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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들의 혁명놀음
우태영 지음 / 선 / 2005년 7월
평점 :
이 책의 주인공 김영환이라는 서울법대 82학번의 학생운동가다. 저자는 조선일보 기자로 과거 서울대학교 출입담당자였다고 한다.
김영환과의 긴 인터뷰를 통해 유신말기, 전두환정권 그리고 최근의 북한민주화운동까지 이어지는 삶의 변천을 보여준다. 김영환은 80년대 학생운동권에 꽤 큰 영향력을 가졌던 주역이었다. 한나라당 국회의원인 원희룡과도 오랜 교분이 있었다. 반면 현재의 주소는 북한민주화 운동의 주창자이니 삶의 진폭이 적지 않다고 볼 수 있다. 드물게 김일성 직접 면담을 그것도 이틀이나 할 수 있을만큼 운동에 깊게 빠졌던 그가 안기부 조사를 거쳐 일종의 사상전향을 하게 된다. 당시 여기 알라딘 대표인 조유식씨까지 관련되어 조사받았던 것을 보면 파급효과 또한 작지 않았다.
이렇게 변모해가는 모습을 통해 저자는 학생운동 핵심그룹들의 흥망을 서술한다. 조선일보 기자답게 젊은이들의 열정을 치기로 비유한다던가 현실화된 권력인 전두환을 인정하지 않는 무모함을 보이는가, 왜 졸업이나 제대로 하고 사회활동 하면 훨씬 대접받을 건데 그렇게 도망다니냐는 등 비꼬는 투의 서술이 여기저기 들어간다.
굳이 그런 말투를 일일이 신경쓰다보면 책을 집어든 처음 취지까지 벗어날 것 같아 치워두고 계속 읽어내려 갔다. 관심가는 부분은 본인의 심경변화인데 가장 큰 계기는 직접 김일성을 만나면서 였다고 한다. 당시 평양거리가 보여주는 매연차량들은 환경운동에 관심많던 김씨에게는 의외였고 주체사상이 너무나 완벽해서 아무도 토론하거나 감히 주석을 달지 못하는데 답답함을 느꼈다.
그래서 돌아오자 자신을 내세웠던 혁명운동을 포기시키느라 후배들을 고시원으로 보냈는데 나중에 이들이 아예 고시까지 합격해버렸다고 한다. 참고로 원희룡도 비슷한 경로의 케이스다.
나중에는 역으로 북한민주화 운동에 나서서 북한주민의 인권을 이야기하며 반 김일성 운동까지 나서게 되니 세상의 변화에 따라 사람도 많이 바뀌는 것 같다.
그의 어머님에 대한 이야기도 애틋한데 87년에 김대중이 출마한다고 하니 내자식 감방에서 풀려나기 틀렸구나 하고 눈물을 흘린다거나 - 참고로 김대중과 김영삼은 후보단일화 실패와 단독 출마 사건에 대해서 한번도 사과한적이 없다.
어쨌든 긴 이야기속에서 고뇌에 찬 학생이 운동가로 변모하고 다시 그 이념을 버리는 과정을 보여주며 사상의 무상함을 느끼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