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길종, 혹은 행진했던 영화 바보
강성률 지음 / 이론과실천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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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마 타고 온 또또>(1979, 예조각) 라는 하길종의 산문집을 오래 전 대학 도서관에서
떨리는 가슴으로 읽어내려 가던 순간이 생각난다.
(창가의 넓고 쾌적한, 햇살이 부드럽고 넘실대는 자리였다면 책을 읽으며 가끔 한숨을 내쉬던
그 처자도 꽤 예뻐 보였을 텐데, 하는 뜬금없는 로망이...)
 
그의 사후  생전 그가 여기저기 발표했던  글들과 친구들의 회고록을 부랴부랴 모아서 실은 책자였는데
나에게 그는 아주 깊은 인상을 남겼다.
책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한 뛰어난 천재 감독을 잃은 것이었고, 그의 감수성 번득이는 글들과,
수려한 인물,  독설, 예사롭지 않은 인생 행보 등을 읽으며 나 또한 그에게 사정없이
빨려들어 갔던 것이다.

1979년, <병태와 영자>라는 영화가 극장에 걸려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을 때
이 영화를 만든 감독 하길종은 38세의 나이로 급작스럽게 세상을 떠난다. 사인은 뇌출혈.

왜 <속 별들의 고향>이나 <병태와 영자> 같은 상업영화를 만드느냐고 주변 사람들이
힐난했을 때 그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라고.
나는 그때 그에게 왜 이런 영화를 만드느냐고 따져 물었다는 사람들에 대한
섭섭함과 분노를 숨길 수 없다.

이효석의 원작을 영화로 만든 <화분>이나, <수절>,  <한네의 승천> 등이
얼마나 뛰어난 예술영화인지는 모르겠으나,  그는 그의 현실적인 필요성에 의해서
영화를 선택하고 만들었을 것이다.
(신촌의 한 소극장에서 <한네의 승천>을 보았는데  솔직히 컴컴한 화면과 김영동의 음악 외에는 
기억나는 것이 별로 없다.)

나중에 그의 영화  <병태와 영자>, <속 별들의 고향>을 운좋게 볼 수 있었는데
'아깝게 요절한 천재감독'이라는 명성에 기대어 봤을 때는 뭔지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전작 <바보들의 행진>을 보고 나서 그 속편 격인 <병태와 영자>를 찾은 이들이라면
누구나 그런 기분을 느꼈을 것이다.
주인공 병태보다 관객들이 매료되었던 건 동해 바다로 고래를 잡으러 떠났다가 영영 돌아오지 않는
병태의 친구 '영철'이었을 것이고 <병태와 영자>에는 더이상 그런 친구가 나오지 않으니까
그건 너무나 당연한 사실이다.
그 허무하고 황당하고 뭐라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매력적인 친구 영철은 최인호의 원작에는 없었는데
하길종 감독의 머릿속에서  탄생된 캐릭터였던 것이다.
아마 감독의 마음속 풍경이 가장 많이 투영된 친구가 아니었을까 추정된다.

그런데 <바보들의 행진>의 속편 <병태와 영자>의 주인공 병태는 갑자기 사람이 달라진 것처럼 
난리를 떨면서 정면승부,  현실 속 영자의 사랑을 그악스럽게 움켜잡는다.
사람들은  의외로 마음이 약해서 은근히 꼴찌에게 격려와 갈채를 보내는 법이니,
이 영화 속의 병태가 점수를 많이 얻지 못한 것도 무리는 아니다.
<바보들의 행진>과 달리 <병태와 영자>는 최인호의 시나리오에 거의 손을 대지 않고
그대로 찍은 것이라니,  이 책을 읽으며 나는 또 그 점이 너무  아쉬워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너무 영악한 작가 최인호, 그의 똘마니 병태 녀석 같으니라구!)

미국 유학에서 돌아와 70년대 초, 그가 처음 메가폰을 잡은 작품들은 하나같이 초현실주의 성향을
보이고 있다는 평을 받는다.  검열을 지나치게 의식했던 것일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영화들은 엄청나게 가위질을 당한다.
그렇다고 평단으로부터 열광적인 반응을 얻은 것도 관객들의 호응이 컸던 것도 아니었다.

--도덕적, 사회적 금기로부터 해방시키는 수단인 초현실주의를 통해
그는 현실을 비판하고자 했던 것이다. 결국 하길종에게 초현실주의는
현실에 대해 발언하고자 하는 예술적 방법이었다.(81쪽)

그런데 사실 그가 일찍이 생각하고 표방하는 영화는 이런 것이었다.

--나는 영화 미디어가 지향해야 할 길은 현실세계의 아름다움, 혹은 추악한 행위를
진실하게 보여준다는 데 있다고 믿는 편이다.
즉, 작가의식을 가지고 현실을 투시하는 안목과 현실의 내면을 투시할 수 있는 시혼이 깃든
보는 자로서의 냉철함이, 하나의 순수한 의미에서 창작의 목적인 테마를 선명하게 대동하고
코스모폴리탄적 질서를 이루는 데 성공했을 경우 나는 그것을 영화라고 부르고 싶다.
                                                 (하길종,<사회적 영상과 반사회적 영상>1982년, 에서 인용한 글)

유신 치하의 암울한 시대 상황,  그리고 천재감독이니 뭐니 하는 주변의 입방정도 입방정이지만,
그는 감수성과  너무 과도한 자의식이란 놈에  깊이 발목을 잡혔던 것 같다.
다음의 말이 이를 증명한다.
영화보다 기행과 행적으로 더 유명한 감독이라니, 정말 감독에게 이보다 더 불행한 일이 어디 있겠는가.
(61쪽)

그가 다음 작품으로 준비했던 것이 동학농민전쟁이 무대인 '태인전쟁', 친구 김지하와
구체적인 시나리오를 편지로 주고받던 중이었다 한다.
그리고 역시 서울대 '산문시대' 동인이자 친구인 김승옥의 소설 '서울 1964년 겨울' 을
내정했었다니,  내 생각에는 하길종 연출로 정말 딱인 영화가 아닌가 싶다.
카바이드 불빛의  포장마차를 배경으로 우연히 술자리에 합석한 3인이 하룻밤 제각각 취해
떠드는 소설이니, 감독을 맡을 사람이 하길종 말고 누가 또 있겠는가!

<백마 타고 온 또또>라는 책을 통해 '요절한 천재감독'이라는 다소 도식적인 환상을 품었다면,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뒤 읽는 이 책을 통해 나는 그에 대한 몇 가지 오해를 풀었다.
<태를 위한 과거분사>라는 난해하기 짝이 없는 시집을 대학 3학년(1962년) 때
자비로 냈다는데 그의 동생 하명중이 몇 년 뒤 감독한 영화 <태>가 바로 형의 시집 제목에서 
나온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휙 스치고 지나가고.
평소 하길종 감독과 그의 영화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읽어볼 만하다.











(이 책을 선물해 주신 복돌이님, 고맙습니다. 다음에도 부탁해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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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g 2006-01-19 1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길종의 영화는 못보았지만 김승옥의 소설은 좋아해요...
^^

밥헬퍼 2006-01-19 1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BS 문화사 시리즈를 보면 하길종이 김승옥의 이름을 이용해 여학생들에게서 돈을 빌리는데 이 일로 인해 김승옥이 좋아했던 여학생 장경숙으로부터 곤경을 당하는 일이 있더군요. 장경숙이 아르바이트 자리를 잃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생계가 달렸으니.....하길종 감독하'니 다른 것보다도 옛날 영화의 포스터가 문득 떠오릅니다.  바보들의 행진....그리고 '뿌리깊은 나무'라는 잡지에 실린 글 한번 읽어보실래요. 이 책에 있을라나.  

