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00원에 학교 앞 문방구에서 파는 꼭두각시 의상에 뭐 멋진 색감이나 꼼꼼한 바느질까지 기대하지는 않는다.  나도 그 정도는 알고 있는 사람이다. 그런데 이건 정말 심했다. 전체적으로 한복을 흉내만 내었달 뿐 앞섶에 고름 달려 있고 저고리 동정이랍시고 목부분에 있으니 한복이라고 짐작하는 정도다. 저고리에도 치마에도 단추나 호크가 하나씩은 있어야 옷을 입었을 때 매무새가 정리된다. 그런데 어떻게 된 셈인지 단추가  하나도 달려있지 않다.(장난감이든 학용품이든 어린이용 제품을 만드는 사람들, 제발 대오각성 좀 하길! 아이들이 어려서부터 뭘 보고 배우라고 그렇게 조잡하게 엉터리로 만드는지......)

급기야 선생님은 알림장에 '꼭두각시 의상 아래위에 단추를 달아서 다시 보내세요!'하는 메모를 붙여 보내셨다. 마침 바지 수선 맡길 게 있어 그걸 갖다주고 단추 좀 달아달라고 슬그머니 엉겨붙을 속셈으로 세탁소에 갔다. 그런데 내가 우리집 겨울옷 드라이크리닝을 몽땅  다른 데 맡긴 걸 눈치챈 것일까? 세탁소 안주인은 쌀쌀맞게 똑딱이 단추와 호크만 내밀며 나보고 직접 달아주라고 한다. (가슴 철렁.)

하기 싫은 일은 끝까지 미루다가 더이상 버틸 수 없을 정도가 되어야 마지못해 하는 못된 버릇을 아직도 가지고 있는 나. 마이 도러가 바느질 언제 할 거냐고 몇 번이나 채근하는데도 모른척하고 있다가 밤 아홉시경 드디어 바늘과 실을 찾아 손에 들었다. 얼마만에  만져보는 바늘과 실이냐!  그런데 충격적인 건 눈이 침침해진 건지 형광등이 침침한 건지 실을 바늘에 꿰는 데만 10분쯤 걸렸다는 사실이다.

똑딱이 단추가 그 중 좀 만만해 보여 대강 눈치로 위치를 잡고 저고리에 꿰맨 것까진 좋았는데 볼록부분과 오목부분을 바꾸어서 다는 바람에 뜯어내고 다시 바늘에 실을 꿰고 단추를 맞춰보니 저고리가 심하게 울어서 다시 뜯어내고......그렇게 해서 간신히 치마와 저고리 단추를 다 달고 나니 열시 반.  무려 한 시간 반이 걸렸다.

그 시간까지 엄마가 제대로 단추를 달고 있나 책을 읽으며 감시하느라 마이 도러는 안 자고 있었다.  단추 다 달았다고 의기양양하게 아이를 불렀더니 아이의 얼굴이 흐려지며 너무나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묻는다.

"엄마, 왜 빨간 치마에 흰실로 달았어? 빨간 실 놔두고......"

그 순간 든 생각. ' 아아아, 나는 죽어야 돼!  여덟 살 아이도 하는 생각을 왜 못했단 말인가!'

하지만 나는 시치미를 뚝 뗐다.

"그대신(?) 엄마가 절대 안 떨어지게 엄청 튼튼하게 달았거든. 엄마 허리 아파 죽겠다!"

이렇게 얼렁뚱땅 달래며 옷을 입혀봤더니 뭐가 잘못됐는가 저고리와 치마 사이에 10센티미터 정도 벌어지며 내복이 허옇게  드러난다.

오늘아침 엉망으로 단추를 단  꼭두각시 의상을 그대로 아이 손에 들려보냈다.  저고리와 치마 사이가 왜 그렇게 벌어지는지 원인을 규명하지 못했기 때문에......

조금 전 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왔는데 세상에나 꼭두각시 의상을 다시 들고 왔다.

"엄마, 선생님이 치마 옆을 '꼬매어' 오래!"

'도대체 치마 옆 어디를 어떻게...날더러 어쩌라고???'  나도 모르게 아이에게  고래고래 소리를 지를 뻔했다.

그놈의 꼭두각시 의상 하나 때문에 인생이 이렇게 고달플 줄이야......대낮부터 맥주를 한 캔 따려다가 꾹 참고 바느질 못하는 비애를 페이퍼로 올린다.

 

 


 내성적인 성격의 세일즈맨. 집집마다 현관에서 문전박대를 당하고 대낮의 공원에서 우두망찰, 맥주를 한 캔 마시는.(내맘대로 캡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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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nda78 2005-04-28 16: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고.... ;;; 정말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십니다. ;;;;
(로드무비님의 내맘대로 캡션은 정말 딱! 인 거 같아요. ^^)

icaru 2005-04-28 16: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맘대로 캡션!! 훌륭하옵니다 ^^

BRINY 2005-04-28 16: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놀다가 치마 튿어졌다고, 교복 단추 뜯어졌다고 담임에게 와서 꿔매달라는 여중생들도 많이 봤지요. 엄마는 바쁘셔서 그런 거 못해주신다나요.

미누리 2005-04-28 16: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아닌 밤중에 왠 꼭두각시 의상이예요? 학교 학예회인가...
그나저나 고생하셨네요. 그런데 저는 읽으면서 왜 그렇게 웃음이 나는지.죄송.
대신 추천 누르고 가는 거 맞지요?

하루(春) 2005-04-28 16: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꿋꿋하게... 그런 일로 좌절하시면 주하가 얼마나 서럽겠어요

깍두기 2005-04-28 16: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한테 보내요. 나 작년 1년동안 애들 바느질 가르쳤어^^(똑딱단추도 포함되어 있지요)
오늘 조선인님 번개에 실이랑 바늘이랑 가져오면 해드릴텐데....

