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소리 내 울지 않는다 - 서울대 송호근 교수가 그린 이 시대 50대의 인생 보고서
송호근 지음 / 이와우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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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픔과 공감

송호근 교수는 참여형 사회학자다.

80년 봄 대학에서 시국선언문을 직접 썼던 참여자였고

박사연구를 마치고 대학에서 선 지금도 참여의 일종은 컬럼에 공을 들인다.

이 책을 시작하게 된 계기도 특이하다.

우연히 만난 대리기사와의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가 동년배라 같은 시대를 살아온 공동체험과 함께 을 중의 을이라는 다른 처지에서 겪는 아픔을 나누게 되었다.

 

대학은 무엇하는 곳일까?

최근 들은 가장 신랄한 비판은 "논문공장"이라는 표현이었다.

기존의 타 논문을 부품 삼아서 짜집기라는 공정을 통해 다시 논문을 "제조"한다는 의미다.

그렇게 고가의 부품과 오랜 수공으로 만들어진 제작물이지만 막상 사회적 효용은 장식으로만 쓰인다는 것이다.

이 장식품을 가장 잘 사주는 곳은 어디일까?

얼마전까지는 경영대였지만 지금은 행정대라고 한다.

왜냐고?

장식물의 가치는 착용자의 가치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이다.

 

논문의 사회적 효용이 왜 없을까?

이유 중 하나는 한국의 고속성장이다.

책에서 송교수가 탄식하지만 과학은 예측력 보다는 셜명에 치중한 학문이란다.

현실이 워낙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변하기 때문에 이론이 미처 따라가지 못한다.

 

덕분에 일종의 인식 지체 현상이 나타난다.

세상이 휙 지나가는데 우리는 먼 옛날이야기를 가지고 다툼을 벌인다.

 

이런 상황에서 학문의 일익을 담당하는 교수도 자괴감을 가질 수 밖에 없다.

그래서인지 이 책은 다른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인터뷰,송교수의 기존 컬럼,자기 술회적 회고 이야기 등 다양한 방식이 혼용된다.

다양한 사람의 날 목소리를 모았고, 여기에 학자의 코멘트가 달린다.

이 정도 이야기는 사회학자 수준이네 하는..

 

이론과 현실의 지체현상이 발생할 때 이를 해소하려면 어찌해야 할까?

잠시 연구실을 떠나 거리를 걸어봄이 필요하다.

입을 닫고 귀를 열어 이야기를 들어 봄이 좋을 듯 하다.

거기서 발견되는 이론에 담기지 않은 날 소리를 들을 모아 보는 게 중요하다.

그 소리 안에는 "아픔"이 크게 담겨 있다.

빨리 달리고 부지런히 살았지만 이제 허탈감과 커다란 짐을 내려 놓지 못하는 이들이 안고 있는 아픔.

위로는 노부모, 아래로는 아직 독립시키지 못한 자식들이 모두 매달린다면 이제 나이 먹은 이들은 휘청댈 수 밖에 없다.

내 지인 한명도 이런 상황을 겪었다. 잘되던 고기집이 금융위기 때 폭삭 망하면서 수입은 없고 빚이 쌓이니 방에 발랑 뒤집어졌다고 한다. 그런데 아내는 여전히 장보러 가고 아이들은 학원을 보내더라는 것이다. 누구도 짐을 덜어주지 않는 상황에서 가장이 겪게 되는 쓰라림은 단지 돈 문제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이 책은 이런 가장들의 아픔에 깊이 공감하고 있다.

송교수의 젊은 날이 참여형 지식인으로서 "동반자"적이었다고 하면 이번 작품 또한 일종의 "동반"을 한 셈이다.

 

첫 시작에 배부를 수는 없다. 하지만 이런 노력을 통해 새로운 발견이 만들어지고 이를 통해 우리의 인식이 달라지면 거기서 다른 행동이 나타날 것이다.

그렇게 학문과 이론은 제 몫을 찾아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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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주의 맨얼굴의 철학 당당한 인문학 - 지승호가 묻고 강신주가 답하다
강신주.지승호 지음 / 시대의창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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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 철학자 강신주의 맨얼굴을 지승호가 그려내다.

