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고의 작품을 영화로 만들기는 쉽지 않다. 깊이 있는 사색에서 나온 통찰을 소설이 아니고 영화로 보여주는 것은 범상한 감독에게는 무리한 일이다.
그래도 앤서니 퀸 주연의 작품은 수작이라고 평할 만 하다.

영화의 남자주인공은 꼽추다. 어머니 아버지가 누구인지도 모르는 채 자신에게 주어진 종치는 일만 하고있다. 성당의 종탑에서 내려다보면 세상의 사물들은 조그맣게 보인다. 그 거리만큼 이상으로 그와 세상과의 사이에는 깊은 강이 흐르고 있다. 아무도 그에게 다가오려고 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는 세상속으로 다가가고 싶다. 적어도 마음 깊은 곳에서는 아름다운 여인에 대한 욕망이 자라나고 있었다. 그가 주인님인 신부의 명령에 의해 에스메랄다라는 미모의 집시여인을 납치하려 했지만 실패했고 덕분에 하마터면 죽을 뻔했다. 여주인공 역할인 이 여인은 매혹적인 춤을 추며 여러 남자들의 유혹이 담긴 시선을 받는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분명 미덕이 있다. 거지들에게 붙들려 죽을 뻔한 3류 시인을 살리기 위해 ‘위장’ 결혼도 해준다. 작은 욕망에 쉽게 분노하는 하류세계 속에서 그녀는 하나의 아름다운 꽃이고 나아가 성녀의 수준으로 대우받는다. 그녀는 거지속에 같이 머무르지만 분명 다르고 그런 다름이 서로를 구별 짓는 것이 아니라 끌어안고 포용해서 한 단계를 높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꼽추는 에스메랄다의 호의에 의해 한결 가벼운 처벌을 받았고 이를 감사하며 한걸음 나아가 죄에 대해서까지 포용하고 베푸는 그녀에 대해 감히 애정까지 품게 된다. 그가 세상으로부터 받게 된 첫번째 호의였기에 이에 대한 반응으로서의 애정은 그만큼 맹목적일 만큼 절대적이게 되었다.
하지만 그녀의 애정이 머무르는 것은 잘생기고 멋진 수비대장이었다. 그는 이미 귀족 처녀를 약혼자로 두었지만 프랑스 남자답게 풍류를 즐겨보려고 시도한다. 둘이 은밀히 만나 서로를 떠보다가 사랑을 맺으려하는 순간에 날카로운 칼로 누군가가 수비대장을 찔러 버린다. 이 사건의 범인으로 에스메랄다가 잡혀서 마녀로 몰려 사형을 선고 받게 된다. 고문에 의한 자백유도를 최선의 수단으로 여겼던 당대의 우울한 풍경을 보여주며 교회와 권력의 우매함을 드러낸다.

에스메랄다가 위기에 빠졌는데 누가 구하러 나설 것인가?
그녀는 짧은 기간이지만 자신이 마음을 주었던 수비대장이 나서주기를 바라지만 그는 진실을 밝히는 것을 비롯해서 아무것도 도와주기를 거부한다. 그냥 될대로 되도록 놓아둔채 파리를 빠져나가 버린다. 꼽추의 신부는 이 대목에서 이중적인 자세를 보이며 이루어 질 수 없는 사랑을 아예 존재조차 없애버리려 한다.
그의 약혼녀와 그 어머니들이 잠시 보여진다. 이들에게는 결코 남을 이해하려는 배려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그냥 저런 것들과는 접촉하고 싶지도 않을 뿐이다.
이들을 모습을 차례대로 보여주는 것은 바로 지배계급들의 무책임, 위선, 허위의식들 이다. 겉으로는 뻐기고 자기들만 고귀한 척 나서지만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요모양 요꼴로 밖에 안된다는 것이다.

