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공간은 아는 사람을 통해서
열리는 것 같습니다.

맨하탄을 잘 아는 분을 만나서
You've got mail을 찍은 장소 중에
몇몇을 발로 둘러보게 되었습니다.
톰 행크스와 둘이 만나는 카페,
멕 라이언의 집,
쇼핑하다가 현금이 떨어졌는데
캐쉬어한테 구박 받던 장면에서
톰이 확 나타나던 곳
서점들.
날이 어두워져서 마지막 장면을 찍은
가든은 못 보았습니다.

첫번째 소감.
속았다.
두번째 소감.
정말 대단한 연출이다.

어떻게 이런 약간 특이한 정도인
장소들을 가지고 그렇게 깊은
인상을 만들어가는
재주에 대해서 놀랐습니다.
카페의 경우만 하더라도
벽에는 영화의 장면들이
걸려있었습니다.
하지만 분위기는 매우 시끄러워서
정말 영화와는 딴판이더군요.
자리도 물론 아주 빽빽했습니다.

멕의 집도 밖에 에어콘이
달려있고 해서 별로
깔끔해보이지는 않더군요.
가든도 아는 분 말로는
별로 이쁘지 않은 평범한 곳
하지만 꽃은 꽤 예쁜 곳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쇼핑하는 곳 책방 등은
여전히 꽤 좋은 분위기였습니다.
특히 멕이 쇼핑하던 델리는
상당히 그 동네의 고급 명소더군요.

이 지역들 대부분 웨스트엔드라고
80th Columbus 교차하는
지역 주변인데
문화인들이 많이 사는
곳이라고 하더군요.

근처의 식당들도 꽤 훌륭하더군요.
가격도 적당하고.

참고로 이라는
책이 영화속의 맨하탄의 장소들을
쭉 정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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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들을 주인공으로 현란한 컴퓨터그래픽으로 그려졌지만 내용은 순백색의 미국 가치관이 가득 담긴 영화다. 스토리는 주인공의 본의 아닌 일탈, 도움 주는 존재에 의한 성장, 본래의 무리에의 복귀, 능력 발휘에 의한 영웅으로의 등정 등 일반적인 영웅담의 구성을 그대로 따른다. 이 영화의 관객이 될 사람들은 먼저 미국의 어린아이들일 것이다. 그들에게 보여주는 영화는 그만큼 교육을 의식하지 않고 만들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다.
영화가 전달하려는 메시지는 간략히 몇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어린아이들이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쉽게 좀 노골적으로 드러나게 표현하게 된다. 하지만 이런 메시지는 꼭 아동물에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 성인들을 위한 영화에서도 손쉽게 발견되기 때문에 한번 짚어 두었다가 필요할 때 떠올리는 것이 좋을 듯해서 여기 요약해보았다.

첫번째 메시지는 약자를 보호하라는 것이다.
주인공이 어리고 늙은 대조적으로 기존 리더는 약자들이 낙오하거나 도태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는 태도를 취한다. 현대사회에서 아무나 붙들고 “약자를 보호해야 하느냐 마느냐”라는 질문을 던졌을 때 표면적으로는 대부분 보호해야 한다는 답을 할 것이다. 하지만 속으로 꼭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이런 태도가 공식적으로 표면화된 것에는 무엇보다 기독교의 영향이 크다. 그 이전의 사회는 그야말로 약육강식이고 힘이 곧 정의라는 주장이 강하게 자리잡고 있었다. 대사상가인 플라톤의 글에 보면 여자도 남자와 동등하게 대우하라는 내용이 있는데 실은 여자가 남자와 같은 수준의 역할을 할 때만 그렇게 해주라는 것이다. 능력 있는 사람을 대우하되 장애인이나 지진아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냉정하게 끊어버리는 태도가 바로 플라톤의 정의로운 국가의 사회정책이었다.
여기에 비해서 기독교는 사랑을 가르친다. 사회가 꼭 그렇게 운영되는 것은 아니지만 표면적으로는 늘 그런 주장을 반복한다. 그것만으로도 한국이나 일본 보다는 훨씬 우월한 사회다.

