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영화로서의 삶에 관한 책 <비열한 거리>를 읽고 있다. 예전에 재밌게 읽었는데 어제 책꽂이 상단의 그 책이  뜬금없이 내 눈에 띄었다. 생각해 보면 아주 뜬금없는 일은 아니다. 어느 님이 영화 <율리시저의 시선>에 대한 짧은 글을 며칠 전 페이퍼로 올리셨고 나는 그 영화가 개봉될 당시 그렇게도 갖고 싶었던 그 영화 포스터(하비 케이틀의 흑백 얼굴사진...아무런 장식없는)가 생각나 '저는 하비 케이틀을 참 좋아합니다'하고 밑도끝도 없는 한마디를 남겼고...그러니까 <비열한 거리>는 내가 하비 케이틀이라는 배우를 처음으로 발견한 영화인 것이다.

어제 인간극장에 나온 재미교포 비올리스트 영재 오닐의 얼굴을 보며 "너무 좋다, 저 얼굴!" 하고 손뼉을  쳤는데 나는 예전부터 잘생긴 미남보다는 쓸쓸함이 드리운, 여차하면 알코올로 막 나갈 것 같은 그런 얼굴들에 이끌렸다. 남편과 나는 그런 얼굴을  '인생을 아는 얼굴'이라고 진작에 의견의 일치를 보았다.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영화들은 제목만 봐도 반갑다. <바바라 허시의 공황시대> <비열한 거리> <앨리스는 여기 살지 않는다> <택시 드라이버> <뉴욕뉴욕> <성난 황소> <코미디의 왕> <좋은 친구들> <순수의 시대>. (제목들을 옮겨적자니 갑자기 '리빙 넥스트 도어 투 앨리스'라는 올드팝이 듣고 싶다.)

<비열한 거리>는 내 자신과 친구들을 스크린 안에 집어넣어 리틀 이탤리에서 우리가 어떻게 살았던가를 보여주려는 시도라 할 수 있다. 그건 일종의 인류학 내지는 사회학 논문이다. 찰리는 타인들을 도와준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이용하고 있다. 그러한 잘못된 생각 때문에 타인뿐 아니라 자신도 해치는 것이다. 그가 자니와 길거리의 문을 놓고 싸울 떄 타인을 생각해서 그런 것 같지만 실제로는 자신의 자존심 문제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거리든 집이든 혹은 사무실에서건 간에 어떻게 사는가, 그리고 어떻게 타인들을 대하는가 하는 고민이 없어서는 안되는 것이다.

이 책에는 주디 갈란드라는 전설적인 여배우에 대한 흥미로운 일화가 나온다. 마틴 스콜세지의 스승이랄 수 있는 존 카사베츠는 마틴 스콜세지에게 사람 다루는 법, 특히 여배우 다루는 법을 코치해 주었다는데......

그는 내게  어떤 영화(A Child is Waiting)를 만들 때 주디 갈란드가 얼마나 제멋대로였는지를 말해 주었다. 그는 마침내 참다못해 그녀에게 화를 터뜨렸다. 그러자 그녀는 "이 사람들을 모두 내보내 주세요, 당신만 남고요!"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녀는 그를 의상실로 데리고 가더니 울기 시작했다. 왜 우느냐고 묻자 그녀는 촬영에 들어간 지 일주일이 넘었는데 아무도 자신에게 꽃을 보내주지 않아 속상하다고 대답했다. 그때서야 그녀가 얼마나 약한 여자인가를 알았다고.

그러고 보니 나도 생각나는 장면이 있다. 대학 신입생으로 처음 참석한 축제. 우리 과에선 여름 해변의 천막 나이트클럽 같은 조악한 임시 무도장을 한 강의실을 빌려 꾸몄다. 여학생 넷 중 그나마 좀 예쁘장하고 상냥한 편인 둘은 카운터와 서빙을 돌아가며 맡았고, 음식 장만은 현모양처형의 한 아이가,  선머슴 같은 나는 설겆이 담당이었다. 쭈그리고 앉아 설겆이만 하는 것도 분통이 터지는데 내겐 아무도 블루스 신청을 안하는 것이다. 다른 아이들은 바쁜 중에도 무대로 끌려나가 한 바퀴씩 돌고 왔는데 말이다. 기가 막혀서!

