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들어서면서부터 너무 정신이 없었다. 평일은커녕 주말에도 책 읽을 틈도 없이 바빴는데(그 와중에도 너무 재미있었던 《시작은 키스》와 읽다 말았던 《깡패단의 방문》은 읽었다) 오늘부터 다시 텅 빈 시간들이 찾아왔다. 바쁜 후에 찾아온 시간이라서 여유롭다거나 혹은 아, 이제 좀 쉴 수 있겠다, 가 아닌 뭔가 허전하다고나 할까, 그런 느낌이 더 강하다. 친구는 이럴 때 술 약속을 잡아야 한다고 하는데 마땅히 잡을 약속도 없고 결국 내린 결론은 책이나 읽자는 것. 이번 주에도 읽어줘야 할 책이 한두 권이 아닌데다 책 안 산다고 해놓고선 적립금 생기자마자 찜해둔 책들을 마구 사댔었기 때문에 미안해서라도 책을 읽어줘야 한다는 의무감?!^^;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 이도우 작가의 책이 나왔다는 소식을 알라딘 서재에서 들었다. 전작을 너무 재미있게 읽은 탓에 후속작을 기다렸는데 그동안 까맣게 잊고 있었다. 문학을 좋아하는, 소설을 좀 읽는다는 사람들 사이에서 이도우 작가의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을 모를 수는 없다. 등단 작가가 아닌데다 로맨스 소설로 분류가 되기도 하지만 책을 읽고 너무 공감하며 홀릭하여 친구들에게 입소문을 냈던 책이기 때문이다. 또 읽은 친구들마다 다들 엄지 손가락을 추켜세우고 책수다를 떨만큼 좋았던 책이었기에 나 말고도 알라딘 서재에서 누군가 이도우 작가의 책 이야길 했을 때 대개 반가웠더랬다. 하지만 읽던 책들이 많은데다 간만에 나온 책이라 반응이 궁금해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우선 순위 구입 품옥으로 올려놓고 마침내 내 품에 들어온 것이다.

 

잠옷을 입으렴》, 책소개를 보니 읽고 싶은 마음이 배가 되었다. 더구나 그가 추억하는 어릴 때의 기억들이 죄다 내가 추억할 수 있는 것들과 맞물려 있는 듯하기 때문이다. 먼저 읽어본 사람들의 평이 한결같이 서정적이고 먹먹하다며 말하는 걸 보니 역시 이도우 작가로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당장 읽어보고 싶어졌다. 주말, 읽을 순위 1순위.

 

 

이웃 블로그 님의 롤랑 바르트 사진 이야기를 읽다가 그 책이 읽고 싶어 검색하던 중에 발견한 오래된 책《사랑의 단상》, 그동안 롤랑 바르트라는 이름만 들었지 그의 저서를 한번도 읽어보려고 한 적이 없었는데 독서의 세계는 놀라워라. 관심이 없던 작가도 어느 순간 갑자기 궁금해질 때가 있다. 그래서 이 책을 구했다. 원래 관심을 두었던 책은 어렵다고 해서 포기하고.

 

검색해보니 나온지 꽤 오래된 책이어서 동생 집 책꽂이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살펴본 결과, 역시 있었다. 정말 오래된(1991년 문학과지성사) 판본의 책으로 색은 바랬고, 활자는 작았다. 웬만하면 그 책을 읽어볼까 싶었는데 도무지 내키지 않았다. 하여 할 수 없이 비싼 책이었지만 구하고 말았다는.

 

서점의 미리보기로 잠시 보고 어제 받은 책을 앞부분만 펼쳤는데 아주 좋아라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하긴 '사랑'이라는 단어엔 워낙 약한 사람인지라 그럴 수도 있겠지만. 당장 읽어볼 수는 없겠지만 두고두고 천천히 읽어봐야겠어.

 

 

친구가 상품권 생겼다며 만원 한도 내에서 필요한 책이 있으면 말해보라고 했다. 앗, 필요한 책?! 그런 책이 어디 한두 권이겠냐마는, 이게 웬 떡 아니 책이냐며, 책 선물하겠다면 욕심을 내는 처지라 만원 한도 내의 책을 막 골랐다. 요즘 다들 알다시피 소설 책 한 권도 만원이 넘는지라 고르고 골랐는데 마땅히, 굳이 살 책이 없어서 혹시 800원 초과하면 안 되냐니까, ㅋㅋ 괜찮다고 하여 구한 책, 바로 파스칼 키냐르의 《빌라 아말리아》이다.

 

키냐르의 책도 읽어본 게 없었다. 언젠가 동생 책꽂이에 꽂힌(동생은 책이 많다. 도서관 수준이라서 내가 꼭 사고 싶은 책이 아니면 무조건 빌린다)은밀한 생》을 제목이 주는 '은밀함' 때문에 시도를 했다가 포기했는데, 그래서 키냐르의 책이 나왔다고 해도 관심도 두지 않았는데 트윗으로 한 문장을 올린 친구 덕분에 책소개를 보고 관심을 두었던 책이다.

 

사랑이라는 단어를 좋아한다고 했으니 내가 이 책을 왜 읽고 싶어했는지 알 것이다. 시작은 이렇게 되는 거란다. "15년간 함께 살아온 남자친구 토마가 다른 여인과 키스하는 것을 본 후 이제까지의 삶에 결별을 고하고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안은 위선과 거짓의 삶을 직시하는 고통을 감내하며 새로운 출발을 선택하고 안은 새로운 생성을 위해 지금까지의 삶의 흔적을 지운다. 직장에 사표를 내고, 집을 팔고, 은행계좌를 닫고, 신용카드와 핸드폰을 없애고, 옷과 사진을 불태운다." 나도 한때는 어디선가에서 다른 생을 살아보고 싶었던 적이 있는지라(사랑 때문이 아니라) 책소개를 보는 순간 혹! 해버렸더랬다. 기대가 된다.

