행복할까 싶습니다.

어제 욕실에서 양치를 하고 있는데, 아이가 욕실로 들어오다 미끄러져버렸습니다. 욕실에 물이 있을 때는 미그러우니까 절대로 들어오지 말라고 하건만, 그냥 들어와서 막 야단치려고 하다가 아차 싶었습니다. 미끄러져서 아픈데, 야단까지 맞으면 얼마나 서러울까 싶어서 "놀랬지? 많이 아프지? 그러니까 엄마가 물 있는 곳에서는 위험하니까 항상 조심하라고 했잖아. 앞으로 조심하기 약속!"하고 마무리를 지었습니다. 아이편에 서서 아이의 마음을 헤아려 주는 엄마가 되기 위해선 많은 공부가 필요하리라 생각합니다. 이 책을 통해 그런 마음 하나를 배웠습니다.

재미있는 꼬리말 따기

호랑이는 꼬리가 길어, 길면 뱀이지 ㅣ 작은거인 말놀이그림책 2
김장성 / 국민서관 / 1999년 12월

에고, 책이 절판 되어 버렸군요.

호랑이는 꼬리가 길어, 길면 뱀이지. 뱀은 물어 물면 모기지, 모기는 날아 날면 새지, 새는 울어 울면 아기지...로 쭉 이어지는 이야기가 참 재미있어 아이와 신나게 읽고는 뒤에 나오는 복습용 문제(?) 꽁지따기 놀이도 다시 해 보는 재미가 있었던 책이었습니다.

아이와 함께 앞부분 질문하고 뒷부분 맞추기 하면서 재미있게 읽은 책이었답니다.

정말정말 먹고 싶은 빵

구름빵 ㅣ 한솔 마음씨앗 그림책 2
백희나 글.사진 / 한솔수북 / 2004년 10월

이 책을 아이에게 읽어 준 후 우리 아이가 "나도 구름빵 먹고 싶다."라고 자꾸자꾸 말해서 참 곤란했지요.  하늘에 둥둥 떠 있는 구름을 심상치 않게 쳐다보는 모습이라니~ 할 수만 있다면 정말로 저 하늘 높이 올라가 구름 하나 떼다가 구름빵 맛있게 만들어 그걸 먹는 아이의 행복한 얼굴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니깐요.

그림도 정겹고 구름빵이라는 기발한 생각도 멋지고, 출근길 만원 버스에 시달리시는, 아침을 굶고 출근하신 아빠에게 구름빵을 가져다 드리는 아이들의 따뜻한 마음까지...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모두 정말 좋습니다.

수업 시간에는 꼴라쥬 기법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서 아이들에게 이 책을 읽어주어도 좋을 듯합니다.

이런 책을 읽는 것이 그림책을 읽는 맛인 것 같습니다. 열 번을 읽어도, 백 번을 읽어도 질리지 않는 정말 좋은 책입니다.

그림책 읽기에서는 이름 난 책을 읽으며 실망할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냥 이름이 난 것은 아니더라구요. 만약에 글을 읽다가 실망스럽다(명성에 맞는 가치를 하는 것 같지 않다고) 느껴지신다면 책을 읽어보고 또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그러면 새록새록 새로운 맛이 난답니다. 그리고 진짜 좋은 책은 아이가 제대로 알아보더라구요. 저는 아이를 통해 제 그림책 읽기를 배웁니다.

어린이와 그림책을 보고 산 책

도깨비를 빨아 버린 우리 엄마 ㅣ 도깨비를 빨아 버린 우리 엄마
사토 와키코 글.그림, 이영준 옮김 / 한림출판사 / 1991년 9월

마쓰이 다다시의 <<어린이와 그림책>>을 읽고 책을 여러 권 샀던 적이 있습니다. 이 책도 아마 그 때 샀던 책인 걸로 기억합니다.

