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된 것이 책은 사고사고 또 사대어도 끝이 없다. 작가는 끊임없이 글을 쓰고 책을 펴내야만 먹고 살테니 그걸 탓할 수는 없고 내가 아무 생각없이 끌리는 족족 책을 살 수 있는 능력이 된다면 아무 문제가 없겠지. 그것도 안 된다면 책을 안 읽으면 되는데(-.-)

 

 

김연수 작가의 산문집이 나왔다. 알라딘에서 어찌나 잽싸게 문자를 보냈는지 반가워서 확인하러 들어오니 페이지도 아직 안 만들어져 있던 상황.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가운 마음에 여기저기 알리고. 표지가 상큼발랄하다. 제목도 맘에 든다. 《지지않는다는 말》, 이기겠다는게 아니라, 지지않겠다는 말!!! 달리기 이야기라고 하는데 코끼리가 운동화 신고 뛰는 모습이 참 흥미롭다. 한데 출판사 책소개는 자못 진지하다.

김연수가 내놓은 이 책은 지금까지 봐 왔던 흔하고 빤한 달리기 예찬론이 아니다. 이 책에는 그가 달리기를 하면서 겪었던 재미있는 에피소드와 달리기로부터 얻은 인생의 깨달음이 씨줄과 날줄처럼 얽혀 있다. 백수의 서글픔을 달래고자 처음 달리기를 시작했던 스물여섯 살 이후 지금까지 꾸준히 달리면서, 인생을 대하는 새로운 태도를 배운 김연수는 달리기의 여러 가지 매력을 늘어놓는다. 그러나 죽도록 달리기만 하자는 말이 아니다. 애써 달리지 않아도 되는, 지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그가 달리기광이라는 사실을 그동안 몰랐던 바는 아니지만 달리기로 인생의 깨달음을 얻었다는 말, 공감이 간다. 나도 한때는 마라톤도 하고 뛰어보기도 했지만(그것도 안 하니 이젠 5분도 못 뛰는 신세) 완주했을 때의 쾌감, 끝내준다. 하긴 등산을 할 때도 마찬가지이겠지. 힘들게 올라가 정상에 섰을 때의 그 느낌. 아무튼 달리는 과정에서 그가 느끼는 인생의 깨달음이 들어 있다고 하니 기대가 된다.

 

“희망으로 가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절망을 받아들여야만 한다는 사실을 러너는 이해해야만 한다.”고 말하는 김연수는 달리기를 하는 것처럼 인생의 벽을 대하는 데 있어서도 회피하거나 도망가지 않는다.
또한 소설가이자 한 인간으로서 매 순간 좋아하는 것을 마음껏 좋아하고, 피할 수 없는 것은 할 수 있는 만큼 견디며 극복하고, 하고 싶은 일을 지금 하면서 살아간다. 김연수는 이런 삶의 자세 덕분에 인생이 더 소중해졌고 삶은 희망과 맞닿게 되었다고 기록한다. 이 책을 통해 그는 ‘받아들일 수 있는 만큼의 고통을 반복적으로 버티어 이겨내는’ 삶을 권하고, 삶의 고난 앞에서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관용과 무덤덤함을 끄집어내어 다시 한 번 더 앞으로 나아가는 삶이 바로 예술”이라는 든든한 말도 잊지 않는다. 그래서 스스로 ‘루저(loser)’라 느끼는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이 소개글은 뭔가 자기계발서(!)같은, 약간의 어색한 면이 없진 않지만 책을 읽고 삶을 대하는 태도가 바뀌는 일은 나쁘지 않으니까, 패스. 책이 내 품으로 오는 그날까지 기대기대.

 

 

 

또 한 권의 예판 도서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7년만이란다. 그동안 꾸준히 《끌림》이 나갔고 그 책과 비슷한 류의 여행에세이가 여행지의 정보만 소개하던 여행서의 판도를 바꾸기도 했지만 《끌림》의 독자들로선 아류작(!)이 아닌 그 바람을 일으킨 장본인의 또 다른 산문집을 눈빠지게 기다렸을 것이다. 새 책이 안 나오니 다들 읽고, 읽고, 또 읽고. 그걸 알기에 작가도 내야지, 내야지 하면서 7년을 끌었겠지. 아무튼 기다린 보람은 있다. 마침내 나오고 말았으니.

 

제목도 멋지다. 역시 시인의 감성이 들어간 것 같다. 내용도 보나마나 멋질 것 같다. 물론 나는 광팬이니까 무조건 좋아라 하긴 하지만도 일단 읽고 싶게 만드니까, 광팬이 아니라도 어쩔 수 없다는. 부제로 붙은 문장, 짱! 좋다.

 

"당신이 좋은 건, 내겐 그냥 어쩔 수 없는 일" 꺄~오!

 

 

그니까, 그대들이 좋은 건, 내겐 그냥 어쩔 수 없는 일이므로 이렇게 예판부터 흥분을 해대며;; 암튼, 7월엔 두 권의 책에만 빠져도 한 달이 다 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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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12-06-22 15: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떻게 된 것이 책은 사고사고 또 사대어도 끝이 없다.... 저도 그래요. 왕동감.

readersu 2012-06-22 17:08   좋아요 0 | URL
7월엔 또 어떤 작가들이 책을 들고 나올지 슬쩍 걱정도 하면서^^;;
그래도 좋아하는 작가가 책을 내면 어쩔 수 없이 또 사고 싶고;;

이진 2012-06-22 1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떻게 된 것이 책은 사고사고 또 사대어도 끝이 없나요.
이럴수가. 김연수 작가가 달리기에 관한 책을 쓰다니. 허허허허허허
마침 은희경의 소설을 읽으며 달리기에 매력을 느끼고 내일 모레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를 처음 접하며, 그 책을 달리기에 관한 에세이로 읽으려 했는데 김연수 작가도 달리기.
돈.... 없단 말입니다. 하. 작가님들 좀 쉬어주십사 ㅋㅋㅋ

readersu 2012-06-25 10:21   좋아요 0 | URL
달리기에 관한 책이라기보다는
달리면서 생각한 많은 것들이 쓰인 책이라죠.