 

 

성석제 작가의 글은 워낙 재미있다는 것을 알기에 이 책 《위풍당당》역시 완전 재미있겠구나 싶었지만 바로 읽고 싶다는 생각은 하지 않고 언젠가는 읽어야지 하고 있었다. 한데 책 소개를 해주는 편집자들이 어찌나 재미있게 책 소개를 하는지 안 읽어볼 수가 없게 만들었다. 얼릉 읽고 성석제 작가의 위트와 해학에 빠져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지금 내겐 웃음이 필요하니까.

 

그동안 성석제 작가의 소설을 안 읽은 것은 아니다. 다만 그동안 산문만 읽었던 것 같고 소설을 읽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신간을 낸 적이 없었나? 찾아보니 개정판만 있고 가장 나중에 읽은 책이 소설집《지금 행복해》였던 것 같다). 암튼 읽은지 하두 오래되어(왜 안 읽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떤 느낌이었는지는 생각이 안 나지만도 읽으면서 편집자가 느낀 것처럼 웃어보면 좋겠다.

 

책을 펼쳐보니 재미있는 페이지가 나온다. 맨 마지막 부분, 작가의 말 뒷쪽에 '소제목의 출전'이라는 명목으로 죽 나열되어 있는 글들. 어랏, 노래 제목 같기도 하고 유심히 보니 가사 중에 한 부분을 소제목으로 사용했다. 오홋, 재미있는 발상. 언젠가부터 작가들이 책을 내며 글 쓸 때 듣던 음악이라든가, 같이 들으면 좋은 음악 같은 것을 알려주기도 하는데 이런 리스트는 또 다른 재미를 준다. 움 리스트에 나온 노래들 다 찾아 들어야겠다. 매 장마다 읽을 때 그 노래를 켜놓고 읽어봐야지. 어떤 느낌일지^^ 

 

 

이재익 작가의 책은 처음이다. 아침부터 읽고 있는데 처음 표지와 홍보 문구, 《41》제목을 처음 봤을 때는 뜻을 몰랐는데 알고 나니 제목이 주는 끔찍함이 무거운 내용임을 암시하고도 남아 읽기를 주저했었다. 한데 읽어본 앞부분은 살인 사건이 일어나는 부분이라 아직까지는 범죄 영화를 보는 것처럼 술술 읽힌다.

 

오리무중의 연쇄 살인사건을 파헤치다보니 과거 어느 도시에서 있었던 집단 성폭행과 관련이 있다는 것까지 알게 된다. 하지만 용의자를 파악하고도 증거가 없어 잡질 못하는 상황이 된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어떤 범죄 소설이나 다를 바가 없다. 영화에서도 숱하게 보아온 구성이니까. 하지만 이 소설은 다르다. 실제 사건을 토대로 했기 때문이다. 한때 한 도시를 뒤흔들었던 집단 폭행 사건이다. 이 사건으로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우리 시대의 어두운 단면을 보여주고자 했단다.

 

"우리 사회를 지탱하고 있는 ‘법’이라는 시스템이 사회적 약자에게 얼마나 불합리하고 부조리하게 적용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법은 가장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집행되어야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그것을 다루는 자들에 의해 우리의 이성적인 판단과 예상을 벗어나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러한 법과 현실의 괴리라는 문제의 지점"이라는 것을. 읽고 나면 가슴이 답답해질테지만 읽는 중

 

 

마지막으로 에밀 졸라의 《여인들의 행복 백화점》이 드뎌 품으로 들어왔다. 표지 너무 예쁘다. 책은 가볍다. 앞부분을 펼쳐 읽었다. 왠지 우리나라에 처음 백화점이 생겼을 때가 궁금해진다. 에밀 졸라는 이 책으로 현대 백화점의 전략들과 자본주의 매커니즘을 상세히 묘사했단다.

 

백 년도 지난 이야기인데 요즘과 다를 게 없다는 이야기. 흥미롭지 않을 수 없다. 그 시대에도 정가제라든가 세일, 미끼 상품이나 직원 성과급, 광고, 경품 증정과 같은 요즘 백화점에서 실시하는 마케팅의 대부분을 실행하고 있었다니 놀랍다.

 

더구나 그동안 에밀 졸라의 작품 들이 삶의 비참함이나 빈곤, 우울함을 그려냈는데 반해 이 책은 유일하게 해피엔딩의 결말이라니 제목에 왜 행복 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는지 알겠다는.

 

 

그러고 보니 이번 주에도 책이 장난 아니다. 저것들을 한 주 동안 다 읽겠다는 것은 아닌데 정말 시간이 많아서 하루에도 책을 서너 권씩 뚝딱, 해치우면 좋겠다. 그러면 행복해질까? 친구는 머리가 아플 거라고 하더라마는. 맞아, 하루종일 책만 읽는다고 행복하기야 하겠어. 할 일이 없으면 그래도 읽을 책이 잔뜩 쌓여 있어서 행복한 거겠지. 언제든지 손을 뻗으면 잡히는 책들. 그러니 주말에 꽃구경 갈 일 없다면 다들 즐독!! 책을 좋아한다면 그것도 나쁘지 않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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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 2012-04-13 18: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앗, 젠장이라고 말을 꺼낼 수 밖에 없는 상황이군요.
마침 적립금이 꽤 쌓이고, 당선작 상품권까지 받은 상황이라 책 세권을 주문했는데...
이도우 작가의 것을 그만 까먹어 버렸습니다. 아아 ㅠㅠㅠㅠ
리더스님 조금만 더 일찍 이 페이퍼를 써주시지 그러셨습니까.. 엉엉

readersu 2012-04-16 15:27   좋아요 0 | URL
아아, 우짜노!!
제가 좀 더 일찍 올릴 것을 그랬어요^^;;
이미 주문한 책이 있으니 일단 그것부터 읽고 이도우 작가 책은
난중에 꼭 읽어보세요^^
 