난티나무 2005-04-28 16: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또 웃고 갑니다... (저도 죄송... 추천...^^;;)

클리오 2005-04-28 16: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초등용 애들 대상으로 파는 것은 정말 1회용이예요.. 왜들 그러는지..

마냐 2005-04-28 17: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안. 로드무비님...남의 불행에 이렇게 웃음이 나오다니, 저 못된거 맞죠? 으하하(흠, 하지만...님의 위기가 곧 제 상황이겠군요. -,.-)

날개 2005-04-28 17: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로 웃으면 안되는데...ㅎㅎㅎ 주하를 빨리 가르치는 수밖에 없겠군요..^^

인터라겐 2005-04-28 18: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고 보면 울 언니는 참 행복한 사람이란 생각이 들어요...꿰멜것은 온통다 엄마가 해주시거든요..조카들도 으레 실밥이 뜯어지거나 하면 엄마네로 들고 오거든요..
고생많으셨어요...가까이 살면 저희 엄마한테 부탁해서 멋지게 해드릴텐데.. 앤드 저두 재봉틀질좀 하는데... 안타까워요...

로드무비 2005-04-28 18: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터라겐님 언니가 부럽군요. 전 미니 재봉틀 장식용(?)으로 사긴 했습니다.^^
날개님, 저도 그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마냐님, 2,3 년 뒤 로드무비의 이 페이퍼를 떠올리며 미안해 하시기를...
클리오님, 심각합니다. 정말...
난티나무님 추천해 주셔서 용서해 드릴게요.^^
깍두기님, 오늘 재밌는 시간 되시길.
어쩐지 수상해서 님께 부탁하고 싶은 생각은 안 드네요.=3=3

로드무비 2005-04-28 19: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루님, 예! 꿋꿋하게 잘난척하겠습니다.^^
미누리님, 저랑 처지가 같은 것 아니신가요?^^
(추천은 고마워요.)
브리니님, 제 딸은 기필코 그렇게 안 만들게요.^^;;;
복순이 언니님, 판다님, 저 내성적인 세일즈맨에게 추천 좀 해주고 가시지
그러셨어요.^^

어룸 2005-04-28 2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쩝니까...저도 우,웃음이...^^:;;;;;;;;;;;;;;;
(얼른 분위기바꾸며) 내맘대로 캡션에 감동했어요!!! 추천도 했어요!!! ^^

로드무비 2005-04-28 2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투풀님, 고마워요.
내맘대로 캡션 좋아해 주셔서 얼마나 기분좋은지......
새벽별님, 좋으시겠어요.
그것도 위로라고.=3=3=3

nrim 2005-04-28 2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런 사연이 있었던거로군요. ^^

하얀마녀 2005-04-29 0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역시 어머니는 위대합니다. ㅜㅜ

2005-04-29 00: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5-04-29 0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님, 그렇게 말씀하시니 제가 미안해지잖아요.^^;;;;
하얀마녀님, 그렇게 말씀하실 것까지야.....술 드셨남유?^^
느림님, 사연이라고 말씀하시니 슬픔이 복받쳐오르는 느낌이...^^

nemuko 2005-04-29 1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후..새벽별님도 저랑 비슷하시군요. 저도 단추 다는데 1시간씩 잡아 먹기 땜에 떨어진 단추들은 맨날 주워서 통안에 담아 두었다가 시어머니께 내밀거든요. 그러는 와중에 대부분 잃어버리구요.
로드무비님 수고하셨습니다^^

딸기 2005-04-29 1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꼭두각시 무용은... 제가 국민학교 2학년 때 운동회에서 했던 건데,
요즘도 하나보군요.
로드무비님, 그런 일 있으면 택배로 저한테 보내세요. 제가 또 한 바느질 하거든요.ㅋㅋ

로드무비 2005-04-29 16: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4월의 딸기님 나중에 딴소리하시기 없기예요.
5월 4일에 운동회를 한답니다.^^
네무코님, 반가워요. 바느질 못하신다니!
동지를 만난 것 같아요.^^
 

월요일부터 오늘까지 사흘간 이야기를 갑자기 늘어놓고 싶다. 누구에게랄 것 없이, 특별한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엊그제 월요일은 모처럼 영화를 보러 나갈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는데 어이없는 이유로 놓치고 말았다. 아이가 초등학생이 되면서부터는 정오 조금 지나면 집에 돌아와 밥을 먹고 특기교육을 받으러 가는 바람에, 한두 달에 한 번꼴로 영화를 보러 나가는 즐거움마저 원천봉쇄된 상태. 그런데 그날은 코엑스 아쿠아리움에 가서 오후 네 시경에나 돌아온다는 것이 아닌가!  조카도 두시 반경 어린이집에서 돌아오는데 그날은 세시 반에 보내달라고 쪽지까지 써서 원아수첩에  붙여보냈으니 외출을 하기에는 만사 오케이였다.

아침부터 일어나 샤워를 하고 서둘러 김밥을 싸서 아이를 보낸 후 지아장커 감독의 <플랫폼>을 볼까, 류승완 감독의 <주먹이 운다>를 볼까 인터넷으로 시간을 좀 알아보려는데 전자레인지 앞에 두고간  도시락 주머니가 눈에 띈다. 순간 가슴이 철렁. 시간을 보니 아홉시가 다 되어가고 조카 녀석도 어린이집 버스를 타야 할 시각이다. 미친 듯이 아이를 안고 도시락 주머니를 들고 집 밖으로 나왔다. 학교 가는 길에 어린이집이 있으니 버스를 중간에 만나든가 안하겠나! 다행히 모퉁이 길에서 차를 만나 아이를 태워 보내고 나는 3,4백 미터의 길을 정신없이 달렸다. 집에서 신는 통굽구두가 유난히 불편하고 발이 아팠다.