강신주는 화제를 몰고 다니는 철학자다.

학위 받고 나서 대학에는 눈도 돌리지 않고 제 갈길을 스스로 개척했다.

작은 강의실에서 시작한 그의 강의는 이제 온란인으로 만들어져

수없는 사람들에게 깨달음과 감동을 준다.

그의 용기와 노력에 대해 일단 경의를 표하고 싶다.

지승호 또한 대단한 노력가다. 인터뷰어라는 길을 걸으며 화제의 인물들이 가진 

날 얼굴을 잘 드러내주었다.


이번 작품도 기대만큼이나 훌륭했다.

왜 강신주라는 사람이 여기까지 오게 되었는지, 어느 공대생 한명이 철학으로 방향을 틀고

또 다시 학교를 오가다가 거리에서 일어나 우뚝 섰는지가 소상히 드러난다.

그의 인생관,철학관 등도 무척 흥미로웠다.


그럼에도 단 하나만 지적하고 싶었다.

바로 현실에 대한 발언 특히 삼성에 대해서 그가 보여준 몇 페이지에 걸친 비난은

약간의 보정이 필요한 듯 생각된다.


굳이 그렇게 하는 이유는 이 책이 너무 많이 팔렸고 독자도 너무 많은데

그들에 대해서 균형감각을 주지 않으면 오해가 커진다는 우려감 때문이다.


1.애플에 대한 찬양

강신주는 애플과 잡스를 찬양한다. 잡스에 대해서는 복귀할 때 돈을 받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한다.

더해서 인문학을 이해하는 경영자라고 치켜세운다.

반면에 삼성은 아니라고 한다. 그가 직접 가르쳐본 삼성직원들은 창의적이지 않다고까지 비판한다.


이 대목들은 오류가 많다.

잡스가 복귀할 때는 돈을 받지 않았지만 그 이후 애플이 차츰 성공하자 막대한 스톡옵션과 전용비행기를 요청했는데 이는 나중에 문제가 되서 담당했던  CFO가 문책성 사임을 하게 된다.

잡스의 전기에 소상히 나왔는데 아마 강신주가 읽지 않은 듯하다.

애플과 잡스에 대해 국내의 많은 인문학자들이 경탄을 바치지 않는 이유는 아마도

잡스 때문에 한국에 인문학 바람이 불었기 때문이리라.

그 덕에 회사와 사회에 인문 강좌가 대거 일어나 강의료가 뛰어 올라서 호경기를 누리게 된 사람들이 바로 이 땅의 인문학자들이다.

그러니 그들이 잡스 찬양자, 삼성 비하자로 된 것은 우연이 아니리라.

지승호가 잠시 지적을 해본다. 애플이 돈을 밝히는 통에 협력사인 중국 폭스콘 공장에서 다수의 자살자가 나왔다는 점을..

하지만 강신주는 도리도리다. 이를 단칼에 무시해버린다.

애플이 돈독이 올랐다는 점은 작년 내내 지적되었다.

부품업체에게 가격을 후려쳐서 일본의 경우 iFactory라고 종속된 기업에 대해 자성론이 나왔다.

폭스콘 이야기는 이미 유명해졌고,

고객들 입장에서도 얼마전 충전기 핀 수를 임의로 바꾸어서 막대한 주변기기 시장을 흔들어 버렸다.


당당함은 좋지만 한면만 확 강조하는 건 오류가 나오게 마련이다.


2.삼성은 악의 축이다. 삼성이 망해도 상관없다.

이 부분은 좀 더 논란이 될 소지가 크다.

사실 사회 문제에 별 책임 없는 아웃사이더의 한 마디로는 가능하다. 하지만 베스트셀러 저자가 되면 좀 달라져야 한다고 본다.

기업이 망해도 사회가 문제가 없다는 논리에 대한 반론으로 나는 자동차산업을 봐달라고 하고 싶다.

기아,삼성,쌍용,대우 등 한국의 자동차 산업은  IMF이후 대거 해체되었다. 

그 이후 15년이 지난 이 시점에서 르노-삼성,쌍용,GM-대우의 모습은 어떤가?

금융 위기 이후 본 기업들이 흔들리자 이들은 한국의 생산시설을 방치하게 된다.

