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로 산다는 것
김영익 지음 / 스마트비즈니스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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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한국의 증권산업은 새로운 도전을 맞고 있다.
한때는 대박을 가져와 1등 신랑감으로 치켜세워지다가 어느새 돈벌이도 못하며
주변사람까지 말아먹는 기피대상이 되기도 했다.
다시 저성장, 저금리 시대를 맞아 펀드 바람과 함께 주식시장에도 돈이 몰리며 증권시장
종사자들의 가치 또한 높아지는 르네상스를 맞고 있다.

이때 찬찬히 살펴야 할 것은 하락과 상승을 겪으며 사람이 바뀐다는 것이다.
한번 우연찮게 2000년쯤에 나온 증권 소개서를 보다보니 각 증권사 리서치 헤드의 면면이 나와 있었다.
그 중에서 지금도 리서치를 담당하는 분은 딱 하나 이종우 센터장밖에 없었다.
사실 인생도 한치앞을 내다보기 어려운데 거대한 금융시장을 매일매일 전망해야 하는 것은 거의
신의 영역이다. 그러다가 남보다 못하게 되면 자연히 도태될 수 밖에 없다.
그리 시장을 오래보지 못한 내가 신문을 통해서 기억하는 센터장들의 퇴출만 해도 여러건이 될 정도다.

이런 치열한 경쟁속에서 지난 수년간 종합 평가 1위를 꾸준히 유지하는 인물이 바로 이 책의 주인공
김영익 대신증권 상무다.
시장의 흐름을 매우 정확하게 읽어내고 이를 가감없이 발표하면서 어떨 때는 혼자 비관론이나 낙관론을
주장하면서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가장 최근에도 하락장을 주장하다가 평생 얻어먹을 욕을 다 먹었지만 결과적으로 그 예측이 실현되어
놀라운 찬사를 받은 경험이 있다.

덕분에 개인사에 대한 궁금증이 더해져서 이렇게 책이 만들어졌다.
내용은 어렸을 때부터 오늘이 있기까지의 개인 성장사에 더해서 본인이 내놓은 여러 글들이 여기저기
조합되어 있다.

읽고나서 가지게 된 느낌은 시작은 미약해도 끝을 창대하기 위해 정말 꾸준히 노력했구나 였다.
어려운 학창시절을 거치면서 서울대를 목표로 했지만 조금 모자랐고 사립명문대 가기에는 돈이
모자랐다. 발길을 돌려 학비가 싼 지방국립대인 전남대로 갔지만 항상 아쉬움을 가지고 더 앞으로
나가려고 노력했다. 결국 서강대에서 석사를 마치고 직장생활을 거쳐 박사까지 취득하게 된 과정이
상세하게 나온다. 

삶이 순탄하지 않았지만 어려움을 극복하고 앞으로 꾸준하게 나가게 하는 힘의 원천은 자기긍정이다.
학부가 다르면 조교하기 어려운게 대학사회인데 지방대 출신으로 자리를 잡을 수 있게 된 계기는
어려서 배운 한자 붓글씨 솜씨가 세미나 참석자 명패 만들면서 눈에 띄였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 29세에 군대를 늦깍이로 그것도 사병으로 가게 되면서 속을 많이 상했지만 군대에서 실시한 시짓기
경연대회에서 자신의 글이 뽑혀 당당히 돌에 새겨지는 영광을 갖게 되었다.

사람이 태어나 배운 것은 다 쓰임새가 있게 마련이다. 이를 당장 어렵다고 미루거나 가만 놔두면
썩히게 되지만 만사를 긍정하고 적극적 마음으로 임하면 결국은 쓰임새를 찾는다.

김상무의 놀라운 예지력의 기초는 통계적 모델이다. 금리,경상수지,유가 등 거시변수를 잘 조합해서
만든 이 모델에 의해 과감한 결단을 내릴 수 있었다고 한다.
그가 오랜 배움의 과정에서 갈고 닦은 지식이 힘을 모아서 이 모델이 만들어진 것이지 외국의 쌈박한 이론을
적당히 고쳐보려고 했다면 절대로 외국 유학 박사들을 앞서지 못했을 것이다.