다행히 어린 종다리 같은 아이들이 반별로 줄을 서서 인원 점검 같은 걸 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머니와 할머니들이 5,6십 명쯤이나 자기 아이를 배웅하느라 웅성거리고 서있었다!  마이 도러의 담임 선생님은 사십대 후반의 여성으로 새빨간색 캐주얼한 옷을 아래위로 한 벌 입고 계셔서 내 눈에 금방 띄었다.

선생님과는 눈인사만 하고 아이 이름을 부르니 놀란 눈으로 나를 보고는 배시시 웃는다. 아이의 가방에 도시락을 넣어주는데 서너 명의 아이들이 나를 에워싼다.

"아줌마가 주하 엄마예요?"

"그래."

"얘가 주하 짝꿍인데요, 주하를 괴롭혀요."

"어떻게 괴롭히는데?"

"때리기도 하고요, 꼭두각시 춤출 때 바닥에 누워버려요."

두세 명의 아이가 주하를 대신하여 녀석의 비행(?)을 내게 일러바친다.  주하의 짝이라는 녀석을 보니 개구져 보이지만 어질게 생겼다.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잘 다녀오라고 아이에게 인사한 후 그곳을 빠져나와 집으로 오는데 갑자기 엄청난 피로가 몰려들었다. 설마 아침부터 김밥 좀 쌌다고,  3, 4백 미터쯤 달렸다고 그렇게 피곤할까? 정신적인 피로였다. 마을버스와 전철을 갈아타고 서울에 가 영화를 보는 일도, 봄옷을 좀 사는 일도 거의 불가능한 일로 여겨졌다.

세탁소에 전화를 해 겨울옷들 드라이크리닝을 맡기며 아이의 한복치마도 무릎 위 길이로 바느질해 달라고 부탁했다. 어린이날 전날 운동회가 열리는데 꼭두각시 춤을 춘다는 것이다. 알림장에 보니 그게 준비물이라고 써있었다. (참고로 나는 바느질, 다림질 이런 건 완전 젬병이다.) 아저씨는 고개를 갸웃하며 돌아갔는데 오후에 주하 남자친구 엄마랑 통화를 하다가 꼭두각시 의상을 문방구에서 팔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세탁소에 부랴부랴 전화를 걸어  바느질 중지를 부탁하고.(하마트면 큰일날뻔했다. 새 한복치마를 못 쓰게 만들 뻔!)

어제 오후엔 조카가 갑자기 열이 나고 아픈 바람에 병원 문 닫을까봐 가슴 졸이며 병원에 다녀왔고. 밤에는 학교앞 문방구에 꼭두각시 의상을 사러 갔다. 저고리가 아이에게 너무 커서 작은 사이즈가 없냐고 물었더니 밤 열한시 경에 가져오기로 했단다. 그리하여 아이를 재우고 혼자 밤길을 걸어 다시 문방구로 갔다. 아이에게 꼭 맞는 저고리를 살 수 있게 되어 기뻤다.

오늘은 처음으로 녹색어머니회 활동이 있는 날,  2단지와 3단지 사이의 건널목에 노란조끼를 입고 어깨띠를 두르고 한 시간 가량 서있다가 왔다.  내 맞은편 길에서 나와 마주보며 깃발을 들고 서있는 이는 학부모 회의 때 인상이 좋아 내가 제일 호감을 느꼈던 바로 그 여성이었다. 알고봤더니 왜소증 아이의 엄마.  고3, 중2의 아들들이 있다고 했다. 묻지도 않았는데 먼저 아이가 키가 클 수 없는 병에 걸렸다고 이야기해 준다. 중간에 담임 선생님이 일부러 내려오셔서 수고가 많다며 내 어깨에 손을 잠시 얹어주셨는데 나는 그 손길이  그렇게 황감할 수가 없었다.  내가 이렇게 겸손한 인간이었다니! 학부모의 심정이란 이런 것인가!

여덟시 오십분쯤 되자 거짓말처럼 아이들도 출근길 차량도 딱 끊겼다. 오늘 당번이었던 엄마들은 나를 포함하여 모두 네 명.  우리는 학교측에서 마련해놓은 조그만 콘테이너 사무실에서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좀 나누다가 헤어졌다. 그녀의 이름과 전화번호를 알아낸 건 큰 수확.

그런데 오늘 한 시간 동안 내가 그 건널목에서 본 것은 막연하게 상상했던 활기찬 등교길이나 출근길이 아니었다.  아이들의 어깨는 축 처져 있었고 표정은 대부분 침울했다. 날씨 탓인가? 아니면 내가 잘못 본 것일까?

