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 콘서트 Economic Discovery 시리즈 1
팀 하포드 지음, 김명철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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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경제학, 어렵고 무겁게 느껴지고 나와 거리가 먼 것으로 생각되는 학문이다.

하지만 의외로 우리에게 가깝게 놓여 있다.

특히 수요와 공급의 법칙은 살아가면서 내내 우리의 경제적 사고의 기초를 형성한다.
아파트 공급을 급격히 늘린 노태우는 집값을 잡았지만 한사코 이를 거부한 노무현 정부는 결국 실패하고 있다. 당장 눈앞에 보이지 않더라도 중국에서 수입되는 농산물이 늘어나면 동네 밥값은 덜오른다.
이를 약간 더 확장하면 금리에 대한 눈이 띄여져간다. 금리를 내리면 돈이 더 많이 공급되고 소비가 늘어난다. 잘못하면 인플레로 이어지지만 이때쯤 다시 금리를 올려 돈을 줄여나간다.
이런식으로 경제학의 원리는 우리가 세상을 보는데 꽤나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이 책은 여러가지 사회현상의 이면에 놓인 경제학의 원리를 잘 보여준다.

첫 장이 보여주는 스타벅스 이야기를 잘 읽어보라. 가격은 결코 원가 더하기 알파라는 공식에 의해 형성되지 않는다. 그 보다 소비자가 낼 수 있는 만큼 받아내는 것이 좋은 가격정책이다. 이것이 잘 통하는 영역이 이른바 명품 분야다. 일상적 효용에 더해서 소비자가 추구하는 부가적 효용을 주목해 그들은 막대한 부가가치를 창출한다. 바꾸어 말하면 가격의 원리를 좀 더 이해하면 보다 효율적인 소비를 수행하는 현명한 소비자가 되는 것이다.

다음장은 슈퍼마켓이야기로 옮겨간다. 많은 물건을 쌓아놓는 슈퍼마켓은 그만큼이나 친절히 많은 정보를 제공한다. 100g당 얼마인지 친절히 알려주기도 하고 제품이 유기농으로 만들어졌는지 심지어 원산지 농민들과 공정한 무역을 하고 있는지도 커다란 게시판을 만들어 소비자에게 알린다.
과연 그 진정한 의도는 무엇일까? 슈퍼마켓이 진짜 그 행위를 위해 지출하는 구매비용은 그리 크지 않다는 것이 저자의 분석이다. 그러면 왜 그 행위를 그렇게 강조할까? 답은 소비자가 중남미의 가난한 농부를 돕고 있다는 도덕적 우월성을 부여하거나 혹은 가족에게 더 건강한 배려를 하는 가장이라는 우월감을 주어서 결국 지갑을 더 많이 열게 만들려는 것이다.

조금 건너 뛰어보면 중고차 시장이야기가 나온다. 이른바 레몬이라고 불리우는 이 시장에서 우리는 공정한 거래를 하기 어렵다는 점을 잘 안다. 제값 받고 팔기도 제값 주고 사기도 어려운 것은 상품에 대한 이해도가 상대적으로 낮고 그 무지함을 교묘히 이용하려는 거간꾼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개념을 조금 더 응용하면 미국의 의료보험 시장이 어떻게 왜곡되고 있는지를 이해할 수 있다. 상대적으로 부유한 사람들은 결코 가난뱅이들과 함께 묶여서 의료보험비를 내고 싶어하지 않는다. 덕분에 그 부담은 정부로 고스란히 돌아가고 재정적자는 심화된다.
이를 역으로 이용하려는 것이 외국계 종신보험 회사의 차별적 마케팅이다. 되도록 건강한 사람만 잘 골라서 받으려는 전략으로 수익성을 추구한다. 한걸음 나아가보면 한국에서도 선생님만을 대상으로 파는 자동차보험이 성과가 좋다고 한다.

