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프로젝트 할 때 경험 한 가지.
당시 내가 참여했던 프로젝트는 S사의 B사업부의 경영혁신이었다.
B사업부는 당시에 신규 고성장 사업에 의해 상당한 성과를 올리고
도약하는 단계였다. 단 사업의 성장에 비추어 인적자원과 인프라가 미진한 편이었다.
당시 S사의 A사업부에서 분사되어 나왔고 관련 인력은 A사 인력 중 상대적으로 저조한 인력,
인프라 또한 A사업부의 내용을 고스란히 가져와 맞지 않는 면이 많았다.

이러한 환경에서 단번에 도약하기 위해 종합 생산 계획을 수립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하였다.
당시 해외 솔루션으로 I사와 S사 두 제품이 경합하였다.
A사업부와 B사업부를 총괄하던 CIO가 후원하던 제품은 I사 였지만
B사업부 사장은 실무진에게 S사 제품을 강력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처음에는 의아하게 여겼지만 실무진은 사장의 후원을 받아서 강력하게 드라이브 했다.
이 때 속이 탄 사람은 CIO 였고 권위에 결정적 상처를 입을 가능성이 크다 보고
막판 담판을 시도했다.
가만히 저울질 하던 사장은 계속 CIO를 압박하다가
최종적으로 CIO가 인력의 대폭 지원이라는 카드를 들고 나오자
그동안 후원하던 S사 제품을 철회해버렸다.
결국 바보가 된건 실무자들이었고 벤더였던 S사의 직원들이었다.
하지만 B사업부는 적지 않은 인적자원과 후원을 얻어서 한단계 이상
인프라를 업그레이드 할 수 있었다.

포커 게임의 최종 승자는 포커페이스를 한 배짱 좋은 프로 게이머다.

교훈. 적을 속이려면 내편부터 속여라.
카드는 감춘채 끝까지 들고 있어야 한다.
상대가 먼저 몸이 달아 제안하도록 만들라.
이미 수년전 이야기이지만 지금 그 사업부는 놀라운 발전을 통해
세계 최상위권 회사로 발전하였다.
사장의 도박은 충분히 일리가 있었고 비양심적인 측면도 있지만 그럼에도
경영의 세계는 냉정한 것이다.
입장을 바꾸어 실무자라면 결코 윗사람의 깊은 속을 다 안다고 자신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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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throck 2008-08-26 15: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삼성전자의 SCM 혁신을 위해 I2와 SAP간의 패키지 비교를 했던 내용인 것 같습니다... ^^

2008-08-26 17: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부자들의 개인 도서관 - 돈버는 모든 원리가 숨어 있는곳
이상건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5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이가 발달하지 않은 유아들에게 여러 영양소를 섭취시키기 위해서 이유식이라는 상품이 있다.
이 책은 마치 재테크의 이유식과도 같은 목적을 가지고 만들어진 작품이다.
스스로 소화하기 어려운 좋은 책들을 잘게 잘게 씹어서 먹기 좋게 만들어 놓았다.
원래 남의 조력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독서는 좋지 않은 것이지만 이 책은 꽤 높게 평가할만하다.
작자가 그만큼 공을 들여서 자기의 주견을 가지고 정리해냈기 때문이다.
그 차이는 단순한 책의 요약이 아니라 목적에 맞는 재구성이다.

대박에 이르는 황금지도를 쫓지말고 지식을 꾸준히 쌓으라는 충고부터 시작하여
자본주의의 기본 원리를 깨우치는 것,
경쟁을 회피하며 이익을 볼 수 있는 산업에 투자한 것이 버펫을 만들었다는 통찰 등
길게 여러가지 이야기들을 풀어나간다.
특히 재미있게 원리를 풀어가며 다양한 사례를 들어가는 것이 좋다.
경쟁 보다 차별화가 좋다는 점을 들면서
개그맨 남희석도 무한경쟁을 회피하며 독자적 영역을 구축해서 롱런하도록
전략을 구사한다는 것도 재미있었다.

