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기행 학고재 산문선 5
시바 료타로 / 학고재 / 1998년 2월
평점 :
품절


일본의 대문호, 시바 료타로가 1971년에 한국의 부산,경주,부여를 방문하고 쓴 기행이다.


시바는 한국(남한)과는 썩 가깝지 않았다.

이는 그가 일본사회에 다수를 차지한 조총련 계열과 더 친분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술회한다.

한국과의 인연은 재일사학자인 김달수씨를 높이 평가하면서 이어져갔다. 

나중에 진순신과 시바,김달수 이렇게 세 명이 아시아 문명과 역사를 이야기한 대담집을 내었는데 새로운 시각을 주는 재밌는 독서였다.


한 나라를 떠나 넓게 보면 세계 속에서 아시아라는 영역이 나타나고

이들 사이의 오랜 교류가 드러난다. 때론 주고 때론 빼앗으면서 친했다가 싸우기도 하면서 세월을 같이 쌓아온 면면이 재미있다.


그런 관점에서 시바는 일본과 한국이 오랜 옛날부터 인연이 많았다는 점을 강조하게 된다.

우선 오사카 근방, 교토에서 약간 올라가면 오미라는 호수 부근 지방이 나타난다. 이 지역은 예전 백제가 망하고 유민들이 개척한 곳이라고 한다. 처음 이 말을 듣고는 긴가민가 했는데 여기 저기를 다녀보면 '백제'라는 이름을 가진 다양한 공간들이 나타난다.

오사카가 활동무대였던 시바는 이곳을 둘러 보면서도 다시 뿌리를 찾아 나가는 상상력을 발휘해 한국으로 오게되었다.
오늘 보는 편린 하나에서도 수백,수천년 역사를 읽어 가는 예리한 관찰력을 보인다.

일본의 조상이 백제다, 임나에서 일본으로 건너간 사람들도 많았다 등


백제계는 오사카 근방, 신라계는 에도에서 개척을 했다고 한다.
동로마제국이 망해자 학자와 기술자가 이탈리아로 넘어가면서 르네상스가 꽃피웠다.
마찬가지로 한반도의 백제,신라인들은 일본에 문화 충격과 도약을 주었을 것이다.

그런 뿌리를 찾는 작업은 시바에게 꽤나 재미와 의의를 주었던 것 같다.

그의 관찰은 해박함과 연결되어 재밌는 사실들을 전해준다.

동래가 왜관이었고, 임진왜란에서 일본군 성이 있었다는 것

가등청정의 왜군은 처음에 조선을 그리 괴롭히지 않았다 등

쓰시마는 오랫동안 조선의 쌀 7천석이 없었다면 생존이 안되었고 그래서 왜관을 통해

물건을 바치고 쌀을 얻어가는 교역에 사활을 걸었다 등.


임진란 흔적 찾아 왔나 하는 시점에서 시바가 놀라운 인물을 거론한다.

항복한 왜구, 사야가 김충선의 고향을 찾아간 것이다.

이 때만하더라도 한국은 촌이었고 대도시를 제외하고 깊은 산골 가보기는 쉽지 않았다.

모하당이라는 사하가의 제2의 고향과 그의 뿌리를 찾아가는 노력은 무척 흥미로웠다.

지금이야 이런 저런 경로로 이 이야기가 역사화되었지만 71년이라는 시점에서의 등장은 꽤 일본사회에서 흥미로웠을 것이다.


백제에서는 정림사지 탑을 보다가 소정방이 벅벅 남긴 자화자찬의 글귀를 보게 된다. 국가 하나를 소멸시킨 것을 자랑으로 삼는 당나라 군대의 장수의 모습이 읽히며 부여의 쓸쓸함과 대비되면서 우울해진다. 

마침 일본에서 왕자와 함께 왔다가 전투가 벌어졌는데 수는 많아도 작은 배라 순식간에 큰 바다 건너온 당의 수군에 격멸된다.


수천년 역사의 감회에 젖었지만 여행은 여행이다.

소소한 이야기도 나중에 영향을 크게 주었다.


조선왕조실록으로 유명한 신봉승 작가는 이 책에 시바가 한국에서는 용 문양이 없다고 서술한 점을 물고 늘어졌다. 한참 지나서 한국을 방문한 시바에게 이 대목을 집요하게 질문하였더니 제대로 답이 없었다는 대목을 자신의 책에 자랑스럽게 서술했다.