기초이론에 대한 공부를 도와주는 책은 주변에서 응용의 대상을 잘 찾아보면 정말 자신이 이해하고 있는지를 알게된다. 즉 하나를 알아서 거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둘,셋 아니 열도 넘게 이해를 주는 그런 효과를 준다. 길을 오가며 혹은 다른 책을 들추며 자신의 세상 보는 이해를 넓혀간다면 좋은 경제학 공부가 아닐까 생각된다.

이 책에서 나온 이론을 잘 응용해보고 입사시험이나 회사에서의 발표, 주변과의 대화에 써먹어보라.
아마 당신을 보는 상대의 시선이 한결 두툼해지는 것을 알게 될지도 모른다.

좋은 책이란 삶의 가치를 높여주는 동반자가 되는 친구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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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의사의 부자경제학
박경철 지음 / 리더스북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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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MBN에서 주식시장 해설자 시골의사나, 베스트셀러가 된 수필집을 통해 박경철 원장을 본 사람이라면 이 책에 관심을 둘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이 주식도사라 주식을 통해 돈 쉽게 버는법 가르쳐주겠지하고 기대하면 오산이다. 별로 맞지 않는 것 같은 주식투자와 의술을 동시에 하는 것만큼 이 책의 폭도 꽤나 넓다.

사람들이 돈 버는 것에 대한 쉬운답을 원할 때는 그는 돈을 남보다 더 잘 버는 것은 쉽지 않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노력한다.
시작은 독자에게 부자의 개념 정의를 요구하는 것이다. 어떤 일이든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목표를 분명히 세움이다.
다음은 자신이 과연 평균 이상의 역량이 있는지 돌아보도록 유도한다. 부자가 투자에서 가장 중심에 놓는 금리에 대한 이해를 물어보고 다음은 독자가 금리 이상의 투자수익을 장기적으로 거둘 수 있는지 물어본다.
과거 한국사회에서 벌어졌던 여러 투자수단을 통계적으로 분석하면서 금리의 위력이 우리가 생각하는 주식, 부동산보다 결코 낮지 않고 심지어 더 앞서는 것으로 이해시킨다.
중간 결론은 평균을 넘어갈 자신이 없다면 평균을 따라라 즉 애매한 투자보다는 금리에 베팅하라가 된다.

한국사람들의 특성 중 하나로 평등주의가 많이 꼽힌다. 남의 장점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반대로 나의 약점을 시인하지 않으려하는 고집통이 된다.
각종 사행산업의 성행과 주식에서 초단타 경향은 결코 나뉘어진 것이 아니고 둘 다 한국의 고유한 성격을 잘 반영한다.
이런 분위기에 너 자신을 알라 적어도 평균이 안된다면 그냥 평균을 따라가라는 시골의사의 메시지는 신선함을 준다. 최근 활발해지는 펀드 투자도 그런 일종의 평균따라가기 전략으로 이해할 수 있겠다.

긴 서론을 통해 일종의 투자경제학을 전개하는 시골의사의 글솜씨는 거의 종횡무진이다. 세계경제를 논하다가 어느새 남과북의 통일가능성, 한미의 FTA 실현 등 다양한 분야로 오간다. 이는 처음 기술적 분석의 대가로 자부하던 저자가 점차 제도권 실력자들과의 교분을 통해 시야를 여러 단계 높였기 때문에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일례로 FTA가 실현되어 농업이 개방되면 농지의 가격이 기존의 쌀 수익 중심에서 타분야로 전용가치로 전환된다. 그 결과는 수도권의 대규모 토지 공급에 따른 집값 하락으로 예상된다.
또 남북간의 철도 연결은 파주를 중심으로 한 한강이북권의 대규모 개발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개성공단이 활발해지면 유사한 남과 북의 합작사업을 통해 새로운 가치창출도 가능하고 부동산도 따라서 변할 수 있다고 한다. 남북 대치가 아니면 고려의 옛수도인 개성과 중국과의 관문인 인천을 중심으로 더욱 발전하기가 쉬웠을 것이다.

