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이 들으면 별로 좋아하지 않을 소리지만
책은 모이면 모일수록 값어치가 떨어진다.

여기서 가치란 무엇인가 살펴보자.
책을 살 때 우리가 지불하는 가치가 있다.
우선 서점에 지급하는 돈이다. 하지만 이것만 들어가는게 아니다.
책을 탐색하는 시간 비용, 고민하는 시간 비용 모두가 다 내가 지불하는 가치다.

반면 책을 통해 얻는 가치를 위해서 나는 읽는 시간이라는 가치를 지불해야 한다.
그 비용이 결코 사는 비용보다 비중이 작지 않을 것이다.
통상적으로 개인의 임금을 통해 계산된 시간의 가치 보다
개인적인 시간의 가치를 더 크게 치기 때문에 책에 투자하는 비용은 결코 작지 않다.

공식으로 정리해보면
정가+탐색비용+독서시간 = 투자된 가치가 된다.

그럼에도 책을 사는 이유는 여러번 보기 위해서다. 꾸준히 나에게 지침을 주는
좋은 책을 원하기 때문이다.
두번 볼 때의 가치가 한번 볼 때의 가치보다 그리 크지 않다면 굳이 책을 사지 않는다.

이런 조건속에서 내가 책을 늘려 놓으면 어떻게 될 것인가?
보관 비용이 든다. 책장, 공간, 가끔 하게 되는 이사비용이 만만치 않다.
그렇게 늘어난 책에 대해 손이 가는 횟수는 줄어든다.
결국 모으면 모을수록 총체적으로 볼 때 개별 책으로부터 얻어지는 가치는 떨어지는 것이다.
물론 여기에도 예외는 있다. 과시성 소비, 모았다는 그 자체로 포만감을 느끼려는
욕구가 적지 않게 작용한다. 하지만 길게 보면 이는 헛된 일이다.

그래서 결론적으로 한권 한권 신중하게 모아야 한다.
평생 함께 할 책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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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케 현상 2005-06-20 2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말씀^^

호랑녀 2005-06-21 0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가슴에 새겨야겠슴다...
흘러흘러 들어왔습니다. 꾸벅~

사마천 2005-06-21 2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 반갑습니다. 자주 찾아주시는데 제가 잘 몰랐습니다.
저도 아이 키우는데 의견 같이 나누면 좋겠네요. ^^
 

프로그래밍을 보면 크게 MIS와 전문 응용프로그램으로 나눌 수 있다.

MIS 프로그램은 대체로 기업에서 사무용으로 활용된다.
로직은 사칙연산을 크게 벗어나는 경우는 드물지만 광범위한 데이터베이스를
다루어야 하기에 데이터 이해도, 업무이해도 등등을 중시하게 된다.
전산학과 출신이 아니더라도 담당하는 산업과 업무에 대해 꾸준히 이해하려고
노력하면 수행할 수 있게 된다.
그래서 오래 오래 다닐 수도 있다.

반면 전문 응용프로그램의 경우는 로직이 훨씬 더 강조된다.
로직을 잘 만들어내려면 역시 젊을 때 일수록 유리하고 전산과가 유리하다.
빌 게이츠는 원래 대단한 프로그래머 였는데 20세 전후의 나이로 4000 바이트에 들어가는
베이직 인터프리터를 개발했다고 한다.
아마 프로그램을 단 한번이라도 컴파일 해본 사람이라면 이게 얼마나 어려운 일일줄
알 수 있을 것이다.
이 분야는 승부가 빨리난다.

전산 업무에 종사할 때 자신의 장점과 배경을 명확히 알아야 한다.
그래야 목표가 명확히 수립될 수 있다.

MIS를 하다가 전문 프로그램 쪽으로 가는 것은 솔직히 말해서 바보짓이다.
반대는 가능은 하다.