제일 웃겼던 해프닝은 대구에서 여관에 묵으면서 나온 안마였다.

무려 10배의 요금 바가지를 씌우는 한국인들을 보면서 시바가 분기 탱천한다.

그럼에도 역시 작가는 작가다. 

한국역사에서 나오는 관료들의 부패와 한탕주의 등이 어디에서 왔을까?

이슬람 상인들이 원나라를 유지시키는데 막대한 기여를 했는데 이들의 착취기술이 전파 된 것인가? 일본에는 관료라고 해도 부패가 상대적으로 적다 등.

생각이 휙 이어져 아시아 문명론으로 발전한다.

참 대단한 상상인데, 잘 음미해볼 가치가 크다.


이는 한국과 일본의 기업,국가 조직 등으로 확대시켜 볼 수 있는 포인트다.


신봉승 작가도 용 이야기 고집하기 보다 아시아적 식견이 어디서 나왔는지 등을 '논'하면서 노하우를 끌어내는 대화술을 발휘했으면 어땠을까?


오래된 책이지만 대가의 안목이 골고루 녹아 있어 흥미로웠던 독서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좌절+열공 - 우리 시대 멘토 9인이 전하는 좌절 극복과 진짜 공부 이야기
강신주.강풀.김진숙 외 6인 지음 / 서해문집 / 2011년 8월
평점 :
품절


강풀,강신주,조국 등 이 시대의 색깔을 다채롭게 해주는 사람들의 날 이야기 모음이다.

좌절,열공이라는 쉽지 않은 주제를 가지고 다양한 목소리를 들어 봄은 참 즐거운 독서였다.


강풀이라는 웹툰 작가가 어떤 좌절을 겪었고 여기서 탈출하기 위해 한 공부는 무엇인지 알게 된 건 수확이었다.

작품 하나 맡으면 치루가 걸린다고, 왜냐? 지방대 국문과 출신이라 제대로 배운 그림이 아니기에 이를 만회하려고 엉덩이 붙이고 일하다 보니 그렇게 된다고 한다.

웹툰은 그림 솜씨보다 스토리가 더 중요하다. 덕분에 국문과라는 건 서서히 장점이 되어간다. 그래도 그 과정은 꽤 길었다. 작품을 내달라고 편집자들에게 들이대면서 겪는 좌절. 

거기서 그는 무너지지 않았다.

마침 열린 포털에서의 만화 작품 활동은 그에게 가느다란 기회의 창을 열어 주었고 이를 통해 세상과 만나게 된다.


강신주 이야기도 재밌었다.

박사 논문 심사장에 반바지 입고 들어갔다고 꾸중듣게 되니 휙 나온 점은 그의 개성을 드러내준다.

학교라는 봉건적 틀을 바라보지 않게 되니 그에게 자유가 생겼다.

동서양 두루 다루며 아무 주제나(?) 떠드는 '만용'에 가까운 자유였다.

원래 철학의 대가들인 플라톤 등은 모든 학문에 통달했었다.

수학 모르면 들어 오지 말라고 학교 앞에 써놓았었고 사회,정치 등 골고루 정말 잘 다루었다.

학교를 벗어난 덕분에 오히려 그렇게 커다란 문제를 무모한 방법으로 도전해갔고 결과는 여러분들 알다시피 성공적이었다.


커리에 맞추어 수업을 하는 대신 스스로 학생들을 찾아 다녀야 했기에 그의 강의는 현실적이고 치열해졌다. 왜냐? 현실의 학생들은 자신이 이해하는 사회를 매개 삼아 공부를 하고 싶어 한다. 기존 학교 교육은 그 욕구를 다 충족시키기 어렵다.

이때 등장한 행운은 바로 인터넷이었다.

아트앤스터디와 같은 온라인 인문 사이트, SERI와 같은 기업 온라인 서비스 등은 전달력을 갖춘 인문학도를 원했고 여기에 강신주는 딱 맞는 인물이었다.


돌아 간다고 생각했지만 그에게는 더 큰 길이 열린 것이다.


강풀에게서도 보듯이 강신주에게도 창작자와 독자가 만나는 새로운 길을 빨리 만났다.

버려야 얻는 것이지만 버리기만 한다고 되는 건 아니다.