증권에 대한 기대는 상대적으로 큰편이다. 그 논리의 근거는 연금의 수익률 저하다. 국민연금의 고갈은 불보듯 뻔하고 우리에게 점점 다가온다. 이를 정치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수단은 과거 미국에서 취했듯이 주식과 같은 고수익 투자를 통해 파이를 키우는 것이 가장 유력하다고 보인다. 레이건이 연금의 주식투자를 허용한 결과 클린턴 시대에는 주식시장이 거의 10배로 커져가는 동력이 되었다.

두루두루 그의 글을 읽다보면 생각의 폭과 깊이에 꽤 놀란다. 그리고 읽고 들은 것을 기초로 한국형 투자이론의 기초를 닦으려하는 점을 높이 사지 않을 수 없다.

저자는 시선을 낮게 두지도 않고 오늘 꼭 따야한다는 식으로 마음을 조급하게 먹지도 않으면서 인생의 동반자로 경제에 대한 공부를 권한다.

그 바람이 모두가 원하는 부자되기인데 아마 독자들에게 가장 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을 바라기 전에 그 바램을 이룰만큼 자격을 갖추라는 것 아닐까 생각된다.
그런 의미에서 진정 부자가 되기를 간절히 원한다면 공부를 해라. 
먼저 자신에 대해 그 다음 세계에 대해. 이 책은 그 출발점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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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로쟈 > "북한에는 고립화와 봉쇄정책이 효과 없다"

슬라보예 지젝과의 몇년 전 (전화)대담 기사를 하나 옮겨놓는다. <월간중앙>(2003년 2월호)에 게재됐던 것인데(나는 지면에서 처음 읽었었다), 지젝은 그해 가을 방한한 바 있다. 대담자는 김영희 중앙일보 상임고문이며 타이틀은 "북한과 같은 나라에는 고립화와 봉쇄정책이 효과 없다"이다. 아무래도 잡지의 독자층을 고려한 제목이겠다. 아무튼 당시에도 최대 화두는 북한이었으니 시의적으로 읽어볼 만한 기사이다.  


 

슬로베니아의 철학자·역사가·문명비평가 슬라보이 지젝은 정열적으로 질문에 대답했다. 50여 분 동안의 전화대담에서 그는 듣는 사람의 귀가 아플 만큼 큰소리로,그리고 자신있게 9·11 테러 이후 부시가 펴온 대외정책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한반도 안팎을 가릴 것 없이 새해 최대 화두는 이라크와 북한이다. 미국의 조지 부시 정부는 이라크를 공격할 준비를 사실상 끝낸 상태다. 남은 문제는 이라크에서 활동중인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무기사찰단이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를 많이 만들어 숨겨두고 있다는 물증을 찾아내는 것이다.


그런 증거를 못 찾으면 미국의 이라크 공격은 정당성을 잃고 영국을 제외한 거의 모든 동맹국과 우방국들의 지지를 확보하지 못한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이라크 공격을 재가하는 제2의 결의안을 채택할 수도 없다. 그럴 경우 미국은 단독으로 이라크를 공격해 사담 후세인을 축출하고 석유부국 이라크에 친미정권을 세울 수 있을 것인가. 그렇게 세운 정권은 성공할 것인가.


북한 핵문제는 어렵사리 해결의 실마리를 찾은 듯하다. 북한이 핵무기를 먼저 포기해야 대화하겠다던 미국이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겠다고 선언만 해도 대화하겠다는 쪽으로 한 발 물러섰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화는 대화일 뿐 협상은 아니다. 대화에서 협상, 협상에서 합의는 전혀 별개의 절차다. 과연 북한이 바라는 북·미 관계 정상화와 북한의 안전보장이라는 보따리와 미국이 바라는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포기라는 보따리를 교환하는 일괄타결이 실현될 것인가. 아직도 길고 긴 여정(旅程)이 남은 것이 북한의 핵문제다. 그래서 한반도 주변은 앞으로도 오래 오래 불안정한 상태를 유지할 것이다.


