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못할 가족여행지 48 - 여행작가 12인이 적극 추천하는
양영훈 외 지음 / 살림 / 2004년 6월
평점 :
절판


수수하고 괜찮은 책이다.

몸을 가볍게 하고 항상 새로운 것을 찾아 길 떠나는 여행자들
심야버스에 몸을 실고 새벽에 경유지에 떨어졌을 때 피로를 느끼지 않는 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가야 할 길을 가고마는 뚝심이 있다.
잠시 머무는 여행자들을 위해 한숨을 붙이게 해주고 아침에는 뜨뜻한 해물탕을 선사하는
인심 좋은 식당도 있다.
파도를 넘어 여행지 울릉도에 도착해서는 하나 하나 새로운 것을 발견해보려고 노력한다.
이렇게 보면 어떨까? 저렇게 보면 어떨까 고심하면서 깨달은 것을 다른 사람에게 알려주려고
펜을 들었다.

글 하나 하나가 매끄럽고 풍부한 내용을 담고 있다.
대상도 한국의 여러곳을 담고 있는데 한택식물원에서 제주도 해수욕장까지 누비고 다닌다.
어디 하나 아쉬운 곳이 없겠냐마는 아무 곳이나 한둘 골라서 주말의 일정을 가족과 채운다면
기쁨이 클 것이다.

여행이 특정한 장소를 찾아가는 것도 있겠지만 체험을 위한 것도 가능하다.
카약 등 다양한 물놀이나 행글라이더와 같은 모험 섞인 여행도 권하고 있는데 따라가보고 싶은
마음이 절로든다.

낯선 곳에서 헤메지 말고 전문가의 조언을 귀담아 들어두자. 다 내 시간과 비용을 절약하며
더 큰 즐거움을 안겨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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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천 2006-10-11 0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곰곰히 생각해보니 저는 준비형인 것 같습니다. 해외에 출장으로 나가면 반드시 현지에서 나온 책을 추가로 사서 읽고 찾아갑니다. 이 책은 수수하게 쓰여졌고 도움도 꽤 될 것 같더군요 ^^
 
문명은 디자인이다
권삼윤 지음 / 김영사 / 2001년 8월
평점 :
절판


이야기의 시작은 어느 한 곳이다.

저자는 중국음식을 이야기하면서 넓은 국토에서 다양한 기법으로 각기
발전하다보니 광동요리, 북경요리, 상해요리 등이 다 다르다고 말한다. 다시 화제는 돼지로 간다.
양이 아니라 돼지를 키우는 것은 생산성이 높기 때문이고 유목적 삶이 아니라 농경적 삶의 한가운데
자리매김한다고 한다. 한자로 집가家의 가운데에 돼지를 뜻하는 시豕가 놓인다는 해석으로 넘어간다.
중국 사람들은 돼지는 먹돼 소의 젖은 먹지 않다보니 이를 분해하는 효소가 나오지 않는데
유목적 삶과의 대비는 만리장성을 경계로 삼아 이루어진다고 한다.
북경 조금 위의 장성에서 남과 북을 바라보며 찬찬히 의미를 짚어보는 작가의 이야기 솜씨는
이제 두 문명에 대한 깊은 이해로 내려간다.

이렇게 화제는 이어지고 이어지면서 전세계를 오간다.
지중해의 생선이 왜 맛이 없는지는 그 바다가 파도가 적고 물이 서로 섞이지 않기 때문이라고
해석해주고 다시 밖으로 넘어와서 이슬람인들의 해상 개척이 중국으로 가서는 정화의 원정이
되고 포르투갈을 만나서는 인도에 이르는 길잡이가 되었다고 한다.
지식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이를 따라가다보면 우리의 인식도 넓어진다.

여행은 하나의 기술인지 모른다. 낯선 곳을 방문하고 그 삶에 놀라고 다시 서서히 적응하며
상대방을 이해하게된다. 떠나서 나 자신에게로 돌아오면 나와 내 주변이 새롭게 보인다.
이러기를 수십년, 다닌 곳은 지구 곳곳의 문명에서 오지까지 포괄하다 보니 그의 여행은 이제
기술이 아니라 하나의 문명론을 이야기할 정도로 발전해버렸다.

여행 시작은 낯선 것의 발견이다. 나아가 왜 그래야 하는지 의미를 찾는 해석이 된다.
그리고 각자의 삶을 서로 비교하면서 모두에게 통할 수 있는 공통된 가치를 찾는 통찰이되어간다.

여행가의 문명론, 처음에는 낯설게 다가오고 무언가 우리가 배운 것과는 다르다는 느낌도 가지게
된다. 전문학자의 책들이 대부분 투박한 글로 교과서적인 공부를 시키려드는 데 비해서
여행가의 글은 매끄럽게 경이를 담아 우리에게 전달하려고 한다.

그 공부 또한 책상물림에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사막의 모래바람을 이기며 높은 산에서
고산병과 싸우며 만들어졌기에 가치가 더욱 귀하다.

