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의 달인 91 - 로산진의 오차즈케
카리야 테츠 글, 하나사키 아키라 그림 / 대원씨아이(만화) / 2005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우미하라와 지로 두 사람의 원래 관계는 부자간이다.
하지만 지금 두 사람은 각기 경쟁 신문사의 후원을 받아서 맛대결을 벌이는 라이벌이 되고 말았다.
우미하라쪽이 최고, 지로가 완벽이라고 이름 붙인 것도 이유가 있으리라.
우미하라쪽은 돈과 시간이 많고 사회적 지위가 높기에 최고를 추구한다는 표현이 적당할 것이다.
가난한 신문기자인 지로로서는 똑 같이 따라가기는 어려워도 주어진 조건에 맞추어 가장 적절한
것을 내놓는다는 의미에서 완벽쪽이 좀 더 인간적 냄새가 날 것 같다.

두 사람은 서로 갈등하지만 공통점이 많다. 맛에 대한 탁월한 감각에는 두 사람 모두 남에게 뒤지지 않는다.
우미하라의 장점이 오랜 삶에서 나오는 폭넓은 경험으로 다양한 재료, 복잡한 요리 기교 등에 능숙하고
사물의 배경에 대한 지식의 깊이가 대단하다.
반면 지로는 주변의 교유가 넓어서 아래로는 노숙자에게도 마음을 허하지만
위로 사장들의 권위에도 전혀 주눅들지 않는 당당함도 가지고 있다.
음식문화에 있어서는 늘 새로움을 추구하는 고민을 보여주고 지식의 상대적 열세에도 불구하고
전혀 두려움 없이 도전한다. 져도 또 도전하고 다시 져도 또 웃는 낯으로 도전하는 그에게서
상사가 지면 할복하라고 압박하는 모양새가 유머로만 느껴진다.

아버지와 아들은 같이 출발해서 갈등하다가 다시 이해하게 된다고 한다.
갈등의 시작은 사춘기 이해의 시작은 아들이 아버지가 됨이라고 하는데 지로도 이제 아버지가 되었다.
두 사람의 진정한 화해는 아마 이 시리즈의 끝을 의미할 것 같다.
그렇다면 굳이 화해하도록 바라지 말아야 할 것인가? 고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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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의 달인 91 - 로산진의 오차즈케
카리야 테츠 글, 하나사키 아키라 그림 / 대원씨아이(만화) / 2005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는 살기 위해 먹는가 아니면 먹기 위해 사는가?
이 질문에 당당히 살기 위해 먹는다가 답을 해왔다. 
하지만 때로는 먹는 것도 살아가는데 강한 동기를 부여하게 된다.

농업혁명 전에는 먹는다는 것이 생존을 위해 매우 중요한 문제였다.
함께 먹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식구라고 한다던가 한솥밥 먹는다는 표현들이
가지는 의미는 지금보다 훨씬 강한 생존을 위한 운명공동체였다.
먹거리가 풍부해진 오늘날 예전의 느낌을 고스란히 유지하기는 어렵지만
함께 먹는다는 것은 여전히 중요한 일이다.
혼자 먹는 사람, 매번 똑 같은 것을 먹는 사람, 똑 같은 사람과 먹는 사람 등은 아무래도
인간관계의 폭이 넓어지지 못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 책의 주인공 지로는 다른 재주는 없지만 먹거리에 조예가 많다.
신문기자라는 직업 답게 여러 부류의 사람을 만나는데 이들이 다시 자신이 아는 사람들의
고민거리를 끌고 온다. 이 때 지로는 음식에 대한 깊은 조예를 가지고 고민을 풀어나간다.
음식을 통한 사람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힌다. 이런 주제를 담았다고 주장하면 거창할까?