모르긴 몰라도 아이들도 사는 게 많이 힘든가 보다. 배가 아프다고 울며 집으로 돌아가던 고학년 여학생이 하나 있었는데 지금쯤 괜찮아졌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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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5-04-27 1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터라겐님 서재에서 보고...ㅎㅎㅎ

날개 2005-04-27 1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일간 정신없으셨네요.. 그럼 주하 소풍 비슷하게 갔다온건가요? 도시락을 빠트릴뻔 했다니 제 가슴이 철렁 내려앉습니다..ㅎㅎ
하기야, 울 성재는 멀쩡히 넣어준 도시락도 못찾아서 '엄마가 도시락 안싸줬어요'라고 말하고선 다른 애들꺼 얻어먹은 전력이... 얼마나 화가 나던지..-.-;;
녹색어머니회도 드셨군요.. 굉장히 힘들어보여 감히 한번도 신청 못했던건데..존경스럽습니다..^^

로드무비 2005-04-27 1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뭐 정신없었던 건 아니고요.
한마디로 이렇게 사소한 일들이 버겁게 느껴지고 피곤하다는 거죠.
녹색어머니는 1년에 두 번만 활동하면 된다해서 면피용으로 들었답니다.^^

urblue 2005-04-27 1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힘드셨겠구나, 안타까운 마음으로 스크롤바를 내리다가, 저 움직이는 머리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푸헐~

2005-04-27 11: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5-04-27 1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님, 커피는 드셨남요?
택이 좋아요. 민이만큼은 아니지만...ㅎㅎ
따우님, 냉면 먹고 밤에 배고파 죽는 줄 알았네요.
야밤에 쥐포튀김 해먹었죠 뭐. 흑.
블루님, 별로 힘든 일도 아닌데 힘들다고 느끼는 자신에게
문제의식을 느낍니다.^^;;;
남들은 저보다 서너 배 일을 하면서 암시랑토 않게 살아가는데...

sooninara 2005-04-27 1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쁘셨군요^^ 저도 다음달에 녹색 서는데...
왜소증아이가 셋째군요..주변에 힘든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이 많으신데..
그런아이를 키울만큼 마음이 넓으신 엄마들에게 그런 아이가 가더군요..
저처럼 못된 엄마에겐 그런 아이가 안오구요..

바람구두 2005-04-27 1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도 타이틀 바꿨네요.
이제 네 사람 남았다.

깍두기 2005-04-27 1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하가 첫소풍을 도시락도 없이 보낼 뻔 했네요. 그래도 건네줘서 다행!^^
로드무비님, 사람이 지치는 건 카운터 펀치가 아니라 잽인 것 같습니다. 살다보면 자잘한 일이 쌓이고 또 쌓이고....저도 그게 힘드네요.

인터라겐 2005-04-27 1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숨이 막힐정도로 치열하게 보내셨네요....그래도 한복입고 꼭두각시 춤을 출 주하는 상당히 귀여울것 같아요...딱입니다요.... 아이들의 축처진 어깨는 부모님의 욕심이 누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해방(?)이 되어서 제 어릴때 처럼 골목에서 땅따먹기도 하고 색깔찾기도 하고...다방구도 하고.... 공부와 상관없이 튼튼하게 뛰노는 아이들의 모습이 보고 싶어요...흑흑

로드무비 2005-04-27 1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터라겐님, 그러게요. 옛날 내가 학교 다닐 때와 너무 달라서요.
부모들이 대오각성해야 하는데......저부터 자신이 없으니......
깍두기님, 님은 가끔 깜짝 놀랄만큼 멋진 말을 구사하십니다.
그거 아세요?^^
바람구두님, 저건 어디까지나 임시!
님이 주신 건 조금 있다가 다시 꺼내 걸 거예요.
다시 빼앗아 가려는 것 아니죠?(양해 못 구해 죄송!)
수니나라님, 님 페이퍼 유심히 봅니다.
특히 학교 관련.
한수 배우려고요.^^
맞아요. 하나님은 능히 감당할 만한 사람에게...라는 말이
떠올랐어요. 너무 멋진 여성이었거든요.^^

로드무비 2005-04-27 1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벽별님, 학교앞 문방구와 계약이라도 맺을까 봐요.^^;;;

바람돌이 2005-04-27 1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초등학교 학부모는 엄청 바쁘고 힘든거군요. 헉~~

난티나무 2005-04-27 17: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친 듯이 아이를 안고 도시락 주머니를 들고 집 밖으로 나왔다."
아아, 미치겠어요... 로드무비님 너무 재밌으신 거 아니어요???^^
이 구절 얼마 전에도 한 번 본 거 같아요. 크크크...
초등학생 뒷바라지가 엄청나네요.. 미리 겁이...--;;

로드무비 2005-04-27 17: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티나무님, 저는 괴로워 죽겠는데 재밌으시다뇨.ㅎㅎ
제가 정신머리가 좀 없습니다.^^
(로드무비도 하는 초등학생 학부모 노릇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새벽별님, 정신 바짝 차리고 매일매일 챙겨줄래요.
맞벌이로 바쁜 주부나 저래야 할 듯.^^;;
바람돌이님, 사실 별거 아닌데요. 제가 좀 과장이 심한 인간이어서...^^;;

줄리 2005-04-27 1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니가 한말이 생각나더군요. 애들이 아기때는 몸이 피곤하더니 애들이 좀 크니 정신이 피곤하다구요. 애들 키우는 일 쉽지 않나봐요...

로드무비 2005-04-29 16: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줄리님, 저는 아이가 아기 때나 지금이나 항상 몸도 마음도 피곤하니 별일이죠?
언니 아이는 다 컸겠네요?^^
 

<씨네 21>이 어느덧 창간 10주년이란다. 

나는 한겨레신문을 창간호부터 지금까지 한달도 빠트리지 않고 구독한 애독자로서  어느 날  한겨레신문을 통해  <씨네21> 창간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그런데 당시 창간을 앞두고 한겨레에서 좀 흥분했던가, 내가 보기엔 정기구독자를 끌어모으려는 것치고는 좀 비열하고 지나친 광고문안을 실었다.