저자에게 부러운 점은 먼저 뚜렷한 목적을 가지고 다음 기초를 닦기위해 차분하게 준비했으며
이를 꾸준히 실천했다는 점이다. 수십년간 꾸준하게 한 길을 팠다.
작가의 초기 저작들을 읽어보면 글의 매끄러움이나 화제의 폭이 지금 보다는 많이 좁다.
하지만 점점 더 나은 것을 찾으려고 하는 탐구정신을 잃지 않았기에 계속 더 좋은 것을
선보이고 있다.
여행은 결코 시선의 머뭄이 아니다. 풍경을 담아오는 사진첩도 아니다.
사람의 발견이고 이는 겉이 아니라 속을 제대로 알아야 가능한 것이다.
여행과 여행 사이의 시간은 그렇게 한 사회의 배경을 탐구하면서 왜를 물어가고
깨달음을 모으는 과정이 되는 것이다.

가끔 삶이 지루하게 반복될 때 이 책을 펼쳐들고 여행에 빠져든다. 문구 하나 하나를 읽어가며
내가 이 여행에 갔을 때 이만큼의 해석을 해낼 수 있을까 물어본다. 답은 한참 멀었다이지만
그래도 꾸준히 노력하려고 한다.

고된 여행을 수행하고 귀한 깨달음을 주변에 나눠주는 작가의 노고에 다시 한번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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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하이드 > 신의물방울 저자 타다시 아기 인터뷰 (펌)

화재의 와인 만화 신의 물방울저자 타다시 아기와의 단독 인터뷰 
 

최근 와인애호가뿐만 아니라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떠들썩한 만화가 있다.  일본 만화신의 물방울’(원제神の滴’ = 카미노시즈쿠)” 2005 11월 말부터 거의 평균적으로 매월 1편씩 연재되면서 입 소문을 통해 급속도로 전파된 대형 베스트 셀러이다. 5편이 연재될 7-8월 당시 누적 판매수가 10만권을 돌파하고 9월초를 기준으로 6편에서는 16만부를 육박하였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이 만화책에 등장한 모든 와인들이 모두 다 팔려버렸다는 것. 많은 와인 동호회 혹은 모임에서는 신의 물방울 속에서 등장한 와인을 시음한다든가 혹은 뜨거운 토론의 대상이 되기도 하였다.

 

한번 읽고 버리는 단순 만화책 이기 보단 이젠 와인 참고서가 되어 대부분의 사람들이 소장하면서 2-3번씩 읽어보는 사람도 생겨났다. 작가가 던지는 해박한 와인 지식과 꼭 알아두어야 할 와인상식이 이 만화책에 담겨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와인에 대한 아름다운 표현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쉽게 매료되고 와인을 마시는 사람은 그 와인을 마시고 싶어지고, 와인을 전혀 모르는 사람도 와인에 대한 호기심으로 와인을 접하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도 심심찮게 듣게 된다.

 

한국뿐만 아니라 일본에서도 와인애호가들 사이에 강한 돌풍을 일으킨 신의 물방울의 누적 판매부수가 7권째(9월 말 한국어 판으로 출시예정)에 이미 55만 부수가 넘었으며 만화책 속에 등장한 와인들은 모두 품절된 상태이다.  이 만화 속에 등장했던 프랑스의 잘 알려진 어느 샤또(Chateau)의 경우 아직 제대로 출시도 되지 않은 2004년산 와인들까지 아시아인들에 의해 모두 판매가 되어 의아하게 생각할 정도.  현재 이 만화책은 대만과 홍콩에서도 번역판으로도 나오고 있으며 프랑스 번역판 까지도 나올 거라는 이야기가 있다. 

 

신의 물방울의 내용은 이러하다.  일본의 최고 와인평론가인 칸자키 는 친아들인 칸자키 시즈쿠와 양아들로 입적된 유명 와인 평론가 토미네 잇세에게 자신이 명하는 최고의 “신의 물방울” 과 최고 서열의 “12사도”를 찾는 자에게 자신의 재산과 엄청난 와인 유산을 남긴다는 유언을 남기고 사망한다.  평소 아버지에 대한 반감을 가지고 있어서인지 와인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었던 친아들 “칸자키 시즈쿠”는 어릴 적 자신도 모르게 아버지로부터 훈련 받은 최고의 와인 서빙 기술과 엄청난 미각의 소유자이며, 그와 대적하는 양아들로 입적된 “토미네 잇세”는 일본 최고의 와인평론가이다.  엄청난 와인유산을 둔 이 두 사람의 와인게임은 시작되는데 작가의 해박한 와인지식은 이 만화책의 내용 속에 정확하게 표현된다는 점과 와인에 대한 표현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워 그 내용을 읽어 본 사람은 와인을 마시고 싶은 강한 충동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좌측 그림: 타다시아기의 작업실>

사람의 손이 닿지 않는 원생림 속을 나는 지금 걷고 있다. 버섯그리고 이끼 낀 지면과 나무들에서 풍겨오는 냄새깊은 숲의 습기를 머금은 냄새꽃 향기다. 수많은 붉고 작은 꽃. 하얀 꽃도 있어  아아, 이 얼마나 화려한 열매인가. 블루베리? 라즈베리? 신선한 체리와 딸기도 있다.  여기는 비밀의 샘이며 화원이기도 하다. 연인? 말할 수 없는 관능…. 이것은 완성된 한 폭의 그림이다. 아니, 사랑 이야기다.” 프랑스 부르고뉴 와인샹볼 뮤지니’(Chambolle Musigny)를 맛본 만화 주인공칸자키 시즈쿠의 와인 표현이다.  이 샹볼 뮤지니는 만화 속에 등장한 제 1 사도 였다.