당신이 무엇을 먹는지를 알려준다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말해주겠다.
호모 먹쇠라고나 할까 인간의 식문화를 다양한 각도에서 보여주기 위해 저자가 기울이는 노력은
다양하다.
일식을 기본으로 해서 지구촌 곳곳의 다양한 음식문화를 보여준다.
글을 쓰는 스토리 작가가 호주에서 활동하는 관계로 호주 왕복이 잦은 편이지만
가끔은 스페인,이탈리아 등으로 데리고 가기도 한다. 비행기 값이 비싸서 자주는 안가는 것 같다.

원래 일식은 재료를 중시한다.
그런데 요즘 세상에는 원래 대로 만드는 재료가 별로 없다.
대표적인 요리인 회와 초밥이 잘 보면 생선을 거의 그대로 올려 놓는 셈이다.
따라서 신선함 내지 최소한의 가공을 통해 원래 재료가 가지고 있는 맛을 잘 드러내려고 한다.
그런데 생선 양식과정에서 각종 화학 약품 넣는 것은 일반적이다.
말라가이트 파문이 막 지나갔지만 일본도 여기에 대해서는 고민이라고 한다.

또 닭은 한곳에 모아서 관리하는 브로일러인데 이 때 엄청난 양의 항생제가 투입된다고 한다.
덕분에 먹는 사람까지 겨울에 감기를 덜 걸리게 할 정도라고 하니 겁이 난다.
그러다 보니 예전에 당연시 했던 재료를 구하기가 너무 어렵다는게 이 책 곳곳에 나타난다.

요리를 만드는 기교에 대해서도 고민이 많다.
고기를 구울 때 육즙이 나오지 않도록 할 것인가 아니면 그냥 흘려버릴 것인가에 따라
철판, 석쇠, 꼬치 등 다양한 고민을 한다. 하나 하나의 과정에 세세한 연구가 녹아 들어가 있다.
읽다 보면 일본의 장인문화가 다양한 곳에서 발현 되고 있구나 하는 감탄이 절로 나온다.
참고로 한국의 부품산업의 정밀도가 떨어지는 큰 이유가 하나에 매달려 세세하게 따지고 들어가는
노력이 부족한 때문이라 늘 생각한다. 음식 또한 이와 마찬가지로 자기 직업에 목숨을 걸고
평생을 매진하는 사람들이 없다면 그렇게 예술로 비유할 수 있는 요리가 나오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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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전략 - 미래의 CEO를 위한 MBA시리즈, KI신서 726
그로비스 매니지먼트 인스티튜트 지음, 김영환 옮김, 위정현 감수 / 21세기북스 / 2005년 8월
평점 :
절판


경영전략에 대한 책은 수도 없이 많은데 대체로 너무 이론적인 분야에 치중해서 명성에 비해
마음에 와닿지 못한 경우가 많아서 아쉬웠다.
반면 이 책은 전략 이론을 가지고 일본기업들에 적용해본 경험이 매우 잘 녹아 있어서 좋았다.

책 전반에 걸쳐 미국 중심의 이론을 일본화시켜가는 과정을 잘 보여주는데 매 장마다 독특함이 엿보인다.
포터, BCG 등 여러 이론가들의 정교한 이론들이 실제 상황에서 어떻게 적용되는지 사례 중심으로
묘사된다. 굳이 책의 포지션을 정하자면 포터 등의 책을 읽고 공감은 가지만 막상 실무에 적용하기에
막연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읽으면 매우 좋은 작품이다.

일본의 경험을 담은 좋은 예를 General Manager의 역할이 일본과 미국이 다르다는 점을
들었던 것이 좋겠다. 일본에 설립된 다국적 회사 법인의 영업책임자가 임명되었는데
이 사람이 본사와 의사 소통에 실패해서 해고되기 까지 과정이 나온다.
실패의 이유를 개인적인 것에서 찾지 않고 두 나라의 문화가 서로 다르다는 점에서 찾았다.
일본의 기업은 매니저라고 해도 자율성이 적어서 부하 직원의 인사권을 가지고 있지 못한 경우도
많다. 여기에 맞추어 책임 또한 적게 가져가려고 한다.
반면 미국 기업은 훨씬 많은 권한과 책임을 동시에 부여하려고 한다.
일본 기업에서는 실무자가 중요하고 경영층으로 가도 실무자의 의견에 많이 의존한다.
반면 미국 기업은 리더십을 보다 강조하는 편이다.
덕분에 영업책임자는 미국 관리자 또한 일본식으로 실무자인 자신의 일을 잘 모를 것이라고 가정하고
단지 열심히 뛰어다니기만 했다. 지속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을 원하는 본사의 요구에 대해
의아해했지만 결국 자신과 본사의 의도가 너무나 다르다는 것을 확인하고 만다.

