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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플레이션 속으로 - 성장 신화는 끝났다
홍성국 지음 / 이콘 / 2004년 9월
평점 :
절판
불황에 대해 우려들이 많다. 음식점 주인들이 솥 내던지는 시위를 하고 여당 정치인들이 시장에 나가면 욕만 한바가지 듣고 돌아온다. 그리고 다시 안나간다. 이런 분위기가 언제 끝날지는 아직 잘 모른다. 정권이나 정부의 정책이 바뀌면 금방 분위기가 바뀔지 아니면 일본처럼 오래 지속될지 여부를 놓고 논란이 된다. 집과 땅은 결국 오른다며 수십년간의 경험을 놓고 입에 침튀기며 빚내서라도 사라고 윽박지르는 사람도 있다.
홍성국 본부장(대우증권 리서치)은 이 책에서 과감하게 기존의 사고 방식을 버리라고 주장한다. 현재의 불황은 보다 큰 디플레이션 흐름의 한 측면이고 이는 오랜기간 지속된다는 것이다. 외형적 모습을 저금리,저투자,저물가,저성장,고실업으로 정리한다. 이렇게 되는 동인은 과학기술의 발달,이데올로기 시대의 마감, 세계화, 특히 인구의 감소 등이라고 한다. 이 거대한 흐름을 거부하기 보다는 여기에 적응해서 연착륙을 유도하는 쪽이 훨씬 현명하다는 것이다.
저자가 다방면에서 꽤 많은 책을 읽었다는 점은 책뒤의 참고문헌의 길이나 책 곳곳에서 인용된 대가들의 말에서 잘 확인할 수 있다. 저자 자신이 겸손하게 표현한대로 짜집기 스타일이지만 사회현상을 거의 대부분 포괄해서 하나의 시각으로 묶어내었다는 점이 놀랍다. 이 작업을 하게된 동기는 경제현장에서 항상 미래를 내다보아야 하는 리서치센터 장으로서 기존의 미래학자들의 저술이 각각 자기 분야에 치우쳐서 설명력이 떨어졌다는데 있다고 한다. 저자는 미래학자들이 인문적 토대가 부족하다는 점도 언급하지만 나는 동의하지는 않는다. 다니엘 벨 하나만 얘로 들어도 그의 저작에는 멀리 호머에서 가깝게 괴테,톨스토이 등 전시대의 고전들을 자유자재로 인용하고 있다. 책을 두루 읽는 입장에서 볼 때 아직 한국에서 다니엘 벨 정도로 넓고 깊은 인식을 보여주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그리고 이 책이 미래학의 관점에서 가까운 장래를 대비하는데 도움을 줄 목적이라면 한가지가 빠졌다. 바로 한민족의 통일이다. 현재의 북한정권의 수명은 사실 얼마 남지 않았다. 지구상에서 공산주의는 일순간에 사라졌고 현재 공산당이 집권하고 있는 중국과 베트남의 실제 사회경제는 공산주의는 아니다. 쿠바와 단 둘이 외롭게 남아있는 북한의 체제가 지금처럼 장기간 유지될 수는 결코 없다.
관련해서 한국사람들의 준비가 얼마나 허술한지 하나의 예를 들겠다. 동구권 사회주의가 무너지기 직전에 나는 대학에서 독일사 강의를 듣고 있었다. 교수님의 마지막 말씀은 아마 독일이 통일되었던 기간이 하나의 에피소드로 남지 않을까 하면서 통일에 대한 전망에 부정적이었다. 그리고 채 1-2년이 되지 못해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다. 한국 사학계에서 상당한 권위를 가진 분의 전망도 결국 요수준이었다. 반면 미국의 헤지펀드 대부 조지 소로스는 이 시점에서 동구권에 대한 그의 자유주의 보급 활동을 하다가 퍼득 공산주의가 곧 무너진다는 생각을 가지고 투자계획을 수정했다고 한다. 유럽의 투자가 코스톨라니는 이 시점에서 러시아의 자본주의 복귀를 예상하고 멀리 제정러시아가 발행한 채권을 액면의 극히 일부분에 달하는 헐값에 사들였고 이는 수만배의 대박을 일으켰다. 조그마한 변방의 나라가 가지는 한계는 이런 것이다. 선진국에서는 멀리 보고 넓게 보는 혜안을 가진 사람들이 많지만 변방에서는 자기 영역에만 머무는 경우들이 많다.
당장 통일이 되면 무슨 일이 발생할까? 싼인력과 싼토지가 공급된다면 굳이 좁은 땅에 몰려 살 필요가 없어질 것이다. 일종의 디플레이션이다. 반면 사회간접자본을 건설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자금이 소요된다. 정부는 고금리로 채권을 발행하는 방식을 취할 것이다. 이쪽은 인플레이션이다. 하지만 어느 쪽도 한민족으로 바로 통합되어서는 지금 남한의 경제조차 흔들릴 수 밖에 없다는 점을 전제로 해야 한다. 돈없는 남녀 수백만이 몰려온다면 남한의 대도시는 매우 빠른 속도로 슬럼화 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래를 내다보고 오랫동안 준비를 해야 한다. 100조가 들어도 수도를 남쪽으로 옮겨야 하고 연금도 동원해서 돈안되는 SOC 한다고 설치지 말고 남과 북이 합쳐서 인구가 막대한 중국과 기술이 硫는 일본 사이에 생존하기 위한 방법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시간은 그리 많이 남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