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생활을 하다보면 여러가지 유형의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특히 회사를 옮길 때 새로운 기업문화를 만나는데 과거와의 차이가 많이 느껴질 때가 있다.
일반적인 대기업의 경우 공동체적인 기업문화가 주류를 이룬다. 끌어주고 밀어주고 서로를 위해주는
면모가 많고 장기적인 운명공동체로의 성격이 크다. 그래서 동호회나 경조사가 매우 활발하다. 반면 회사의 이력이 짧은 경우나 이직이 많은 경우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언제 헤어질 지 모르는 사이들 끼리 그렇게 경조사에 대한 의욕이 강하기는 어렵다.

이런 문화의 차이 속에서 상사를 만날 때 어려운 경우도 발생한다. 대기업이 생각하는 표준적인 이미지와는 다르게 급속히 만든 회사에는 단타형 상사도 존재한다. 나중에 무엇을 줄 것처럼 약속은 하고 오늘 쥐어짜는 스타일도 있고 금방 큰일을 할 것처럼 장담하고도 막상 나중에 해내는 것이 없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과거의 이력을 알고보면 이런 인물들은 상습범인 경우가 많다. 또 자신은 알지 못해도 아는 척을 하다보니 허세를 부리게 된다.

너무 극단적인 예를 들었지만 실제 이런 인물을 자기 삶속에서 만나게 되면 매우 황당하다. 처방은 몇가지가 있지만 우선 초기에는 충돌을 피해야 한다. 왜냐하면 어느 조직이든 새로 사람을 뽑으면 당분간은 힘을 실어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대방을 너무 원망해서도 안된다. 원래 그런 인간이라 어쩔수 없고 조직이 이런 인간을 뽑은 것도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주변에 의사표현을 하면 다 인사팀의 레이더망에 의해 귀에 들어가게 된다. 믿고 이야기해도 알고보면 남에게 이야기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존재하기 마련이다.

외형적으로 따라가면서도 지켜야 할 것은 있다. 부정행위에 대한 동조는 하지 말아야 한다. 과거처럼 상사가 책임을 지기를 기대하는 것은 안된다. 부당한 지시를 하고 본인은 쏙 빠지는 경우가 발생할 때 덤터기를 쓸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상사의 부당한 지시에는 자신의 주견을 분명히 해나가야 한다.

하지만 기회는 있다. 허세는 영원히 계속 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서서히 그의 본색이 드러나서 많은 사람이 알게되면 상황이 달라진다.

어쨌든 유동성이 많은 직상생활에서는 믿음이 줄어든다. 그러다보니 각자가 속을 잘 드러내지 않고 포커 페이스를 하면서 적당히 맞추어주는 행동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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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뜻하고 잔잔한 영화다. 워낙 유명한 제인 오스틴의 원작을 가지고 만든 작품이라 스토리는 탄탄하다.
단 소설로 제법 되는 분량을 압축시켜 스크린에 담다 보니 인물들의 묘사에 필요한 장면들은 아무래도 부족하다. 원작이 1800년대 초반 영국에서 작가의 주변에 실존했던 세계를 묘사했는데 특히 심리적인 부분을 잘 다루어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고 한다. 그런 면모들을 살리려고 감독은 여러가지 노력을 한다.