쌍용차 사태는 굳이 자세히 언급할 필요도 없다.


해고노동자의 죽음에 공감하고 안타까워하기 전에 먼저 알아야 할 것은

"자본에는 국적이 있다"라는 명제다.


헨리 포드는 유명한 말을 했다.

나는 손과 발을 샀는데 머리가 딸려 왔다.

현대 자본주의의 기업가들의 멘탈을 잘 보여주는 이야기다.

글로벌 자본기업들이 한국 생산시설을 인수했을 때 그들은 

손과 발만을 사는 것이다. 결코 머리를 사려고 하지 않는다.

그럼 이땅에서 자라난 사람들은 머리를 어디에 팔아야 할까?

팔 곳이 없다면 그냥 이민을 가야 할까?


이 점에서 강신주가 할 수 있는 답은 매우 빈약하게 보인다.


당당함도 좋지만 여기서 현실감의 부족을 좀 지적해보고 싶다.

사실을 올바르게 인식하지 않고 전개하는 사고는 카드집에 불과하다.

플라톤의 이데아적 사고는 시라큐스 참주에게 처참하게 실패했지만

아리스토렐레스의 정치학은 알렉산더에게 살아 남아 후대에 막대한 영향을 주었다.

그는 100개 넘는 현실의 헌법을 비교하면서 자신의 정치학을 저술하였다.


강신주가 더 원숙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에 여기 까지 긴 비판을 더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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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moo 2013-08-12 0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마도 강신주거 경제학에 대해서 잘 몰라서 그럴지도.. 아, 근데 강신주가 구렇게 대단한 철학자 인가요? 흠..저는 강신주가 왜 그렇게 인기가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사마천 2013-08-12 09: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yamoo님 관심 감사드립니다. 거리의 철학자는 계보가 있습니다. 김상봉,탁석산 그리고 이제 강신주. 저는 이 분들이 좋은 점은 당당함입니다. 대학에서 아주 세부적으로 쪼개진 전공으로 나뉘어져서 칸트면 칸트,플라톤이면 플라톤만 이야기하시죠.
하지만 현대의 문제는 복합적입니다. 과거 플라톤은 철학자가 아니라 모든 학문의 원조이고요. 이런 부분에서 한국 철학이 제 몫을 못한다는 점은 탁석산이 여러번 강조했습니다.
강신주는 현대 한국사회의 문제에 직접 부딪힌다는 점이 마음에 듭니다. 단 해법에 대해서는 아직 좀 더 고민이 필요하다는 점을 느꼈고요.. 아직 젊고 발전하는 분이니 좀 더 기대를..^^

yamoo 2013-08-14 12:14   좋아요 0 | URL
저는 개인적으로 탁석산을 철학자로 절대 안 봅니다. 그는 철학을 빌미로 지식을 팔아먹는 얄팍한 지식장사꾼처럼 보입니다. 근데, 탁석산의 심각한 문제는 어떤 글이든지 그 극단에 있습니다. 좀 정신나간 사람처럼 보입니다. 주장하는 바가 논리적 비약이 심하여 넘 억지스럽다할까요. 전혀 수긍하지 못하는 글을 자기만 옳다고 주장하는 게 좀 뭐하게 보입니다. 비슷한 극단적 논조로 자기 생각만 얘기하는 복거일보다 못한 거 같아요. 적어도 복거일은 탁석산만큼 허술한 논리구조를 내세우지는 않더군요. 강신주의 책은 한 두 권읽어봤는데...장자 전공한 사람이 너무 여러 방면을 얘기하고 있는지라 믿음이 가질 않습니다. 장자연구로부터 차츰 관심영역을 넓혀가면 좋을 듯한데, 학문간의 경계를 너무도 쉽게 넘고 책을 쓰고 있으니 과연 이사람이 전문가 위치에서 얘기하는지 의심스럽더라구요~ 뭐..좀 더 지켜봐야겠습니다만~