 

이 화재의 만화책 속에 담겨있는 와인관련 정보에서 와인애호가들 사이에서도 대립된 의견들로 논쟁의 대상이 되기도 하였다. 일부는 동감했고 일부는 과장이 많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분명 해답은 작가만이 가지고 있었다.

'신의 물방울 (원제神の滴’ = 카미노시즈쿠)” 의 작가인 타다시 아기(44) 의 인터뷰를 따기 위해서는 많은 수고와 노력이 있어야 했다.  인터뷰요청을 수락 받고 일정을 정하는데 에도 1개월 이상 기다려야 했으며 적지 않은 까다로운 조건들이 있었다.  언론에 노출을 싫어했던 작가는 한번도 자신의 얼굴을 언론 매체에 공개하지 않았으며 웬만한 인터뷰는 대부분 거절했을 정도이다.   어쩌다 한번씩 와인모임 정도에 나타나는 것이 고작이라는 것이 후에 관계자를 통해 알게 된 사실이었다.  우연히 미국 소노마의 어느 와인행사에서 알게 된 일본의 꽤 큰 규모의 와인수입상인 “FWINE” 사의 부사장의 도움으로 결국은 작가의 인터뷰를 얻어냈다.   물론 여러 가지 까다로운 조건들을 수락해야 했다.  작가의 얼굴을 카메라에 담지 못한다는 것과 작업실을 보여줄 수 없다는 조건이었다.   와인 마니아라면 그리고 그 만화책을 읽어 보았다면 꼭 한번 만나서 이야기 해보고픈 작가였기에 그러한 모든 조건들을 감수하고 작가가 희망하는 일정에 서둘러 맞추어 일본 행 비행기에 올랐다 

경의 중심지인 시부야 역에서 지하철로 약 20-30분 가면 키찌조오지라는 동내가 나온다.  작업실이 근처인 듯한 이곳의 어느 일식당에서 점심을 함께 하면서 인터뷰를 하기로 했다.
물론 점심값도 내가 부담해야 했다.  만화책의 발행인인 모닝 망가 잡지의 Associate Editor Muneoki Hirokawa 씨와 의학다큐멘터리 작가이자 와인친구였던 친 누나인 Yuko Kibayashi, 인터뷰가 가능하도록 도와준 와인수입업체인 FWINE 사의 부사장 Hiroshi 와 그의 마케팅 직원, 홍보회사의 관계자 그리고 통역을 도와줄 일본에 거주하는 친한 후배와 함께 한 자리였다.   한 사람과의 인터뷰를 위해 총 7명이 동원된 셈이다.

 

다부지고 약간 마른 체구의 타다시 아기는 어깨까지 길어 보이는 회색 머리를 깔끔하게 뒤로 묶었으며 흰색 바지와 검은색 티셔츠의 깔끔한 용모, 예술가 특유의 독특한 디자인의 팔찌, 은색 안경태 너머로 쌍거풀이 없는 눈빛은 맑고 예리하게 반짝였다.  인사와 함께 자리에 앉으면서 그는 말한다.  죄송하지만 저의 얼굴이 노출되는 것을 피하고 싶습니다.  저의 프라이버시와 가족들을 위해 저의 얼굴을 언론에 노출시키는 것을 꺼리고 있습니다.

타다시 아기는 필명(Pen name) 으로 무려 6가지의 필명을 가지고 있었다. (작가의 요청에 의해 본명을 여기에서밝히지 않겠습니다).   아마기, 안도유마, 아오끼유야, 아리모리조지, 아기타다시, SK Produce 가 그의 필명이다. 한국에도 이미 그의 작품 중 3가지의 작품 (사이코 닥터, 켓베커스, 탐정학원 Q) 들이 각기 다른 필명으로 번역되어 출판되고 있다고 한다.


<타다시 아기와의 단독 인터뷰 내용>

필자: 와인은 언제부터 접하게 되셨나요?

 

아기: 아주 어렸을 때부터 였으며 와인을 수집하기 시작한지는 약 10년 정도 되었습니다.  지금은 와인의 수를 셀 수 없을 만큼 많이 있을 정도인데 본인의 집과 여러 곳에 와인을 모아 보관하고 있습니다. 그 수량이 너무 많아 심지어 조그마한 맨션을 빌려 온도를 맞추기 위해 하루종일 에어컨을 돌리면서 그 공간을 와인셀러로 사용하는데 와인이 너무 많아 심지어 화장실에도 와인이 놓여져 있을 정도 입니다. 

 

필자 : 신의 물방울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실존인물인가요 ? 

아기 : 3명의 주인공은 가상의 인물입니다.  그 중 와인 평론가로 등장하는 주인공 토미네 잇세는 한국의 영화배우 배용준 의 모습을 그린 것입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윤석호 감독님의 작품들을 좋아합니다.  당연히 그의 작품인 겨울연가 뿐만 아니라 다른 작품들도 모두 좋아합니다.  지금은 “봄의 왈츠”가 일본어 판으로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태리 와인을 칭송하는 혼츠케는 실지로 도쿄백화점 내의 와인샵에서 메니저로 근무하는 아투시 혼마(Atushi Homma)를 모델로 하였는데 다른 곳에서 좋은 조건의 스카우트제의가 들어와도 귀 기울이지 않고 꿋꿋히 한곳에서 10년 이상을 근무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일에 자부심과 긍지를 가지고 있는 친구 이지요.

 

필자 : 신의물방울 의 내용을 가지고 드라마화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사실인가요 ? 