주인공 리지의 약간 도발적인 말투를 고려해서 배우의 외모를 선정했다고 보여진다. 당대 사회는 여자들에게 꽉 짜인 규범을 부여했다. 여자는 결혼이 지상의 과제고 이를 위해서 요조숙녀로서 갖은 기예를 닦고 얌전히 집에 틀어박혀야 한다. 때 되면 사교계에 나와서 얌전을 떨고 돈많고 신분 좋은 남자를 잘 찍어야 한다. 이런 딸들을 위해 막대한 지참금을 지불해야 하는 부모들의 마음은 무겁기만 했다. 돈돈돈. 어디에도 돈 이야기 뿐이다. 남자들은 수입이 얼마인지를 가지고 평가 받고 여자들은 반대로 가져갈 수 있는 지참금에 의해 평가 받는다. 하지만 아쉽게도 리지의 집은 아예 딸에게는 상속권도 없고 덕분에 지참금도 거의 없게 되니 최악의 상황이다. 얼굴은 조금 이쁘다고 하지만 나이도 이제 꽉 찼다. 20대 후반의 나이는 아마 지금도 노처녀 취급을 받을 것인데 당시라면 어떠했을까 굳이 어렵게 상상해보지 않아도 뻔하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꿈이 있다. 자신의 개성을 포기하지 않고 진정한 사랑을 기대하는 것이다. 안락함은 충분히 보장되는 교구 목사님의 사모님이 되는 것도 가볍게 제껴버린다. 덕분에 어머니와 의절(?)하게 되지만 이게 다 인생지사 새옹지마라는 걸 보여주는게 작가의 의도다. 영화 장면을 찬찬히 살펴보면 청혼을 과감히 거절하고 도망가는 리지와 쫓아가는 어머니의 장면에서는 뒤뚱뒤뚱 걸어가는 오리의 모습이 보이고 아버지를 만날 때 하늘을 날아다니는 백조의 모습이 비추는데 이를  보고 내 머리에 미운오리새끼가 떠 올랐다면 너무 오버인가?
리지가 원하는 것은 결코 돈과 지위는 아니었다. 오히려 진정한 사랑을 갈망했기에 그녀에게 남다른 인연이 다가올 기회가 된 것이다.
그녀의 강점 중 하나는 독서에 대한 열정이다. 저자의 모습이 얼마간 오러랩되는 이미지인데 밀란 쿤데라의 참을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 나오는 테레사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독서는 남과 다르다는 표식이 된다. 아마 알라딘의 서재달인들이 반가와할 대목일 것 같다. 어쨌든 독서의 결과는 우선 자기 가치관의 확립이다. 견고한 기반을 바탕으로 그녀는 상대가 누구든 자신의 의지를 강하게 표현할 수 있다. 모두가 요조숙녀인척 할 때 당당하고 생동감 있는 그녀의 모습은 군계일학으로 보일수도 있다. 물론 역으로 어머니의 눈에는 주제 넘는 천방지축이지만. 어차피 그녀의 진정한 가치를 알아 볼 수 있는 존재는 단 한사람이면 충분하니까. 
하지만 그녀에게도 약점은 있다. 의견이 분명하지만 그 의견을 확립할 때까지 너무 빨리 나간다. 덕분에 상대방에 대한 견해를 빨리 확립하는데 때로 그 믿음이 틀릴 수도 있다. 오만한 다이시에 대한 그녀의 견해가 편견으로 밝혀지는 과정이 바로 소설의 백미다.

소설의 맥은 신데렐라에서 온다. 분명 영국은 지금도 신분이 나뉘어진 나라다. 귀족은 귀족대로 서민은 서민대로 자신의 문화를 유지한다. 반명 혁명의 전통을 가진 프랑스나 비스마르크에서 히틀러까지 국가사회주의 전통을 가진 독일은 이러한 차별이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그런 나라에서 지참금 없는 나이든 노처녀가 영주가문과 결혼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 센세이널 한 뉴스다. 사회가 나뉘어 있는 한 그 경향은 꺽이지 않을 것이다. 지금도 한국 드라마의 적어도 80% 이상이 신데렐라 이야기인 것을 보면.

어쨌든 이 작품의 가치는 등장 인물의 심리에 대한 치밀한 묘사다. 연애편지에 담긴 글귀 하나 하나가 표현하는 심리의 변화, 무도회를 비롯한 수 많은 만남을 통해 이리저리 뒤바뀌어 가는 젊은 연인들의 마음을 읽어가는 작업은 꽤 재미있다. 개인적으로 이 작품을 잡자 날을 새워가면서 단숨에 읽었던 기억이 난다. 그만큼 옛날 작품이라 해도 공감이 가고 여운이 오래 남는다.
그래서 후속타가 이어지는데  에서 여주인공 맥 라이언은 이 책을 수십번 읽었다고 한다. 그 영화 또한 기본 골격은 오만과 편견의 흐름을 그대로 따라가고 있다. 최근 한국에서 나왔던 후아유도 비슷하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럼 이렇게 뻔히 결말을 아는 소설을 가지고 만든 영화를 볼 필요가 있냐고 묻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모르는 소리 아무리 상상력이 풍부하고 독서가 넓은 사람의 머리속에도 당대의 풍습을 넓은 대지와 아름다운 성곽에 담아 내기는 어려울 따름이다. 영화는 그렇게 시각적인 면을 통해 독자의 상상을 교정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이 작품은 거기에 더해서 클래식의 선율과 우리가 교육받은 미국식 영어와는 다른 말투에서 오는 거리감까지 선사해준다.