사마천 2013-08-17 0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yamoo님의 관심과 이해해 감사드립니다. 얼마전 저도 강신주 라는 사람을 놓고 논쟁을 했습니다. 지인은 강신주의 강의 한 두 구절이 마음에 안든다고 싸잡아 비판하더군요. 강신주는 처음에는 와 하고 놀라다가 나중에는 구멍이 많군 하고 허탈하게 만드는 측면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그가 맨몸으로 거리에 섰다는 점, 이과생 출신이 철학으로 옮기고, 서울대에서 싸우고 나와서 또 연대 갔다가 거기서도 지도교수와 등지고 등.. 꼭 좋게만은 볼 수 없는 그의 행보를 인정하고 싶습니다.
가끔 삑사리나는 소리를 한 부분은 지적을 해두려고 합니다. 그래서 길게 이 글을 적었고요.. 독자를 너무 심하게 오도하면 안되니 말이죠.. 탁석산은 저는 약하지만 긍정적으로 봅니다. 지식소매상도 이 땅에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적어도 대학의 논문공장 공장장님들 보다는 낫지 않을까요?
다시한번 여러 모로 관심 감사드립니다.. ^^
 
삼성 컨스피러시
김진명 지음 / 새움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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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이라는 기업을 전면에 놓고 한편의 소설이 전개된다.


소설의 맨 앞은 일본 동경의 이병철 회장의 오래전 모습이 그려진다.

그의 머리에는 고뇌가 가득하다.

반도체라는 신사업에 몸을 던질 것인가 말 것인가?

반대의 목소리는 크지만 그의 내면 깊은 곳에서 울림이 일어난다.

그는 아들에게 묻는다.

진짜 목숨을 걸 수 있느냐고? 왜 그래야 하느냐고?


작가 김진명은 왜 삼성이라는 기업을 놓고 이렇게 긴 글을 썼을까?

김작가 하면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민족주의다.

먼 뿌리를 찾아 나의 존귀함을 알게 해줌이 민족주의의 특성이다.

고구려 등 각종 영웅이야기도 멋 있지만 현대의 전쟁은 

상품의 세계에서 아니면 가상의 세계에서 이루어진다.

징기스칸 처럼 초원을 뛰어다니는 것이 아니라 수치로 표현되는 시장점유율을

놓고 승패를 논한다.

이렇게 변모한 현대의 초원 전쟁에서 한국이 가장 먼저 세계 1위를 한 건

반도체였다.


그 힘은 어디서 나왔을까?

기업가의 투자결정? 

이미 미국과 일본 기업들이 차지한 견고한 성들 사이를 작은 군대 하나 만들어

덤벼 보겠다는 건 무모하게 보였다.

그럼 무엇일까?

징기스칸은 홀로 징기스칸이 된 건 아니다.

부족으로 나뉘고 다시 신분으로 나뉘어 다투는 무수한 몽골인들의 에너지를

모았기 때문에 가능했다.

마찬가지로 80년대초 한국에는 그런 에너지들이 많았다.

그렇지만 누군가 여기에 촉매를 해야만 했다.

징기스칸이 금이나 송을 오가면서 선진 문물을 경험하고 그 장단점을 파악했듯이

한국에도 몇몇의 천재가 필요했다.

아직 산업이 크지 않았을 때 오래 전 미국에서 기술을 익힌 천재들.

진대제,황창규 등 여러 이름들이 떠오른다.

전쟁은 장군도 병사도, 왕도 다 한마음이 되어야만 가능하다.

어느 하나만 옮겨 놓는다고 사업이 이루어지는 건 아니다.


김진명이 묘사한 이건희의 모습은 투박하지만

핵심을 알고 있다.

바로 사람에 대한 통찰이다.

사람이 이제 준비가 되었다는 이건희의 한 마디의 울림은 크다.

이건희의 사람에 대한 깊은 통찰은 꽤 유명한대 

특히 그의 천재론은 귀담아 들어볼만하다.


역으로 말하면 70년대는 반도체 같은 첨단 산업을 하려고 해도 할 수가 없었다.

엔지니어가 없어서.

하지만 카이스트 등 공대 육성 정책의 결과 다수의 중급 엔지니어가 배출되고

소수의 천재는 유학을 가는 등 

한국에 인적 환경이 만들어졌다.

더욱 중요한 건 이들 모두가 민족이라는 심리적 우산안에 들어와 뭉쳐 있다는 점이다.