또 승부를 빨리 내고 싶은지 아니면 느리더라도 오래오래 안정된 생활을 하고 싶은지에
따라서 분야를 선택해야 한다. 선택은 어긋나게 해놓고 내게 왜 이런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지
투덜대는 것 만큼 바보짓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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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생활에서 사람 좋은 관리자가 어느 수준 이상의 벽을 넘어서지 못하는 경우들이 있다.
이는 상당수 관리자라는 역할의 성격을 파악하고 실천하지 못해서다.

아래 사람들이라고 해서 그냥 말을 듣는 것은 아니다.
이렇게 부딪히다 보면 내가 예전에 신참 때는 저렇지 않았는데 하는 억울한 마음은 가지지만
그래도 일을 시키기를 어려워한다.
그렇게 되면 결과적으로 위에서 내려오는 일에 치여서 관리자 본인만 괴로와지는 것이다.

더해서 조직의 더 윗 사람에게서는 좋은 평을 받기 어렵다.
이 상태가 되었을 때 과연 아랫사람은 자신의 한가한 생활을 누리게 해준 관리자에 대해서 고마와 할까?

황당한 반응 하나. 도대체 여기서는 배울 것이 없다.
자신이 노력하지 않은 것은 절대 생각하지 않는다.

두번째로는 관리자가 무능했기 때문에 우리가 다쳤다는 것이다.
이 경우는 함께 어려움을 이겨나가려는 공동체 정신을 발휘하지 않는 것이다.

어느 쪽이든 몸과 마음은 괴로워지는 것이다.

결국 관리자로 성공하려면 남들을 잘 부려야 한다.
자신은 한가해도 조직의 성과가 나도록 명확한 방향을 제시하여
한마음으로 함께 가도록 해야 한다.
사람이 좋다는 소리를 들을 때는 혹시 이게 사람을 부리지 못하고 혼자 고생한다는
소리는 아닌지 생각해볼 필요도 있다. 
성격이 좋다는 칭찬을 들은 여자분께서 그럼 내가 이쁘지는 않은 건가 하는 고민을 하듯이.
그렇다고 이 말이 꼭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는 점도
밝혀두고 싶다. 간혹 예외가 있지만 성공한 케이스들도 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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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락출세한 사람이 가장 놀라는 것은 파티에서 만나는 여자들의 아름다움이다.
- 스탕달 <적과흑>에서 기억에서 의존해 문구가 정확하지는 못함

회사를 옮기거나 다른 회사를 방문해보면 이 경구가 현대 사회 생활에서도 
적용 가능하다 것을 여실히 느낀다.

처음 회사를 옮겨쓴데 사업에 대한 기대감이 커서 돈이 꽤 몰리는 회사였다.
직전에 다닌 직장과 비교할 때 확 다가오는 느낌은 미인들이 많다는 점이 있다.
물론 미인의 기준이 다르다 보니 내 의견에 주변에서 100% 동의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핑클이라고 이름 붙여진 네 명의 미인(?)들이 존재했다.

그런데 회사에 대한 기대감이 꺽이자 가장 먼저 빠져나간 사람들은 바로 이런 미인들이었다.
결국 얼마 지나자 한명도 남지 않게 되었고 직전 회사와 크게 차이 나지 않게 되었다.

역시 여성에게서 미라는 것은 부인하기 어려운 프리미엄이다.
그 묘한 상관관계를 따져보는 것도 재미 있을 주제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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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의 철강인 박태준
이대환 지음 / 현암사 / 2004년 12월
평점 :
절판


거인의 삶을 쉽게 평가하기는 어렵고 이곳저곳에서 느낀점만 나열하려고 한다.