굳이 영화에 더해서 사족을 달자면 마지막에 두 연인이 보여주는 사랑놀음은 원작에는 없다. 원작은 사랑은 여전히 형식적인 모습들만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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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술 2006-03-25 0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멕 라이언 나오는 영화 이름이 안 보이네요. 안녕하세요? 가끔 들어와 님의 날카로운 식견에 감탄하고 돌아가던 독잡니다. 앞으로는 가끔 질문도 하겠습니다.

사마천 2006-03-25 1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you've got mail인데 썼다고 기억합니다만 없네요. 쩝.
심술님 반갑습니다. 종종 뵐께요.

릴케 현상 2006-03-27 1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보고 싶네요

사마천 2006-03-27 17: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산소 같은 영화입니다. 영국의 대지와 고풍스러운 건물들, 그리고 착하고 바쁜 젊은 연인들 ^^

릴케 현상 2006-03-28 2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봤삼^^ 동의

사마천 2006-03-28 2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제가 결국 영화 보시게 만들었군요. 축하드립니다. 늘 즐거운 시간이 되시기를.
 
부와 권력의 대이동 (반양장)
클라이드 프레스토위츠 지음, 이문희 옮김 / 지식의숲(넥서스) / 2006년 1월
평점 :
절판


전세계 국가들을 대상으로 서로 얽히고 ˜鰕?관계들을 찬찬히 뜯어보이면서 미래를 전망한 책이다.
저자는 미국의 고위관직도 거쳤고 연구소를 설립해 다각도로 분석을 수행하였다. 공직에 있을 당시에는 미대통령 전용기인 에어포스에도 탑승했으며 상무장관으로 유명한 말콤 볼드리지와 일한 경험도 보여준다. 교분관계도 넓어서 싱가폴 이광요 수상이야기도 나오고 헤지펀드로 유명한 소로스, 내일의 금맥의 저자인 홍콩의 마크 파버 등 세계의 오피니온 리더들과 직접 대화를 해왔다.

이번 책에서 그의 시선은 미국에서 출발해서 중국의 제조업, 인도의 서비스업을 살펴보고 다시 유럽과 아메리카대륙의 브라질을 비롯한 여러 나라들을 두루 거친다. 그 과정의 경험 하나 하나를 담다 보니 책의 두께는 두꺼워졌는데 핵심 논리는 심플하다.

세상에는 일해서 돈 버는 개미 나라와 버는 것보다 많이 쓰는 베짱이 나라 둘이 존재하는데 한동안은 베짱이가 멋있어 보이지만 결국 개미에게 손을 벌려야한다는 것이다. 저자의 나라인 미국은 베짱이, 중국과 인도를 위시해 다른 많은 나라들은 개미로 볼 수 있다. 이 둘 사이의 향후 관계를 놓고 최근 재미있는 동향이 나타난다. 소로스와 더불어 버핏이 미달러 약세에 가세한 것이다. 평생 거의 해외투자를 하지 않았고 기업인들에게 존경받는 존재였던 그가 미국 달러의 전망을 불투명하게 보는 것은 꽤 충격이었다. 지난 수년간 어떤 해는 벌고 어떤 해는 잃었지만 최근 투자에는 가장 친한 친구인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까지 끌어들였다.
파는 쪽이 있으면 사는 쪽도 있기 마련이다. 이들 세계적 투자자들과 반대로 가는 흐름을 타는 사람들은 한국은행을 포함한 아시아권의 중앙은행들이다. 이들은 막대한 무역흑자를 국내에서 환수해 미국 채권을 사는데 쏟아붓고 있다.