그럼 누가 나서야 하냐면 역시 주인공인 꼽추밖에 없을 것이다.
위기에 빠진 여인을 구하기 위해 그는 두 가지 미덕을 보인다. 하나는 용기다. 창칼을 치켜든 군병들 사이로 뛰어들어 여인을 낚아채는 것은 보통 사람이 발휘하기 어려운 용기일 것이다. 다른 하나는 지혜다. 성당이 가지고 있는 불가침 특권을 교묘하게 활용해 안전한 보호처로 만들어가는 작업 또한 보통 사람을 넘어서는 지혜를 보여준다.

영화의 앞부분이 보여주었던 조화롭고 질서 있던 사회를 제대로 보니 이렇게 뒤집어지는 결과가 나오는 것이다. 가장 무시 받던 꼽추 보다도 용기도 없고 지혜도 없는 모순덩어리의 인간들로 꽉 찬 세상을 보며 위고는 답답함을 이야기한다.

그럼에도 꼽추에게는 사랑의 메아리가 되돌아오지는 않는다. 에스메랄다는 달아나려고 하고 거지들이 몰려온다. 꼽추와 거지의 대결은 어쩌면 안타까운 행동이다. 에스메랄다를 구한다는 하나의 목적을 위해 각기 다른 방법으로 접근하지만 결과는 서로간의 충돌이다.
이들의 뒤에 권력이 움직인다. 왕의 명령에 따라 궁수들과 창검병으로 이루어진 군대는 빠르게 움직여 거지들을 해치운다. 한점의 고려도 없이 그들의 화살은 거지들의 가슴에 꽂이고 창검은 살을 베인다. 바로 이 것이 중세 사회였다. 이렇게 수많은 사람의 목숨을 빼앗는 결정과 시행에 대해 단 한 순간의 주저함도 없다. 하층민의 목숨이란 그저 그런 것일 뿐이다. 이런 비참한 모습은 단지 중세에만 있었던 것이 아니다. 1800년대 후반까지도 프랑스 사회에서는 주기적으로 민중들의 봉기가 있었고 몇번의 성공을 제외하고는 이런식으로 끝나고 말았다. 위고의 말년에 있었던 파리코뮨의 봉기와 실패도 영화의 장면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위고는 과거를 그려나가면서 현재를 제대로 보게하도록 만들려고 노력했던 것이다.

영화 속의 에스메랄다는 그 화살 중 하나를 맞고 숨을 거둔다.
허무한 죽음 뒤에서 꼽추는 자신에게 군림하던 신부를 멀리 던져버리고 에스메랄다의 시체 옆에 가서 조용히 숨을 거둔다. 그리고 세상 이편에서 이루어지지 못했던 사랑은 저편에서는 이루어진 듯 보인다.

영화속에서 벌어진 일들의 기록자는 누구일까? 당연히 시인이 그 역할을 맡고 있다. 그는 모든 것을 둘러본다. 그리고 열심히 기록하지만 그러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보전해야만 하기 때문에 자신의 명목상 아내이며 목숨의 은인인 에스메랄다를 구하러가는 행렬에는 유감스럽지만 동참할 수 없다는 자세를 보인다.

늘 세상을 위해 발언하고 변화를 위해 더욱 노력하고 싶었던 위고였지만 항상 스스로에게 부족함을 느껴야만 했다. 그런 아쉬운 점을 반영시킨 인물이 바로 여기의 시인이 아니었을까? 조금 더 나아가면 세상의 모든 지식인들이 보이는 말과 삶이 일치하지 못하는 이중적인 자세를 비판한다고도 보여진다.