얻기 위해 몸부림 친 사람에게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다.

아마 앞으로도 계속 매체의 혁명은 이어질 것이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이나 카카오의 애니팡 등 기술 혁명에 따른 수혜자들의 등장은 끊임 없이 일어난다.


좌절은 열공을 만나 좌절 아님이 된다.

오늘의 세상은 젊은이들에게 무수한 좌절을 안긴다. 기성세대의 일원으로 쪽이 팔릴 때도 많다. 

더 나은 세상을 물려줘야 하는데 하는 아쉬움이 가득하다.

그럼에도 열공만 한다고 해결되지는 않는다. 좀 더 많은 지혜가 필요할 것이다. 

현명한 열공, 이를 어찌 할 것인가? 모두를 위한 방법은 사실 어디에도 없다. 강풀과 같이 시작한 만화가들 중에 8년이 지난 시점까지 남아 있던 이는 강풀 혼자였다고 한다. 그러니 그냥 열공하라고는 가이드 못하겠다. 하지만 거기에도 다 새로운 시사점은 있을 것이다.

아마 웹툰을 만화강국 일본에 수출하는 것도 길이리라. 그렇게 남의 말을 듣는 것, 새로운 협업자를 만나는 것 등도 이 시대가 제공하는 길의 하나다.


혼란 속에서도 받아들이게 되는 통찰 하나가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변화는 끊임없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고로 변화를 두 눈 크게 뜨고 잘 보면서 새로운 기회로 만들어가는 현명함을 키워가기를 기대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민권과 헌법 일본 근현대사 2
마키하라 노리오 지음, 박지영 옮김 / 어문학사 / 2012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일본은 어떻게 근대국가가 되었을까?

메이지유신은 알겠는데 강화도조약에서 근대국가의 모습으로 나타나기까지 일본에는 어떤 일들이 있었을까?
이 시리즈는 일본을 보다 세세히 알게 해주는데 여러 도움을 준다.

1.
사쓰마와 죠슈라는 두 군벌 주도의 유신정부가 근대국가를 수립해 가는 과정은 비스마르크가 말 했듯이 철과 혈이 필요했다.
대표적인 내부 갈등은 서남전쟁에서 나타났다. 혁명 동지까지 총과 대포로 쓸어내면서 유신정부는 자신을 강화했다. 막대한 전쟁비용은 빚으로 조달한 덕분에 인플레가 발생하고 이는 가장 중요한 생산물을 만드는 농민에게 유리하였다.
소유권 개편에서도 과거의 지배층에게서 권리를 빼앗아 농민에게 나눠주었다. 덕분에 이들은 점점 신정부가 부과한 조세와 군역을 수용해간다. 물론 처음에는 교묘한 기피가 발생했는데 문학가로 유명한 나쓰메 소세끼도 호적을 훗카이도로 옮기는 방식으로 기피자가 되었다고 한다.

2.교육과 출세

번의 농민이 국민이 되가는 과정에서 교육이라는 기회가 나타나는 점에 대해서 이 책은 상세히 서술을 해준다.

모두에게 열려 있는 기회 덕분에 사람들은 새로운 희망을 가진다. 근대의 관료는 신분으로 세습되지 않는다. 학교에서의 면학과 시험은 다양한 신분 이동을 만들어낸다.

<언덕위의 구름>의 주인공 사네유키 형제들도 마쓰야마라는 매우 미약한 번 출신이지만 근대 교육제도를 통해 출세 사다리를 타고 올라갔다.


3.천황

근대를 통해 만들어진 대표적인 산물은 천황과 황비였다.

천황을 신격화하기 위해 만계일손이 나왔고 이를 알리기 위해 전국을 순행했다.

황비라는 개념을 오랫동안 메이지 천황이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점도 재미있다.

하긴 남녀 평등이 얼마나 힘든 개념인지는 유럽국가들의 여성 참정권 투쟁에서도 잘 나타난다.

천황을 놓고 이토가 노력도 않고 공상 한다고 한심하다는 투로 비판하는 대목도 재미있다. 소년 하나 끌어다가 천황이라는 모자 씌워놓고 백성들에게는 숭배하라고 한 셈인데 이를 만든 사람들인 이토 등은 환상을 가질리가 없다.

