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티브는 이런 영어에 화낸다
David A. Thayne 지음, 김주미 옮김 / 두앤비컨텐츠(랜덤하우스코리아)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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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편하게 쭉 읽어내려가면서 자신의 회화 습관을 돌아보게 만드는 책이다.

문법과 단어 중심의 공부를 하다보니 막상 외국인들을 만날 때 주눅이 들게 마련이다.
어렵게 입을 떼서 몇마디 하면 상대방이 알아듣기 힘들어하는 표정을 보게 된다.

거기까지는 그렇다치더라도 이 책에 나오는 식으로 상대방을 화나게 할 정도의 표현을 쓰면 안 될 것 같다.
Do you have drug?이라는 질문에 I have drug. 이라고 답했다가 마약 소지자로 취급될 뻔 했다는
사례와 워낙 유명하다. 그런데 아쉽게도 그런 어려운 상황이 생각 보다 자주 발생하게 된다.

그런 아쉬움을 보면서 외국인인 저자가 한국사람의 실정에 맞게 책을 편집해주었다.
자매편인 <네이티브는 이런 영어에 반한다>와 비교되는데 이 쪽은 tape은 없다.
아마 화내야 할 표현은 굳이 따라할만한 내용이 아니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편하게 한번쯤 읽어볼만한 책으로 편집자의 의도가 신선하다고 평할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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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홀한 맛 기행
김재준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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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김재준 교수의 이 책은 다양한 시선을 담고 있어서 좋다.

음식문화를 어느 한나라의 그것에 고정하여 다루지 않고 다양하게 접한다. 이는 본인의 유학 등 여러나라에서 겪은 삶속의 체험이 반영된 것이다. 더욱 좋은 것은 먹는 것 자체에 집착하지 않고 문화, 경제, 사회의 여러 분야에서 바라보려고 노력한다. 경제학자로서 세상을 다양하게 보는 측면도 있지만 미술품 매매의 경험을 비롯해 어느 한곳에 머물지 않고 계속 체험해가는 노력의 결과라고 보여진다.

저자는 이를 위해 때로는 일본만화까지 파고들면서 맛의 본질을 알고자 노력한다. 근엄한 교수님으로 상아탑에서 이론강의만 하는 것이 절대로 아니다. 또 자신의 경험에 권위를 붙여서 주변에 강요하는 태도를 취하지도 않는다. 음식이란 원래 나라마다 차이가 있고 개인마다 개성이 다르다. 따라서 처음 상대방의 문화를 받아들일때 원래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것은 한계가 있다. 유제품에 익숙치 않은 사람에게 치즈의 고랑내를 적응하기 어려운 것은 역으로 김치를 타문화권에게 소개하기 어려운 것과 마찬가지다.
그래서 어느 정도의 현지화 내지 주체적 소화과정을 겪어야 한다. 일본의 프랑스 문화 수용이 그렇다고 한다. 처음에는 프랑스식을 고대로 따르다가 점차 일본화를 통해 자기식의 프랑스 식당을 내고 그게 더욱 잘 받아들여지고 프랑스 본토에서도 인정해준다고 한다. 만화 대사각하의 요리사의 경우 그러한 자부심의 결과물이다.

글이 주간지에 연재되던 내용을 정리한 것이라 기본적으로 쉽다. 매편 마다 거기에 맞추어 우리가 주변에서 접할 수 있는 식당을 소개하는 것도 좋다. 최근에 어느 주간지에서 뉴욕 식당을 꾸준히 소개하는 것을 보고 머리가 이렇게도 안돌아가는지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부분의 사람이 직접 가서 체험해보기 어려운 그림의 떡을 꾸준히 보여주는 배포가 놀랍기만 하다.
미술,음악과 마찬가지로 음식 문화 또한 이론과 경험이 잘 조화되어야만 하기 때문이다.

