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kg의 수수께끼 - 인간의 뇌, 그 미스터리를 풀기 위해 떠나는 여행
섀넌 모페트 지음, 신두석 옮김 / 거름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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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우리의 환경은 하나의 과학, 기술적 패러다임에 의해 순식간에 변해버린다. 증기기관이 발명되면서부터 이 세상은 산업화의 길을 걷기 시작했으며, 더불어 '전기'의 발견은 인간이 공간뿐만 아니라 시간까지 지배할 수 있는 능력을 제공하였다. 에너지를 이용한다는 것은 곧 기존의 세상과는 차원이 다른 세상을 향한 문이었다. 에너지는 인간이 가진 욕구 그 자체이며, 인간 집단에서 내세울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되었다.

이제 21세기가 되면서 또 다른 패러다임이 등장한다. 이 개념은 20세기 때부터 줄창 예견되었던 그러한 세상이다.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정보화 세계'이다. 기존 근대적 과학의 산물인 에너지를 한단계 업그레이드 한 것이다. 에너지 자체가 '정보'가 된다는 개념은 다른 기회에 다른 포스팅에서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겠다.

우리는 계획을 세우고 있는 중이다. 지구라는 공간을 떠나 머나먼 외계를 탐사하고, 우리의 공간안에 있지만 우주처럼 쉽게 갈 수 없는 극한의 환경인 심해를 탐사하려고 말이다. 마찬가지로 우리 내부적 탐사도 진행중이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기관이 바로 '뇌'이다.

'뇌'라는 곳은 우리 다음 세대의 또 다른 패러다임이다. 이는 인간이 가진 '정보'의 수원지이다. 전 세계적으로 '차세대 신 동력원'으로 활발히 연구중에 있는 기관이다. 우리나라가 비록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우주나 심해 탐사는 뒤쳐져 있을지 모르지만, 이 '뇌'라는 영역만큼은 결코 뒤쳐져서는 안된다. 앞서 말한바와 같이 '인간 자체의 정보'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은 거의 비슷한 출발선에 있다고 봐도 괜찮을 듯 싶다.

지난달에 읽은 책 『1.4kg의 수수께끼』(섀넌 모페트, 거름, 2007) 는 뇌의 일생과 더불어 저자가 만나보았던 '뇌과학'을 다루는 과학자들과의 대화와 그들의 연구 과제들을 이야기하고 있다. 해부적으로 만난 '뇌'를 시작으로 사람의 기억과 정신을 담당하는 좀 더 고차원적인 뇌까지 간략하나마 두루두루 이야기한다.

예전에『바보의 벽』을 쓴 저자로 잘 알려진 '요로 다케시'의 『유뇌론』을 읽은 적이 있다. 이 책도 물론 뇌에 관한 호기심에집어 든 책이었다.『유뇌론』은 주로 뇌가 가진 이중성(물질이면서 마음을 만들어내는, 이원론적인)에 대한 저자의 고찰이 들어있었데 반해,『1.4kg의 수수께끼』에선 저자의 고찰보다는 뇌를 연구하는 이들을 직접 찾아가 그들의 연구가 무엇인지, 그리고 그 연구를 통해 인간의 무엇을 알 수 있는지를 함께 고민하고, 더 나아가 뇌를 대하는 사회적 이슈(일명 뉴로마케팅이라 불리는)까지 그 영역을 넓혀 훑어보는 그런 책이다. 뇌와 관련하여 일반인이 접하기엔 괜찮은 책이라는 생각이다.

우리의 뇌는 대략 1.4kg이라 한다. 아인슈타인의 뇌가 이보다 작은 1.2kg이라는데, 뇌의 크기와 천재성은 큰 관련이 없다는 하나의 사실로 이해할 수 있다. 뇌의 무게가 1.4kg이라 하지만, 우리가 느끼는 무게는 이정도는 아니다. 좀 웃긴 이야기이지만, 우리가 '자아'를 만들어내는 곳이 머리보다 아래에 위치해 있다면, 분명 머리가 무겁게 느껴졌을 것이다. 머리 자체가 우리이기에 그 머리의 무게를 느끼는 신경은 아예 존재하지 않을 수 있다는 그런 생각이다. (어디서는 영혼의 무게가 21그램이라는 소리도 있지만....)

이 책에 따르면, 약 80%가 물로 이루어져 있는 인간의 뇌는 뇌척수액 때문에 그 유효 무게가 1.4Kg에서 60g으로 줄어든다고 한다. 뇌 척수액은 뇌가 머리안에서 떠 있게 만든다고 한다. 또한 같은 이유로 뇌가 두개골 바닥에 떨어지지 않게 해주기도 한다고 나와있다. 60g이라... 이 60g도 느끼지 못하겠지만 말이다. 물론 두통기가 있을때면 머리의 무게감도 상당하다는 것을 느낄때도 있긴하다.

뇌가 마음을 만들어낸다는 것은 가장 중요한 기능 중의 하나일 것이다. 마음과 관련한 이야기를 알고 싶다면, 이 책보다는 예전에(2006년)  방영했던 다큐멘터리를 보라고 권하고 싶다.  KBS에서 '마음'이라는 주제로 다큐멘터리를 6부작으로 만들어 방영했던 적이 있다.  굉장히 흥미로운 프로그램이었다.  물론  이 다큐멘터리가 책으로도 나왔다.  제목 역시『마음』(이영돈, 예담, 2006) 이다. 나의 경우엔 다큐로 봐선지 책은 읽지 않았다.

그렇다면 뇌가 가진 또다른 중요한 기능은 뭘까. 물론 이것은 뇌의 지엽적인 기능이다. 마음을 만들어내는 기능에 포함되어질 수 있다는 의미이다. 이것은 바로 '기억'이라는 메커니즘일 것이다. '기억'은 어떤 형태로든 우리가 경험했던 감각과 느낌을 뇌의 어느 특정한 공간에 배열하고 분류하여 집어넣는 기능이다. 물론 끄집어 낼 수 있어야 이 메커니즘이 완성되어진다.

** 기억의 매커니즘을 연구하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

우리의 기억이 매일 지워진다면 어떻게 될까. 심지어 지워지는 주기가 매우 짧아지면, 그래서 10초 정도된다면? 책에서는 이러한 기억에 관련된 이야기도 다루고 있다. 책에서도 소개하고 있지만, 이 이야기를 다룬 대표적인 영화로 『첫 키스만 50번째』라 는 영화가 있다. 주인공인 <드류 베리모어>가 사고로 뇌를 다쳐 아침에 눈만 뜨면 머릿속이 백짓장으로 변한다는 이야기인데, 이러한 불행을 <아담 샌들러>가 사랑으로서 극복한다는 코믹 로맨스물이다. <아담 샌들러>는 <드류 베리모어>의 기억을 매일 아침마다 엄청난 노가다를 통해 주입시켜 준다. '사랑'이 있어야만, 이러한 '노가다'도 할 수 있다는 내용쯤 된다. 자세한 내용은 영화를 보면 된다. 나의 경우엔 괜찮게 보았다.

이 영화에선 '10초 톰'이라는 또 다른 인물이 등장하는데, 말 그대로 기억력이 10초 정도 유지되는 인물이다. 책에서는 실제 이와 비슷한 HM이라는 인물에 대해 이야기한다. 간단히 이야기해보자면, 뇌의 오른쪽과 왼쪽의 측두엽에 있는 해마와 그 부근을 수술로 제거함으로써 이 사람은 말 그대로 기억력을 10초 정도만을 유지할 수 있다. 삶이 없는 인간으로 변해버렸다.

