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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 로저스의 어드벤처 캐피털리스트
짐 로저스 지음, 박정태 옮김 / 굿모닝북스 / 2004년 11월
평점 :
그가 돌아왔다. 오토바이 하나로 세계를 돌아다닌 희대의 애널리스트 짐 로저스.
이번에는 자동차로 더 샅샅이 세계를 돌아다닌다. 아 그리고 바뀐 것도 하나 있다. 여행의 동반자인 여자가 바뀌었고 결혼까지 하게되었다. 아마 개인적으로는 그것도 또 한번의 여행에 색다른 즐거움을 주지않았을까 생각된다.
이 책은 전번 책보다 한층 현실감 있고 풍부하게 느껴졌다. 노력하는 사람은 늘 발전하는 것이니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지금 우리 주변에 벌어지는 일련의 세계경제 변화에 대해 매우 뛰어난 통찰을 담은 예언을 보여준다. 석유를 포함한 상품시장의 강세 - 원인은 중국이라고 명확히 진단, 이라크 전쟁의 허구, 그리고 무차별적으로 소모된 전쟁비용 덕분에 추락해야만 하는 달러. 내가 이 리뷰를 쓰는 시점에 중국과 미국의 환율전쟁이 본격화되고 있는데 이는 이 책에 묘사된 미국경제의 구조적 문제와 직결된다. 아프간 전쟁을 보면서 한편으로는 미국이 보유한 크루즈미사일을 거의 전부 써버렸다며 초강대국의 지위를 유지한다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지적, 아마 그렇게 해놓고 짐로저스는 전쟁관련 주식을 많이 산 것 같다. 그리고 실제로는 북한이나 이라크가 미국의 위협이 절대로 될 수 없다고 단정짓는다. 도대체 식량이 부족해 주변국에 의존하는 나라가 무기 한두개 가지고 미국을 위협한다는 것이 실제로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자기주관속에 같여 사는 우물안 개구리인 미국 사람들은 절대로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거라는 비관, 이것도 이번 미국 선거를 보면 결과로 잘 나타난다. 자신은 언제나 옳고 나아가 악을 물리쳐야 하기 때문에 늘 주변에 악을 만들어 내야하는 카우보이 미국정신에 대해 냉소를 보낸다.
덧붙여 이번에 미국무장관이 된 라이스의 무지, 그린스펀의 허구적 시스템 운영에 대해서 거칠바 없는 혹평을 던진다. 그린스펀에 대한 부분은 특히 최근 미국정책과 연관해서 참고할 점이 많은 것 같다. 국내의 대부분 책이나 언론이 그린스펀을 신격화할 정도로 떠받드는 것에 대해 짐 로저스는 가차없이 거품만들기라고 까발린다.
원래 여행자는 개방적이다. 적어도 남의 장점을 보고 배우려 떠나는게 여행이지 나만의 주관을 고집하는 것이라면 그렇게 멀리멀리 다닐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 개방성을 통해 이문화에 대한 포용, 이해, 공존의 폭을 넓혀나간다. 지금의 세계는 서로에 대한 이해가 더 필요한 시점이다. 우물한 개구리라는 비판은 꼭 미국국민에게만 머무르는 것은 절대 아니다. 이라크에 기독교를 퍼트려 보겠다고 부시의 당선을 기원하는 목사님이나 김선일의 죽음을 보복하기 위해 공수부대를 보내 싹쓸어버리자는 어느 아주머니의 이야기는 한국민의 얼굴에 또 다른 미국 카우보이의 모습을 중첩시켜 보여줄 따름이다.
세계여행을 다룬 책들은 여럿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작가의 view다. 발로 뛴다면 시장과 상민들의 얼굴을 보지만 외교관으로 다닌다면 그 나라의 정치를 알 수 있을 것이고 장사꾼으로 다닌다면 경제를 알 수 있다. 결국 누구와 만나고 이야기하느냐에 따라 그 사회를 이해하는 방향과 폭이 결정된다. 짐 로저스는 때로는 한나라의 대통령 때로는 경제계의 주요인사,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증권거래소를 통해 세계를 바라본다. 덧부혀서 국경통과에 관한 행정절차를 통해 관료시스템의 부패정도와 효율을 체크한다. 물론 그는 이 모든 정보를 투자에 활용한다.
세계도 보고 돈을 보는 관점도 바꾸는 이런 여행을 한번 같이 떠나고 싶지 않으십니까?
PS
얼마전 환율이 떨어지자 발권력을 동원해서라도 막아보겠다는 경제부총리의 격분에 찬 목소리가 나왔다. 이 책 뒤의 그린스펀에 대한 짧은 논평만 읽더라도 그것이 왜 불가능하고 얼마나 해를 끼칠 것인지에 대해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경제관료들의 무지와 고집으로 이미 IMF라는 혹독한 시련을 겪었던 한국경제가 또 한번 어리석은 방향으로 몰고가지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들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