두번째 메시지는 전체를 위해 기여하라는 것이다.
혼자만 낙원에 머무르면 편하게 살 수 있지만 굳이 남들을 위해 위험을 자처하는 자세를 본받고 높이 사달라는 것이다. 공동체를 위한 자원봉사를 미국인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세번째 메시지는 너는 할 수 있다는 것이다. <Back to the future> 시리즈를 보면 늘 비실비실하게 사는 아버지가 마음에 들지 않던 아들이 과거로 돌아가는 시간여행을 해서 아버지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고 되돌아 오게 된다. 와서 돌아보니 모든 것이 너무나 환상적으로 바뀌어 있었다. 작은 계기가 사람을 너무나 크게 바꾸어 놓은 것이다. 실제 삶은 꼭 그렇게 되는 것이 아니지만 항상 그들은 무한한 가능성이 모든 사람에게 열려 있고 각자 최선을 다하도록 교육하게 된다.

네번째 메시지는 최선을 다했다면 그것으로 된 것이니까 너무 결과에 연연하지 말라는 것이다. 대신에 최선은 꼭 다하라는 요구다.
이것도 생각해보면 우습다.
스스로를 위로하기 위해 만들어진 장치 같이 보이기도 한다. 사회란 아무리 열심히 모두들 뛰었다고 해도 모두를 만족시키기에는 너무 비좁다. 그렇게 볼 때 결과보다는 과정을 중시하겠다는 자세다.

영화의 마지막에 있었던 멘트는 낙원이 있기 위해서 있었던 여정을 기억해달라는 것이다. 결국 미국의 건국신화를 나타내는 것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매사추세츠 주 플리머스에 모형으로 놓여 있는 <메이플라워>라는 배를 보면 정말 이렇게 조그맣고 약하게 보이는 나무배를 타고 거친 대양을 건너겠다고 나선 사람들이 대단하다는 느낌을 가지게 된다. 자유를 찾아서 계급 없는 사회를 위해 길을 떠난 사람들이 만들어낸 국가가 바로 미국이다. 그리고 이 나라가 어떻게 해서 오늘까지 발전하게 만드는 원동력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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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기스칸에 대해서는 나온 책들이 많고
그 중에는 꽤 괜찮은 책도 있다.
우선 <원조비사>라고 - 일명 몽고비사로 번역
되어 있는 책이 있는데
이는 정복전쟁이 막 끝나자
위대한 영웅의 죽음을 추모하면서
다들 모여 한마디씩 늘어놓은 것을
잘 정리한 일종의 영웅서사문학이다.
두께는 얼마 되지 않지만
내용을 들춰보면 충격적인 것들이
많이 담겨있다.
특히 징기스칸이 어려서 - 16세 정도
이복형제를 활로 죽인 일은
지금 우리 개념으로 보면 솔직히 충격이다.
이유는 딱 하나.
사냥한 새 한마리를 그냥 집어 갔기 때문이다.
또 어려서 겪었던 여러가지 고난에 대해서
쭉 서술해놓았는대
이런 것들 중 상당수는 위인전에 고스란히
실려있다.
그래도 사람을 죽이고 의심하는 그의 성격
특히 개가 두려워 피해다녔다는 둥 하는 면모들은
쉽게 찾아보기 힘든 면모들이다.

이책 <몽고비사> 이외에 현대에 나온 해설서들도 몇권있다.
그 중에서 지식산업사에서 나온 것을 추천하고 싶다.
여러가지 사료들을 적절히 비교해가면서
정말 제대로된 역사는 무엇인가를 꾸준하게 탐구해가는
솜씨가 뛰어나다.

이렇게 두권을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다.

100만명 정도 밖에 안되는 인간들이
개,쥐를 잡아먹고 살다가
갑자기 일어서서 세계를 정복했다면
그 안에는 무엇인가 특별한 것이 있을 것이다.
그 중심에 바로 징기스칸이 놓여있고
그의 인간경영학이 세상을 바꾸어놓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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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ine 2005-09-14 1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읽은 책에서는 (아시죠? 그 신간) 이복형이 갖는 가장으로서의 권위를 인정할 수 없었기 때문에 들판으로 유인해 자신의 친동생과 앞뒤에서 활을 쏴 죽였다고 나오더군요 하여간 저도 갑자기 세계를 지배하게 된 몽골의 그 저력이 뭐였는지 넘 궁금합니다 지식산업사 책이라, 꼭 읽어 볼께요 ^^
 