현재 우리의 세상은 정보의 세상이다. 정보를 발굴하고, 가두고, 내보내는 이 모든 과정들이 과학과 공학의 이름으로 다양한 모습으로 우리에게 선보이고 있다. 우리가 상품을 소비하고 있는 이 시대는 인간 군집들의 활동이 중요한 정보이다. 기업은 물건을 하나라도 더 팔기 위해 소비자들에게 원초적인 모습으로 다가간다. 이 원초적인 모습은 바로 마케팅이다. 이러한 마케팅은 우리 자신도 느끼지 못하고 있는 뇌안의 잠재된 의식을 깨운다. 이 책의 말미에서는 이러한 뉴로 마케팅과 그로 인한 신경윤리학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든다.

웹의 시대에는 우리의 클릭과 관련된 정보가 매우 중요하다. 이는 메타데이터로써 기업에서 관리하고 있다. 우리가 온라인으로 어떠한 상품을 사는 순간 우리가 처음 회원으로 가입했을 당시의 자료는 정보로써 중요하게 쓰인다. 우리의 나이라든지, 성별, 직업, 그리고 주로 사는 상품들. 이젠 이와 같은 것이 온라인에서만 머무는 것이 아니다. 앞으로는 오프라인에서도 크게 쓰일 수 있다고 경고한다. 책에서는 심지어 신랑감이나 신부감을 고를때 상대 집안측에서 뇌 사진을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한다. 신경질환이나 본인도 알지 못하는 성격을 뇌 사진으로 알아낼 수 있다는 의미이다. 또한 우리가 재미로 스티커 사진을 찍듯이 뇌사진도 그만큼 대중화가 되어질 수 있다고 책에서는 내다본다. 그래서 그 방편으로 신경윤리학의 도입을 주장하기도 하고, 실제로 신경윤리학을 연구하는 이들의 소개도 있다.

이제 뇌는 국가적 역량을 측정하는 하나의 잣대이다. fMRI라는 장비도 그렇다. 우리나라에선 가천의대에서 가장 활발히 연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갈수록 뇌와 관련된 연구 사항들이 학문으로서 경제적인 면으로서 그 가치가 뛰어오르고 있다.

분명한 것은 뇌에 대한 연구는 또 하나의 자원으로 점차 변모해가고 있다는 것이다.


<덧붙임>

1. 요즘 또 다른 뇌에 대한 책을 보고 있다. 그 책의 제목은 『시냅스와 자아』(조지프 루드, 소소, 2005)

'과연 우리의 마음은 단순히 시냅스의 공간에서 만들어낸 이미지에 불과한가?' 라는 이야기가 있을지 없을지는 더 읽어봐야 알겠다...

2. 우리의 뇌의 가용성에 대한 말들이 많다. 아인슈타이은 그의 뇌 몇 %를 써서 천재라는 소리를 듣고, 일반인은 보통 뇌의 몇 %를 쓴다든지 하는 이야기들 말이다. 그에 대한 자료로 관심 있으신 분은 한번씩 읽어보시기를..

** <The brain may use only 20 percent of its memory-forming neurons>

3. 작년 연말에 읽었던 책중에『글로벌 시대의 한국과 한국인』(이어령외, 아카넷, 2007) 이 라는 책이 있는데, 이 책은 10명의 인사가 '경원대학교'에서 '지성학'이라는 강좌를 한 내용을 출판한 것이다. 그 중에 '뇌과학'과 'fMRI'라는 장비의 간단한 이야기가 들어있다.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다. 가볍게든 진중하게든 어느쪽으로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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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멸종 - 페름기 말을 뒤흔든 진화사 최대의 도전 오파비니아 3
마이클 J. 벤턴 지음, 류운 옮김 / 뿌리와이파리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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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꺼운 팬층을 가지고 있는 세계적인 드라마들 중에서 'X-File'이라는 유명한 드라마가 있다. 이 드라마는 오컬트적이며, 미스터리하고, 어느면에서는 몽환적이다. 이 드라마의 수많은 에피소드들 속에서 하나의 에피소드가 생각이 난다(사실은 두 에피소드이다. 두편이 하나의 이야기이다). 그 에피소드는 '여섯번째 멸종'이라는 제목을 가지고 있다.

지구에 기생하고 있는 인간 사회가 만약 멸종을 당한다면 이는 여섯번째의 지구 생명체의 멸종에 포함됨을 의미한다. 물론 이 드라마의 성격상 여섯번째 멸종은 '급격한 환경변화에 따른 멸종'을 가리키지는 않는다. 그 멸종은 외계로부터의 멸종이다. 또한 이 드라마의 성격상 '갑작스런 혜성 출돌에 따른 멸종'을 가리키지도 않는다. 이 드라마에 따르면 외계로부터의 원인은 바로 외계인이다.(혹시나 고개를 갸웃거리는 분이 있을 수 있기에, 좀 더 풀어쓰자면 외계로부터 날아들어온 바이러스는 곧 인간을 숙주로 삼아 인간을 지배한다. 영화 '에일리언'이나 '인베이젼'과 유사하다. ) 그리고 멀더와 스컬리는 이러한 외계로부터의 인위적, 작위적 멸종상을 직접 경험하고 막으려 안간힘을 쓴다.

이 외계인에 의해 멸종된다는 이야기가 극적(혹은 드라마적, 드라마같은)이라면, 앞서 언급한 '지구 내부적 환경 변화' 이를테면, 온난화라든지 냉각화라든지 하는 것들은 좀 더 현실적일까? 또 혜성 출동은 얼마나 현실적일까?

작년에 구매해서 오랫동안 방치해두었다가 이번에 읽은 책은 지구 생물체의 멸종이라는 어둠속에 묻혀있는 지구 생물체의 X-File을 다룬다. 이 책의 이름은 『대멸종』(마이클 J. 벤턴, 2007, 뿌리와이파리) 이다. '뿌리와이파리'라는 출판사에서 출간하고 있는 지구 생명체의 진화와 역사를 다룬 '오파비니아' 시리즈 세번째 책이다.

만약 앞으로도 멸종이 일어날 수 있다면, 또 그것이 여섯번째에 해당된다면, 머나먼 과거에 있었던 다섯 멸종은 과연 언제, 어떻게 일어난것일까? 그리고 마지막 다섯번째 멸종과는 그 시간 간격이 엄청남에도 과연 지금의 환경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 ,또 우리의 인류에게는 어떠한 의미가 있는가? 를 알아보는 것이 이 책의 주요 내용이다.

이 책은 위의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서 차근차근 하나씩 그 틀을 짜나간다. 다섯번 멸종 했다면, 언제 멸종 하였나? 이 질문에 지구 역사의 시간틀을 세우고, 그 시간틀을 잡기 위해 무엇을 기준으로 하는지 알려주고, 그 기준을 왜 그렇게 잡았는지 즉, 시간의 흐름속에서 지구 격변의 과정은 어떤식으로 자취를 남겼는지를 보여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방아쇠(trigger)를 당겨본다. 손가락만 까닥 했을 뿐인데, 누군가 죽는 과정을 보여준다는 의미이다. 공룡을 포함한 과거의 수많은 생명체가 그렇게 멸종당했다.

충격적인 것은 이러한 시뮬레이션은 지구에서 발생했을 법한 진행 과정에 대한 가장 세련된 추측이라는 것이다. 한번도 일어나지 않았던 현상을 앞으로 있을 법한 것으로 가정해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과거에 이미 발생했던 것을 현재까지 밝혀진 자료와 통계로써 미래에도 다시한번 일어날 수 있음을 보여준다는 의미에서 충격적이다. 이미 양성의 질병 인자를 가지고 있으며, 지금 우리는 그 잠복기에 있다.

