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샀다. 신간을 돌처럼 보려 했으나 그러지 못했다. 세상엔 예쁜 돌이 얼마나 많은가. 더 사고 싶은 걸 참았다. 은근슬쩍 추석이니, 나를 위한 추석 선물이라고 적당한 이유를 달았다. 9월의 즐거움을 위해. 그 대신 읽을 것 같지 않은, 읽다 만 책을 정리했다. 나가고 들어오는 권수가 비슷하니 내 방 책장은 여전히 지저분할 예정이다.


산 책은 이렇다. 에세이 두 권, 소설 두 권. 일부러 맞춘 건 아닌데 짝꿍 같은 4권이다. 소설은 장편 하나, 단편 하나. 한국 소설 하나 외국 소설 하나. 에세이는 한국 에세이와 외국 에세이. 문진영의 소설이 새로 나온 걸 알았다. 이번 소설까지만 읽어야지 하는 마음으로 샀다. 조해진, 김애란의 장편도 나왔는데 나는 모두 살 수 없었고 그 가운데 가장 읽고 싶은 게 무엇인가 고민했다. 문진영을 선택했으나 나머지 두 소설에 대한 미련은 가득하다. 조만간 곁에 둘지도 모르겠다. 정말 오랜만인 김애란의 소설이 우선순위가 될 것 같다.






문진영의 장편 『미래의 자리』, 클레어 키건의 단편집 『푸른 들판을 걷다』, 처음 읽게 될 이승우의 산문 『고요한 읽기』는 제목이 너무 좋다. 소설가 한유주가 번역한 『상실과 발견』에 대한 기대도 크다. 소설가가 번역한 책이 늘고 있다. 그들은 소설도 쓰고 번역도 하고 대단한다. 한유주, 김유진, 백수린 가운데 백수린의 번역한 책은 읽었고 안온북스에서 나온 사강의 소설은 김유진의 번역이다.


9월이 되고 밤에는 창문이 활짝 열리지 않는다. 에어컨의 코드도 빼놓았다. 낮의 열기는 아쉬움이라 여긴다. 여름도 인사도 없이 이별을 하고 싶지 않을 테니. 그나저나 올 추석은 왜 이리 빠른가. 친구에게 맛있는 배추김치가 먹고 싶다고 말했다가 배추 값이 얼마냐 올랐는지 아냐는 소리를 들었다. 김치를 담그기는커녕 얻어먹는 주제라 다음 말이 쏙 들어갔다. 사과 값은 안정되고 있다는 게 그 자리를 배추가 차지하나 보다. 그래도 맛있는 배추김치가 먹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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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4-09-05 12: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엇! 제가 아직 저에게 추석 선물을 안해줬네요? 이 글 보고 저도 추선석물 사러 갑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자목련 2024-09-06 09:38   좋아요 1 | URL
조카 1, 2, 3 선물이 아닌 다락방 님을 위한 선물!!
어떤 책을 사셨을까 궁금합니다^^

레삭매냐 2024-09-05 16: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세상의 모든 돌들을 사제끼고 싶습니다.

그래도 최대한 돌들을 들이지 않으려고
발버둥쳐 봅니다.

아 그리고 보니 추석이군요. 나에게 추석
선물 하나 장만해야겠네요.
미미 여사 신간으루다가.

자목련 2024-09-06 09:39   좋아요 1 | URL
예쁘고 특이한 돌들이 무지 많아요 ㅎㅎ
나에게 추석 선물은 무조건 찬성입니다!!

stella.K 2024-09-05 18: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가끔은 신간을 사고 싶긴하지만 사 봤자 당장 못 읽고 묵혔다 읽을텐데 그럴바엔 차라리 중고로 나오면 사자합니다. 근데 요즘 책들이 넘 미끈하고 예쁘게 잘 나오고 있어요. 내게 주는 선물인데 미끈하고 예쁘게 해 줘야죠. 잘 하셨습니다. 저는 이번엔 연휴랑 겹쳐서 추석이 내 생일이려니 합니다. ㅋ

자목련 2024-09-06 09:40   좋아요 1 | URL
정말 책들이 너무 예뻐요. 책상 상승의 요인이겠지만 그래도 눈이 갑니다 ㅋㅋ

구단씨 2024-09-06 09: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늘 그렇듯, 읽지는 않아도 사고 싶은 게 책이네요. ^^
자목련님 말씀 덕분에, 저도 이번에 저에게 명절 선물을 해야겠어요.
며칠 동안 다른 어른들께 선물 뭐해야 하는지 고민하느라 머리 아팠는데,
정작 저에게도 선물할 수 있다는 생각을 왜 못 했는지 모르겠어요. 흥!
이번 기회에 애매하게 살까 말까 망설이며 보관함에 넣어두었던 책을 몽땅 사야겠어요!!!

자목련 2024-09-06 09:41   좋아요 1 | URL
명절 선물 고르는 일, 두통을 불러옵니다.
보관함의 책들 몽땅 사세요. 즐겁게 사세요!!
 