<씨네21>  애독자의 조건으로 1, 2, 3, 4, 이런 식으로 자기들이 생각하는 문화인의 조건을 나열해 놓았는데 네다섯 번째 조건으로 컴퓨터를 능숙하게 사용할 줄 아는 이를 대문짝만하게 명시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문안을 보는 순간 컴맹이었던 나는  열을 팍  받았다. 그때만 해도 마음이 가는 대부분의 영화를 개봉일 극장에 직접 가서 보았고, 그뿐인가  버스를 두 번 갈아타고 홍은동 어느 비디오숍에 가서 명화들을 한꺼번에 일고여덟 편씩 빌려다 볼 때였다.

나는 당장 항의 편지를 써서 창간호 편집장으로 내정된 이에게 팩스로 보냈다. 고급잡지를 표방하는 것도 좋지만 컴퓨터 사용 여부로  애독자의 자격 유무를  논한다는 건 너무 건방진 자세 아니냐고......잡지를 읽고 말고는 우리 독자들이  판단한다고......

웃기게도 나는 '한독자'라는 이름으로 그 편지를 보냈다. 나의 항의가 먹혀든 것인지 어쩐 것인지 모르겠지만 그 수상한 광고는 딱 한 번으로 그치고 말았다.

마음은 굴뚝 같았지만  난 < 씨네21>을 정기구독하진 않았다. 당시 나는  영업을 뛰시는 한 장기수 어른의 부탁으로 <말>지를 5,6년째 정기구독하고 있었는데 나의 형편상 두 잡지를 모두 구독할 순 없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사실 그때 우리 사무실 사람들은 비서실 소속으로  본사에서 따로 나와 있었는데 모두 언제 잘릴지 모르는 분위기였다.

98년인가 그 다음해 동생네 부부가 결혼하면서 연남동 단독연립의 우리 옆호(301,302호)에 둥지를 틀었다. 나는 나의 게으른 모습과 지저분한 살림솜씨를 올케에게 들키고 싶지 않아 극구 뜯어말렸는데 남의 속도 모르는신랑신부는 막무가내로 밀고들어왔다.(그때부터 지금까지 따라다니며 바로 옆에 붙어 산다. 내 팔자야!^^)

그런데 어느 날 우리 올케가 "형님, 형님!" 하고 벽 저쪽에서  불러서 건너가봤더니 광고회사에 다닌다는 매력적인 여성이 올케의 친구라고 놀러와 있었다.  털퍼덕 주저앉아 한잔 얻어마시다 보니 그녀가 <씨네21>  편집장의 시누라는 게 아닌가!  그녀의 올케(편집장)를  약간 의식하며 주거니 받거니 영화 이야기를 열나게 하다보니 나중에는 엄청 취해버렸다. 영화 이야기에 취하여 우리는 늦게 퇴근한 남동생까지 데리고 홍대 앞 클럽으로 진출했고......그때는 테크노댄스가 유행일 때였다.  내가 놀기엔 너무 서구적이고 세련된 분위기여서 취한 중에도 좀 머쓱했던 기억.

그건 뭔지 좀 부끄러운 기억이다.  지금 생각해도......부끄러움의 정확한 내용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서림님이 몇 달 전 <씨네 21> 엄청난 분량을 방출하셨을 때 나는 덥석 집어왔다.  이 자리를 빌어 서림님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_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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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4-19 16: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5-04-19 17: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님, 네 맞아요.
뭐 인연이랄 것은 없고 한번 그렇게 어울린 건데요, 뭐.^^

날개 2005-04-19 19: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국, <씨네21>을 한번도 정기구독하지는 않았겠군요..^^ 하기야 정기구독을 안하더라도 인연이 있어 손에 들어올 책은 들어오나봅니다..

2005-04-19 21: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루(春) 2005-04-19 2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혹시 조선희 편집장의 시누이인가요? 창간호부터 5주년 기념호까지 만들고 그만뒀으니까... 그렇군요.

인터라겐 2005-04-19 2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씨네21이 창간10년을 맞는동안 한번도 안본사람도 있답니다...ㅎㅎㅎ 문화예술쪽으론 담을 쌓고 지내는지라...

2005-04-20 00: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chika 2005-04-20 0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922555 

전 한때 키노를 끼고 살았었습니다. 키노에 실린 영화들 중 상당수를 보진 못했지만.. 가끔 애들 끌고 갔다가 비난 받은적도 있지만... 나름대로 재밌는 시절이었는데... ^^;;;


내가없는 이 안 2005-04-20 0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치카님처럼 씨네21보다는 키노를 더 좋아했어요. 혹자는 관점의 차이를 들어 얘기를 하던데 전 관점은 모르겠고, 훨씬 폼나게 만들어지길래요. ^^ 지금도 책장에 고~이 보관하면서 즐거워하는. ^^ 그런데 로드무비님은 언제나 의견개진에 적극적이세요. 혼자서 주먹 불끈하는 부류와는 참 다른 길을 걸으시네. ^^

로드무비 2005-04-20 0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안님, 저도 물론 <키노> 꽤 사봤죠.
하지만 전체적으로 좀 현학적인 체하는 분위기는 거슬리더군요.
결론적으로 전 <씨네 21>이 훨씬 좋습니다.
그리고 전 엄청 수줍은 인간인데요, 가끔 아지못할 행동을 하기도 합니다.^^
치카님, 지금도 재밌게 사시면서 과거완료형으로 말씀하시다니요!^^
속삭이신 님, 좀 추어주려고 예쁜 글이라 했더니...아무튼 알았어요.^^
인터라겐님, 호호 그럼 님은 뭣과 벗하며 청춘을 지내셨을까나요?^^
하루님, 그렇게 이름을 밝히실 것까지는......ㅎㅎㅎ

비로그인 2005-04-20 1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귀챠니즘 환자 중의 환자라 신문도 구석구석 읽을 때가 거즘 없다고 봐야 해요. 영화에 열광하던 적이 별로 없어서..음악 잡지두 그림만 보구..암튼 죄다 별루구..활자하고 친해질려면 신문이라도 제대로 봐야 하는데..부끄럽습니다..근데 한독자, 라는 가명으로 꼰지른 거..그건 잘 하셨네..우오우오, 쫙쫙쫙..

