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매력이 있는 나라 터키 240+1 - 240박 241일 터키 체류기
미노 지음 / 즐거운상상 / 2005년 5월
평점 :
절판


우선 방송작가를 하다가 방송 출연을 위해 자신을 만나려는 사람 보다 자신의 삶이 덜 재미있다고
느꼈고 과감히 하는 일을 중지하고 새로운 즐거움을 찾아서 떠날 수 있었던 저자의 용기가 부럽다.

책의 저술 방식을 보자면 우선 낯선 것을 만났을 때 논리적으로 분석하려는 태도와 그냥 느낌 그대로 받아들이는 태도가 있다.
이 책의 저자는 후자쪽으로 보인다.
꽤 오랜 기간을 한곳에 머무르면서 자신의 경험을 결코 얇지 않은 한권의 책으로 만들었지만
내용의 대부분은 감상의 방식으로 채워졌다.

장시간 아주 평범한 사람들 사이로 푹 들어가서 상대와 나의 거리를 최대한 좁혀가면서
하나 하나를 살폈기 때문에 매우 일상적인 내용이 많이 담겼다.
잘못 남자와 소문이 났다가는 평생을 매여살아야 하기 때문에 꾹 참으며 한 순간을 기대하는 여자들.
터키에는 없겠지 했는데 아직 남아 있다는 명예살인의 전통.
아내가 나이들면 갑자기 휑하니 달아나 젊은 여자와 딴 살림 차리는 남자들의 이기주의.
자신이 죽으면 여자도 따라죽거나 홀로 살아야 한다는 고집.

이렇게 낯선 삶의 여러 모습들을 보여준 점은 좋았는데
아쉬운 점은 사회구조와 시간이라는 면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음식에 대한 소개는 여러 사진을 통해 이쁘게 보여주면서 눈으로 맛보는 체험을 주지만
어떤 신문을 보고 어떤 사회적 생각을 하는지, 역사적 전통에 대한 이해 등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터키 남자들은 책을 읽지 않는다는 서술 이상의 것이 없다.
다른 여행서에 있는 내용을 떠올리면 유럽에서 터키가 1위하는 산업도 몇가지 있다고 한다.
타이어코드라고 하던가. 하여간 독특한 경험을 담은 책이었고 나쁘지 않은 독서였다.
내가 모자라다고 느낀 점들은 누군가 또 다른 좋은 책으로 채울 것으로 믿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는 워렌 버핏처럼 투자해 연 35% 수익률을 올린다
노원도 지음 / 원앤원북스 / 2005년 9월
평점 :
품절


한 분야에 대해서 매니아가 많아지면 그 경험을 바탕으로 책도 다양해진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를 보면 여행 분야의 책들이 무척 다양하다.
특히 일본의 평범한 회사원이 쓴 고흐의 일대기에 대한 책을 보고 꽤 놀랐다.
<고흐의 되어 고흐의 길을 가다>라는 제목인데 유럽에 주재하면서 고흐가 살았던
지역을 직접 탐방하며 호흡한 결과를 가지고 만든 책이다.

이 책은 저자가 이해한 투자이론, 자신의 투자경험 그리고 버펫이 사는 오마하 탐방기로 구성된다.
투자이론에 대해서는 워낙 많은 책들이 나오고 있고 더 좋은 책들도 있다.
덕분에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저자가 오마하 탐방기였다.
버펫이 사들였던 회사들을 하나 하나 탐방하고
하더웨이의 주주총회를 어렵게 표 구해서 참석해보며
먼발치 나마 버펫이 살아가는 공간들의 사진을 찍으려는 행동들에
작가의 열정이 하나 하나 느껴졌다.

