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탈출 마루벌의 좋은 그림책 73
토비 리들 지음, 신윤조.이명희 옮김 / 마루벌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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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물 네 마리가 동물원을 탈출하여 겪는 일들이 펼쳐지는 그림책. 설정이 비슷해서인지 아이들이 재미있게 보았던 애니메이션 <마다가스카>가 연상되는 작품이다. 눈길을 끄는 점은 내용 중 몇몇 장면은 비틀즈 앨범 재킷, 호퍼의 그림, 킹콩, 네스호 괴물 등을 패러디하였는데, 이를 몰라도 재미있게 볼 수 있지만 알고 보면 더 재미있는 그림책이다.

 개미핥기, 코끼리, 거북이, 홍학은 동물원을 탈출하여 친구인 부둣가의 개의 도움을 받는다. 나름대로 변장을 해서 사람들 속에서 지내지만 동물원 직원들이 이들을 뒤쫓고 도시에 남은 개미핥기부터 잡히고 만다. 이후 다른 동물들은 어떤 사건-거북이는 불쌍하게도 치명적인 약점 때문에-을 계기로 잡혀 가게 되는지 궁금해 하며 보게 된다. 패러디 된 장면을 살펴보면 우선 동물들이 횡단보도를 건너는 장면으로, 그룹 비틀즈가 애비로드(횡단보도)를 건너는 모습을 패러디 한 것이라는 것은 나중에 인터넷 서점의 도서 설명을 보고 알게 되었다. 

 

그림 참조
- http://kin.naver.com/open100/db_detail.php?d1id=3&dir_id=30603&eid=x7hVm+L/yANsIgSaivE4Sxs2Fuew5ZmP&qb=67mE7YuA7KaIIOyVoOu5hOuhnOuTnA==&enc=utf8&pid=fNuInsoi5U4ssaY5bbhsss--029801&sid=DjY4R19xv0kAABwvUREAAAB8

 에드워드 호퍼의 유명한 그림(NIghthawks)을 패러디한 장면도 있고, 미술관에 걸린 르네의 그림(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과 극장에서 상영되는 영화는 '킹콩'의 한 장면, 네스 호의 괴물을 떠오르게 하는 사진 등 림에 녹아 있는 다양한 패러디 장면은 알고 있는 사람에게 더 큰 재미를 제공한다. 
- 그림 속의 '
FLAMINGO'란 간판이 서 있는 건물은 라스베이거스에 처음 생겼다는 그 플라밍고 카지노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듬.

  다른 동물들은 잡혀갔지만 홍학만은 자유를 찾은 결말은 영화 <쇼생크 탈출>의 주인공이 오랜 세월 끝에 감옥을 탈출하는데 성공한 것 같은 쾌감을 안겨주었다. 더구나
작가는 이야기 말미에 "사실 그대로 가장 정확하게 기록한 것"이라는 문구로 독자에게 '정말일까?'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위트를 발휘하고 있다. ^^ 글 분량은 각 쪽에 한 두줄 정도로 그리 많지 않으며, 회색의 단일 색조 톤으로 그려진 그림은 수수하면서도 안정감이 있다. 문화권이 다른 우리 아이들이 이런 부분들을 다 알지는 못하겠지만 자유를 위한 동물들의 탈출기가 충분한 재미를 준다. 아이들보다 내가 더 재미있게 본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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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속에 누구요? 옛날옛적에 8
조경숙 글, 윤정주 그림 / 국민서관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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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울이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들이 거울 속의 사람(?)을 보고 놀라 한바탕 소동을 벌이는 내용의 옛이야기. 거울 속의 인물이 거울을 들여다 보는 자기 모습인 줄도 모르고 엉뚱한 의심을 하기도 하고, 화를 내기도 하고 놀라기도 하는 등장인물들의 모습에 웃음이 절로 난다. 옛날 사람들이 거울이란 것을 처음 접했을 때 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등장인물들의 익살스런 행동과 표정이 옛이야기의 해학을 느끼게 해주는 이 책의 그림은 <연이네 설맞이>, <축구 생각>, <짜장면 불어요!> 등의 그림을 그린 윤정주씨가 그렸다.