그날 그 임시 나이트클럽의 맨 마지막 블루스 곡은 엘비스 프레슬리의  '러브 미 텐더'였다. 설겆이를 하면서 얼마나 찔끔거렸던지......실내가 어두컴컴한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러브 미 텐더는 또 그래서 내가 잊을 수 없는 곡이다. 그날의 수모가 얼마나 모욕적이었던지 나는 누군가 손내밀어 주기를 기다리지 않고 내가 먼저 손을 내밀기로 했다. 그건 말처럼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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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없는 이 안 2004-09-07 1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영화도 좋아하지만, 여기선 로드무비님의 이야기가 더 마음에 와 닿아요. 실내가 어두컴컴한 것이 다행이었다는 말, 눈물 어쩌고 하는 표현보다 더 슬픔이 진하군요.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닌, 남에게 먼저 손내미는 일, 그래도 님은 잘하실 것 같아요. ^^

urblue 2004-09-07 1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이야말로 여린 사람이시네요... 그래도 먼저 손 내밀어 주셨잖아요, 저한테도, 다른 많은 서재인들한테도. 항상 고맙게 생각하는걸요. ^^

superfrog 2004-09-07 1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러브미 텐더 하니 데이비드 린치의 <광란의 사랑>이 생각나네요.. 아, 이것도 로드무비로군요..ㅎㅎ 니콜라스 케이지가 자동차들을 밟으며 러브 미 텐더를 부르죠..으, 느끼, 왕느끼!^^;;;

밥헬퍼 2004-09-07 1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신가요. 우연히 손에 잡힌 책, 늘 그런 책이 문젭니다. 그런데 이것이 왜 '의도적으로 가볍게 처리하는 이야기'인지 그것이 궁금할 때가 있어요. 사실 사람에 대한 이야기는 어떤 것이든 중요하다는 저만의 생각때문에.....

반딧불,, 2004-09-07 1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생을 아는 얼굴..
뜨끔하군요..저도 그런 얼굴을 좋아하는데..
아는 이들이 벌써 그런 얼굴을 좋아하면 안된다고 많이도 그랬었던 기억이...

로드무비 2004-09-07 1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안님, 제 글이 님의 마음에 와닿는다니 기쁘기 그지없습니다.
유아블루님, 제가 언제 손을 먼저 내밀었다고 그러세요? 사람들이 먼저
저의 매력에 끌려서 왔단 말예요.^^;;;
금붕어님. 저 <광란의 사랑> 국도극장에서 봤어요. 그때 영화 끝나고
저에게 악수를 청했던 그 모르는 이가 혹 님 아니셔요?
밥헬퍼님, 저는 아직 글을 쓸 자세가 제대로 안된 것 같아요.
어떤 이야기는 발설하는 자체가 좀 어색하고 부담스러워요.
그래서 제목을 그렇게 잡은 거고요.
사실은 제가 제일 아끼는 페이지예요.^^

로드무비 2004-09-07 1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딧불님, 전 아주 아이 때부터 그랬어요.
그래도 그럭저럭 모양 갖추고 살잖아요.헤헤.

sandcat 2004-09-07 1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저는 이 글 읽고 존 카사베츠의 영화를 좋아하던 친구를 떠올렸습니다.
자막도 없는 그 영화. 이제는 구할 수도, 그 친구를 만나기도 쉽지 않지만 나 또한 카사베츠의 영화를 봐낼 마음이 될랑가. 암튼 그 친구 덕에 저 역시 잘은 모르지만 존 카사베츠에 대해 흥미를 갖고 있어요. 베르너 헤어조그도 좋아합니다. 이것도 로드무비님과 제가 겹치는 부분입니까? 흐흐.

숨은아이 2004-09-07 1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중한 것을 수줍게 내밀기에 "의도적으로 가볍게 처리"하시는 거죠? 마치 사랑 고백을 "의도적으로 농담처럼" 하듯이.

로드무비 2004-09-07 1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andcat님, 반갑습니다. 그러고보니 <율리 시저의 시선> 쓰신 분이 님이네요.^^;;
존 카사베츠 영화는 지나 롤랜즈(그의 아내)가 나온 '글로리아'하고
미셀 파이퍼의 '사랑의 행로'밖에 본 게 없네요.
그런데 아주 쓸쓸한 것이 분위기가 그만이었어요.
두 편은 영화마을 같은 데 있을 걸요?
저는 베르너 헤어조그는 잘 몰라요. 그닥 땡기지 않아서 보지 않았죠.
<아귀레, 신의 분노>는 한번 보고싶어요.^^
숨은아이님, 짓궂으시네요. 잘 아심시롱.^^

마태우스 2004-09-07 14: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콜로 막 나갈 것 같은 얼굴을 좋아하신다기에 혼자 좋아했는데, 마지막 대목이 너무 가슴이 아프네요. 하지만 지금은 그들보다 훨씬 잘 살고 있으니, 그때를 생각해도 웃을 수 있으시겠지요??

poptrash 2004-09-07 14: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비열한 거리의 러브 미 텐더, 라는 제목을 보고 <광란의 사랑>을 떠올렸습니다. 그리고 니콜라스 케이지의 모습을 생각하며 혼자 키득키득... 뜬금없지만, 니콜라스 케이지 너무 웃겨요. 생긴 것만 봐도. 특히 <문팰리스>와 <광란의 사랑>에선 최고;

poptrash 2004-09-07 14: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제가 말해놓고도 이상해서 한 번 가만 생각해봤더니 <문팰리스>가 아니라 <문스트럭>이네요; 이건 프로이트적인 실수인가-_-;