어렵단다. 다들. 그의 시도 사실은 어렵다. 그는 일부러 그렇게 쓴단다. 그럼에도 내 시가 좋으면 너네가 수준을 내게 맞추도록 해라. 강심장이다. 독자에게. 그러나 맞다. 이 정도의 배포와 개성은 있어야 한다. 읽고 싶은데 이해를 못하면 읽는 사람만 답답할테지. 어렵다는데 나는 다 이해했다. 나, 잘난 척! 어쨌든 이런 개성 좋다. 몸이 기억하는 아름다운 이야기들. 시인의 감성으로 훨씬 아름다운 몸이 되었다.

 

오래전 ‘우울증은 비밀에 대한 고통이다’라는 문장을 읽은 적이 있다. 우울증은 몸이 의도하는 것과 저항하는 것과의 관계라는 사실을. 그럴 경우 몸은 뭉클하다. 대개의 경우 환자가 지적하는 통증의 부위는 은유의 화려함에 결정된다는 디알로그는 심층적이다. 몸에 관한 글을 써내려가면서, 몸을 관통하지 못하는 언어는 어디로든 데려갈 수 없다는 사실을 다시금 느낀다. 몸에게 닿으려는 언어는 비밀을 더 많이 가져야 한다는 사실을, 시가 단어 하나 속에서 숨이 차오르는 숨 쉬기이듯이, 시는 육체를 밀월하는 어떤 부위를 나 아닌 누군가의 몽정이라고 부르려는 호명에 가까운 것이다. 밀어 &란 보이지 않는 언어로 떠나보는 여행이다. 네 몸의 어떤 부분으로 떠나는 밀월이다. 시인은 몽롱한 번개 같은 언어를 데리고 ‘살 속의 연’처럼 흘러가보고 싶다. 혹은 속삭이는 번개처럼, 내 몸속으로 들어가 네 몸을 잊어보고 싶었다. 이 책은 어떤 이에게는 불필요해 보이는 느낌이 될 수도 있겠으나 어떤 이에게는 뭉클한 몸처럼 그리운 허구 같은 것이 되었으면 한다. 그건 우리들의 언어에 또 다른 생채기를 남길 것이다. 찰과상처럼.

 

 

내가 뜬금없이 시인의 산문집에 대해 써보겠다는 것은 다 서효인 때문이다. 그의 야구 산문을 너무 재미있게 읽은 탓이다. 시보다 산문이 더 좋았기 때문이다. 아니 시도 좋지만 산문도 시적이어서 너무 좋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관심을 갖게 되었다. 야구와 함께 시작하고 자란 시인의 야구 사랑은 사라진 야구에 관한 열정을 불러일으켰다. 올 시즌이 되면 어떤 팀이든 정해 나도 야구 사랑 한번 해보겠다, 책을 덮으며 다짐했더랬다. 야구 시즌 돌아왔다. 뉴스에서만 잠깐씩 본다. 아직도 누굴 응원해야할지 정하지 못한 탓이다. 내 남은 인생도 서효인이 야구와 함께 살아온 것처럼 야구와 함께 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혼자 생각했다. 주말에 야구 봐야겠다. 근데 누구 응원해?

 

내가 태어난 이듬해 프로야구는 시작되었고, 우리는 야구처럼 커왔다. 촌스러웠고, 즐거웠다. 혹독하고 뻔뻔했으며, 지금은 시끄럽다. 시끄러운 세상의 구석에 선 채로 야구를 본다. 야구를 보고 즐거워하고 화내면서 옆에 서 있는 사람의 얼굴을 본다. 당신이다. 힘든 표정을 짓고 있다. 그 표정, 예쁘다. 멋지다. 
예쁘고 멋진 당신과 이야기를 나누게 돼서 다행이다. 당신이어서 영광이다. 오늘 나는 밤을 샐 작정이다. 쉬지 않고 야구 이야기를 하면서 지구 밑으로 가라앉은 태양이 다시 머리 위로 떠오르기를 기다릴 것이다. 오늘의 야구와 내일의 야구에 관하여 그리고 당신의 야구와 나의 야구에 관하여. 그러니 당신, 나와의 수다는 어떤가. 태양까지 홈런을 날리잔 말이다.

 

 

그의 첫 인상은 수다(!)스럽구나, 였다. 다른 시인들에 비해 쉴 새 없이 떠드는 모습을 본 탓이다. 한데 두 번째 만남에서는 전혀 상반된 모습을 보여줬다. 이제서야 왠지 시인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쁜 생각. 시인은 수다떨면 안 돼? 뭐 안 될 것은 없지만. 왠지 시인은 조용하고 무게 있고 감성적이고... 그런 편견을 버렷! 내가 아는 한에서 시인의 산문집 중에 제일 늦게 나왔다. 독특하지 않으면 그 아무리 유명한 시인이래도 책 팔아먹기 힘들다. 그런 점에서 그의 산문은 개성이 팍팍 넘친다. 야구도 몸도 아닌 그림과 색에 관한 글이기 때문이다. 오홋, 시인들은 왜 다들 이렇게 멋진거지? 블루를 좋아하니까 블루에 관한 예문.