책 내용으로 돌아와서, 앞서 시간틀을 잡는다고 하였는데 이 의미는 다름아닌 숨겨진 시간 간격에 대한 명명이다. 그리고 이 책에서 대부분을 할애하는 '페름기 말 대멸종'은 지구 역사상 다섯번의 멸종중에서 가장 참혹한 멸종이다. 그 당시 생물종의 90~95%의 멸종을 했으리라 예측한다. 참고로 혜성이 떨어져서 공룡이 멸종한 백악기 시대의 지구 생명체의 숙청은 50%정도로 보고 있다고 나와있다.

사실, 이 책은 시간틀을 잡고(왜 페름기로 명명했는지), 그때 당시의 공간을 분석한다(다른 이름이 붙여진 시기와는 지구 환경이 얼마나 다른지를 보여준다. 가령 암석의 재질이나, 공기의 구성성분등을 분석하고 가장 중요한 생물의 다양성을 화석을 통해 연구하여 그 당시의 대세가 무엇인지를 상상한다). 그래서 그런지 이 책은 단순한 멸종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지질학과 고생물학의 역사 또한 설명한다. 이 부분이 쉽지는 않다. 어느정도는 전문적일 수 있다. 가장 큰 이유는 각각 불리우는 이름들이 쉽지 않다는데 있다.

이렇게 분석하고 연구하고 자료를 내놓음에도 사실, 대멸종의 원인은 확실히 밝혀진 것은 아니다. 그나마 다행인것은 (페름기 말의)대멸종이 있었다는 것을 이젠 어느정도 인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페름기말에 있었던 격변의 현장을 인지한지도 얼마 되지 않는다. 지금 학계에서 내놓는 '대멸종'의 의견은 다양하다. 다양한 만큼 분분하다. 혜성과의 충돌부터 온난화에 이르기까지. 모든것이 개별적일수도 포괄적일수도 있다.

이책을 쓴 저자는 지구 내부의 변화를 가장 큰 이유로 보고 있다. 물론 확실히 근거가 있는 것은 아니기에 조심스러운 면도 보여준다. 혜성과의 충돌을 보는 시각에는 매우 회의적이다. 왜냐하면 충돌후 발생되는 이리듐의 양이 확실히 나온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여러 주장하는 학자들마다 그 양이 다르다. 그래서 좀 더 체계적인 접근을 하게 되는데, 그 당시 지구 남반구의 대륙의 이동과 지각변동부터, 바닷속에서 잠자고 있는 메탄가스의 배출(혹은 고체상태로 얼어있는 메탄하이드레이트의 용해)이나 이산화탄소의 증가와 같은 기후적 요인까지 모든것을 싸잡아 이 모든것이 순차적으로 혹은 복합적으로 일으남으로써 대멸종이 발생되어졌다고 보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은 현재 기후의 온난화에 대한 경고로 '인간 손에 의해 자행되는 여섯번째 멸종'을 우려하는 것으로 결말을 낸다.

얼마전에 '지구를 식히는 방법'에 대한 기사를 우연히 보게 되었다.(클릭..)

이 기사에는 몇가지 지구의 기온을 떨어뜨리려는 인위적인 실험에 대한 소개가 나와있는데, 『대멸종』에서는 반대로 이런것들이 방아쇠로 작동하여 '그 당시 대멸종'을 유발시켰다고 보면 된다.

가령, (거칠게 예를 들자면) 기사에서는 철(Fe)을 이용하여 식물성 플랑크톤을 증식하여 이산화탄소를 소비시키자는 내용이 나와있는데, 이는 반대로 어떤 방아쇠로 인하여 플랑크톤이 대량 사멸함으로써 바닷속 생태계에는 차례차례 생태 피라미드 꼭대기까지 영향을 미치며 이는 곧 바닷속 생물의 멸종으로 이어진다.(이 메카니즘도 육상의 사멸과 연계되어 있어 약간은 복잡하다). 또 기사에서 보여주는 지구를 식히는 다른 예는 '이산화유황'을 이용한 햇빛을 차단함으로써 지구를 냉각시킨다는 생각이다. 대멸종 프로그램은 이와는 반대로 이산화유황이 발생하여 지구를 냉각시켜 빙하기로 만드는가를 생각하면 된다. 그러니까 이산화황의 발생 원인은 대규모의 화산폭발이거나 혹은 혜성 충돌로 인한 지각 변동과 그에 따른 화산폭발로 보면 된다. 이는 결국 지구를 빙하기로 이끌며 해수면의 높이를 낮춤으로써 다시금 해양 생물의 멸종을 이끌어낸다. 또한 화산폭발에 따른 또 다른 작용으로 산성비를 뿌림으로써 육상 생물까지도 영향을 미친다.

그러니까 지구 환경및 생태계 균형의 깨짐은 멸종으로 직행하는 KTX 티켓을 끊는 것이다.

그러니 이런 뉴스가 나오는 것이다.(이것도 클릭)

과학 분야, 특히 고생물학이나 지질, 생물학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이『대멸종』을 읽어보는 것도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든다. 다만 한가지 아쉽다면, 가격이 비싸고 중간에 지루할 수도 있다는게 흠이라면 흠일 수 있겠다. 그렇지만 책속의 사족 다 떼고, 몇가지 지구의 대멸종으로 가는 빠른 길(메카니즘)만 알아두어도 괜찮을 것도 같다는 생각이다.

끝으로, 인간의 운명은 사실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여러 물리학자들이(스티븐 호킹을 포함한) 좀 더 먼 미래의 후손들의 외계 진출을 품어보지만, 현재의 우리로서는 결국 Amor Fati(아모르 파티) 뿐일수도.

 


 

<덧붙임>

1. 이 글 초반부에 'X-File'의 에피소드를 잠깐 언급했다. 이 에피소드는 7시즌의 3-4에피소드인데(아마도), 두 에피소드가 연결되어 조금 더 긴 하나의 에피소드를 이룬다.  첫 에피소드 제목은 앞서 이야기한바와 같이 'The Sixth Extinction'이고, 두번째 에피소드의 제목은 이 글 제목인 'Amor Fati'이다.

2. 이 책을 읽는다면, 역시나 '뿌리와이파리'에서 펴낸 '오파비니아' 시리즈 나머지것들도 보면 좋을 듯 하다. 현재 '리처드 포티'의『삼엽충』까지 총 네편의 책이 나와있다.
       

3. 역시나 이 책을 읽는다면, NHK 다큐멘터리 『지구 대진화』를 우리말로 해서 더빙하여 방영한 KBS의 『경이로운 지구』라는 다큐멘터러리를 보는 것이 제일 좋을 듯 싶다. 이 다큐는 현재 DVD로 판매하고 있다. 총 6개의 에피소드(2 set)로 구성되어 있다. 