고베 대지진이 났을 때 나는 야 이때야 말로 포스코가 떼돈을 벌 겠구나 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박태준은 내 예상과 달랐다. 과거의 보은을 위해 일본 재건에 협력하겠다는게 그의 메시지였다.
대부분 국민 감정과 다르게 왜 그랬을까? 거기에는 일본에 대한 인식의 깊은 차이가 존재한다.
이 책을 보면 박정희에 의해 여러차례 일본으로 파견되어 했던 일들 대부분은 돈이나 기술을 구하는 것이었다. 기술 하나 장비 하나 구하기 위해 수십번도 더 머리를 숙이고 사무실로 찾아가고 사정해야만 했다.
이제 세계적 기업으로 대성장한 포스코지만 분명 그 시작을 만든 일본의 도움에 대해 고마움을 잊지 않았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한일협정에 의한 배상금의 정부 가로채기에 대해서 가장 많은 빚을 진 기업은 포스코다. 미국이나 유럽의 어느 기업들도 한국의 제철소 건립을 믿지 않고 돈을 대지 않을 때 일본의 배상금을 전용하여 이 사업의 기초를 닦았다.

피로 얻은 돈을 귀하기 쓰기 위해 박태준은 남달랐다. 누구의 압박에도 절대로 리베이트를 제공하지 않았다.
덕분에 대만을 포함한 개도국 제철소 중에서 가장 원가가 낮았고 이는 수년만에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과잉투자에 따른 불황을 이겨내며 지배력을 강화시킬 수 있는 원동력이었다.
나랏님을 위하겠다는 명목으로 정치자금 요구와 인사청탁에 굴복했다면 절대로 이룰 수 없는 성과였다.
귀한 돈을 가지고 잘 써야 했기에 자신만큼 열심이지 못한 부하들을 보면 여지없이 지휘봉이 머리나 어깨죽지로 날라갔고 심하면 조인트가 막바로 올라갔다. 포항공대를 만들 때 교수들 지망이 저조하자 농담삼아 조인트가 두려워 오지 못한다는 이야기까지 있을 정도였다고 한다.

중국의 등소평이 일본에 와서 제철산업을 보면서 이런 기업 하나 만들어달라고 하자 답이 박태준이 없어서 안된다였다는 대목을 읽으면서 한국인으로서 프라이드를 느낄 수 밖에 없었다.

제2제철소 건립과정에서 부지선정을 놓고 경제부처와 장기간 쟁투한 것도 유념할 대목이다. 전두환을 둘러싼 관료들의 압박에도 사명감을 가지고 교묘하게 피해갔다고 한다. 마지막에 전두환의 승낙을 받아낸 것은 당시 정부가 추천한 아산만 지역에 대한 고위 공무원들의 땅투기 실태를 투서로 올린 것이 효과적이었다고 한다. 이걸 보더니 전두환 왈 공무원들이 심하구만 광양으로 하지라고 결정했다는게 전설이다. 살인마지만 이런 대목에서는 정확한 결정을 했다고 보여진다. 지금 노무현 정부의 주요 경제관료들이 물러나는 사유가 땅투기가 1위다.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폭등과 이러한 비리 경제관료 임명과 상관관계가 없을까 묻고 싶다.
도대체 살인마 보다도 못한 경제실적을 내면서 민주화 운동의 프라이드만 강조한다는게 얼마나 갈 수 있을까?

김영삼 시절 박태준은 일본에 유배된 상태였다. 당시 그의 생활비를 일본정부가 보조했다는 점은 인맥을 만들고 유지하는데 오랜 공을 들인다는 일본인들의 속성을 잘 보여준다.
반면 김영삼은 일본의 버르장머리를 고치겠다는 발언으로 한일관계를 최악으로 몰고간다. 그 보답은 IMF 위기를 맞아서 일본에 돈 빌리러간 한국대표단을 맞는 냉냉한 태도로 돌아온다. 말은 입에서 나가기 쉽지만 주어 담기는 어렵다. 자존심 세우겠다는 말 몇 마디는 좋지만 실력이 따르지 않으면 결국 부메랑으로 돌아온다.  이를 처다보면서 끌끌대는 박태준의 독백들이 우리들의 그 고난했던 시절을 떠올리게 해서 씁쓸하게 느껴진다. 참고로 당시 박태준을 관리했던 일본의 세지마 류조는 전두환의 특사를 맞아서 80년대 초 외환위기를 맞은 한국에 100억불이 넘는 지원을 하게 만든 사람이다. 그들이 돈이 없어서 당시에 지원을 거부한 것은 아니다.
이런 부분을 보면 우리가 극일 하기위해 넘어야 할 벽이 정말 높구나 하는 아픈 마음을 가지게 한다.
그런면에서 최근 일본에 대해 던져지는 노무현의 직설적 화법이 과연 김영삼 시절의 우를 다시 하는게 아닐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정말 극일을 하는 길은 제2의 삼성전자와 포스코를 만들어 일본을 꺽는 것이다.
그 때까지는 꾸준히 실력을 닦아야 한다는게 솔직한 심정이다. 칼빛을 감추며 꾸준히 칼날을 가는 것이 말 몇마디 던지는 것보다 어렵지만 중요한 일이다.