제 말이요. 조만간 김애란 작가 소설집도 나온다는 소식이 들리던데..ㅠ_ㅠ
 

벌써 2주가 지났나? 북노마드 작가들과 함께 가는 가평 올레길 걷기. 북노마드 5주년 기념 이벤트였다. 전 주에 지리산을 다녀온 뒤라 갈까, 말까 망설였는데(신청도 안 하고 있었으면서 고민부터 했던;) 노고단과 섬진강을 잘 걸어온 탓에 자신감이 생겼다고나 할까. 그래서 아주 쬐끔 망설이고선 신청을 했다(알라딘이 경쟁률이 제일 낮았으므로!^^). 그리고 당첨! 가방이 무거우면 안 된다는 핑계로 같이 걷는다는 작가 명단을 보고 딱 한 권만 골랐다. 책을 좋아하니 책과 관련한 여행 책 《여행자의 독서》, 내가 여행을 꿈꿀 때 가장 많이 가지는 로망은 스케치와 책과 관련이 있는 여행지. 한데 가보니 정작 이희인 작가는 참석하지 않으셨다. 아, 이럴 줄 알았으면 다른 책이라도 가져올 것을! 아니 무겁더라도 몇 권 들고올 것을 그랬나. 괜히 다른 작가들에게 미안한 마음. 아무튼,

 

당일치기였다. 합정에서 만나 준비한 버스에 올랐고 가평으로 떠났다. 힘들게 걷는 여정이 아니라 산책하듯이 가볍게 걷는 길이라 했다. 날씨는 좋았다. 좋았다기보다는 더웠다, 는게 맞는 표현이겠다. 땡볕이었다. 지난 주에 섬진강 땡볕을 걸었을 때와는 또 다른 더위.

 

가평에 도착했다. 걷기에 앞서 같이 온 독자와 작가들의 인사가 있었다. 아니, 그 전에 같이 걸을 작가를 정하는 일. 쪽지를 골라 당첨된(!) 작가와 하루 일정을 같이 하는 거다. 당연히 책을 가지고 온 작가와 같이 걷게 되길 바라며 골랐는데 어랏, 내가 뽑은(!) 작가는 《베트남 그림 여행》의 최수진 작가. 공지에서 못 본 것 같은데 왔나보다. 다행이라면 내가 좋아하는 책이었고 읽은 책이라는 사실. '나의' 작가 앞으로 가서 인사를 했다. 근데 최수진 작가를 뽑은 독자는 나 하나! 아뉘, 이게 어찌된 일?? 알고 보니 몇몇 사람이 빠졌는데 희한하게도 그 몇몇 사람이 고르지 않은 쪽지에 최수진 작가만 있었던 것. 결국 난 운 좋게도 최수진 작가를 독차지(!) 하게 되었다는 말씀.

 

 

각자 정한(!) 작가와 인사를 나눈 후에 다들 둥글게 모여 어디서 온 누구라며 인사를 나누는 시간이 있었다. 그제서야 오늘 온 작가들을 모두 알게 되었다. 이희인 작가는 사정이 있어 못 왔단다. 사인을 받지 못해 아쉬웠지만 대신 최수진 작가와 같이 하게 되어 좋았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내 여행의 로망에 항상 스케치가 들어간다. 그래서 최수진 작가의 《베트남 그림 여행》을 읽으면서 대따 부러워하고 마음에 들어 했더랬다. 놀란 것은 이날 모인 북노마들의 작가들 모두 여자, 그것도 아주 젊고 예쁜 여성 작가들이었다는 사실. 그리고 더 놀란 것은 이날 모인 독자들 중 딱 한 사람만 빼고 모두 여성 독자. 마치 여고시절에 친구들과 소풍 간 듯한 느낌이라니;; 움 그럼 북노마드 대표이 선생님?! 하긴 선생님마냥 사회도 잘 보시고 말도 많이 하시고 가끔 썰렁한 얘기도 자주 하셔서 우릴 까르르 웃게 만들기도 했다.

 

인사가 끝난 후, 각자의 작가들과 같이 걸으며 점심을 먹으러 갔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랬으므로, 앞으로 마이 걸어야했으므로. 춘천과 가까운 가평이니까 점심은 닭갈비와 막국수. 신나게 수다를 나누며 점심을 먹었다. 그런 후 걷기 시작.

 

자라섬이었다. 그곳은. 이름만 들었더랬다. 가을인가? 항상 재즈 페스티벌이 열리는 곳. 꼭 한번 와보고 싶었다. 그러나 이날은 더웠다. 땡볕이었고, 나무 그늘도 별로 없는 그곳은 마치 극기 훈련하는 것 마냥 힘들었지만 설렁설렁 걸으며 최수진 작가와 수다를 나누었다. 궁금한 것들을 묻고 왜 두 번째 책이 안 나오느냐 따(!)지고(난 정말 기다리고 있었다. 두 번째의 그림 여행), 여행에 관해서 물었던 것 같고 또 무슨 얘길 했더라?

 

 

그리고 헥헥거리며 지칠 무렵 북노마드 측에서 마련한 시원한 장소에서 작가들과의 대화가 시작되었다. 다시 정식으로 작가들의 인사와 작품이야기가 이어졌다. 《눈물 대신 여행》의 장연정 작가, 눈물이 어찌나 많은지 말하는 도중에도 눈이 붉어졌다. 옆에서 운다운다 하면 울고 마는 아이처럼. 그녀가 그렇게 눈을 붉힌 이유가 궁금하면 꼭 이번에 나온 《눈물 대신 여행》을 읽어보길 바란다. 장연정 작가는 오래오래 지금처럼 그런 글을 쓰고 싶다고 했다(돌아와서 그녀는 나보다 먼저 나를 팔로잉해줬다. 고맙게도;;) 그리고 《》의 작가, 박세연은 점심 때 옆 테이블에 있었는데 얘길 하다보니 이사 가기 전에 살던 곳이 내 집과 한 건물 떨어진 곳. 행정상 같은 동네라고 할 수 있는 곳에 살고 있는. 지금 두 번째 이야길 준비 중이란다. '토이'에 관한. 《잔》을 읽어본 독자라면 '토이' 역시 마구마구 기대가 될 것이다. 또《사계절 전라도》의 최상희 작가, 이 작가는 알고 보니 청소년 소설도 쓰는 분. 며칠 전에 개정판 《제주도 비밀코스 여행》을 펴냈고 작년에 청소년 소설《그냥, 컬링》으로 '2011년 블루픽션상'을 받기도 한 작가시다. 며칠 저에 청소년 소설 《명탐정의 아들》을 펴냈다. 암튼 포스도 남달랐던 분. 그리고《늘 헤어졌어요》의 신경민 작가, 책 제목이 아주 끌리는데 아직 읽어보질 못했다. 내 취향에 맞을 듯하여 꼭 읽어보고 싶은. 북노마드 대표님이 그랬던가? 작가가 그랬던가? 책을 출간하고 나면 꼭 헤어진다고?(아니다, 헤어진 사람은 박세연 작가였나? 아아 헷갈려;; 기억을 못해 죄송해요-.-;) 아무튼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집》의 연서인 작가, 는 며칠 전 출근 길에 긴가민가 스쳐지나 간 듯한 느낌^^;; 붙잡고 혹시? 하고 묻고 싶었는데, 나의 기억력이 저렇다 보니, 아는 척을 할 수가 없었다는. 그나저나 어찌나 어려보이는지!! 아, 나의 '짝지'였던 《베트남 그림여행》의 최수진 작가는 요즘 연극을 한다고 했다. 두 번째 책을 생각하고 있긴 하지만 아직 쓰고 있진 않다고. 홍대에 오래 살아 홍대의 맛집을 꽉 잡고 있다며, 연령별, 취향별로 맛집을 골라줄 수 있다고 했다. 말도 어찌나 재밌게 잘하는지 덕분에 걸으면 좋은 얘기 많이 들었다.