이 소설을 텍스트로 사용해서 최근에 디즈니에서 나온 영화도 있다. 하지만 이건 졸작이다. 최근의 헐리우드 영화에서 비극적인 결말로 마무리되는 작품을 본 기억이 거의 없다. 원작에서 슬프게 죽어야 했던 인어공주를 살려내는 솜씨야 나도 동감하며 어물쩍 넘어갔지만 그건 동화고 <노틀담의 꼽추>의 주인공들의 역할을 제멋대로 바꾼 것은 도저히 용서하기 어려운 행위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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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잔한 흐름이 주는 진행이 아름다운 영화였다. 제목이 그대로 상징하듯 영화의 주제는 사랑과 관련된 편지다. 하지만 통상 연인들이 서로 밀어를 담아 주고받는 그런 편지와는 좀 다른 모습이다. 영화에 나오는 남녀는 모두 세명이다. 훌쩍 저세상으로 떠나가버린 연인을 못 잊고 있는 여인, 멀리 떨어진 도시에 살며 이름이 같다는 인연으로 서로 연결된 또 하나의 여인이 나온다. 한여인의 연인이고 다른 여인의 중학교 동창이었던 주인공 남자는 중학생 시절의 모습만으로 나타난다.
남자 주인공은 벌써 죽어버렸다. 그래서 허탈감에 빠진 와타나베라는 곱상하고 예쁜 여인은 그냥 한번 편지를 띄워보았다. 옛날 옛적 지금은 없어진 주소로 말이다. 한데 이 편지는 우연찮게 같은 이름을 한 다른 후지이라는 여인 집으로 떨어진다. 이렇게 서로 주고받다가 놀라서 와타나베는 직접 오타로 시를 방문하게 된다. 집까지 찾아갔지만 머쓱해서 돌아오다가 전철역앞에서 조금전에 만나려던 후지이가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것을 보고 크게 불러보았다. 이름을 듣고 잠시 멈춰섰던 후지이의 모습은 잠깐 동안은 홀로 서 있는 특별한 아주 특별한 존재였지만 곧 사방에서 쏟아져나오는 사람들의 물결속에 잠겨버린다.
이어졌다 끊어지는 통화 같다는 생각도 들면서 나에게는 회자정리라는 고색창연한 격언을 떠올리게 한다. 어쨌든 이 두 여인 사이에는 꽤 깊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둘 다 자신이 사랑하던 사람을 우연찮은 사고로 급작스럽게 잃어버리게 된 것이다. 후지이는 아버지를 폐렴으로 와타나베는 등산 사고로 또 다른 후지이를 잃었다. 흔히들 병으로 오래 누워있다 죽은 사람에게는 아 올 것이 왔구나 하고 생각하지만 갑작스레 사고로 떠난 사람에게는 한참동안을 미안한 감정을 갖고 간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와타나베는 후지이에게 추억을 나누어 달라고 한다.
감기를 몸에 달고 사는 여린 고립된 섬으로서의 삶으로 묘사되던 후지이가 한사람과의 인연을 줄기로 해서 하나씩 과거의 실타래를 따라간다. 대부분 그리 유쾌하지 못했던 학창시절의 장면들에서 시작하게 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자신의 과거의 모습도 점점 새롭게 새롭게 다가오게된다.
이름이 똑같다는 우연으로 시작해서 같은반 학생들의 짖굳은 장난거리를 함께 받다보니 한편으로는 같이 맞서야 할때도 있었고 왜 내가 저친구 때문에 이런 환경에 놓였나 하는 원망도 생기고 하는 그런 기억들이다. 그러고보니 상대방도 짖굳은 장난을 한두번 시도하기도 했고 100미터 경주에 나가 망신당하는 것을 보면서 나도 가끔 마음에 예사롭지 않았다는 기억도 되살아난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읽지도 않는 책을 무작정 빌려가는 습관 덕분에 대출카드들에만 잔뜩 이름이 남는 것이다. 왜 아무도 읽지 않는 책을 빌렸을까? 궁금하지만 답은 다음으로 미뤄지게 된다.