좀 더 후대로 가면 천황 사망시 노기 장군의 할복이라던가 조선 등에 신사를 만드는 등 종교 색채가 강해지지만 초기에는 다들 낯설었다.


4.

군대와 관료를 삿쵸 기득권을 유지하느냐 공정하게 실력으로 키울 것인가 논란도 흥미롭다

일본 사관학교의 명강사인 메르켈의 방식에도 날카롭게 비판을 가한다. 정말 맞는지는 나도 식견이 짧아 모르겠다. 그냥 언덕위의 구름에 나온 명장면들과 배치되는 내용이구나 할 따름이다.


5.

이렇게 하나 하나 만들어진 국가는 대외적으로 매우 심한 폭력을 행사한다.

근대화의 과정은 정부와 각 주체가 새로운 관계를 맺게 만든다. 그리고 영토개념이 출현한다. 김옥균의 유배지인 오가사와라도 이 때의 해양활동으로 영토로 편입되었다. 거문도를 영국인이 활용하려던 것처럼 일본 땅에서도 분란이 많았다.
훗카이도,오키나와 등은 모두 근대 개념의 일본 영토는 전혀 아니었다. 지금 센가꾸에서 발생하는 논란도 당시의 역사를 보면 일본의 주장이 탄탄한 근거를 가질 수 없다.

6.

일본은 힘이 더 쎈 영국에는 끽 소리 못하는데 근대 문명과 함께 콜레라도 수입되었다고 한다.

서구 국가들 끼리는 일정기간 검역하는 관례가 있었지만 이를 무시한 영국인들의 비양심적 행동 덕분에 수십만의 사람이 죽었다고 한다.

아마 그 콜레라는 조선에도 고스란히 넘어와 무수한 희생자를 나았을 것이다.

당시 의학이 조선 보다는 훨씬 발달했을 것지만 각기병의 원인을 모르고 쌀밥만 해먹이는 통에 천황을 비롯해, 전쟁 파견 군인들이 상당수 희생했다는 점도 신기했다.

독일의 세균학에 매료된 덕분에 병을 세균 감염으로 몰고 가려한 덕분이다.


근대화를 단기간에 만들어가는 과정은 꽤 흥미로웠다. 해는 저무는데 갈길은 멀구나 하는 격언이 있듯이 피와 철로 밀어 붙이는 메이지정부의 행태가 백성들에게 다 맘에 들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이 반발에 의해 만들어진 다양한 민권 운동은 헌법,의회 등 백성의 권리 누림을 가능하게 했고 상호간의 호혜적 관계를 통해 근대화로 한발 내딛게 된다.

개혁은 백성과의 상호작용에서만 성공 가능하고 그렇게 만들어진 근대국가는 아시아의 지배자로 군림하면서 이웃에는 분명 재앙으로 작용한다. 


새롭게 알게되는 사실들이 많았기에 꽤 흥미로운 책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땡큐! 스타벅스
마이클 게이츠 길 지음, 이수정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9년 2월
평점 :
절판


경제민주화 바람이 한국을 강타한다. 
이제 기업을 볼 때 성과 만큼이나 사회와 어떤 관계를 맺는지에 대해 관심 두게 된다.
최근에 스타벅스에 대한 몇 가지 새로운 이야기를 읽게 되었다.
<온워드>에서는 오너가 컴백하면서 회사의 중심을 잡아 추락해가는 기업을 재부상 시킨 것,
<습관의 힘>에서는 마약중독자 부모를 둔 청년이 사회부적응자로 고전하다가 재활하고 어엿한 10만불대 연봉자가 되는 이야기. 그의 직업은 스타벅스의 매니저이고 그의 변신의 핵심에는 스타벅스의 교육 프로그램이 있었다.
그리고 이번에 바로 이 책 <땡큐 스타벅스>를 통해 한 노인이 자신의 삶을 재활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기업이 사회에 대한 가장 바람직한 기여는 무엇일까?
다른 무엇보다 아마 일자리일 것 이다.
기업의 투입에는 사람의 노동이 있다.
노동이란 누군가의 삶이다. 귀하게 만들어져 어렵게 키워진 삶이다.
그런 삶이지만 기업이라는 조직은 이를 잘 쓰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나는 손발을 샀는데 왜 머리까지 따라오지?"
이 말을 한 사람은 헨리 포드, 자동차왕이다. 의미는 아마 부연하지 않아도
충분히 알아주실 듯 하다.

