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픈 개미 100마리가 발발발 I LOVE 그림책
엘리너 핀체스 지음, 보니 맥케인 그림,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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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고픈 개미 100마리가 발발발>은 나눗셈의 개념이 들어있는 수학그림책으로, 판화의 느낌이 살아있는 생동감 있는 그림이 눈에 들어 오는 작품이다. 먼저 호기심의 대상인 곤충(개미)이 책의 주인공들이라는 점이 아이들의 관심을 끄는데 유머러스한 표정을 짓고 있는 개미들이 보는 재미를 증대시켜 주고 있다. 친정집에는 개미가 무척 많았는데 음식 부스러기 등을 찾아 바닥이며 벽을 타고 한 줄로 가는 모습이 종종 눈에 띄는지라 아이들이 개미를 겁내면서도 관찰해 보곤 했었다. 길을 잃지 않는 한 개미들은 정해진 길을 따라 한 줄로 움직이는 것이 특징이다. 그런데 이 책에 등장하는 개미들이 조금 특별한 시도를 한다.

 누군가가 숲으로 소풍을 나와서 풀밭에 한 상 잘 차려 놓고 잠시 어디론가 갔나 보다. 배고픈 개미들이 이 음식들을 목표로 길을 나섰다. 개미들에게도 신나는 소풍길~ 인 셈이다. 그런데 개미들만 가는 것이 아니고 숲 속 여러 동물들도 풀밭에 차려 놓은 음식을 발견하고 신이 났다. 100마리의 개미가 처음에는 한 줄로 부지런히 가는데 한 작은 개미가 너무 더디게 목표를 향해 가고 있다며, 목적지에 빨리 도착하기 위해서 두 줄로 줄을 늘이자고 한다. 50마리씩 두 줄, 그러다 다시 25마리씩 네 줄~... 이런 방식으로 100을 2, 4, 5,10으로 각각 나누면 각 줄 당 몇 마리의 개미가 줄을 서는지 알 수 있게 해주는 것이 바로 이 그림책에 담긴 수학적인 묘미이다.

- 이 책을 보기 시작할 때 가장 큰 관심은 과연 정말 개미가 100마리일까 하는 점일 텐데 한 번쯤 아이와 함께 각 장면 속의 개미의 수를 헤아려 보는 건 어떨까 싶다.(* 첫 장면에서는 개미들이 구멍에서 나오는 중이라 100마리가 안 되지만 다음 장에 나오는 개미의 수를 합하면 100이 된다! ^.^) 개미가 줄을 맞춰 가는 장면에서 일에서 백까지의 수도 익히고 한 줄의 개미의 수를 헤아리면서 특정한 수로 줄을 나누면 한 줄에 몇 마리가 서는지 알아보자. 개마들이 줄을 맞추기 위해 뒤죽박죽으로 뒤엉키는 모습이 웃음을 자아내는데,

 개미들이 줄을 맞추느라 지체하는 동안 숲 속 동물들이 부지런히 와서는 갖가지 음식들을 가지고 가버린다. 결국 개미들이 도착했을 때는 접시들이 텅텅~. ㅡㅜ; 반복적인 문구와 노랫말 같은 경쾌한 느낌의 대사, 야호호~, 꼬르륵, 발발발, 오르르~ 같은 의성어, 의태어 등이 듣거나 읽는 재미를 더해주고 있다. 내용이 생각보다는 조금 단순한 편이라 아쉬운 감이 들기도 하는데 책의 내용을 응용한 다양한 독후활동으로 이를 보충해 주는 것이 좋을 듯. 

-200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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첼로 켜는 고슈 그림이 있는 책방 4
미야자와 겐지 지음, 허정은 그림, 박종진 옮김 / 보림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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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철도의 밤>의 저자 미야자와 겐지의 또 다른 작품으로, 연주 솜씨가 서툴었던 한 첼로 연주자가 동물들의 방문을 받고 이들과 티격태격 하며 첼로를 연주하는 과정에서 진정한 연주자로 거듭나는 이야기를 담은 그림책이다. 꿈처럼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작업을 즐긴다는 화가 허정은 씨가 그림을 맡았는데 음악적인 선율이 느껴지는 몽환적인 그림으로 이야기의 느낌을 잘 살려 놓고 있다.