암만 보아도, 참, 옛스럽습니다. 이런 스틸컷이 있어서. 

     잘 읽고 갑니다.


비로그인 2006-01-19 1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시절에 대해 궁금증이 마구 일어납니다.. 그 영화 누구에 의해서라도 만들어졌으면 좋겠네요..^^
참 몽님 저 어제 드디어 레이봤어요..ㅎㅎ

로드무비 2006-01-19 14: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야님, 모처럼 하고 싶은 말을 반쯤 자르고도 길게 쓴 리뷰입니다.
워낙 관심 있는 인물이었거든요.
그리고 오래 전 책 읽을 때는 그에게 질투심을 느꼈어요.
에고이스트라는 생각도 들었고.
저도 에고이스트면서 에고이스트 예술가들을 보면
그렇게 존경스러우면서도 얄미울 수가 없더라고요.
그 시절, 산문시대 동인들, 특히 김승옥 소설, 멋집니다.^^

밥헬퍼님, 하길종의 글 두 편 찾으셨더군요.
읽으러 가겠습니다.ㅎㅎ
그리고 김승옥 씨도 별반 다르지 않은 행동을 하고 다니셨던 걸로 압니다만.ㅎㅎ
(포스터 저도 큰 놈으로 긁어다 놨습니다.
이상하게 심금을 울리는 듯해요. 스틸컷만 봐도.^^)

mong님, <바보들의 행진>은 꼭 찾아서 보시면 좋겠네요.
김승옥 소설이 그런데 요즘 읽어도 그리 좋을까요?
다시 읽어보고 싶기도...^^

urblue 2006-01-19 15: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해의 첫 책으로 집어든 김승옥의 단편집은, 때를 잘못 잡은 탓인지 그다지 잘 읽히지 않습니다만, <서울 1964년 겨울> 만큼은 확실히 기억에 남아 있어요. 그걸 영화로... 하길종 감독을 잘 모릅니다만, 영화화해도 재미있을 것 같군요.

로드무비 2006-01-19 15: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블루님은 저의 모처럼 공들여 쓴 리뷰 추천도 빼먹으시고.=3
요즘 김승옥 씨 책 읽는다고 하셨잖아요.
제 머리속엔 하길종 감독의 분위기로 영화가 쫙 펼쳐지는데......
(제가 메가폰을 잡을까요?^=3=3=3)


urblue 2006-01-19 17: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추천 빼 먹고 그냥 간 거 어떻게 아셨을까~ 무서워요. 흑.

로드무비 2006-01-19 19: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블루님, 제발 좀 무서워 해주시씨요.^^

blowup 2006-01-19 2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비 님은 7,80년대 한국영화에 대한 진한 관심이 있는 듯해요.
참, '바람 불어 좋은 날'은 필름 포럼에서 상영 계획이 잡혔던데.
물론 보셨겠지만. 극장에서 보는 건 또 다르겠죠?

로드무비 2006-01-19 1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무래도 제 동시대니까요.
그나마(!) 제일 감수성이 예민했던 때!
'바람 불어 좋은 날'은 텔레비전에서도 하도 많이 해주어
극장까지 가서 보게 되진 않을 듯해요.
'어제 내린 비'는 보고 싶은데. 프로그램 좀 살펴봐야겠네요.^^

비로그인 2006-01-19 2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각해보니 정말 그렇겠네요! 김승옥에게서 볼 수 없는 유쾌함이 왠지 원작의 음울함을 더더욱 돋보이게 할 것도 같고... 아, 상상만 해도 정말 재밌는 영화가 되었을 것 같아요. 흐흐. 이 책 읽으셨군요. 괜히 으쓱한 기분이 드는 건 왜일까요? =3=3

로드무비 2006-01-20 1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파님, 깍쟁이!^,.~

산사춘 2006-01-24 16: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길종 영화는 어쩌다 설핏설핏 본 정도지만,
지금까지도 텍스트마다 언급되는 거 보면 정말 대단한 사람이었나 봐요.
무비님 레이다는 참 넓고 깊어요~

로드무비 2006-01-25 09: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춘님, 레이다로 치면 어디까지나 산사춘님의 레이다지요.
제 건 구멍이 숭숭 뚫렸습니다.
'바보들의 행진 ' 한 번 보시면 좋을 텐데......
 
'그'와의 짧은 동거 - 장모씨 이야기
장경섭 지음 / 길찾기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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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며칠 전 구로동 금남의 집 '복지아파트'에 사는 여성 근로자들의 생활 모습이
한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소개되었다.
28세 미만의 혼자 사는 여성 근로자들이 삼삼오오 기거하는 곳인데
남자는 절대 반입(!)이 안되고 택배로 도착하는 물건들도 전부
경비 아저씨가 받아서 처리해 주고 있었다.
십몇 년 전 나는 그 복지아파트에 손님으로 초대받아 가본 적이 있다.
1년에 단 하루, 남자들도 입장이 가능한 손님초대의 날이 있었는데
내가 다니던 작은 민중교회의 청년 세 명이 복지아파트의 주민들로
몇 안되는 교인을 초대한 것이다.
달콤새콤한 화장품 냄새가 낯간지럽게 풍기던 그 좁은 방을 기억한다.
우리는 그 방에서 궁둥이를 딱 붙이고 앉아 치킨과 떡볶이와 김밥을 먹었었다.

그렇게 좁은 방에서 룸메이트랑 공동생활을 하는 것이 내 눈엔 조금도 재밌어 보이지 않았다.
그곳에 사는 게 아무리 경제적이라고 해도 나는 나 혼자 쓸 수 있는 옥탑방을 택했을 것이다.
거리를 떠도는 아저씨들이 어떤 시설에 입소하는 걸 거부하고 칼바람을 맞으며
지하도 구석자리나 공원 벤치를 사수하는 것처럼.

<'그'와의 짧은 동거>라는 만화를 읽으며 며칠 전 텔레비전에서 본 복지아파트와
십몇 년 전 내가 직접 가보았던 경옥 씨의 그 방이 자꾸 떠올랐다.
그리고 역시 나라면, 장모씨의 옥탑방을 선택했을 것이라고 누가 묻지도 않았는데 
혼자서 고개를 연신 끄덕이며 책을 읽었다.

방바닥에 뒹굴던 치약을 발로 밟은 날, 장모씨는 외로움에 진저리를 친다.
외로움의 도가 지나친 날이라고.
그리고 계속 이렇게 살 수는 없지 않은가, 하고 생각한다. 
그러나 나는 그 외로움과 방만한 자유가 좋다.
사람은 누구나 젊은 시절 옥탑방에서 혼자 살아보아야 한다고까지 생각한다.
치약을 한 번 밟아봐야 한다고.
누구나 어느 한때 그렇게 외롭고, 가난해 보아야 한다.
그래야, 그나마 인간을,  인생을 조금은 더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외로움의 정도가 지나쳐서 바퀴벌레와의 동거를 선택한 장모씨와,
술 마신 다음날 콩나물국까지 끓여 대령하는 바퀴벌레의 사는 모습이 그렇게 기괴하지 않고
자연스러워 보이는 것도 이 만화의 이상한 매력일 터.
<조의 아파트>였나? 바퀴벌레가 득시글대는 영화가 있었는데 만화와 영화의 차이겠지만
그 영화를 보고 나서는 변기 뚜껑을 여는 것이 무서울 정도였다.

