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마태우스 > 알라딘이 어렵답니다

이 글이 많은 분께 상처가 될지 모릅니다. 그래서 죄송합니다. 모든 이에게 상처주는 글을 굳이 올려야 해서요. 글이란 칼과 같습니다. 때에 따라서는 무섭습니다. 베인 사람은 상처받습니다. 하지만 즐찾이 줄 걸 감안해도 전 이 글이 쓰고 싶어요.
하고픈 말은 알라딘이 어렵다는 거예요. 그래서 살리자는 얘깁니다. 다시 말하면 알라딘에서 책 좀 사주자는 얘기예요. 물론 살 계획이 없는 분에게까지 드리는 말은 아닙니다. 책을 살 계획이 있는 분은 이왕이면 알라딘에서 책을 사달라는 거예요.
어제, 출판계의 큰손을 만났어요. 그분의 말에 의하면 예스와 교보가 1등을 다투고, 인터파크는 3등, 알라딘은 4등이라네요. 3등도 생존이 위태로운 시대라는 거, 여러분도 잘 아시죠? 할인금액과 적립금이 비슷함에도 불구하고 예스가 알라딘보다 매출이 세배나 많다는 것은, 박리다매를 모토로 삼는 인터넷서점의 특성상 예스에 비해 알라딘의 이익이 거의 없다는 얘기와 마찬가지일 겁니다. 다른 인터넷 서점에 비해 알라딘은 대금 결제를 일주일 이상 늦는 일이 많았다고 하고, 그래서 작년 한해동안 알라딘이 예스에 합병된다는 소문이 출판계에서는 무성했답니다.
작년부터 알라딘은 한권 주문시에도 배송료를 받지 않았습니다. 그 정책으로 인해 알라딘은 다시금 적자로 돌아섰지요. 책 한권이 1만원이라고 해봅시다. 서점에서 책을 65%의 가격에 공급하면, 1천원 할인에 적립금 2천원, 거기에 배송료 3천원을 더하면 과연 뭐가 남겠습니까. 인터파크야 자체 배송 시스템이 있고, 책 이외에 많은 물건을 파는 그들로서는 직원들을 좀 더 혹사시키는 것 외에 손해가 없겠지만, 알라딘에게 1권 배송은 손해 그 자체입니다. 역시 자체배송 시스템을 갖춘, 그래서 배송이 무지하게 빠른 교보 역시 2만원 이하 주문시에는 배송료를 물린다는 사실을 상기해 봅시다. 그렇다고 지금 당장, 1권 무료배송의 원칙이 철회되긴 어렵습니다. 혜택을 줄이는 방안은 언제나 환영받지 못하고, 고객을 떨어져 나가게 하는 이유가 되니까요.
물론 가격을 꼼꼼히 따져서 조금이라도 싼 가격에 살 수 있다면 그곳을 선택하는 게 합리적인 소비자겠지요. 전 그래서 예스에서 플라티눔 회원이라고 자랑하는 분들, 알라딘에서 책을 고르고 예스에서 산다는 분들을 결코 원망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서운한 마음은 감출 수가 없습니다. 예스에서 플라티눔인 분들이라면 몇백원의 가격차이에 먹고사는 게 왔다갔다할 것 같지 않다는 게 첫 번째 이유일테고, 제가 주창하는 충성도 이론이 그 두 번째 이유입니다. 알라딘 분들 모두를 인터뷰하진 못했지만, 서재질을 하는 분들에게 여쭤 본 결과 90% 이상이 알라딘의 장점으로 서재질을 꼽았습니다. 서재질, 저도 열심히 하지만 정말 이만큼 좋은 사람들과 상호소통을 맺는다는 건 분명 행복한 겁니다. 사진을 무한정 올릴 수 있다는 시스템 때문이 아니라 거기 있는 사람들이 좋다, 이것은 예스에 블로그가 생겼음에도 알라디너 분들이 그쯕으로 이동하지 않는 이유를 설명해 줍니다.
