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교육을 마친 사람 대부분이 2 차 방정식을 푸는 방법을 안다. 2 차 방정식에는 어떠한 경우에도 답이 있다. 그러면 3 차 방정식의 경우는 어떨까? 4 차 에서는 또 5 차 에서는 이런식으로 계속 올라간다면 수학을 어지간히 잘했다고 자신하던 사람도 모호해 진다. 르네상스 시대 이탈리아의 일부 수학자들이 이 문제와 씨름하여 3,4 차 방정식에 대한 일반적인 답을 얻었다. 하지만 5 차에 이르러서는 쉽지 않아 수백년간 많은 사람들이 고민하다 1800 년 경에 프랑스에 와서야 풀리기 되었다. 답은 일반적인 해법이 나올 수 없다는 것이다.
수 백년 동안 수 많은 사람들이 매달린 문제인데 나는 지금 그들이 고민하던 문제의 답을 알고 있다. 그러면 내가 그들보다 수학을 탐구하는 능력이 뛰어난 것 인가? 대답은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고대 그리스의 수학자들이 만들어 놓은 기하학이나 수에 대한 원리를 보면 현대의 고등교육을 받은 사람들과 전혀 지능적인 차원의 차이가 보이지 않는다.
내가 그들보다 결코 머리가 좋아서 그들이 평생 고민하던 문제를 풀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내 앞과 그들 사이의 누군가가 풀어낸 해법을 내가 알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후대에 태어났다는 점에 대해 감사할 수도 있지만 결코 그것을 자랑할 수는 없을 것이다. 적어도 자신의 노력이 들어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식과 지적 능력의 사이에는 이와 같은 불일치가 존재한다. 물리物理에 비유하면 지식은 위치位置고 지적능력은 물체를 운동運動하게 하는 힘으로 볼 수 있다.
지식의 추구라는 것은 거대한 산의 등반과 같은 것이다. 결코 한두 사람의 발걸음에 의해 정복되지는 않는다. 한참 근력이 좋을 때는 무조건 앞으로만 나간다. 그렇게 오르다 보면 도저히 못 넘을 벽을 만나서 되돌아오기도 한참을 나아갔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한 곳에서 그리 벗어나지 못 했구나 하는 아쉬운 순간도 있다. 문득 되돌아보면 긴 세월을 보냈기에 어느 정도 산 아래가 보이고 앞서갔던 현인들의 노력으로 만들어진 쉼터를 만나기도 한다. 저 아래에는 자기와 같은 목적으로 이제 막 산 어귀에 접어든 많은 후배가 보인다. 선한 마음으로 못 오를 벽 한 두개만 가르쳐 주어도 자기 자리까지 올라오는데 훨씬 적은 시간이 들 것이다.
아무리 위대한 인간도 시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다. 시간이 허락하는 때까지 밀고 나가고 못 다한 것은 더 나은 후배가 언젠가 해결해 주리라 기대할 수 밖에 없다. 이와 같이 인간의 지식이라는 거대한 산에 대한 추구는 무수한 세대의 협력에 의해 이루어 진 것이다.
결론적으로 창조의 자격 이전에 수습을 요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