막연하게 죽음에 대한 공포를 품고, 의욕도 인생에 대한 비전도 없이 무력감에 시달리는 청춘에게
이 만화의 일독을 권하고 싶다.
단, 이 책을 읽는다고 해서 당신의 인생에 달라질 것은 하나도 없다.

"앞으로도 이러고 살 것 같아요."

책 뒤에 실린 대담 중 작가의 이 말이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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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g 2006-01-11 1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앞으로도 이러고 살 것 같아요
저도 마음에 들어요!
제가 저렇게 대답하면 질색하는 분들이 몇 있긴 합니다만 ㅎㅎ

비로그인 2006-01-11 1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5258585

이거 잡을려고 아까부터 기다리고 있었어요..ㅎㅎ

전 앞으로는 다르게 살거지만 글에는 동감합니다..^^


비로그인 2006-01-11 1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5558588..^^*

balmas 2006-01-11 1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무서운 사람 ...
"앞으로도 이러고 살 것 같아요."

나는 싫은뎅~~

blowup 2006-01-11 1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러저러한 사연으로 이 책을 반 조금 더 읽었는데...
좀 아쉬웠어요. 바퀴벌레를 알레고리로 사용하는 데 있어서, 작가가 혼란스러워한 건 아닐까 생각했어요. 바퀴벌레의 능청스러운 의인화가 이상하게 별로 효과적이란 생각이 안 들었어요. 충격적이어야 하는데, 너무 자연스러워서 도리어 당혹스러웠어요. 뭐가 문제였을까... 곰곰.

urblue 2006-01-11 1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생과 함께 살았던 몇 년을 빼면, 서울서 혼자 쭉 살았는데, 전 어째 외로움에 진저리쳐 본 적이 없는건지...쩝...
이 만화, 리뷰 쓸까 했지만 어렵더라구요.

로드무비 2006-01-11 1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블루님, 저도 자취 시절 좋았어요.
초록색 체크 천을 동대문에서 떠다가 가위로 그냥 잘라 압핀으로
눌러놓았던 창문.
대낮에도 어둑어둑해서 비디오 보기에 끝내줬어요.
그 초록체크 커튼(?)이 제 청춘의 무늬예요.
리뷰 쓰기 어려워서 그냥 '내맘대로 리뷰' 써봤어요.^^

namu님, 그죠? 너무 능청스러워서. 저도 고개 갸웃.
그러나 제가 어쩌고 저쩌고 할 문제가 아니라서 그냥 제 식대로
읽어내려갔습니다.
느닷없는 문명 이야기도 조금 생뚱했고요.

발마스님, 아니 제가 무섭다니 ㅎㅎ
만족감으로 코가 벌렁벌렁거립니다.^^

사야님, 아이고 애교스럽기는!
고마워유!^^
(앞으로 다르게 어떻게 사실 건감유?)

mong님, 질색하는 것으로 어른임을 증명해 보이려는 인간들이 많지요.
전 아직은 아닙니다.^^

2006-01-11 14: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깍두기 2006-01-11 14: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 예상이 맞았어.
로드무비님은 외로운 늑대^^

로드무비 2006-01-11 14: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깍두기 여사, 그럼 자기도?=3=3=3

속삭이신 님, 천천히 읽으셔도 되는데.
무리하지 마세요.^^


깍두기 2006-01-11 14: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아니에요. 태어나서 혼자 살아본 적이 한번도 없어서
그저 동경할 뿐이지.
아마 혼자 살면 한달도 못되어서 외로워서 죽겠다고 할지도 모르고
아님 이게 바로 내가 원하던 라이프 스타일이야!
이럴지도 모르고요.
하여간 안해봤다는게.....그게 문제야요.

날개 2006-01-11 15: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 혼자 살면 무지무지 편할 것 같지 않아요? 외로울 새가 있을까요? 먹고 싶을때 먹고, 자고 싶을때 자고, 책도 마음대로 보고....

니르바나 2006-01-11 16: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그 아파트 이름 참 재미있군요.
금남의 집 이름이 '복지'아파트라구요.
수도원이 아니고서야 어쩌자고 저렇게 멋지구레하게 작명했대요.
혹시 앞에 '가나안'이란 단어를 빼먹은 것은 아니겠지요.ㅎㅎ

로드무비 2006-01-11 18: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니르바나님, (뜬금없이) 전 가나안제과 빵이
그렇게 입에 맞고 맛있었는데.
잠시 신세를 지던 서교동 고모집과 제 직장이 있던 서초동 골목에
가나안제과점이 있었거든요.
출근길과 퇴근길에 가나안제과점이 버티고 있었던
셈입니다.
복지아파트가 저는 너무 갑갑하게 느껴졌어요.
알뜰살뜰한 비혼 여성 근로자들은 그 아파트에 들어가 사는 게
꿈이라고 하더군요.^^

새벽별님, 우와, 그런가요?
전 몰랐어요.
새벽별님이 제 냉소적인 리뷰를 좋아해 주실 줄도 몰랐고.^^

날개님, ㅎㅎ 그런 생각을 하실 수는 있겠지만
제가 보기에 날개님은 아니라고 봐요. 깍두기님처럼.
딱 한 달 혼자 살면서 살림도 안하고 줄창 책만 읽었으면 좋겠죠?
그 심정은 이해합니다.^^

깍두기님, 하긴 한 번쯤 경험했으면 좋았겠지만
그런 기회가 없었던 걸 우짜겠습니까!
팔자소관인 것을.=3=3=3

하루(春) 2006-01-11 2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저도 그 아파트 TV에서 봤는데... 작년인가 재작년에요. 그 아파트에 살면 답답할 것 같아요. 그쵸?
참, 저 예전에(벌써 7년쯤 전인 듯) 살던 곳이 가나안제과점(서교동)에서 무지하게 가까웠는데... 지금은 아마 그 제과점 없어졌을 거예요.

kleinsusun 2006-01-11 2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누구랑 방을 같이 쓴다는게 참 쉬운 일이 아니죠?
그래서....제가 아직 싱글인가봐요.호홋

로드무비 2006-01-11 2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흥 모형 사무소 부근이었죠?
동막집 부근이었든가.
저랑 이웃 주민이었네요.
7년 전엔 저도 연남동에 살았는데...^^
(하루님도 개미파는 아니신 듯.ㅎㅎ)

로드무비 2006-01-11 2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선님이 그새!
그게 제일 관건이죠.
그런데 그것도 잘만 협의하면 한 지붕 밑에 살아도
그렇게 부딪힐 일 없을 거예요.
그런 거 미리 너무 겁내지 마시라고. 호홋.^^

하루(春) 2006-01-11 2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흥성모형제작공사(이름이 기흥성이에요)에서 찻길 건너쪽이었어요. 연남동 사셨다는 건 전에 알았죠. 페이퍼 보고.. ^^

하루(春) 2006-01-11 2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let's look 봤더니 사고 싶어졌어요. 사면 안 되는데... 흑~

로드무비 2006-01-11 2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기흥성. 그러고 보니.ㅎㅎ
만화를 거금 주고 사기 좀 그런가요?
이 책은 나중에 리뷰 열 개 추첨해서 1만 원 적립금 준다네요.
땡스투 누르고 지르세요. 헤헤^^

하루(春) 2006-01-11 2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게 아니라 자꾸 책 사면 안 되거든요. 하하~ 변명치곤 참... 하여튼 그렇단 말이죠.
하지만, 적립금은 왜 줘서 사람 맘 흔들리게 한답니까.