 

블루는 흘러요. 블루는 멈춰 있어도 흐르는 것처럼 보여요. 정지된 상태에서도 파닥거릴 수 있지요. 날개를 지닌 블루는 언제나 꿈을 꿔요. 무엇이든 될 수 있고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믿지요. 따라서 블루는 오션ocean이 되기도 하고 프린트print가 되기도 하고 때때로 문moon이 되기도 해요. 어떤 영화감독은 블루를 가지고 벨벳velvet을 만들었고 뮤지션들은 블루를 가지고 아름다운 음악blues을 연주했지요. 블루는 월요일monday과 결합해서 사람들에게 피로를 안겨다주기도 하지만 증권가에서는 여전히 우량주blue chip로 각광받지요. 블루는 우울할 때도 있지만 끝까지 희망을 놓지 않아요. 약간 괴팍한 구석도 있지만 사람들이 결코 버릴 수 없는 사랑스러운 존재가 바로 블루예요. 블루는 흐르고 흘러, 그 속에 파묻힌 사람들이 스스로 넘실거릴 수 있게끔 도와주지요. 그 순간을 블루는 ‘푸름blueness’이라고 부른답니다.

 

 

여기 또 개성 팍팍 넘치는 시인 한 명 등장. 시라면 시, 노래라면 노래, 그에 하나 더 보태어 산문이라면 산문, 사랑이라면 사랑(응?) -> 이런 말을 하는 이유는 그가 이번에 낸 산문이 오로지 한 사람을 위한 것이라고 했기 때문. 그리고 독특한 구성. 동료의 시를 본인의 산문으로 승화시켰다 . 멋지다. 한데 산문의 내용마저 죽인다. 푹 빠져 허우적대게 만든다. 아직도 안 읽었다고? 이런, 후회할걸?!

 

떠나간 것에 미련을 갖거나 스스로 선택했던 일에 대해 후회해본 적이 별로 없다. 한 시절의 상처 따위 태양의 농도가 변화하고 바람의 세기와 방향이 바뀌는 대로 저절로 잊히는 걸 인지상정이라 생각하며 나름 거동 가볍게 살아온 편이니까. 어떤 무게에 매섭게 짓눌리다가도 잠깐 고개를 돌려 내다본 창가의 다른 풍경을 향해 가볍게 미소 지을 줄 아는 탄력이 곧 시의 힘이라 믿고 있었으니까. 그러나 3년 전 가을 이후로 내 안의 그 작은 창이 두텁고 어두운 베일 뒤로 숨어버린 느낌이다. 바깥이 보이지 않았고, 내부로 굽어든 시선이 불 밝혀줄 그 어떤 아름다운 그림도 내 속엔 존재하지 않았다. 그 퍽퍽한 어둠과 불안한 서성거림 끝에 나의 손을 놓아버린 한 사람에 대한 변함없는 연모와 사죄의 심정이 아니었다면 이 책은 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떠나간 누군가를 오랫동안 그리워하는 일, 그리고 그것으로 생의 다른 윤리를 모색하고 과거를 재편성하는 일이란 참 힘들고 허망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그게 아니고서는 내가 다시 나 자신을 향해 솔직하게(난 요즘 그 어떤 웃음도 진심이라 믿을 수 없다) 웃을 수 있는 방도가, 지금으로선 없다. 이건 고통과 슬픔의 문제가 아니라, 당위와 책임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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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 2012-04-12 2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 에세이 신간평가단을 하며 읽고 싶다고, 아마 저 혼자만 바랬던 책들입니다! 특히 김겨...경 하여튼 이름은 기억이 나질 않지만 <밀어>는 유독 읽고 싶었던 책이에요. 그 재밌고 쉽다는 성석제의 에세이도 어려워하면서 어렵다고 입소문이 자자한 그의 책은 어찌 읽고 싶은 마음이 들었던 것일까요. 후후

readersu 2012-04-13 18:29   좋아요 0 | URL
에세이를 좋아하시는구나요.
읽어보셨으면 좋았을 것을 그랬어요.
<밀어>는 다들 너무 어렵다고들 해서, 리뷰 쓰기도 힘들다고 토로를^^
기회가 되면 꼭 읽어보셔요^^
 

 

 

기다렸던 책이다. 내가 이 책을 기다린 이유는 '자궁경부암'이라는 단어 때문이다.

 

"20년 전, 자궁경부암으로 사망해 땅에 묻은 어머니 헨리에타 랙스가 아직 살아 있다는 것.

더욱 충격적인 것은 어머니 몸의 일부가 무한 증식하여 몸무게 5천만 톤,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100채만큼 불어났으며, 그 세포가 지구 세 바귀를 덮고도 남을 정도로

퍼져나가 전 세계 방방곡곡에서 상업적으로 거래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오래 전에 자궁경부암 진단을 받았던 내 엄마가 생각났기 때문.

암에 걸려 살아날 확률 5년을 훨씬 넘기고서도 여태 잘 살고 계시는 엄마.

어쩌면 헨리에타의 세포 덕분이 아니었을까, "인류를 구한 불멸의 세포주 '헬라(HeLa)세포"

그녀의 세포 덕분에 '의학혁명'이 일어나고 '인간 수명연장의 꿈을 실현'한 셈이니까.

그래, 어쩌면, 그렇게, 막연히, 저 단어때문에 꼭 읽어봐야겠다고 기다렸는데,

책을 펼치고 보니 그 이면에 드러난 놀라운 사실들!

 

이 책은 논픽션이다. 책머리에 저자는 이런 글을 썼다.