아기 :  그런 이야기는 있었지만 아직은 너무 초기 단계입니다.  드라마는 책이 모두 완성되었을 때 가능한 이야기 이죠.   드라마의 소재로 이용되는 것에 관심이 많기 때문에 가능한 한 빨리 완성하도록 해야겠지요.

 

필자:  언제쯤 이 책이 모두 완성될 것 같은가요?

아기:적어도 앞으로 3년 혹은 5년 까지도 생각하고 있지만 드라마를 만들기 위해서는 최대한 빨리 완성을 해야 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필자 :  신의 물방울을 쓰게 된 동기는 무엇인가요?

아기 : 개인적으로 와인을 너무 좋아하고 있으며 와인을 통한 메시지를 독자들에게 전달하고 싶어 만화를 집필하였습니다.  완벽한 와인을 만들기 위해서는  “천(天) * 지(地) * 인(人)”의 절묘한 조화가 필요한데 그러한 메시지가 이 만화 속에 담겨있습니다.  모든 와인 속에는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있습니다. 단지 붉은 액체인 와인 속에 숨어있는 메시지를 이야기로 표현한 저의 이야기 입니다.
와인 속에 담겨있는 내용들은 와인을 마시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국가와 언어에 상관없이 서로가 공유할 수 있는 공통적인 언어와 이해할 수 있는 메시지가 있습니다.


필자: 제1사도로 선정된 와인은 어떠한 특징 때문에 선택하게 되었나요?

아기: 12사도 중 1번째 사도로 소개한 와인은 2001년산 샹볼 뮤지니였습니다.  세계적인 와인거장 “로버트 파커(Robert Parker)” 가 2002산의 샹볼 뮤지니에 높은 점수를 주었지만 저는 오히려 2001년에 후한 점수를 주었습니다. 앞으로 10년 후에 병을 따보면 2001년산이 2002년 보다 훨씬 훌륭할 것이라 강조하고 싶습니다. 

로버트파커는 미국인들에게 팔릴 것 같은 와인에 대한 평가를 하는 편이라 생각합니다.  주로 마시기 좋은 와인에 후한 점수를 주지만 우아한 와인에는 점수가 짜다는 것을 느낍니다. 즉, 와인을 상품으로 인정하고 잘 팔리는 와인대한 평가를 좋게 하는 편입니다. 사실, 1990년대 후반부터는 파커의 평가가 상업적으로 변한 것 같은 아쉬움이 있습니다. 

 

필자:  신의물방울에서 등장하게 될 최고서열의 12사도 와인들은 어떠한 기준으로 정하게 됩니까 ? 

아기 :  12사도는 모두 본인이 정하고 있습니다.  빈티지의 특수성과 떼루아(Terrior)에 더욱 신경써서 만들어진 와인들이 될 것입니다.  프랑스의 떼루아가 주는 복합적이고 어렵게 느껴지는 부분들은 꽤 매력적이고 그에 따라 와인메이커의 노력이 많이 들어간 와인을 더욱 좋아합니다.   만들기 쉬운 그러한 와인은 인정하지 않으며 “천지인” 이 제대로 조합될 그러한 와인을 높이 평가합니다.  쉬운 예로 미국의 경우 수확 철에 비가오면 비닐을 씌우지만 프랑스는 자연의 섭리 그대로 맡기는 편이지요.

 

필자 : 평소 어떠한 와인들을 주로 좋아하나요 ?

아기: 숲의 향기가 많이 느껴지는 부르고뉴의 와인들을 좋아합니다.  보르도 지역중에서는 그라브의 페삭레오냥 지방의 와인들을 좋아합니다. 

빈티지에 따라 와인의 스타일이 달라지는데  레오빌라스까스의 경우 80년산 와인은 지금 마시기에 훌륭하지만 90년대에 생산된 와인은 지금 마시기는 너무 이르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셀러에 넣어두고 좀 더 기다리고 있습니다. 

 

필자:   자신이 콜렉션하고 있는 와인은 총 몇 병 정도 되나요?

아기:  몇병인지 정확하게 기억할 수는 없습니다.  여러군데에 보관하고 있는데 와인이 넘쳐서 이젠 와인만 보관하고 있는 맨션의 화장실에도 넣어서 보관할 정도입니다.  수량은 약 2000-2500병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네요.

 

필자: 가족관계는 어떻게 됩니까?

아기 :  아내와, 9살이 된 큰딸이 있고 그 아래 아들이 2명 있습니다. 

 

필자 : 아이들에게도 와인 맛을 보게 하나요?  혹시 신의 물방울의 이야기 처럼 아이들에게 와인교육을 시키는지요? 

아기: 아이들에게 와인을 냄새를 맡아보게는 합니다.  어린아이들의 후각은 아주 발달되어 있어서 제대로 와인의 향기를 알아 냅니다.  그 동안 모았던 와인들을 아이들에게 물려줄 의향도 있습니다.

 

필자 : 신의 물방울에 등장하는 와인들이 모두 날개 솟듯 판매되고 심지어 품절이 될 정도인데 어떻게 생각하나요. 

아기: 아마도 그 대표적인 예가 당시 시중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구매가 가능했던 샤또 몽페라 (Chateau Montfera) 였을 것입니다.  좋은 반응을 얻었다는 것은 좋지만 인기도 때문에 가격이 올라가는 것은 좀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일본에서도 샤또 몽페라가 3000-4000 엔대의 와인이었는데 지금은 2001년 산이 만엔 대에 판매가 될 정도인데 사실 그 가격대에도 좋은 와인들은 아주 많습니다.

