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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주의 맨얼굴의 철학 당당한 인문학 - 지승호가 묻고 강신주가 답하다
강신주.지승호 지음 / 시대의창 / 2013년 5월
평점 :
품절
거리의 철학자 강신주의 맨얼굴을 지승호가 그려내다.
강신주는 화제를 몰고 다니는 철학자다.
학위 받고 나서 대학에는 눈도 돌리지 않고 제 갈길을 스스로 개척했다.
작은 강의실에서 시작한 그의 강의는 이제 온란인으로 만들어져
수없는 사람들에게 깨달음과 감동을 준다.
그의 용기와 노력에 대해 일단 경의를 표하고 싶다.
지승호 또한 대단한 노력가다. 인터뷰어라는 길을 걸으며 화제의 인물들이 가진
날 얼굴을 잘 드러내주었다.
이번 작품도 기대만큼이나 훌륭했다.
왜 강신주라는 사람이 여기까지 오게 되었는지, 어느 공대생 한명이 철학으로 방향을 틀고
또 다시 학교를 오가다가 거리에서 일어나 우뚝 섰는지가 소상히 드러난다.
그의 인생관,철학관 등도 무척 흥미로웠다.
그럼에도 단 하나만 지적하고 싶었다.
바로 현실에 대한 발언 특히 삼성에 대해서 그가 보여준 몇 페이지에 걸친 비난은
약간의 보정이 필요한 듯 생각된다.
굳이 그렇게 하는 이유는 이 책이 너무 많이 팔렸고 독자도 너무 많은데
그들에 대해서 균형감각을 주지 않으면 오해가 커진다는 우려감 때문이다.
1.애플에 대한 찬양
강신주는 애플과 잡스를 찬양한다. 잡스에 대해서는 복귀할 때 돈을 받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한다.
더해서 인문학을 이해하는 경영자라고 치켜세운다.
반면에 삼성은 아니라고 한다. 그가 직접 가르쳐본 삼성직원들은 창의적이지 않다고까지 비판한다.
이 대목들은 오류가 많다.
잡스가 복귀할 때는 돈을 받지 않았지만 그 이후 애플이 차츰 성공하자 막대한 스톡옵션과 전용비행기를 요청했는데 이는 나중에 문제가 되서 담당했던 CFO가 문책성 사임을 하게 된다.
잡스의 전기에 소상히 나왔는데 아마 강신주가 읽지 않은 듯하다.
애플과 잡스에 대해 국내의 많은 인문학자들이 경탄을 바치지 않는 이유는 아마도
잡스 때문에 한국에 인문학 바람이 불었기 때문이리라.
그 덕에 회사와 사회에 인문 강좌가 대거 일어나 강의료가 뛰어 올라서 호경기를 누리게 된 사람들이 바로 이 땅의 인문학자들이다.
그러니 그들이 잡스 찬양자, 삼성 비하자로 된 것은 우연이 아니리라.
지승호가 잠시 지적을 해본다. 애플이 돈을 밝히는 통에 협력사인 중국 폭스콘 공장에서 다수의 자살자가 나왔다는 점을..
하지만 강신주는 도리도리다. 이를 단칼에 무시해버린다.
애플이 돈독이 올랐다는 점은 작년 내내 지적되었다.
부품업체에게 가격을 후려쳐서 일본의 경우 iFactory라고 종속된 기업에 대해 자성론이 나왔다.
폭스콘 이야기는 이미 유명해졌고,
고객들 입장에서도 얼마전 충전기 핀 수를 임의로 바꾸어서 막대한 주변기기 시장을 흔들어 버렸다.
당당함은 좋지만 한면만 확 강조하는 건 오류가 나오게 마련이다.
2.삼성은 악의 축이다. 삼성이 망해도 상관없다.
이 부분은 좀 더 논란이 될 소지가 크다.
사실 사회 문제에 별 책임 없는 아웃사이더의 한 마디로는 가능하다. 하지만 베스트셀러 저자가 되면 좀 달라져야 한다고 본다.
기업이 망해도 사회가 문제가 없다는 논리에 대한 반론으로 나는 자동차산업을 봐달라고 하고 싶다.
기아,삼성,쌍용,대우 등 한국의 자동차 산업은 IMF이후 대거 해체되었다.
그 이후 15년이 지난 이 시점에서 르노-삼성,쌍용,GM-대우의 모습은 어떤가?
금융 위기 이후 본 기업들이 흔들리자 이들은 한국의 생산시설을 방치하게 된다.
쌍용차 사태는 굳이 자세히 언급할 필요도 없다.
해고노동자의 죽음에 공감하고 안타까워하기 전에 먼저 알아야 할 것은
"자본에는 국적이 있다"라는 명제다.
헨리 포드는 유명한 말을 했다.
나는 손과 발을 샀는데 머리가 딸려 왔다.
현대 자본주의의 기업가들의 멘탈을 잘 보여주는 이야기다.
글로벌 자본기업들이 한국 생산시설을 인수했을 때 그들은
손과 발만을 사는 것이다. 결코 머리를 사려고 하지 않는다.
그럼 이땅에서 자라난 사람들은 머리를 어디에 팔아야 할까?
팔 곳이 없다면 그냥 이민을 가야 할까?
이 점에서 강신주가 할 수 있는 답은 매우 빈약하게 보인다.
당당함도 좋지만 여기서 현실감의 부족을 좀 지적해보고 싶다.
사실을 올바르게 인식하지 않고 전개하는 사고는 카드집에 불과하다.
플라톤의 이데아적 사고는 시라큐스 참주에게 처참하게 실패했지만
아리스토렐레스의 정치학은 알렉산더에게 살아 남아 후대에 막대한 영향을 주었다.
그는 100개 넘는 현실의 헌법을 비교하면서 자신의 정치학을 저술하였다.
강신주가 더 원숙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에 여기 까지 긴 비판을 더해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