 

 

"등장인물은 모두 실명이며, 창조된 인물이나 꾸며낸 사건은 하나도 없다. 이 책을 쓰기 위해 나는

헨리에타 랙스의 가족과 친구들은 물론이고, 변호사, 윤리학자, 과학자, 랙스 가족에 관한 글을 쓴 적이 있는 언론인 들과 천 시간도 넘는 인터뷰를 진행했다. 또한 광범위한 기록사진과 문서, 과학적·역사적 연구 출판물, 그리고 헨리에타의 딸인 데버러 랙스의 일기 등에 크게 의존했다. 나는 사람들이 대화하거나 글을 쓸 때 사용한 언어를 그대로 전달하고자 최선을 다했다. 대화에서는 사투리를 그대로 살렸으며, 일기나 다른 개인 기록에서 발췌한 내용은 원본 그대로 큰따옴표를 붙여서 인용했다. 헨리에타의 친척 한 분이 내게 "사람들의 말투를 꾸미거나 말한 내용을 바꾼다면 그건 거짓말이 되고 맙니다. 그러면 그들의 삶, 그들의 경험, 그리고 그들의 실제 모습을 제대로 표현할 수 없을 겁니다."라고 말했다. 나는 인터뷰했던 분들이 자신들의 세계와 경험을 설명하기 위해 사용한 단어들을 이 책 곳곳에 그대로 옮겼다. 같은 맥락에서 나는 '흑인 전용colored' 같은 단어처럼 등장인물이 살았던 시대와 환경에서 실제로 쓰였던 말을 사용했다."

 

 

그러니까 이 책은 단순히 '헬라세포'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생물학 교과서, 참고서, 인터넷과 잡지 등을 샅샅이 뒤져도

헬라세포의 원 주인과 그 가족들의 삶에 대해 알 수 없었던 작가 레베카 스클루트가

헨리에타의 직계가족과 친척, 지인은 물론 헬라세포 연구에 연루된 모든 인물들을

추적하고 진실을 밝혀내기 위해 10년에 걸쳐 쓴 글이다.

그 추적에서 밝혀지는 놀라운 진실은,

'인종 차별과 빈부 격차, 의학 발전을 명분으로 한 인권 침해와 자본주의 산업체제 아래서,

정작 그 세포의 주인과 가족은 이 모든 기념비적인 사건에서 철저히 배제되고 이용당하고

희생당했다는 사실'이다.

 

 

 

미국 남부의 한 담배공장에서 노예 조상들처럼 담배농사를 짓던 헨리에타는 1951년

이상출혈과 체중감소로 존스홉킨스 병원을 찾는다. 그곳은 흑인에 대한 인종차별이 극심한 시절,

가난하고 교육받지 못한 흑인들이 최소한의 의료서비스를 기대할 수 있었던 유일한 병원이었단다.

그곳에서 자궁경부암 진단을 받은 그녀는 방사선 치료를 받았지만,

그녀의 암은 담당의사도 경악할 정도로 빠르게 전이되고 암 진단 받은 후 4개월 만에 사망한다.

 

 

그런데

 

 

1973년 어느 날, 미국 볼티모어에 살고 있던 랙스 가족은

사망한 그녀가 여전히 살아 있다는 연락을 받는다.

의사가 환자 본인이나 가족의 동의 없이 헨리에타의 난소에서 세포를 채취했고

그 세포는 몇 주가 지나도록 성장을 멈추지 않고 증식하여 그동안 햄스터나 원숭이를 대상으로

의학 실험과 신약 개발을 해왔던 의학계에 신기원을 열었던 것.

 

이 사실은 영원히 죽지 않는 그녀의 세포들이 수천억 달러 규모의 의학혁명을 이루고

인간 수명연장의 꿈을 실현하는 견인차가 되어 의사와 과학자들 사이에서

매매되고 배양되는 동안, 놀랍게도 그녀의 가족들은 이 사실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한 채 빈곤층으로, 노숙자로, 범죄자로 전락하며 비참하게 살아왔다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가 경악할 일은,

인류를 구할 만큼 놀라운 세포는 둘째치고, 어떻게 본인과 가족도 모르게,

한 여인의 몸이 실험대상이 되고 상업적으로 거래될 수 있느냐는 거였다.

 

 

 

이 사실에서 작가는 랙스 가족의 과거와 현재 이야기를 오가며 헨리에타 랙스의 일생을 복원하고

미국 흑인들에게 가해진 각종 의료 차별과

비윤리적인 실험-연구로 인한 인권 침해 사실을 낱낱이 폭로하고 있다.

 

취재를 하는 동안 작가는 헨리에타 유족들로부터 거부당하고,

돈을 노리고 접근하는 사기꾼으로 매도당하기도 했단다.

그럼에도 끝까지 그들에게 어머니에 관한 진실을 찾아주고자 분투했다고 하니

1000시간의 인터뷰와 10년간의 취재로 "저널리즘이란, 행동하는 정의란, 바로 이런 것"이라는

사실을 알려준 레베카 스클루트의 끈질긴 노력은 본받을 만하다.

 

 

 

책 뒷쪽에 있는 《헨리에타 랙스의 불멸의 삶》에 쏟아진 찬사들만 봐도 그 감동을 알 것 같다.

매우 드라마틱하고 치밀한 구성과 강한 호소력과 흡인력을 가졌으며

한 편의 영화를 보고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고 했는데

<뉴욕타임즈> 99주 동안 베스트셀러 였고 오프라 윈프리에 의해 영화 제작이 되고 있는 중이란다.

 

 

*《헨리에타 랙스의 불멸의 삶》은 필립 K. 딕과 에드거 앨런 포의 작품을 연상케한다. 그러나 이 이야기는 실화다. 레베카 스클루트는 수많은 생명을 구했지만 동시에 한 가족의 삶을 거의 파괴해버린 과학에서의 인종차별주의와 탐욕, 이상주의와 신앙의 문제를 파헤친다. 결코 잊을 수 없는, 더없이 아름답고 특별한 작품이다. _에릭 슐로서(저널리스트)

 

 

*이 책은 소설가의 예술성과 생물학자의 전문성, 취재기자의 열정이 한데 집약된 결정체다. 스클루트는 인종차별과 가난, 과학과 양심, 영성과 가족에 관한 실로 놀라운 이야기를 전하며, 육체의 존엄성과 생명력의 본성에 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_북리스트

 

 

*놀랍도록 균형 잡힌 관점. 편파적이지 않은 태도…… 이 책은 독자들에게 간결하고도 명쾌한 깨달음과 감동을 선사한다. 이 책에서는 그 어떤 장르에서도 발견할 수 없는 힘과 반향을 느낄 수 있다.

