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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린드그렌 선생님 ㅣ 창비아동문고 219
유은실 지음, 권사우 그림 / 창비 / 2005년 1월
평점 :
품절
작가의 책을 처음 만난 것은 작년이다.
그의 <<우리 집에 온 마고할미>>라는 책을 읽으면서 2학년 읽기 책에 나오는 '선문대 할망' 이야기랑 비슷한 솔거나라에서 나왔다는 '마고할미' 동화책이 너무 사고 싶다는(책엔 출판사는 안 나오고 그림책이 옆으로, 위로 쭉 펼쳐진다는 말만 나왔었다)생각을 하던 차에 헌책방에서 그 책을 발견하고는 "심봤다"를 외친 적이 있다. 그 책 <<우리 집에...>> 뭔가 좀 독특하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책이 무척 재미있으면서, 콕 집어 내게 무슨 말을 해 주고 있는지 몰라 생각을 하게 한 책...
그러다 작가를 도서관 세미나에서 만날 기회가 있었다. 먼 발치에서 보았지만! 행사가 끝나고 도서관측에서 사인을 받을 기회를 줬는데, 그 때 사인을 받지 않은 것이 <<나의 린드그렌 선생님>> 책을 읽고 나니 얼마나 후회가 되는지..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두 가지 생각을 했다.
첫째는 이렇게 재미있는 책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아이들이 정말 안 됐다는 것.
둘째는 작가처럼, 그리고 '그러게' 언니처럼 또 이 책의 주인공인 '비읍'이처럼 나도 린드그렌 선생님의 팬이 되어 린드그렌 선생님의 책을 모두 사서 읽고 또 그 책의 수집가가 되고 싶다는 것.
<<사자왕 형제의 모험>>이라는 책을 읽으면서 린드그렌이라는 작가에게 홀딱 반했고 그 때 내 마음 속에 들어 온 90넘은 노인의 쭈글쭈글하던 얼굴도 아직 생생하다.
마침 학교에서 이 책을 비롯한 여러 책의 독서경시대회가 있던 차에 얼마 전에 산 책이라 내가 읽고 있어서 학급문고에 두지 못해 읽은 아이들도 없고, 1등에게는 스와치 손목시계라는 큰 상품도 걸려 있어 우리 반에서 일등이 나왔으면 하는 욕심으로 일은 부분까지만 줄거리를 대충 이야기 해 주고, 책 읽을 시간이 없어 못 읽겠으면 책에 대한 정보라도 조사하고 다른 사람이 쓴 리뷰라도 읽어두라고 했었다. 아이들이 90이 넘었다는 린드그렌 선생님(100살이 넘었을...)이 아직도 살아계시냐고 자꾸 물어 잘 모르겠다고 했더니 저희들이 찾아보니 2002년도엔가 돌아가셨더란다. 그리고나서 책 말미에 보니 린드그렌 선생님에게 보낼 편지를 차곡히 적어 그걸 들고 스웨덴에 가려고 비행기표를 살 돈을 모으고 있는 비읍이가 린드그렌 선생님의 죽음을 슬퍼하는 장면, 작가가 보내지 못한 팬레터를 아쉬워 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 책의 차례를 보면 린드그렌 선생님 책의 제목을 가지고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다는 걸 금방 알아챌 수 있는데, 가다가 갑자기 현덕의 <<나비를 잡는 아버지>>라는 책이 끼어들어 그 이유가 궁금했다. 선생님은 어느 날 책을 많이 읽고 상상을 하는 힘도 키우고 그 덕에 글까지 잘 쓰게 된 비읍이의 일기를 아이들 앞에서 읽으라고 말씀하신다. 선생님은 비읍이가 일기를 다 읽자 일 주일 동안 한 작가의 한 책만을 쓴 점을 지적하시고, 그로 인해 칭찬을 위해 읽으라고 한 것이 아니라 문제를 지적하려고 읽으라고 했다는 점에 맘 상한 비읍이가 '그러게'언니의 헌 책방으로 달려가고, 그 말이 맞다며 언니가 내민 현덕의 동화책을 받아들고 그 책을 읽고 느낌글을 적어 보는 장면이 나온다. 그러게 언니는 학교에 내는 일기에는 진짜 속마음을 털어 놓으면 안 된다고 비읍이에게 가르치는데, 왠지 씁쓸... 하긴 아이들에게 일기쓰기를 강조하면서도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읽는 것은 나도 조금 미안하다. 거의 대부분의 아이들이 감출 것은 감추고 쓰지만, 순진한 아이들은 엄마, 아빠의 부부싸움부터 시작해서 시시콜콜한 가정사를 다 드러내기도 하니까.
삐삐라는 TV드라마를 보고 삐삐에 열광하며 자란 엄마는 비읍이가 그렇게 좋아하는 린드그렌 선생님의 책을 절대 읽지 않지만, 마지막 장면에서 드디어 책을 펼쳐든다. 비록 20여쪽을 펼쳐 둔 채로 잠이 들고 말았지만, 비읍이는 드디어 엄마와의 공감의 고리 하나를 찾아내어 무척이나 행복하다.
<<나의 린드그렌 선생님>>을 읽으니 갑자기 내 맘이 부자가 된 듯한 느낌이고, 책을 다 읽지도 않았건만, 그 많은 책에 대해 아는 척 하고 싶은 맘이 든다.
나는 이 책을 읽고 유은실이라는 작가가 무척 맘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