무엇이든 빨아버리는 엄마를 피해 달아나는 아이들, 고양이, 소시지를 물고 있던 개, 닭, 슬리퍼, 구두, 우산... 의 모습이 너무 재미있습니다. 열심히 달리지만, 엄마의 손을 피해 달아나지 못하고 결국 모두 빨려서 널리고 말지요. 빨랫줄이 부족하여 뜰에 있는 나무에 줄을 그물처럼 걸고는 이것저것 많이도 넙니다. 널려 있는 물건들을 보면 웃음이 절로 쿡~ 하고 납니다. 아이가 널려 있는 것을 보고는 우리 아이는 꼭 한 마디씩 하곤 합니다. "엄마, 엄마가 왜 아이들도 널었어?"하고 말이지요.

하지만, 이 책의 압권은 천둥번개 도깨비의 새로운 탄생입니다. 엄마가 널어 둔 빨랫줄에 걸린 더러운 도깨비는 엄마에 의해 깨끗하게 빨린 것 까지는 좋지만, 얼굴이 모두 지워지고 맙니다. 도깨비가 바짝 마르자 엄마는 아이들에게 도깨비 얼굴을 그려 보라 합니다. 아이들이 크레용을 이용해 얼마나 예쁜 도깨비 얼굴을 그렸는지... 인기짱이 된 천둥번개도깨비가 몰고 온 엄청난 도깨비를 보면 그만 "뜨아~" 입이 벌어지고 만답니다.

"빨아 주세요, 씻겨 주세요!"

"그려 주세요, 예쁜 아이로 만들어 주세요!"

"어저체럼 또 해 주세요!"

라는 도깨비들의 외침이 어찌나 우스운지요.

엄마의 힘찬 목소리 "좋아, 나에게 맡겨!"

빨래를 그렇게 많이 하는 도깨비를 빨아버린 우리 엄마는 지치는 법이 없답니다.

어느 날, 하늘에 떠 있는 구름을 보면서 손오공이 타고 가는 구름같다고 했더니 이야기를 모르는 아이가 고개를 갸우뚱 하길래, <손오공> 책을 찾아서 그림을 보여 준 적이 있습니다. 그랬더니 쪼르르 달려가 이 책을 가져 오더군요. 천둥번개도깨비가 탔던 구름, 바로 그 구름이 우리 아이 머리 속에 아로 새겨져 있었습니다.

이 책은 제가, 그리고 우리집 아이들이 무척 좋아하는 책이랍니다.

선물도 참 많이 한 책이랍니다.

응가하자, 끙끙 - 0~3세 아기그림책 ㅣ 아기 그림책 나비잠
최민오 지음 / 보림 / 2001년 1월

응가를 하려고 하는 아이의 모습!

줄줄이 동물들의 똥 누는 모습과 동물들의 똥 모양까지 감상하고 나면 아이 하나가 열심히 끙끙거리다 실패하지만, 다른 동물들의 격려로 다시 도전해 보고 그리고는 도전 성공하여 응원하던 동물들까지 모두모두 기뻐하는 장면까지! 배변훈련을 시작할 무렵의 아이에게는 정말 딱인 책이라는 생각이 들어, 우리 아이에게 사서 읽어주고, 다른 아이들에게도 많이 사서 선물한 책 중의 하나입니다. 중심 그림 말고 다른 그림을 살펴보면 페이지가 뒤로 갈수록 화장지의 두께도 점점 줄어들어 그것도 재미있어요.

어제는 딸 아이가 혼자서 책을 소리내어 읽더니(지금 한창 글 읽기에 흥미를 붙이는 중이랍니다.) "엄마, 병아리는 똥이 노래?"하고 묻는 겁니다. 그림도 보고 글도 보고 하는 대견한 딸을 보면서 어찌나 가슴이 뿌듯하던지.

이러한 책들은 엄마가 신나게 읽어주고, 아이는 머리에 꼭꼭 외워서, 글을 읽지 못해도 따라 읽을 수 있는 그런 책이지요. 그리고 글을 조금 알게 되면 혼자서 읽기에 도전해도 성공 확률이 높아 아이 스스로 자신을 자랑스럽게 여기도록 만드는 그런 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내용도 맘에 들고, 모두모두 너무 맘에 드는 책입니다. 아이들의 사랑도 무척 많이 받았답니다. 이 책 좋아요, 좋아. 정말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