어쨌든 첫눈에 반했다는 말이 실은 첫사랑의 모습과 무척 닮은 이미지 덕분이었다면 꽤 실망할 수도 있을 것이다. 여인들은 운명적인 사랑이라는 말에 너무 집착하는 경우가 많다. 첫눈에 반할 정도라면 아마 나의 운명이 아니었을까? 측정하기도 어렵고 조건이 주어지지도 않은 그런 사랑이 내게 다가오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그런 말에 뿍빠져서 감동했던 여인이 사실은 자신 이전에 존재했던 또 다른 존재와의 유사성 때문에 발생한 착시현상이었다고 과학적인 분석 결과를 들이댄다면 어떤 기분이들까? 웃어야 할까 말아야할까? 갑자기 세상에 새로운 것은 없다는 어느 경전의 구절이 떠오른다.
어쨌든 누군가가 내게 물어온다면 이미지의 파편으로 남아 몽상 속에서 흐릿하게 보여지는 사랑보다는 호흡과 시선이 교차하는 그런 현실의 사랑을 받는 것이 더 뿌듯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다.

후지이가 다시 찾아간 학교에서 자기 임무에 너무나도 너무나도 충실했던 어느 여선생님을 고리로 도서실에 다시 방문하게 된다. 아마 여선생님이 아니었다면 그냥 혼자 도서실로 걸어들어가 후배들을 만난다는 설정이 좀 부자유스러웠을 것이다. 이렇게 십수년을 떨어져서 만나게된 후배들에게서 자신의 흔적에 대한 질문을 받게된다. 왜 수많은 도서카드들에 후지이라는 이름이 남아있을까요? 아무도 읽지 않아서 오직 한명만 적혀있게되는 이런 묘한일을 누가하신 것입니까?

잠시 머쓱해있다가 그러면서 마지막 만남을 기억해낸다. 후지이가 후지이를 만나러와서 두터운 책을 대신 반납해달라고 한 것이다. 책이라는 두텁게 보이는 속에 무엇인가 메시지가 있었으리라는 짐작은 한다. 그것이 꽤 난해해보이는 제목에 담겨있을까 아니면 책반납 심부름을 대신해달라는 노력봉사 부탁에 담겨있을까는 쉽게 판단이 서지 않는다. 하긴 푸르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라는 책도 내용에 사랑에 얽힌 스토리가 담겨있기는 하다.

와타나베는 이쯤에서 눈덮인 산으로 가서 주검도 찾지못하는 연인을 향해 목소리를 한컷 높여 불러본다. “잘 있었어요 나는 잘 있어요” 고스란히 되돌아오는 그런 반복을 한참 하게된다. 감독은 이 대목에서 친절하게 옆사람의 말을 빌어 “가장 중요한 순간입니다”라고 코멘트를 달아준다.
눈속의 산은 무겁게 느껴진다. 저 눈속에 나의 연인이 갖혀있구나 나와 그 사이에는 이렇게 두터운 눈이 있구나 하는 절망감이 들게된다. 하지만 눈은 또 다른 사람에게도 분명 장벽이었다. 갑자기 독감이 폐렴으로 발전해 위급해진 후지이가 병원으로 달려가려고 할 때 눈은 분명 장벽이었다. 특히 아버지가 그 눈 때문에 응급조치가 늦어져서 죽고만 경험은 더더욱 무거운 기억이다. 하지만 70이 넘은 할아버지는 고집스럽게 달음질을 친다. 결국 병원까지는 생각보다 빨리 도달했지만 둘다 응급실 신세를 지게된다. 그렇게 누은 후지이의 입에서 조금전 와타나베가 외치던 소리가 반복되어 나온다. 신비롭게 느껴지는 묘한 교감을 나타내는 장면이다.
그리고 후지이는 깨어난다. 와타나베는 자신을 누르던 중압감에서 벗어난다. 좀 더 살펴보자면 후지이의 가족 특히 할아버지가 가졌던 무거운 느낌도 이번에 확 벗게되고 만다. 얼마나 아름다운 거듭남들인가?

그리고 영화는 마지막으로 치달으면서 우리의 추정을 확실히 매듭지워주는 증거를 나타내보여준다. 집앞에 찾아온 후배들의 성화에 열어본 대출카드의 뒷면에 정성껏 그려진 데생이 하나 보였다. 물론 후지이의 싱그러운 모습이 세월을 넘어서서 웃음으로 다가온다. 결국 아무도 읽지 않는 책들에 이름을 넣는 것은 아무도 없는 곳에 너만을 먼저 놓겠다는 순수한 의도였다. 첫사랑을 확인한 순간 얼마나 뿌듯한 느낌이었을까? 하지만 자신이 받은 사랑을 굳이 남에게 과시하려는 허영은 없다. 그래서 마지막 편지에 이 내용은 포함시키지 않는 배려를 한다.