얼마전 나도 약간 안타까운 경험을 한 적이 있다.
영화관에서 간단한 서비스 개선 제안을 카운터의 아가씨들에게 했다.
하지만 그들의 답은 그런 말씀은 윗분들에게 하셔야 한다는 것이다.
포드의 말이 상기 되었다. 손발만 사려는 조직, 이렇게 보낸 그들의 젊은 시간이
너무나 안타깝게 느껴졌다.

스타벅스 이야기는 분명 이런 기업들과 대조가 되었다.
나이 차별이 없고, 사람을 존중한다.
이 부분은 분명 한국과는 다른 환경인데 미국은 의료보험이 너무나 비싸서
상당수의 파트 타임 일들은 절대로 회사에서 지원해주지 않는다.
덕분에 이야기에도 나오지만 안경,치과 서비스를 아예 받지 않고 참아야 하는 
소외된 사람들이 많다.
그런 점에서 스타벅스에서 파트타이머에게도 의료보험을 지원해주는 건 상당한 
서비스다. 적어도 밥을 같이 먹는 공동체라는 의미가 확실히 만들어진다.

선배님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미처 겪지 못했지만 중요한 교훈들을 듣게 된다.
나이가 들수록 인간관계가 줄게 된다고 한다.
이 책의 주인공 마이크 또한 점점 답변이 돌아오지 않는 휴대폰을 보며 안타까워한다.
예일대학 출신에 좋은 가족 배경, 광고회사의 고위급 임원이던 그도 노년의 몇번 실수로
아무것도 들고 있지 못한 노친네가 되어버렸다.
그런 그에게 손길을 내밀어준 스타벅스는 정말정말 구세주였다.

일을 하면서 하나씩 자신의 잠재력을 다시 움직여보는 과정은 흥미로웠다.
시작은 화장실 청소였지만 나중에는 정말 다양한 이야기가 만들어졌다.

명함으로 상징되는 사회적지위가 사라져도 사람들에게는 많은 것들이 남는다.
지승룡이라고 민들레 영토를 만드신 분의 전직은 목사였다.
이혼으로 모든 사회적 관계가 끊어진 그에게 독서는 재활의 도구였다.
그렇게 만든 커피숍에서 그는 꾸준히 손님들에게 상담을 해주었다. 
목사의 본분은 아픔을 듣고 치유하는 일이니 그는 여전히 잘 하는 일을 하고 있는 셈이다.

주인공 마이크의 스타벅스 분투기에서도 그런 이야기가 만들어진다.
나이 젊은 매니저의 파워포인트 준비에도 힐끗 참견하고
못 미더워하는 그 표정에 차마 내가 왕년에 PT 한가닥 했거든 하고 잘난체 하지 않기가
더 어려웠을 것 같다.
이야기 솜씨는 아마 단골을 모아 놓고 하는 커피 강좌에서 더 잘 발휘되었을 것이다.
한동안 그에게 말은 영광의 길을 개척하는 도구였다.
잘 나가는 광고 카피라이터로서..
그렇지만 나이가 들수록 그에게 더 이상 생존의 도구가 되지 못했다.
고객의 차가운 외면은 그를 점점 절망속으로 빠져들게 했다.

하지만 여기서 다시 작게 만들어진 공간에서 그의 말은 모두를 즐겁게 한다.
기대를 낮추면 된다, 낮게 시작하면 된다라는 훌륭한 이치를 잘 드러내준다.
전에 오마에 겐이치의 <하프타임>이라는 책에서 은퇴자들에게 지방으로 내려가라
기업의 격을 낮추려면 두 단계를 낮춰라 등 유익한 조언이 있었다.
이 책에서도 비슷한 면을 발견하게 된다.

성공학 책이 아니라, 지겨워지는 힐링 책이 아니라
잔잔하지만 솔직한 고백,
나보다 분명 나은 조건을 가졌지만 더 처참하게 망가졌고
그럼에도 타박타박 자신을 추스려 다시 산을 오르는 노친네의 모습에
너무나 진한 감동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우리는 아픔이 점점 치유됨을 느낀다. 마치 훌륭한 비극 작품 하나를 보며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것처럼.