지방대이기 때문에 늦게 배웠기 때무에 더욱 공부에 욕심을 내었다.
일본의 마쓰시타 고노스케가 몸 약한 것 학력 짧은 것을 자신을 자극하는 기회로 삼고 나아가
선물이라고 긍정한 것이 거대 기업 마쓰시타를 만든 동력이 된 것과도 유사하다.

한국형 주식시장 표준 예측모델로 김상무의 작품이 발전하기를 기원하는 바이다.
그런데 점점 다양한 해외변수의 중요성이 커진다. 미국의 부동산 시장, 중국의 긴축정책, 일본의 성장 등
외부 변수에 의해 한국경제 나아가 주식시장의 출렁임이 나타나는 것을 본다.
따라서 김상무의 모델 또한 멈출 일 없이 꾸준히 발전하리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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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 공부에 反하다
이범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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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연봉 18억. 우와 이건 정말 쉽게 달성하기 어려운 수치다.
그 돈을 포기하고 밖으로 나가 무료 교육을 하겠다니 꽤나 괴짜다.
책 제목에 반대할 반이라고 하는데 자본주의 이념과 정반대로 가니 일단 호기심이 간다.
주인공은 대치동의 유명강사 였는데 많을 때 300명 강의장을 꽉 채웠다고 한다.
그리고 곧 이어 2000년부터는 온라인 교육업체로 현재 코스닥 상장기업인 메가스터디의 대표 강사로
활동하면서 지명도를 전국으로 넓혔다.

덕분에 책의 내용은 사교육의 실체, 입시제도의 허점, 최고의 공부법 등 다양하게 오가며
꽤 풍부한 글들을 담고 있다. 그냥 이름으로 써갈겨댄 책은 아니고 하나 하나에 숙고한 흔적이 있다.

대치동 학원 시스템이 어떻게 노량진하고 다른가 하는 대목도 재미있다.
학원이 집값을 정한다면 왜 학원의 원조였던 노량진은 대치동만큼 집값이 오르지 못할까?
이런 질문을 한다면 답은 그건 학원의 수준 나름이죠라고 올 수 있을 것 같다.
소수 정예로 명품 강의를 지향한 강남의 학원에서는 재미 보다는 정말 학생이 이해하는가를 따지는
효과를 노린다. 반면 노량진은 넓은 강의장을 채우기 위해 평균지향을 하고 졸지 않고 무언가를
남기기 위해 중간중간 재미적 요소가 매우 많다고 한다. 하긴 이건 내가 예전에 노량진 학원강의 들을 때
기억과도 일치한다.

그런 대치동의 시스템이 전국에 퍼지게 된 것은 온라인의 발달과 맥을 같이 한다.
교육업체에서 한국의 명강사 손주은에게 제의를 했는데 계약을 간단히 훑어본 이범이 차라리
우리가 직접하자고 반대한 통에 메가스터디가 생기게 되었다고 한다.
그 이면에는 다른 나라와 다르게 빠르게 보급된 초고속인터넷의 영향이 컸다.
GVA등 교육 프로그램이나 온스터디와 같은 다양한 모델들이 존재했지만 기술과 단순한
비즈니스 모델이 승부요인은 아니었다. 정말 중요한 것은 최고의 강사가 참여해서 최고의
품질을 학생에게 제공하는 것이었다.

초고속인터넷 망을 타고 이들의 강의가 흘러나가자 지방의 단과학원은 단번에 몰락해버렸다고 한다.
덕분에 학부모들은 적지 않은 돈을 카드결제해야만 했는데 수강료는 대치동 가격보다는 쌌지만
그렇게 싼 것은 아니었기에 부담도 커졌다.

오프라인 학원 시장이 어느 정도 지역적 기반을 가지고 경쟁하는 할인점들의 싸움이라면
온라인 교육 시장은 유일한 승자가 모든 성과를 독점하게 된다. 이는 2,3 등 업체의 수익이 극히
미미한 것으로 알 수 있고 옥션과 같이 온라인 경매 시장과도 비교된다.