그런데 만약 모두가 미국의 지불능력을 의심해 달러를 버린다면 어떻게 될까? 일종의 공황사태가 나지 않을까 염려된다. 그점이 두려워 서로 쳐다보고 있지만 미국을 연착륙 시키지 못한다면 결국은 우리 앞에 닥칠 것이라고 예측한다. 연착륙의 방법은 소비의 축소와 저축의 증대다. 우선 미국 정부부터 막대한 돈이 들어간 전쟁을 두번 치렀다. 그리고 소비 침체를 우려한 저금리 정책은 유래없는 부동산 상승세를 만들어서 모두를 기쁘게 만들었고 이는 곧 소비호조로 이어졌다. 반면 국내에서 더 많은 제조업이 중국으로 빠져나갔고 그나마 유지하던 자동차산업의 경쟁력은 급속도로 약화된게 현실이다. 여기에 더해서 이제는 서비스업도 인도로 넘어간다. 콜센터, IT개발을 비롯해 온갖 종류의 서비스산업의 일자리가 사라져간다. 이렇게 수입은 주는 것이 큰데도 소비가 늘어난다면 뭔가 문제가 나타날 수 밖에 없다.

그럼 앞으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미국정부에게 권하는 저자의 메시지는 더 이상 호감 받기 어려운 제국주의적 정책을 펼치는데 돈을 쏟지 말고 세제개편 등을 통해 저축 보다 소비 권하는 국내 환경을 바꾸라고 한다. 제조업을 버리면서 서비스산업의 경쟁력을 강조하는데 통신 및 교통 인프라가 과연 남보다 좋은가 되묻는다. 그 예로 한국이 보여주는 KTX의 빠른 속도와 무선통신의 다양한 서비스에 놀라움을 표시한다. 반면 미국의 교육은 학교에 경찰이 상주해야 할 정도로 범죄가 만연해 집에서 애들을 가르치려는 홈스쿨링이 늘어난다고 한다. 이 대목에서 그런 나라에 조기교육 한다고 애들 보내 기러기 아빠 한다는 것도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기는 했다. 어쨌든 세계를 돌아다니고 내부를 찬찬히 들여다보면 미국이 배워야 할 것은 겸손함으로 보인다. 상대방의 장점을 인정하고 서로 공존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야 하는게 앞으로 우리 모두에게 남은 과제다.

읽고 들었던 몇가지 생각 중 하나는 서비스 아웃소싱의 흐름에서 한국이 너무 동떨어져 있다는 점이다. 콜센터를 비롯해 IT 개발 등 많은 분야에서 일어나는 국제적 역할 재편에 있어 한국은 과도할 정도로 무심하다. 국민은행 김정태 행장이 시도했던 콜센터 연변 보내기 같은 문제가 노조와 금융당국의 방해로 좌절된 것 같은 문제가 계속 일어난다. 차라리 거기서 남는 돈으로 인력을 재교육 시키는 쪽이 훨씬 사회적으로 득일 것인데 말이다.
미국 달러의 장래에 대해서 이리도 걱정하는 사람이 많은데 열심히 통화안정채권 발행해 달러 사모으는 우리 한국은행을 보면 저기에 내가 내는 세금도 있는데 앞으로 어쩌나 하는 고민도 든다. 환율이 떨어져 걱정인데 이익은 유지해야 겠으니 납품업체 후려쳐서 단가 내리라고 하는 현대차의 최근 모습을 보면 이 책을 꼭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다. 스스로 미래를 내다보지 못한다면 남의 머리라도 빌려야 하지 않나?