음악소설집 音樂小說集
김애란 외 지음 / 프란츠 / 2024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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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전 늦은 퇴근을 하고 시외버스를 탔다. 연인을 만나러 가는 길이었다. 연인을 만나러 가는 길이었는데 행복하지 않았다. 연인보다는 늦게까지 일을 끝내고 헤어진 친구가 걱정되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업무의 과중함과 스트레스로 자주 맥주를 마셨다. 그날은 연인과의 약속 때문에 맥주를 마시지 못했다. 시외버스 좌석에 앉아 버스 창밖의 어두운 풍경을 바라보며 나는 아주 작은 소리로 중얼거리듯 노래를 불렀다. 당시 힘들 때마다 나를 위로했던 노래는 ‘때로는 너의 앞에 어려움과 아픔 있지만으로 시작하는’ <축복송>이었다. 시간이 흘러 <축복송> 대신 다른 노래가 차지했다. 최근에는 클래식 연주를 듣는다. 가만히 음악을 들으며 고른 호흡을 하려고 애쓴다. 그런 시간이 오지 않기를 바라지만 익숙한 경험에도 익숙해지지 않는다.


음악을 주제로 한 다섯 작가의 단편 『음악소설집』을 읽으면서 몇 개의 장면, 그 위로 흐르던 음악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음악에 기대어 울 수 있었던, 음악 소리에 숨어 훌쩍이던 순간이 고맙게 느껴겼다. 살다 보면 나의 노래, 나만의 연주 같은 게 생기기 마련인데 『음악소설집』은 나만의 음악소설로 여기고 싶은 욕심을 안겨준다. 그렇다고 5개의 단편이 아주 특별하나고 묻는다면 그건 아니라고 말하겠다. 스치고 지나 기억이 잘 나지 않는 짧은 순간의 인연처럼 쉽게 지울 수 없는 아련하고 애틋함 같다고 할까. 나는 그게 좋았다. 우연이겠지만 5개의 단편은 죽음과 상실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추운 겨울에 손이 시려서 두 손을 비비는 내게 장갑을 끼워주는 것 같았다. 이상하게 따뜻했다. 어쩌면 나는 이 소설집에 대해 쓰려는 게 아니라 그냥 내 감정에 대해 쓰고 싶은지도 모른다. 아무려나 그게 무슨 상관일까 싶지만 말이다.


김연수, 김애란, 편혜영, 윤성희, 은희경 작가의 소설을 읽으며 함께 늙고 있다는 게 왠지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먼저 읽은 건 김연수의 단편 「수면 위로」다. 사랑하는 이의 죽음은 남겨진 자의 삶을 무기력과 절망으로 이끈다. 애인 ‘기진’의 죽음은 ‘은희’에게 삶은 그런 시간이었다. 호흡이 힘들어진 ‘은희’는 우연한 동영상을 보다가 ‘기진’의 목소리를 듣는다. 그리고 들려오는 ‘영천의 오므라이스’는 은희도 아는 이야기였다. 어느 여름밤 기진이 들려준 엄마의 우울과 죽음, 그리고 피아노 연주. 어린 기준에게 엄마의 우울은 어떻게 보였을까. 우울과 죽음으로 까맣고 어두운 화면과 노란 오므라이스와 드뷔시의 달빛이 교차로 반복되는 느낌. 그렇지만 나는 이 소설에서 주문 같은 이런 부분이 좋았다. 너무 당연해서 애써 외우거나 간직하려 하지 않았던 인생의 법칙 같은 주문.


인생도 그런 게 아닐까? 나는 행복하고 슬프지 않다. 나는 행복하지 않고 슬프다. 나는 행복하고 슬프다. 나는 행복하지도, 슬프지도 않다. 이 모두를 말해야지 인생에 대해 제대로 말하는 게 아닐까? (90쪽, 김연수의 「수면 위로」)


김애란의 「안녕이라 그랬어」의 화자 ‘은미’도 엄마와 작별했고 오랜 사귄 애인과 이별했다. 엄마의 간병을 위해 직장을 그만두고 집으로 내려왔다. 엄마의 죽음 후 은미는 경력 단절의 자신감을 상실한 사십 대의 중년 여성이었다. 뭐를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외국어를 배우기로 한다. 화상 영어 사이트에서 원어민 교사에게 영어를 배우면서 한국어로 ‘안녕’이란 말은 무엇인지 질문을 받는다. ‘안녕’이란 단어에 결혼을 약속했지만 이별한 남자친구와의 팝송을 들었던 아침을 떠올린다. 상실의 조각으로 남은 기억을 통해 시간이 지난 후에야 고통을 말할 수 있고 조금이나마 헤아릴 수 있다는 알 게 된다.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다고 여겼던 은미의 삶에 ‘안녕’을 전하고 싶었을 남자친구의 마음. 김애란은 누군가를 만나 반갑게 인사를 전하는 안녕, 누군가의 안녕을 바라는 소중한 말을 그렇게 전한다.


소설마다 명랑한 슬픔을 안겨준 윤성희는 「자장가」에서도 다르지 않았다. ‘나’는 횡단보도를 건너다 트럭에 치여 죽은 고등학생이다. 죽었지만 죽지 않아서 엄마를 따라 집으로 간다. 엄마가 자신의 죽음으로 슬퍼서 잠도 못 잘까 걱정이 되어서다. 그런데 엄마는 너무 잘 자서 슬펐다. 그러다 엄마가 꿈에서 ‘나를 만나고 싶어 잠을 잔다는 걸 알게 되고 꿈속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엄마를 위해 자장가를 불러준다. 소중한 사람을 토닥토닥 쓰다듬는 단편이다. 자식을 잃은 부모, 부모를 두고 떠나지 못하는 자식의 마음을 알지 못하겠지만 그 다정한 손길은 알 것 같다.