 

필자 :  잊지 못할 와인이 있는지요 ?

아기 :  1999 년산 로마네꽁띠에서 만든 에세죠 였습니다.  저에게 강한 충격을 준 와인이었죠.  이러한 와인들은 보통 오랜 기간 보관했을 때 훌륭한 맛을 내는데 호기심에 받자마자 열어보았는데 예상 이외로 와인의 심오함이 너무 좋았습니다.  97년산과 98년산의 앙리 자이에의 에세죠 또한 너무 좋았으며 85년산 로마네꽁티에 버금가는 와인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99년산 로마네 생비방 호랑 아르부제는 마치 장미꽃 꽃다발에 있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필자:  곧 제3 사도의 와인이 등장하지 않을까 싶은데요 약간 힌트를 줄 수 있나요 ?

아기:  이 와인은 일본에서는 인기 없는 론(Rhone) 지방의 와인입니다.  그런데 프랑스의 옥션에는 올라가 있습니다.  약 20,000 ~30,000 엔 정도하는 와인입니다.  우연히 추천받아서 별로 기대하지 않았던 와인인데  아주 훌륭했습니다.  와인라벨을 보면 별로 고급스러워 보이지도 않고 저렴한 와인일거라 생각하고 오픈 했는데 너무 훌륭했습니다.  생산량이 아주 작으며 포도나무 수명이 모두 100년 정도된 그런 와인입니다.

 

필자 : 12사도와 신의 물방울은 이미 내정되어 있나요 ?  아마도 많은 와인생산자들이 자신의 와인을 추천해달라는 의뢰도 많이 받을 것이라 생각하는데요.

아기: 여러 곳에서 와인을 가지고 추천해 달라고 하는 경우가 있는데 아주 좋은 와인이라면 조그만 스토리로 등장 시킬 수 있습니다. 12사도는 대충 정해져 있지만 집필 중에도 더욱 좋은 와인이 나타난다면 바뀔 수 있을 것입니다.  신의 물방울은 이미 정해져 있습니다.  만화책 1권부터 끝까지 제대로 읽어 본다면 감을 잡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책의 스토리 속에 신의 물방울에 대한 암시와 힌트가 나오니까요.   참고로 신의 물방울은 본인의 취향 보다는 만화의 캐릭터에 맞추어 만들어 진 신의 물방울 입니다.   이 와인은 마니아라면 한번쯤 들어봄 직한 와인입니다. 

 

필자 : 이태리 와인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합니까?

아기 : 수퍼토스카나 와인의 경우 등급에 상관없이 성공했다고 생각합니다. 일반적으로 이태리의 와인들은 바로 따서 마시는 파티용 와인들이 많은 듯 합니다.  숙성해서 마시는 와인들은 오히려 수퍼토스카나에서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프랑스의 기술을 모방한다고 해서 프랑스 와인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기술과 개성을 찾기는 힘들 것이라 생각합니다.  프랑스의 와인들은 보다 폭넓고 다양한 스타일을 만들고 10년 숙성되었을 때와 20년 숙성되었을 때 표현하는 맛과 스타일은 많이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샤또마고의 경우 와인을 만들 때 50년 이후의 와인 맛을 미리 예상하고 만듭니다.  또한 그에 따라 와인의 가격도 달라지죠.  와인 메이커는 분명히 와인을 만들 때 그 맛의 변천 설계도를 가지고 있는 것이죠.  이태리의 와인들은 바로 마시기 좋은 와인들을 만들기에 그 출발점부터 다릅니다.  이태리 와인을 숙성하여 마셨을 때 달라지는 느낌이 별로 없었습니다. 

미국이나 신세계의 경우 또한 금방 마시는 와인들을 만들어 냅니다.  1990년산 도미너스(Dominus)는 작년에 맛 보았는데 1983년산 프랑스의 샤또 라스까즈가 생각 나더군요.  분명 캘리포니아의 와인들은 숙성이 빠르다고 생각됩니다.  칠레의 와인은 3000 엔 이하의 와인을 구매했을 때 가장 잘 샀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알마비바는 사실 샤또 몽페라와 비교했을 때 저는 몽페라가 더욱 맛있다고 느꼈습니다.  알마비바는 분명히 가격이 3배 이상 비쌌는데도 말이죠.   저는 고가의 칠레와인인 경우 가격대비 품질이 좋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한번은 일본의 와인전문가들과 함께 2001 년산 샤또 몽페라와 2000년산 미국의 오퍼스 원을 가지고 비교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한 적이 있습니다.  놀랍게도 이들은 샤또 몽페라를 선택했습니다. 

가끔 미국산 와인에서 훌륭한 쉬라를 만난 적도 있었습니다.  Torbreak 이라는 와인이었습니다. 

 

필자 :  현재 집필중인 다른 작품도 있습니까 ?

아기: 지금은 Night in the Area 라는 만화책을 쓰고 있습니다.  와인과는 상관없는 내용입니다.