읽다보면 여러가지 투자원리가 나온다.
인플레를 통해 나중에 줄 돈을 줄여버리는 보험에 들 돈으로
차라리 보험사 주식을 사는 것이 좋다는 주장.
강남과 여의도, 시청주변을 지나지 않는 7호선 역세권은 별로고
차라리 9호선이 낫다는 분석,
공급이 자유로운 오피스텔보다는 아파트가 투자가치가 높다는 점이나
할인점의 마수에 보다 자유로운 소규모 단지 상가투자가 더 낫다는 점 등
분석 중에서 버릴 것이 별로 없다.

생활 주변의 모습을 잘 보았던 저자의 시야지만 좁게 우리 주변에 머물지 않고
역사적으로 수백년을 오가며 인간 욕망의 불변함을 보여준다.
아울러 부를 쌓기로 유명한 대표적인 민족인 유태인과 중국인에 대한
민족성 고찰도 나오고 예술가,경제학자가 보여준 투자가로서의
면모도 드러낸다.

그 하나 하나가 버릴 것없이 유익한 말들이다.
부정한 행위의 댓가로 자녀를 최고급 유치원에 보낼 수 있도록
힘써달라고 요구했다는 어느 유태인 애널리스트의 모습도 특이하다.
이런 면모들을 통해 작가는 유태인에 삶을 통한 깊이 있는 교훈을 준다.

가난하게 죽어간 고흐나 고갱보다는 (참 둘은 동거까지 했던 친구였다)
많은 여인과 부를 누렸던 피카소의 모습이 더 좋지 않은가 하는 주장도 일리 있고.
예술에 대해서도 마케팅 원리를 적용해
고객의 허영심리를 자극했다는 루벤스의 활동에 대한 분석도 좋다.

학생들 앞에서 모든 것을 아는 것처럼 뻐기지만 이 책의 저자에게
요즘 돈되는 것은 뭐냐고 물어오는 경제학 교수를 답답하게 보면서
현실자본주의에 더 잘 적용된다는 점을 입증하면서 투자를 성공시켰던 
케인즈가 위대하다는 주장도 동감할 수 밖에 없다.

이상건씨의 책은 이것말고도 이전에 나온 것들을 거의 읽었는데 실망한적은 없다.
참 한가지 짚고 넘어갈 것은 증권투자대회에서 우승한 사람의 매매기록을 가지고
책을 대필해주고 300만원 받았는데 이게 15만부가 팔려나가는 대박이었다고 한다.
바꾸어 말하면 무슨무슨 비법이라는 이름을 달고 나오는 많은 책들이 이런 수준에 머무른다.
작가 또한 투자도 잘 모르던 자신의 필봉에 빠져들어 돈을 잃고만 수많은 독자들에게
뼈저리게 사죄하면서 이글을 만들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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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기업의 신경영 사례 1 - B2B 제조업체
이순철 지음 / 시그마인사이트컴 / 2003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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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육에서 강의 참조용으로 쓴다면 적당한 수준의 책이라 생각되었다.
상당부분은 해외 저작 특히 슬라이워츠키의 주장을 요약한 듯한 인상이다.
다른 저자들의 책도 인용이되지만
아쉬운 점은 한국적 모델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해외 기업 사례가 절반, 한국 기업 사례가 절반
이런식으로 구성되고 더해서 저자가 본 한국형 이론이 나온다면 괜찮은
시도겠지만 대부분이 해외 우수한 기업의 사례에 대한 요약이라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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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단자 시대의 공격우위
오마에 겐이치 / 소프트전략경영연구원 / 1998년 2월
평점 :
절판