구스타브 홀스트의 ‘행성’을 소재로 한 은희경의 「웨더링」은 묘한 여운을 남긴 소설이다. 기차의 4인석에서 만난 네 명에게 다른 의미로 다가오는 구스타브 홀스트의 ‘행성’이야기라고 하면 맞을까. 클래식을 대하는 저마다의 태도와 생각에 대한 차이를 불러오는 동시에 네 명 중 두 명이 직장 동료의 부친상 소식을 듣고 장례식에 가는 것과 나머지 둘 중 하나인 노인이 펼쳐보는 구스타브 홀스트의 ‘행성’의 악보. 서로 다른 삶을 살아왔지만 그들이 고통적으로 마주할 게 죽음이라는 사실.


죽은 엄마가 뜨다 만 초록 색 스웨터의 사연이 궁금한 편혜영의 「초록색 스웨터」는 초록색 스웨터를 입은 기분이 드는 소설이다. ‘경주’는 엄마가 돌아가시고 몇 년이 지나 엄마 친구 영주 이모와 함께 강화도로 향한다. 엄마에게 빌린 돈 오백만 원을 받기 위해 엄마 친구 나주 이모를 찾아가는 길이다. 소설은 엄마가 뜨다 만 스웨터가 누구의 것인지, 여러 사람의 손을 빌려 조금씩 완성돼가는 스웨터와 엄마의 이야기를 따뜻하고 포근하게 들려준다. 경주는 초록색 스웨터가 완성될 때까지 시간이 필요한 것처럼 자신에게도 그 모든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된다. 엄마가 슬픔만 남겨두고 간 게 아니라는걸.


소설을 읽으면서 일부러 소설 속 음악이나 노래를 찾아듣지는 않았다. 그런데도 소설을 읽는 동안 그 음악이 곁에서 맴도는 것 같았다. 나만 느꼈던 건 아닐 것이다. 교교한 달빛, 낮고 작은 자장가, 전쟁 같은 요란한 연주, 귀를 귀울여야 들을 수 있는 낡은 음색, 나도 모르는 사이 따라 부르는 팝송, 이 모든 음악이 흐르고 자신만의 음악을 연주하는 게 인생이라는 걸 말이다.


글을 쓰는 동안에는 비발디의 사계를 들었다. 벚꽃 흩날리는 봄밤, 비 내리는 여름밤, 달이 가득한 가을밤, 눈 내리는 겨울밤에 다시 만나고 싶은 단편이다. 상실의 시간을 쌓여가고 허무한 인생이라는 생각이 짙게 스며질 것이다. 그래도 그때도 좋을 것이다. 지금 좋았던 것과 다른 이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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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은빛 2024-09-04 0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90년대에 대만의 만화가 임정덕이 연재한 [영건]이란 만화를 보면 각 장의 소제목이 모두 팝송 제목이었어요. 정확한지는 모르겠지만, 만화가가 해당 노래를 듣고 떠오르는 내용으로 각 장의 이야기를 그려나갔다고 어디선가 읽었던 기억이 있어요. 그래서 젊은 시절에 저도 좋아하는 팝송 제목을 소제목으로 소설을 써보기도 했는데, 그런 방식으로 길게 이야기를 이어가는 것은 쉽지 않더라구요.

장편소설은 어렵겠지만, 단편이라면 가능할 것 같네요. 다섯 명의 작가 모두 익숙한 이름들이라 어쩐지 글의 수준도 괜찮을 것 같아요. 일단 보관함에 담았습니다. 고맙습니다!

자목련 2024-09-04 11:40   좋아요 0 | URL
감은빛 님도 좋아하실 단편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을에 천천히, 한 편을 읽고 나중에 다른 한 편을 읽어도 괜찮을 그런 단편집이에요.
 

이상하게 오늘이 9월 1일인 것 같다. 8월은 힘들고 긴 시간이었다. 더위에 약한 나는 올여름을 조금 다르게 기억할 것 같다. 먹고사는 일의 위대함을 새삼 느꼈다. 내가 먹자고 나를 위해 무언가를 끓이고 데치고 볶는 일이 정말 귀찮았다. 움직이지 않고 멈춘 채 모든 게 내 앞으로 이동하면 좋겠다고 생각할 정도였으니까. 아무튼 2024년 여름, 정확하게는 8월은 유독 나를 지치고 힘들게 했다. 응급실에 다녀온 8월이기도 했다.


지난번 꺼냈던 삼계탕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그러니까 정확하게는 실패한 삼계탕, 열심히 먹었지만 끝내 다 먹지 못한 삼계탕 이야기. 복날에는 삼계탕을 먹어야 한다는 고정관념 같은 게 있다. 어린 시절의 추억과 기억이 한몫했다. 식구가 많았던 우리 집에서 삼계탕은 닭죽의 개념이 컸다. 할머니, 아버지, 오빠를 위주로 식단이 꾸려졌다. 이효리가 엄마와 여행에서 오징어 찌개 먹으면서 자신의 그릇에는 오징어도 몇 개 없었다는 말처럼 언니들과 나의 국그릇에는 닭고기는 없었다.