오마하의 젊은이들이 버펫의 이혼 경력과 기부에 인색한 점을 들어 비판한다는 등
간혹 부정적인 여론에 대해서도 귀를 기울이고 있다.
그런데 그런 부정적인 면모들은 따져보면 훨씬 많다고 한다.
다른 여러 책을 살펴 보면 버펫에 대한 비판들이 더 많이 나온다.
저자의 책이 아직 그런 비판을 충분히 탐색하고 소화하지는 못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나는 이 책이 반갑다. 증시활황이 되면 똑 같은 패턴으로 만들어지는 수많은
주식책들이 지겹기 때문이다. 7주일이면 주렁주렁 돈이 열린다, 초보자도 몇일만 보면....
저자의 매니아적 기질이 더욱 잘 발휘되기를 기대하며 이왕이면 재작년에 버펫이
한국 투자했다가 팔고 나간 주식들이 어떤 것인지도 찾아보며 왜 그렇게 허겁지겁 나갔는지도
고민해서 알려주면 더욱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조선초기 연산조 시대 바야흐로 문화혁명이 일어났다.
출신이 아니라 재능있는 사람들에 대해 그들의 재능을 마음껏 선보일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

시장바닥에서 푼돈 벌어들이려고 아까운 재주의 단면만 보이던 각지의 예능인들이
일제히 모여서 최고의 솜씨를 뽐내게 된다.
당시 조선의 연산왕은 가까운 일본의 경우 각 분야에서 최고의 솜씨를 닦은 사람은
귀천을 불문하고 명인 호칭을 붙여서 높이쳐주었기에 사회가 고루 발전된다는 사실을
벤치마킹하였다고 한다.

덕분에 조선의 문화계에서도 일대 혁명이 일어났다.
장안의 기생 중 최고 솜씨를 발휘한 녹수가 왕의 후궁으로 발탁되는데
이어서 광대 중 최고 솜씨를 발휘한 궁길이도 벼슬을 받는다. 무려 종4품이라는
당상관의 지위에 올라서게 된다.
조선 왕 중에 이렇게 문화인을 우대한 자는 아무도 없었다.

연산왕의 후원책은 관객의 수준을 단시간에 높여버린다. 시정의 평민들에서 왕과 후궁
더불어 고위 신료들을 대상으로 한 공연이 이어지게 된다.
여기에 발맞추어 광대들 또한 조직화가 일어난다.
궁중의 후원을 받아 풍부해진 자금을 바탕으로 엔터테인먼트 기획사가 생겨났다.
그  우두머리 장생이는 최고의 예능인들을 뽑아 훈련시켰고
높아진 관객의 지위와 수준에 따라 극의 성격 또한 풍자극에서 정치시사극으로 올려버린다.

당대의 관료들은 세조의 찬탈 이후로 권력남용이 매우 심했다.
전두환이 깡패짓하고 나서 군인이나 권력자들이 각종 인사청탁과 뇌물수수를 마음대로
자행했던 것을 돌아보면 이해가 갈 것이다.
이렇게 비대해진 조정의 권력자들은 툭 하면 유교를 명분으로 삼아 자신들의 행위에 대한
변명을 늘어놓았다.
이때 장생이는 각종 정치시사극들을 제작하여 이들 관료들의 행위를 노골적으로 비판한다.
덕분에 멀리 보면 민중문학으로 평가받을 수 있는 작품들이 연이어 나왔고 사회적 파장도 컸다.
평안감사 뇌물수수 실태 고발은 죄가 많았던 형조판서의 자진고백과 퇴출을 가져오게 된다.
그동안 왕에 대한 언로가 조정신료들에 의해 차단되었지만 이제 새로운 정치시사 프로그램과
이를 방영하는 채널이 형성됨에 따라 언론의 백가제방 시대가 열린 것이다.
바꾸어 말하면 시장바닥의 민초들이 가졌던 여론이 고스란히 왕에게 전달되는 정치 혁명이
발생된 것이다.