막대한 돈을 기반으로 코스닥 상장까지 성공했지만 과연 메가스터디는 한국 사회에 기여하는 바가
큰가 그렇지 않은가? 명강사 나오면 재빠르게 스카웃 비용 지불해서 자기 밑에 두려고 하면서 상대방이 크지 못하게 만들어 독점을 유지하려는 것은  옛날 미국의 카네기가 록펠러가 독점기업 만들려고 하던 모습 아닌가.
수학의 정석을 지은 홍성대는 사비를 털어 고교를 세우고 이를 다시
자립형 사립고로 발전시켜 사회에 성과를 돌리려고 한다. 거기에 비하면 메가는 어떤 기업인가?

이범 또한 이런 회의를 가지면서 메가스터디에서 떨어져 나오는데 그가 무료강의에 나서자 메가측에서는
계약 위반을 들어 보유주식 일부를 싼값에 회수하게 된다. 어쨌든 문제는 처음 부터 끝까지 돈이다.

명강사가 나오기까지 피나는 노력이 필요하고 잠자는 시간 줄이고 몸 상하는 것도 모르다가 갑자기
급사하게 되는 것은 그렇다. 
거기다가 유명세 이용해서 헐값에 만든 컨텐츠 비싸게 팔아먹는 것도 그렇고
교재마다 자기 이름 저자에 넣어가지고 인세 챙기는 것이나 우송료 다른 곳보다 훨씬 비싸게 받아먹는 것도 다 꼴사나운 짓이다.

물론 명강사는 인정해줄만한 존재다. 사회에는 창조도 필요하지만 이를 소화해 보급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얼마전 풀린 수학의 난제도 처음 문제를 풀어낸 저자의 논문을 일반 수학자가 이해 못해서 수년간 이를 검증하고 해설한 사람이 있어서 여기에 상금을 주었다고 한다.
아는 것을 남에게 전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 사람이 보상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그럼 이들 사교육이 이만큼 성장하기 까지 최대 기여자는 누구일까? 바로 정부다.
최근 입시제도는 수능,내신,논술,면접 4가지 요소를 모두 중시한다고 한다.
바로 이런게 아이들을 잔인하게 몰아붙이는 제도들이다.
평준화를 이야기하면서 만능을 바란다 과연 그런 만능욕구에 맞추어 아이들은 무엇을 하게 될까?
마음에도 없는 각종 봉사, 선생님에게 꾸준히 잘 보여야 하기에 고민하며 늘어나는 촌지,
한 학기 시험 망치니 우리 아이 자퇴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물어오는 현직 교감 선생님
이런게 바로 촌극이다.

입시제도는 간명한 것이 좋다. 아니 가난한 수재에게도 기회를 주는 것이다.
논술이 왜 사교육의 핵심이 되는가는 공교육이 사교육에 비해 압도적으로 떨어지기 때문이다.
평준화 한다고 변별력 없는 내신과 수능을 고집하다 보니 대학이 논술에 매달리고 이는
다시 사교육의 팽창을 불러 가난한 수재에게 기회를 박탈하게 된다.
정운찬 서울대 총장이 평준화를 깬다고 저자는 비판하는 듯한 글을 올렸지만 이 또한 정총장의 고육책이다.
정총장 자신이 가난한 수재로 고학에 가깝게 대학에 들어가 오늘에 이르렀지만 자신이 아무리 둘러보아도
요즘 대학에 그런 학생이 입학하기는 어렵다고 한다.

더 나아가 외고나 과고의 파행은 어떠한가? 저자는 외고생들이 오히려 논술에 대한 시각이 협소함을
알고 깜짝 놀랐다고 한다. 이유를 따져보니 이들이 내신제도의 불이익 때문에 더 치열하게 한문제
한문제 풀어가는 교육을 받았지 제대로 된 인문계의 영재교육을 받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과고는 어떠한가? 저자는 과고에 입학했으면서도 서울대를 가겠다고 하다가 담임선생의 고문을 받았고
나중에는 트라우마(정신적 외상) 수준의 모욕을 받았다.