어쨌든 저자의 꾸준한 노력으로 우리 주변에 맛 문화의 탐구서 하나가 추가 된 점을 감사하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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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여성 한분이 바둑을 배우겠다고 오셨다. 왜 배우고 싶으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 " 바둑에 인생이 들어가 있다고 하더러, 그래서 바둑을 배우고 싶다" 였다. 너무 어려운 답변인지 바둑은 오락입니다라는 표정으로 쳐다보던 기원의 사범의 모습이 어색해보였다.
내가 지금 보아도 바둑에 인생이 다 들어가 있다고 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기업의 경영을 논하는 입장에서 보면 바둑에 경영의 모습이 들어가 있다고 보는 것은 꽤 타당한 것 같다.

우선 바둑은 싸움의 기술이다. 상대방이 있고 서로 경쟁을 하는데 머리를 써서 이득을 취하면서 궁극적으로는 승리를 얻으려고 한다. 이 과정을 찬찬히 보면 전쟁과 유사하고 현대 기업들의 경쟁과 유사하게 된다. 덕분에 이 세가지를 묶어서 생각하면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다.

올리버 스톤의 월스트리트라는 영화를 보면 미국 최고의 투기꾼이 손자병법에 대한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바로 이 책 손자병법이 싸움의 과정에서 가장 먼저 알아야 할 것은 상대방과 나의 실체라고 강조한다. 내가 약할 때 정면대결은 매우 무모한 결과를 만들어낸다. 이 때는 차라리 싸움을 피하고 우회공격을 하는 쪽이 좋다. 마찬가지로 바둑에서도 상대방에 대한 공격을 강조하기 보다 나의 안정이 우선시 되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한다. 아생연후살타, 내가 불안한 곳에서 상대와 싸우지 말라는 격언들이 그러한 가르침이다.
또 상대의 강점이나 약점이 파악되지 않았을 때 무조건 달려드는 것도 피하라고 한다.

다음으로 싸움에 들어가면 전략이 필요하다. 전면전, 포위전 모두 힘을 위주로한 공격이다. 단 바둑이란 한 수 한수 서로 두기 때문에 상대를 포위한다는 것은 내가 엷어지기 십상이다. 이럴 때 한곳이라도 포위망에 구멍이 뚫리면 결과가 허망해진다. 역사적으로 전쟁을 보아도 섯부른 포위가 참패로 이어진 예가 많다. 하지만 상대의 약점을 냉철히 꽤둟어 볼 힘이 없다면 이런 포위에 기가 죽어 그대로 침몰하게 될 수 도 있다. 상대가 약하면 내가 강한척 하는 엄포 전술이 통한다는 점은 포커와도 비슷하다. 바둑에서도 양쪽의 수준이 비슷할 때 보다는 접바둑을 둘 때 이런 상황들이 많이 나타난다.

바둑에서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돌의 효율이다. 가장 좋은 것은 한 가지를 놓고 양쪽을 쳐다보는 것이다. 이럴 때 상대방은 당황하게 된다. 전쟁터에서도 요충지라는 곳은 대체로 여러곳을 제압할 수 있는 공간이다. 전쟁이란 지리적 공간을 해석해서 군대의 배치를 그려내는 시뮬레이션 역량을 요구하는데 비해서 바둑은 기존의 놓인 돌의 배치를 통해 지리적 공간을 만들고 상대방과의 대결에 대해 수읽기라는 시뮬레이션을 대입시키게 된다. 어쨌든 항상 하나를 투자해 둘 이상을 얻을 수 있는 요충지를 찾아야 한다.
기업이라면 어떨까 이런 노력을 효율성을 높이는 작업이라고 할 수도 있고 특정한 플랫폼을 장악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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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 1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
박경철 지음 / 리더스북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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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삶과 죽음의 경계를 걷는 사람들에게 마지막 희망이 되어주는 존재가 의사라는 생각을 갖게 했다.
내가 여기서 무너지면 환자는 바로 그 경계를 넘어간다는 믿음으로 자신을 추스리며 10여시간 이상을 메달리기도 했고 밥먹을 시간 없이 지내나가 복도의 차가운 돌과 키스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한마디로 앞으로 고꾸라지는 모습)