삼계탕으로 돌아오면 삼계탕을 끓이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인삼을 비롯한 약재를 넣은 게 아니라 닭, 찹쌀, 마늘만 넣어도 충분했으니까. 냄비가 아닌 전기압력밭솥이 만들어줄 삼계탕이었으니까. 그냥 닭만 잘 손질하고 찹쌀을 품은 닭을 만들면 그만이라고 나는 착각했다. 우선 재료부터 실패의 전운이 돌았다. 작은언니가 사다 준 닭은 너무 컸다. 진짜 컸다. 10용 밥솥에 안착할 수 없었다. 그러니 닭 다리는 예쁘게 포갤 수 없었고 힘을 주어 잘라내야 했다. 급환 마음에 찹쌀을 불리는 것도 잊었다. 어떻게든 밥솥에 넣고 삼계탕 메뉴를 선택했다. 기다리면 되는구나 여겼다.


갈비찜을 해 본 경험을 믿었다. 물론 갈비찜은 훌륭했다. 나는 자부심을 가졌다. 그러나 삼계탕은 아니었다. 시간이 흐르고 압력 추가 흔들렸고 요란한 소리가 났다. 그때까지는 몰랐다. 내가 맞이할 주방의 최후를 말이다. 삼계탕이 완성되었다고 친절한 목소리가 말려주었다. 밥솥을 열기 전 나에게 닥친 시련을 보았다. 밥솥 주변이 기름이 가득했다. 김이 빠지면서 상부장에도 기름의 흔적이 남았다. 처리는 뒤로하고 밥솥을 열었다. 아니, 젓가락으로 닭은 찔러보니 깊숙이 들어갔다. 문제는 찹쌀이었다. 찹쌀이 제대로 익지 않았다. 밥솥 뚜껑을 닫고 대충 정리 후 삼계탕 메뉴를 선택했다. 사진은 교훈을 삼으려 남겼다. 잘 보면 찹쌀이 익지 않은 게 보인다.





2시간을 들여 만든 삼계탕은 맛은 썩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뒷정리는 힘겨웠다. 기름을 닦아내는 일, 밥솥 청소는 덤이었다. 그리고 삼계탕을 먹는 일이 남았다. 문제는 양이 많다는 것. 나는 끼니 때마다 삼계탕을 먹었고 결국엔 음식물 쓰레기로 버린 것도 있다. 나는 닭으로 만든 요리를 좋아한다. 치킨, 닭찜, 닭볶음탕, 모두 잘 먹는다. 달걀도 좋아해서 삶은 달걀, 장조림, 달걀 프라이도 좋아한다. 하지만 당분간 삼계탕은 먹을 자신이 없다. 내년에는 삼계탕을 만들지 않을 것이다. 절대로. 그냥 배달시켜 먹을 것이다.


재미없는 삼계탕 말고 책 이야기를 해 보자. 김애란과 조해진의 신간이 나왔다. 둘 다 장편이다. 이승우의 산문도 나았다. 궁금한데 선뜻 구매는 안 했다. 이상하다. 잘 모르겠다. 조금 천천히 읽어도 좋을 것 같기도 하고. 이 마음이 언제 바뀔지 모르겠다.


길고 길었던 8월이 가고 9월이다. 9월에는 조금 더 신나게 조금 더 명랑하게 지내고 싶다. 책도 좀 열심히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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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4-09-02 1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 찹쌀이 생쌀이네요?! ㅋㅋㅋㅋ
고생하셨습니다... 내년부터는 꼭 사드세요~ ㅋㅋㅋㅋ

자목련 2024-09-03 11:24   좋아요 0 | URL
맛집까지는 아니어도 식당에 가거나 배달 시키려고요 ㅋㅋㅋ

망고 2024-09-02 1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어제 삼계탕 먹었어요^^ 제가 한 건 아니고요ㅋㅋㅋ 요리는 정말 재료준비랑 정리하는게 너무 짜증ㅋㅋㅋㅋㅋ자목련님 수고하셨네요 다음부턴 시켜먹읍시다ㅋㅋㅋㅋㅋ

자목련 2024-09-03 11:24   좋아요 0 | URL
맛있는 삼계탕을 드셨을 것 같아요!
잘 하는 집에서 배달하는 걸로^^

다락방 2024-09-02 12: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아 삼계탕의 처참한 모습..
뒷수습 하느라 고생하셨습니다. 저도 이 글 읽고 삼계탕은 사먹자고 외워둡니다!!

자목련 2024-09-03 11:25   좋아요 0 | URL
삼계탕을 쉽게 본 제 실수 ㅎㅎㅎ
우리 맛있는 삼계탕을 사 먹도록 해요^^

페넬로페 2024-09-02 1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 여름은 정말 너무 더웠어요.
불 옆에서 음식을 만들어 내는 것도 힘들지만, 재료를 다듬고 먹고 나서 정리할 때까지 드는 수고도 엄청나요
ㅠㅠ
외식비나 배달비가 비싸 웬만하면 집에서 직접 해 먹으려고 하니 더 힘든 것 같아요.
요즘 삼계탕 한 그릇이 거의 이만원 가까이 하더라고요.
닭 한마리에 이것저것 넣어 푹 삶으면 되니 저는 ‘집에서 요리해 먹자‘파 입니다. ㅎㅎ
내년엔 찹쌀 불리는 것, 잊지 말기!