갑자기 다시 노무현의 FTA 이야기가 생각나는데 교육은 다양성을 인정해야 한다. 자율하지 말라고
이야기하면서 경쟁력 생기라고 요구할수도 없고 노무현 이해찬 둘 다 본인들 자녀 해외유학 보내면서
강남 학부모 교육열 비난해서는 안된다.

읽다보면 몇가지 소득이 생기는데 메가스터디라는 기업을 보다 잘 이해하게 해준 것,
한국 사교육의 현실, 입시제도의 허실 등 다양한 측면에서 현장의 목소리를 알게 되었다.

저자의 말에 다 공감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꽤 노력과 성의, 사회에 대한 봉사 등 다양한 측면에서
인정할바가 많다고 느껴진다.
대한민국에서 입시전쟁을 치를 수 밖에 없는 많은 학부모분들께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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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yonara 2006-09-09 2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요즘 읽는 학원관련책이군요. 꼭 한번 읽어봐야겠습니다. 일단 보관함으로~

사마천 2006-09-09 2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읽어본 학원책 중에 최고더군요. 물론 다른 책들도 괜찮은 것들이 여럿 있습니다. 이범 선생도 와이즈멘토, 학원을 떠나라 등에 공감하는 부분이 많더군요. 그분들과 개인적 관련도 있죠.
 
이런 남자 제발 만나지 마라
김지룡.이상건 지음, 핫도그 그림 / 흐름출판 / 2006년 2월
평점 :
절판


현대 한국사회의 특징 중 하나는 계산을 권함이다.
IMF 이후 그 성격이 더욱 강해져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돈으로 계산하기 일수다.

가령 결혼 중개 업체인 듀오의 경우 참여자의 학력만 해도 거의 백여가지로 구분한다고 한다.
이런식으로 서로 서로를 계산하면서 접근한다.
그런데 이 계산이 모두 잘 들어 맞을까? 저자들은 넌지시 이런 의문을 던진다.
더해서 당신이 알고 있는 것이 과연 진실일까요?라는 질문도 계속 이어진다.

멋진 자동차를 타고 가다보면 남자에 대한 호감이 생기고
멋진 레스토랑에서 식사는 믿음을 더하게 되고
화려한 언변에 옷차림에 말에 넘어가 자신을 맡기기도 한다.
그런데 알고 보니 차는 있어도 집은 없고
식사와 의상에 투자하다보니 재무 상태도 않좋고
화려한 언변은 결코 시험성적을 올리는데 활용되지 못하는 그런 우울한 현실이 모습을 드러낼 수 있다.

우선 우리는 사람의 겉만 보았지 속을 제대로 살펴본 것은 아니라고 인정할 수 밖에 없다.
그런 실수를 따라하지 않기 위해 한번 차분하게 우리의 앎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

배우자로 사람을 볼 때 여러 조건을 따진다.
그 중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남자에게는 돈과 능력일 것이다.

그런데 내가 완벽한 조건을 찾으면 찾을수록 상대방의 기대치도 올라간다는 것이 문제다.
거꾸로 내가 그렇게 보편적인 완벽한 조건을 갖추려고 한다면 그만큼 완벽한 상대방을 만날 가능성이 커진다. 하지만 단박에 조건을 올리는 것은 쉽지는 않다는 점이 문제다.

이 상태에서 내가 보다 나은 거래를 하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저자는 중요한 힌트를 하나 준다.
지금 저평가 되어도 향후에 훨씬 좋아질 주식(?) 아니 남자를 고르라고 한다.

저자인 이상건씨가 워낙 재테크에 유명한 강사인데 남자 고르기 기준도 가치주 투자와 엇비슷할 수 있다고 보여진다. 요점만 살피겠다.
우선 역량으로 볼 때 긍정적 꿈을 가져야하고 이를 위해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
다음 감정으로 볼 때 남을 배려할 줄 알아야 한다. 특히 가정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한다.