예전에도 이와 관련된 포스팅을 한 적이 있다. 혜성 충돌과 관련된 동영상이 있으므로 잠깐 맛보기로 보는 것도 좋을 듯 싶다(포스팅 제목 : <인간이 가진 눈(目)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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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무슨 책 읽고 계세요?
퀀트, 물리와 금융에 관한 회고
이매뉴얼 더만 지음, 권루시안(권국성) 옮김 / 승산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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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책을 한 권 읽었다. 위 그림에 나와있듯이, '퀀트 QUANT'라는 책이다. 이 '퀀트 Quent'라는 말은 '정량적 분석가 Quantitative Analysist'라는 말을 줄인 것이다. 이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전에 '정량적 분석'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한 번 알아볼 필요가 있다. 이 말은 그러니까 '질적인 분석' 혹은 '정성적(定性的)'이라는 것과 반대이다. 정량적이라는 말 보다는 더욱 쉽게 '양적'이라는 말을 사용한다면 더욱 이해가 빠를 듯 하다. 양은 수량을 의미하며, 실제로 이론을 만들어내는 것 보다는, 이론을 분석하는 통계, 데이터,수리와 같은 수치를 가지고 사용하는 도구(tool)로 보면된다.

정량적이라든지, 정성적이라는 의미에 대해서는 다음 사이트를 참조하면 될 듯 하다.
--> 출처 : '사회과학의 방법론'이라는 포스팅 (http://blog.naver.com/socute98/80027210282)
   
이 책의 저자인 '이매뉴얼 더만'은 물리학을 전공한 과학자로 그의 인생 전반을 물리라는 학문을 끼고 살고자 하였다. 하지만, 세상은 그리 호락호락 하지 않은 법, 그는 물리의 천재들 사이에서 그의 장래와 진로를 고민한다. 결국 그는 물리학계의 평범한 박사로서, 수많은 연구소를 철새마냥 떠돌듯이 살아가느니 여전히 물리를 그의 삶의 도구로서 가지고 다닐 수 있는 금융계로 진로를 바꾼다. 물리학의 천재들이 없는 세계로 말이다.

대충 이 책에 관해 줄여쓴다면 이렇게 한 두줄로 요약할 수 있겠지만, 사실 이 책은 이 저자의 끝나지 않은 인생의 자전적인 이야기로 채워져있다. 그의 고민과 열정이 이 한권에 고스란히 들어있다.

이 책에 대해 리뷰를 쓴다는 것은 매우 어렵다. 그가 가진 '물리학적 도구'를 어느정도 이해해야 하며, 오늘날 금융계에서 쏟아져 나오는 여러 금융상품의 개념들을 어느정도 알고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상당히 거칠게 책을 읽을 수 밖에 없을 듯 하다. 하지만, 이런 것은 이 책의 저자 '이매뉴얼 더만'이라는 인물을 진정으로 들여다보는 것이 아닌, 다만 그가 물리학계에서 어떤 일을 했으며, 금융계에서 어떤 일을 하고, 또 지금은 무얼 하고 있느냐에 대한 개괄적인 소개가 될 뿐이다. 저자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혹은 이 책을 읽기 위해서는) 사실, 물리나 금융에 관한 것들을 몰라도 된다(다만 알고 있다면 더욱 부드럽게 읽을 수 있을 정도라 할 수 있을 듯). 그러니까 이 책을 읽는다라는 본질은 그의 진로와 장래에 대한 고민, 그리고 그의 선택, 그가 선택할 당시의 전반적인 사회적 풍경을 보는 것일 듯 싶다.

이 책에 그려진 그의 고민과 일을 하면서 내보이는 열정을 볼 수 있다는 것도 중요하지만, 특히, 이 저자를 둘러싸고 있는 그 당시의 사회적 풍경을 들여다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일(직업)을 택함에 있어서 주변을 이루고 있는 여러 환경들이 중력(重力)이라는 작용을 통해 어느정도 사람을 끌어당길 수 있고, 또 관성을 부여하여 어떤식으로 일에 매진할 수 있게 하는지를 보여준다.

이 책에서 그려진, 중력을 일으키는 장(場 , field)은 물리학계와 금융계이다. 그리고 저자에게 부여된 관성은 그가 가진 물리학적 도구, 특히 정량적인 분석이다. 그리고 그의 인생 전반에 걸쳐 이 지속적인 관성을 통해 지금의 '이매뉴얼 더만'이 있게 되는 것이다.

중대한 기로에서의 그의 선택은 사실 몇 개 되질 않는다. 물론 이 세상을 살아가는 어느 누구에게도 통용될 수 있는 것이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서로 다른 시스템을 갖춘 직업을 가진다는 것은 그리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저자도 '정량적인' 물리 세계를 벗어난 것은 아니다. 다만, 이것을 응용한 '금융공학(물론 저자가 처음 금융계로 진출할 당시에는 이 개념이 존재하지 않았다)'의 세계로 이동했을 뿐이다.

' 소립자'와 미시세계 그리고 '퀀텀(양자)'세계를 연구한 이론 물리학자에서 '콜 옵션', '선물 거래', '주식', '채권'과 '모기지(mortgage)등과 같은 여러 경제 모델들을 다루는 경제학자로 바뀌는 과정은 실로 재미있다. 그리고 그 속에 담겨져 있는 그의 고민들은 한편으로 이해도 가긴 했지만, 흥미 진진하기도 했다.

그가 물리학 박사로 약육강식의 사회로 떨어질 무렵, 그 당시의 사회적 전반의 생김새는 어떠했을까? 사실, 그가 케이프타운에서물리학과를 졸업한 시기는 1965년이며, 그 다음해인 1966년 그는 미국으로 건너와 컬럼비아 물리학 석사 과정을 밟는다.그리고 그의 말에 따르면,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입학하는 학생들이 최고로 많을 때라 한다. 그러니까 과잉공급에 따라 그의 말대로 얼마안가 물리학계를 빠져나가는 '썰물'때에 몸을 싣게 되는 것은 당연지사였을 것이다. 그리고 그 당시 물리학계에서노벨상을 얼마나 많이 배출했었는가? 그 당시는 '상대성 이론'의 아인슈타인 이후, 세계적으로 과학적 관심이 급증된 양자학이라는학문이 활발히 운동하는 상태였다. 파인만과 머레이 겔만, 그리고 그 외 여러 입자물리와 양자학 학자들 사이에 그가 느끼고 있는'소외감'과  상당히 상대적이지만 '멍청함'은 그를 자학에 빠뜨렸을 것이다. 하긴 천재라는 수식어를 붙인 학생들마저 '양자학'을 배우려고 넘실대던 때였으니까 말이다. 그가 이론물리학의 학계에서 산업쪽으로 눈돌리는 것은 당연할 듯하다.

물리학계를 빠져나온 그는 '벨 연구소'라는 산업세계로 입성하게 된다. 그는 이곳에서 초기 개인용 컴퓨터(PC)의 태동을 목격하며, C나 Java 등을 이용한 여러 프로그래밍 기술을 배운다. 결국 그는 금융계로 몸을 뉘운뒤 그의 입자 물리론적인 통계적인 지식을 바탕으로 프로그래밍을 할 수 있는 여러 컴퓨팅 기술을 접목하여, 여러가지 금융 모델을 설명할 수 있는 몇가지 모델을 제안하며 세상에 적응한다. 그리고 그는 현재 그의 모교인 컬럼비아 공대에서 '금융 공학'을 가르치는 교수로 또 여러 기업들의 자문역할을 해주는 이사로서 있는 중이다.

이 책이 그리 쉽지는 않다. 앞서 말한바와 같이, 물리적인 이론과 금융적인 여러 모델들 사이를 왕복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나의 경우엔 금융적인 모델을 설명하는 부분은 조금은 지루했다. 대단한 사실을 발견했지만, 그리 피부에 와닿지는 않는다. 그래도 젊은이의 고민과 열정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책이라 생각된다. 또 시간이 흐름에 따라 작가의 연륜이 어떤식으로 찰싹 붙는가도 재밌게 볼 수 있는 부분이 될 듯 싶다. ~~

<덧붙임>

이 책을 읽으면서 몇가지 책들이 연상되어졌다.