 

읽은 책의 작가도 있었고 궁금한 책의 작가도 있었다. 그들의 공통점은 다들 한 미모!(요즘은 작가들도 다들 어찌나 예쁜지^^). 그들의 얘길 들으며 느낀 점은 역시 개성이 있어야 하는구나! 하는 것. 그들 중 몇몇은 관심이 있는 일을 하다보니 책도 출간하게 되고 작가의 길을 가게 되기도 한 듯. 그들의 그러한 열정, 배울만했다. 그리고 이어진 독자의 질문. 다들 어찌나 말들을 잘 하는지!!(아, 무슨 얘길 주고받았는지 기억해야 하는데 그걸 못하겠다. 이제.ㅠ_ㅠ 또 빨리 포스팅하지 않으니 다 까먹고;; 찍은 사진이 아까워 대충 쓰긴 하지만 민폐나 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우린 다시 걸어서 가평역으로 갔다. 조금 힘이 들어 앞만 보고 걷다가 너무 빨리 앞서가는 바람에 뒷 사람들 기다린다고 근처에 있는 이화원에 들렀다. 식물원이란다. 깔끔하게 꾸며놓은 곳. 나무들과 꽃들과, 신기한 것들이 많았다(방금 검색을 해보니 매표소가 있다. 한데 우린 뒷문으로 들어갔나보다. 그냥 들어가서 구경하고 나왔다. 모든 시설을 다 본 것은 아니지만 아무튼 겉핥듯이 보고 나옴). 한참을 구경하다 보니 뒤쳐진 사람들이 먼저 가평역으로 가 버려서 우린 다시 열심히 걸어갔다. 그리고 버스에 도착. 앉자마자 북노마드의 아름다운 마케터 두 여인이 시원한 캔맥주와 간식을 나눠주었다. 땀을 뻘뻘 흘린 후에 마시는 시원한 캔맥주!!! 이날의 하이라이트, 라고는 할 수 없지만 3순위 안에는 들어가는 손꼽을 시간이었다.

 

 

서울로 돌아오는 길은 꿈나라였다. 걷느라 고생했지, 시원한 맥주 한 캔 했지. 잠이 오는 것은 당연. 정말 달콤하게 자고 일어나니 서울. 출근하는 시간에 떠나서 퇴근하는 시간에 도착했다. 행사가 너무 빨리 끝난 듯 아쉬웠지만 그건 또 그대로의 멋이 있었다. 버스에서 내려서도 한참을 헤어지지 못했다. 단 하루, 몇 시간 안 되는 시간을 같이 보냈지만 다들 섭섭한 표정이 스며 있었다. 그러나 헤어질 때가 언제인가를 알고 가는 사람들의 뒷모습은 늘 아름다운 법. 집으로 가는 버스가 출발하려는 찰나에 굿바이를 외치며 돌아섰다. 버스 안에서 오늘 만난 작가들의 책 중에 아직도 읽어보지 못한 작가들의 책을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오늘은 5주년 기념이었지만 10주년에도 다시 볼 수 있길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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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하고 있다, 곧 나올 것이다! 하기를 어언 일 년은 더 된 것 같다. 번역 다 끝났다, 는 소식도 들었는네 책은 안 나오고 있어서 이건 뭐야, 속셈이 있는 거야? 혼자 상상을 했다나. 한데 그렇게 기다리던 책이 어제 내 손에 들어왔다. 드디어! 마침내!!!

 

뭔 책인데 그토록 기다렸냐구? 이 작가는 내게 좀 특별하다. 이름이 있는 작가도 아니다. 사람들이 잘 모른다. 이 책이 겨우 두 번째 책이고 첫 책 《유령 비행기》는 2008년에 나왔다. 두 번째 작품인 《소년탐정 실패하다》가 곧 나올 것이라는 소식만 듣고 있었기에 늦어도 2010년엔 읽을 수 있을 거라 생각을 했었다. 근데 이제서야!! 내가 원서를 주르륵 읽을 줄 아는 실력이면 이미 죠 메노의 작품을 다 섭렵하고도 남았을 터인데 실력이 없으니 그러지도 못하고, 번역이 되기를 기다릴 수밖에.

 

그럼 죠 메노가 누군인지 궁금할 것이다. 그는 작가다!(크크 장난하나?! 맞다. 장난 크크). 첫 책 《유령 비행기》의 프로필에 보면 '미국 팝아트 소설가'라고 되어 있다. 우연히 알게 되었는데 잘 모르는 출판사에 처음 보는 작가, 광고도 없었고 눈을 끄는 표지도 아니었기에 읽을까 말까, 하다가 단편이니 어디 읽어봐? 하며 읽었더랬다.결과는 대박! 단편집이었는데 삽화랄까, 그림이랄까. 아니, 문학에, 단편 소설의 단행본에 삽화나 그림을 넣는 무모한 어쩌고 저쩌고 하며 좀 가볍게 여기며 읽었는데(더구나 20편이나 되는 단편이라니!) 문체가 완전 내 스탈이었다. 좋았다. 스토리도 독특했는데 스무 편의 소설이 지구상의 재앙, 그러니까 태풍이나 지진, 전쟁, 홍수 그리고 나날이 무능해지는 정치인들에 이르기까지 그 재앙으로보터 벗어나려는 의도로 기획되어 출간된 것. 그러니 독특, 그 자체일밖에. 그중 단편 하나를 읽고 리뷰라기보다는 단상을 적은 글  == >http://blog.aladin.co.kr/readersu/2436726  그때도 나는 좋은 책, 내 맘에 드는 책을 보면 친구들에게 소개해주고 싶어 안달이 난 사람이었다. 그래서 책을 읽고 나중에 이런 주제로 글을 썼더랬다. <내겐 너무 아까운 책>, 이런 글을 쓰게 한 작가였으니 내가 목메고 기다릴만하지 않겠는가. (암, 그렇고말고 나의 작가 편애는 끝이 없다)