로드무비 2006-01-11 2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쉿, 저도 사실 적립금 때문에.
바람구두님이 너무 극찬을 하신 데도 원인이 있지만.ㅎㅎ

하루(春) 2006-01-11 2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실 지난번에 '습지생태...'는 보고 싶은 맘이 크긴 했지만, 평소 '쥐'를 너무너무 싫어하고 무서워하는 관계로 꾹 참고 안 봤거든요. 그런데 이 책은 사고 싶은 맘이 굴뚝 같아요. 만화니까 후딱 읽을 수 있겠죠?

산사춘 2006-01-12 0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부라더랑 같이 살지만 혼자 사는 것과 다름없답니다. 내년 봄에는 진짜 혼자 살 터인데... 기대되어요. (집에나 좀 들어오시지?)

로드무비 2006-01-12 1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산사춘님, 님도 저랑 비슷하시군요.
저도 부라더랑 꽤 오래 살았습니다. 합정동 남양타운에서도 몇 년.ㅎㅎ
혼자 사시는 생활, 정말 기대되는데요?^^

하루님, 후딱 읽어버리면 아깝잖아요.
적어도 두세 번은 읽고 싶은 만화입니다.^^

검둥개 2006-01-13 06: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날아다니는 바퀴벌레는 증말 너무 무서워요.
흑, 오랜만에 나타나서 이런 댓글 달구, 저 나쁘죠? (아니, 반가운 마음에 ^^;;;) =3=3=3

로드무비 2006-01-20 1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오, 저도 무서워요.
그리고 검둥개님이 반갑기만 하고라.^^
 
바보들은 이렇게 묻는다 - 개정판
김점선 지음 / 여백(여백미디어) / 2009년 7월
품절


한 장 한 장 편지 봉투를 열 듯 레터 나이프로 책장을 열어야만 하는 별난 책. 처음엔 귀찮아서 투덜거렸는데 무딘 칼로 새 페이지를 여는 재미에 푹 빠져 마이 도러와 서로 더 많이 하겠다고 싸웠다.
거기다 열 장의 김점선 그림엽서 세트가 따로 왔으니, 검정색 나무칼과 함께!

이렇게 조심조심 봉인된 페이지를 하나하나 열어 나갑니다.

제일 마음에 든 본문 그리고 엽서 그림.

-- 똑같은 그림만을 죽도록 그리다가 죽어야지 하고 맘먹은 적이 있었다.
그러고는 붓꽃을 그리기 시작했다. 한 일주일 그렇게 해보고는 스스로 놀랐다. 일주일 동안 그린 그림이 모두 감이 달랐다. 독자적으로 아름다웠다.(45~56쪽)

이렇게 자기 자신을 꼬셔가면서 그림을 그렸다는 화가 김점선.
이 화가의 경우는 마음 내킬 때 붓을 휘두르면 그림이 척척 나오는 줄 알고 있었는데 의지와 결단이 필요한 작업을 수행하고 있었다니 놀라웠다.

(클릭하면 큰 화면으로 볼 수 있습니다!)

흰색 와이셔츠와 트렌치코트를 입고 앙드레 김을 인터뷰하러 갔던 달포 전 텔레비전 화면 속의 김점선은 <나, 김점선>이라는 책에서 처음 만났던 10여 년 전의 모습과 너무도 달라져 있었다. 처음엔 정말 양아치스러웠는데 지금은 뭐랄까, 너무도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분위기. '멋을 절대 안 낸 것 같은 멋'이야말로 고도의 멋이다. 내추럴 화장이 그런 것처럼!

레터 나이프로 책장을 열었을 때 이런 그림이 짠~ 나타나면 감동을 먹지 않을 수가 없다. 이 책은 거의 모든 페이지가 그림과 사진, 짧지만 통찰력 있는 화가의 글로 채워져 있다.

--나는 하늘에서 내리는 비처럼, 햇볕처럼, 화투처럼 싸구려 그림을 그리는 작가가 되고 싶다.('왜 그림을 그리는가' 중)

--나는 늘 하늘을 등지고 산다. 하늘을 등지고 앉아서 그림을 그리거나 자판을 두드린다. 이런 나를 아픈 장영희가 끌어내서 오랜만에 하늘을 한껏 바라보게 하는 것이다.(...) 이렇게 병상에 누워 있는 자도 힘이 있다는 걸 아픈 사람들이 알까?('장영희! 아자아자!' 중)

피아니스트 신수정, 장영희 서강대 영문과 교수, 소설가 박완서 등과도 절친한 화가. 그들과 나누었던 이야기나 함께했던 어느 한때를 엿보는 재미도 크다.

--바보들은 이렇게 묻는다. 사람이 위대한 점은 가보지 않고도 안다는 것이다. 직접체험하지 않고도 알 수 있다는 것이 아주 훌륭한 점이다. 그런데 바보들은 늘 그렇게 질문한다. 직접 체험 여부를 묻는다. "가봤어?" "먹어봤어?" "해봤어?"(68쪽)

이 글에서 책의 제목을 뽑았구나!
김점선은 어느 날 오십견이 와 그림을 그릴 수 없게 되자 아들에게 컴퓨터를 배워 화면으로 화투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슬퍼하는 두 사람이 있다. 한 사람은 너무 슬픈 나머지 자살해 버린다. 다른 사람은 '슬프다' 하고 공책에 쓴다. 절절이 자신의 슬픔을 써나간다.
그러는 동안 슬픔이 분해된다. 그 글을 읽는 사람에게도 똑같은 정신작용이 일어난다. 읽는 사람이 오래 전에 응어리져 가슴에 박혀 있던 슬픔이 서서히 분해된다. 슬프다고 죽어버리지 않고 슬픔을 공책에 쓰는 사람이 예술가인 것이다.(117쪽)

그림 그리는 시간보다 자신의 그림을 바라보면서 자뻑하는 시간이 더 길다고 고백하는 화가. 다음은 그녀의 대갈일성.

"자뻑이라는 미친 상태가 일생을 채우는 자가 예술가다"

--도회지에서 왕창 망한 남편을 따라 시골로 갔다. 정착한 마을에 당집이 있었다. 보이는 대로 무심히 그렸다. 15년 동안 무심히 그렸다. 그러다 집이 튀어나왔다. 무심히 그리는 작업에서 유심히 자신의 그림을 사고하기 시작한 화가가 풍경 속에서 집을 딸랑 끄집어낸 것이다. (133쪽)


'보이는 대로 무심히 그렸다'라는 게 키워드인 듯한데 15년 동안 무심히 보이는 대로 묵묵히 그릴 수 있는 사람은 정말 드물 지 않을까?


정말 바르게만 살면 누구나 다 예수고 석가라고 말하는 화가.