자목련 2024-09-03 11:26   좋아요 1 | URL
내년 여름에는 또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지금은 식당에 가서 먹기를 권장합니다 ㅎㅎ
페넬로페 님이 직접 요리하신 녹두가 들어 간 삼계탕은 정말 맛있을 것 같아요.

레삭매냐 2024-09-02 1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더위에 무척이나 취약한
닝겡이랍니다. 더위여 제발
가라 ~

지난 주말에 냉동실 정리를
했는데, 오리 닭 정리하다가
손에 기름이 묻어서 정말 고
생했답니다. 손을 닦아도 닦
아도 냄새가 지지 않더라구요.

신간이 나오면 왠지 사야할
것 같은 느낌. 그리고 또 한편
으로는 당장 읽지 않아도 될
것 같은 느낌... 공감합니다.

자목련 2024-09-03 11:27   좋아요 1 | URL
낮에는 뜨겁지만 그래도 서늘한 날들이 시작된 게 느껴져요.
냉동실 오리는 무슨 요리가 되었을까요?

책들 구경하다가 몰랐던 신간 소식을 듣고 고민합니다. ㅎㅎㅎ

coolcat329 2024-09-02 17: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그냥 백숙으로 해 먹는데 압력밥솥보다는 냄비에다가 하는 게 뒷처리가 쉽더라구요. 기름이 참 짜증나죠? 고생하셨어요. 😓

자목련 2024-09-03 11:29   좋아요 0 | URL
저도 다음에는 그냥 백숙을 해야 할 것 같아요 ㅎㅎ
기름 청소는 끝이 너무 멀어요!!

독서괭 2024-09-02 18: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응급실이라니요. 괜찮으신거죠 자목련님? ㅜㅜ 김애란 신간 반갑습니다. 다 읽고 리뷰 못 쓰고 있는 1인…

자목련 2024-09-03 11:30   좋아요 0 | URL
어쩌다 보니 음급실, 괜찮습니다. 독서괭 님 고맙습니다.
김애란 신간 벌써 읽으셨군요. 좋으셨나요? 좋았겠죠!!

2024-09-02 18: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9-03 11: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공쟝쟝 2024-09-02 2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가 먹자고 나를 위해 삼계탕을… 자목련님… 멋짐이 폭발합니다 ㅋㅋㅋ 실패하면 어쩝니까 ㅋㅋㅋ 복날에 셀프 삼계탕 끓이기라는 자기애의 실천! 본받겠사옵니다! (저녁 설거지하기 싫은 쟝쟝)

자목련 2024-09-03 11:33   좋아요 0 | URL
요리를 해 줄 이가 없으니 내가 먹자고 나를 위해서 합니다 ㅎㅎ
설거지는 정말 귀찮지만!
나를 위해서 책도 주문하고 쇼핑도 하고 ㅋㅋㅋ

구단씨 2024-09-02 2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맞아요.
기름지고 영양(?) 덩어리 음식을 먹는 건 좋은데 뒷수습은 고생이죠...
저희는 가끔 포장 삼계탕을 먹거나 식당에 가서 먹습니다.

지독한 여름이었네요. 오늘은 그래도 바람이 조금 불어서 숨이 쉬어졌습니다.

자목련 2024-09-03 11:35   좋아요 0 | URL
포장 삼계탕, 식당에 가서 먹는 삼계탕이 좋습니다.
닭을 사는 일은 자중해야 합니다 ㅋㅋㅋ

가을이 오고 있는 것 같아요. 평온한 날들 이어가세요!

거리의화가 2024-09-03 07: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독한 더위에 삼계탕을 직접 시도를 해보셨다는 것 자체만으로 박수받을만한 일입니다!
맛은 괜찮았다고 하셨지만 뒷수습 때문에 힘드셨겠어요ㅠㅠ 많은 양을 계속 먹는다는 것도 그렇고요.
음식 재료부터 만드는 과정이 정말 쉽지 않더라고요. 내년 여름에는 꼭 삼계탕 사서 드시기를!^^

자목련 2024-09-03 11:36   좋아요 0 | URL
사다 둔 닭이 노려보고 있어서요 ㅎㅎ
닭이 커서 정말 고생했어요. 음식을 버리는 일은 참 어렵습니다. ㅠ.ㅠ
올여름은 여러모로 특별한 여름이에요^^

청아 2024-09-03 09: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올해 삼계탕을 먹어보질 않았네요. 복날에도 닭한마리 사먹었어요ㅋㅋㅋㅋㅋ
자목련님 고생하셨습니다. 서재 분위기가 더 화사해졌네요!