 

 

 

 

언젠가 모 작가님이 내게 단편집 한 권 추천해달라고 한 적이 있었다. (오! 작가님이 내게?->아우, 잘난 척 크크 ->내가 신간을 워낙 많이 접하니까 가끔 물어본다) 마침 내 책상 앞 책꽂이에 꽂힌 《유령 비행기》가 보였고 그 작가님과 잘 어울릴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내 취향이긴 한데 어떨지~ 하며 추천을 해줬더랬다. 나중에 다 읽고 그가 말했다. 본인 취향도 맞다고. 아주 맘에 들었다고. 좋은 책 소개, 고맙다고. 야아~ 내가 추천한 책을 읽고 공감하며 이런 말해주면 추천한 사람으로서 완전 기분 좋다. 그와 내가 비슷한 취향이구나, 오홋!!  하긴 그래서 내가 그 작가님을 좋아하지... (암튼 그의 단편집도 조만간 나올 것이다. 그때 가면 누군지 알려주겠음^0^ 억수로 인기 좋은 젊은 작가!)

 

어랏, 쓰다보니 사설이 너무 길었다. 그럼 진지하게 《소년탐정 실패하다》의 책 소개!

 

줄거리는 이렇다,

 

열 살 소년 빌리 아고는 생일선물로 탑정놀이 세트를 받는 순간부터 탐정이 되어 타고난 천재성을 발휘한다. 빌리와 여동생 캐롤라인, 동네 친구 펜튼으로 구성된 소년탐정 3인조는 거침없이 사건을 해결하면서 승승장구한다. 하지만 빌리가 범죄에 관한 체계적인 공부를 하기 위해 대학에 진학하면서 그들의 화려한 유년시절은 막을 내리고, 엄청난 비극들이 들어닥친다.==> 이후의 이야긴 직접 읽어보셔야만 한다! 흥미진진하므로.

 

이 책은 국내에서는 두 번째 출간작이지만 죠 메노의 작품으로선 《유령 비행기》보다 이전에 나온 작품이다. 이 책으로 죠 메노는 2003년에 '넬슨 올그런 단편소설상'을 수상했다.

 

 


 

소년탐정 실패하다》는 처음엔 마치 '탐정놀이'에 빠지는 아이들의 이야기처럼 시작하지만

'인간세계의 모순과 사악이라는 심오한 주제'에 관한 작품이다. 유년시절의 막이 내리고 삼인조에게 닥쳐온 비극이 무엇이고, 그 비극을 빌리가 어떤 식으로 해처나오며 마지막 사건을 어떻게 종결하는지 따라가며 우리는 '절대악'이라는 본질을 알게 된다.

 

미국 작가에게 9*11테러 사건은 굉장한 충격이었을 것이다. 많은 작가들이 그걸 모티브로 수많은 스토리를 내보이고 있으니까. 죠 메노 역시 그때 가졌던 거대한 의문점을 풀어내기 위한 방편으로 이 글을 썼다고 한다. 자국에서 벌어진 역사적 사건을 오래 기억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작가들의 끊임없는 진실에 관한 글일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광주민주항쟁에 관한 작품이 잊을만하면 나오듯이.

 

 

 

 

이 책의 뒷부분 작품해설에는 옮긴이인 김현섭과 죠 메노가 직접 주고받은 질문과 답변이 실려 있다. 또 흥미롭게도 부록으로 딸린 부분엔 '소년탐정과 함께 퍼즐 풀기' 라거나 '비밀 메시지 찾기', 작품 속, 인물이 만든 요리 따라 만들기 등등 재미있는 페이지가 들어있다. 그리고 뒷표지 일부분은 '소년탐정 암호해독기'를 만들어보는 페이지가 달려 있기도!! 소설이면서 이런 '창의적인' 재미까지 주다뉘. 역시 '팝아트 소설가'답다. 죠 메노에겐 정말 잘 어울리는 듯.

 

 

 

몰랐던 작가의 책을 읽고 그 작품에 빠져보는 일은 언제나 신비롭고 흥미롭다.  처음 그 작가의 책을 읽고, 감동 받아 친구들에게 소개하고 같이 공감하는 일. 책을 읽는 독자로선 괜히 즐거운 일이다. 아직도 죠 메노를 모른다면 꼭 한번 읽어보라고 말하고 싶다. 독특하면서 흥미와 일상의 감동까지 전해주는 글들에 아마 반할지도~

 

흥미로운 것은,

빌리가 사는 곳이 '고담'이라는 도시라는 사실! 어디서 많이 듣지 않았던가??

온갖 범죄와 악당들이 판을 치는 배트맨의 어두운 도시~

 

우리 도시의 일간지에는 죽은 자들과 대화할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제공하는 전문 서비스에 대한 광고가 실려 있다. 그런 광고들은 사라진 자동차 기계 연결부를 다시 복구해준다는 광고 옆에 있다. 그들의 사무실에는 가구가 없다. 그들의 사무실은 조용한 회색 방으로 바닥에는 전 세계의 거의 모든 국가에서 온, 혹은 그렇게 보이는, 수십 개의 라디오가 놓여 있을 뿐이다. 바로 이런 이상한 사무실에서 직업에 어울리는 옷을 입은 여인이 당신에게 사랑하는 사람이 어디에서 목숨을 잃었는지 물어볼 것이며, 그 다음에는 줄지어 있는 이상한 형태의 라디오들을 응시하면서 말없이 고개를 끄덕인 다음에 손으로 가리킬 것이다. "아이슬란드에서부터"라고 그녀가 말할 것이다. "아이슬란드에서 죽은 사람들은 결국 모두 이곳으로 오지." 당신은 라디오 스피커의 십자무늬에 귀를 기울릴 것이다. 그녀는 한두 마디를 외치고 나서 스위치를 켤 것이다. 그러면 곧 놀랍게도 당신은 낯익은 목소리가 말하는 것을 듣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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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영화 <스노우 화이트 앤 더 헌츠맨>의 결말을 보면서 떠오른 책이 있다. 그리고 뜬금없이 '젊음'과 '늙음'에 관해 조잘대는 것은 오늘 아침에 읽은 책 때문이다. 그 책들에 대해선 이따가 얘기하고 우선, 어제 본 영화와 관련하여 이야기를 시작하자면 이렇다.