이 책과 엇비슷하게 발행된 프리드먼의 평평한 세계에 대한 책의 논지와 비교해 볼 필요가 있는데 세계화는 거부한다고 꼭 피해갈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분석하고 나에게 맞는 위치를 찾아가는 것이 더 현명할 것이다. 세계화는 신자유주의와 동격이고 모두 제국주의의 음모 및 악이다라는 식의 논리는 도그마는 될 수 있지만 해법은 절대로 아니다. 세계가 하나로 교역하는 과정에서 서로 다른 시각은 여럿 존재한다. 그들을 놓고 무조건 묶고 거기다가 도덕적 판단 까지 더해 버리면 결국 만들어지는 건 단세포적인 인간이다. 입으로는 늘 뭐가 좋고 나쁘고 단언해서 그럴듯하게 보이지만 막상 일을 시켜보면 아무것도 풀어내지 못하는 그런 인간들 말이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보다 균형감 있는 세계관을 갖기 원하는 사람들에게 꽤 유용한 독서 경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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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케 현상 2006-03-22 17: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천이요^^

비로그인 2006-03-22 2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 당장 읽을 순 없는 책이지만 공감가는 내용이 많은 듯하네요
잘 읽고 갑니다..^^

사마천 2006-03-23 0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기 꽤 쉽습니다. 한번 관심 두시죠. ^^

한잔의여유 2006-03-29 15: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서평으로 많이 배워갑니다.저도 저 책을 평평한 세계와 비교해서 보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마지막은 같은 의견으로 공감합니다.^^ 그 대안의 부재가 지금 프랑스의 사태를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사마천 2006-03-31 0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토님/ 과분한 칭찬 감사합니다. 세계화도 어느 하나로 볼 게 아니라 다각도의 깊이 있는 분석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함께 그 분석의 길로 가보시죠. ^^
 
로마인 이야기 14 - 그리스도의 승리 로마인 이야기 시리즈 14
시오노 나나미 지음, 김석희 옮김 / 한길사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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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인물이 바뀌었다. 황제나 영웅이 아니라 그리스도교의 주교다.
제목인 그리스도의 승리의 결과가 상징하는 바를 잘 표현 한 것이다.
저자의 논조는 시종 그리스도교의 승리로 인해 다종교를 표방하던 로마의 정책이 무너졌고
덕분에 제국의 관용이 사라져 붕괴로 치닫게 되었다고 주장한다. 더불어 황제의 억제 정책으로
그리스 로마의 신전이 무너졌고 더불어 그 시대의 미술품들도 파괴되는 문화적 쇠퇴 또한 있었다고 한다.

그럼 이 시대에는 왜 종교의 변화가 있었을까 물어보자. 사람을 종교로 몰아가는 이유는 우선 현세에 있다.
국가가 제공하는 가치, 규범이 사람들에게 충분한 만족을 둔다면 내세로 달려가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 책 앞 부분에 나오는 로마의 전통귀족이 할 수 있는 일이란 현세에서 물러나 조용히 삶을 관조하다가 종교에 귀의하는 것 밖에 없었다. 과거 국가가 위기에 빠질 때 몸소 일어나 시민을 끌고 전장터로 나가거나 아니면 원로원에서 열변을 토해 국가의 방향을 잡는 일도 이제는 먼 과거다. 정치는 황제의 전제주의가 독점하고 전쟁은 변방에서 넘어온 이민족 장수들이 하는 일이 되어버렸다. 이들의 몰락은 한편으로 함께 했던 시민계급의 붕괴에 의한 것이다. 그들은 이제 빵을 받고 검투사의 목숨을 건 싸움에 열광하는 우중으로 전락해버렸기 때문이다.

이렇게 귀족은 유리되고 시민은 천민이 되고 군대는 이민족화된 사회가 계속 형태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은 그나마 종교라는게 당대 콘스탄티누스 황제의 결단이었다. 그 종교가 노예의 종교라는 비판은 맞다. 그건 먼 후대 니체도 지적했다. 그럼 이 대목에서 다시 물어야 할 것이 왜 그렇게 노예와 함께 하는 종교에 사람들이 몰두했냐는 것이다. 이건 일신교와 다신교라는 논점과도 맥이 이어지는데 일신교의 강점 중 하나는 사람이 평등하다는 점을 강조한다는 것이다. 반면 다신교의 경우 왕,귀족,평민,노예가 모두 각기 다른 곳에 자리를 차지한다. 이는 현대에 와서도 힌두의 인도와 이슬람의 파키스탄 두 나라에서 비교가 된다.
로마의 경우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풀어갈 힘은 없었고 덕분에 히브리적 요소인 일신교의 세력에 체질이 바뀌어버릴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어쨌든 마음에 들지 않아도 시대는 그렇게 흘러가버린다. 배교자 율리아누스의 짧게 끝나버린 치세가 매우 안타까웠기에 꽤 길게 서술해보았지만 큰 흐름은 어쩔 수 없다.
시오노 나나미의 14권에서 아쉬운 점은 작가가 잘못된 길로 간다고 한탄하는게 아니라 좀 더 왜 그렇게 갈 수 밖에 없었는지 파고들지 못했다는 것이다. 특히 사회경제적인 변화가 거의 다루어지지 못하고 정치영역에만 서술이 머물러서 아쉽다.