먼저 가장 크게 연상되어진 책은 '레너드 믈로디노프'의 『파인만에게 길을 묻다』라는 책이다. 이 책 역시 물리학자인 '레너드믈로디노프'가 물리학 천재들에 끼어서 자신의 위치를 매우 불안하게 느끼던 중  같은 건물에서 연구했던 '파인만'과의 인터뷰(사실, 인터뷰보다는 조언을 들었다는 것이 맞는 얘기겠지만, 그는 파인만에게 허락을 받고 둘의 대화를 녹음했다)를 통하여 조금씩 자신을 알아가게 되는 과정을 그린 책이다. 그는 후에 글을 쓰는 작가가 되었다. '스타트랙'의 스토리 구성에도 참여했다고 함.

『파인만에게 길을 묻다』의 나의 리뷰 바로 가기...








또 다른 책은 금융계쪽을 다룬 책이다.

최근에 읽은 '마이클 루이스'의 『라이어스 포커』라는 책이다. 이 책은 [머니볼]의 저자인 '마이클 루이스'가 졸업 후 그의 첫 직장인 월스트리트에서 유명한(특히 '상어'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살로만 브라더스'에 입사 후를 이야기하는 책이다. 이 책에서는 '채권' 특히 '모기지론' 부분이 무서울 정도로 재밌었다는 느낌이다. 그 말많은 '살로만 브라더스'의 독특한 기업문화 역시 쉽게 잊혀질 수 없는 부분이다.

'퀀트'에서는 '살로만 브라더스'가 '잘로몬 브라더즈'로 나온다. 그래서 '잘로몬'만 봤을때는 그 '살로몬'인지 쉽게 알 수 없었다.


이 책은 읽었지만, 금융쪽이 어려워 리뷰를 쓸 수 없었다. 시간되면, 간단하게라도 리뷰를 쓰고 싶다.



그리고 한 두권의 책이 더 연상이 되긴 했는데, 생각이 나질 않는다.

** 요즘 미국 증권계를 강타한 '서브프라임'도 이 책을 보고 나니, 새로이 보이더라. 평소 같았으면 '뭐야~~'하고 넘어갔을텐데....

** 『퀀트』의 저자 '이매뉴얼 더만'의 홈페이지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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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공간
미치오 가쿠 / 김영사 / 1997년 3월
평점 :
절판


우리는 지구(Earth)라는 행성에서 땅에 발을 딛으며 살고 있다. 다시 다른말로, '가이아(Gaia)'에서 우리는 태어났고, 아마도(거의 99.999...%) 이곳에서 죽을 것이다. 어쨌든, 이 '가이아'는 '땅과 대기'를 모체('가이아'는 어머니를 나타내는 여성의 상징으로 많이 쓰인다...)로한 생명론적인 관점에서 본 것이고(그래도 외계인과 조우하여 우리가 사는 이 푸른별을 설명할 기회가 왔을때, 왠지 '지구'라는 말 보다는 '가이아'가 더 잘 어울릴 듯 하다...그 외계인이 칙칙한 행성에서 온 경우에는 더더욱...), 지구라는 이 행성은 우리가 떠나는 날(죽거나, 아니면 정말로 우주함선 타고 지구를 뜨거나...)까지 벗어날 수 없는 공간일 것이다.
 
공간...이 '공간'이라는 단어가 이 책의 주제이다. 물론..제목은 '초공간(Hyperspace : 공간 이상의 공간 쯤..해석 가능하려나?)'이니 말할 필요조차 없다. 그런데 우리 대부분(물리학자들과 수학자들을 제외하고는...)은 공간 자체를 의식하지 않고 있다. 예를 들어, 공간이 무너진다거나, 공간이 휘어진다거나, 공간이 사라져버리는 이와같은 아주 비상식적인 것들은 과학의 개념보다는 초자연 미스테리적인 현상으로 받아들인다. 누구나 다 마찬가지 일 것이다(그런데..정말로 우리는 휘어진 공간에서 살고 있지 않나요? 우리 지구가 구면체 이니까요..위에서 눌려..좀 찌그러진 구면체...그러니까..휘어진 공간에 대한 인식은 편견에서 비롯..)
 
그런데 예전에 문득 한가지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우리가 만약 우주에서 지구를 바라보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그렇다면 우주에서 유영하고 있는 우리는 어느 위치에 있는 것일까? 물론 우주인들이 쓰는 물리적 좌표같은 것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것을 생각하지 말고, 단순히 일반인이 가지는 상식선에서 우리의 위치를 표현한다고 생각해보자.
 
우리는 지구의 위에 있는 것일까? 아니면 지구의 아래에 있는 것일까? 아니면 지구의 옆에 있는 것일까? 표현하기가 애매하다면, 우주에서 유영을 좀 더 해본다고 가정하자. 그래서 그 유영을 통해 지구의 극지방(남극이든, 북극이든) 상공에 떠 있다고 생각해보자. 그리고 자세를 좀 가다듬어 지구위쪽에 똑 바로 서있어 본다고 했을때. 우리는 지구를 발 밑에 두고 있는 것일까? 다시 자세를 바꾸어 머리가 지구 쪽으로 가게 해보자. 근데..그렇다고 바뀐게 과연 무었인가. 갑자기 회의론적인 생각이 들었다. 차라리...물구나무를 서서 지구를 들고 있다는 생각이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니까...이런 일련의 어리석은 생각들은 앞서 말한바와 같이 좌표가 없을때 생기는 혼란이다. 좌표는 곧 누구나 다 공감할 수 있는 (지질학적) 위치 표현(에 대한 정보)을 말한다. 지구에서의 생활은 좌표에 대한 인식에서 모든 것이 시작된다. 아인슈타인이 공간에 시간을 더한 '시공간 space-time'이라는 개념도 또 다른 좌표이다. 즉, 시간도 곧 위치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알리바이'를 들 수 있겠다. 아무리 공간적인 좌표를 대봐야, 시간개념이 없으면 그 역시 허둥지둥할 수밖에 없다. 특히, 약속이 그렇다. 친구와 어디에서 만나자고 약속했을때, 시간을 말하지 않았다면, 그 장소에서 24시간 기다리거나 아니면 아예 그 장소에 나가지 않을 것이다. 시간을 모르는데, 그 장소에 나간다는 것 또한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가. 그러니까 '시간' 또한 좌표이고, 좀 말이 우습게 들리겠지 모르겠지만, 일종의 위치이다. 일종의 '비가역적인'(반응이 일어나고 나면 돌이킬 수 없는) 위치가 곧 '시간'이라고 말 할 수 있겠다.
 
너무 서론이 길어졌다. 그러니까...이런 시간+공간의 기본 개념을 이루는 것은 '차원 dimension'이다. 우리도 흔히 알고 있지 않은가. 0차원은 점이고, 1차원은 선이고, 2차원은 면(혹은 평면)이고, 3차원은 입체 공간(혹은 입방체)이고, 4차원은 시간의 개념이 들어간다면, '시공간'이고 시간의 개념을 뺀다면 (역시 4차원은)미스테리한 세상이 된다. 이런것들을 우리는 역시나 알고 있고, 인식하고 있다. 이것은 본능이다(특별한 신경학적 불편함이 없는한...<'올리버 색스>의 책을 읽어봤다면, 질병보다는 불편함으로 인식하는 것이 나을 수 있겠다....).
 