"그래도 사소한 것에 목숨 건다. 거창한 일은 내 평생 결코 일어날 기미가 안 보이므로......"(170쪽)

이 책을 읽는 내내 그녀의 말과 글이 나는 너무 유쾌하고 미더웠다. 물론 몽환적이고 유니크한 그림 감상 재미도 빠트릴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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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1-10 16: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늘바람 2006-01-10 16: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특이한 책이군요

로드무비 2006-01-10 16: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늘바람님, 화가 김점선의 글과 그림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선물 같은 책입니다.^^

속삭이신 님, 아닙니다요.
잠시 기다리세요. 가서 말씀 드릴게요.^^

2006-01-10 17: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mong 2006-01-10 18: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를 맞는 하얀새가 좋아요
나무칼로 한장한장 여는 재미도 좋아요 ^^

히피드림~ 2006-01-10 18: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봤어요. 예전에 TV에서 중세시대, 수도사들이 쓴 책을 현대에 와서 고전문헌학자들이 나이프로 열면서 한장한장 읽어나가는 것을 보았어요. 그때 보고 참 특이하다 그랬는데, 이 책도 그렇네요. 보통 사진이나 그림이 많은 책은 좀 비싸기 마련인데 그렇지도 않고... 구경 잘 했어요!^^

날개 2006-01-10 2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런 책도 있구만요...^^ 상당히 특이한 방식이네요...

날개 2006-01-10 2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로드무비님 손? +.+ 호오~

blowup 2006-01-11 06: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종이칼을 쓰면 책 옆면이 울퉁불퉁해지지 않나요? 그건 좀 싫은데--;;
근데, 전 바보인가봐요. 저런 질문 자주 하는 것 같은데. 윽.

로드무비 2006-01-11 09: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시다시피 주하가 자른 건 좀 울퉁불퉁해요.
그런데 생각하기 나름이라 재밌다고 생각하면 또 그런대로.
그리고 저도 바보 중의 바보예요.
화가의 말에 의하면.(뭐 아무렇지도 않습니다요.^^)

날개님, 아니 주하 손이라는 게 표가 안 나요?
책 독특하고 괜찮아요.^^

펑크님, 중세시대, 수도사들의 책이 그런 형식이었다고요?
근사합니다.
이 책은 김점선 씨의 장난기가 느껴지는 정도랄까.
종이칼을 넣어 보낸 아이디어도 재밌지 않나요?^^

mong님, 제 말이 바로 그 말입니다요.^^

2006-01-11 14: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날개 2006-01-11 14: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주하 손이었군요..^^;;;;;
모처럼 로드무비님 등장인가 싶어 지레 흥분을......

로드무비 2006-01-11 14: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언젠가 주하 사진들 사이에 제 사진을 슬쩍 끼워놨더니
아무도 알아주지 않더니!
비록 조그만 사진이었지만.
날개님, 제가 그렇게 보고잪으요?ㅎㅎ

로드무비 2006-01-11 14: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님, 님이 안 보이시니 서재활동이 신이 안 납니다.
이 책 나중에 빌려드릴수도 있어요.^^

산사춘 2006-01-12 0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아니, 언제 무비님 사진이 떴단 말씀임까? 앞으로 더 자세히 볼팅께 함만 더 슬쩍 해주세요.

로드무비 2006-01-12 1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산사춘님, 헤헤, 심신 단련에 힘쓰겠습니다.
몰골이 말이 아니라서.=3=3
 
책 먹는 여우 - 좋은아이책 책 먹는 여우
프란치스카 비어만 지음, 김경연 옮김 / 주니어김영사 / 2001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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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나는 세일을 시작한 인근 백화점의 식품 매장에서 허브그린 소금을 한 통 살까 말까
망설이다 사지 않고 그냥 왔다.  그런데 오늘 아침 <책 먹는 여우>를 읽고 있자니 
그것을 매대에 그냥 놓고 온 것이 그렇게 후회될 수가 없다.

더러 출간된 지 아주 오래 된 헌책을 사서 읽을 때가 있는데 그때는 보통 소금 가지고는 부족하다.
책벌레와 쥐오줌으로 얼룩진 퀘퀘한 책에는 허브그린 소금이 딱일 것 같다.
눅눅한 책장을 햇볕에 바싹 말린 후 김이나 다시마 튀각처럼 찹쌀풀을 발라 다시 말려
한 장씩 튀겨 먹는 건 어떨까?

요주의 인물로 도서관에서도 쫓겨나고, 먹을 책이 떨어져 급기야 털모자를 눌러쓰고  
길모퉁이 서점을 턴 여우는 감옥에서 빛나리 교도관을 만난다.

지금에야 슬그머니 고백하는 사실이지만 내 인생에도 빛나리 교도관이 한 명 있을 뻔했다.
나는 여우와는 달리 책보다 영화 필름이 맛있어서 한때 어느 영화사의 담벽 밑을 서성였다.
지금은 영화계의 거물급 인사가 된 나의 빛나리 아저씨는 생선초밥 한 접시를 시켜주고
영화표를 두 장 주며 개봉중인 영화 광고문안을 써보라고 주문했다.
내가 써서 보낸 영화 광고문안이 신문광고에 실렸을 때는 천하를 얻은 것 같았다.
그런데 나의 운은 딱 거기까지였다.

전당포를 들락거리며 살림을 하나하나 내다팔고 읽은 책에 소금과 후추를 뿌려 먹어치우던 여우.
전과자가 되어 불행한 삶을 마감하나 했더니......

인생에서 키다리 아저씨, 아니 빛나리 아저씨는 언제 어떤 복장과 모습으로 다가올지 모른다.
도둑같이, 새 신랑같이 임할지도 모르니 등불을 들고 준비하라,는 교훈까지!

빛나리 아저씨의 도움으로  죄와벌 출판사의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여우를 질투하며 책장을 덮었다.
그런데 나는 아직 책도 영화필름도 똑같이 맛있다는 말이다.
적어도 1년 정도를 버틸 양식은 비축해 두었으니 여우를 부러워하지 않으련다.
그저 어제 저녁 허브그린 소금을 사오지 않은 것이 조금 아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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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g 2006-01-08 1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책도 영화 필름도 음악 시디도 다 맛있어요
저는 소금말고 설탕이랑 계피가루를 좀 살까봐요
ㅎㅎㅎ

kleinsusun 2006-01-08 1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헌책에 허브그린 소금 뿌린 다음에 어떻게 하는건가요?
혹시....제가 유머를 이해하지 못한 건가요? ㅎㅎㅎ

하늘바람 2006-01-08 1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를 너무 재미있게 써주셨네요

하루(春) 2006-01-08 1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독특해요.

sudan 2006-01-08 15: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떤 영화의 광고문안이었는데요? 왠지 밝히시지 않을 듯 싶지만.

도도 2006-01-08 2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집엔 '허브맛솔트'가 있는데요.(확인해보니 백설꺼) 쇠고기를 살짝 구워서 요것에 찍어먹으면 정말 맛있답니다.(오레가노도 들었대서 그런가?)

서연사랑 2006-01-09 0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먹는 여우'는 왠지 그림책이라고 보기에는 너무 심오하지 않나요? ㅋㅋ 그 덕분에 서연이는 반응이 별로네요, 그림 특이하지 색감 개성 넘치지....
그림책 리뷰를 마치 에세이집 리뷰처럼 풀어내신 로드무비님께 추천^^

blowup 2006-01-09 0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화를 또 하나의 우화로 풀어내셨어요. 전, 이 책의 리뷰를 여러 번 보았는데, 어떤 책일지 이제서야 겨우 감 잡았어요. 나온 지 꽤 된 책이군요.

산사춘 2006-01-09 04: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슨 의미일까 했어요. 에이, 역시 남다른 무비님!