오스만족은 원래 터키의 동부에 거주하던 유목집단이었다. 비슷한 생활을 하던 셀주크 제국은 그보다 앞서 제국을 건설했지만 이들이 몽고족에게 격파되자 오스만족에게는 기회가 주어졌다. 빠른 속도로 주변을 정복해나간 이들은 곧 대제국을 건설하게되었다. 헝가리의 귀족을 격멸시킨 바예지드, 콘스탄티노플을 함락한 메메드 등의 업적도 크지만 무엇보다 대제라고 불리우게된 술레이만이 남긴 업적에 주목해야한다.
그가 남긴 군사적 승리들도 경이롭지만 기독교인들로부터 가장 기사다운 이교도라는 평을 받을 정도로 공정하고 합리적인 태도 또한 주목받아야한다. 자기가 한 약속을 지키고 패자를 모욕하지 않았던 그의 인품은 대외적인 교섭에서도 유리하게 작용했다. 프랑스왕과는 동맹을 맺어 합스부르크 왕가를 견제했고 폴란드의 군주는 직접 조공을 하러 왔다. 오스트리아가 맺은 조약의 내용을 보면 스스로를 속국으로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대업을 이루게 된 원동력은 무엇일까? 우선 무적에 가까웠던 군사력을 꼽아야할 것이다. 제국의 초기 정복시대에는 진자라는 유목민 출신 기병이 주력이었다. 종교로 단결된 정신력과 성과물의 공정한 배분이라는 합리적 가치과 결합되어 이들은 정복전쟁에 몸을 던지게 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엄청난 폭발력은 제국을 성립시키고 확장하게 만든다. 하지만 제국이 어느정도 부피가 생긴 다음에는 초기의 열정만으로 유지할 수는 없다.
유목시절에는 거의 서로를 동등하게 여기던 귀족층이 왕조에 도전하게 되고 정복전쟁에 몸을 바쳤던 부족원들의 후손들은 결코 예전처럼 용맹하지도 적극적이지도 못하게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정복의 범위가 넓어질수록 제국의 구성원 중에서 동족의 비율이 급격히 낮아지게 된다. 이때 정복 제국은 첫번째 위기를 맞게된다.
이 단계에서 대부분의 유목국가는 외부의 새로운 도전세력에 의해 자리를 양보하거나 내부의 도전으로 붕괴하게 마련이다. 하지만 인간의 경험은 꾸준하게 확대되었고 유능한 행정관료들은 새로운 제도를 창안해서 이런 문제점을 극복하게 된다. 당시 아랍사회의 학문과 지식이 서구보다 나은 편이었고 이들의 대규모 참여에 의해 만들어진 제도는 그 시점에서 매우 뛰어난 합리성을 발휘하였다.
오스만이 만들어낸 제도 중 매력적인 것은 예니체리였다. 7-8세의 기독교 소년들을 뽑아 개종과 함께 교육을 시켜 행정관도 뽑고 군사력으로 길러낸 이 제도는 매우 독특한 창안물이다. 결혼을 할 수 없지만 하루 한끼의 식사는 황제가 내리는 특식을 받았던 이들은 개인적인 관계로 술탄과 맺어지는 특별한 대우를 받았다. 서구의 기독교 세계가 아직 기사와 용병의 합으로 이루어진 군사력을 유지하고 있을 때 근대적 의미의 상비군 역할을 하는 예니체리는 무적의 군사력을 발휘하게된다.
여기에 보완적으로 사하피라는 급료를 받는 지방기병을 유지하였고 다양한 분야에서 징집병도 동원해서 거대한 무력을 만들어냈다. 여기에 기술적 발전으로 대포가 활용되게 된 것 또한 새로운 유목민의 도전을 막아낼 수 있게 해주었다.