그리고 그런 환경을 만들어준 스타벅스라는 기업을 다시 살펴보게 된다.
기업이 이 사회 모두의 삶의 행복에 좀 더 관심을 가지기를 바라며
경제민주화 넘 어렵지 않아용.. 바로 이거에요 하고 싶구낭..



댓글(2)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oren 2013-06-17 1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엔 나이 50만 넘어도 '잡'을 유지하기가 힘든 형편인데, 기존 직장에서 '아웃'되고 난 이후 '후반전'을 새롭게 시작할 기회가 너무나 부족하다는 현실을 절감합니다.

지난 주말에 (24년 전에 한 부서에서 근무했던) 옛 직장 선배분들과 북한산을 함께 다녀왔는데, 주된 관심이 '누구 누구는 아직도 밥벌이는 하고 있나'더군요.. 벌써 오래 전부터 언급되던 얘기지만, '기업'이 중심이 되어 너무 일찍 '아웃'된 사람들의 능력을 되살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은 생각을 늘 자주 하게 됩니다.

'구인과 구직 서비스'를 하는 회사들로 봐선 엄청난 '잠재고객들'이 매년 쏟아져 나오는 셈인데, 정작 기업에 꼭 필요한 '나이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찾기가 어려운 걸까요?

사마천 2013-06-17 18: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관계란 믿음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한국사회는 특히 저신뢰 사회니 말입니다. 그래서 구군가로부터 전화를 받을 수 있는 사람, 연결이 되는 사람은 상당한 인덕이 있다고 보아야겠죠. 반면 대부분은 그렇지 못합니다. 수백명의 전화번호부가 퇴직과 함께 대부분 무용화되는 게 현실이죠. 그래서 더 서운하고 더 외면하다가 자기 안에 갖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사회적관계가 기능적인 미국 사회는 좀 다른 것 같습니다. 그야말로 기능으로 평가하고 나이를 덜 따지니까 이렇게 스타벅스에서 일하는 할아버지를 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한국의 상황은 저도 주시하지만 좀 더 중지를 모아봐야 할 것 같습니다 ^^
 
크루즈 패밀리 O.S.T.
아울 시티 (Owl City) 외 노래, 알란 실베스트리 (Alan Silvestri) 작 / 소니뮤직(SonyMusic) / 2013년 5월
평점 :
품절


크루즈 패밀리

크루즈라는 말에는 여러 의미가 있다.

유람선 크루즈.

순항 미사일 크루즈. 

어쨌든 이동한다는 의미다.


시대 배경은 원시시대, 

동굴 속에서 살던 이들 가족은 정말 보수적이다. 

어두워지면 꼼짝하지 않고 절대로 개인행동은 안되는 등

금지 규칙이 너무나 많다. 그 대가는 안전이라고 가장인 아빠는 강조한다.


그러다가 갑자기 땅이 흔들리는 위기에 놓인다.

덕분에 본의 아니지만 여행을 떠나게 된다.

가족 중 가장 호기심 많은 딸, 이름은 IF 이프다.

그녀가 우연히 만난 가이라는 낯선 남자 청년이 길안내를 맡게 된다.


불이 인간에게 어떤 의미인가를 알게 해주고

덫 등 다양한 도구를 알려준다.

머리를 쓴다는 것, 호모 사피엔스의 탄생이다.


그리고 이들의 막바지에 마지막 시련이 놓인다.

거대하게 갈라진 계곡을 앞두고 가족은 좌절하려고 한다.

이때 아빠는 모두를 떠 맞는 희생을 자처한다.

더해서 재밌는 건 머리 쓰기다.

여기서 부터는 정말 스포일이다. 영화를 보신분들만.. ^^


하늘을 나는 도구의 개발은 

현대적 의미로 보면 바로 노아의 방주다.

갈라진 두 세계를 넘어서서 파괴되는 이쪽을 넘어 약속의 땅으로 가게 된다.

그 의미를 헷갈릴 지 몰라서 작가는 특별히 동물들을 챙겨가는 액션을 더 넣게 만들어 준다.

노아가 종의 보전에 지대한 기여를 했듯이.


미국의 영화는 늘 이렇게 종교에 관련된 코드들이 숨어 있다.


어쨌든 독특한 장면으로 재미를 주는 영화다.

같이 한 아이들과 함께 웃으며 보낸 즐거운 시간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