사람과 사람은 의사소통을 위해 매우 다양한 전달방법들을 개발해왔다. 손짓 발짓에서부터 편지, 인터넷 시대의 이메일까지 다양한 방법들이 있다. 버스와 지하철 외부에 굵게 쓰여졌던 “선영아 사랑해”라는 메시지가 화제가 되었듯이 정말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가끔은 이런 메시지에 담긴 상업성이 사람을 씁쓸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말이다.
이런 메시지들은 모두 똑 같은 무게로 보여지지는 않는다. 하나의 메시지는 다른 메시지를 포함하기도 하고 다른 메시지에 연결되는 관문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예사롭게 보이던 대출카드 였지만 이를 살짝 뒤집는 행위가 이어져 발생했다면 서로들 또 다른 형태의 인연으로 몰고가는 고리가 되었을 것이다. 그런 우연들을 뒤로하면서 가끔은 다음으로 이어지는 우연들을 우리는 인연이라 부르고 또 운명이라고 까지 거듭 주장하고 자위하면서 오늘 여기까지 끌고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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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커리어를 디자인하라
카렌 O.도우드 외 지음, 최종옥 옮김 / 시아출판사 / 2004년 6월
평점 :
절판


대학 후배중에 최근 S회사에 연봉 5억으로 입사한 친구가 있다. 주변의 친구들은 여전히 박사 마치고 대학에 자리잡은 경우도 있고 아직 자리 찾으러 시간 강사 노릇하는 경우도 많다. 극단적인 케이스지만 연봉으로 계산해서 비교하면 5억대 3천 내외가 된다. (하지만 세금 내면 꼭 이렇게 비교되지는 않는다.)

뭘했길래 이런일이 발생하냐고?

5억 케이스는 수학박사를 미국에서 받고 월가가 있는 맨하튼의 유명한 대학에서 금융공학(파생상품 관련) 부문의 post-doctor를 마치고 미국회사를 다녔다. 월가의 연봉이 쎄고 필요한 사람에게 합당한 대우를 해주는 것이라면 연봉 3-40만불도 그렇게 많지 않을 것이다. 이걸 요즘 해외인재 확보에 혈안이 된 S재벌의 증권계열사가 스카웃하니 국내연봉으로 5억이 나오게 된다.

수학 전공이라고 해도 다 같은 것처럼 보이지만 길을 잘 찾아가면 확다른 결과가 나오게된다.

커리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하지만 주변에서 제대로 알고 관리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대부분 종신고용 위주의 재벌 시대에는 좋은 회사 - 은행이나 재벌 - 에 들어가고 잘 버티는 것이 커리어였다. 잘 버티는 것 중에는 상사에게 잘보이기 위해 적당히 비위 맞추어주는 것이나 동료들과 잘 지내는 술자리, 후배들과의 각종 경조사 등등 여러가지 인간적인 것들이 포함되었다.

하지만 시대는 바뀌었다. S재벌을 예로 들었는데 예전에는 인재의 사관학교라 해서 자체적으로 사람 키우기에 열심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준비된 사람 - 미국에서 공부하고 미국회사에서 성과를 낸 global 인재- 위주의 차별적 채용이 많아진다.

대우받고 싶으면 대접받을 만큼 자신을 upgrade 하라.

커리어는 험한 산을 오르는 것과 비슷하고 목표를 높이잡고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산자락 헤메다 날 저물어 내려와야 한다.