헨리에타가 남긴 선물의 혜택을 알았든 몰랐든 간에, 우리 모두는 엄청난 감동에 휩싸일 것이다._오리거니언

 

 

 

이 책은 미국 워싱턴 주의 시애틀 프레드허치슨 암연구소에서

《헨리에타 랙스의 불멸의 삶》의 저자 레베카 스클루트의 강연을 듣던

당시 허치슨 연구소에서 연수를 받던 김정한 교수가 옮겼다.

의대 재학 시절 강의실에서 처음 헬라세포에 대해 간략히 배운 이후,

수많은 의학논문에서 헬라세포를 만났지만 그 주인공의 이면에 대해서는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그녀의 강연은 큰 충격과 감동으로 다가왔단다.

그리고 '의학사의 어두운 이면'을 다룬 이 책을 읽고 번역해야할 '사명감'에 빠져

미시시피 주의 한 주립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는 동생 김정부 교수와 함께 번역했단다.

 

 

정책학자인 김정부 교수는 '본의아니게 생명공학의 발전에 얽혀든 한 흑인 여성과 그 가족의 처절한 이야기를 통해, 알렉시 드 토크빌이 1835년 『미국의 민주주의』의 첫머리에서 당시 미국 사회를 떠받치고 있다고 갈파한 바 있는 평등(과 인권)을 향한 인간의 지난한 투쟁기 21세기 미국에서도 여전히 현재진향형임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나아가 한국 사회에서 생명과학과 인권의 경계에 걸치는 정책토론에 이 책이 의미 있는 시사점이 될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에 작업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흑인 특유의 생생한 사투리체 대화가 많은 점.

원서의 서문에 밝히듯 흑인들의 정서를 그대로 전달하기 위해

이들의 표현을 다듬지 않고 그대로 살려놓은 점을 감안하여 원서 느낌 그대로 생동감 있게

독자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편집부와 상의하여

전라남도 사투리로 번역하기로 결정하고 한창훈 작가의 감수를 받았단다.

 

 

내 방의 벽에는 찢어진 왼쪽 귀퉁이를 테이프로 붙여놓은, 한번도 만나본 적이 없는 어떤 여인의 사진이 붙어 있다. 헨리에타 랙스. 언젠가는 헬라세포와 그 세포의 주인, 누군가의 딸이자 아내이고 엄마였을 그 여인에 대한 전기를 쓰리라……

과학 실험실, 병원, 정신병원을 망하하는 이 모험에는 노벨상 수상자들과 식료품점 주인, 죄수, 전문 사기꾼 등이 각자 배역을 맡아 등장한다. 이 책은 헬라세포와 헨리에타 랙스에 대한 이야기일 뿐만 아니라, 특히 데버러를 포함한 랙스 가족과 그들이 헬라세포의 존재를 받아들이게 되기까지의 평생에 걸친 지난한 싸움, 그리고 그 세포를 가능하게 했던 과학에 대한 이야기이다.

_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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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언 반스!!!!

그가 왔어요. 영어권 최고의 문학상이라는 2011년 맨 부커상 수상작을 들고서!

책을 보는 순간, 흥분하고 말았습니다.

 

지금 읽고 있는 책들이 다 밀리게 생겼으니 어째요?

할 수 없어요. 그러나 다행이라면 가독성 짱! 이라고 하니 휘리릭, 읽고 띠지에 적힌 대로

'마지막 페이지를 덮자마자 다시 읽'어도 금방 읽고말 것 같은 느낌이랍니다.

 

책소개 글을 보니 줄리언 반스가 《플로베르의 앵무새》를 시작으로

네 번째 부커상 후보로 올랐고 마침내! 네 번째로 올라간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로 2011년 맨부커상을 받았다는군요.

 

영국인이면서 '영국 소설의 제왕'이라고 불리는 그가

그동안 계속 고배를 마시다가 받게 되었다는데, 말들이 많았다는군요.

 

13편의 예심작 중 6편의 본선작을 추려 발표하면서

올해의 심사기준을 가독성Readability'에 두었다고 밝히며 시작되었답니다.

리밍턴은(심사위원장) "우리는 즐길 수 있는 책, 읽힐 수 있는 책을 찾고 있다.

우리는 독자들이 이 책들을 사서 직접 읽기를 바란다. 사지는 않고 그냥 숭배하는 게 아니라"

라고 하자 일군의 작가들과 평론가, 문학 에이전트들이 벌떼처럼 들고 읽어났다고.

 

전년도 심사위원장이자 시인인 앤드루 모션은 "올해 심사위원들이 문학을 '단순화'했고,

'고급문학과 가독성 있는 책이라는 가짜 경계를 만들었다"고 비판했다는군요.

어, 저도 앤드로 모션의 말에 공감을 합니다. 그러자 반격을 한, 소설가 그레이엄 조이스가

"문학이 사람들이 희망하는 것을 바꾸게 하려면, 먼저 높은 산에서 내려와 사람들에게 말을 걸어야 할 것" 이라고 응수했다는데, 어, 그것도 옳은 소리입니다.(모냐?-.-)

 

이 글을 읽으니 우리나라의 어떤 문학상이 생각이 났습니다.