  마을 활동사진관에서 첼로를 켜는 고슈는 연주가 서툴러 툭하면 꾸중을 듣는 연주자이다. 동료 연주자들 중에 연주 솜씨가 가장 서툰 고슈는 그래서 더 열심히 노력하지만 마음만큼 잘 되질 않는다. 그런 고슈를 항해 지휘자는 연주에 감정이 없으며, 다른 사람의 뒤를 쫓아오는 것 같다고 질책을 한다. 엄마가 아기를 안을 때 불편한 자세로 안으면 아기도 불편해 하는데 비슷한 의미로 연주하는 사람이 힘겨워 하면 음악을 듣는 사람도 힘겨워 하지 않겠는가...
 
 집에 돌아온 고슈는 늦도록 연습을 하는데 누군가가 찾아온다. 얼룩 고양이는 고슈의 밭에서 허락도 없이 따온 토마토를 내밀고는 그의 음악을 듣지 않으면 잠이 오지 않는다며 음악 한 곡을 연주해 줄 것을 청한다. 고슈는 고양이가 놀라자빠지게 할만한 곡을 연주하여 혼비백산하게 만들고 골려주기까지 하는데 이후 다음날, 그 다음날에도 뻐꾸기, 아기 너구리 등의 방문을 받는다. 그리고 아픈 아기 들쥐를 데리고 온 들쥐 엄마를 통해 자신의 연주가 동물들의 병을 치유하게 해 주는 것을 알게 된다. 마침내 연주회 날, 앵콜 요청이 있자 고슈는 지휘자에게 등을 떠밀려서이긴 하지만 독무대로 자신의 연주 솜씨를 발휘한다.

 고슈는 며칠간 그들과 실갱이를 하고 첼로를 연주하는 과정에서 감정을 음악에 싣는 법을 깨우치게 된 것이다. 사실 고슈가 고양이나 뻐꾸기를 대하는 모습을 보면 친절하거나 다정한 것과는 거리가 먼, 상당히 괴팍한 태도를 보인다. 하지만 이들에게서 음악에 감정을 표현하는 것과 끈기를 가지고 연습을 할 필요가 있음을 알게 되고, 자신의 음악이 아픔도 치유할 수 있음을 깨닫게 되면서 고슈 그 자신의 어려움도 치유된 것이다.

 마지막 부분에 지휘자가 고슈에게 "몸이 건강하니까 이런 일도 할 수 있는 거야. 보통 사람 같으면 죽었을지도 모르지."라고 말하는 대사가 조금 생뚱맞게 느껴지기도 했는데 이는 작가인 미야자와 겐지가 몸이 약해 병상에서 지낸 탓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의 뒤표지에 실린 미야자와 겐지의 글을 읽어보면서 이 작가는 자연의 여러 모습들 속에서 다양한 이야기를 끌어냈을 사람이란 생각이 든다. 좋은 감성을 지닌 작가가 병으로 요절한 것이 안타까워 질 수 밖에 없다.  

-200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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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미 타로의 사계절 그림책 - 전4권 - 봄, 여름, 가을, 겨울
고미 타로 지음, 길지연 옮김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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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년 내내 똑같은 날씨에, 주변 풍경도 늘 보던 그 모습 그대로인 것보다 사계절의 차이가 뚜렷한 우리나라를 비롯한 인근 국가들은 자연이 부여한 또 하나의 혜택을 누리고 사는 셈이다. 만물이 소생하는 봄, 짙푸른 녹음과 시원한 바다가 그리운 여름, 결실의 계절답게 풍성함이 느껴지는 가을, 흰 눈이 소복소복 쌓이는 겨울...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우리나라에 봄이 사라져 버린 것 같다. 따뜻한 봄날은 옛 말이 되어 버린 듯 삼월로 접어들어도 한동안은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리더니 어느 순간부터는 따가운 햇살에 땀이 나서 서둘러 여름옷을 꺼내 입게 만든다. 봄과 마찬가지로 가을도 조금씩 그 길이가 짧아지고 있는 듯하니 각 계절이 안겨 주는 선명한 느낌이 퇴색하고 있는 것 같아 아쉬울 따름이다.