광대 극단의 소재와 기교는 점점 확장된다.
중국 경극을 벤치마킹해서 후궁들의 왕의 사랑 쟁투기를 만들었는데
이게 불똥이 잘 못 튀어 연산왕이 선대왕 후궁들을 죽이게 하는 비극을 만들고 만다.
연극과 현실이 너무나 밀접하게 연결되어 버린 결과다.
그리스 비극처럼 카타르시스를 통한 정신의 고양이 아니라 직접적인 반응을 유도하는
선동극이 되어버린 꼴이다.
당시 관객 중에 연산왕의 할매가 있었는데 급작스러운 혈투에 놀라 사망하고 만다.

이렇게 현실에서 점차 비중을 확대하는 문화예술계의 발전에 대해 조정의 신료들이
무리를 지어 반발하게 된다. 궁길이에 대한 암살 기도는 그러한 반발의 일환이었는데
일단 몸을 던진 동료 문화인들의 희생에 의해 보호될 수 있었다.

연산왕은 창작의 자유를 통해 만들어진 백가제방을 발전시켜 가까운 일본과 중국에 대한
수출을 할 수 있는 경쟁력 있는 문화상품을 만들려고 한 자신의 의도가 너무 곡해되었다고 생각한다.
후일 조선이 도자기 산업에서 일본에 뒤쳐지게 된 것 또한 제작을 담당한 도예인들을
제대로 대접하지 않은 것이 근본 이유다.
문화 상품 또한 제작자들의 수준이 올라가야 걸작이 나오는데 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신료들에
대해 불만이 쌓인다. 가까운 선왕인 세종대왕이 노비 출신인 장영실에 대해 고위직을 주려고
했을 때 그렇게 반대하던 것이 조정 신료들 아닌가. 궁길이에 대한 높은 대접 또한
문화인의 사기를 앙양시켜 조선의 문화를 아시아 곳곳에 퍼져나게 만들 한류를 만들려고 한 것인데
너무나도 이해하지 못한다.
참 안타깝게 느끼지만 여기서 물러설수는 없다.

하지만 이렇게 형성된 자유로운 시대를 기득권층은 강하게 거부하게 된다.
후일 성군이라 꼽히는 정조 또한 문체의 자유로움을 주지 않으려고 했는데 이유가 매한가지였다.
문체의 자유로움은 권위를 부정하게 되고 이는 사회의 변화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이는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에도 잘 나타난다. 웃음을 가져오는 문학이 종교적 경건성을
위협하기 때문에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 중 희극 부분을 불태우게 되었다고 한다.

어쨌든 조선의 신료들이 보기에 풍자극을 계속 놔둔다면 신분의 상하도 없는 혁명이 일어나고 자신들이 쌓은 권력이 다 무너질 것처럼 느끼게 된다.
그래서 연산왕에 대한 반란과 함께 광대들의 숙청이 일어나고 질서는 예전으로 돌아간다.

멀리 영국의 셰익스피어 극장이 모든 사람이 자유롭게 모여 음란패설을 포함한 시대비평을
보고 웃었는데 그 관객에 엘리자베스 여왕도 있었다고 한다.
거기에 비하면 조선에서 연산왕의 시도가 실패로 결말지어진 덕분에 사회 발전을
수백년 앞당길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되고 말았다.
----

재미 있는 영화였습니다. 패러디 했으니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이지는 마시고 같이 한번 웃어주면
좋을 것 같습니다. 역사적 사건을 보는 시각 또한 다양해질 필요가 있죠.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히스토리에 Historie 2
이와키 히토시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4년 5월
평점 :
절판


아는 지인 중에 출판사를 경영하는 분이 있다. 새로 만화사업을 시도해 보고 싶어하길래 
기생수를 읽어보도록 권했다. 일본 만화의 독특한 면을 보여주는 걸작이라고 생각해서였다.
이 만화 히스토리에 또한 기생수의 작가 이와아키 히토시의 최신 작품이다.
결코 전작에 뒤쳐지지 않는 흡인력을 보여주고 있어서 주변에 자신있게 권할 수 있다.