책 전체에 흐르는 내용이 어려운 주제를 이와 같이 문화적 차이를 보여주면서 손에 잡히도록
묘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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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마이사 8 - 완결
히로카네 겐시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5년 11월
평점 :
품절


시마이사가 중국에서 보여준 활약이 좋은 평가를 받은 덕분에 아예 상무로 승진되어버렸다.
덕분에 제목을 시마 상무로 바꾸게 되면서 이사시절은 이번 8권으로 마감하게 된다.
담당지역이 여전히 중국인 것으로 보아 일관성도 있지만 이제 보다 넓은 지역과 업무를 담당하면서
새로운 면모를 보여야 할 것 같다.

중국에서 시마를 놀라게 한 것은 사회의 역동성이었다.
등소평의 선부론에 맞추어 모두다 돈을 벌겠다는 열의에 불타고 덕분에 공부든 장사든 목숨을 걸고 달려든다.
목숨까지 걸다보니 때로 부정행위를 통해 너무 앞질러가려는 부작용도 나오지만 대부분은 성실한 편이다.
중국에 진출한 해외 기업들이 다양하기 때문에 단순히 임금이 싼 곳으로 왔다는 것만으로
사업이 잘 될 수는 없다.
같은 일본기업끼리의 경쟁도 치열하고 한국 등 타 국가와 경쟁은 더욱 치열하다.

일본과 중국은 원래 친한 사이는 아니다. 덕분에 일본기업의 중국 진출은 상대적으로 늦었고
대신 동남아 지역에 치중했다. 반면 삼성 등 한국기업은 적극적이었는데 결국 이러한 차이가
품질의 차이로 나타나서 일본기업에게 경쟁력의 부담을 주었다.
날씨가 덥고 교육수준이 낮은 인력으로 수행하는 생산은 결국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늦게 나마 중국에 촛점을 맞추다 보니 잠재력이 두렵지만 이미 중국 진출은 방법의 문제지
진출 자체는 피해가기 어려운 상황이 되어버렸다.
시마는 이렇게 냉정한 현실인식을 경영진에 보고 하고 역량을 인정 받아 사업을 맡게된다.

첫 시도는 기존의 일본식 운영방식에 한계를 느껴 변화를 주려고 시도한 점이다.
현지인의 과감한 등용을 통해 기업의 현지화를 추구해서 중국과 일본의 거리를 좁히려고 시도한다.
현채인이라는 평범한 단어 보다는 현지인들 중 옥석을 구별해가면서 핵심인재들에게는 높은 값을 쳐준다.
대신 되도록 파견인력의 규모와 권한은 줄이는 방향으로 조정해나간다. 중국에서는 중국의 법을 따르는 쪽으로 가는데 시마의 접근방법은 되돌아보면 부장시절 자회사를 돌아다니면서 자율성을 존중하고 본사의 간섭을 배제하던 것과 유사하다.

생산방식에도 칼을 대는데 중국진출시 동반하던 일본 출신 협력업체 중 원가절감 노력이 부진한 회사를
거래선에서 제외시킨다. 의리로 뭉쳐 한곳으로 나아가던 것이 예전 방식이라면 이제는 더 이상 같은
방식으로 어렵다는 인식을 한 것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극단적으로 자살을 선택하는 협력사 경쟁자까지
나왔지만 대세는 피할 수 없다. 참고로 자동차회사 닛산을 살려낸 카를로스 곤의 경영혁신도 냉정히 까보면
구매 효율화 밖에 없었다고 비판하는 사람도 있다. 그만큼 구매는 과거의 인정으로 해서는 안된다는 의미다.