꽤 옛날 책이다. 무려 10년도 넘은 예전에 나왔고 이제는 절판된 책이다.
하지만 담고 있는 메시지는 오랫동안 여운을 남긴다.
90년대 초반 일본은 미국과의 제조업 경쟁에서 이겼다는 뿌듯한 마음으로
막 접어든 엔고의 효과를 만끽하고 있었다.
반면 경제는 부동산과 주식에서 엄청난 거품을 만들었다가 정점을 찍고
조금씩 내려오게 된다. 이 하락을 앞으로 10년을 계속 되지만
당시에는 부양책을 써달라고 징징대는 경영자들의 모습을 보게된다.
반면 미국은 80년대 패배를 인정하고 기업은 리스트럭처링에 나서서
GE의 잭 웰치처럼 가차없는 구조조정과 기업간 M&A가 일어나고
정부는 대대적으로 규제를 폐지하면서 기업들을 싸움을 붙여서
경쟁력을 키우도록 유도한다.
그리고 그렇게 강해진 서비스업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다시 세계시장에 나서게 된다.
무릇 산업의 규제가 없어지면 기업들간의 경쟁은 치열해진다.
이때 과감히 기존의 틀을 깨고 나서는 기업이 처음에는 이단자로 취급된다.
미국의 월마트가 대표적인데 일본에서도 그러한 기업들이 나타나지만
상대적으로 적다. 한국계 경영자로 유명한 MK택시의 경우도 튀는 경영을 완수하기 위해
운수성 등 정부관료들과 소송을 계속 벌려야 했다.
당시 일본 정부의 처신을 냉정히 비판하는 오마에의 필봉은 매섭다.
특히 농업을 개방하면 농지가 전용될 수 있고 결과적으로 높아진 부동산가격을 잡아
청년층들에게 집을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는 해법은
한국의 지금 현실에 딱 맞게 적용될 수 있다.
나아가 부동산 거품을 쫓아 무리한 부채를 지다보면 오히려 소비가 위축된다는 지적도
한국에 고스란히 적용된다.

일본의 실제 경쟁력이 있는 부문은 자동차,조선과 같은 운수 부문과 이를 뒷받힘하는
철강 등 소재 산업, 그리고 전자 부문에 국한되지 나머지는 실은 규제로 만들어진
편안한 틀에 안주하고 있다는 오마에의 지적은 마이클 포터의 책에서도 똑 같이 나타난다.
(둘이 서로 집에 초대할 정도의 친구라는 대목은 이 책에서 나온다)

현실을 이렇게 어렵고 개혁의 길이 멀다고 보기에 오마에는 후일 현실 정치에 참여하지만
패배하였다. 반면 무려 10년이 되어도 여전히 유효한 메시지를 주는 걸 보면 역시 이시대의 위대한
구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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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 역사를 위한 증언 2 - 5공, 6공, 3김 시대의 정치 비사
박철언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5년 8월
평점 :
품절


인간 박철언은 말 그대로 6공의 황태자였다.
전두환,노태우 두 최고 권력자의 지근 거리에서 권력이 움직이는 생생한 현장을 보았고
밀접히 참여했다. 서울 법대 졸업 수석이라는 수재로서의 머리로
현직 검사로 청와대,안기부라는 권력기관을 오가면서 여러가지 일을 했다.
좁게는 권력자에게 법치를 강조하기 위한 법률비서관 역할에서
넓게는 남과 북의 대화 채널을 물려받아 밀사로 왔다갔다 했고
나아가 한국정치의 판을 바꾸는 정계개편에 나서기도 했다.