주인공의 나이는 한참 어려졌고 시대는 멀리 알렉산더가 활약하는 기원전으로 넘어갔는데
당시 시대를 치밀하게 고증해서 현재 살아가는 사람들이 알아두었으면 하는 내용들을 잘
포함시키고 있다.

당시 세계는 그리스인은 주변국을 야만인이라고 멸시하며 자신들이야 말로 유일하게 문화의
가치를 아는 존재라고 자부하고 있었다. 반면 페르시아는 제국으로서의 위용을 자랑하지만
내면적으로는 비효율에 시달리고 있었다. 오랜기간 적으로 페르시아를 의식했지만 이제
가까운 마케도니아가 군사력을 바탕으로 그리스의 여러 나라들을 압박해간다.
1권에서 아리스토텔레스의 제자가 주인공을 야만인 취급하는 대목이 나오는데 당시의 일반적
시각을 대변한다. 반면 작가는 주인공의 출신에 대한 신비함을 보이면서 통념은 분명 틀릴 수 있다는
점을 넌지시 드러내 보인다.

주인공이 나중에 알렉산더의 역사기록관이 된다는게 작가의 설정이라고 하는데
알렉산더는 스승 아리스토텔레스의 문화-야만의 구분을 넘어서서 코스모폴리탄적인 세계관을
만들어간 인물이다. 따라서 이방인 출신인 주인공으로서는 알렉산더 편이 되어 자신의 재능을 드러내는게
훨씬 자연스러운 줄거리가 될 것 같다.

작품의 주인공들이 초인적인 면모가 있어서 묘사를 하는 과정이 잔인하게 느껴질 수 도 있다.
그림이 사진이 아니고 만화책이 영화가 아닌다음에야 똑 같이 흉내를 내려고 하는데
그친다면 자리가 점점 좁아질 따름이다. 작가는 이러한 점을 잘 의식해서 평범하지 않은 기괴한 주제(^^)를
잡아서 강한 개성으로 묘사해간다.

혹 아리스토텔레스가 알렉산더의 스승인 점을 알지 못하는 분이 계신다면 그것부터 확인해두시는 게
좋을 것이다. 더해서 헤로도토스가 묘사한 여러 민족들의 삶에 대한 역사책을 보는 것도 좋다.
올리버 스톤의 영화 알렉산더를 보시는 것도 좋은데 어쨌든 거기에 더해서 이 만화 또한 충분한
재미와 가치를 줄 것 같다.

참 약간의 보탬을 하자면 1권에 나오는 메무논이라는 사람은 원래 우리식 발음으로는 멤논으로
실존인물이다. 발시네는 다리우스왕의 공주로 마찬가지로 실존인물,
상인으로 나오는 안티고노스 또한 마케도니아의 고위인물이 되는 것으로 보인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날개 2006-01-05 2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상당히 흥미진진하게 읽고 있습니다...
다만.. 3권이 여태까지 안나온다는게...ㅠ.ㅠ
기다리다 목빠지겠어요~

사마천 2006-01-06 2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목빠지는데 동참하고 있습니다. 기생수 보다 더 나은 작품이 나온다면 더욱 기쁘겠죠. ^^
 
창공에 꿈을 싣고
조중건 지음 / 상상나무(선미디어) / 2005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진,한진해운,대한항공으로 이어지는 운송왕국을 만들어간 조중건 부회장의 일대기이다.
주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쭉 늘어놓는 스타일인데 자신의 관점 위주로 늘어놓았다고 생각된다.
기업의 배경을 아는데는 창업자의 이야기를 들어보는게 가장 좋다.
그런 관점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여러 기업을 손수 만들어낸 조부회장의 이야기를 읽어보는 것은 의미는 있었다. 반면 글솜씨나 화제의 제한됨 등은 상대적으로 작년에 재미있게 읽은 박태준,박철언의 자서전에
비해 책의 격이 많이 떨어진다고 느껴졌다. 별점 또한 자서전 자체로는 3개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 고민했으니까.

