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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래머 그들만의 이야기
한기용 외 지음 / 영진.com(영진닷컴) / 2003년 2월
평점 :
절판
프로그래머라는 직업은 독특하다. 남과 다르고 보상이 차별화되고 수명이 짧다.
예전에 빅이라는 영화를 보면 소년이 어른이 되었지만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취업이
가능해지는 일이 보여진다. 이렇게 젊은 사람도 역량을 발휘하는데 비해서 나이가 들었다고 꼭 앞서나가는 아니다.
또 세상에서 가장 부자라는 빌 게이츠는 프로그래머 출신이고 늘 주변에 역량있는 프로그래머가
많기를 기대한다. 이러한 특성은 컴퓨터라는 막강한 힘을 가진 기계와 씨름하는 과정에서 나타난다.
남의 힘을 빌리면 자신의 고유한 역량보다 더 큰 일을 할 수 있는데 사람이 아니라 컴퓨터로도
엄청난 일들을 만들어낼 수 있다.
그런 매력에 푹빠져 컴퓨터 업계에 프로그래머로 들어가지만 좋은 것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우선 기술이 자주 바뀐다. 플랫폼, 사용하는 언어 등이 계속 바뀌는데 한번 왕창 바뀌고나면
이건 딴 세상에 온 것처럼 느껴지게 마련이다.
책을 잠시 놓으면 신기술을 배워온 후배들에게 뒤쳐지는 것 같이 느껴져 피로를 극복하기 어렵다.
한때 컴퓨터의 매력에 푹 빠져 이분야에 들어왔다가 기계적 작업, 무한정 요구되는 노력 등에
지쳐 떠나가는 사람도 많이 보았다. 특히 거대한 개발비를 쏟아붓고도 실제 활용이 되지 못해
사장된 국산화 프로젝트들 - K-DOS, 타이콤, 바다라는 한국형 DB - 이 남긴 후유증은 크다.
금전적 손실도 손실이지만 자신감을 잃어버리게 했다는 점이 더 가슴 아팠다.
이렇게 한 세대가 물러나지만 그래도 컴퓨터 분야는 매력은 여전히 있는 분야다.
최근에 한국의 신 수출품이 되어버린 온라인 게임을 비롯해서
인터넷,모바일,게임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기회는 새로운 곳에서 찾아지고 점점 넓혀지고 있다.
이 책은 컴퓨터 프로그래머를 지망하는 학생들이라면 반드시 읽어보도록 권하고 싶다.
처음에는 어렵기에 보다 쉬운 임백준 등의 알고리즘,프로그래머 등등의 책에서 출발하고
어느 정도 내공이 쌓여나가면 한번 이 책에 도전해서 여러 주제에 대해 곰곰히 생각하고
주변 사람들과 토의를 한다면 진로 방향에 대해서 많은 도움을 받을 것이다.
그리고 이야기를 덧 붙이자면 이 책에서는 한국 소프트웨어 업계의 약점도 여럿 통박한다.
대학의 전산교육이 부실해서 회사를 와서 새로 배워야 한다는 점이 무척 아프게 들려온다.
전산인력을 늘리겠다고 졸업생을 학원으로 몰아갔는데 그렇게 전산 분야가 유망하다면 차라리
대학정원을 조절해서 전산과에 편입을 시키지 왜 부실한 학원만 키우냐고 묻는 분이 있었다.
인도는 오히려 실용교육을 많이 시켜서 미국의 소프트웨어 공장 역할을 하고 있는데 비해
한국에서는 교수들이 자기가 배우고 가르치고 싶은 것 위주로만 커리큘럼이 짜여진다는 점이다.
대학의 차별화도 분명 중요한 문제다. 교수가 될 가능성이 높은 학교와 그렇지 못한 학교의
교육 과정은 분명 달라야 하는데 한국의 현실은 둘이 거의 차별이 없다.
한국 사람들 자체가 원래 로지컬 커뮤니케이션에 약하다는 지적도 매섭다. 안철수가
나름대로 한국에서 소프트웨어 산업이 성장하기 어려운 점을 세세히 지적했는데
그 중 하나가 성공 경험이 작다는 점을 들었다. 넓게 보면 대기업이 근시안적으로 투자하고
제대로 사업을 못 일으켰기에 좋은 프로젝트 매니저, 분야별 전문 기술자 군이 약하다.
따라서 실리콘밸리처럼 자본과 인력이 빠르게 결합되어 신규사업을 하기 위한 토양이
만들어지지 못한 것이다. 요즘 많이 거론되는 클러스터를 너무 거창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대학이나 기업을 중심으로 특정 지역에 좋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것이다.
그렇게 발전해나가려면 이제라도 한국의 소프트웨어 분야에 대한 거시적 안목의 경영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