 간결과 문장과 그림으로 유아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고미 타로의 사계절 그림책 시리즈를 하나하나 보고 있자니 그 아쉬운 마음이 달래지는 것 같다. <봄>의 표지에서 이제 갓 새싹을 틔우고 있는 나무와 꽃 화분 하나, 그리고 한 아이가 창문가에 서 있는 모습으로 시작하는 이 그림책은 창밖의 다양한 풍경들을 보여주고 있다. 봄을 알리는 나비를 비롯하여 아이들의 모습과 예쁜 꽃들을 뒤편에 잔뜩 싣고 가는 꽃집 차, 비행기... 그리고 놀랍게도 배도 지나간다. 이처럼 다양한 풍경을 바라만 보고 있기에는 봄날의 따스함은 커다란 유혹이다. 어느 사이에 방안에는 아무도 없고 아이가 바깥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봄. 이제 벙어리장갑은 필요 없는 계절인 것이다!
 
 신록이 우거지는 여름에 길을 나선 아이에게 다양한 소리가 들려온다. 종소리인 듯, 공이 튀는 소리인 듯, 물 끓는 소리인 듯, 그리고 와와와~ 신나는 소리, 함께 놀자며 나를 부르는 것만 같은 소리... <여름>편을 보고 있자니 여름을 이렇게 여러 가지 소리로 표현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하얀 옷, 하얀 모자를 쓰고 어딘가로 열심히 가던 아이가 도착한 곳은 신나는 수영장이다! 아, 얼마나 부러운지... 벌써부터 물놀이(볼풀에 물을 채워서 하는 것이라도)를 하고 싶다고 졸라대던 아이는 이 장면을 보더니 "좋겠다!"라는 소리를 연발한다.

 가을하면 생각나는 것은 맑고 드높은 파란 하늘! 동요에 나오는 날아다니던 잠자리가 잠시 쉬기 위해 장다리 꽃 위에 살포시 앉듯이 <가을>편에서는 눈이 부시도록 파란 하늘과 가을을 연상시키는 여러가지 것들이 장대 위에 앉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버스와 김밥-길쭉한 김밥이 아니라 일본풍의 삼각 김밥-을 보니 어디에 견학이나 소풍을 다녀오는 모습이 연상되는데 어쩌면 축제를 구경하고 온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가을의 끝을 알리듯 눈송이(결정)가 장대로 떨어져 내리는 모습이 인상적인 그림책.

 겨울바람은 때로는 날카로운 칼날이 스쳐지나가는 것처럼 매섭게 느껴질 때가 많은데, <겨울>편 속의 바람은 차갑기는 하나 이제 갓 태어난 아기처럼 연약해 보인다. 얼음 나라 깊은 계곡에서 태어난 바람이 설원을 지나 바다를 통과하고 뭍을 지나면서 쑥쑥 자라나 앞으로 앞으로 내달린다. 어른들은 몸을 움츠리고 옷깃을 부여잡으며 따뜻한 곳을 찾아 가려 애쓰는 반면 우리 아이들은 추운 겨울도 아랑곳하지 않고 바깥에 나가서 놀려고 한다. 차가운 바람이 앙상한 가지에 남아 있는 갈색 마른 이파리들을 흩날리는 겨울, 공터나 골목에 뛰노는 아이들마저 없다면 세상은 얼마나 삭막할까?  

 그래서 먼 길을 달려온 바람은 자신을 기다려 준 아이가 고마워 파닥파닥 날갯짓하며 날아오르는 아이의 연에 온몸을 던져 연을 하늘 높이 날려주려 애쓰는가 보다. 초등학생인 큰 아이도 이 시리즈가 마음에 쏙 드는지 곧 동생을 볼 지인의 아이에게 이 책을 선물하자고 하니 싫다고 도리질을 친다. 고미 타로의 작품답게 한 줄 한 줄 시적인 문장에 간결하면서도 계절의 특징을 그림으로 잘 표현해 놓아 유아들에게 계절의 차이를 인식시켜 줄 수 있는 그림책으로 추천할만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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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아이즈 2010-03-08 1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동안 뜸하던 아영엄마를 뵐 수 있어 기쁩니다. 제가 서재 멈추는 동안, 먼 길 돌아 바람의 무늬를 새기셨는지요?