의사로서 사람 살리는데 있어 한점 부끄러움 없었냐고 물으면 절대 그렇지 못하다고 한다. 때로는 자신의 결단력 부재에 때로는 제도의 부실함에 주저 주저 하다가 떠나보낸 생명을 보면서 후회를 깊게 한다. 그 보답은 다른 의사라면 놓쳐버릴 삶을 자신의 힘에 의해 살려낸 숫자가 훨씬 더 많기를 바랄 뿐이다.
하지만 그런 소망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쉽게 죽음으로 가는 길을 막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다고 한다. 죽은 자식의 뒤를 따르려는 어머니의 모습이 불안해보여 연락을 취해보라고 주변에 지시했지만 행정적이고 타성적인 반응만 나온다. 결국 죽음을 막지 못한 자신에 대한 책망은 주변 의료시스템과 사회안전망에 대한 분노로으로 이어지게 된다.

가만 놔두면 악화될 환자에게 예방적 투약을 어렵게 만드는 보건시스템이라던가 농촌의 가난한 농부들에게 농약 권하는 사회, 20세 아름다운 젊은 여성을 자살로 내모는 성폭행범 등 분노는 여기 저기 우리 주변을 오간다. 아 사회에 이렇게 그늘진 모습이 많구나 그리고 그 그늘이 무한히 짙어지는 곳에 바로 이런 시골의사 같은 사람이 서 있게 되는구나 하는 느낌이다.

저자의 모습이 아름답긴만 한 것은 절대로 아니다. 여호와의 증인이라는 이유로 수혈을 회피한 후배 여자 의사의 뺨을 후려쳐야 하는 사건도 있고 사람 목숨이 경각을 오가는 상황에서 위아래 선후배 사이에 잡힌 군기는 때로 발길질도 오가게 된다. 환자의 가슴을 절개할 때 피가 솟구쳐 옷을 모두 버리게 만들기도 하는 모습 정도는 약과다.

그럼에도 시골로 내려가 고향분들과 함께 자신의 길을 가는 모습을 보면 아름다운 동행이라는 표현이 적절하구나 느끼게 만든다.

참고로 저자는 주식시장에서 꽤 이름이 알려진 고수다. 증권방송에 주기적으로 나와 자신의 견해를 분명하게 이야기하는 것으로 인기를 누리고 있다. 가끔 그런 모습을 보면서 의사가 무슨 여유가 많아 증권도 하나 병원이나 잘하지라는 생각을 품은 적이 있다. 실제 그의 병원에 몸이 아픈 환자가 아니라 주식 환자가 더 많이 찾아온 적도 있다고 들었다. 그러던 차에 이 책을 보니 남의 삶을 소중히 여기는 만큼 자신의 삶에 대한 애정이 많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주어진 촌음을 아껴가며 자신의 존재로 자신과 남을 모두 행복하게 만들려고 노력하는 시골의사의 모습을 보며 많은 자극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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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만화의 사회학 - 만화사적 접근을 통해 본 경쟁력의 기반 서남동양학술총서 29
정현숙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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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만화를 보면 소재의 다양성과 표현의 치밀함에 놀라게 된다.
아동,소년소녀물에서 출발해서 성인들이 관심가지는 진한 사랑, 험한 결투들로 넘어가고
정치(정치9단),경제(은과 금) 등 무거운 주제와 음식(맛의 달인),그림(갤러리 페이크) 등으로 자유롭게
누비고 다닌다. 특히 인간의 심리에 대한 세세한 표현력을 보여주는 작가의 솜씨에 늘 감탄을 멈추기 어렵다.