대한항공 그룹의 발전 과정에는 몇가지 중요한 계기가 있었는데 그 핵심에는 미군과의 깊은 관계가
있었다. 조부회장이 장교로 입대해서 미국 군사학교에서 교육을 받았고 영어실력과 함께
미국 사람 특히 군인들과 편하게 비즈니스 할 수 있는 기초를 닦았다.
덕분에 주한미군의 운송업무를 맡아서 기업을 키웠는데 이때 신용을 매우 중시했다고 한다.
미국의 비즈니스가 일단 믿되 한번 그 신용을 악용하면 가차없이 처벌하는데 이를 잘 이해한 것이다.
트럭운전사가 빼돌린 미군복을 웃돈 붙여서 되사가지고 돌려준 점이 당시의 유명한 일화다.

번 돈으로 한남동에 파티장 만들어 놓고 전역자들까지 꾸준히 대접한 점은 사람을 자산으로 본 것이다.
갑자기 이 대목에서 내 머리에 쉰들러 리스트가 생각나는 건 실례인가?
어쨌든 비즈니스는 이어진다. 특히 전쟁이 계속되면.
70년대 한국경제의 숨통을 틔인 것은 역시 베트남 전쟁이다. 당시 한국군의 파견과 더불어
베트남을 달려가서 미국이 어려워하던 하역작업을 맡아 일사천리로 수행한 것은 과거 본인의
군인으로서의 경험, 사업가로서의 안목, 빨리빨리라는 신속성과 더불어 굶주리니 무엇이라도
못할까 하는 헝그리정신이 모두 합쳐진 대사업이었다.
베트콩과 혼동될까봐 월남사람은 사용하지 못하고 본국에서 데려오려고 하니 너무 많은 비용이
드는 하역작업을 턴키로 맡았고 내륙운송까지 처리한다.
베트콩들의 총알 세례에 사람을 잃자 아예 총을 지급하고 상대가 쏘면 나도 쏘라고 했다는
운영방식은 조정래의 아리랑에 잘 묘사된다. 조정래, 조중건 두 사람의 관점을 대비시켜서
읽어보면 참 재미있는데 한쪽은 아이디어 내고 돈을 쓸어가는 최고 경영자, 다른 한쪽은 목숨을
걸고 직접 뛰어야 하는 민초로 서로 너무나 대비된다.
어쨌든 이렇게 위험하고 큰 비즈니스를 수의계약으로 즉시 처리할 수 있었던 것이 수완이다.
어느 나라든 수의계약은 막대한 특혜로 간주되어 감사가 따르게 마련인데 전시의 보급은
장병의 소중한 목숨이라는 논리를 내세워 강조해서 어떻게든 따낼 수 있었다고 한다.
이 수송을 담당하기 위해 한국에서 관련 장비를 끌고 가는 장면은 후일 율산이나 현대가
보여준 기발하고 대담한 아이디어와 큰 차이가 없다.
하여튼 한국사람은 몰리면 무언가 짜내는 저력은 있는 것 같다.

여기까지는 재미있게 읽은 사업가의 성공담이고
조부회장 비즈니스의 어두운 점, 아쉬운 점이 거의 담기지 않아서 책의 균형이 잡히지 않았다.
부하 직원을 칭찬하는 모습도 잘 안보이고 회사 전체의 먼 비전을 놓고 이야기하는 것도
그렇게 눈에 띄지 않는다. 삼성이나 현대의 창업자 이야기를 읽는 것하고는 역시 격이
다르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다.
물론 그럼에도 대한항공은 화물운송의 탑 클래스를 차지하는 훌륭한 회사다.
아쉬운 점은 위아래의 균형이 덜 잡힌 군사적 스타일이라고 들었는데 책을 읽으면서
그러한 면이 최고경영자에게서도 고스란히 나타나는 것 같아 보였다는 느낌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