비로그인 2006-01-09 1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벌레와 쥐오줌으로 얼룩진 퀘퀘한 책에는 허브그린 소금이 딱일 것 같다.
눅눅한 책장을 햇볕에 바싹 말린 후 김이나 다시마 튀각처럼 찹쌀풀을 발라 다시 말려 한 장씩 튀겨 먹는 건 어떨까?'

다른 건 아무것도 안 보여요. 전 이 문장들과 사랑에 빠졌다구요..@,.@

로드무비 2006-01-10 1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복돌이님, 님이 저 문장 좋아해 주실 줄 알았당께요.^^

산사춘님, 허브그린솔트 가지고 리뷰를 하나 쓸 줄은
저도 몰랐답니다.ㅎㅎ

namu님, 사실은 서재 순위가 간당간당하길래
급히 한 권 읽고 쓴 거랍니다.
5천 원 적립금 받는 데 성공했어요!^^V
(이 책 꽤 유쾌하고 알찹니다. 한 권 옆에 두는 것 강추!)

서연사랑님, 님도 이 책 좋아하시는군요.
하이드님 포토리뷰 보고 보관함에 넣어뒀던 책이었어요.
초등 1, 2학년에게 딱인 책인데 어른이 봐도 너무 재밌으니...^^

madpluto님, 오레가노가 뭔지 모르겠지만.
저도 친구집에서 고기 구워먹을 때 뿌려봤는데
향이 신선하더라고요. 그런데 L백화점에서 조그만 것 한 병에
3천 원을 받더군요. 세일을 안하길래 아까워서 못 산 것.^^;;;

수단님, 에, 그 영화가 무신 영화였더라?ㅎㅎ
나중에 님께만 살짝 갈챠드릴게요.^^

하루님, 좀 독특했나요? 고맙습니다.
이게 뭔 리뷰냐고 추천 안 눌러 주실 줄 알았어요.
열 분이나 눌러주신 거 확인하고 얼마나 기분 좋았는지...^^

하늘바람님, 재밌게 읽어주셔서 더욱 고마워요.^^

수선님, 끓는 기름에 바싹하게 튀긴 책장 한 장 한 장에
허브그린 소금을 솔솔 뿌려 먹겠다고요.^^

mong님, 계피가루, 좋은데요? 역시!^^

2006-01-10 13: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6-01-10 16: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님, 오레가노가 뭔지 너무 궁금하네요.
손꾸락 입에 물고 기다릴게요.
그리고 물론 그 사실 저도 알지요.
모를까봐 앙탈이셔요?ㅎㅎ

2006-01-10 17: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6-01-10 17: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왠지 그 단어가 귀여워서......ㅎㅎ
우체국 한 번 나가기가 명절에 고향 방문하는 것보다
힘든 일로 느껴질 때가 있는데......
수고하셨슴다.^^
 
연애중독
야마모토 후미오 지음, 양윤옥 옮김 / 창해 / 2002년 5월
평점 :
절판


오며가며 지나가다 눈에 띄는 과자봉지에서 과자를 한 움큼 꺼내어 입에 털어넣고
바짓가랑이에 쓱 손을 문지르는 기분으로 한 권의 소설을 읽었다.
이틀 동안 그 과자봉지는 텅 비었다.
야마모토 후미오의 <연애 중독>, 이 작가의 책은 <플라나리아>에 이어 두 번째이다.

제목이 '연애중독'이라고 해서 꽤나 뻑적지근한 남녀의 사랑 이야기가 나오나 했더니
그것도 아니다.
자신의 기호대로 '불쌍한 구석이 있는 여자'들만 골라 닥치는 대로 건드리고 수하에 두는
남자 주인공 이츠지 고지로의 연애와 결혼생활이 신통하거나 예쁠 것 없는 것은 물론이고,
유치원 시절부터 타인과의 관계맺기에 곤란을 겪었던, 그리고 '미우(美雨)'라는
자신의 너무 예쁜 이름에 단 한번도 마음 편한 적이 없었던 미나즈키의 연애도
달콤함이나 화사함과는 거리가 멀다.


그러나 제법 책의 앞부분, 이혼녀에 도시락집 점원인 미나즈키 미우가 유명한 연예인 이츠지 고지로와
처음 손님과 종업원으로 만나는 장면은 꽤나 실감나고 가슴 설레었다.

"볶음밥하고 만두는 어떨까요? 야채스프까지 함께 드시면 영양적으로도 좋아요."

이렇게 똑부러지고 상냥하게 유명인 손님에게 눈 하나 깜짝 안하고 맞춤한 도시락을 권하던
그녀가 끝까지 자기 페이스를 잃지 않고 연애의 흐름에 세련되게 몸을 맡겼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러나 연애의 묘미는 바로 자기의 페이스가 헝클어지는 데 있는 법이다.
헝클어지는 정도이면 괜찮게?
자기에게 만정이 떨어지는 경험을 하면서도 그 짓을 멈출 수 없는 것이 연애에 빠진 상태의
인간인 것이다.

--부모는 그저 부모일 뿐이고 친구는 그저 친구일 뿐이었다.
그렇다고 스스로도 나 자신을 좋아하지 못했던 내가 태어나 처음으로 사랑한 사람이 그였다.
내게도 타인을 사랑하는 능력이 있구나, 나는 나란히 깔아놓은 이불 이편에서 눈물을 글썽였다.(152쪽)

소심한 인간이든, 대범한 인간이든 연애에 빠져 있을 때는 한없이 쪼그라들게 마련이다.
객관적으로 봤을 때 그 자신 좋은 조건을 모두 구비했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이다.
상대의 눈빛 하나에 천국과 지옥이 오간다.
어떤 계기로 그 이상한 마법 상태에서 풀려났을 때 상대를 보면 황금마차는 호박으로 변해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인생에서 최고의 쾌락은 사랑이요, 연애가 아닐까?

그러니 매사에 자신없고 소심한 사람의 사랑이나 연애는 더 힘겹게 마련이다.
나는 나란히 깔아놓은 이불 이편에서 눈물을 글썽였다는 미나즈키의 마음을 너무 잘 알 것같다.
결혼식을 마친 후 친구들의 배웅을 받으면서 남편의 고물차에  오르며 나는 내 몫의 남자를
하나 확보했다는 안도감에 만세를 불렀으니까!

내 생각에 미나즈키는 전 남편도, 이츠지 고지로도 제대로 사랑하지 않았다.
자신도 연애를 하고 있다는, 즉 이 무서운 세상에 더이상 혼자가 아니라는  안도감을 즐겼을 뿐이다.
남자란 어리숙한 것 같으면서도 한없이 영악한 동물이어서 그녀의 마음속 사정을 눈치챈 순간
냉정한 얼굴로 돌아서버린다.

아무튼 나를 향한 상대의 마음이 식었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는 결혼을 하고 나서도
여전히 남아 있는 문제이다.(그 반대의 경우도.)
우리 부부는 결혼 초 이런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만약 살다가 우리에게 누군가가 생겨 그 사람을 더 사랑하게 되면 솔직하게 고백하고
맨몸으로 집에서 나간다.
먼저 약속을 깬 사람이 아이와 공동의 저금을 두말없이 상대에게  넘겨준다.

그래서 우리 부부는 공동의 저금을 만들지 않고 닥치는 대로 써버리는 걸까?
그럴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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깍두기 2006-01-03 1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하하하하하
마지막 문장에 얼마나 웃었는지 눈물이 줄줄 흐릅니다!