 

젊음, 특히 여자들이 느끼는 노화의 공포(!)로 인해 젊어지고자 하는 욕심 혹은 관심이랄까, 어떻게 하면 더 젊어보이고 동안이라는 소릴 들을까, 하는 마음은 누구나 다 가지고 있을 거다. 특히 나처럼 20대 이후로 변화 한 것이라고는 나이 먹은 것밖에 없는 노츠자로서는 마음은 아직도 스무 살인데 몸과 모습은 자꾸만 변해가는 것이 너무나 못마땅하다. 결혼도 하지 않고 아이도 없으니 그들보다 훨씬 젊어보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이젠 눈에 보이게 뚜렷해지는 늙음(!)으로의 진행.

 

아가씨에서 아줌마, 간혹 딴엔 잘 불러준다고 어머니나 사모님이란 말로 나를 지칭할때, 충분히 경기를 일으키기도 하지만 이젠 할머니 소리 들을 날 얼마 남지 않아, 조금은 나이 같은 것 초월했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또 얼마나 큰 착각이었는지. 그래서 내가 사악한 그 여왕의 마음을 이해한다. 이해 백만번하고도 남는다. 누군들 그런 마음이 없겠어,. 젊고 싶고, 오래도록 살고 싶은 마음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다 가질 수 있는 욕망일테니까. 조물주께서 인간을 만들 때, 모습은 30대로 두고(내가 보기엔 30대가 가장 아름다운 듯) 나이와 보이지 않는 곳의 몸에만 늙음을 주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러면 겉 모습에 드러나는 늙음 때문에 고민하지 않,.... 근데 그렇다고 해도 몸이 늙으니 젊은 몸을 욕심내긴 하겠다;;

 

아무튼 어차피 늙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곱게 늙어야지, 하고 맨날 생각한다. 정말 잘 늙었구나. 얼굴에 나타나는 그런 얼굴로. 그러려면 항상 웃고 긍정적이고 그래야만 하는데...

 

 

<스노우 화이트 앤 더 헌츠맨>에서(앗, 이것은 스포일러가 들어갈 수도!) 사악한 여왕은 젊음을 유지하기 위해 마을 어린 여자애들을 잡아와 그녀들의 기를 빨아마신다. 그러면 주름살이 펴지고 순식간에 탱탱한 피부로 변한다. 하지만 기를 빼앗긴 소녀들은 할머니의 모습으로 변한다. 아마 영화에서 봤을 때, 사악한 여왕은 권력과 자신의 욕망을 위해 절대악과 거래를 한 것 같다. 그래서 그녀는 웬만해서는 죽지 않는다. 자신을 위해 무조건적으로 봉사하는 동생에게마저 치유의 힘을 발휘하는 걸로 봐서는 대단한 절대악. 그 모습을 보면서 떠오른 책은 바로 얼마 전에 읽은 《스타터스》이다.

 

 

미래의 어느 날, 20살과 60세 사이의 인간은 멸종을 하고 20살 이전의 아이들과 60세 이상의 노인들만 남는다. 이런 구성에서 힘이 있는 사람은 당연히 부를 축적한 노인들이다. 그 노인들이 사회의 주축이 되고 사회를 이끌어가는 세상이 된 것이다. 과학의 발달로 수명도 거의 200세까지 산다. 그러니 쪼글쪼글해지는 모습을 보며 얼마나 절망을 할까. 그래서 그들은 나름의 방법을 계발한다. 바로 젊은 아이의 몸을 지배(!)하는 거다. 그니까 정신은 노인, 몸은 젊은이. 그러다가 급기야 그들이 생각해낸 것은 아예 몸을 바꿔치기 하는 거다. 그게 성공하게 되었는지는 책을 읽어보시고.

 

 

이 책을 읽으면서 노인들의 욕심(!)에 너무나 소름이 끼쳤다. 아무리 200세까지 삶이 연장된다 하더라도 그렇게 해서라도 살고 싶은 걸까? (라고 이렇게 겉으로는 말하지만 솔직히 나도 요즘 입가의 주름이며 눈밑의 주름을 볼 때마다 주사라도 맞고 싶은 마음 간절하다. 지난주 만난 친구가 각진 턱 때문에 주사를 맞았는데 그 주사 한방에 어찌나 달라보이던지 정말이지 내 곳간에 돈이 넘쳐흐르면 한번은 맞아보고 싶은(곳간이 텅텅 비었길 망정이지) 마음이 생기더라) 한데 그런다고 해서 내 몸이 다시 젊음으로 돌아가는 것도 아니고, 어차피 200세가 되면 죽고 말 것인데(라고 말은 하지만, 죽을 때 죽더라도 젊게 살고 싶기도 하지 ㅋ)

 

 

나도 점점 나이가 들어가는 것 같다. 판타지 영화를 보고 나서 이런 생각이나 하고;; 어제 영화에 관해 말하면서 최악의 영화였다, 재미 드럽게 없었다,고 했는데 찾아보니 원작이 있다. 영화도 3부작으로 나올 예정이란다. 어제 글에 탑에 갇혀 지냈던 공주가 어떻게 뜬금없이 쌈 잘하는 공주가 되었는지 모르겠다,며 툴툴거렸는데 원작엔 이렇게 나온다. "여왕에 의해 탑에 유폐되어 있던 공주는 백마 탄 왕자님에 의해 구출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도망을 쳐서 검술을 배운다. 여왕의 통치로 인해 폐허가 된 왕국 곳곳을 지나면서 백성들을 위해 여왕과 맞설 것을 다짐하고 전사로서 각성한다" 내가 어제 온갖 동화의 패러디판이라고 했는데 사실은 <백설공주> 의 현대판이란다. 원작에서처럼 왕자에 의해 구출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도망을 치고 검술도 배우고 앞장 서서 여왕을 물리치는. 이제서야 아하, 이해가 되었다. 차라리 원작을 읽고 영화를 봤으면 훨씬 재미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영화는 너무나 많은 것을 생략한다. 더구나 판타지 영화에서의 사소한 생략은 의문을 일으키기도 하고. 그러므로 <스노우 화이트 앤 더 헌츠맨>을 보고 이해가 안 된다면 원작을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그리고 영화에서나 책에서나 사악한 여왕으로 나오지만 그녀도 알고 보면 정복전쟁(!)의 희생자.