중국은 매우 넓은 나라다. 밖에서 한나라로 보이지만 내부적으로 보면 서로 경쟁하는 여러개의 소국가들로
이루어진 연합체 성격이 강하다는 지적도 있다. 오마에 겐이치의 차이나 임팩트가 이러한 이론을 강하게
주장하는 책이다. 시마이사에서 묘사되는 상해, 북경의 모습은 서로 차이가 많다. 또 개발되지 못한
내륙지역의 경우 더욱 차이가 크기 때문에 영업방식 또한 달라져야 한다.
중국 현지 파트너의 경우 이러한 면에서 서로 보완해줄 수 있는 관계지만 잠재적으로는 경쟁자가 될 수
밖에 없다. 한국 기업도 잘 못된 파트너 선택으로 고민하는 경우가 많은데 여기서는 대기업이라
보다 든든한 배경을 가지고 있는 덕분에 원만히 해결되고 있다. 단 이 만화에서 그러한 노력이 잘
드러나지 않는 것은 실제와 다른 것 같아 아쉬움이 느껴진다.

만화 속에서 중국인의 여러가지 특색이 나오는 것도 좋은 성과다. 동아시아의 맹주로서 가지는
자부심, 개개인들이 자존심이 강해서 잘못하고도 사과하지 않는 면들, 여자 하나를 사귀면 가족을
통채로 부양해야 하는 가족 공동체 등 다양한 면모가 나온다.
여기서 문제는 법적인 안정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되는 것도 없고 안되는 것도 없다는
불안정성이다. 때로는 후원자의 힘을 업고 마구 밀어붙이다가 더 강한 힘에 부딪히면
삽시간에 몰락해버리는 모습이 여러차례 나타난다.

이렇게 각기 다른 사람의 특색을 잘 이해하고 쉽지 않은 비즈니스를 잘 수행한 덕분에 시마는 단기간에
상무로 올려지게 된다.
참고로 만화의 배경이 되는 하츠시바는 우리에게 파나소닉으로 잘 알려진 마쓰시타인데
일본 경기 회복을 통해 급속도로 기업실적이 만회되고 있다. 이 작품의 여러 곳에서
그러한 자신감들이 보여진다. 그러한 성장이 한편으로는 한국기업과의 경쟁이 될 수 밖에 없는데
아직 여기서 그런 면들이 세세히 나오지는 않는다는 게 아쉬움으로 남는다.

한계단씩 올라갈 때 마다 시야는 여러 곱절 늘어나게 된다. 예전에 알던 사람은 기본이고
더 넓어진 인간관계를 잘 커버해야 하고 예전에 편하던 인간관계도 점점 경쟁적으로 될 수 밖에 없다.
시마의 후임으로 추천해준 후배가 앞으로 내 경쟁자는 당신입니다라고 하는 별로 곱게 들리지 않는
말을 들으며 시마는 그런것도 좋겠지 하는 원만한 듯한 말을 던지지만 계속 이렇게 살 수 많은 없다.