2005-04-20 13: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숨은아이 2005-04-20 16: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짝짝짝.

로드무비 2005-04-20 17: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복돌이님, 제 귀차니즘도 장난 아니에요.
그런데 그동안 바쁘셨나봐요. 궁금했는데...
저 성질 불뚝하면 무섭습니다?ㅎㅎ
사실은 솜방망이예요.^^
숨은아이님 고마워요. 짝짝짝 박수쳐주셔서......^^
속삭이신 님, 제가 님 방에 갈게요. 심야에......

하루(春) 2005-04-20 19: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아니라고 부인하시지 그러셨어요? ^^;;

2005-04-20 22: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처음으로 내가 아르바이트를 한 것은 대학 2학년 땐가 부산 영도 동삼동 무슨 세무서의 부가가치세 신고기간 도우미였다. 빼어난 미모와 가수 뺨치는 노래 실력의 회계학과 친구가 주선한 거였는데 영도에 살던 그녀에게 우연히 접수된 아르바이트 자리였다.  

회계학과도 아니고 더더구나 수학이라면 초등학교 때부터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100점 만점에 60점 이상 받아본 적이 없는 내가 세무서 일을 할 수 있을까 걱정도 되었지만 강아지도 할 수 있는 간단한 일이라길래 집도 무지 먼데 해보기로 했다. 출퇴근이 어떤 건가 궁금하기도 했고......

우리는 두 명의 주사에게 각자 배속이 되었는데 나를 맡은 40대 초반의 주사님은  실망하는 기색이 완연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처음 경험하는 사회, 무능력자로 밀려나기 싫어 나는 무조건 천진한 표정으로 제법 상냥하게 굴려고 노력했으니 선머슴같은 애가.....ㅎㅎ 아마 그 모습이 더 가관이었을 것이다.

나는 아침에 출근하면 마시는 커피 한잔과 점심때 얻어먹는 식당 밥이 그렇게 맛있을 수 없었다. 아, 이런 맛에 사람들이 졸려죽겠는데도 일어나 눈비비고 출근들을 하는구나,  감격했다. 퇴근 시간의 그 무어라 표현할 수 없는 나이브한 분위기와 차창으로 바닷바람(태종대)을 맞으며 집에 돌아오는 즐거움은  어떻고......

우리가 하는 일은 전자계산기로 부가가치세 신고된 금액 합산해 주는 것. 가끔 실수를 하긴 했지만 이래봬도 꼼꼼한 구석은 또 조금 있어서 큰 실수는 하지 않고 잘 넘어갔다. 세무공무원들이 월급은 얼마 안되지만 잘산다는 소문을 들었는데 가까이서 본 그들은 숨겨진 재산 따위는 하나도 없어 보일 정도로 꼬질꼬질하고 궁기가 흘렀다. 하루종일 하는 일도 너무 따분해 보였고......

아무튼 일주일인가 열흘 간의  일이 무사히 끝나는 날, 두 주사님은 맥주집으로 우리를 인도, 송별회도 간단하게 해주었다. 술이 몇잔 들어가자  말도 너무 유창하게 잘하고 거기다 멋들어진 유머까지 구사하자 내 담당 주사님이 나를 다시 보는 눈초리가 느껴졌는데 어쩌면 그것은 나만의 착각인지도 모르겠다. 친구와 나는 그들과 헤어져 남포동까지 진출, 기분좋게 한잔 더 했다.

나로서는 처음 만져보는 거금. 그것도 나의 노동으로 돈을 벌었다는 것이 너무 신기하여 가슴이 설레었다. 그 돈을 어떻게 썼는지는 모른다. 한 가지 기억나는 건 당시 클래식 기타를 배우고 싶어하던 여동생과 까까머리 남동생을 위해 세고비아 기타를 사줬다는 것.

기타를 선물받고 기뻐하면서도 "세무서에서 누나 니가 무슨 일을 했는데?" 하고 의심쩍은 시선으로 묻던 남동생에게 "서류정리!"라고 뻐기며 대답해 주었다. 그런데 다음 말은 하지 않았으면 좋았을걸.  "으응, 바람이 불면 책상 위 서류들이 날아가잖아. 그거 정리!"

동생은 두고두고 그 이야기를 하며 놀린다. 너무 솔직해도 탈이다.

 



 

(한 명의 시선이라도 더 붙잡기 위해 제목에 마태우스님 이름을 들먹여보았다.  효과가 얼마나 있으려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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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muko 2005-04-13 18: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첫 월급으로 동생들을 위해 세고비아 기타를 선물하셨다는 로드무비님... 뭐예요. 너무 낭만적이잖아요.....^^

인터라겐 2005-04-13 18: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로드무비는 여기서도 역쉬 캭~은 안빠지네요...

로드무비 2005-04-13 18: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르바이트 이력 중 재밌는 게 생각나 하나 쓰려 했더니 첫 아르바이트가 떠오르고.
이야기가 삼천포로 빠졌습니다.
제 딴에는 마태우스님 풍으로 써보려고 했는데 괜찮았나요?^^
인터라겐님, 물론입니다.
술 이야기 안 빠집니다. 님의 기대에 부응코자.^^

날개 2005-04-13 19: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첫 아르바이트가 세무서라니! 정말로 번듯한 곳이었군요.. 저는 길에서 설문조사하기였는데..ㅎㅎ

로드무비 2005-04-13 1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길에서 설문조사하기는 저 더더욱 못해요.
모르는 사람들 앞에서 무지 떨었거든요. 당시만 해도......
친구 빽으로 얻어걸린 일이에요.^^

플레져 2005-04-13 1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롯데월드에서...^^
바람에 날아가는 서류 정리라니요... 흐흐...