아영엄마 2010-03-10 13:45   좋아요 0 | URL
이런 시적인 문구로 반겨주셔서 감사합니다.(그사이 닉네임이 바뀌었네요.) 바람의 무늬라면 좋겠지만 나이테 같은 세월의 무늬를 온몸에 새기며 사그라들어가고 있는 중이랍니다. ^^*
 
처음에는 아무것도 없었어 0100 갤러리 15
바르트 무이아르트 지음, 볼프 에를브루흐 그림, 임정은 옮김 / 마루벌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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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지 창조를 주제로 한 그림책을 몇 권 접해 보았는데 이 그림책은 조금 색다른 방식으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하느님이 세상을 창조하기 전에 아무도 없었다... 가 아니라 아무것도 없었으며, 오직 '하느님과 나뿐(그들이 앉은 의자도~)'이었다는 형식으로 화자인 나를 드러내고 있다. 그리고 하느님 역시 위대하면서도 근엄한 모습이 아니라 장난기 넘치는 모습으로 엄지손가락을 위로 치켜들고 "좋아~', "그래, 그래."하고 말씀하시곤 한다. 

 하느님이 무엇을 창조할 때마다 '나'는 그것을 경이로운 시선으로 대하기보다는 희한한 우연일거라 여기며,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아무것도 없었을 때는 하느님과 나는 아주 작다고 여겼는데, 하느님이 낮과 밤을 만드신 순간, 하느님이 자기보다 훨씬 크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뿌루퉁한 모습으로 인정하기 힘든 사실을 부정하다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듯이 결국 어떤 일이든 생기는 거라고 말을 한다. '나'는 그림 상으로는 어른 분위기를 풍기는데 하느님에게 이것저것 따져 물어보고, 심통을 부리는 모습이 마치 어린 아이를 보는 것 간다. 

  생명이 시작되자 '하느님은 기쁨이며 모든 것'인데 '나는 형편없이 생긴 데다 아무 짝에 쓸모없'다며 점점 자신의 보잘것없음을 깨달아간다. 개인적으로 관련 종교를 믿지는 않지만 나는 낮추고 신을 경배하는 것이 신을 믿는 종교인의 마음가짐이 아닌가 싶다. 하느님의 손끝에서 생겨난 동물들을 보며 '나'는 진심으로 좋다고 말하지만 하느님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모든 것에 엄격하나 '나'에게는 그렇지 않는 하나님은 자신이 실패작이라고 외치는 나를 가리키고 이어 다른 곳을 가리킨다. 그러자 '엄지손가락을 몇 번이라도 세울 만큼 대단한 일'이 생긴다.

 유아가 소화해 내기에는 글의 분량이 제법 되는 작품이지만 글을 읽다 문득문득 미소가 떠오르게 하는 그림책이다. <누가 내 머리에 똥 쌌어?>의 그림 작가인 볼프 에를브루흐가 그림을 그렸는데 아무 것도 없던 세상을 배경으로 하고 있으므로 그림 전반에 걸쳐 여백이 많은 비중--콜라주 기법을 쓴 부분도 있음-을 차지하고 있다.  

 - 200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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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빨개지는 친구 미래그림책 43
마리오 라모스 지음, 곽노경 옮김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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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에 작은 아이가 몸에 빨간 반점들이 돋아나는 홍반에 걸려 두 뺨이 벌겋게 되었는데 더운 여름이다 보니 증상이 더 두드러져 보인다. 그 때문에 반 아이들이 자꾸 "너 얼굴 빨개졌다." "왜 얼굴이 빨개졌냐?" 하고 물어보고, 놀리기도 하는 친구도 있어서 딸아이가 무척 속상해 하고 있다. 놀림을 당할까 걱정이 되어 학교랑 태권도장에도 가기 싫어하는 딸아이를 보고 있자니 비슷한 경우는 아니지만 바로 이 그림책, 「얼굴 빨개지는 친구」가 떠오르게 된다. 수줍음을 잘 타 별 것 아닌 일에도 온 몸이 새빨개지는 코끼리 하늘이의 이야기를 담은 이 그림책은 「세상에서 내가 가장 세!」「오르송」등의 작가 마리오 라모스의 작품이다.