 숯쟁이가 한양으로 숯을 팔러 가려고 하자 아내가 반쪽만 얼굴을 내민 달을 가리키며 그런 모양의 빗을 사 달라고 한다. 그런데 한양에 간 숯쟁이는 아내가 사달라는 것이 무엇인지는 잊어버리고 달을 가리킨 것만 기억나 하늘에 뜬 달 모양의 물건을 산다. 달이 차고 기우는 이치를 모르는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아내가 부탁한 것은 빗이었는데 달을 가리킨 것만 기억하고 정작 부탁한 것이 무엇이었는지는 잊어버렸다니~. 숯쟁이는 보름달처럼 생긴 거울을 사오고, 거울을 들여다 본 아내는 젊은 여자를 데려왔다고 화를 낸다. 숯쟁이도 거울 속의 남자를 보고 어리둥절~. 거울이 무엇인지 모르는 원님 또한 거울 속 인물에 놀라 줄행랑을 놓고 만다. 

  펼쳐진 책장 양 쪽에 걸쳐 그려진 숯쟁이가 한양에 가는 장면에 시간의 흐름을 짐작할 수 있게 왼쪽 책장에는 태양을, 오른쪽 책장에는 달을 각각 연속해서 그려 놓은 그림이 눈길을 끈다. 태양은 움직여도 동그란 모습 그대로인 반면 달은 반달에서 보름달이 되어가는 모양을 차례로 나타내어 이 둘의 차이점이 한 눈에 들어온다. 한양 사람들이 둥그렇게 줄을 지어 서서 숯쟁이의 숯을 사는 장면도 소소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등장인물들의 다양한 표정과 몸짓- 특히 머리 양 옆으로 손을 올려 뱅글뱅글 돌리고 있는 시아버지~-이 웃음을 자아낸다.  

 아이들은 몇 살쯤에 거울에 비친 모습이 자기 자신임을 인식하는 것일까? 궁금해서 정보를 찾아봤더니 적어도 18개월 이후는 되어야 거울 속의 자신과 실제 자신이 동일 인물임을 인식할 수 있다고 한다. 그전에 아이들이 거울을 들여다보며 재미있게 노는 것은 (자기가 웃고, 움직이는 것이지만 같은 행동인 것도 인식하지 못하고) 거울 속의 인물이 히죽~ 웃기도 하고, 이리저리 움직여 대는 모습이 신기하고 재미있어서라고 한다. 이 책은 앞표지 중앙에 (종이) 거울이 달려 있어 아이들이 자기 얼굴을 비춰 볼 수 있게 해 놓아 재미를 더하고 있다. 배꼽 잡는 재미있는 옛날이야기도 듣고~, 거울 속의 내 모습도 보고~.

  마지막 장면에 개가 -사람들이 버리고 간- 거울을 물고 있는 그림이 있기에 집에 키우는 우리 집 개에게 앞표지의 거울을 들이밀어 보았다. 그랬더니 이 책 속의 인물들처럼 갑자기 낯선 개라도 나타난 양 마구 짖어대지 뭔가~. 거울을 모르는 개 입장에서는 난데없이 자기 앞에 다른 개 한 마리가 나타난 것이나 마찬가지였나 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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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마다 제 색깔 마루벌의 좋은 그림책 74
레오 리오니 지음, 이명희 옮김 / 마루벌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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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멜레온은 고유의 색이나 무늬가 있는 다른 동물과 달리 환경에 따라 몸의 색이 변하는 특성이 있는 동물이다. 그런 신기한 면이 있어 특히 더 아이들의 호기심을 더 자극하지 않나 싶다. 이 그림책에서는 이런 특성을 지닌 카멜레온이 자기만의 색을 갖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레오 리오니는 철학적인 내용으로 독자에게 생각할 거리를 주는 작가로, 이 작품에서는 개개인의 본성이라 할 수 있는 '정체성'(혹은 개성)에 대해 고민해 보게 하고 있다.  

 초록색 앵무새와 빨강색 금붕어, 분홍색 돼지, 모두들 저마다의 자기 색깔을 가지고 있는데 반해 카멜레온은 가는 데마다 몸의 색깔이 변한다. 호랑이처럼 줄무늬가 생긴 모습이 귀엽기도 하고 살짝 우스꽝스럽기도 하다. -가능하다면 정말 카멜레온이 그렇게 두 가지 색으로 몸 색깔이 변할 수 있는지 실험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자기만의 색깔이나 생기길 바라는 마음으로 나뭇잎 위에 자리를 잡았지만 계절이 바뀌면서 나뭇잎에 단풍이 들자 덩달아 카멜레온의 몸 색깔도 변한다. 