릴케 현상 2005-04-13 1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첫 아르바이트는^^ 자동야구장 볼보이였는데... 9살 때(근데 돈이 떼여서 울었지)

울보 2005-04-13 2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님의글을 읽고 나서 저 그림들이 너무 이뻐요..

야클 2005-04-13 2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생분이 아직까지 기억하고 있을 정도로 첫 알바비 잘 쓰셨네요. 전 처음 번 돈으로 뭘 했는지 기억도 안나요. ^^

kleinsusun 2005-04-13 2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하하하.처음 반 정도는 진짜 마태우스님 스타일이예요.
근데...쓰다 보니 나머지 반은 로드무비님 스타일로 바꼈네요.
저는 첫 아르바이트로 받은 돈으로 스키 샀어요.
로드무비님 글 정말 잼있다.....말할 수 없는 나이브한 분위기...우하하하.

마태우스 2005-04-14 0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 님의 글은 님 특유의 매력이 있답니다. 저는 사실 글은 잘 못쓰잖아요. 삶이 워낙 그래서 그렇죠^^ 세고비야 기타 사주신 거, 정말 감동적이어요.... 제가 그랬다면 저희도 우애가 좋았을 텐데......

마태우스 2005-04-14 0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구새벽별님이 라켓 사준 사람이 바로 저예요

하얀마녀 2005-04-14 0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굳이 마태우스님의 이름을 빌리지 않더라도 로드무비님은 이미 글로써 일가를 이루었다고 봅니다만. 로드무비님이 쓰셨다는 것만으로도 읽고 싶다구요. ^^

2005-04-14 11: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5-04-14 16: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자꾸 댓글 다는 걸 까먹어요.(모든 분께 죄송!)
속삭이신 님, 저같은 인간도 사회의 일원으로 버젓하게 노동을 하고 있구나,
하는 감격이었습니다. 제가 일을 좋아하는 인간으로 보이세요?ㅎㅎ
백발마녀님, 흐윽, 감격이옵니다.
어쩌면 그리 꿀처럼 달디단 말씀을 하시는지......^^
새벽별님, 마태우스님 따로 만나서 얘기하세요. 흥=3
마태우스님, 저는 사실 글은 잘 못 쓰잖아요, 라뇨.
말이야 바른 말이지 님이 잘하시는 게 글 잘 쓰시는 것밖에 더 있냐고요.^^;;
수선님, 마태우스풍으로 잘 쓸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보기보다 어렵네요.
반응도 신통치 않고요.^^;; 아, 반응이 괜찮은 건가?^^;;


로드무비 2005-04-14 17: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클님 2탄도 올릴까요?^^
새벽별님, 무슨 일을 하셨는지 몰라도 많이 버셨군요.^^
울보님, 피규어예요. 갖고 싶은데 너무 비싸서 눈요기라도 하자고...^^;;
산책님, 자동야구장 볼보이, 거기다 돈을 떼였다니 너무 멋지잖아요.^^
플레져님은 역시 아르바이트도 환상적인 곳에서 하셨군요.^^

숨은아이 2005-04-14 17: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첫 아르바이트라... 뭐였더라. 설문조사였던 것 같아요. 받은 돈은 그냥 며칠 점심 값으로 썼을 듯. 재미없게시리. ^^ 학교 다닐 적에는 점심에 먹을 라면 값 500원하고 전철 승차권만 갖고 다녔거든요.

로드무비 2005-04-14 17: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숨은아이님, 설문조사.
무난한 걸 하셨군요. 그런데 돈을 왜 그렇게 조금 주었을까요?^^;;
하기야, 우리나라 아르바이트 뭔들 안 그렇겠어요.
이상한 데서 일하는 거 빼고.^^;;;
 

방과후 특기활동으로 아이가 선택한 것이 세 개. 애니메이션과 영어와 컴퓨터. 오늘은 애니메이션 수업이 처음 시작되는 날이었다.

강사가 전부 미국 사람이라는 원더 어쩌구 하는 영어학원에 보내달라고 떼를 쓴 지 두 달. 한달 수강료가 17만 원인가 18만 원이란다. 나는 무조건 안된다고 했다. 친구가 다니며 재밌다고 자랑하니 저도 다니고 싶겠지. 그렇지만 초등 1학년 영어 공부에 가욋돈 십몇만 원을 쓴다는 건 죄악이라는 생각이 든다. 형편도 안되고.(책값은 20만 원을 가볍게 넘기면서...남편의 불만.)

그래서 한달에 3만 원 남짓이라는 방과후 영어공부는 쌍수를 들어 환영하는 분위기였다. 나로서는......아주 안 시키자니 찝찝하고. 무엇보다 3만 원은 18만 원에 비하면 껌값 아닌가!

어젠가 그제 운빈현님 페이퍼에서 돈 1000원을 빌려달래서 현금인출기에서 1만 원을 찾아 그 돈을 갚는 남자 이야기를 읽었다. 잔액이 9천 얼마라 그 돈을 못 찾고 현금인출기 앞에서 만난 생판 모르는 사람에게 1000원을 빌려달랬다니......그 정도로 단돈 1000원이 몇백 원이 아쉬운 사람이 많다는 이야기다.

집에 와 점심을 먹고 애니메이션 교실에 다시 가야 하는데 낯선 교실 처음 보는 선생님 보기가 부끄러워 한사코 따라가자고 조르는 아이. 20분쯤 싱갱이를 하다가 결국 조금 전 학교까지 따라나섰다.