결국 유목제국은 종교적권위를 통한 새로운 가지 창출과 막강한 물리력을 통해 생명력을 지속할 수 있게된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중국에서도 마찬가지로 일어나게 된다. 청왕조는 이전의 어느 유목민족보다 오랫동안 큰 문제 없이 중국을 통치할 수 있었다. 이들 또한 유교와 과거라는 중국제국의 기본요소를 잘 흡수하였고 여러가지 보완적인 제도를 만들어 중국을 지배할 수 있었다. 대포는 이곳에서도 마찬가지로 위력을 발휘해서 유목민들을 제압하는데 효과적으로 기능했다.
하지만 바다에서는 새로운 면모를 보여주지 못했다. 해양민족이 원래 아니다보니 우수한 배를 만들어 바다를 누비기 보다는 필요한 때마다 해적을 고용하는 방법을 취했다. 원래 해군은 나름대로 경험과 기술이 필요한데 무작정 용감한 육군을 배에 태워 내보내는 방식으로는 노련한 기독교 해군들을 당해낼 수 없었다. 그래서 육지만큼 바다에서 위력을 발휘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이렇게 안정화된 제국도 여전히 쇠퇴를 만들어내는 문제점을 가지게 된다. 물리력을 동원한 정복은 결코 무한정 뻗어나갈 수는 없었다. 로도스라는 작은 섬 하나를 공략하는데도 5만명 이상의 군사들이 희생된 것을 보면 당시는 아직 대포를 비롯한 공성무기가 성을 중심으로한 방어 진용을 완전히 제압할 수 없는 상태였던 것 같다. 따라서 유럽의 여러 국가들이 촘촘이 건설해놓은 수많은 성들을 모조리 점령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소모가 따른다. 즉 확장의 한계효용은 계속 감소하게 되고 따라서 제국은 더 이상 과거의 모델로 발전해가기는 어려웠다.
이렇게 되자 그동안 중요한 역할을 해오던 예니체리와 같은 물리력들이 목적을 잃어버리게 되어 국내정치에 개입하게 된다. 이는 러시아의 귀족으로 만들어진 황실근위대가 제위계승에 꾸준히 간섭했던 것이나 로마의 황제근위대가 제멋대로 황제를 폐위시켰던 것과 비교해서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문제점은 결국 예니체리의 완전한 해체를 통해서만 해결이 가능했다.
오스만 제국의 경제력은 상당부분 동방과 서방의 교역을 통해 이루어졌다. 이과정에서 이탈리아의 여러 상업도시들과는 악어와 악어새같은 의미의 공생 관계를 유지했다. 하지만 스페인과 포르투갈이 동방항로와 신대륙을 발견해서 새로운 국부를 획득해가자 상업도시와 제국은 동시에 타격을 입게된다.

전제국가의 약점은 군주에게 있다. 유능한 군주가 등장해서 과업을 수행할 때는 제국의 발전이 많았지만 무능한 군주는 전쟁터보다는 할렘을 좋아했고 의심이 많아 친족을 죽이고 재상을 노예 취급하며 마구 바꾸는 경우가 많았다. 토인비 식으로 말하면 창조력의 쇠퇴로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어쨌든 제국은 톱카피 궁전이라는 거대한 건축물을 남겼고 할렘의 문화는 지금도 터키탕이라는 야릇한 이름의 문화를 변방까지 전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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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적 배경을 꼼꼼하고 충실하게 반영하려고 노력한 흔적이 역역히 보인다. 몇가지 예를 들어보자.
먼저 열심히 거리를 달려가는 사람들 앞뒤에는 창밖으로 내던지는 무엇이 있다. 밤을 보내면서 만들어진 다양한 유형의 배설물들이다. 바로 이렇게 쏟아지는 오물들과 가끔씩 극장문을 닫게 만들고마는 전염병과는 매우 밀접한 관계에 있다. 하지만 당대의 사람들에게는 아직 이런 의학상식은 보편적인 것이 되지 못해있었다. 전염병 중에 가장 무섭게 여겼던 페스트만 하더라도 병균을 옮기는 쥐를 잡아 태워죽이는 방 식의 해결책은 한참뒤에나 보급된다.

어쨌든 이렇게 거리에 쏟아져있게되는 똥물을 피하기 위해 여자가 안쪽으로 걷게되고 또 되도록 굽이 높은 구두를 신게되었는데 이것이 하이힐이 되었다는 문화사적 상식도 하나 머리에 챙겨두자.