다른 서점과 가격을 비교할 때, 서재질 효과도 제발 가격에 넣어 주셨으면 좋겠다는 게 제 주장입니다. 1% 땡스투 마일리지를 계산하면 꼭 그렇지도 않지만, 예스가 알라딘보다 모든 책의 가격이 200원씩 싸다고 가정해 봅시다. 서재질을 하는 많은 분들이 예스에서 책을 삽니다. 알라딘은 결국 망하고, 예스에 합병됩니다. 지금 우리는 별의 별 문제를 지기님께 퍼부어대지만, 옷 만드는 것만 알고 살아온 예스의 주인이 서재활동에 그전만큼 관심을 기울여 줄 거라고 생각지는 않습니다. 자, 서재가 없어진 마당에 그래도 계속 알라딘에 있을 사람이 도대체 누가 있을까요? 그렇게 따져볼 때 알라딘에서 책을 살 때 받는 몇백원의 불이익은 충분히 감수할만한 일이 아니겠어요? 예스에서 플라티눔 회원이라고 자랑하던 분들게 제가 서운함을 느끼는 건 바로 이 대목입니다. 굳이 자랑하지 않아도 될만한 일을 왜 그들은 자랑하는 걸까요. 저야 별 상관이 없지만, 서재 관리에 열심인 분들이 그 글을 보면서 배신감을 느끼지 않는다면 오히려 이상한 게 아닐까요.
물론 그분들은 여러 가지 문제점을 지적할 겁니다. 책 배송이 느리다든지, 배송된 책의 상태가 나쁘다던지. 하지만 우리가 알라딘 서재질에서 얻는 즐거움을 그것과 비교한다면, 충분히 상쇄되고도 남지 않겠습니까? 전 정말 마음이 아픕니다. 직원 분들의 답변이 잘못되었다고 우리가 그분들을 질타했을 때, 알라딘 측에서는 생존의 문제로 고민을 했을 거란 걸 생각하면 말입니다. 경쟁력 없는 기업이 퇴출되는 건 자본주의 시장에선 당연한 거겠지만, 우리에게 알라딘은 한 기업 이상의 의미가 있지 않나요? 몇백원의 이익 때문에 다른 서점에 주문을 한다면 없는 돈에 서버를 늘려주고, 서재질에 대한 숱한 질문들에 답변해 주는 지금을 아마도 나중에는 그리워하게 될지 모릅니다.
그래서 전 두가지만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첫째, 한권 배송이 적자의 첨병이란 걸 최소한 우리는 깨달아야 합니다. 보다 많은 이에게 혜택을 드리자는 이벤트는 책 대신 상품권으로 바꾸면 좋겠습니다. 상품권이라면 만원일 필요가 굳이 없습니다. 5천원짜리를 하더라도 상품권으로 한다면 알라딘 측에서는 배송 비용이 절약되고, 현금이 곧바로 입금되니 경제 위기를 탈출하는 데도 좋습니다. 둘째, 최소한 서재질을 하는 분들은 알라딘에 대해 충성심을 좀 가져 주었으면 합니다. 삼성에 다니면서 가전제품은 모두 대우로만 장만하는 게 아이러니한 일이듯, 알라딘 서재질을 하면서 책은 예스에서만 사는 것 역시 비정상적인 일입니다. 마이리뷰를 비롯한 책에 대한 정보는 알라딘이 훨씬 우월하지 않나요? 전 서재를 통해 만난 여러분을 사랑하고, 여러분과의 우정이 계속되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그건 저나 여러분의 의지만 가지고 되는 건 아니겠지요. 알라딘이 문을 닫으면, out of mind, out of sight란 말처럼 굳건하게만 보이는 우리의 우정도 그리 오래가지 않을 겁니다. 우정의 댓가로 지불하는 몇백원이 그렇게까지 크지는 않겠지요? 제 글에 상처받았던 모든 분께 죄송함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