2004-09-07 15: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4-09-07 15: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4-09-07 15: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tarsta 2004-09-07 18: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로드무비님은 볼수록 재미있는 분 같다고.
진짜 언제 한번 이야기좀 해보고 싶어요. :)

로드무비 2004-09-08 08: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님의 얼굴은 '알코올'로 막 나갈 것 같은 얼굴이 아니던데요.
너무 청순하게 생기셔서...
poptrash님, 진짜 니콜라스 케이지 생각하면 너무 웃겨요.
문스트럭, 빵집의 니콜라스 케이지도 멋졌어요. 쉐어도 그 영화에서 최고였던 듯.
속삭여주신 님...감사합니다.(눈물 핑글)
타스타님, 앞으로 님의 활약 기대합니다.
저 별로 재밌는 사람 아니어요.^^

책읽는나무 2004-09-08 0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러브 미 텐더> 노래 저도 좋아하는데...
이젠 저노랠 들으면.....님의 가슴아픈 사연이 생각나겠어요..ㅡ.ㅡ;;

저는 개인적으로 타스타님과 로드무비님이 비슷하다고 생각되는데...
타스타님이 벌써 로드무비님께 동~~하신가보군요!!..ㅎㅎ

비로그인 2004-09-08 18: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건 말처럼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다." 다음에 뭐가 더 있어야 될 것 같아요. 로드무비님의 연애사가 궁금~ 혹시 제가 못 본 페이퍼에 있을까나요? 저 또 눈 뒤집고 찾게 생겼구만요. ^^
 

나는 즐겨찾기 숫자나 방문객 수보다 코멘트에 더 신경이 가는 편이다.

차분히 앉아 꾸준히 좋은 글 쓰면 나를 찾는 친구들이 한두 명씩은 늘어나지 않겠나 하는 낙관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 아니면 말고...이것이 자칭 쿨한 아줌마 로드무비의 생각이었다. 그런데 세상사 뜻대로 되지 않는 것처럼 어느 날부터인가 욕심이 붙기 시작했다. 코멘트로 대화를 나누는 것이 그만큼 재미났다는 반증이리라.

가끔 내가 좀  많이 좋아하는 서재 주인이 내 '주옥같은'(신경쓰지 마세요. 그냥 입에 붙은 표현이니까) 글은 외면하고 내가 보기에 별로 재미없는 글에 너무 재밌다고 코멘트를 달아놓으면 잠깐 우울해지기도 했다. 사람 관계는 역시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다. 예나 지금이나 나는 관계에 매달리는 편은 아니다. 마음은 어쨌든 저쨌든 간에...흔연한 표정을 유지하려고 애쓴다. 나이가 몇인데...

고백하자면 나는 내 손으로 즐겨찾기한 사람을 한 번 지운 일이 있다. 편견과 독선에 가득 찬 리뷰를 읽고 만정 떨어져서... 나는 마음에 안 드는 것에 대해서는 입에 아예 올리지 말자는 주의이다. 하지만 비판이라도 예의를 차린 날카로운 리뷰는 물론 예외이고 그런 글을 쓸 수 있는 능력을 존경한다. 나는 그의 글을 읽고 서재주인보기로 너무 심한 것 아니냐는 코멘트를 남길까 말까 고민하다가 그만두었다.

며칠 전 가끔 들러 놀다오는 서재의 주인에게 한참을 망설이다가 짧은 코멘트를 남겼다.

'혼자 댓글 다는 것 조금 거시기해서 이젠 글만 읽고 가겠습니다.'

조금 웃기는 코멘트라고 생각했지만 자신의 글을 올리면 나타나 한마디씩 남기던 사람이 갑자기 나타나지 않으면 조금 섭섭할 수도 있지 않겠는가.

그리고 코멘트의 세계는 엄정한 것이다. 내가 열 번을 말을 걸었는데 묵묵함으로 일관한다면 '아, 이 사람은 코멘트 따위에 신경 쓰지 않고 묵묵히 자기 글만 쓰는 멋진 사람이로구나!'하고 좋게 생각한다 할지라도 그 허무한 말걸기를 중단하게 된다는 것이다. 언젠가는... 그런 것도 필요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우스꽝스럽게 혼자 예의를 차리고 있을 필요도 없겠으나 그것은 상대보다 말을 먼저 걸었던 자기자신에 대한 예의라고 나는 생각한다.

나는 그 사랑스러운 친구에게 그걸 알려주고 싶었던 것이다. 물론 나는 그로부터 답글을 얻는 데 성공했다. 호호호.