그러니까...5차원 이상부터는 인간의 영역을 넘어선다. 혹자는 신의 영역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겠고, 혹자는 컴퓨터의 영역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어찌됐든, 그 이상은 우리의 영역이 아니라는 것은 확실하다. 하지만, 역시 이 영역에 들이대는 자들이 있으니, 이들은 양자나 우주를 다루는 이론 물리학자 혹은 위상을 다루는 수학자, 혹은 좀 더 다른 분야... '피카소'와 같은 공간을 분해해서 평면에 나타내는 초현실주의적 입체파 예술가(맞나?)들이다.
 
<미치오 가쿠>의 『초공간 Hyperspace』은 10년도 더 된 오래된(그렇다고 고전적 '차원'은 절대 아니지만...) 책이다. 초반에는 '차원'의 개념에 대해서 설명하고는 있지만, 일반인들이 쉽게 상상할 수 있는 그런 성질의 것은 아니다. 물론 그림들은 나와있다. 그러니까...똘똘말린(혹은 '다시 회귀가능한'...이 얼마나 추상적인가..) 10차원의 공간같은 그림들...상상이 간다면, 대단한 것이다. 그리고 양자나 소립자들의 역사, 블랙홀이나 시간여행(time travel), 워프(warp), 우주여행과 같은 개념들이 나오는데, 이 역시 어느정도 쉽게 설명은 되어 있지만, 요즘의 책들(<미치오 가쿠>의 또 다른 책『평행우주』나,<브라이언 그린>의 『우주의 구조』와 같은 책들...)만큼의 쉬운 설명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솔직히 그게 그거지만...
 
그러니까..차원을 제외한 나머지 것들은 다음에 다른 책을 읽고 리뷰쓸때 쓰고 싶다(그렇다고 '차원'이 무엇이다라고 할 만큼의 지식도 없지만...).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보자.  '차원'은 무었일까? 그리고 차원은 절대적일까? '절대적' 이라는 말이 더욱 중요할 듯 싶다. 솔직히 '차원'의 개념은 그렇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다들 몸소 체험하고 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절대적' 차원은 좀 다르다. 우리는 단정짓는 경향이 있다. 왜냐하면, 차원안에서 차원을 느낄 필요가 없으니까. 특히 거시세계(macro world)나 미시세계(micro world)의 세상은 생각할 필요가 없다. 우리가 사는 세상도 일종의 거시세계이다. 또한 뉴턴의 법칙들로 설명이 가능하다. 그런데 우주의 세계(COSMOS)는 어떨까? 이것도 거시세계이다. 이 세계야 말로 정말 거시세계인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세상은 '준 거시세계'...예를들어..'quasi-macro world'정도의 표현이 맞겠다(그런데 아마도..이말은 없을 것이다.. 그냥 이해를 돕기위해..). 우주의 거시세계는 일종의 아인슈타인 영역이다. 정확한 표현은 아니지만...우주를 설명했다는 것 때문에 아인슈타인이 유명하지 않은가. 그렇다면, 미시세계는 어떨까? 미시세계는 양자세계이다. 아인슈타인의 이론 가지고는 들어맞질 않는다. 무언가가 모자르다. 뉴턴은 당연히 맞지 않고... 아무튼...우리의 세상은 '준 거시 세계'의 차원이고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는 것이다. 어느정도 사물을 알아볼 수 있는 아이가 높은 곳에 올라섰다고 봤을때, 그 아이는 분명히 느끼고 있다. 높이에 대한 공포를, 공간에 대한 인식을... 
 
그런데...책에서도 나왔지만, 비행기 날개는 평면이다(두께는 생각하지 말고...차라리 날개 윗부분이라 하자), 그렇다면, 그 날개를 확대해보자. 페인트가 칠해진 그 날개가 과연 평면일까? 계속 zoom-in을 해보면 알 수 있다. 그 속에서도 또 다른 공간이 있으며, 또 다른 차원(3차원이든..몇 차원이든..)이 있다는 것을. 책도 마찬가지이다. 책 종이위(평면)를 확대해보면, 그 속에는 수많은 생명체(일명, 정말 책을 엄청 좋아하는 '책벌레')들이 있을 것이다. 이 또한 또 다른 차원속의 일이다. 그러니까 우리는 절대적 '차원'에 있지 않다. 이 말을 확대(zoom-in은 아님..)해서 생각한다면... 우리의 3차원적인 공간은 또 다른 차원속의 차원이라는 것이다. '책벌레'가 우리의 공간을 느낄 수 없듯이...우리가 느끼지 못하는 또 다른 차원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역시, 의문이 생길 것이다. '책벌레' 또한 우리 공간의 파트너가 아닌가 하고 말이다. 그말은 맞다. '책벌레' 또한 우리 차원(혹은 공간)의 일원이다. 그러나..'책벌레'(가 우리를 느끼지 못하는 것 처럼..)를 느끼지 못하는 또 다른 무언가가 있을 것이고, 그것은 정말 또 다른 차원에 있는 것이다. 계속 들어가면, 미시세계의 일이 된다. 어느 순간 이 차원은 우리의 차원이 아닐 수 도 있다(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 인생이 확률의 연장인 것 처럼...).
 
마찬가지로 거시세계 또한 우리 차원이 아니다. 그렇다면 무슨 차원일까. 이 책에 따르면, 거시 세계, 즉 우주는 10차원이라고 밝히고 있다(물론...11차원이라는 말도 있다. 나 자신도 11차원으로 알고 있었는데...그게 그거다...). 암튼..10차원이라 하니 믿을 수 밖에... 다른 차원, 예를 들어 8차원이나, 15차원은 될 수 없다. 수학적 기교(수학자 '리만'의 기교라 부를 수 도 있겠다...)에 따르면 그렇다고 한다. 암튼...차원은 절대적이 아니라는 것... 우리는 편견에 휩싸여 있다는 것.. 이 정도가 대충 내가 이해 할 수 있는 영역(혹은 차원)일 듯 ....
 
4차원 이상은 인간의 눈으로 볼 수도 없으며, 쉽게 상상도 할 수 없다(이 책에서 가장 중요하다.. 이 책에서는 이렇게 표현된다. '고차원 공간을 시각화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라고..p.28). 오로지 컴퓨터 시뮬레이션에 의해서만 확인 될 수 있다. 그런데...우리가 미스터리하다고 생각되는 차원의 문...이것도 굉장한 과학적 가설이다. 단순히 상상의 조합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차원은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니까. 우리가 방안에서 담배를 핀다고 가정해보자. 방안의 담배는 엔트로피가 증가하는(비가역적인 방향...시간도 비가역적으로 흐른다)방향으로 분자들이 브라운 운동(그러니까 쉽게 말해..제멋대로 운동...)을 통해 확산된다. 그 확산은 결코 3차원적인 것이 아니다. 연기 자체를 우리 공간의 파트너로 볼 수는 없으니까 말이다. 연기를 이루고 있는 분자들, 그 분자를 이루고 있는 원자들, 그리고 그 원자를 이루고 있는 소립자들(쿼크..같은..), 그리고 그 소립자를 이루고 있는 그 무언가들...그리고 그 무언가를 움직이고 잇는 그 무언가들..결국...파고들면...어떠한 물질개념을 떠나 진동개념으로 들어서며, 그 진동을 하고 있는 것은 끈(string)이다. 지금의 우주물리 학자들이 우주의 진상규명을 하려하는 것도 이것이다. 끈....우리가 일상에서 보는 끈(혹은 줄..)과는 조금 다르게 말해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초끈(super-string)'이라 부른다. 결국엔 이것들이 진동을 하여..이 세상을 이루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니까..이것도 확률적이다. 초끈일 수 있고, 아닐 수 있고, 믿을 수 있고, 믿지 않을 수 있고...
 