시종의 눈에는 영웅이 없다는 헤겔의 말을 떠올리고
한무제를 냉정하게 평가한 사마천의 역사기술을 상기해보면
원래 권력자의 시종은 절대로 권력자에 대한 환상을 품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 점에서 저자의 권력자(전,노,YS,DJ)에 대한 묘사를 쭉 보면
권위와 욕심은 많지만 결함 또한 많은 인간의 모습들이다.
자기 과장의 전두환, 소심하고 겉으로 하는 말과 머리의 생각이 다른 인색한 노태우,
머리가 비고 말이 바뀌는 YS, 큰 뜻을 품었다고 하지만 막상 그 말을 지키려는 의지는 약한 DJ
등 담담하게 권력자를 묘사한다.
그 말에 동조하지 않아도 내가 직접 가까이서 보지 않았다면
매번 만남의 순간 하나 하나를 메모하고 그 기록을 바탕으로 이렇게 묘사하는 저자의
주장을 쉽게 부정하기는 어렵다.
최고 권력자도 이 정도 수준으로 본다면 하물려 장관이나 의원 수준은 또 어떨까?
후배로 졸졸 따라다니다가 의원자리 하나 꿰찬 것을 기반으로 최근에 TK 맹주에 오른
강재섭을 비롯해 여러 사람들이 이 책으로 불편해 했다고 한다.

그를 노태우의 꼬봉으로만 보기에는 분명 다른 면이 있었다.
남북대화와 북방외교의 시대를 열어 나간 것은 한국사회에서 매우 큰일이다.
전두환 시절 중국과의 교류재개는 당시 공급과잉이던 한국의 중화학 공업에
커다란 숨통을 트이게 했다.
소련과의 무리한 외교도 후유증을 남겼지만 한반도 안정에 기여한 면도 적지 않다.
3당 합당을 YS가 아니라 DJ와 추진하려던 것이 동서화합이 목적이었다는 점도
멀리 미래를 본 것이다.

후일 DJT 연합을 통해 DJ를 대통령으로 만드는게 기여했지만 흡족한 대우를 받지는 못했던
것 같다. 덕분에 이제 옛날 후배들이 성큼 올라서서 자기 시대를 만났다고 활개치고 다니는
것에 비하면 한때 손에 잡았던 권력의 마력에서 벗어나 천천히 자신을 돌아보는 것 같다.
책 중에는 5공 시대를 열었던 허화평이 힘을 잃고 찾아와
일할 기회를 달라고 하는 것을 씁쓸하게 느끼면서도 돌려보냈다고 하던데
저자의 지금 처지도 유사한 면이 많다.
YS에 의해 억울하게 증인도 없는 재판으로 감방에 간 것을 비롯하여
그의 행보에는 그가 쌓은 경륜을 제대로 발휘 못하는 아쉬움이 적지 않은 것 같다.
한데 남북간의 특사역할은 지금도 쉽지 않은 것 같다.
교류가 없었던 YS 시절을 제외하고 DJ 시절의 박지원,임동원이 계속 감방을 오가야 하는 것이나
당당히 남측 실무대표였다는 저자의 후일 모습에서도 그렇게 느껴진다.

86년인가 당시 남과 북은 여러차례 아시안게임,올림픽 나아가 월드컵까지 공동개최를
논의했다고 한다. 만약 북한이 월드컵을 공동개최할 수 있었다면
그래서 세계의 여러 나라 사람들이 남과 북을 오갈 수 있었다면 미국의 부시 행정부가
악의 축의 범주에 북한을 쉽게 넣지는 못했을 것이다.
이미 TV를 통해 전세계에 퍼져나간 북한 아가씨의 미소 위에 악당의 이미지를 포개기가
만만치 않았을 것이니까 말이다.
그런 점에서 저자가 벌였던 여러 협상이 꽤 멀리 내다본 훌륭한 아이디어가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최단시간 승진에 따른 주변의 질시는 여전히 그가 한국현대사에서 했던 역할에
대해 공정한 평가를 하기가 쉽지 않은 것 같다.
정치인들이 솔직하게 자신의 일에 대한 기록을 남기지 않는 관행이 그나마
이 책을 통해 바뀌었으면 하는 기대도 있다.
안기부장이 경호실장의 중요한 부분을 툭 치고 나서 대판 싸움이 벌어졌다는
당사자들의 입장에서 보면 전혀 편하지 않을 내용까지 세세히 보여준 그의 묘사는
권력이란 실제로 이렇게 움직이는구나 하는 생동감을 느끼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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