시마의 고속 승진에 불만인 사람도 많을 것이다. 작가를 대신해 변호를 해보겠다.
일본 기업의 문화는 합의제라 다수의 동의를 얻기위해 파벌을 많이 유지한다. 의견대립이 생길 때
편을 짜서 맞서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덕분에 꼭 옳으냐 그렇지 않으냐를 판단하는 역량보다
사람을 꾸준히 사귀는 것 싸움에서 이길 파벌에 들어가는 외교력이 더욱 중시되어 버린다.
이 파벌 싸움 덕분에 망해서 해외로 팔려나간 기업이 바로 닛산인데 결국 단 한명의 외국인 와서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하니 살아나는 웃기지도 않은 현상이 발생하고 만다.
시마가 꾸준히 지향한 것은 파벌을 만들지 않고 살아가는 것이다. 덕분에 많은 불이익을 받았지만
그는 늘 고집을 부렸는데 파벌 안가진 효과는 스스로 능력을 입증해야 한다는 자기 개발 의무와 함께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새로운 판단을 할 수 있다는 자유를 가지게 된다.
닛산의 경우 거래선 하나 끊으려고 해도 어느 파벌의 누구 눈치를 보아야 했다고 하는데
카를로스 곤은 그러한 어려움이 없었기에 큰 성과를 낼 수 있었다. 참고로 히딩크가 한국 축구를 살려낸 것도 같은 맥락에서 보는 사람도 많았다.
시마의 활약 또한 이상적인 경영자의 모습을 설정하고 거기에 맞추어 캐릭터를 변화시켜 가고 있는
과정이지만 경영 조류의 측면에서 보아도 크게 틀리지 않은 선택이라 느껴진다.
작가의 지속적 건투를 기대해본다. 더 좋은 것은 앞에 남아 있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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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시대 - 우리는 정말 이건희를 알고 있는가?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05년 8월
평점 :
절판


읽고 느낀 감상은 우선 그동안 나왔던 잡다한 홍보 혹은 비판서에 비해 강준만의 이 책이 훨씬 고려해 볼만한 수준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강준만은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이건희에 대한 각종 기록을 잘 모아서 종합적 이미지를 만들려고 노력했다. 이 과정이 어려웠던 것은 이건희 본인이 발표한 책이나 글이 적기 때문에 자료 취합이 생각만큼 쉽지 않았던 것 때문이다.

현 시대를 놓고 노무현과 같은 통치자로 상징을 삼기 보다는 기업인 이건희를 내세워 이건희 시대라고 이름 붙일 정도로 이건희라는 인물이 가지는 중요성을 높이 산다. 그 다음 강준만이 지적하는 것은 막상 사람들이 이건희를 잘 모른다는 점을 깨우쳐주려고 한다. 당신이 아는 그 사람의 참모습은 이미지와 다릅니다라는 가르침을 주는데 이 책의 상당부분이 할애되어 있다. 은둔자이고 까다로운 개성을 가졌다는 지적 등은 가쉽성이 될 수 있는데 정작 중요한 비판은 삼성의 성공이 모두의 성공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원인은 삼성이 성과를 주변과 골고루 나누지 못하고 총수 일가의 지위를 방어하는데 과도하게 쏟고 있고 이 과정에서 사회가 1등에게 요구하는 높은 도덕적 기준과는 거리가 먼 행태가 발생한다는 점이라고 한다.

이러한 비판의 과정에서 한가지 같이 고려해야 할 점이 있다. 기업이 사회의 발전과 그리 동떨어져 있지 못하다는 점이다. 한국사회의 경제발전과 함께 이루어진 정치적 변화 또한 매우 급속도였다. 박정희 시절 이병철이 세배를 가지 않은 점을 놓고 자기 존중이 강하다고 표현되어 있다. 그 배경에는 아마 한국비료 사건을 통해 밀수를 통한 정치자금 제공을 공모해놓고 박정희 혼자만 빠져나가 버린 원망도 분명 있었을 것이다.
전두환 시절에는 재벌이라 해도 강제로 협박에 의해 기업을 정부에 헌납해야만 했다. 유신이나 5.18과 같은 쿠데타를 통해 총칼로 주변을 위협하며 절대 권력을 세우는 정치적 상황에 기업이 대응하다보면 기업 또한 절대적 권위가 강조된다. 국가의 운영 스타일과 기업의 운영 스타일이 닮아간다는 이론이다. 따라서 재벌총수가 제왕적 운영을 하고 있다고 비판하기 이전에 재벌이 그러한 시대적 상황에 적응력이 뛰어났던 조직이라는 점을 먼저 이해하는 쪽이 좋을 것이다.