그 문학상에서 노평론가 선생님이 그런 말씀을 하셨죠.

이번 수상작은 세계문학으로서 한국문학이라는 하나의 길을 보여준 소설적 여정이라고.

독자도 취향이 있어 저는 그 심사평에 좀 불만이 많았었는데

저 논란을 보니 설마 우리나라도 그들을 따라서??

'단순화', '가독성'에 중점을 두었나, 뭐 그런 쓸데없는 생각을^^;;

 

암튼, 그 모든 논란이 줄리언 반스의 작품으로 선정이 되는 순간,

싸~악 사라졌다고 하는군요! 와우!!!

 

 아, 간만에 본 줄리언 반스 아저씨ㅡ 주름살!!(-.-)

수상하기 전, 부커상을 '호화로운 빙고게임'이라고 비꼬았다고 하는데

네 번째 후보로 올라 수상하던 날, 소감에서 이렇게 말했답니다.

"그렇다. 후보에 오르는 것이 네 번째였기 때문에 사실 한시름 놓았다.

무덤에 들어간 뒤에 베릴 상을 받고 싶지 않았으니까."

(베릴 - 부커상 후보에 다섯 번 올랐으나 결국 수상하지 못하고 세상을 뜬 영국 소설가

베릴 베인브리지를 기념하여 제정한 2011년도 특별상이랍니다)

 

또 노벨문학상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신 위대한 소설가 보르헤스를 유머러스하게 언급하며

"왜 당신이 상을 받지 못하는 것 같으냐는 질문에 보르헤스가 대답하곤 했다.

'세상 어딘가에 나의 수상을 막기 위해 결성된 가내수공업단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 세월 동안, 간간이 약간의 망상이 도질 때마다

나 역시 어딘가에 그 비슷한 사악한 조직이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을 버릴 수 없었다." 라고. ㅋ

아마도 상을 받지 못한 모든 작가들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 않을까요?^^

 

자, 그렇다면 줄리언 반스는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에서 어떤 이야길 들려주는 걸까요?

 

당신이 예감했으나 감히 받아들이지 못했던 이야기의 결말이 다가온다!

라는 문장이 오홋! 하며 절 끌어당기는군요.

 

11쪽에 이런 글이 나옵니다.

"결국 기억하게 되는 것은, 실제로 본 것과 언제나 똑같지는 않은 법이다." 라고.

 

소설은 1960년대, 고등학교에서 만난 네 소년의 이야기로부터 시작되는데

각종 소요와 문화운동, 성적해방으로 들썩이던 60년대 말.

그러나 아직 그 기운은 당신 대학생이던 이들 사이에까지 미치지 않았던 그때의 이야기.

 그로부터 40년의 세월이 흐르고 이제 육십대가 된 토니 앞으로

난데없이 한 통의 유언장이 날아들면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그리고

시작되는 거대한 비극!!!

 

추천의 말들을 읽어보았습니다. 와우! 이 대단한 100자평들^^;

 

"장인적인 솜씨로 직조된 예기치 못한 결말. 세련된 문체,

우아아한 구어적 적확함, 그리고 풍자정신이 빛난다"_타임스

"슬프지만 강렬하다. 이 책은 우리의 기억이 무엇인가, 우리가 그것에 어떻게 대응하고 수정하면

심지어는 그것을 지워버리게 되기까지 하는가의 미스터리를 파헤친다."_보그

"불길하고 불편한 매력. 외견상으로 단정하고 전통적인 이 이야기는 반스의 작품 중

가장 잔혹한 그림자를 남긴다."_월스트리트 저널

"책장을 멈출 수 없다. 끝까지 읽은 뒤, 곧바로 처음부터 다시 읽게 될 것이다.

짧지만, 가장 긴 소설. 다시 읽을 마음의 준비를 하라. 절대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_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아, 이건 뭐 이런 추천의 글이 없어도 줄리언 반스의 애독자로서 빠져들어 읽을 생각이 있지만

당장 읽게 만들어버리는군요. 네네, 《레벨26》의 살인마, 스퀴걸은 잠시 살인을 멈추라, 하고

틀리지 않는 예감이 도대체 무엇인지 알아보겠습니다.

 

 

 

덧, 재미있는 사실!

옮긴이가 2011년 퓰리처상을 받은 제니퍼 이건의 《깡패단의 방문》을 번역한 그 분이시네요.

이 책을 보는 순간,

퓰리처상과 맨부커상, 두 권의 책을 책대책으로 엮어보면 재미있겠다, 라고 생각했었는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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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에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는데

우주와 관련한 책만 펼치면 도무지 뭔 소릴 하는지 알아듣질 못하고

그런데도 우주에 관한 이야긴 궁금하던 차에, 이런 책이 내 앞에 굴러 떨어졌다.

오홋! 이것이야말로, 대박! 이라고 외쳤다는.

 

 

우주 사용 설명서》라는 제목 옆에 붙은 부제 보이는가?

"평범한 지구인을 위한 우주 완벽 가이드", '평범한 지구인'

이건 바로 나를 지칭하는 것!!

그래서 휘리릭~ 넘겨 보았다. '평범한 지구인'이라고 말로만 하고 '비범한' 지구인을 위한

책들이 워낙 많으니까, 이 책도 그럴 거라는 의심을 품으면서 말이다.

 

어, 근데 책 날개에 있는 글을 읽어보니 이렇게 쓰여 있다.

 

 

"우주론에 관한 대중 과학책은 정말 많다. 과학 베스트셀러들은 한목소리로 누구나 쉽게

이 책을 읽을 수 있다고들 말하며, 아름다운 문장과 시적인 언어로 우주에 대한 이야기의

끝을 맺는다. 하지만 대다수의 독자들은 그중 10퍼센트만을 이해할 수 있었다고 이야기한다.