 "변하지 아니하는 존재의 본질을 깨닫는 성질. 또는 그 성질을 가진 독립적 존재"로 풀이되는 '정체성'은 한 개인이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데 매우 중요한 지표이다. 자신이 누구인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어떤 삶이 올바르고, 나는 어떤 삶을 살 것인지 등 삶의 목표나 기준, 주관이나 가치관 등을 세우는 것의 바탕이 되는 것이 정체성이다. 삶의 목표를 정하고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정체성이 확립되어야 한다. 

 어린 아이들에게 조금 어려울 수도 있는 주제이겠지만, 아이가 특별히 잘 하거나 아이만의 특성이나 개성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이야기를 나누어 보는 것도 좋을 듯. 요즘 들어 내 인생의 목표는 무엇인지도 잘 모르겠고, 나만의 색깔을 가지지 못한 것 같아 계속 고민을 하고 있는데 그런 것을 보면 이 나이 먹도록 아직 정체성을 확립하지 못한 것 같다.

 봄이 되어 다른 카멜레온을 만나 자기만의 색깔을 가질 수 없는 것에 대한 슬픔을 드러내자 지혜로운 카멜레온은 함께 있으면 둘은 언제나 같은 색깔일 것이라고 말한다. 둘은 늘 함께 하며 같은 색, 같은 무늬를 띤 카멜레온으로 살아간다. 레오 리오니는 슬기로운 카멜레온을 통해 자신만의 개성이나 정체성을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함께 살아가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각 동물들을 표현한 다양한 색감과 몸의 색이 변하는 카멜레온의 모습과 표정에 집중한 단순한 그림이 깔끔한 인상을 풍기고 있다. 책의 크기가 아담하여 가방에 넣어 다니기에도 별 부담이 없다.  

- 분도출판사에서 출간된 <제각기 자기 색깔>에도 이 이야기를 포함하여 레오 리오니의 작품 4편이 실려 있음. 나는 아직 직접 보지 못했는데 두 가지 책을 다 본 분의 평에 의하면 그림 구도, 글씨체, 인쇄 상태 등이 많은 차이를 보이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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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의 자유 상자 뜨인돌 그림책 6
엘린 레빈 지음, 카디르 넬슨 그림, 김향이 옮김 / 뜨인돌어린이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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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일상에서 늘 누리고 사는 것이기에 가끔 자유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닫지 못하고 사는 것 같다. 자유는 태어나는 그 순간부터 당연하게 주어지는 것이라고 여기지만 오래 전, 단지 흑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모든 자유를 박탈당하고 인간 이하의 삶을 살아야 했던 때가 있었다. 이 그림책은 헨리 브라운이라는 인물의 실화를 담은 책으로 흑인 노예의 속박된 삶과 자유를 향한 의지를 통해 인권과 자유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고 있다. 2008년에 칼데콧 아너상을 받았으며, 미국 도서관협회 주목할만한 어린이 책으로 선정되기도 한 작품이다. 

 표지 속의 한 소년, 까만 피부에 꼬불꼬불한 머리카락과 까만 눈동자를 지닌 이 소년의 인생에는 어떤 일들이 있었던 것일까? 헨리 브라운은 자기 나이를 모른다. 왜냐하면 그는 노예이고, 노예는 생일이 없기 때문. 노예는 가족과 함께 생활할 수 있는 권리조차 없다. 주인이 명하면 가족들은 원치 않은 이별의 아픔을 겪어야 했다. 헨리 가족을 친절하게 대해주는 주인님조차 헨리를 하나의 물건으로 취급하여 그를 자신의 아들에게 물려준다. 노예는 결혼 또한 주인의 허락을 받아야 가능했으며, 헨리는 사랑하는 아내와 자식들이 팔려갈 때도 이를 막아서지 못한다.