참고로 하나 더 하자면 미야자키 이치사다가 서술한 중국중세에 대한 책을 읽어보면 로마 후기와 매우 유사하다는 점을 발견하게 된다. 이민족의 유입, 귀족의 사회로부터의 유리, 평민층의 붕괴 등 한두가지가 아니다. 그 귀결인 안록산의 난이 당나라의 붕괴를 만들어낸 것처럼 로마의 경우도 이제 이민족 장수들의 권력쟁탈전만 남겨놓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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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빅뱅 - 한국이 바뀐다
김택환.이상복 지음 / 박영률출판사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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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루한에 의해 미디어라는 개념이 등장한 이후 우리 주변에 요즘 처럼 새로운 미디어가
폭팔처럼 늘어가는 시대는 없었다. TV가 케이블, 위성으로 늘어나더니 이제 DMB라고
손에 잡힌다고 주장한다. 한숨 돌리자마자 IP-TV라고 해서 PC에서 TV보는 기술인지 아니면
TV에서 인터넷 하는 건지 헷갈리는 내용이 나타난다.
잘 모르겠다고 갸우뚱거리자 얼마전에 보았던 VOIP라고 해서 인터넷에 목소리 실는 기술과
유사하다고 한다.
통신쪽은 또 어떤가? 음성과 데이터가 수시로 서로 교차하는데 와이브로, HSDPA 이렇게
비슷비슷한 신개념들이 나타난다. 2G, 3G 등 세대 개념도 압박감을 더해간다.

혼돈속에 가만히 있자니 통신,데이터,방송 셋을 놓고 한번에 해결하자고 나온다고 한다.
그런데 여전히 헷갈리는 것이 최후에 이기는 주체가 cable 사업자인지 무선사업자인지 그것도
잘 모르겠다.

한마디로 미디어 빅뱅의 시대다. 이런 빅뱅을 앞당기는 힘은 한쪽은 기술을 적극 적용해나가려는
사업자, 다른 한쪽은 이를 적극 활용하려는 사용자에 있다. 서로 밀고 당기면서 시대를 앞장서 나간다.
IT강국이라고 하지만 그 동안 한국은 반도체와 같은 부품업에 치중했다. 처음 세계 일류로 인정받은 것이
핸드폰인데 이는 CDMA와 같은 서비스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덕분에 한국은 대표적인 실험장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와중에서 사용자 뿐만 아니라 정부도 헷갈린다. IP-TV라면 방송의 영역으로 보아야하는지
아니면 통신서비스로 보아야하는지를 놓고 부처간의 견해가 대립된다. 방송쪽은 공공성, 서비스는
수익성을 강조하기에 양쪽의 사상 자체가 다르다.

이렇게 발전하는 분야가 있는가 하면 점점 내려앉는 분야도 있다. 신문과 공중파 방송이다.
스포츠신문의 경우 벌써 도산하는 업체가 속출하고 일반 신문들도 사정이 낫지 않다.
KBS가 보여준 막대한 적자와 이를 빌미로 진행하려는 시청료 인상에 대해 소비자들은 냉담하다.
과연 그만한 값어치가 있는지를 묻는 것이다.

기술의 변화, 경계의 붕괴, 높아지는 사용자의 욕구 등 거대한 흐름속에서 미디어의 미래를
짚어주는 좋은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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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3-19 10:44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