이 책은 국내에서 저술, 번역으로 나온 것 중에는 가장 커리어를 체계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사실 나온 것도 몇권 없고 특히 국내작가들의 작품은 수준미달이지만.  관심있는 분들의 일독을 권할만한 책이다. 내용이 미국에서 이루어지는 커리어 상담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어서 빡빡하게 느끼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제 돈 내고 직접 상담 받으려면 상당히 비싼 값 부를 것이다. 참고로 일본식 직장 분위기를 보려면 만화 <시마과장>,<시마부장> 도 좋다. 한국 사회에서는 원래 일본식이고 점차 미국식이 도입되는 것이므로 두가지가 뒤섞여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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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leinsusun 2004-12-12 15: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5억과 3천만원의 차이.... 의미심장.

"핵심인력" 채용에 혈안이 된 회사에서 이런 사람들을 가끔 뽑아요.

얼마 전 저희 회사에도 "핵심인력"이라 불리는 연봉이 어마어마한 사람이 왔어요.

미국에서 학부+석사(Chemicals), MBA, 한 유명한 다국적 회사의 뉴저지 branch에서 근무하고 등등....

그런데....예전에는 이런 책도 읽고, 머리 싸매고 고민도 해 보고 그랬는데,

요즘엔 이런 책에 관심이 없어졌어요.

국내저자들의 시들시들한 책들하고 많이 다른가요?

사마천 2004-12-12 17: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원래 사장과 평사원의 연봉차이가 한국,일본은 10배 이하였습니다. 하지만 미국은 많게는 수백배죠. 미국 경영자의 어마어마한 연봉에 대해 불만 있는 사람도 많죠. 실효성에 대한 의문은 끊임없이 이어집니다. 하지만 한국도 점차 80:20의 사회로 가는것 같습니다. 삼성전자 사장을 지낸 진대제는 수백억의 스톡옵션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사원은? 글쎄요 아무리 잘주어도 4000만원 미만이겠죠.

커리어에 관해서 한국에 좋은 책이 없는 이유는 그동안 한국사회가 그런 문화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이 책에서 막바로 5억 버는 법을 찾는 것도 사실은 무리죠. ^^ 5억 버는 법은 그보다 성공한 사람들의 자서전을 꾸준하게 보면서 자신도 실천할 수 있는 내용을 찾아 실행하는게 맞습니다. 자서전은 되도록 외국 것을 권하는데 그건 한국사람들이 솔직하게 자신을 그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이 부문에 대해서 저는 알라딘에 두개 정도 리스트를 만들어놓았습니다. 그리고 질문을 이 책의 충실도로 한정한다면 국내책보다는 탁월하다고 할수 있습니다. 단 내용은 커리어 설정과 전환 과정에서 개인이 챙겨야 할 부분을 집중적으로 설명한다는 것입니다.
 
국가경영
마거릿 대처 지음, 김승욱 옮김 / 작가정신 / 2003년 4월
평점 :
절판


별로 좋아하지 않아도 무시할 수 없는 존재가 있다. 바로 대처가 그런 유의 인물이다.

그녀는 먼저 노동자의 적이고 북아일랜드 사람들의 원수이고 아르헨티나의 싸움 상대였다. 가는 곳마다 공산주의를 비롯한 좌파를 강하게 몰아세웠다.

이 책을 보면 칠레의 독재자 피노체트와 진한 우정을 나누는 대목이 나온다. 당시 스페인 판사가 인권탄압 혐의로 발부한 구속영장을 영국 지방법원이 받아들이자 이에 맞서서 대처는 강력하게 피노체트를 변호한다. 피노체트 치하에서 죽은 사람 숫자가 소련이나 중국, 쿠바 공산당이 죽인 사람 숫자 보다 작다는 논리까지 들고 나온다. 이점을 본다면 대처 치하의 영국의 우경화가 거의 극단으로 까지 치닫았다는 점을 알 수 있을 것이다. 하긴 나도 한국에서 똑 같은 논리를 펴는 사람을 여럿 만난적이 있다. 박정희와 전두환이 죽인 사람 숫자가 김일성이 죽인 사람 숫자보다 작다는 논리 하나로 민주화 요구를 통채로 부인하던 인간들이다.