 헨리는 노예의 탈출을 돕는 비밀조직원의 도움을 받아 노예가 없는 곳으로의 탈출을 결심한다. 자유를 얻고자 하는 열망으로 가진 한 남자의 목숨을 건 탈출. 몸을 펼 수도 없는 좁은 나무 상자 안으로 들어가 27시간에 걸쳐, 약 560킬로미터를 여행한다. 아니, 상자에 담겨 자유가 인정되는 세상으로 배달되었다고 해야 할까? 폐소공포증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어떨 때는 이불을 머리 위로 덮고 있는 것만으로도 숨이 막힐 것 같이 답답한 느낌이 든다. 그래서인지 몸도 제대로 펴기 힘든 상자 속에서 그 오랜 시간을 견디어야 한다는 생각만 해도 돌아버릴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이, 한 시간도 버티기 힘들지 않을까 싶다. 

 책에는 나오지 않는 뒷이야기로, 헨리는 아내와 자식들을 찾으려고 노력했으나 결국 찾지 못했다고 한다. 새로운 곳에서 자유로운 삶을 살게 되긴 했으나 헨리의 가슴 한 쪽은 가족을 잃은 슬픔으로 인해 늘 묵직했으리라 생각된다. 가끔 아프리카 흑인 노예를 주인공으로 한 작품이나 그들의 삶을 다룬 책을 접할 때가 있다. 책을 통해 노예의 삶이 얼마나 비참했는지, 인간 이하- 심지어 가축보다 못한 대우를 받아야 했던 그들의 처절하리만치 고통스러운 그들의 삶에 가슴이 저며온다.

 자유는 누구에게나 소중한 것이며, 인권 또한 누구나 존중 받을 권리가 있다. "사람 위에 사람 없고, 사람 밑에 사람 없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이 책을 보며 아이들에게 자유의 소중함-무엇이든 내 마음대로 하는 방만, 방종과는 구별해 주어야겠지만-과 인간이 누릴 수 있는 권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 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이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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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퀸 - 골짜기로 내려간 여우 그림책은 내 친구 17
존 버닝햄 글.그림, 안민희 옮김 / 논장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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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식을 키우다 보면 아이가 부모나 주변 어른들이 해서는 안된다거나 하지 말라는 것을 해 보고 싶어하는 경우가 있어 곤란하거나 속상할 때가 종종 있다. 부모 입장에서는 좋지 않은 결과가 생길 수도 있는 일을 굳이 해보고 싶어 하는 아이의 심리를 이해 혹은 납득하기 어려워 답답한 마음이 든다. 하긴, 돌이켜 생각하면 나 자신도 어렸을 때 부모님에게 그런 고충과 심려를 끼쳐 가며 성장하지 않았던가. 부모의 말을 완벽하게 따르는 아이들은 없지 않을까 싶다.

 산꼭대기에 평화롭게 살고 있는 여우 하퀸네 식구들. 위험하니 골짜기로 내려가지 말라는 엄마 아빠 여우의 당부에도 불구하고 하퀸은 비밀통로를 찾아내 마을에 다녀오곤 한다. 도통 부모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는 어린 여우 하퀸은 하지 말라는 것은 더 하고 싶어하는, 그리고 꼭 해보는 우리 아이들의 한 모습이다. 하퀸은 모험심도 강하고 무모하다고도 볼 수 있을 만큼 용기가 있다.

 이 책을 보며 하퀸에게서 울타리 속에 갇혀 자라는 것을 답답해하는, 바깥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가득한 아이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는데 작가 또한 아이들의 그러한 특성을 담지 않았나 싶다. 더불어 존 버닝햄은 하퀸이 부모의 당부를 어기는 바람에 위험에 처하고 이를 통해 교훈을 얻는다는 식의 구도가 아니라 위험에 처하긴 했어도 지혜롭게 위기를 벗어나는 모습으로 그리고 있다. 비록 아이들이 문제를 만들긴 해도 스스로 이를 해결하려고 애쓰는 마음 자세를 지니고 있을 텐데 정작 부모들이 이를 기다려 주지 못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어느 날 하퀸은 사냥터지기의 눈에 띄고 마는데, 다른 가족이 당장 닥쳐 올 위험을 생각하며 불안에 떠는 모습을 보고 해결책을 모색한다. 여우 사냥에 나선 사람들 앞에 일부러 모습을 드러낸 하퀸은 그들을 자신이 알고 있는 늪가의 비밀 통로로 이끄는데... 사냥터지기가 땅주인에게 여우 이야기를 하는 장면에 사냥개 무리가 등장하는데 - 같은 작가가 그려서이겠지만 그 모습이 비슷하여 - <내친구 커트니>가 떠오른다. 커트니는 매우 똑똑한 개인 반면 이 책에 등장하는 사냥개들은 그렇지 못한 편이지만~.