암튼...새로운 차원안에서 진동하고 있는 '초끈'이어야 말로...(뉴턴은 어차피 집어치우고....) 상대성의 세계(아인슈타인의 세계)와 양자세계를 통합하여 설명할 수 있는 재료가 되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아인슈타인은 아인슈타인대로 우주에서 놀고 있고, 양자세계는 양자세계대로 따로 놀고 있다.
 
과학자들(여기서는 물리학자들)이 그렇지만은, 자연은 아름다운 것이다. 아름다움은 단순하다. 단순하다는 것은 단 한마디로 설명가능하다. 예를 들어...E=mc같은 것...혹은 F=ma같은 것... 그런데...이들을 통합시켜 아름다운 수식의 세계로 빠져 들어가야 하는데..쉽지 않다. 아인슈타인도 그의 마지막 30년(꽤 긴 30년이라 할 수 있겠다...)동안 힘의 통합이론을 힘쓰다 아쉽게도 우주인(일부 과학자들은 사람이 죽으면 명왕성 근처에 그-혹은 그녀-의 혼이 모인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이 되어버렸지만 말이다.
 
그러니까..이 책은 '지금도 우주의 아름다움을 표현하기 위해 애쓰는 과학자들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그들의 연구 과정이나 결과물들을 그린다. 물론, 우주의 기원이나 양자세계를 설명해주는 다른 책들도 마찬가지이다.
 
<미치오 가쿠>는 이렇게 말한다.
 
"자연법칙은 고차원에서 더 간단하다." 라고...
 
근데...여담이지만..확실히 10여년의 세월이 흐른 뒤에  <미치오 가쿠>는 더 고차원적이 된 듯 싶다.
 
그의 또 다른 저서『평행우주 Parallel World』는 더 쉽고 더 간단히 설명하고 있으므로...
 
<덧붙임>
 
1. 이 리뷰는 정확한 리뷰가 아닐 수 있습니다. (이 책 내용에 대한 해석을 제가 잘못했을 수도....)
 
2. 제목이...차원이 뭐냐고 묻긴 하지만, 제 대답은 알 수 없고, 볼 수 없고, 느낄 수 없다입니다. 다만, 수식적으로나 컴퓨터 시뮬레이션 쪽으로 느끼실 수는 있다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그래도..차원에 대한 좋은 설명이 들어있는 좋은 책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3. 우주 관련 다른 책들을 읽고...계속 이에 대한 생각을 붙이겠습니다. (글이 좀 유치하죠?)
 
4. 이 책은 절판된 책이므로...'차원'에 대한 개념을 떠나..우주를 느끼길 원하시는 분들은 <미치오 가쿠>의 『평행우주』나 <브라이언 그린>의 『우주의 구조』나  역시 <브라이언 그린>의『엘러건트 유니버스』나 <샤이먼 싱>의『빅뱅』을 읽어보시는 것이 나을 듯 싶습니다...(이 책은 절판을 떠나..약간은 번역이 부드럽지 못한 듯 싶습니다. 이런 책은 정확한 논리적인 표현이 우선이어야 하는데...가끔..주어나 술어의 관계가 부정확한 것이 종종 발견되더군요...)
 
5. 이 책을 읽고 난 후...읽다 중단된...<아이작 아시모프>의 『파운데이션』이라는 책을 빨리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2006. 12. 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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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뇌론 - 뇌를 향한 두렵도록 새로운 시선
요로 다케시 지음, 김석희 옮김 / 재인 / 2006년 1월
평점 :
품절


요로 다케시의 <유뇌론 唯腦論>은 '오직 뇌가 전부이다'라는 명제를 가지고 '유물론 唯物論'적인 입장을 취하는 책이다. 그러니까 실재적인 뇌뿐만이 아니라 관념론적인 뇌에 관한 저자의 고찰이 담긴 책이다. 저자는 우리 사회의 모든 현상을 뇌화腦化 과정의 부산물로 보고 있으며, 이 '뇌화'는 사회의 구조적 기능 담당을 뛰어넘어 생물학적으로 그러니까 다시말해 진화론적으로도 적용되어 있다고 보고 있다. 저자의 말대로이면 생물이든, 무생물이든 이 모든것은 뇌화과정의 산물인 것이다.
 
먼저, 우리는 마음이 있다. 이 마음때문에 개개의 독특한 인성이 드러나며 다른 삶들과 구별되어지는 독창성이 부여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개개인의 '자아 自我'는 그 사람이 품고 있는 '마음'의 주체로 표현되어질 수 있다. 마음은 자아이기도 하지만, 자아는 좀 더 포괄적이다. 그리고 좀 더 철학적이다.
 
인체에는 각 기관이 있으며, 이들 기관은 우리를 구성하는 물리적 구조이다. 이러한 구조는 각각 독특한 기능을 행한다. 심장은 혈액순환을 시키는 기능을 하며, 신장은 노폐물을 걸러주는 기능을 하고, 위는 몸 속으로 들어온 음식물을 소화시키는 기능을 한다. 그 외에도 모든 기관들은 각자 맡은바 임무가 있다.
 
그렇다면 '뇌'라는 기관 혹은 구조는 어떤 작용을 할까? 대표적으로 알고 있는 것이 모든 기관을 신경이라는 신호체제를 통하여 제어를 하는 것이다. 또한 여러 감각기관을 통합하여 우리가 자극을 느끼게끔 알려주는 기능을 한다. 이것들은 우리가 쉽게 알고 있는 뇌의 물리적 기능들이고, 제일 중요한 기능은 역시나 기억의 보존, 생각, 무언가를 하려는 의지등등 객체가 존재하지 않는 무언가를 표출 시키는 것이다. 그러니까 뇌의 여러 기능 중 하나는 우리의 마음과 생각 혹은 '자아'를 생성시키는 것이라 생각하면 된다.
 
그렇다면, 우리가 무언가를 하거나 생각하는 것, 이 모든 것들은 뇌가 시켜서 하는 것이다. 가령 내가 이 글을 쓰는 것은 역시나 나의 뇌가 시켜서 하는 것이다. 단순히 뇌가 나의 손을 움직이게 하여 글을 쓰게 끔 하는 것 보다 좀더 고차원적인 일, 글을 써야겠다고 마음먹게 하고, 이 글도 지금 꼭 써야한다는 것 까지 포함한 것이 나의 뇌가 시킨 하나의 단편적인 명령이다. 역시나 이 글 쓰기를 중단하고 내일 써야겠다고 생각하는 것도 나의 뇌가 내린 명령일 것이다(하지만 오늘 나의 뇌는 아마 나에게 이 글을 다 쓰라고 명령한 듯 하다). 그렇다면 '나'라는 것은 '나의 뇌'가 만든 하나의 이미지로 볼 수 있지 않은가. 내가 뇌의 기능들을 조정하거나 제어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뇌가 나(마음, 자아, 의지 등등..)를 만들고 그렇게 만들어진 내가 일을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나의 뇌'라는 말에는 모순이 생긴다.  왜냐하면 '나'야 말로 '뇌'의 소유물이 아닌가. 이것이 관념적인 뇌고, 유물론입장에서의 유뇌론이다. 더 들어간다면 과학적 관찰을 떠나 철학적 고찰로 넘어가게 된다.
 