시간이 지나 민주화가 어느 정도 이루어진 노태우 시절을 보아도 경제관료 한명 (김종인 경제수석)만나기 위해서 정주영 회장이 여러시간 문앞에서 기다리다가 박대를 당하는 장면도 나온다. 상하관계에서 정치자금에 대한 요구는 주는쪽 받는쪽 모두 당연시 되는 행위였다. 김영삼, IMF 시절 등을 겪으면서 정부의 잘못된 정책에서 만들어진 위기를 스스로의 힘으로 극복한 몇몇 기업들과 정부와의 힘의 관계는 급속도로 역전되어 간다.

그 결과가 지금 보여주는 이건희 시대로 표현되는 삼성공화국이다. 학문을 한 사람, 민주화 운동에 매진한 사람의 경우 재벌의 성공을 단지 정부의 특혜 내지 노동자의 착취 정도로 간단히 치부하는 경향이 많다. 하지만 그러한 부정족 요소만으로 세계적 기업이 나올 수는 없다. 김영삼 정부의 혜택을 많이 받은 기업은 한보였다. 결과는 어떻게 되었나 국민의 돈을 빨아들이고 무너져버렸다. SK와 같이 통신과 같은 인허가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도 밖으로 뻗어나가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요지는  안에서 일등하는 것은 정부의 혜택으로 될 수 있지만 밖으로 나가서는 그렇게 되지 못한다는 점이다. 한국이 1등하는 산업이 하나씩 늘어나는 현재의 상황이 앞으로도 꼭 그렇게 될지는 장담하지 못한다.

하지만 가까운 일본에서는 한국을 경계하려고 하고 중국 또한 배울점과 배워야하지 않을 점을 구분하며 한국에 대해서 연구한다. 그들이 보기에 한국이 장점을 가지고 있기에 연구해보려고 나서는 것이지 단점만 있다면 시간을 할애할 가치조차 없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그들이 찾고자 하는 장점에 대해서 한국사람들 스스로는 별로 발견하려고 하지도 인정하려고 하지도 않는다는 점이 안타까울 때가 있다. 강준만의 이 노작 또한 장점 발견은 한사코 외면하려고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 책 중간에 네티즌들의 서평이 인용되었는데 과분하게도 내가 알라딘에 올린 글 또한 들어가 있었다. 아쉽게도 글을 통해 보여주려고 했던 삼성의 강점 부분은 짤려 나가고 비판은 고대로 실렸는데 더해서 마지막에 토가 달렸다. 강준만이 보기에는 내 글이 삼성에 대한 비판이 철저하지 못하고 긍정적인 지적을 덧붙였는 것을 문제로 삼는다. 이런식의 태도가 결국 책의 방향을 한쪽으로 치우치게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씁쓸함을 가지게 했다.

가령 이건희가 혼자 틀어박혀 사색을 많이 한다고 책에 지적되었다. 그게 무슨 경영이냐 나도 할 수 있겠다는 식의 비아냥이 연상되는 대목이지만 삼성의 그런 식의 기업운영과 말 많고 뛰어다니기 좋아하는 노무현의 국정운영을 비교해보면 어느쪽이 효율적인 경영인지 비교되지 않을까? 겉으로 보이지 않지만 분명 일본이 부러워 할 정도로 삼성식 경영에는 우월한 점이 존재한다. 이건희의 해외 출장을 지원하기 위해 주재원들이 고생하는 점은 지적되지만 그런 과정에서 찾아진 일류화의 노력의 기반이 되는 디자인, 마케팅 역량 강화에 대한 이건희의 집념은 칭찬되지 못한다. 그러한 안목과 꾸준한 노력 없이 삼성 애니콜의 세계 제패가 나온 것이 아니라는 점을 연결해볼 줄 알아야 하는데 아쉽게도 강준만에게는 칭찬의 미덕이 부족한 것 같다.