자목련 2024-09-03 11:37   좋아요 1 | URL
내년 복날에는 삼계탕이 아닌 치킨을 먹어야겠어요. 맥주랑!!
서재를 둘러봐 주셔서 감사하고요^^

꼬마요정 2024-09-03 1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삼계탕 이야기 너무 재밌어요. 크으 자신을 위해 요리하는 건 정말 멋집니다. 하지만 뒷수습은 정말... 쉽지 않은 일이죠.
내년엔 꼭 맘에 드는 삼계탕 드시길 바랍니다^^

이제 정말 여름의 끝이 보입니다. 추석 때까지 덥긴 하겠지만, 8시가 되도록 지지 않던 해가 7시만 되어도 안 보이니 말입니다. 계절이 참 신기합니다. 응급실 다녀오셨다는데 이제 괜찮으신가요?

자목련 2024-09-04 11:44   좋아요 1 | URL
내년에는 색다른 보양식을 먹고 싶습니다!
어쩌다 보니 응급실, 괜찮습니다. 감사합니다.
곧 낮의 열기도 사라질 것 같아요. 가을이 시작되고 있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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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과 살아가는 친구들이 늘고 있다. 아이가 좋아해서, 아이들이 다 커서, 어쩌다 보니, 정이 들어서. 이유는 다양하다. 덕분에 나도 이름을 아는 아이가 있다. 통화를 할 때마다 안부를 묻기도 한다. 친구의 식구이니 나도 챙기는 거다. 반려인의 인구가 늘고 있지만 나는 반려인에 속할 일은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책임의 무게를 알기 때문이다. 마냥 예뻐서, 충동적으로 반려동물과 살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평생을 책임질 자신이 없다. 사람 일은 모른다고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현재는 그렇다. 그래도 냥이와 강아지를 좋아한다. 좋아하는 마음을 구체적으로 표현한 적은 없다. 봉사활동을 하거니 정기적인 기부에 동참한 적은 없다는 말이다. 강아지나 고양이를 해한 적도 없다. 뉴스를 통해서 듣는 소식에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하며 지나쳤던 게 전부다. 때문에 이현화의 『결 고운 천사들』를 읽으면서 나는 많이 놀랐다.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이라서 더욱 놀랐다.


반려인이나 유기견 구조 활동을 하는 이들에게 두푸딩 언니로 잘 알려진 이현화는 『결 고운 천사들』을 통해 유기견 구조의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동물 구조 10년의 기록은 참혹하면서도 따뜻했고 감동을 안겨주었다. 유기견을 구조하고 돌보는 일은 방송에서 연예인의 봉사활동이나 캠페인으로 본 게 전부다. 이효리를 꼽을 수 있다. 이효리가 키우는 개와 고양이를 통해 동물과 사람이 함께 살아가는 의미와 기쁨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해외 입양에 대해서도 이효리가 출연한 방송을 통해 처음 알았다. 아, 이효리 이야기는 그만하고 두푸딩 이현화가 들려주는 유기견 구조와 그 이후의 이야기를 만나보자.


반려견 두부와 푸딩을 키우는 닉네임 두푸딩 언니는 반려동물 동반 렌트 하우스를 운영하는 동물 구조 활동가다. 사실 나는 동물 구조에 관해 잘 몰랐다. 고백하자면 크게 관심을 갖지 않았다. 펫숍이나 번식장 개의 학대와 방치에 대해서도 뉴스에 언급되는 사건만 알뿐이었다. 구조되었다는 뉴스만 기억할 뿐 그 이후에 구조된 이후에 대해 알지 못했다. 유기견들이 동물 보호소에서 지낼 수 있는 시간이 겨우 10일이라는 것도 몰랐다. 임보(임시보호)란 말은 들었지만 정확하게 어떤 일을 하는지 몰랐다. 말 그대로 잠시 데리고 있다고만 생각했다. 그 기간 동안 함께 지내는 개에 대한 책임이 있다는 걸 확실하게 알게 되었다.


두푸딩 언니는 특히 노견, 환견, 장애견을 구조에 집중한다. 이 책에서 만나는 구조견의 사연은 하나같이 아프다. 병이 들어서, 장애가 있어서, 나이가 많아서 입양은커녕 구조조차 하지 않으려는 게 현실이라고 한다. 안타까운 건 구조 이후의 상황도 좋지 않다는 것이다. 구조를 한 경우 대부분 수술과 재활 치료가 필요한데 이 부분에는 모두가 예상하듯 경비가 필요하다. 단 한 번의 수술비가 아닌 지속적인 비용에 대한 부담으로 고민할 법도 한데 두푸딩 언니는 주저하지 않고 행동한다. 그녀와 같은 마음의 후원자가 있어서, 적극적으로 수술을 해주는 동물 병원이 있기 때문이다. 그녀의 말대로 결 고운 천사를 지키려는 결 고운 마음이 존재하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구조 후 수술을 하고 재활을 하던 아이가 제대로 돌봄을 받지 못해 곁을 떠나는 안타까운 사연도 있다. 심각한 상황에서 구조된 개가 방송에 노출되어 이슈가 되는 경우에는 구조 요청 당시 아무런 답도 하지 않았던 단체가 구조된 개를 데리고 가겠다는 상황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구조 활동이 아니라 후원금을 바라는 마음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럴 때마다 얼마나 허탈하고 가슴이 아플까. 나도 이렇게 가슴이 아픈데, 직접 겪고 이별해야 하는 마음을 짐작할 수 없다. 책을 통해 나는 처음 알게 된 사실은 미용 실습견의 존재와 작고 예쁜 강아지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미용 실습견을 제대로 돌보지 않고 이용만 하는 경우, ‘티컵 강아지’(찻잔 속에 들어갈 만큼 작은 강아지)를 만들기 위해 인위적으로 미숙아를 태어나게 하는 행태는 경악 그 자체다. 작고 귀여운 강아지를 볼 때마다 생각날 것 같다.