작가는 때로 학교의 경영학자나 과학자들보다 훨씬 뛰어난 통찰을 보인다.

그는 전공이 없는 대신 모든 걸 하나로 꿰어들어가기 때문이다.


사회가 발전할 때는 여러 집단이 각자 최선을 다하면서도 함께 간다.

반대로 쇠락할 때는 자기의 이익만을 내세운다.


한국의 성공의 핵심에는 과학의 우대가 있었다.

반면 지금 우리 주변은 어떻게 비춰지는가?

의사만으로 법관만으로 오늘의 한국은 만들어지지 않는다.


자신이 이룬 성취가 어떻게 가능했는지 잘 모르고

또 이를 지속할 힘과 청사진을 못 가진 한국에 대해서 작가는

통렬하게 비판하며 일깨움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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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 경제 삼국지 - 누가 이길까?
안현호 지음 / 나남출판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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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 삼국은 국가가 주도하는 제조업 위주의 성장전략으로 성공을 거두었다.

단 기술 난이도에 따라 High는 일본,미들은 한국,로우는 중국으로 나뉘어서 서로 도움이 되어왔다.

앞으로는 어떨까?

금융위기와 동일본대지진으로 일본이 흔들 하는 사이에 중국은 막대한 저축을 기반으로 새로운 사업을 벌여나간다. 전기차,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 오히려 선두로 치고 나간다.

싼게 중국이라는 지금까지의 인식이 달라질 것임을 예고한다.

일본산업은 여러 어려움에도 재료,장비 등에서 강점을 잘 유지한다.

결국 경쟁은 점점 더 치열해지는 셈이다.

저자는 3국의 기술 경쟁에서 IT보다 자동차가 기술 격차가 더 오래 갈 것으로 예측한다.

감히 중국의 자동차 정책은 참담한 실패라고 찍어 말한다.

반면 IT는 점점 경쟁이 가속화된다. 이유는 플랫폼화,부품의 표준화라고 한다.

즉 부품수가 적을수록 차별화가 적어지고 가격 중심의 경쟁이 이루어진다고 한다.

 

전에 돈의 맛이라는 영화를 보면 앞이 달콤하지만 뒤가 쓰다고 한다.

한국도 오랫동안 중국 돈을 달콤하게 맛 보았다. 지금은 그 맛이 쓰다는 점을 여실히 느끼고 있다. 철은 중국수혜를 오랫동안 보았지만 이제 공급과잉으로 덤핑 물량이 밀려나온다. 화학도 그런 궤적을 밟을 것으로 저자는 예측한다.

 

그렇게 급성장하는 중국의 회사들을 일일이 열거하면서 어떤 것은 국영,어떤 것은 민영이고 각기 작동하는 원리가 이렇게 다르다는 점을 보여준다.

최근에 눈에 확 띄는 기업은 굴삭기의 싼이중공업, 게임의 텐센트, 그리고 레노버다.

싼이는 두산인프라코어의 점유율을 확 깍아먹었고, 텐센트는 게임방에서 부동의 1위를 하고 있는 라이엇게임즈의 오너다.

그 중에 가장 놀라운 건 레노버다. 스마트폰 분야에서 중국의 성장은 놀라울 정도다. 1년 사이에 1억대씩 늘어나는 시장에서 중국은 절반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한다. 그 중 상당수를  레노버가 이루어내고 있다.

 

중국이 앞으로도 기존처럼 고성장을 거둘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가질 수 있다.

성장에 에너지를 쏟다 보니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 점점 커져간다. 사회적 격차,부패,환경파괴 등 내적 요소도 크지만 세계경제 환경이 기존 방식의 고집을 어렵게 한다.

불균형으로 표현되는 선진국의 소비위주 성장이 한계를 맞았고 중국 자체로는 루이스전환점을 통과하면서 저임금 공급의 지속이 어려워지면서 사회는 질적인 전환을 요구 받는다.

시진핑 정부가 주변의 기대와 다르게 긴축정책을 펴면서 체질개선을 시도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럼 앞으로 한국은 어떻게 해야 할까?