관계는 커피처럼 담배처럼 또 무엇처럼 중독성이 강해 자신도 모르게 집착하게 된다. 하지만 또 그것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부서지기 쉽다.

오늘 아침 나는 결심한다. 무엇을? 그것은 차마 밝힐 수 없다. 이상이 코멘트에 대한 나의 짧은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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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영엄마 2004-09-02 1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주옥같은...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표현같지 않습니까? 저는 열심히 코멘트 달러 다니는 착한 서재인이어요~~^^* 하긴 전 코멘트 달고 나서 나중에 확인하러 가보는 편인데 묵묵부답이면 다시 달기 참 민망하더군요. 이야기 나누는 거라 생각하며 오늘도 열심히 달러 다니고 있습니다~

superfrog 2004-09-02 1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님 귀여워요.. 호호호^^

stella.K 2004-09-02 1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좀 찔리는데요. 혹시 님이 저의 글에 댓글을 다시지 않는게, 저의 편견과 독선 때문은 아닐까 반성해 봅니다.
사실 남의 서재 가서 기껏 댓글 썼는데 그거에 대한 이렇다할 코멘트 없으면 무척 쑥스러워지더라구요. 혹시 내가 이 분한테 실수하는 것처럼 오해하고 계신 건 아닌가? 하구요. 그리고 몇번의 댓글을 달았는데도 별 신통치 않은 반응이면 전 과감하게 즐찾 삭제합니다. 난 대화할 줄 모르는 사람 별 매력없거든요. 그 사람이 왜 서재질을 하는지 잠시 궁금해지기도 하지만...


진/우맘 2004-09-02 1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엇을? 무엇을?? 무엇을???
그동안 읽은 멋진 글 홀랑 잊고, 마지막 한 줄에만 집착하고 있는.....뭘까? 뭘 결심하셨을까??

chika 2004-09-02 1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저도 댓굴에(어머나, 당황해서 댓글을 댓굴이라고..ㅡㅡ;;) 약한데... ^^;;
음... 제 생각은 그래요... 마음은 안그런데, 선뜻 말을 못건네는 사람들도 있다...라고요.
내 마음이 좀 아프긴 하지만, 어쩌겠어요.. 위에 스텔라님처럼 여러차례 손을 내밀었는데도 내미는 손을 잡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나의 들이민 손이 부담스럽거나 잡기 싫었을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며 그냥 내 편한대로 해요. 그래도 손을 내밀고 싶으면 내밀고, 그게 싫으면 가만히 지켜보거나 혹은 잊거나... ^^

조선인 2004-09-02 1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우맘님, 찌찌뽕. 무엇을?

내가없는 이 안 2004-09-02 1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님 솔직하신 건 못말리겠어요. 저도 코멘트 달아주시는 분들 너무너무 고맙거든요. 좀 심심한 서재인데 늘 찾아오셔서 말 걸어주시는 것도 고맙고, 특히 전 다른 서재 리뷰를 좀 열심히 보는 편이라 제 리뷰에 "나도 그렇다, 그런데, 그리고..." 하고 얘기해주면 너무 기분 좋지요. 그런데 뭘 결심하셨을까, 궁금한...

로드무비 2004-09-02 1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딴소리, 어제 아영 엄마에게 요즘 글을 왜 그렇게 안 올리세요, 하고 물었잖아요.
9월 달력이니까 1에만 글 올린 표시 있고 텅 빈 게 당연한데...
고백하자면 진우맘님, 조선인님도 오늘 즐찾했어요.^^;;;
저는 가끔 멘트 남겨주시길래 당연히...라고 생각했죠.
좀 이상하지 않았어요? 앞으론 자주 갈게요.
전 사실 코멘트를 예사로 떼어먹어요. 그래서 이런 말할 입장도 안되지만...
모두 코멘트에 관심이 많으시군요. 하지만 조금 자유로워지고 솔직해지자고요.


2004-09-02 13: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urblue 2004-09-02 1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서재에 글을 쓰기 시작한 건 벌써 한참 전입니다. 그냥 제 일기장 같은 걸로 생각해서, 리뷰달고, 영화감상이나 잡다한 일상같은 걸 늘어놓았죠. 그걸 누가 읽는다고는 생각 못했는데, 어느날, 어떤분이 코멘트를 남겨주신 거에요. 지금에서야 그분한테 죄송한데, 그 때는, 이거 뭐냐, 했다니까요. 그냥 무시해버렸습니다.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글이 아닌데 거기에 코멘트가 달린게 영 낯설었고, 답을 해야한다는 생각도 전혀 들지 않았죠.
지금 제가 쓰는 글을 보면 두 가지 종류로 나뉘는게 아닌가 싶어요. 코멘트를 받고 싶은 것과 그렇지 않은 그냥 내 얘기.
님의 코멘트에 답이 오지 않았다면, 그 분은 아마 저처럼 몹시 낯설었기 때문이었겠죠. '혼자 댓글 다는 것 조금 거시기해서 이젠 글만 읽고 가겠습니다.' 라뇨, 멋지십니다. 오가는게 필요하다는 걸, 그 분 이제서야 알았을지도 모릅니다.