동물을 좋아하는 사람은 너무나 많다. 하지만 그들 중에서 아이들을 가족으로 생각하고 끝까지 함께 할 수 있는 사람은 과연 몇이나 될까? 상당수는 동물을 그저 예쁜 인형으로 생각해 가지고 놀다가 짐이 되면 키우지 않는다. 동물을 좋아하는 사람이 시작하지만 결국엔 동물을 좋아한다고 했던 사람이 동물을 버리게 되는 그 애정과 무책임의 교집합, 모순의 상황이 되는 것이다. 반려동물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들은 결국 동물을 좋아하는 마음에서 초래된다. (210쪽)


모두가 알다시피 구조견을 구조하는 일은 생명을 살리는 일이다. 생명을 살리는 일만큼 이후의 삶도 책임져야 한다. 두푸딩 언니가 이 책을 통해 궁극적으로 전하고 싶은 메시지도 그것이다. 좋아하는 마음에서 시작된 행동의 끝도 같아야 한다는 것. 이런저런 이유와 핑계를 대며 파양하고 몰래 버리는 행동의 시작에 어떤 마음이 있었는지 돌아보게 한다. 생명과 함께 살아가는 일의 위대함과 무게감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한 생명을 ‘책임’지는 일이었다. (35쪽)


유기견을 입양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구조의 마지막인 입양은 두 생명을 살리는 일이라고. 한 아이가 좋은 가족을 만나면 우리는 그 자리에 위기에 처한 다른 유기 동물을 구해서 데리고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270~271쪽)


반려동물과 살아가는 이들이 공감하면서도 응원할 책이다. 구조와 봉사는 하지 못하더라도 지원하고 싶은 마음을 가진 이들에게도 그 방법을 알려준다. 반려견과 살아갈 계획이 있다면 이 책을 읽어보면 좋을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며칠 전 본 드라마 속 장면이 함께 떠올랐다. 익히 알고 있었지만 잊고 있었던 것. 사랑하고 길들인 모든 것에 대한 책임이 있다는 말. 그 책임을 다하고 있는지 스스로 묻게 된다.


“너는 네가 길들인 것에 대해 언제까지나 책임을 져야 해. 넌 네 장미에 대한 책임이 있어 ”

여우가 말하자, 왕자도 읊조립니다.

“난 나의 장미에 대한 책임이 있어…….” (『어린 왕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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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힐 2024-08-29 1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랑하고 길들인 모든 것에 대한 책임이 있다는 구절에 공감합니다. 저도 올 초에 앵무새 한마리를 떠나 보냈습니다. 동물도 마음이 있어서 인간하고 정말 교감하기 좋습니다. 하지만 떠나 보낼땐 그에 따른 슬픔도 극복해야 하더라구요. 슬픔도 책임의 한 부분인 것 같아 이제는 책임의 무게가 가볍지 않다는 걸 많이 느낍니다. 자목련님의 좋은 글 감사 드립니다.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십시요!.

자목련 2024-08-30 10:23   좋아요 1 | URL
앵무새와 작별하셨군요. 잘은 모르지만 여전히 허전하고 슬프실 것 같아요. 생명의 존귀와 책임을 생각하는 시간이었어요. 마힐 님도 건강하고 즐거운 하루 이어가세요^^
 
펭귄 하이웨이
모리미 토미히코 지음, 서혜영 옮김 / 작가정신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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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된 후 어린 시절의 나를 잊었다. 어떤 아이였는지 생각하지 않았다. 그냥 어른이 된 것처럼. 그 시절은 없었던 것처럼 말이다. 모리미 도미히코의 『펭귄 하이웨이』속 귀여운 주인공 아오야마를 만나면서 어린이였던 내가 생각났다.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던 나. 시골을 벗어나 도시에서 살기를 꿈꾸며 TV 속 세상을 흠모하던 나. 어른이 되면 내 맘대로 살 수 있을 거란 막연한 믿음. 물로 아오야마는 훨씬 훌륭한 어린이다. 매일을 기록하며 모든 걸 연구하며 자신의 세계를 구축하는 어린이. 멋진 어린이였다. 어른인 나는 생각조차 하지 않을 세계를 꿈꾸는 어린이.


SF나 판타지 소설을 좋아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반할 주인공이다. 그래서 나는 아오야마의 연구와 그런 아들을 대하는 아버지의 태도가 무척 마음에 들었다. 어린 시절에 상상력을 다 소진해서 그런지 아니면 지극히 현실적인 어른이라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좋은 아버지와 훌륭한 아들이라고 할까.