철학적 고찰로 넘어가기 전에, 또 한가지 우리가 흔히 말하는 '뇌사'는 뇌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것을 말한다. 그렇다고 뇌의 모든 기능이 죽은 것은 아니다. '뇌사'상태의 사람 역시나 숨을 쉬고, 혈액을 순환시키며, 거의 모든 장기들을 제어하고 있다. 그렇다면 뇌의 무슨 기능이 고장난 것일까. 바로 '마음'이라는 정신상태, 즉 '자아'를 만들어내지 못한다. 한마디로 의식이 없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단순히 하나의 기능만 작용하지 못하는데 왜 우리는 죽은 사람처럼 취급할까. 역시나 사람이라면 가지고 있어야 할 '자아'가 없기 때문이다. 이는 뇌의 '신체성'(한마디로 뇌와 떨어진 몸이라 생각하면 된다)이라고 이 책의 말미에 저자가 이야기한다. 즉, 뇌가 가장 두려운 것은 뇌가 뇌를 인지하지 못할때이다. 즉, 죽음인데 이를 작가는 '신체성'이라고 말한다. 그러니까 신체가 뇌와 분리되어 있는 상태, 뇌가 신체에 작용을 하지 못하는 상태를 말한다.  그것이 곧 시체'이고 뇌 밖의 일이다. 그래서 우리의 뇌는 자신의 시체(혹은 '신체성')를 두려워 한 나머지 뇌가 가지고 있는 지식 혹은 정보를 다른 뇌들에게 전달한다. 결국엔 자신이 죽어도 이 사회의 뇌화는 멈추지 않는 것이다. 다시 돌아와서 본다면 역시나 이 사회는 뇌화이다. 이 역시 작가의 고찰이다.
 
지금까지의 이야기는 단순히 뇌의 기능중 하나만을 고찰한 것이고, 이 책에는 그 밖의 여러 기능적, 구조적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가령, 우리의 언어에 관한 것이라든지, 우리의 감각에 관해서란든지 등등... 뇌에 대한 해부적 조감도 부터 시작하여 철학적 고찰을 넘나든다.
 
가령, 우리가 느끼는 감각, 특히 시각과 청각의 차이에 대한 그의 설명은 독특하다. 시각은 디지털 적이며, 청각은 아날로그적으로 보고 있는데, 예를 들어 영화를 보고 있다가 일시정지 버튼을 눌렀다고 생각해보자. 그럼 움직이는 그림이 순간적으로 멈춘 상태이며 우리의 뇌는 그것을 시각계라는 감각을 통해 받아들인다. 누군가 지나가다 멈추었다고 해도 우리는 멈춘 상태를 인지 할 수 있다. 그런데 음악을 듣는다고 생각해보자. 조용한 음악이 흘러나오는데 일시정지를 눌렀다고 해보자. 과연 어떻게 될까. 우리가 가진 오디오기기에는 일시정지가 없다. 물론 있긴하다. 그렇지만 일시정지 버튼을 누르자마자 음악은 중단된다. 곧 소리(음)가 제거된 상태라는 뜻이다. 만약 제거되지 않고 일시정지된 상태에서 음을 듣는다면, 그것은 더 이상 음악이 아니다. 하나의 주파수만이 끊임없이 똑같은 음으로 퍼져 나오게 되는 것이다. 고음일 경우 상당한 고통일 수도 있다. 암튼 그 밖에 시각과 청각의 다른 설명들이 많긴 하지만 이 정도에서 줄인다. 그만큼 우리의 뇌는 특이하다. 책에서는 이 청각과 시각을 통합시키는 뇌의 역할까지도 설명되어 있다.
 
이 책은 앞서 몇가지 설명한 것 처럼 우리도 가끔 궁금히 여기지만 깊게 생각하지 않는것에 대한 작가의 철학적, 해부학적 지식이 녹아있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더 이상 뇌에 관해 생각치 않은 걸까. 그것은 역시나 철학의 세계이고, 아마 대부분의 사람이 그것을 더 생각하게 된다면 그 사람의 뇌는 생각말자라는 명령을 내릴 것이다. 왜냐하면 뇌 자신이 힘들어하니까 말이다. 그 영역을 뛰어 넘은 사람들이 바로 철학자이다. 내가 보기엔 그들의 직업정신은 투철하다. 아니 상당히 강화된 뇌를 가지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그냥 그렇다는 이야기이다.
 
이 책의 작가는 해부학자이다. 그는 '신체성'이 이루어진 후(뇌가 관여하지 못하게 된 후, 즉 사람이 죽은 후)의 여러 기관들을 다룬다. 물론 뇌도 다룬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직업에 대한 호기심으로 뇌를 이야기하고 싶어했지 않은가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굉장한 지적 호기심을 풀어줄 듯도 보이지만, 역시나 철학이라는 벽을 어느정도 뛰어 넘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은 매우 관념적으로 흐를 수 있고, 철학적으로 흐를 수 있다. 그래서 이 책을 읽다 어떤 뇌는 힘든 나머지 '이 부분은 뛰어 넘어서 읽어라'라는 명령을 내리거나 '책을 덮어라'라는 명령을 내릴 수 있다. 좋은 책이지만 어떤 이들에게는 재미없는 책일 수 있다는 말...^^
 
또한 이 책은 답을 내놓진 않는다. 그냥 뇌에 대해 작가는 이렇게 생각한다라는 것이 어떻게 보면 전부이다라고 말할 수있다. 결국, 작가 '요로 다케시'의 사람들의 뇌에 관한 고찰쯤으로 봐두는 것이 좋을 듯 하다. 작가의 시각은 특이하다. 그러니까 작가의 말대로 '요로 다케시의 뇌'는 특이하다.
 
<덧붙임>
 
일반적인 기관은 물질이며 또한 물질을 다룬다. 이를 대사작용(물질대사)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뇌는 물질이지만 물질을 다루지 않는다. '마음'이라는 추상적인 것을 다룬다. 이 역시 뇌의 독특한 특징이다. (일례로..심장은 피를 다루며, 신장은 오줌을 다루고, 폐는 일반적으로 공기(산소)를 다루고, 그 밖에도 여러 기관들은 호르몬이라든지 그 밖의 물질을 다룬다.) 그런데 인체에는 뇌와는 반대의 기관 두 개가 있다. 즉, 물질을 다루는데... 어떤 두 기관은 물질이 아니다. 즉 구체성이 없다. 이 기관을 내놓으라고 질문을 던진다면 내 놓을 수 없다. 이 또한 예를 들어... 눈을 내놓아라..하면 눈을 내놓을 수 있다. 심장을 내놓아라 하면 심장을 내놓을 수 있다. 그런데 '이 두 기관을 내놓아봐라' 하면 내 놓을 수는 없다. 상당히 고민 할 것이다.
 
그렇다면 문제...이 두 기관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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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은.....
 
(마우스로 드래그 하시면 답이 보여요~~~)
 
--> 답은 입과 항문이다. 이 두가지는 엄밀히 말해서 입구와 출구라는 의미를 가진다. 즉, 입의 범위를 규정지을 수도 없고, 항문도 마찬가지이다. 입과 항문을 내놓으라하면 글쎄...피부정도나 내놓을 수 있나? 입의 피부는 역시나 입술이 될테니 엄밀히 말해서 입은 아닐것이고, 항문은 피부정도는 내 놓을 수 있겠다. ㅎㅎ... 암튼 이 두가지 기관은 구체적인 기관은 아니지만, 역시나 물질을 다룬다. 입을 통해 음식이 들어가고, 항문을 통해 대변이 나오니까 말이다.
재밌다...(이부분도 책에 나오는 부분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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