대기업위주의 성장은 이제 한계를 맞았다고 저자는 단언한다. 그보다는 일본처럼 중견기업이 강한 나라로 가야 한다고 한다. 사회의 금융,인적자원을 모두 쏟아부어 키운 대기업이지만 이제 효율성이 떨어지고 고용의 제한성 덕분에 사회갈등과 저성장이 커져간다.

이를 해소하는 건 작더라도 일류가 되는 독일식 히든챔피언,일본의 강소기업들이 나와야 한다.

그리고 중요한 건 중국과의 관계다. 거대한 시장을 한국이 내수화하지 못한다면 성장은 제한적일 것이다. 중국이 대만과 홍콩을 잘 활용해서 성장 속도를 빠르게 했듯이 한국도 중국과 FTA를 서둘러야 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책 여러 곳에서 저자의 식견에 감탄한 대목이 많다. 추상적이고 개괄적인 현상읽기와 방향제시에 머무르나 하고 우려했지만 저자는 산업 정책을 리드하는 책임 있는 위치에서 쌓은 식견을 곳곳에서 보여준다. 차이가 난다고 설명하지 않고 구체적인 기업들의 리스트를 통해 이해하도록 도와준다.

이제 아시아적 시야가 점점 더 중요하게 된다. 그리고 구체적으로 어느 분야에서 무엇을 할 지 잘 선택하는 것에 따라 미래가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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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라기행 학고재 산문선 6
시바 료타로 / 학고재 / 199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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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라기행이라고 이름지워진 시바료타로의 제주도 기행문이다.

시바의 시야에는 아시아가 먼저 있다.
서양과 대비되는 동양, 그 방대한 영역에 대한 전체 조감이 먼저다. 
그리고 중심으로 나섰던 일본과 주변국에 대해 골고루 관심을 두는 자세가 그의 특징이다.

제주도의 중심에는 산 하나가 우뚝 솟아 있고 해변에서 중턱, 산정까지 서로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산의 중턱은 거대한 초원이다. 
이 초원의 한 가운데서 그는 몽골과의 연계에 관심을 둔다.
몽골어를 전공하고 몽골 부근으로 파병되었던 그로서는 응당 관심이 많으리라.

탐라가 하나의 독립된 나라였던 시절이 있었다. 바로 원 제국의 직할령이던 시절이다.
삼별초의 최후 저항을 직접 군사를 움직여 말살하고 목장으로 만들어 버리고 이름을 
탐라국 하고 붙여 버렸다.

1700명의 목동은 어찌 되었을까? 아마 제주도인들의 피에 적지 않은 각인을 남겼을 것이다.


한 지점에서 그는 역사의 다양한 장면을 떠올린다.


제주도는 섬 답게 독특한 역사를 가졌었다.

관덕정이라는 정자가 있다. 그리고 부근에 조천이라는 항구가 있다.

이는 한반도와의 관계가 중요하기에 만들어진 인조물이다.

조선시대 멀리 이곳에 온 관원들의 무자비한 착취가 있었다.

 

이를 비판하다 어느새 그의 박학은 불교의 기원, 유교가 정주학이 되어서

교조화된 문제점 등으로 휙 튀어나간다. 


그의 관심은 제주의 고유한 것, 이 곳에서만 볼 수 있는 것에 많이 머무른다.

그 대표적인 대상이 바로 해당과 무속이었다.

제주 해녀의 특질을 보며 아시아 곳곳에 널리 퍼진 흑조문화의 흐름을 찾는다.

무속에 이르러서는 퉁구스 문명 전반으로 간다.


정말 정말 아는 것이 많다고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어떤 주제가 나와도 눈을 휙 하늘로 올려서 한중일 삼국을 금방 비교하면서 선명하게 특질을 드러낸다.


한국인에게 일본 작가는 오래도록 불편한 대상이었다. 

시바는 때로는 일본 내셔널리즘의 찬양에, 때로는 조총련계와의 친분 등으로 기피 대상이 되었다.하지만 이제 일본도 정상을 지나 하산하고 있고 중국의 약진이 두드러짐을 느끼면서 아시아라는 무엇인가라는 물음이 점점 커지게 된다.

진순신과 더불어 시바는 아시아 전반에 대해 폭넓은 시야를 보여주었던 작가다. 그래서 그가 한반도에서 만든 이 작품들의 소중함을 더욱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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