로드무비 2004-09-02 14: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블루님, 저도 아마 그렇지 않을까 짐작한답니다.
그런 분이 몇 있어요. 하지만 코멘트랑 상관없이 제가 좋아하는 글을 쓰는 분이면
가끔이라도 가서 읽고 오지요.
코멘트는 사실 좀 민감한 부분이 있어요.
님도 요즘은 자신의 글에 코멘트 줄줄 달려있으면 반갑잖아요.
특히 제 코멘트. ㅎㅎㅎ


하얀마녀 2004-09-02 14: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저도 요즘 즐겨찾는 서재가 늘어나면서 하루에 올라오는 글의 양이 만만치 않더라구요.
그 중에는 코멘트 달기 애매한 글들도 있고 코멘트는 달고 싶은데 어떤 코멘트를 달아야 할 지 망설이다가 그만 두는 경우도 있습니다.
요즘 로드무비님 글에 제가 코멘트 다는게 뜸했는데 그래도 다 읽고는 있습니다. 흐흐흐흐.

urblue 2004-09-02 14: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님 코멘트 없는 글은 의미가 없사와요. (...)

nugool 2004-09-02 15: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코멘트 무지 길어요. ^^ 저도 찔렸는데 찔리는 분들이 많으시니... 동지애가.. ^^;;; 코멘드 잘 달아 주시는 분들 정말 대단하세요. 그것도 그리 쉬운 일이 아니더라구요. 가끔은 제가 잘 안보이더라도 (실은 요새 꽤 정신이 없어서요..^^;;;) 늘 보고 있겠거니 생각해 주세요. 열심히 보고 있답니다.

반딧불,, 2004-09-02 15: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호..
민망하게 분위기 파악 못하는 댓글 달았다가 잘 지우는 이지요.
그런데..수정된 것도 멜에 들어간다면서요??흑흑흑.. 민망의 극치

2004-09-02 15: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숨은아이 2004-09-02 15: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반응이 좀 늦어서, 때론 하루 지난 담에 댓글을 달기도 하는데요. 처음 글(이나 댓글)을 봤을 땐 말이 정리되지 않다가, 하루쯤 뒤에는 댓글 달 말이 떠오르곤 해요.

soul kitchen 2004-09-02 15: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읍!! 제대로 한 방 맞고 비틀거리는 쏠키입니다. ^^;

어디에도 2004-09-02 16: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저도 아까 글을 읽고는 뭐라 댓글을 남겨야할지 몰라 괜시리 마을 어귀만 뱅뱅 돌아다니다가 다시 돌아왔습니다. 로드무비님. 앞으로 잘할게요~ 한 번 용서를~ (달라붙으며 꼬리를 흔든다)

2004-09-02 16: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바람구두 2004-09-02 18: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뭐라 할 말이 없네요. 하여간 저는 서재이미지도 제공 했으니 한 동안 놀멘놀멘해도 용서해주실려나... 흐흐.

로드무비 2004-09-02 19: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람구두님 덕분에 제 서재 가을 분위기가 물씬합니다.^^
다시 한 번 감사드려요.


플레져 2004-09-02 19: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찔린다... 편견과 독선의 리뷰... 그러지 않으려고 무지무지 노력하고 있답니다, 저요...^^
제 서재를 찾아주시는 님들의 코멘트에 일일이 답하지 않은 적이 많아서, 도 찔림...
아 따가워~~ 이래 저래 많이 찔리네요 ^^
첨엔 쑥스러워서 그랬지만, 이젠 게을러서...ㅋㅋ
노력하고 있어요, 로드무비님~ 님의 서재 타이틀 아주아주 근사합니다!!

로드무비 2004-09-02 19: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얀마녀님, 저는 자주 가지도 않는 주제에 님이 또 모습을 안 보이시면
서운하더라고요.헤헤 제 심뽀가 좀...
블루님, 빈말이라도 기분좋습니다!
속삭여주신 님 기다리세요. 제가 갈게요.

라피스님, 바쁘실 텐데 감사합니다. 제 글이 코멘트 많이 달아 달라는
말이 아닌 것 알아주시는 거죠?ㅎㅎ
반딧불님, 댓글을 썼다 지웠다 하는 건 저도 두어 번 해봤어요. 할 일이 못되더군요.
숨은 아이님, 저는 두 달 전의 글에다가 가끔 댓글 달고 앉아 있어요. 글이 좋으면
안 남길 수가 없더라고요.^^
쏠키님...왜 비틀거리시는지? 제가 얼마나 고맙게 생각하는데요.