여자보다는 남자에게 인기가 많아야 하고 친구들을 살펴서 제대로 된 가치관을 가졌는지 확인하고
일부러라도 화를 내게 해봐서 감정의 하한선을 어떻게 조절하는지 보아야 한다는 등
수많은 팁들이 놓여 있다.

평생 한번 하는게 좋은 거래가 결혼이다. 자신의 미래가치와 기회비용을 고려하면 아무리 고려해보아도
충분치 않은게 남자고르기가 아닐까 생각된다.

참 이 책을 살피니 나의 내자가 몇몇 구절을 지적해낸다. 바로 이거야 이 사람말대로 이런 남자 만나지
말아야 했어라고 하길래 책을 금방 치워버렸다. 내 모습이 여럿 나타나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어서.
아 그러고 보니 심통이 나서 한마디 더 적어야 겠다. 이상건 선생은 자기 관리 못해서인지 빚 때문에  
남의 책 대필까지 해주었고, 김지룡 선생의 주변관리에서도 이 책에 나온 지적 사항 나오는 경우를
발견하곤 한다. 웃자고 하는 이야기니 너무 신경은 쓰지 말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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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게이츠의 19가지 충고
티엔수 지음, 이선아 옮김 / 이코노믹북스 / 2006년 2월
평점 :
절판


기대보다 실망이 많다.

먼저 오역이 많다.

다계획이라고 한자로 번역해놓았는데
알고 보면 MS의 multi-plan이라고 지금의 excel 전신인 소프트웨어다.
이걸 한자로 번역한다고 해버리니 이해가 될까?

이런식의 중역에 따른 오류가 곳곳에 발견이 된다.

또 중국식 세계관에 빌 게이츠의 삶을 끼어맞추다보니
인생론을 펴는 것인지 아니면 무슨 교훈을 찾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얼마전 중국 교과서에서 모택동이 빠지고 빌 게이츠가 들어갔다고 하는데
그런 조류로는 괜찮은 기획이다.

하지만 굳이 시간 내서 읽어가기에는 의외로 얻을 것이 많지 않다.
이미 서구적 합리주의에 따른 성공론과 경영이론의 세례를 많이 받은
한국 사람들 입장에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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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밀란 쿤데라 지음, 이재룡 옮김 / 민음사 / 2008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존재로서의 인간은 무겁기를 희망한다.
삶에서 의의를 찾고, 삶이 이렇게 되었어야만 한다는 이유가 있다고 믿기도 하고,
그래서 가치가 담기고 이유가 담기기에 무겁다고 생각하려 한다.
옛날부터 개개인의 삶에 가치를 부여하던 임무를 종교가 맡았었고 나중에 철학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그리고 다시 종교의 모습을 대신한 이데올로기가 이어진다.

하지만 이 책에서의 주인공들은 서서히 삶이 그렇지 않다는 깨달음을 얻어간다.
토마스가 테레사를 만나는 과정은 최소한 6번의 우연이 모두 일치되는 것이 필요했다.
토마스가 아무리 따져보아도 거기에는 필연은 없었다. 단지 우연일 뿐.
수많은 여자 파트너 중에 자신의 자리를 비집고들어와 아침까지 함께 할 수 있는 테레사는
특별한 존재다. 그녀와의 만남이 그렇게 우연의 결합으로 이루어지는 것에 토마스는 자신의 삶이
가볍다는 것을 느낀다.

시야를 넓혀보면 당시 체코의 시대상이 존재의 가벼움을 느끼는 단계였다.
2차대전 이후 체코는 공산주의 세력이 집권하게 된다.
당시의 전체주의 이데올로기는 이상사회를 꿈꾸었다. 모두가 평등하게 대우받게
능력에 따라 일하고 필요에 따라 소비하는 모순 없는 사회가 바로 공산주의 이데올로기에
의해 만들어질 수 있다고 믿고 있었다.
이를 추진하기 위한 과정에서 약간의 절차적 무리는 따를 수 있다고 보았다.