어린이집 차량을 운전하는 기사님이 언덕배기에 빈 차를 세워놓고 끝없이 차를 닦고 있다가 눈이 마주치자 인사를 해온다. 이렇게 화창한 봄날 끝없이 차만 닦고 있기엔 날씨가 너무 좋고 아저씨가 너무 젊다는 생각.

며칠 전 동네 슈퍼에 갔다오는 길에 꽤 큰 마트의 로고가 찍힌 조끼를 입은 아저씨가 내 앞에 차를 세우더니 사골 좋은 게 있는데 반값에 특별히 주겠다고 은밀한 목소리로 제안을 해왔다. 나는 멸치국물 외 뼈다귀 국물은 좋아하지 않는지라 됐다고 거절했다.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마트의 아저씨가 팔아서 용돈을 좀 쓸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왔나보다 가볍게 생각했다.  그런데 내 눈앞에서 두 번이나 그 아저씨는 우리 동네 여자와 흥정을 벌였고 차에서 내려 스티로폼 상자의 테이프를 뜯었다가 다시 붙였다가 했다. 그제서야 그 봉고가 몇 시간째 우리 동네 단지를 뺑뺑이 돌고 있다는 걸 알았다.

사골인지 잡뼌지 모르겠지만 스티로폼 상자의 테이프를 몇 번이고 뗐다가 붙였다가 그것도 할 짓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날 그 아저씨는 어쩌다 길을 잘못 접어들었다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연기하며 우리 동네 단지를 몇 바퀴나 돌았을까.

먹고살기 무지 어려운 세상이다.

 


이야기가 칙칙해서 마음을 달래려고 딸래미 사진 한장.(핑계도 가지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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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5-04-08 14: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얘기 티비에서 봤어요. 나아졌다는데 나아지지 않은 것 같아요 ㅠ.ㅠ

날개 2005-04-08 15: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하는 여전히 깜찍한 모습으로 애간장을 녹이고,
로드무비님은 여전히 삶의 이야기를 속삭이듯 풀어놓아 가슴을 짠하게 하는군요..^^

인터라겐 2005-04-08 15: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다들 웃으면서 살수 있는날이 빨리 왔으면 싶어요..

깍두기 2005-04-08 15: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가 예전에 그 사골 아저씨에게 속은 적이 있지요. 우족 좋은 거라길래 덜컥 사서는 국물을 우려냈는데, 뽀얀 국물은 커녕.....흑흑, 아까운 오만원..ㅠ.ㅠ
근데 주하는 방과 후 특기적성 많이도 합니다요? 주하가 적극적인 모양이죠? 우리 소현이는 뭘 하라 하면 고개부터 절래절래 입니다. 영어 하나 꼬셔서 하는 것도 넘 힘들어요. 공부하기 싫어하는 애 키우기 힘들어...ㅠ.ㅠ

로드무비 2005-04-08 15: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깍두기님, 일단 주하는 자기가 먼저 하겠다고 난리예요.
적극적인 성격도 아니고 그런데 이상하죠?
일단 한두 달씩 시켜보고 자기가 하겠다면 계속 시키는 거고. 아니면 말고.
그나저나 어쩌다 그 뼉다귀를 샀답니까?^^;;;
인터라겐님, 그런 날이 오겠죠?
날개님, 그 아저씨를 보고 마음이 무거웠어요. 다들 용을 쓰며 산다는 생각.
저라고 뭐 다른 줄 아세요? 나름대로 애환이......^^
물만두님, 그러니까요.
어쩌다 있는 케이스가 아니라니 그게 문제인 거죠.

울보 2005-04-08 15: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은 사골이시네요..
우리신랑보고는 게를 사라고 하더런데..

로드무비 2005-04-08 16: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운빈현님, 그렇지도 않습니다.
요즘은 또 다른 스트레스의 진원지지요.^^;;;
울보님, 게라면 저 샀을 거예요.
너무 좋아하거든요.^^

릴케 현상 2005-04-08 16: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지금 거래처에 갔다가 그집 두 아들내미한테 시달리다 왔는데 죽갔습니다. 나 어릴 땐 안 그랬던 거 같은데(정말일까-_-) 막 올라타고 시비 걸고 흙흙... 빨리 내 애를 낳아서 딱아 패야겠다

2005-04-08 16: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balmas 2005-04-08 17: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있어요, 로드무비님. ^______^
아이고, 주하는 참 깜찍하구나 ...

balmas 2005-04-08 17: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 자명한 산책님,
종로에서 뺨맞고 한강에 가서 화풀이한다더니 ...

로드무비 2005-04-08 1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발마스님, 멋있다니 기분좋네요.
(그런데 뭐가 멋지다는 말씀인지 감을 잡을 수 없음.)
속삭이신 님, 님도 그러시군요. 반갑습니다.^^
자명한 산책님 거래처 아이들이 막 올라타고...
ㅎㅎ 욕보셨습니다.
한대 패주지 그러셨어요. 거래처 사람 안 볼 때...ㅋㅋ

날개 2005-04-08 2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1121212 

숫자가 예뻐서.. 노웨이브님이 올리신 엽서에다 자꾸 올릴려니, 참으로 미안스러워 내려왔습니다..ㅎㅎ


로드무비 2005-04-09 1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날개님, 정말 예쁜 숫자네요.
그런데 미안할 게 뭐 있어유?
전 날개님 보기만 하면 좋아서 웃음이 나오는데......

하얀마녀 2005-04-14 0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엇보다 3만 원은 18만 원에 비하면 껌값 아닌가!
너무 인간적이신거 아니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