어디에도님, 동구밖만 돌지 말고 어여 들어오세요. 저녁 먹읍시다!

로드무비 2004-09-02 1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댓글 쓰는 사이에 오신 새벽별님과 플레져님,
헤헤 제 서재 멋지죠? 바람구두님이 만들어주셨어요.
(귓속말) 생각했던 것보다 더 성격이 좋으시더라고요.
제가 두 번이나 수정을 요구했거든요.
그런데 말없이 받아 주시더라고요.헤헤.
저는 이 글 읽고 다들 스스로 반성들을 하는 분위기라
조금 당황하고 있습니다.
그나저나 두 분, 앞으로도 마음에 드는 글 있으면 코멘트 달아 주세요.
마음에 안 들면 말고요.^^

플레져 2004-09-02 1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로드무비님, 이미지컷 바뀌었네요.
너무 이뽀요 ^^ 흐흐... 좋아랑...

sooninara 2004-09-02 2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코멘트 엄청 신경 씁니다^^ 그런데..요즘 어깨가 고장이라서 눈팅을 많이 한다지요..
죄송해요..ㅠ.ㅠ..
그런데 무얼 결심하셨을까요?

비로그인 2004-09-02 2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옥같은 글에 코멘트가 없더라도 너무 우울해 마셔요. 읽고 가슴이 너무 먹먹해도 코멘트할 말이 전혀 안 떠오를 때도 많답니당. 우울해하시면 억울하와요.

비로그인 2004-09-02 2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나가려고 보니 지붕이.. 변신했네요. 아이콘만 바뀐 줄 알았는데.. 어디 한번 위로 죽 올라가서 다시 보구요. (보구 왔음) 너무 멋져요. 어떻게 만드셨을까나... 흙 느낌이 나요. 너무 좋아요. 저 어렸을 때 한옥 동네 살아서 한옥만 보면 빨려들어가거든요. 저 동네 어딘지 알 거 같음. ^^ 근데 저 아이는 왜 저리 어깨가 축 늘어졌데요. 아이야. 힘을 내거라.

2004-09-03 09: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4-09-03 0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레져님, 다시 한 번 감사드려요.^^
수니나라님은 왜 어깨가 고장나셨어요?
빨리 나아서 글 많이 올려주세요. 그리고 님, 축하드려요.
알라딘첫돌...고양이 잔과 접시 눈독들이고 별 이야길 다 털어놓았는데
수니나라님이 차지하셨더군요. 너무 부러워요.
아드레날린느님, 한옥...저도 좋아해요.
저 아이는 영화 와니와 준하에 나온 애니메이션의 인물이에요.
'퍼온 글과 그림'에 보면 동영상 올려놨으니까 꼭 보세요.^^
속삭여주신 님, 이해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전출처 : 알라딘도서팀님의 "[행운이 있는 수다 제안 3] 기분 up! 책 한권으로도 가능해요~"

우울할 땐 더 우울해지는 게 좋습니다.
바닥의 바닥에까지...이른바 뽕을 뽑는 것이죠.
문흥미의 <디스> <상처> <인 서울> 등을 읽으며 맥주 몇 깡통을 우그러뜨리고 나면
기분이 개운해집니다. 까짓거...살아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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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perfrog 2004-08-31 1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저도 문흥미 좋아해요.. <디스>도 <상처>도 <인 서울>도 다 재밌게 봤죠.. 문흥미의 우울과 유머 다 좋아요.

로드무비 2004-08-31 1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금붕어니임~^^

로드무비 2004-08-31 2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늘한 우울도 있어요. 따우님. 아심시롱.^^

로드무비 2004-09-01 0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따우님, 맥주를 책임질까요? <디스>를 책임질까요?
아니면 그 둘을 다 대령할까요?^^;;;

플레져 2004-09-01 1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간밤에 이런 풍경이었군요...^^
 

어린이집에서 하는 아이의 수영 공개수업이 있어서 잠시 나갔다가 돌아왔습니다.

제 머리속에 '10분 거리'로 입력이 되어 있는 모 대학교 체육관의 수영장인데요.  휴가 때와 달리 오늘은 카메라까지 잘 챙겨가지고 갔습니다. 그런데 오랜만에 얼굴에 뭐 좀 찍어바르고 하다보니 늦어서 택시를 집어탔습니다.

가지고 간 책을 읽다가 문득 시선을 들어 택시 미터기를 보니 약 4000원 돈. 목적지까지 막연히 예상한 금액이었습니다. 그런데 창밖을 보니 절반밖에 안 왔습니다.

"아저씨, 이거 모범택시예요?"

반백의 기사님, 백미러로 흘끔 제 얼굴을 쳐다봅니다.

"아닌데요, 흐흐."

