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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지대
에이드리언 J. 슬라이워츠키 지음, 이상욱 옮김 / 세종연구원 / 2005년 8월
평점 :
절판
많은 경영자들이 열심히 일해라라고 이야기한다. 매출목표를 제시하고 동기를 부여하고 히트상품을 개발하라고 독려하는 등의 일련의 활동이 그들의 몫이다. 이렇게 모두가 할 수 있고 널리 퍼진 이런 경영 방식은 기업을 남과 다르게 차별화시키지 못한다. 반면 특출난 성과를 올리는 기업들을 관찰해보면 일이 반드시 될 수 밖에 없게 만드는 독특한 비즈니스 구조를 만들고 있다. 그렇게 기업의 디자인을 만들어가는 위대한 경영자들에 대한 이야기가 이 책에서 펼쳐진다.
전통적 기업에서는 매출의 증대가 지상명제였다. 점유율을 높이면 자연스럽게 이익이 따라온다. 상당 부분 이 이론은 맞다. 구매의 효율화, 경험의 반영에 따른 효과, 넓은 영업망 구축 등 성장에 따른 효과는 많이 나타난다. 하지만 그것이 꼭 맞다고 볼 수는 없다. 철강산업, 항공산업, 자동차산업 등 여러 분야에서 1등이 오히려 수익이 떨어지는 현상이 나타난다. 이들 기업의 경영자들이 환경 탓을 할 때 오히려 자신의 기업을 성장시키는 경영자들도 나타나 대조가 된다. 원인이 무엇일까 곰곰히 따져보니 가치가 창출되는 수익지대가 기존과 달라졌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럼 돈을 버는 방식이 몇가지나 있을까 물으면 저자인 슬라이워츠키는 무려 20가지가 넘는다고 한다. 이 렇게 수익모델을 잘 이해해서 기업에 막대한 이익을 안겨준 경영자들을 여럿 소개하는데 GE의 웰치는 물론이고 코카콜라의 고이주에타, 디즈니의 아이스너, 스와치의 하이에크 등이 대표적이다.
코카콜라의 예를 들어보자. 콜라가 판매되는 방식은 여러가지로 존재한다. 햄버거 가게, 할인점, 자판기 등 매우 다양한데 장소마다 가격은 서로 다르다. 처음 고이주에타가 코카콜라를 맡았을 때 사업은 연관 부문으로 다각화되어 있어서 중심이 없었다. 반면 병입업자와 고객 관리에서는 상대적으로 뒤쳐진 상태였다.
고이주에타가 추구한 기업의 변화는 한방향이었다. 가장 수익이 많이 나는 부문을 직접 제어하기 위해
기업의 가치사슬을 확대하고 수익이 많이 나오는 부문은 직접, 단순 반복 작업은 외주로 나누어 관리한다.
바틀링이라고 해서 병에 콜라를 채워넣는 부분은 별도의 지주회사를 만들어 분리시키고 본사는 브랜딩에
집중한다.
이렇게해서 펩시와의 전쟁에서 승리를 거두고 기업가치를 대폭 늘려나갔다.
놀라운 점은 이러한 변모의 과정에서 버펫이 함께 했다는 것이다. 버펫은 버크셔의 자본을 대규모로 코카콜라에 투자했고 오랫동안 함께 하면서 성과를 나누었다. 그 때 버펫이 본 것은 코카콜라라는 기업이 변모해 가는 과정과 이를 리드하는 CEO 고이주에타에 대한 깊은 신뢰였다.
투자가로서의 이 과정은 마키노 요의 <나는 사람에게 투자한다>라는 책에 잘 나오는데 실제 기업이 경영적으로 어떻게 변모하는지는 이 책 수익지대에 잘 나온다. 두 책을 서로 비교해가면서 읽어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다.
한국에서도 이와 같은 수익모델 전쟁은 일어난다.
삼성전자의 경우 사업부별로 각기 다른 수익모델을 가지고 있다. 반도체는 선발자 이익을 얻기 위해 총력을 기울인다. 타이밍에 따라 이익의 규모가 달라지는 산업 덕분에 모든게 빨리빨리 처리된다. 다른 한편으로 휴대폰 사업에서는 유통망 전체에 대한 관리를 통해 가격통제를 실시한다. 코카콜라가 다른 파트너들에게 나누어 맡기던 역할을 점차 직접 관리하는 쪽으로 변모해간 것처럼 삼성도 제품의 재고 흐름을 모두 통제하는 것이다.
스와치의 모델은 SKT가 TTL 만든 것과 일견 비교될 수 있다. 저가형 상품을 내놓아서 경쟁자에게 미래의 고객을 넘겨주지 않으면서도 비즈니스 고객에 대한 비싼 서비스를 포기하지 않아도 되었다.
또 영화산업의 경우 디즈니 처럼 one-source multi-use를 위한 노력이 가속화되고 있다.
수출을 통해 판매처를 다양화함으로써 이익을 늘린다거나 드라마의 주제가 음반제작을 통해 수익을 늘린다거나 또 영화와 게임 등을 서로 오가게 한다거나 하는 노력들 모두가 수익모델의 응용이다.
어쨌든 슬라이워츠키의 이 책은 오랜기간 함께 할 작품으로 주변에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