 

<이상>

 

인터뷰를 시작할 때의 딱딱한 모습은 어느덧 사라지고 점심시간 인터뷰로 인해 와인도 마시지 않았지만 우리는 마치 와인을 마신 사람들처럼 웃음과 와인의 훈훈한 향기로움이 느껴졌다.  그리고 예기치 않게도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말한다.  저의 작업실이자 우리 집을 보여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저의 모습을 찍도록 허락하겠습니다.  , 죄송하지만 저의 뒷모습만

 

자전거를 타고 가는 그의 뒤를 따라 약 5-10분 정도 가니 일본의 어느 조그마한 집과는 전혀 다른 조그만 정원이 있는 유럽풍의 단독주택으로 안내했다.  목조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니 바로 오른쪽으로 꽤 큼직한 작업실이 열렸다.  중간 책상을 기점으로 주변은 책들로 가득하다.  2층으로 연결되는 한쪽 벽면 전체는 모두 만화책이었다.  잡지사 의 편집장으로 있다가 약 10년 전부터 책과 만화의 작가로 활동하였는데 본인도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많은 작품들을 써냈다는 것이다.  그리곤 그는 지하로 안내 했다.  평소 사람들과 와인을 마시기도 하고 가족들과 어울리기도 하는 장소라고 한다.  마치 와인셀러가 연상되는 나무문을 열고 들어서니 마루바닥이 벽면 따라 모래 위 조개가 바닷가를 연상한다. 그 위에는 두꺼운 유리로 마감되어 걸을 수 있게 했다.  작가가 중요시하는 와인의 떼루아(Terrior)가 느껴졌다.  책상 위에는 돌과 조개들이 여기저기 장식되어 있고 한쪽에는 그랜드 피아노가 놓여져 있다.  홈시어터의 역할도 한다는 이 방의 천장에는 커다란 빔이 설치되어 흰 벽을 겨냥하고 있다.  방의 한쪽 구석 또 다른 나무문을 열어보니 와인들로 가득 찬 조그마한 와인 전용 셀러 룸이 나온다.  그 속에는 본인이 아주 아끼는 와인들이 있다는 것. 

 

독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 드립니다. “
독자 분들에게 있어서, 신의 물방울이 와인세계에 발을 들여놓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면 저(작가)에게 그 이상의 명예는 없을 것입니다.  독자 여러분들이 신의 물방울에 등장하는 와인을 실제로 꼭 드셔 보셨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작품 중에 등장하는 와인들은 그 모두가 틀림없는, 훌륭한 와인들로 그야말로 작품 이랄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저의 책에서 소개된 와인이 갑작스런 인기로 가격이 올라 가게 되는 경우를 보고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그 가격대라면 분명 더욱 좋은 와인들이 주변에 많을 것입니다. 

 

한동안 우리는 와인에 대한 이야기로 시간가는 줄 몰랐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로버트 파커의 와인 평가에 대한 그의 의견이라든가 혹은 자신을 놀라게 했던 어느 부르고뉴의 와인이야기, 이태리와 신세계 와인들에 대한 이야기 등등밤새도록 이야기를 해도 끝이 없을 것 같았다.   

 

다음에는 꼭 와인을 함께 마시며 이야기 나눕시다.”

함께 와인을 마시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웠던지 그는 셀러에서, 책 속에 이미 소개되었던 그러나 이젠 모두 품절이 되었다는, 와인을 선물로 건네 주었다.  그것은 프랑스 론(Rhone) 지방의 묵직하지만 소박한 와인으로 스테이크와 잘 어울린다는 샤또 생콤(Chateau Saint Cosme) 이었다.

 

분명 와인 속에는 묘한 매력이 있다.   와인 이야기 만으로도 우린 서로를 이해할 수 있었다. 작가는 와인을 마시면서 와인 속에 숨어있는 많은 영상들을 떠올리고 사람들을 떠올린다.  그리고 땀을 흘린 농부의 노력과 열정이 묻어난 와인메이커의 철학을 읽었던 것이다. 


와인은 마치 사람과도 같다.  똑 같은 포도를 가지고 만든 와인에는 다양한 스타일을 표현한다.  아름답고 우수에 젖은 여인의 눈망울을 연상하게도 하고 시골의 어느 안개 낀 숲 속을 거닐기도 한다.  풍요로움과 낭만이 넘쳐나는 이 가을, 한국의 어느 조그마한 시골에서도 지금쯤 까맣게 익은 포도가 와인으로 태어나기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최성순 -와인21닷컴

 

 

 

작가의 소장 와인들
 

작가의 집이자 작업실
 
 
 
좋은 글 이라 데리고 왔습니다(wine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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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 다시 생존의 기로에 서다
배기찬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5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코리아, 생존의 기로에 섰다.

자뭇 협박조로 들릴수도 있는 심각한 제목이다. 그런데 이 협박이 꽤 맞는 이야기다.
최근 북한이 핵실험에 나서겠다고 하고 미국은 클린턴 정부때 북한 폭격을 거론하고
부시정부는 경제봉쇄를 추구하는 등 한반도의 상황은 그렇게 평온하지 못하다.
수십년간 조용했지만 한국전쟁, 2차대전, 만주사변이 있었고 청일,로일 전쟁 모두 한반도를
둘러싼 패권 다툼이었다.

우리는 전쟁에 관심이 없어도 이웃은 관심이 있다는 격언이 있다.
다투지 않고 평온하게 살겠다고 마음먹는 것은 군자의 처세인 듯 보인다. 하지만 바쁜 세상은
그렇게 홀로 놔두지 않는다. 나를 둘러싼 주변의 세력이 변화가 있을 때 그 영향은 반드시 내게도 온다.
중국이 통일되면 북방이 어지럽고 일본이 통일되면 부산으로 밀려온다는 것이 역사적 경험이다.