우연히 얻게 된 젊음의 욕망에 매몰되어 가는 조금은 가엾은 여인이나 근본은 역시 사악한 듯.

 

 

 

아무튼 내가 뜬금없이 늙음과 젊음에 대해 주절대는 것은 오늘 읽기 시작한 밀란 쿤데라의 《정체성》의 영향이다. 그 책에 이런 문장이 나온다. "남자들이 더 이상 날 쳐다보지 않아." 이 얼마나 가슴 아픈 말인가? 라며 이런 글을 쓰고 있는 나를 보면 나 역시 젊고 싶은 욕망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듯. 나의 어리석은 멘션에 띠동갑 젊은 친구가 내게 말했다. "저런 말에 공감하기엔 언니는 너무 젊잖아요. ^--^" 위로가 된다. 어쩌면 저런 말을 노리고 이런 글을 써대는지도 몰라. 그러니 친구들, 뭔 댓글을 달아야 하는지는 알쥐? ^0^

 

아놔, 근데 어째 바다로 갈 글이 산으로 간 느낌;;;

한두 번도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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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2-06-05 1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자들이 더 이상 날 쳐다보지 않아." 란 이 페이퍼의 인용문을 보니, 저는 몇 년전에 보았던 프랑스 영화 [미스트리스]가 생각나요. 거기엔 대단히 예쁜, 그러나 이제는 나이 들어 화려했던 과거처럼 남자들을 유혹할 수 없는 여자가 나오는데요, 그녀를 보고 한 여자가 자신의 친구에게 그녀의 시절은 갔다며 이렇게 말해요.

"서른 여섯. 더이상 남자를 후릴 수 없는 나이지."

아......정말이지 가슴이 턱, 막혀버렸지 뭡니까!

readersu 2012-06-05 15:41   좋아요 0 | URL
아아, 제가 서른여섯이라면 세상의 모든 남자들을 다 후리고도 남았을.....^^;;;수 있었을까요? 서른여섯이라는 나이도 무진장 부러운 저는, 역시 젊음에의 욕망이 매우 강한 노츠자;;;

저 글에 친구가 답하길,
남자들이 널 쳐다보지 않으면 너가 남자를 쳐다보면 되지 뭔 걱정이냐! 하더군요. 아, 그런 방법이 있었구나. 바보 같은 소릴 했는데..그것은 살짝 뭐랄까, 자존심이 좀 상하면서..근데 아 정말, 저도 쓸데 없는 돈만 있으면 몸을 바꾸고도 남을 인간이지 뭐예요;;;

[미스트리스], 어떤 영화인지 찾아봐야겠어요.
 

 

어젯밤부터 김두식 교수의 욕망해도 괜찮아를 읽기 시작했다. 마침 읽고 있던 알랭 드 보통의 사랑의 기초_한 남자가 거의 마무리 단계에 있었고 원래 문어발 독서를 좋아하는지라 그 책은 출퇴근용이니 잠자리에선 다른 책을 읽어야 한다는 나름의 규칙으로 인해서였다. 책을 곁에 둔지는 며칠 되었다. 읽어본 친구들이 다들, 넘 재밌다고(!) 평을 남겨 빨리 읽어야지, 하고 있었음에도 미루고 있던 책이었으므로 졸음을 참으며 3장까지 읽었다. 재미있는 것은 3장의 마지막 부분을 읽으면서 문득 떠오르던 책이 있었으니 그 책이 바로 알랭 드 보통의 사랑의 기초_한 남자였다. 한데 그 책을 떠올리자 몇 주 전부터 읽은 책들이 우수수 기다렸다는 듯이 머릿속으로 떨어졌는데 하! 이런 우연이 있나? 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그러고선 빨리 아침이 되길 기다렸다. 글쓰기가 본업이 아닌지라 매번 지극히 주관적인 생각으로 나름의 글쓰기 욕망을 표출하고 있던 바였으므로 어쩌다 발견한 이 '우연의 연속'에 대해 신이 나서 혼자라도 떠들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에 공감의 반응을 보여준다면 일이 아닌, 나 좋아서 하는 일에 더 할 수 없이 고마움을 느낄 수 있을 테니까.

 

시작은 이렇다. 몇 년을 도서관 근처에 살면서도 대출증을 만들 생각도 안 하다가 필요에 의해서 어쩔 수 없이 대출증을 만들고 책을 빌리게 되었다. 도서관을 이용해본 분이시라면 다 읽은 책을 갖다 주고 그냥 나올 수 없다는 것을 알 것이다. 설령 읽지 않은 책이 집에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해도, 읽지도 못하고 다시 반납할지언정 한 권이라도 챙겨서 나와야 한다는 사실. 그날도 그랬다. 대출증을 만든 일은 끝났고 굳이 책을 빌릴 이유가 없었음에도 뭔가를 들고 나가야 한다는 괜한 의무감이 들었다. 뭘 빌리지? 잠시 고민을 하다가, 읽었으나 기억이 안 나는 궁금한 책을 빌리기로 했다. 마침 트윗으로 아니 에르노의 책에 관해 조잘대는 친구들의 멘션을 본 터라, 맞아, 아니 에르노의 책은 얇았지. 구입을 하기엔 좀 아까우니 빌려보자, 라는 단순한 생각에(물론 얇아서 빌린 것. 도서관에서 두꺼운 책은 필요와 궁금에 의하지 않으면 도저히 빌리기가 힘들다. 나는;;) 아니 에르노의 책을 빌렸더랬다. 단순한 열정탐닉, 한데 뭣도 모르고 빌린 두 권의 책이 우연하게도 서로 연관이 있던 책이라 너무 재밌게 읽었고 그 책들을 읽다 보니 다시 궁금해진 필립 빌랭의 포옹까지 읽게 되었다. 세 권의 책을 읽은 느낌은 한마디로 그랬다. “아아, 인간의 참을 수 없는 욕망이라니!!”