 덩치 크고 힘센 코끼리 하늘이는 수줍음을 잘 타서 별일이 아닌데도 툭하면 온몸이 새빨개지고 만다. 그런 하늘이를 보고 친구들은 '토마토'라며 놀려 대는데, 어떤 실수를 했을때 주위에서 놀려대면 실수를 더 하게 되는 것처럼, 친구들이 놀릴수록 하늘이는 더 빨개지고 만다. 주위의 다른 동물들은 다 자연스러워 보이는데 자기만 잿빛인 다른 코끼리와 달리 빨간색이 되어 버리니 스스로도 얼마나 민망하겠는가...  새빨개진 하늘이가 속상해 하며 무리로 부터 멀어지는 모습이 아이들에게 나와 조금 다른 모습을 지녔다고 친구를 놀리는 것이 상대방의 마음에 큰 상처를 줄 수 있음을 느끼게 해주고 있다.

  장 자끄 상빼의 「얼굴 빨개지는 아이」라는 책에도 수시로 얼굴이 빨개지는 아이가 나오는데, 마르슬랭은 다른 아이들이 얼굴 색깔에 대해 이런저런 말을 하는 것이 견디기 힘들어 혼자 노는 것을 좋아하게 된다. 외톨이가 된 이 아이처럼 코끼리 하늘이도 새빨개진 자신의 모습을 다른 동물들에게 드러내기 싫어 그들과 어울리지 않고 캄캄한 밤이 되어서야 밖으로 나오곤 한다. 그러던 어느 날 밤 하늘이는 '땅이'라는 이름을 가진 생쥐를 만나게 되는데, 땅이는 빨개지니까 더 멋져 보인다는, 누구도 해준적 없는 칭찬을 해주어 하늘이를 기쁘게 한다.

  생쥐의 부탁으로 해변으로 간 둘은 함께 오래도록 바다를 바라본다. 땅이는 수평선 위의 하늘도 빨개질 때가 있다고 말해줌으로서 하늘이에게 단점으로 여기던 자신의 모습을 더 이상 부끄럽게 여기지 않도록 해준다. 함께 있어 좋다며 서로에게 마음을 보여주는 하늘이와 땅이가 해변에 서 있는 이 장면은 무채색으로 그려진 이 두 친구의 모습이 붉은 노을, 푸른 바다, 노란 지면의 색감을 더욱 선명하게 살려주고 있다. 덩치를 보면 그 이름-하늘과 땅만큼 큰 차이를 보이는 이들이 서로에게 마음을 열고 친구가 되는 것을 통해 친구가 됨에 겉모습은 그리 중요하지 않음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저자는 이처럼 잔잔하게 흘러가던 이야기에 커다란 반전을 삽입하여 독자에게 책을 보는 재미를 안겨준다. 친구를 자랑하고 싶어진 하늘이가 땅이를 코끼리 친구들에게 데려가자 이들이 모두 새파랗게 변해 버린 것이다! 마치 한 다발의 파처럼 말이다. 덩치 큰 코끼리가 조그마한 생쥐를 무서워한다는 점이나 하늘이를 '토마토'라고 놀려대던 코끼리들이 잿빛에서 초록빛으로 변해 버린 모습은 독자들뿐만 아니라 그들 모두에게도 웃음을 선사한다. 그 후로 하늘이는 더 이상 숨지 않고 대낮에 돌아 다니게 되었으며 빨개지곤 하는 자신의 모습이 멋지다고 생각하게 된다. 

 서로에게 마을을 열고 친구가 된 둘은 꼭 붙어 다닌다. 「얼굴 빨개지는 아이」의 마르슬랭과 르네처럼 하늘이와 땅이도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아무 얘기도 하지 않은채로 함께 있을 수 있는, 그런 마음 편하고 포근한 친구로 남을 것이다. 함께 달빛 아래를 걷는 둘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문득 나에게도 이런 친구가 한명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부러운 마음이 든다.  

원제는 'Rome'o Et Juliette'  

 - 200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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