"그런데 요금이 벌써..."

"거리가 멀잖습니까! 경기도에서 서울."

"아무리 그래도..."

목적지에 도착하니  택시요금은 7000원 돈이었습니다. 흔연스런 표정으로 지폐를 냈지만 아까 기세좋게 "택시!" 하고 불렀던 제 발등을 찧고만 싶었습니다.

다행히 공개수업에 늦지 않았고요. 제 새끼는 엄마를 보자 순간 어색한 미소를 짓더니 열심히, 아주 열심히 강사의 지도에 따라 모든 동작을 해보이는 것이었습니다. 아아, 저 깜찍한 모습이라니! 디지털카메라로 찍은 사진 인터넷에 올리는 기술을 하루빨리 남편에게 배우라고 해야겠습니다.(말해놓고 나니  제가 다 어이가 없네요.)

오늘 수영장에서 보니 제가 제일 늙은 엄마였습니다. 엉엉. 그런데도 사는 게 이렇게 부담스럽고 어색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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깍두기 2004-08-27 14: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으셨겠어요.....아니, 택시비 말고 귀여운 주하의 모습 말이죠^^
택시 타면 진짜 요금 올라갈 때마다 심장이 덜컥덜컥 내려앉죠. 특히 열받을 때. 신호등에 걸려 한참을 한발짝도 못갔는데 요금은 300원이 올라가 버리고, 다음 신호에 가나 했더니 내 바로 앞에서 신호 바뀌어 버릴 때 진짜 열받죠.

하얀마녀 2004-08-27 14: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택시 타기 싫어요 ㅠㅠ

로드무비 2004-08-27 15: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이라곤 요것밖에 없으니 한번 더... 깍두기님, 우리 주하 얼굴 소현이에게 보여주고 앞으로 펜팔 하라고 다리 놓아 주실래요? 아직 주하가 너무 어린가?


아키타이프 2004-08-27 16: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애들의 까만 눈망울은 사람들을 유순하게 만드는 마력이 있어요.
"주하"라는 이름이 낯설지 않았던건 김주하 아나운서랑 동명이어서 인걸 이제야 알아챘다는...
전 아직도 딸의 입장이 강하네요-당연하지, 미혼에 애도 없으니-
다른 사람들의 평가보다 엄마 눈에 잘난 딸이 되고 싶어서 저역시 다부진 마음을 먹었던 기억이 생생해요.

플레져 2004-08-27 17: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하의 눈빛, 심상치 않네요!
아티스틱한 저 눈빛....!

반딧불,, 2004-08-27 17: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아이들은 언제나 천사예요..
그나저나..
택시 얄밉네요.

불량 2004-08-27 18: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돈 모자라서, 3000원 어치만 태워주세요..한 적도 있습니다. ㅜ.ㅡ
수영 공개 수업이라니..정말 귀여웠겠어요. 사진 올리는 법 빨리 배우세요오~

2004-08-27 22: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4-08-28 0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헤헤, 속삭여주신 분.
저는 100퍼센트 아날로그적 인간이에요.
이벤트에 내건 상품이 좀 깜찍한 것이어서 그런 착각을 하시는가 본데
어림도 없답니다.^^;;;
인터넷 올케에게 딱 30분 배웠고요, 기계 못 다루고요, 독수리 타법입니다.
이만하면 성실한 답변이 되었을까요?
기분 하나도 안 나빠요.
앞으로도 자주 속삭여주세요.
저도 얼마나 속삭이고 싶던지...^^

로드무비 2004-08-28 0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얀마녀님, 택시는 절대 탈 게 못됩디다.
버스도 어느 것 타야 할지 모르겠고 이젠 외출 자체를 삼가야 할 것 같아요.
가하님, 플레져님, 반딧불님...우리 주하 예쁘죠? 눈이 정말 보석입니다.
아티스틱한 눈빛이라니, 헤헤헤 너무 기분 좋아요.
불량유전자님, 전 학습욕구가 도무지 없는 인간이에요.
올 때는 아는 엄마 차를 얻어타고 왔는데 초등학생 아들 일일이
학원까지 태워주고 한데요. 공부도 데리고 앉아 가르치고...
저는 좋아하는 책이나 읽을 줄 알았지 운전면허도 못 따고...
사는 게 참 부담스러워요.
그래도 사진 올리는 것 정도는 배우면 할 수 있겠죠?^^
 

딸아이와 오늘 낮 혜화동 바탕골소극장에서 <춤추는 모자>라는 가족뮤지컬을 보고  왔습니다.

저는 너무 게을러서 평소 아이를 데리고 극장이나 미술관 등을 자주 찾는 편이 아닙니다.

그런데 며칠 전 선배가 티켓을 우편으로 보내와서 마지막 공연일인 오늘  무거운 몸을 일으키지

않으면 안 되었던  것입니다.