 - 동물(여우)을 등장시키긴 했지만 벽에 그림을 걸어 놓는 거나 인간의 집안처럼 꾸며 놓은 보금자리며, 여우가 덧신을 신고 의자에 앉는 등 인간처럼 행동하는 모습으로 묘사해 놓았다.

 이 작품이 처음 출간된 연도를 보면 1967년으로, <검피 아저씨의 뱃놀이/1970년>보다 앞서 발표한 작품으로 존 버닝 햄의 초기작에 속한다. 그동안 접해 본 그의 작품들은 그림의 색이 옅고 대체로 차분하면서도 정적인 느낌이 강한 편이었는데 이 그림책의 화풍은 색감이 강렬하고 역동적인 인상을 준다. 사람들이 여우 사냥을 위해 말을 타고 들판을 달리는 장면은 <크리스마스 선물>에서 산타 할아버지가 멀고 먼 산꼭대기로 향하는 장면과 구도면-화면을 수평으로 가르는 지평선과 배경을 최소화하여 색조로만 표현한 점-에서 유사하지만 색감의 분위기와 그림의 느낌은 매우 다르다. 비밀통로로 향하는 장면에서는 달리는 말의 발굽에 진흙이 튀는 느낌이 절로 느껴질 정도로 과감하게 묘사하고 있다.

 세월이 흘러 부모가 된 하퀸이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마지막 장면은 아이들보다 부모가 더 공감할만한 부분으로, 자기를 딱~ 빼닮은 자식 때문에 앞으로 무던히 속 썩을 하퀸을 생각하자니 슬며시 웃음이 나온다. 이 장면을 보면 절로 이 말이 떠오르는데, 아이가 말을 듣지 않거나 속을 썩일 때 어른들은 종종 "너도 너 닮은 애 낳아서 키워 봐라~"라는 말을 한다. 그런데 이 말은 내가 우리 부모에게 들었고-입이 짧아 워낙 안 먹어서..^^;- 지금은 부모가 된 내가 아이에게 가끔 하는 소리이다. 그런 거 보면 늘 자식을 염려하는 부모의 마음과 모험심과 호기심이 충만한 아이들의 특성은 공통적이고 변치 않는 모양이다. 

 아이가 '훗~'하고 웃으며 책장을 덮는 나를 이상한 듯이 쳐다 본다. 아이야~. 이 엄마가 왜 웃었는지 아직 잘 모르겠지만 너도 커서 너 닮은 애 낳아서 키워 보렴. 그 때가 되면 내가 왜 이 장면을 보며 웃음 지었는지 무릎을 치며 공감하게 될 터이니...  
 
* 본문 중에 "힁허케"라는 단어는 처음 접하는 표현이다.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보니 순우리말(품사는 부사)로 ,우리가 흔히 "휭하니~"라는 표현을 쓰는데 바로 이 단어의 잘못된 표현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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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섬 2009-01-22 1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행착오를 겪으며 성장하는게 사람인 것 같아요. 뻔한 결과를 예측하지 못하는 아이들을 보면 참 많이 갑갑한데 그런 내용을 담은 책이라니 보고 싶네요.

순오기 2009-02-10 17: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영엄마님, 세 공주님과 정신 없을텐데 그 와중에 책을 읽고 쓴 리뷰가 우수리뷰로 뽑히고 대단하세요. 곱빼기로 축하합니다!^^

프레이야 2009-02-10 18: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영엄마님 리뷰 당선 축하합니다.^^
존 버닝햄의 이런 그림책도 있었군요.

새초롬너구리 2009-02-11 2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아영엄마 2009-02-13 18: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얼마만의 리뷰 당선인지~ ㅠㅠ
축하해주신 분들 모두 감사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