 

아니 에르노의 책을 다 읽을 무렵 알랭 드 보통의 사랑의 기초_한 남자를 읽기 시작했다. 남자 입장에서 결혼의 상태를 분석했다. 알랭 드 보통의 분석적인 문체가 너무 마음에 들어 아주 책속으로 들어가면서 읽고 있던 중 눈길을 끌었던 부분은 인터넷 포르노 사이트에 관해 대부분의 남자들이 인식하는 내용을 죽 설명한 뒤 이어지는 주인공 벤의 외도였다. 출장길에 있었던 안면 있는 젊은 여자와의 하룻밤. 그날의 상황에 대해 알랭 드 보통은 이렇게 말한다. (이건 뒤에 말하겠지만, 김두식 교수가 말하는 중년 남성의 내면에 남아 있는 소년의 탄생(!)하고도 비슷하다)

 

자정 무렵, 그들은 손님이라곤 두 사람뿐인 바에서 와인을 마셨다. 추파를 던지는 그의 방식은 정확하고 간결했다. 웃고 칭찬해주고 희롱했다. 결혼한 중년 남자가 젊고 아름다운 여자를 유혹할 때 보이는 대범함을 자신감과 혼동해선 안 된다. 그것은 다만 죽음에 대한 두려움에서 비롯된 것이다. 인생이 끝없이 넓게 펼쳐져 있을 것만 같았던 때에는 자의식을 느끼며 수줍어하는 호사를 누릴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그는 이제껏 감히 시도해본적 없는 과감함으로 밀어붙이고 있었다.”

 

? 벤은 이제껏 감히 시도해본적 없는 과감함을 드러낸 걸까. 물론 결론은 단 하나이다. 단지 아내가 아닌 다른 여자와의 섹스를 위해서. 그땐 그동안 숨어 있던 소년의 모습으로 자신감이 솟아난 것?!(움 내가 중년 남성은 아니니 정확히는 모르겠으나 정황상 그런 것 같다)

 

아무튼 그러다 지난 주 여행을 가면서 어떤 책을 들고 갈까 고민하다가 단지 얇다는 이유로 모니카 마론의 슬픈 짐승을 들고 갔다. 돌아오는 길에 읽기 시작하고 연휴 마지막에 책을 덮었다. 제목처럼 슬픈이야기가 내 맘을 울렸더랬다. 읽으면서 내내 아니 에르노가 생각났음은 물론이다(도대체 무슨 얘길 하려고 이러는 걸까,^^;;). 그리고 어젯밤 김두식 교수의 욕망해도 괜찮아를 읽었다. 이쯤에서 언급한 책들을 읽은 사람들이라면 이 책들의 공통점을 알 것이다(알랭 드 보통이나 김두식 교수의 책에선 일부분이지만). 하고자 하는 이야긴 이 부분이다. 미약하나마 대체로 공감을 하며 아, 명쾌하다! 라는 생각을 들게 한 김두식 교수의 말,

 

중년 남성의 내면에 남아 있는 소년은 지랄총량의 법칙으로 알려진 지랄이기도 하고, ‘에너지이기도 하며, ‘청춘이기도 하고, 프로이트(S. Freud)가 말하는 이드’(id)이기도 합니다. 당연히 ()’, 즉 욕망의 영역에 속한 힘이죠.”

 

그렇다. 어쩌다 그동안 읽은 책들에 죄다 중년 남성이 나온다. 그리고 그들은 모두 유부남이며 한 여자와 사랑에 빠진다. 그리고 그들, 중년 남성들은 지랄인지 에너지인지 혹은 청춘인지 모를 에 빠져든다. 아마 소년의 마음이 강하겠지. 사랑의 기초_한 남자에서는 출장에서의 한번 가진 외도일 뿐이지만 욕망해도 괜찮아사랑에 빠진 아저씨들을 보면 죄다 진심처럼 보인다. 정신적인 것보다는 육체적인 욕망에 관한 한. 아니 에르노의 남자는 거의 일치하고 모니카 마론의 작품 속 남자는 조금은 예외일 수도 있겠다. 그러니 욕망해도 괜찮아의 부분을 읽으면서 혼자 그동안 읽은 책들을 떠올리며 신기해하고 우연이 어쩌고저쩌고 하면서 혼자 낄낄거린 것이다(, 뭐야, 하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김두식 교수의 책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워낙 소설이나 좋아하는 사람인지라 이름은 익히 들었음에도 읽으려 하지 않았던 분야였기에 이번 독서는 제목 때문에라도 읽어봐야겠다고 마음먹게 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 나도 욕망이 궁금한 인간이므로. 하여 읽기 시작한 욕망해도 괜찮아는 들어가는 부분부터 굉장히 공감을 했다. 특히 이번 글을 통해 멘토가 아니라 여전히 자라는 과정에 있는 40대의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습니다. 우리 안에서 정리되지 않은 채 불타고 있는 소년 소녀의 열정에 대해 말하고 싶습니다. 그 열정과 욕망을 겸손하게 인정하고 싶습니다.“라는 말. 내 나이는 서른을 넘기면서부터 먹지 않고 있지만 그런 나를 보며 아직도 소녀라는 둥, 철이 없다는 둥 하여도 그건 당연한 말이라고 넘기는 나로서는 정리되지 않은 채 불타고 있는 소녀의 열정을 나눠보고 싶다고 하시니 하, 이런! 교수님, 정말 반갑습니다. 라고나 할까.

 

그가 말하는 우리나라에서 남자로 태어나 남자어른으로 살아가는 일에 대해 읽으면서 대체로 공감을 했다. 그건 알랭 드 보통의 책에서 그가 말하는 벤의 아빠, 남편, 아들, 한 남자로서의 상황과 거의 비슷했으므로. 어쩌면 그들의 말에 슬쩍 세뇌(!)라면 세뇌당한 것일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아래는 김두식 교수의 글, 아아, 글쿠나! 중년 남성들의 욕망을 이해하겠어. 그래그래^^; 

 

“10대 중반부터 20대 후반까지 소년은 남성의 내면에서 미친 듯이 춤을 춥니다. 조물주의 설계에 따르자면 바로 그 즈음에 가장 자연스럽게 분출되어야 하는 에너지입니다. 이몽룡과 성춘향이 그랬던 것처럼 주로는 섹스를 통해서 말이지요. 그런데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는 도저히 그럴 수가 없습니다. 욕망을 찍어누른 사람만이 성공이란 달콤한 열매를 맛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섹스를 통해 분출되어야 할 에너지는 엉뚱하게도 도서관, 고시원, 영어학원에서 대부분 소비됩니다. 그런 에너지 소비가 건강한것으로 권장되기도 합니다.