박태준의 정치적 삶은 생각만큼 화려하지는 못했다. 우직하게 접근했던 그의 태도에 비해 노태우,김영삼,김대중은 훨씬 노회했다. 심지어 분당 건설과정에서 바다에서 퍼온 모래가 걱정되어 청와대를 갔지만 그래서 어쩌냐하는 대답의 무책임함에 질려버렸다고 한다.

박태준의 삶 모두에 공감하기는 어려운 점이 많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를 빼고 한국 산업의 세계화를 이야기할 수 없다는 점은 분명하다. 찬찬히 보면 배울점이 많이 눈에 들어온다. 마구 부풀어 오르는 부동산을 멀뚱멀뚱 쳐다보면서 분양가 공개는 한사코 거부하는 노무현, 청년들에게 취직은 알아서 하라고 꾸중하는 여당 실세 유시민등을 쳐다보고 있자면 죽은 독재자 박정희를 살리는 게 바로 그들이라는 점을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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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다가 2008-10-23 18: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몇 년전, 저도 이 책을 감명깊게 읽었습니다.
동감하고 갑니다,,,

사마천 2008-10-31 18: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앞으로 꾸준하게 풀어가야 할 숙제가 근대화와 민주화의 화해와 통합이라고 생각됩니다. 무조건적인 긍정도 부정도 아닌 ... 변증법적인 통합이 필요하리라 보입니다... 관심 감사합니다

지나가다가 2009-01-19 2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위 댓글 달고는 오랜만에 들렀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근대화와 민주화의 화해와 변증법적인 통합이 한국사회 전반의 문제를 해결할 단초가 될 것이라는 생각에 전적으로 동의를 합니다...
(법학대학원 로리뷰 편집장시절 반대측쪽에서조차 지지했다던 오바마가 취임을 앞두고 있다는 뉴스를 접하고 궁금해졌습니다)
조선일보와 같은 북한에 대한 증오가 가득한 보수세력과 비합리적인 종북주의 세력, 헤게모니 싸움에만 몰두하는 정치꾼들의 싸움만 반복되는 사회에서,,,
과연 통합과 큰 그림으로 국익을 생각할 수 있는 지도자가 나올 수 있을지ㅡ좀 생뚱맞지만 국기원에서 서로 편가르고 싸우고만 있는 사람들을 TV뉴스에서 보며ㅡ 좋든 싫든 한국민의 기질이란 것이 떠올라,, 답답한 마음에 글 남겨봅니다...

사마천 2009-01-20 1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TV에서 여야의 죽자살자 투쟁하는 모습을 보니 임진왜란,병자호란을 불러오던 당쟁이 생각나더군요... 아이가 뭐냐고 물어보길래 네가 읽은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선조>,<인조>편을 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답답하지만 그래도 포스코를 보면 우리가 일제시대,개발독재를 거치면서 자존심을 버리고 몸을 상해가면서 매진한 결과가 지금 헛되지 않다는 점이 잘 나타납니다.
덕분에 진보와 보수, 영남과 호남의 타협을 위해 박태준님 같은 분들을 보다 잘 이해함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네 ... 2009-01-27 0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보다 긍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볼수있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감사합니다ㅡ새해복많이 받으세요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