그런데 그 절차를 자세히 보면 수많은 사람들의 강제이주와 수용소, 즉결처형
자유에 대한 탄압, 정치적 반대파에 대한 학살 등의 모습이 나타난다.
한국의 독립운동가 홍범도 장군도 그렇게 강제이주되어 쓸쓸히 이역만리에서 삶을 마쳐야했고
혁명의 동지 트로츠키는 멕시코에서 암살당해야 했고 수 많은 사람들이 시베리아에서
목숨을 잃었다.

이렇게 이데올로기의 환영 속에서 공산주의자들은 많은 결단을 내렸고 결과는 냉혹했다. 
점차 이데올로기의 매력이 줄어들자 과거의 행위에 대한 물음이 이어지면서 이들의 처벌을 요구하는
세력이 등장한다.
여기에 토마스가 쓴 것처럼 오이디푸스 이야기가 나온다.
과연 이정도 밖에 안 될 것을 알았느냐 몰랐느냐고 물어간다.
정말 몰랐어도 당신은 최소한 눈을 찔러야 한다는 결론이 나오면서 분위기는 냉랭해진다.

이런 압박에 맞서서 공산주의자들도 생존을 해야만 했기에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강제력
즉 소련의 무력을 동원하게 된다.
프라하의 봄은 짧게 끝나고 이에 대한 반동으로 강압정치가 이어지면서 각자의 삶은 변해갈 수 밖에 없었다.

삶은 절대로 무겁지 않아, 가벼울 따름이야. 아쉽지만 우리는 이를 깨달아야 해.
그래야 이념에 가치에 목숨을 굳이 걸지 않아도 된다고 말한다.
아마 이는 강제력을 휘두르면서 자신만의 신의 뜻을 알고 있다고 주장하는 공산주의의 사제들에게
하는 말일 것이다.

이 과정에서 작가는 우리의 삶이 가지고 있는 여러가지 모순들을 보여준다.
테레사는 프라하의 봄과 관련해 많은 사진을 찍어 외국인 기자들에게 넘긴다.
오직 진실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서 위험을 무릅쓰고 사진을 찍고 아무런 대가 없이 남들에게 알렸다.
그런데 후일 어떤 저항운동가가 바로 그 사진에 의해 체포되었고 기소의 증거로 쓰였다는 사실을
알면서 아연해진다. 나의 사진이 거꾸로 남을 죽일 수 있구나 하는 충격을 받았다.

재미 있는 장면의 하나는 러시아 군인들 앞에서 체코의 미녀들이 길가던 사람 아무나 붙들고
키스를 하는 것이었다. 군인들의 제한된 정욕을 더욱 자극해서 스스로 아픔을 느끼도록
시각적 테러를 가하는 것이다.
하지만 축제는 계속 될 수 없다.
저항할 때 무한히 자기 희생하던 이들은 세월이 지나자 어느새 우산을 들고 자신의 옷자락에
비를 덜맞기위해 자리 싸움 하는 그런 투사가 되어 버렸다.
열망은 짧고 일상은 길다.

또 하나는 사비나의 경험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체코의 저항에 동조하면서 시위가 벌어졌다.
그런데 체코에서 공산주의자들의 메이데이 행진에 거부감을 느꼈던 사비나로서는
체코에 대한 탄압에 항의하는 시위 또한 동참하기 어려웠다.
본질적으로 어떠한 구호에 대해서든 깃발을 들고 행진해가는 것 자체가 체질에 맞지 않은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세상에는 어떠한 이데올로기를 가졌는지에 따라 구별되는 것이 아니라
이데올로기를 가진자, 적극 참여하는 자, 어떠한 이데올로기에 대해서든 거부하는 자로 나눌 수 있게 된다.
동물농장으로 유명한 조지 오웰이 쓴 글 중에 이렇게 이데올로기가 무엇이냐가 아니라 가지고 있느냐
가지고 있지 않느냐고 물어가는 작품이 있다.

작가의 글은 계속 이어지면서 우리에게 세상을 살면서 느끼게 하는 가벼움을 알려준다.
너무 무게 잡지 말고 남을 그 무게로 누르려고 하지 말고 살아가라는 듯한 그런 가르침들이 이어진다.