나는 평소에 삼성의 발전을 놓고 양극화를 논하기 이전에 장점을 찾아서 적용하는 노력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왔다.
우스은 예로 얼마전 신문을 보니 민방위 훈련을 개혁한다는 기사가 있었다. 참여자가 지겨워하기 때문에 이제 재테크 강연 등 재미있는 강연으로 바꾸어서 만족도를 높였다는 것이다. 이게 바로 공무원들 스스로 생각하는 혁신의 수준이다. 공무원이 존재하는 것이 국민의 세금이 기반이 된다면 차라리 세금 더 낼 수 있도록 민방위 교육을 폐지해서 국민에게 시간을 돌려주는 것이 더욱 중요한 혁신 아닐까? 실제 강남구는 편한 시간에 참여할 수 있도록 인터넷으로 민방위교육을 제공한다. 조금만 신경 쓴다면 이런식의 혁신 과제는 주변에서 정말 무수히 찾아낼 수 있지만 노무현식 개혁은 대부분 종이에서만 이루어지고 있다.

이 대목에서 한 마디만 더하자면 강준만이 늘 거론하는 서울대 비판에 대해서 짚어 보고 싶다. 서울대가 적지 않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걸 비판한다고 해서 다른 부분이 우월해지지는 못한다. 최근에 내가 아는 사람이 박사학위를 받고 자리를 잡으려 돌아다닌 다음 하는 말이 가장 문제 많은 조직은 지방 국립대라고 한다. 국립대라는 권위의식에 더해서 지방대라는 소외감을 역으로 남에 대한 우월함으로 대치하려고 할 때 훨씬 비합리적인 행태가 나온다고 했다. 덕분에 앞서 이야기했듯이 서류 본인 지참 후 출두와 같이 남들의 시간을 빼앗는 행위에 대해 명문대생에 대한 보복심리인지 전혀 미안해 하지 않는다고 한다.

삼성, 분명 성공도 하고 있지만 문제도 많은 조직일 것이다. 하지만 그 문제 중 상당수는 사회의 문제점이 고스란히 반영된 것들이 많다. 정치자금이 가장 좋은 예일 것인데 이러한 부분은 기업 혼자만 해결해나가라고 요구하기는 어렵다. 양극화 문제도 지배구조와 연결된 부분이 있고 교육정책에 대한 이건희의 비판 또한 해외유학으로 나가는 현실과 견주어 보면 고려해볼만 요소가 많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지금 개혁해야 할 가장 비효율적인 부문은 정부다. 최소한 물류 허브로 발전 이야기하면서 주말에 공무원들 쉬느라고 통관업무 처리안하는 웃기지도 않은 행태는 언제 사라질 것인가? 부동산 거품 걱정하는 척하면서 금리 내려서 자산거품 만드는 모순 또한 바뀌어야 할 행태다. 한국 정부가 삼성의 장점 일부라도 받아들인다면 나라 전체의 발전이 앞당겨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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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사회의적 2006-01-07 2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준만의 진정성은 높이 평가하지만.... 그의 사료가 2차적이라는 한계가 있다는 점입니다. 리영희에 관한 책을 읽었는데, 직접 말을 듣어보기 보단 책을 통한 재조합이더군요. 이런 면은 아쉬움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더구나 한면만 본다면... 그의 치열함은 존중하는데, 너무 한쪽으로 기우는 것이 아닐까라는 기우가 드네요. 글 잘 읽었습니다. 그래도 우리곁에 그가 있다는 것은 비판 정신이 살아있음을 나타내는 바로미터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사마천 2006-01-08 0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국 교수들이 다 강준만처럼 치열하게 살면 세상에 책이 너무나 많이 쏟아지겠죠. 강준만 교수의 가치는 터부에 대해서도 두려워하지 않고 과감히 도전했다는 점인 것 같습니다. 반면 경제,경영,행정의 영역으로 내려오게 될 때 현실감이 떨어지는게 아쉽습니다. 김대중,노무현이라는 두 대통령을 만드는데 큰 힘을 보였지만 만들어진 이후 참여과정에 명확한 자기 롤을 못가진다는 게 한계라 보입니다. 결국 두 대통령이 실망을 주면서 강준만의 진정성 또한 같이 내려앉게 되는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