과학에 대해 좀 안다는 사람들은 전문 용어와 핵심 개념에 대해서는 아주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우주가 팽창한다는 의미가 무엇인지 물어보면 대답하기 어려워한다.

이 책의 내용은 간단하다. 정말로 "중요한" 질문을 묻고 답하는 것이다.

물리학자들이 말하는 것의 적확한 의미가 무엇인지 아는 것, 그것이 데이브 골드버그와

제프 블롬퀴스트가 이 책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점이다.

두 사람은 물리가 쉽다고 말하지 않는다.

하지만 지루하고 재미없다고? 그건 절대 그렇지 않다."

 

 

이 글을 읽고 나니, 오! 이 책은 그렇다면 읽어볼 가치가 있겠어. 자신을 가짐.

 

출근 길에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책을 펼쳤다.

목차를 읽고 나니 훨씬 더 자신감이 생겼고, 내용이 막 궁금해졌으며

감사의 말을 읽고 서문으로 들어가는데 하핫, '전형적인' 과학자의 모습이라며

나오는 그림을 보니 과학자들은 과연, 이런 모습일까? 싶다.

문득, 한국의 미래를 짊어질 유명한 젊은 과학자, 한 분 알고 있는데 꼭 물어보고 싶어짐^^

 

 

서문의 첫 문장이 이렇다. "물리학자의 길은 때론 고독하다."

그러면서 상황을 하나 설명해주는데 정말 공감 100%. 이런 이야기.

 

 

"비행기에 탔는데 옆 좌석에 앉은 사람이 당신에게 어떤 일을 하는지 물어본다.

당신은 자신이 물리학자라고 답한다. 이 시점에서 대화의 흐름은 둘 중 하나로 갈린다.

뒤이어 그 사람 입에서 튀어나오는 첫 마디는 열의 아홉은 이런 방향일 것이다.

"물리요? 학교 다닐 때 물리 수업 질색이었는데!"

 

 

하핫, 어쩜 내가 상상하는 것과 똑같은 대답인지! 저 말은 말이다.

원고를 읽은 저자 골드버그의 부인이 그와의 첫 데이트 때 튀어나올 뻔 했던 말이란다.

물론 그 부인은 그 말을 하지 않고 참았으며 결국은 결혼에 성공했지만^^

 

 

어떤가? 이 정도면 오홋, 읽을 수 있겠는걸? 하는 흥미가 생기지 않겠어?

이 정도의 유머로 시작한다면, 지루한 책은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고도 남는다.

 

 

저자들은 서문에서 이런 말을 한다. "우리 접근법은 그보다 훨씬 단순하다.

물리 자체가 재미있다는 것이다. 아니, 진짜로 그렇다니까! 더 설득이 필요하다면,

우린 매 장마다 시시한 농담들(썰렁한 농담과 말장난, 안이한 만화를 포함해)을

5개 이상 넣을 것을 진지하게 약속하리다.

이런 신념을 가지고 이 책의 모든 장들은 변명할 여지없는 골 때리는 말장난이 담긴 만화와

우주가 어떻게 도아가는지 묻는 질문으로 시작한다. 우리는 여러분이 그 질문에 답변하면서

관련된 물리를 골고루 둘러보고, 장 마지막 부분에 다다랐을 때 그 질문을 둘러싼

미스터리들이 명확해지길 바란다. 그리고 당신이 그 만화를 다시 봤을 때

배꼽 잡을 정도로 웃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당신이 생각하는 과학자의 방식,

빙 둘러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말이다." 완전 재미 만땅 있을 것 같은 예감!!

 

 

그래서 드디어 첫 장인 <특수 상대성 이론>을 읽게 되었다.

빛의 속도로 움직이면서 거울을 들여다보면 어떤 모습일까? 뭐 이런 소제목을 달았다.

 

와, 중요한 것은 읽으면서 내가 글쎄! 이해를 했다는 거다. 느낌표를 !! 두 개을 찍으면서

밑줄을 긋고 이해를 시키기 위해 그린 그림에 공감의 토까지 달았다는!

그래서 갑자기 이 책이 재미있어지기 시작했는데, 그만 목적지 도착, 어찌나 안타깝던지.

 

하지만 이제 시작이니까, 괜찮다. 시간 넉넉히 잡아 하나씩 하나씩

이해하면서 다 읽어줄 거다. 그래서 '환상적인 우주여행'을 마무리하고 나면

표4에 나온 글처럼, 평범한 지구인에서 완벽한 우주인으로 변신해버릴 테니까.

 

그럼,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주에 대한 9가지 이야기의 제목을 알려주겠음.

자세한 게 궁금하다면? 책을 읽어보시길^0^

 

 

  • 빛의 속도로 움직이면서 거울을 들여다보면 어떤 모습일까?
  • 슈뢰딩거의 고양이는 죽은 걸까, 산 걸까?
  • 신은 우주를 가지고 주사위 놀이를 할까?
  • 거대 강입자 충돌기가 지구를 파괴하게 될까?
  • 타임머신을 만들 수 있을까?
  • 우주는 대체 어디로 팽창해 가는 걸까?
  • 빅뱅 이전에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
  • 다른 행성에도 생명체가 존재할까?
  • 우리가 아는 것은 무엇일까?

 

 

이런 제목들이다. 소제목을 보고 더 궁금해지고 말았다면 당신은 이 책을 읽어야 한다^^

그럼, 나는 하다만 우주여행을 하러 가겠음.

지금은 캄캄한 밤, 비록 비가 내려 별은 보이지 않지만 상상 속의 우주에선

수많은 별들이 나를 쳐다보고 있을 것이다? 멋진 우주여행이 될 것 같은 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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