영화에서 여주인공과 정략결혼을 하게되는 에섹스공은 실제 역사책에 이름이 나올 정도로 꽤 명문으로 알려져있다.
엘리자베스 여왕과 관련된 일화중에 유명한 것이 진흙탕 위로 망토를 깔아 좀 더 우아하게 넘어가게 했다는 것이 있다. 바로 월터 롤리라는 측근이 이 일화의 주인공인데 에섹스 공이라는 사람도 비슷한 유형으로 여왕의 가까운 존재였다.
따라서 에섹스공이 자신의 부인감을 여왕의 면전에 보이고 결혼승낙을 받는 장면은 사실과 그리 거리있는 대목이 아닐 것이다.
그리고 새로운 결혼에서 나오는 자금으로 담배농사를 지어볼까 하는 것도 자연스러운 선택일 것이다. 당시 신대륙의 북반부는 스페인이 탐구했던 남반부와는 다르게 애당초 콜럼버스가 기대하던 것과 같은 금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누군가가 이땅에 담배가 꽤 잘 가꾸어진다는 사실을 발견했고 인간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이 작물을 키우기 위한 여러가지 노력이 있게 되었다. 에섹스공이 향하는 곳이 바로 버지니아로 불리우는 땅이다. 처녀로 늙어죽게 되어 있는 엘리자베스 여왕을 기념해서 붙여진 곳이다. 농사짓기 좋은 지역이라 후일 대농장주들이 많이 나오게 되는데 그 중에서 가장 유명한 사람은 역시 조지 워싱턴일 것이다.
어차피 신대륙이라는 곳에 기득권을 주장하는 땅주인은 없고 보면 왕실에 가까운 사람이 특허장이라는 종이 한장을 들고 여기가 내땅이오 하고 선을 긋기는 쉬울 것이다. 그래서 앞서 설명했던 식으로 수익성 좋은 담배농사를 짓는 다면 괜찮은 벌이가 될 것이다. 그 기본 자금을 얻기위해 신흥 Gentry 계급과 통혼하는 것을 마다하지 않았다고 해도 그리 이상하게 보일 것이 없다. 후일 미국의 졸부들이 유럽의 귀족들과 돈과 이름을 교환해서 나오는 시너지 효과를 기대해서 결혼을 하는 경우들이 있었다. <타이타닉>이라는 영화에도 비슷한 대목이 나온다는 것을 상기해주기 바란다.
어쨌든 우리의 여주인공은 이런 운명을 순순히 받아들여 결혼에는 응하지만 무엇인가 자신만의 삶을 위한 일탈 또한 전개한다.

셰익스피어의 경쟁자 겸 친구로 나오는 말로라는 극작가 또한 실존인물이다. 매우 촉망받는 젊은이였지만 영화에서 처럼 일찍 죽고 만다. 술집에서 벌어진 사소한 시비로 결투까지 이어져서 짧은 생을 마감한다. 이 대목을 교묘하게도 활용해서 극에 삽입한 재주는 인정해주어야 할 것 같다.

극단에서 여자 단원이 허용되지 않은 것은 물론 성적 타락을 방지하기 위함일 것이다. 실제로 조선에서도 유랑극단의 여단원들이 매춘에 나서는 경우가 많았던 것을 보면 당시 기독교 사회에서 이런 위험성을 충분히 고려했던 것 같다. 덕분에 매우 밋밋하고 재미없는 여자 역할을 보게되는 것 같다. 상대적으로 여자배역이 작은 것도 제대로된 여자배우 역할을 구하기 힘들었던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갖는다.

당시 채무자들에게 무자비하게 고문하는 장면도 시대배경과 잘 맞는다. 서구사회에서 고문이 정말 없어지게 되는 것은 프랑스 혁명 이후부터였다. 채무자의 인권에 대한 보호가 확립되는 것도 그렇게 먼 옛날 이야기가 아니다.

영화에는 한가지 명백한 오류가 나오는데 막바지의 로미오와 줄리엣이 끝나는 장면에서 여왕이 스스로를 대영제국의 우두머리로 표현하는 대목이 나온다. 하지만 당시 영국은 유럽의 변방에 위치한 존재로서 매우 가난하고 척박한 땅에서 간신히 오랜 전쟁의 끝에서 간신히 회복해가는 상태였다.
여왕이 우아하게 생을 마칠 수 있었던 것도 굳이 전쟁을 벌이지 않고 대내적으로 관용정책을 펼쳐서 모두를 포용하려고 노력했기 때문이었다. 그녀 스스로가 매우 검소한 삶을 살려고 노력했기 때문에 새로운 세금을 부과하려고 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대영제국이라는 이름을 스스로 붙인다는 것은 우스꽝스러운 행위였다. 겸손히 대카톨릭 군주인 스페인 왕의 비위를 건드리지 않으려고 조심조심스럽게 행동했었을 것이다.
영국이 해외에 많은 식민지를 건설하고 내륙의 전쟁에서 쇠락해진 스페인을 대신해서 강국으로 떠오르게 되는 것은 한참뒤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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