남녀 불문하고 다들 비슷한 형편이라 어차피 연애할 상대방도 시간도 공간도 찾기 어렵습니다. 취직, 고시, 유학 준비에 몰두하며 스스로를 몰아붙이는 과정에서 젊은이들은 더욱 에 속한 인간으로 변해갑니다. 그런 극심한 경쟁을 거쳐서 겨우 결혼할 여유를 갖게 되었을 때, 상대방을 고르는 기준도 보다는 에 속한 것들입니다. 어떤 집안 출신인지, 어떤 대학을 나왔는지, 직장은 어디인지, 얼마나 장래성이 있는지, 건강한지, 품성이 안정적인지 등등을 빼놓은 배우자 선택이란 상상도 할 수 없습니다. ‘에 속한 청년들은 이 모든 것에 외모를 더하여, ‘다른 사람들이 볼 때 괜찮은사람을 배우자로 선택합니다. 한눈에 반했다거나, 불꽃같은 연애를 했다는 사람들도 이런 기준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는 못합니다. 강한 끌림, 성적 매력 같은 것을 배우자 선택의 기준으로 삼으면 덜떨어진 사람으로 취급받기 십상입니다. 연애와 결혼은 구분된다는 가치관도 결국은 에 대한 의 영원한 승리를 의미할 뿐입니다.()

그런 소년이 어느날 소녀를 만납니다. 일 때문에 우연히 만난 여성이 덥석 소년의 손을 잡는 순간, 평생 의 세계에서 살아온 이 규범남은 거짓말처럼 우르르 무너집니다. 그리고 일순간 의 세계로 몸을 던집니다. 좋게 보면 순수하고, 나쁘게 보면 한없이 유치한 사랑놀이가 시작됩니다. 상대방과 나 사이의 자아경계가 무너지는 상태를 뒤늦게 경험합니다. 10대 소년들이 느끼는 것과 하나도 다를 바 없는 퇴행도 경험합니다. 그녀 앞에 서면 어린 아이가 됩니다. 남이 유치해서 쓰러질 편지를 쓰고, 낯 뜨거운 애칭을 부르며 서로를 갈망합니다. 상대방을 위해서는 죽어도 좋다고 생각하고, 실제로 그 사랑의 결과 많은 것을 잃기도 합니다.

대체로 이들이 갈구하는 것은 육체적인 사랑입니다. 문자 그대로 입니다.“ _욕망해도 괜찮아

 

첫 장부터 거의 200%(특히 난 솔로이고 나이를 먹었고 지분거림을 당했던 신정아의 심정도 이해가 가고, 한겨레 김선주 선생이 쓰셨다는 칼럼 중 다부지고 단호하게 자르면 혹은 공개적으로 모욕을 주면 어떤 사회지도층 인사도 더 이상 지분거리지 않는다.”라는 말에도 지극히) 공감하면서(물론 그럼에도 말기(!) 못 알아듣는 중년 남자들 많지만) 더불어 사랑의 기초_한 남자의 벤이나 이 시대를 살아가는 중년 남성의 인생, 사랑, 욕망까지도 그래그래, 얼마나 힘드냐. 남자로서 아버지로서 아들로서 한 여자의 남편으로서, 자신의 욕망을 감추고 살아간다는 것이, 라며 넓은 마음으로 끄덕끄덕(물론 이 모든 공감과 이해는 평범한(!) 중년 남성들에 대한 것일 뿐. 아니 어쩌면 알랭 드 보통과 김두식 교수의 이야기에 괜히 솔깃한 것일지도-.-;;;). 했다. 

 

《욕망해도 괜찮아》와 사랑의 기초_한 남자》는 남자의 입장에서 풀어놓은 남자들의 이야기지만 그럼에도 공감을 하는 이유는 내 동생들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만약 내가 결혼을 하고 아내의 입장이었다면 이해가 좀 덜 되었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들의 이야기를 읽다 보니 맨 처음 떠오르는 인물은 바로 동생이었던 것. 동생도 매한가지이지 않을까, 싶은. 살짝 동정심이 가고 또 안쓰럽기도 하면서. 김두식 교수의 글보다는 아래 알랭 드 보통의 글을 읽으면서 말이다.

   

지하철 안에서 그는 남은 저녁시간을 근사하게 보내는 공상에 잠겼다. 커다란 백조 등에 올라타면 새는 날개를 퍼덕여 하늘을 날아 새하얀 솜털로 채워진 방에 사뿐히 그를 내려놓는다. 그는 아무에게도 말을 걸지 않아도 되고, 혼자 가만히 있을 수 있다. 그러면 낮 동안 제쳐두었거나 제대로 정리할 수 없었던 생각들이 스스로 꼴을 갖춰나갈 것이다. 재스민이나 라벤더향이 풍겨도 좋겠다. 모든 것이 더없이 부드럽고 순결하다. 종이 한 묶음을 옆에 놓고 고민거리들을 끼적일 수도 있다. 느긋하게 곱씹어보면 해결책은 저절로 떠오를 것이다. 알프스산맥의 맑은 물과 연결된 기다란 빨대, 백포도주 한 잔 또는 우유 한 자, 거기에 수프와 회 몇 점이 담긴 쟁반이 천장에서 내려오면 금상첨화겠다. 따뜻한 물이 찰랑이는 수영장에 발을 담그면, 형체는 없지만 모든 걸 다 받아줄 것만 같은 너그러운 두 팔이 그를 감싸안으며 안쓰러움이 담뿍 담긴 목소리로 감미롭게 속삭일 것이다. ‘이해해…….’

 

 

 

하지만 현실에서 그를 기다리는 것은 다음과 같았다.

두 아이, 조금 지친 아내, 그리고 모종의 위기. _사랑의 기초_한 남자

 

 

어쨌든 세상의 중년 남성들, 힘내라! 다만, 그 '색'에 관한 욕망은 집안에서만 발산하시길, 쓸데 없이 남의 '츠자'에게 보이지 말고. 아무리 소년의 감정이 되살아난다고 해도 말이다.

 

 

 

사족, 글을 잘 쓰는 사람이 아니라 쓰고 보니 뭔소리인지 모르겠다. 길다고 좋은 것도 아닌데 요즘은 어째 글만 쓰면 쓸데없이 길어진다. 암튼 책을 읽다가 이렇게 묶어보는 일은 늘 즐겁다. 왠지 뿌듯하고. 자기만족.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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