나도 결혼 초에 저런 약속이나 해 둘 걸!^^

urblue 2006-01-03 1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단락에서 풉, 웃고 나니, 이거 웃을 일이 아니잖아욧!

플레져 2006-01-03 1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처럼 저는 말 할 수 없어요.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도 불안해죽겠는데 그 말을 했다가는 현실이 될 것만 같아서, 이 새가슴은 그저 감탄만 합니다.
새해에도 열심히 독서하는 로드무비님! 반가워요~ ^^

물만두 2006-01-03 1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blowup 2006-01-03 1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구석구석 재미나고 새겨둘 만한 말이 많은 리뷰예요.
저렇게 구체적인 대화는 안 했지만, 저도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막상, 맨몸이라니, 두렵긴 하군요.--;;


라주미힌 2006-01-03 1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착한 부부세요.. 맨 몸으로 나간다라...
요즘시대는 알몸으로 내 쫓을 것 같은데... ^___^;

로드무비 2006-01-03 1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라주미힌님, 입은 옷은 보장하기로 했습니다.^^

namu님, 헉, 맨몸으로 나갈 것을 상상하시다니!^^

물만두님, 헉,은 무신 뜻입니까.^^

플레져님, 하나 아셔야 할 것은 '말'만으로는 이 세상에 저보다 쿨한 인간이
없을 거라는 겁니다.
실제로는 어떤 추태를 연출할지 어떻게 알겠습니까!^^

블루님, 그래도 지난해 말, 적금 하나 들었어요. 너무 걱정 마세요!^^

깍두기님, 지금이라도 약속을 하시는 게!^^
(그런데 그 대목이 그렇게 우스운가요? 히히~)


이리스 2006-01-03 14: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저기 저 비슷한 결심을 한 부부 내 주변에도 있던데. 먼저 배신 때린 사람이 왕창 뒤집어 쓰는 것으로 ㅋㅋ

mong 2006-01-03 14: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도 리뷰지만...댓글들의 내공도 만만치가 않아요~
^^

2006-01-03 15: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06-01-03 16: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남자는 결혼할때 니가 다른사람을 만나 더 행복하게 살 수 있다면 너를 보내주겠다 이런 조건을 내세웠다죠(물론 통장의 돈도 반도 준다고 하고요.ㅎㅎ)
근데 결혼하고 나선 니가 다른 사람과 더 행복할 수 있더라도 나랑 살자로 바뀌었습니다(아무래도 통장의 돈 반이 아까와서인거 같다는..^^;;)

2006-01-03 16: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6-01-03 16: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미나즈키가 맞는 거죠? 고마워요.^^

사야님, 그 비결이 뭡니까? 남자를 꽉 잡는!^^
전 정말 책장수님 고맙게 생각해요. 저랑 살아줘서.
그렇지만 마음이 변한 걸 안다면 억지로 붙잡고 살지는 않을 겁니다.^^

속삭이신 님, 우와, 너무 감사합니다.
이런 충고 정말 하기 쉽지 않을 터인데.
님을 만나 정말 행운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참, 노란연필은 왜 거기 들어갔을까요?
아무튼 모든 말씀이 반갑고 고마울 뿐입니다.
명심할게요.^^

mong님, 댓글의 내공이 진짜 내공인데......^^

낡은구두님, 조영남을 제가 많이 미워하지 않는 이유가 그래도
헤어지는 여자에게 자신의 저금통장을 전부 주었다는 겁니다.
자신이 먼저 배신 때려놓고 한푼도 안 주고 쫓아내려 획책하는
비열한 인간이 너무 많아서 말이죠.^^

새벽별님, 님의 끄덕끄덕이 반갑네요.^^

히피드림~ 2006-01-03 16: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우'는 류이치 사카모토 딸 이름인데,,, ^^ 이름이 너무 예뻐서 나중에 딸 낳으면 생각해 둔 이름 중 하나였어요. 로드무비님 리뷰는 잘 읽었어요. 어떤 책인지 구경하고 왔답니다.

sandcat 2006-01-03 17: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산에 관해선 한 번도 얘길 나눠보지 않았군요.
내, 오늘 당장!
(새해에도 님의 스케일은 여전하군요)

로드무비 2006-01-03 17: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얘길 나눌 만한 재산이 있으신가요?ㅎㅎ
그렇담 너무 다행이고요.=3=3=3
(그런데 '스케일'이 무슨 뜻인지 아리송!^^)

펑크님, 류이치 사카모토와 김원봉에 대해선 모르는 게 없으시죠?ㅎㅎ
전 되려 마이 도러 이름 지을 때 너무 예쁜 이름은 기피했어요.
그 결과가 주하.
'서우'라는 이름이 멋지다고 생각한 적 있어요. 남자 이름으로도.^^

비로그인 2006-01-03 17: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신 비결이요?
맨날 술마시다가 쫓겨나지 않을까 떨고 있는데
그냥 겉으로 의연한 척 하는거요? 하하
근데 살아줘서 고맙다는 건 아무리 그래도 로드무비님 답지 않아요..^^;;
아님 책장수님이 소울메이트던가요 그런거죠? ㅎㅎ

sandcat 2006-01-03 17: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나 연애의 묘미는 바로 자기의 페이스가 헝클어지는 데 있는 법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인생에서 최고의 쾌락은 사랑이요, 연애가 아닐까?
..나는 내 몫의 남자를 하나 확보했다는 안도감에 만세를 불렀으니까!

등의 문장에서 보이는 마음의 스케일입지요.
(물론 닥치는 대로 쓰는 경제적 스케일 포함 =3=3)
너무 예쁜 이름 기피했던 거 말이예요.
괜시리 뒤통수가 근지러워질까봐 그러셨나요?


로드무비 2006-01-03 18: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님, 아니네;; 샌드캣님! 바로 그겁니다.
이름이 너무 예쁘면 낯간지럽더라고요.
그런데 님의 아이 이름은 정말 마음에 듭니다.
제 맘에 들어봤자지만......
(그 단어에 대한 자세한 설명 고맙습니다. 호호~)

사야님, 아니 저랑 비슷한 고민을 한다니 이렇게 반가울 수가!ㅎㅎ
쫓겨나면 우리 둘이 힘을 합쳐 살아보지요, 뭐.
그리고 그 말은 진심인데요?
알고보면 결격사유가 좀 많은 인간입니다.^^

비로그인 2006-01-03 18: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허걱
아니 어떻게 힘을 합쳐 살아요?
전 경제적 능력도 없는데
전 그냥 쫓겨나게되면 놈팽이나 하나 잡아서
또 빌붙어 살아야한다구요..흑흑

제가 결격사유가 더 많죠?
(이건 원 지난번 처럼 누가 누가 못난건가 대회가 열렸군요..ㅎㅎ)

로드무비 2006-01-03 18: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허걱, 둘이 힘을 합쳐 대폿집이라도 하나 차리면
입에 풀칠은 되지 않을까 했는데......
'결격사유'는 그냥 넘어가자고요.ㅎㅎ

비로그인 2006-01-03 18: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밥집도 아니고 대폿집이라니..
로드무비님과 저랑 자본금 말아먹는데 딱 한 달 걸리리라 사료되옵니다..흐흐
그냥 우리 안 쫓겨나게 잘 지내요..^^;;

로드무비 2006-01-03 18: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그, 그러십시다요. 사야님.^^;;
(쪼매 아쉽네요.)