배우들의 열연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 조금 엉성한 감이 있는 작품이었지만 아이는 처음 본 연극

무대가 꽤나 신기하고 즐거운 모양이었습니다.

무대 여기저기 널려 있는 다양한 디자인의 야광 모자들이 꽤 눈길을 끄는 세미 뮤지컬인데요.

버려진 모자들은 간절히 자신을 써줄 주인을 기다리고, 어느 날 다리를 다쳐 그토록 좋아하는

무용을 못하게 된 주인공 소녀 하늘이가 자신에게 맞는 모자를 찾아 하나하나 써본다는 뭐 그런

내용이었습니다.  자아찾기, 어른의 눈으로 보면 조금 진부하다고 할 수도 있는 이야기죠.

초등학생 자녀들을 데리고 온 젊은 엄마아빠들이 객석을 가득 채웠습니다.

핫팬츠, 멋지게 머리 위에 올려붙인 선글래스 등 아이 엄마라기에 그들은 너무나 젊고 패셔너블해

저는 속으로 혀를 내둘렀습니다.

앞에 앉은 자매는 지루한지 몸을 비비 꼬며 "이거 언제 끝나?"하고 연신 제 엄마에게 묻더군요.

배우들이 저 소리를 들으면 얼마나 힘이 빠질까 신경이 조금 쓰일 정도로 큰 목소리였습니다. 

 

집으로 오기 위해 지하철을 타고 종점인 역에 내렸는데 대여섯 살의 여자아이가 승강장 앞에

꼼짝않고 서서 울고 있었습니다. 무슨 일인가 다가가봤더니  원피스 밑으로 흘러내린 응가가

종아리를 적시고 바닥에도......

엄마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은 흘끗대며 지나가고요. 아이는 울고......

이럴 때 엄마가 와서 아이를 닦아주고 그것을 깨끗이 치워주기만 기다리는 건 아이에게 너무

가혹한 일이 아닐까요?

가지고 있는 휴지로 종아리를 닦아주며 아이를 안심시킨 후 그 아이의 엄마를 기다렸습니다.

화장실로 데려가 다짜고짜 아이의 옷을 벗기고 궁둥이를 씻어줘야 하지 않을까 생각은 했지만

그새 엄마가 나타나면 어떡하나 싶어(사실은 그렇게 핑계를 대고 뭉기적거린 거죠) 눈에 보이는

똥이나 닦으며 아이 옆에 있었습니다.

저보다 고작 두어 살 많은  딸아이가 옆에 있으니 아이도 안심이 되는 듯 울음을 멈췄고요.

10분쯤 뒤 그 아이의 젊은 할머니가 헐레벌떡 나타났습니다.

저는 나머지 휴지와 비닐봉지를 하나 건넨 뒤 자리를 떴습니다.

 

사실 생각해 보면 그 정도 일은 인생에서 아무것도 아닙니다.

조금 당황할 정도의 사소한 일이지요.

그런데도 그 순간의 기억이 아이의 마음 속에 빼도박도 못할 비관과 고독을 심어버린다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그 곤란한 순간에 함께 엄마를 기다려준 사람들이 있었음을 그 아이가 기억하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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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 2004-08-22 2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잘하셨네요....
얼마나 놀랬을까요??
동물원 원숭이가 된 듯 민망했을 거예요..
참 좋은 분이시군요...살면서 우리 아이들도 좋은 이들을 많이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깍두기 2004-08-22 2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의 슬픔이나 절망은 어른의 그것에 비해 결코 가볍지 않다.......이 비슷한 말을 에리히 캐스트너가 했지요, 아마.
그럴 때 옆에 있어주는 어른이 되어야 할 텐데요, 우리 모두.
그 아이는 함께 해준 님을 절대 잊지 않을 거예요. 내가 괜히 고맙네.

starrysky 2004-08-23 0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은 언제 어디서나 멋지시군요. 햐아~ 다시 한번 감탄했습니다. ^-^
근데 왜 아이는 거기 그렇게 혼자 오랫동안 버려져(?) 있어야만 했던 건지 상황이 좀 궁금하군요..

내가없는 이 안 2004-08-23 1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 너무 좋은 이웃이에요. ^^

로드무비 2004-08-23 1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헤헤헤 반딧불님, 깍두기님, 스타리 스카이님, 이 안님 반갑습니다.
칭찬 듣고 싶어 슬그머니 올렸습네다.
님들은 더 잘해주실 거면서...
아이 아빠와 약속한 시간이 10분이나 늦어지는 바람에 경위를 듣지
못했네요. 저도 궁금해요. 왜 그렇게 아이를 혼자 오래 뒀는지...

비로그인 2004-08-23 14: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함께 해준 사람들이 있었음을... 그 아이는 꼭 기억할 겁니다. 예쁜 로드무비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