한국의 주변을 살펴보면 한국보다 약한 나라는 존재하지 않는다.
일본, 러시아는 과거 미국과 패권을 다투었던 강대국이고 중국은 전통적인 아시아의 맹주다.
미국은 이제 단일 헤게모니를 추구하는 현대의 로마제국이다.

반면 남한과 북한은 어떠한가? 이미 사멸해버린 이데올로기를 변용하여 김빠라고 할 수 있는
소수의 권력집단이 끊임없이 안보 드라이브를 하는 북한의 운명은 그리 밝지 않다.
스스로 백성을 먹이지 못하는 경제, 대외적인 폐쇄 속에서 나만이 옳다고 믿는 그들은 일종의
종교집단이다.

남한의 운명 또한 갈림길에 놓여있다. 과거의 성장 패러다임을 포기했지만 새로운 리더십은
확립되지 못했다. 똘똘뭉쳐 한 방향으로 나아가려는 것이 아니라 적당히 알아서라고 하면서
각기 다른 길을 가고 있다. 적은 돈이 없어 굶는 아이들이 방치되고 있는 반면 다른 한편으로는 해외에서
소비하는 막대한 외화가 존재한다.

경제적 정황 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한반도 자체가 세계적 갈등의 핵이 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핵실험 자체도 큰 이슈가 되지만 문제의 뿌리가 제법 깊다는데 어려움이 있다.
부시 정부의 첫번째 국방장관 럼스펠드는 취임하자 마자 북한 공격계획을 가져오라고 했다고 한다.
(밥 우드워드, 워터게이트 폭로 기자) 핵이 존재하니 뒤로 미루자는 멘트를 보고 그는 전쟁의 방향을
이라크로 돌렸다고 전한다. 이라크의 후세인이 그렇게 통탄한 것도 바로 북한이 핵을 가졌는데 자신에게는
그 핵이 없었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바로 그 핵을 놓고 북한은 자신을 당당히 보유국으로 대우하라고 주장하는 반면 미국은 북한에 대해
선제공격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도 문서로 남기기를 거부한다.

어느쪽이 옳은 것일까? 국제 관계에서 절대 법칙은 존재하지 않는다.

미국도 클린턴 정부 시절  대화를 통해 미사일과 핵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던 적이 있고 지금 부시 정부처럼 무조건 힘으로 밀어 붙이는 쪽이 있다. 둘 다 미국의 국익을 추구한다고 하는데 친미주의자들이라면 어느 쪽을 따라야 할까? 부시를 따르는 건 친미고 클린턴을 따르는 것은 친미가 아닌가?

지금 한국의 많은 문제를 좌파의 발호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자신을 우파라고 자리 매김하지만
이들의 사고 방식 또한 냉전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부시가 되어야 경제가 산다고 지지하던 기업인을 보았다. 막상 부시가 되자 북한과의 전쟁가능성이
커지고 외국인들이 매도에 나서자 한국 주식의 가치가 폭락하였다.
그 때는 다시 정치를 잘 못해서 주식이 떨어진다고 소리친다.
한국의 우파라고 하는 사람들의 머리에도 이런 우물한 청개구리 수준의 현실인식이 너무 많다.

이런 고민들이 이번이 처음은 아닐 것이다.
외부의 흐름에 따라 친일을 할 것인가 친로를 할 것인가 고민하던 조선 말기의 모습도 유사했을 것이고
더 멀리 광해군처럼 반청 정책을 일찌감치 포기하는 것이 좋았는지 아니면 인조처럼 전쟁을 불러도
무조건 의리로 밀어붙이는 것이 좋았는지 고민도 비슷한 것이다.
다시 더 멀리 가면 고려, 고구려 등 한반도에 머물렀던 선조들의 여러 고민들이 나타난다.

그래서 역사를 제대로 알고 교훈을 얻어 오늘을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저자는 생각한다.
저자가 볼 때 한국에는 과시병 환자가 많은 것이 문제라고 한다. 조선조에 들어와서 특히
성리학적 윤리체계를 강조해서 이를 기초로 이상적인 의사결정을 추구하는 경우가 많았다.
청에 반대하며 광해군을 끌어내린 무리들이 백성에게 준 것은 거대한 재앙이었다.
또 밖으로 눈을 돌려 세상을 넓게 보자고 하면 한사코 거부한 인물들이 가져온 것은 임진왜란이었다.
국가의 위란에서 당파로 나뉘어 끝까지 싸웠고 백성에게 양보하기를 거부하며 동학혁명을 불렀던 것이
조선의 지배층이다.

즉 대외적인 시야가 좁고 자신을 과대평가하며, 실용적인 의사결정을 하기 보다 분기에 찬
종교적 목소리만 높이는 빠들이 많은 나라가 조선이라는게 저자의 문제의식의 기초가 된다고 보인다.
특히 빠가 많은 것이 문제인데 이들은 각기 자신의 종교를 숭배하며 타인을 철저히 배타적으로 대한다.
박빠,노빠,김빠 등 본질은 다 선생님을 모시는 광신도와 비슷하게 종교적이다.
일요일에 수많은 거대교회에서 외치는 구원을 해주소서라는 목소리와 잘 닮아 있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대화가 서로 안된다. 종교는 논쟁에 올리지 말라는 서양 격언이 있는데
한국은 정치와 삶 자체가 종교화된 나라다 보니 대화보다 상대에게 믿어라고 강요하는 것 뿐이다.