이 책이 처음 한국사회에 소개된 것은 80년대 후반이었다.
당시 사회는 이데올로기로 꽉 차 있었다. 전두환 정권을 무너뜨리기 위해 저항하는 학생들의
노력은 많은 순교자를 낳았다. 그들은 정말로 순수했고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던진 존재들이었다.
전두환의 폭력은 소련의 강제력으로 비유되었고 모순되고 거짓된 세상에서 살아가기 힘듬으로
이 책의 메시지는 이해되었다.

그런데 어느 날  전두환은 무너졌다. 그런데 곧이어 동구권 사회주의도 무너져내려버렸다.
두개의 이데올로기와 강제력이 동시에 사라진 것이다.
혼란스러운 세계 속에서 다시 읽어보는 이 책은 삶의 무겁지 않음에 대한 깨달음을 주려고 하고 있었다.

그리고 오늘 여전히 혼란은 아직도 이어진다.
어제의 청년이 오늘은 중견이되어 사회의 집권세력이 되었지만 이상사회는 거리가 멀다.
무언가 힘을 가지고 드라이브 하지만 결과는 본 뜻과는 거리가 멀다.
내 의도는 그게 아니었다 순수함과 진정성을 이해해달라고 하지만 그럴 때 마다 이 책에 나오는
오이디푸스이야기가 떠오른다.

그런 점에서 한국사회는 여전히 이데올로기의 미망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고민의 치열함이 부족함을 알지 못하고 의도의 순수함만 강조하는 것은 치졸할 뿐이다.
지도자의 업적은 결과로 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권력자는 순수함이나 인격으로 평가받아서는 안된다 오직 결과가 그의 역량을 입증할 뿐이고
그래서 보통사람을 평가하는 도덕율이 아니라 여우의 간지와 사자의 용기를 가지도록 요구된다.

책을 다 덮고 나서 다시 하나의 메시지가 머리에 떠오른다.

모든 이론은 G빛이고 오직 푸르른 것은 생명의 나무다. - 괴테의 파우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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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6-09-09 1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그래도 이 책 다시 읽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번에 가서 한 권 구입해 와야겠어요. 다시 읽으면 전 어떤 생각이 들지.
전 그들이 당시도 정말 순수했다고 믿지 않는데 사마천님은 점수가 후하시군요..^^;;

사마천 2006-09-09 1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 보면 낡게 보이는 많은 종교들도 창립할 때는 순수했습니다. 레닌도 히틀러도 카스트로, 빈 라덴도 젊어서의 모습은 매우 순수하고 고결한 사람들이었다고 읽었습니다. 순수하게 사고했는데 결과는 그렇지 못한 그 모순을 발견한게 이 책아닐까요?

비로그인 2006-09-09 14: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순수라는 단어를 신뢰하지 않습니다. 그거야말로 인간들이 자신들의 실수를 합리화하기 위해 만들어낸 단어란 생각이죠. 실상은 좋게 봐준다고 해도 무지를 동반한 순진이 아닐까요. 그건 아이들도 마찬가지고요. 하긴 아이들이야말로 이기적이고 잔인한 걸로 보면 둘째가라면 서럽단 생각도 하고요
자라온 환경때문인지 제가 인생을 보는 눈이 많이 까칠합니다..이것 역시 변명이자 자기 합리화일지 모르겠습니다만..^^;;

사마천 2006-09-09 2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에 빠져 죽으려는 어린아이를 구하러 뛰어드는 사람은 순수한 것 아닐까요? 적어도 그 순간에는.
글쎄 연애인 중에는 적어도 신애라 정도는 순수하다고 봐줄만하지 않을까요? 입양도 시키는 것이나 자원봉사, 젊을 때는 교회 성가대 등.
하여간 사람의 삶 모두가 순수하기는 어렵겠죠. 열정은 때로 사람은 순수하게 만들지만 그 열정이 오래가기는 어렵다고 생각됩니다.
아이들의 이기적이고 잔인함은 때로는 인간 본연의 모습이라고 느껴지지만 환경 탓도 많은 것 아닐까요? 저는 적어도 흰 백지라고 생각하는 편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