이런 만화를 만들어내는 사회구조는 무엇일까? 만화를 둘러싼 여러 사람들의 모습은 어떠한 것일까 생각해보는 게 이 책의 주제다.
우선 만화가 발표되는 매체로 잡지와 단행본 두가지를 들 수 있다. 잡지는 일정 주기로 발간되고 회사의 편집부의 의도가 많이 반영될 수 있다. 수백만부의 발행 부수를 자랑한 소년 점프의 경우 건전한 기풍을 주제로 삼고 작가를 유도했다고 한다. 대규모 위력을 발휘하는 매체에서 성장할 수 있지만 반대로 아주 전문화된 곳에서 출발할 수도 있다. 카이지로 유명한 후쿠모토 노부유키가 도박관련 잡지에서 시작한 것은 좋은 예다.
우수한 작품이 나오기 위해서는 만화작가에 대한 사회적 대접 또한 좋아야만 한다. 5000명에 달하는 작가들의 활동 이면에는 분명 만화가로서 국민훈장을 받았던 데즈카 오사무의 활약이 머리에 남아 있을 것이다. 거기에 비하면 이현세와 같은 일류 만화가들이 검찰의 손에 의해 범법자 취급 받는 한국의 풍토는 얼마나 부끄러운가? 일본만화 칭찬하면 민족주의적 태도로 시비거는 사람들이 종종 있는데 이 분들에게 먼저 이런 불합리한 풍토에 대한 애정부터 빨리 거두어주었으면 좋겠다고 충고하고 싶다.

만화도 일종의 연예 사업이라 미디어 믹스가 중요해진다. 만화로 만들었던 내용을 애니메이션으로 다시 캐릭터와 게임으로 포장해서 수익을 올리는 것이 경제적으로 중요하다. 건담이 TV시리즈에서는 적자지만 완구 회사에서 꾸준히 서포트하면서 롱런하고 최근에는 아예 온라인 게임의 모습을 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런 구조 덕분이다. 반면 한국에서는 아직까지 캐릭터화에 성공한 작품은 둘리, 허영만의 날아라 슈퍼보드, 마시마로 이렇게 세가지 뿐이라고 한다. 하긴 카트라이더와 같은 게임 캐릭터가 초등학생들 가방에 등장하는 것을 보면 새로운 가능성을 느끼게도 한다.

최근 스크린쿼터 개방 논쟁을 보면서 노무현까지 나서서 이만큼 키웠으면 이제 독립하라고 말하는 모습을 보았다. 그렇게 키우는데 본인이 기여한게 있나 갸우뚱 하는데 과거 만화산업이 일본만화에 참담히 무너진 모습을 상기시키는 글을 읽게 되었다. 한때 수많은 대본소를 만들며 호황을 누렸는데 여기에 쉽게 적응하느라 스토리 개발 없이 반복적으로 작업할 수 있는 공장시스템을 만들어 부수만 늘리다가 일제히 몰락해버린 한국만화의 비참한 모습이 나온다. 당시 몰락에 큰 기여를 한 것이 바로 일본만화였다. 그들은 굳이 한국만화를 몰락시키려는 의도를 가지고 적극적으로 달려들지도 않았다. 하지만 이미 일본에서 유료독자들의 수에 의해 충분히 성장한 작품성 좋은 만화를 싸게 공급하는 것 하나만으로도 한국만화산업은 휘청하게 된다.
지금도 드라마 등에서 보여준 한류가 전혀 먹히지 않는 분야가 바로 만화 산업이다.

어쨌든 문화산업에서의 경쟁력 논의는 한두가지 요소만으로 쉽게 결정하기 어려운 문제다. 똑 같은 우행이 영화에서는 반복되지 않기를 바랄뿐이다.
이 책으로 돌아가서 보자면 소개서 보다는 학술논문과 유사한 체제로 되어 있다. 읽기가 아주 불편한 것은 아니지만 흥미를 계속 끌어나가는 스타일은 아니기 때문에 감안해야 한다. 일본 만화관련한 다양한 주제를 다루었다고 할 수는 있지만 아주 생생한 느낌이 들지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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