반면 실용적 가치를 추구하는 것은 매우 부족하다. 임진왜란을 가져온 힘이 일본의 경제력인데
이는 당시 은제련 기술을 통해 서양무기를 도입할 수 있어서 가능했다고 한다.
그 기술의 개발자가 조선인이라는 것이 일종의 역설이다.
기술을 제대로 대우한 것은 아마 세종시절과 박정희 때가 아닌가 생각된다.
지금은 한국의 이공계가 급격히 무너져도 제대로 고민하는 정치인들은 별로 없는 것 같다.

내가 남보다 강하지 않을 때는 주변이라도 잘 읽어야 한다.
네덜란드가 작은 나라지만 주변과 소통하기 위한 언어를 국민에게 가르치고
주변 누구보다 뛰어난 서비스를 개발해 소위 허브 역할을 수행한다.
한국도 중국의 최근 부상의 맛을 보면서 허브 이야기를 많이 하지만 그 기반이 되어야 할
서비스 정신이 앞서 있다고는 장담할 수 없다. 한국의 서비스 기업으로 해외에서 성공한 곳이
단 하나라도 있나? 아마 게임 빼고는 단 하나도 없을 것이다.

미국도 중국, 일본 어느 나라하고도 터놓고 이야기하기 어려운 것이 오늘 한국의 외교가 되고 있다.
나빠진 것을 일거에 만회하겠다고 내놓은 정책들은 FTA와 같이 제대로 고려되지 않은 치졸한 수준이다.

한국의 지금 위치는 연달아 전쟁이 터지던 선조에서 인조 사이나 대륙과 해양의 세력이 부딪히던
조선말기와 유사하다고 하겠다. 반면 지도자의 수준은 그때보다 그리 나아진 것 같지 않다.
현실감 없이 이상론 떠들며 문제를 쉽게 보고 자기 주장만 하며 국민을 설득하지 못하는 그런
리더십은 빨리 종결지어야 한다.

자신을 알고 남을 안다면 싸움에서 패하지 않을 것이다. 그 초석으로 이 책의 독서는 꽤
괜찮은 선택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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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끝나지 않은 도전 - 현명관 자서전
현명관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06년 1월
평점 :
절판


호텔이라는 비즈니스는 무엇이 본질일까?

저자는 사람을 알아주는 사업이라고 한다.
먼저 고객을 잘 알아야 한다. 비싼 돈을 내고 오는 일류고객들은 무엇보다 자기집처럼
머물 수 있는 공간을 필요로 한다. 그들 개개인의 취향을 잘 알아서 서비스로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덕분에 신라호텔에 머물었던 기억나는 일류 명사들에 대해 한참 설명을 붙인다.

다음으로는 고객을 접대하는 접점이 중요하다.
도어맨 등 일선에서 고객과 부딪히는 각종 서비스맨들의 마인드가 중요하기 때문에
이들이 자기 직업에 대해 프라이드를 느끼도록 마인드 관리를 잘 해야 한다고 한다.

이것까지는 경영자의 관점인데 오너는 어떻게 생각할까?
부동산업으로 접근한다고 한다. 요지에 자리잡고 명소가 되면 주변의 땅 값이 오른다.
그래서 리버사이드 호텔이 부실화되니 꼭 사고 싶다고 접근했는데 저자의 반대로
실행하지 못했고 두고두고 아쉬움이 있었다고 한다.

제주신라호텔을 만들때 밖은 주변경관과 조화를 유지하도고 낮추어 설계하고
안은 최대한 화사하게 꾸몄다는 것은 흥미로왔다.
남산을 둘러싼 호텔들이 장대한 설계를 해서 그 자체로는 멋을 유지해도
요즘 보면 탐탁지 못한 것과 비교가 된다. 그만큼 호텔의 정의가 바뀌어가는 것 같다.

패션이라는 사업은 어떨까?
명확하게 정의하건데 유행을 고객에게 전달하기 위해 time based management가 꼭
필요한 업이라고 한다. 이를 위해 각 부문에 재량을 주고 유연하게 운영하는 것이 중요하다.

시계 사업은 또 어떤가?
로열티를 막대하게 세이코에 지불하고 부품을 고가에 사들여서 원가는 높았다.
그렇다고 세계를 대상으로 시장을 넓히지도 못한다.
단적으로 이런 사업은 지속하면 안된다고 판단했고 후일 반영이 되었다.
오늘 삼성이 시계만들었던 것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을까?

지은이는 삼성그룹에서 두루 사장을 역임한 인물로서 회장 비서실장도 수행을 했다.
높은 곳에서 내려다볼 수 있었고 경험이 다양하니 책도 그런 내용을 일부 담고 있어서 도움은 된다.

하지만 기대했던 것만큼 미치지는 못했다. 선거를 염두에 두고 급히 과거의 기록물과 대화를 바탕으로
한권의 책을 만들어낸 것으로 보여서 아쉬움이 많다.

같은 선거에 출마했던 진대제 장관의 작품과 비교하면 꽤 차이가 많이 난다.

이제 바라던 선거도 잘 되지 않아서 역설적으로 시간적 여유도 생겼으니 자신을 정말 알리기 위한
제대로 된 책 한권을 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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