좋아하기는 어려워도  대처에게서 배울 점들도 있다. 우선 영국이 늙은 사자의 모습으로 과거의 영광을 곱씹고 있지만 아직도 가진 자산이 많다. 특히 과거 전세계에 식민지를 가지고 통치를 해본 경험은 역사학과 국제정치학 분야에서 탁월한 성과를 보이게 한다. 실제 최근의 이라크 전쟁에서도 미국이 영국에 요청한 협력은 식민통치 경험에 따른 아랍민족의 정확한 이해였다고 한다. 대처 또한 오랜시간 영국 정치의 중심에 있던 덕분에 국제문제를 보는 안목이 남다르다. 그리고 자본-공산주의의 대결의 막바지에서 결국 최후의 승리를 쟁취한 독특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중동,중국 등 전세계를 대상으로 여러 분야에 걸친 이른바 국가경영의 관점을 가진 사람의 주장은 그냥 무시하고 넘기기에는 아까운 부분들이 많다.

특히 국제정세의 변화속에서 국익이 무엇인가 논란이 되는 현시점에서 좀 더 세계를 넓게 보려는 사람, 우파이 입장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싶은 사람에게 도움이 될 책이다. 얼마전 노무현도 탄핵으로 쉬는 동안 대처 관련 책을 읽었다고 하고 그러한 독서를 개탄하는 논평을 낸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개인적으로 볼 때 한국의 다음 대통령 선거에서는 대처가 펼쳤던 주장을 상당히 담아서 도전하는 인물도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오른쪽에서든 왼쪽에서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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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엔진을 달아라 - 죽은 시장에서도 두 자리 수 성장하는 회사들의 미래 전략
에이드리언 J. 슬라이워츠키 . 리처드 와이즈 지음, 박정혁 옮김 / 세종연구원 / 2004년 7월
평점 :
절판


가치이동 등 일련의 가치 시리즈를 통해 수익을 위해서는 비즈니스를 잘 디자인하는 것이 중요하든 점을 강조해온 슬라이워츠키. 그가 이번에는 저성장 산업에서 훌륭한 혁신을 보여준 기업들의 이야기를 들고 왔다.

산업 자체가 성장하지 않는다면 고객은 더 이상 가격을 올려주지 않고 기업의 R&D는 비용과 성과가 연결되지 않으며 특별한 혁신도 없다. 이렇게 좁아지는 시장에서 치열해지는 경쟁을 이기며 살아남고 한층 더 성장하는 기업들이 있다. 이 책에서 거론된 사례들 하나 하나를 읽어보면 아 이렇게 좋은 돌파구가 있구나 하는 감탄을 하게 된다.

병원은 대표적 지식산업이지만 정보관리는 매우 허술하고 인력관리도 비효율적이다. 이런 문제를 이해하고 아예 병원에 대해 단순한 약판매가 아닌 자동약배분기를 제공해서 프로세스의 효율을 높이고 비용을 낮추는 것으로부터 출발 아예 1회용 수술도구 자체를 주문판매하는 식으로 확장한 기업이 있다. 점차 약사 등 실수요자의 강력한 지지를 통해 아예 고객의 프로세스에 깊이 발을 담구게 된다.

아웃소싱을 흔히 단순한 비용절감으로 생각한다. 이래서는 거꾸로 끊임없는 가격하락 압박에서 헤어나기 어렵게 된다. 반면 고객보다 내가 분명히 더 잘할수 있는 것을 아웃소싱의 대상으로 삼으려고 할 때 새로운 기회가 보일 것이다. 제약도매상에서 변신한 기업 등 이책에 거론된 많은 사례들이 다양하고 훌륭한 면모들을 보인다. 특히 이런 기업들이 자신이 원래 가지고 있는 숨은자산을 재발견하고 활용하려고 할 때 보인 도약이 인상적이다.

디플레이션에 처했다고 고민하며 현금만 잔뜩 쌓아놓고 투자 부진에 빠진 한국경제에 이 책이 좋은 약이 되기를 바란다. 찾으라 그러면 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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