로드무비 2006-01-03 18: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벽별님, 그랬다니까요.
살던 집은 빼고!^^

blowup 2006-01-03 1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기 댓글 무지 재미있어요. 로드무비 님. 사야 님. 대폿집에 찬성. '세 과부집' 어떤가요?

로드무비 2006-01-03 1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그런데 '쌍과부집'이 아니고 '세 과부집'?
ㅎㅎ님도 슬쩍 끼시려고?
만세!!!^^

비로그인 2006-01-03 19: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허걱
과부집이라니.
그냥 남편이 스무살이나 어린애랑 바람나는게 낫겠어요..-_-
만약이긴 하지만 우린 소박을 맞는 거라구욧!
나무님까지 끼신다니 생각을 해봐야겠군요
절 마담시켜주신다면 말이죠..ㅎㅎ
로드무비님
오늘 정말 즐거웠습니다. 신랑이랑 할 일이 있어서 왔다리 갔다리 하며 다느라 더 재밌었어요..^^

mong 2006-01-03 1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그럼 가서 바람 잡을래요
푸하하

하루(春) 2006-01-03 2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라나리아'도 안 읽었는데... 흑~
그나저나 잘못된 거 알려드려요. 설레었다(X) --> 설렜다(O)

날개 2006-01-03 2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댓글읽다 리뷰 내용 다 까먹었어요..ㅡ.ㅜ 댓글이 왤케 긴겁니까!
뭐.. 여하튼간에 젤 마지막 문장에 추천이요!ㅎㅎ

로드무비 2006-01-03 2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날개님, 자세히 보면 저랑 사야님이 주고받은 거이 대부분입니다.
추천은 고맙구유.헤헤 ~^^

하루님, 알려주셔서 감사.^^
그런데 그냥 저렇게 쓰는 게 진짜 가슴 두근거리는 것 같지 않아요?
자장면-짜장면처럼!=3=3=3
(읽으시려면 <플라나리아>부터 읽으세요.^^)

mong님, '삐끼'를 하신다고라?
전 카운터를 맡길 생각이었는디!=3=3=3

사야님, 오늘 님과의 실시간 리플 너무 재밌었어요.
전 채팅을 한 번도 안해봤는데 오늘 우리가 나눈 얘기가 거의
채팅 수준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맞죠?ㅎㅎ
그런데 처음으로 '내 남자'가 아니라 '신랑'이라고 하셨어요.
오오, 산뜻한데요?^^

2006-01-04 01: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조선인 2006-01-04 0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하하하하 즐거운 리뷰에 즐거운 댓글이에요. 지난밤 이렇게 재미난 이야기가 오고갈 동안 쿨쿨 잠만 잤다니 아쉬운 걸요.

mong 2006-01-04 1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넵 그럼 저는 삐끼+카운터+디제이+잔심부름
등등 도맡아서 하겠습니다...음하하

로드무비 2006-01-04 1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mong님, 정리해 볼까요?
사야님은 얼굴마담, 몽님은 삐끼+카운터+디제이+잔심부름,
저는 주방 책임자.
namu님과 사야님이 서로 간판 마담하겠다고 하시면 어쩌죠?^^

조선인님, 어제 저녁 무렵에 나눴던 이야기들이에요.
리뷰 내용에 따라 댓글이 많이 달릴 수도 있다는 사실을
또 한 번 깨달았습니다.
(여기서 '내용'이란 흥미 위주의 스토리를 말함!ㅎㅎ)

물만두 2006-01-04 1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우리 부부는 공동의 저금을 만들지 않고 닥치는 대로 써버리는 걸까?
그럴지도 모른다.

blowup 2006-01-04 14: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럴리가요?
나이로 보나, 카리스마로 보나 사야 님이 왕마담이시죠.
전 주방과 홀을 오가며 잔심부름이나 하려구요.
몽 님. 잔심부름은 제게 넘겨요.
근데, 제가 예전에 검은비 님한테도 까페 하라고 부추겼는데.
검은비 님도 잘 어울리죠?
거기는 낮 장사 시키고, 저희는 밤 장사 하고.
전 하루에 두 탕 뛰어야지.

로드무비 2006-01-04 15: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namu님, 고정하시옵소서!^^
(혹시 주방 책임자 자리를 넘보시는 건?ㅎㅎ)

물만두님, 땡큐!^^

검둥개 2006-01-05 04: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하하하하!!!! (헤진 입에 맛 간 허리로 웃느라고 고통을 참아가며)
41번째 코멘트, 12번째 추천입니다!!! ^^*

로드무비 2006-01-05 08: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검둥개님, 하이고, 추천도 코멘트도 캄사합니다.^^
(그나저나 빨랑 나으셔요.)

비로그인 2006-01-05 1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뒤늦게 읽고 갑니다.
저도 얼마 전에 읽기를 마친 책인데 책읽는 내내 괴롭고 싫었어요.
뭐랄까. 그냥 공연히 짜증이 나고 싫은 느낌이 들더군요.
연애며 사랑이며 다 진저리 난다 어처구니없다는 생각이 들고요.
물론 심히 공감이 간 구절들도 많았습니다만...

리뷰 잘 읽고 갑니다~
(무슨 말을 하려던 건지 마무리가 잘 안되어요 >_<)

로드무비 2006-01-05 19: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체셔고양이님, 오랜만입니다.
읽을 때 짜증이 나고 싫은 느낌이 뭔지 알겠어요.
저도 치근치근한 건 딱 질색이라.
그래도 그냥 객관적으로 읽으면 그럴 수도 있겠다 싶긴 하더라고요.
중심을 하나 잡으려는 인간의 몸부림으로 비쳐져서.
너무 허한 사람이었잖아요.

말씀 남겨주셔서 고맙습니다.^^

kleinsusun 2006-01-07 1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한줄 한줄 고개를 끄덕이며
어쩜 이렇게 로드무비님은 사랑의 본질을 잘 알까...감탄하며 읽다가
마지막 문장 읽고 기절했습니다. 넘 웃겨요.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로드무비 2006-01-08 08: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선님, 제가 님을 조금 웃겼나요? 흐뭇.^^

도도 2006-01-08 2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연애의 묘미는 바로 자기의 페이스가 헝클어지는 데 있는 법이다"면?
결혼의 묘미는, 맨날 똑같은 '페이스 face'를 봐야한다는 데 있죠?

산사춘 2006-01-09 04: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랑 댓글이랑 다 느무 재밌어요. 근데 껍닥만 건드리고 마는 연애스토리들에 더 짜증이 나는 결과가... ㅎㅎㅎ

DJ뽀스 2006-01-09 2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도 읽으셨군요 ^^: 이 작가 작품 다 번역되었으면 좋겠어요.
세권 다 읽고 나니 감질납니다. ㅠ.ㅠ
연애중독...저같이 삼십줄에 연애한번 못 해본 인간에겐 정말 부러운 단어군요. ㅋㅋ

로드무비 2006-01-10 1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DJ뽀스님, 저도 이 작가의 책 모두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신간 나오면 서로 정보 나누어요!^^
(연애중독, 저와도 너무나 거리가 먼 말입니다. 어쩌다 남편을 꿰차긴 했지만...^^)

산사춘님, 전 이렇게 댓글 긴데 추천수 안 느는 리뷰 처음 봅니다.ㅎㅎ
저도 왕창 벗은 연애소설이 재밌어요.
껍데기도 속마음도...^^

madpluto님, ㅎㅎ 유머러스하십니다.
아이는 아직도 공룡책을 좋아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