소설을 엉뚱하다. SF의 조건을 충족한다. 무슨 말인고 하니 어느 날 갑자기 아이들의 등굣길에 펭귄 무리가 나타난 것이다. 아무리 둘러봐도 이상한 모습이다. 거기다 그 무리는 이동 중에 사라지고 만다. 그 펭귄은 어디서 왔을까, 또 어디로 사라졌을까. 놀라지 말기를 바란다. 그 펭귄을 만들어낸 이가 있으니까. 그는 바로 아오야마가 다니는 치과의 누나다. 아오야마와 체스를 두는 누나에게 그런 능력이 있는 줄 몰랐다. 하지만 아오야마는 의심하지 않는다.


신기한 건 계속 등장한다. 아오야마와 친구가 숲속을 탐험하면서 발견한 기인한 생물체인 ‘바다’. 자신만의 연구 노트를 지닌 아오야마와 하마모토, 그리고 우치다. 펭귄뿐 아니라 다른 것들도 만들어내는 누나. 이상한 건 펭귄을 만들고 난 후 누나가 아프다는 사실이다. 숲속에서 발견한 ‘바다’는 나름의 규칙대로 커졌다가 줄어들기를 반복하고 아오야마와 친구들은 ‘바다’와 누나가 밀접한 관계라는 가설을 세운다. SF를 좋아하지 않는다면 이게 뭔 소린가 할 것이다. 그러나 훌륭한 어린이 아오야마를 떠올리면 충분히 가능하지 않은가.


매일매일 어제보다 더 훌륭해지기 위해 연구에 매진하는 아오야마 곁에 친구들과 아버지가 없었다면 소년의 노력은 헛된 것으로 전락했을 것이다. 어린 시절 누군가의 말 한마디가 큰 의미가 된다는 걸 안다. 치과 누나는 펭귄의 수수께끼를 풀 수 있겠냐고 물었고, 아버지는 아오야마의 질문을 항상 진지하게 받아주고 답해준다. 누군가는 단순하게 재미있는 판타지라 할 것이다. 누군가는 성장소설이라 할 것이다. 나는 예쁜 철학 소설이라 말하고 싶다. 특히 아오야마와 우치다가 나누는 죽음에 관한 대화, 세계의 끝에 대해 아버지와 아오야마의 대화가 그렇다. 엉뚱한 생각을 그만 두고 공부나 하라고 할 어른의 모습을 부끄럽게 한다.


“난 살아 있는 동안 여러 사건을 만날 거고, 그때마다 죽을지 살지 알 수 없어. 어떤 순간이든 그 어느 한쪽이겠지? 그때마다 세계는 이렇게 두 갈래로 나뉘게 돼. 그래서 난, 나라는 존재는 언제나 반드시 이쪽의 내가 아직 살아 있는 세계에 있다고 생각해.”


“하지만 다른 한쪽 세계에 있는 너는 죽은 거잖아? 그쪽 세계에 내가 있는 거라면, 난 우치다는 죽었다고 생각할 거야.”


“너의 세계에서는 그렇지. 하지만 이쪽 세계에서는 난 반드시 살아 있어. 가지가 갈라질 때마다 난 이쪽의 사는 쪽으로, 계속 사는 쪽으로 나아갈 거야.” (아오야마와 우치다의 대화, 322쪽)


“거기에도 세계의 끝이 있구나.”

“어디요?”

“네가 불합리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넌 어떻게 할 수 없는 그것 말이야.”

“난 아직도 세계의 끝에 대한 생각을 놓을 수가 없어요. 하지만 무척 까다로워요.”

“그래도 모두 세계의 끝을 봐야 해.” (아버지와 아오야마의 대화, 417~418쪽)


내 앞에 현실에서 일어날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나는 세상이 나타난다면 나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 체스판에서 박쥐가 피어오르고 망고가 나무가 아닌 우산에서 열린다면 그 사실을 믿을 수 있을까?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가 아닌 다른 세계와의 만남, ‘바다’처럼 이상한 생물이 그 정점에 있다면 그 모든 걸 나는 받아들일 수 있을까? 이렇게 계속 질문을 한다는 것 자체가 순수성을 잃어버렸고 상상력이 바닥이라는 증거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우리의 아오야마가 얼마나 멋진 어른으로 성장할 거라 확신하고, 먼 훗날 치과 누나를 좋아했던 마음을 간직하고 있을 거라 믿는다. 청년 아오야마를 생각하면 기분 좋은 미소가 피어오른다. 기분 좋은 소설이다. 명랑하고 명랑한 SF소설이다.


나는 세계의 끝을 향해 매우 빠르게 달려갈 작정이다. 사람들이 도저히 쫓아오지 못할 정도로 빨리. 세계의 끝으로 통하는 길은 펭귄 하이웨이다. 그 길을 따라가면 다시 한 번 누나를 만날 수 있다고 나는 믿는다. 이것은 가설이 아니다. 나의 신념이다. 오늘 계산해봤더니 내가 어른이 될 때까지 3000 하고도 748일이 남았다. 하루하루 세계에 대해 배워나가면 나는 어제의 나보다 더 나아질 것이다. 그렇게 해서 어른이 되면 내가 얼마만큼 훌륭해져 있을지 짐작도 안 간다. 나는 분명 밤이 되어도 졸리지 않는, 하얀 영구치를 갖춘 훌륭한 어른이 되어 있을 것이다. (419~4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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