슬로베니아의 철학자·역사가·문명비평가 슬라보이 지젝(Slavoj Zizek)은 9·11 테러 이후 부시가 펴온 대외정책에 예상했던 것 이상으로 신랄하게 비판적이다. 영·미(英美) 편향의 견해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지젝의 견해는 충격으로 들릴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대부분의 진보적 학자와 언론인들과 유럽의 거의 모든 전문가들은 이라크에 대한 부시의 강경노선에 지젝처럼 비판적이다. 그들은 미국이 이라크를 공격해도 사담 후세인을 성공적으로 제거할 수 있을지 회의적이다. 후세인을 제거한다고 해도 그것이 바로 중동정세의 안정과 선진국가들에 대한 안정된 원유 공급을 보장하는 것인지도 확실치 않다는 전망이다.


슬라보이 지젝은 정열적으로 질문에 대답했다. 50여 분 동안의 전화대담에서 그는 듣는 사람의 귀가 아플 만큼 큰소리로, 그리고 자신있게 말했다. 발칸반도의 슬로베니아는 수백 년 동안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 왕조의 지배를 받은 나라다. 그래서 그 지역, 그 나라 사람들은 강력한 외세의 간섭이 현지인들에게 무엇을 의미하는가를 본능적으로 안다.


슬로베니아가 배출한 유럽 최고의 지식인과, 람보 이미지의 조지 부시의 대외정책에 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던 것은 큰 행운이었다.


"부시의 자유주의가 점점 많은 이슬람들을 反美적 원리주의자로 만들고 있다"


김영희 이라크에 대한 미국의 공격이 임박해 보입니다. 9·11 테러가 지난해의 아프가니스탄전쟁과, 그것보다 훨씬 파괴적일 이라크전쟁을 정당화한다고 보십니까.


지젝 아프가니스탄전쟁은 정당하다고 할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이라크전쟁의 목표는 전혀 다릅니다. 미국은 석유 공급을 확보하려고 테러와의 전쟁을 이용하고 있어요. 테러와의 전쟁과는 무관합니다. 사담 후세인은 알 카에다와 아무 관련이 없어요. 미국도 지금은 후세인이 알 카에다와 관련이 있다고 주장하지 않아요.


거듭 말하지만 미국은 테러와의 전쟁을 이용해 다른 경제적 목표를 추구하고 있어요. 부시 독트린이라는 미국의 정치철학이라고 할까, 이데올로기가 걱정입니다. 그것은 미국에는 현실의 적뿐만 아니라 잠재적인 적까지 선제공격할 권리가 있다는 생각입니다. 스티븐 스필버그가 만든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소수의견)의 경찰과 같아요. 이 영화에서 경찰에는 앞으로 범죄를 저지를 사람을 알아내는 초능력을 가진 사람이 있어요. 경찰은 그 사람이 지목하는 미래의 범죄자를 미리 체포합니다. 경찰은 이렇게 말해요.


"당신은 30분 뒤에 살인합니다. 그래서 당신을 체포합니다."


미국은 국제정치 차원에서 범죄가 있기도 전에 사람들을 공격하고 체포하고 벌을 주는 셈입니다. 독일 총리 게르하르트 슈뢰더가 이라크전쟁에 반대한 것은 '슈뢰더판(版) 마이너리티 리포트'라고 하겠어요. 지정학적으로 중국이 미국의 슈퍼파워 지위에 도전하는 세력으로 등장할 것으로 보이는데 미국이 이 영화의 경찰처럼 중국을 예방공격할 것인가 주목됩니다. 이라크 공격의 배후에는 참으로 위험한 논리가 숨어 있어요.


김 사담 후세인을 제거한다면 중동 지역은 평화에 한 발 가까이 가는 것입니까.


지젝 그 반대의 결과가 예상됩니다. 후세인 정권은 이슬람 원리주의 정권이 아니에요. 이라크의 기본 이데올로기는 이라크 애국주의일 뿐입니다. 후세인이 이슬람과 손잡은 것은 10년 정도밖에 안돼요. 재미있는 예를 하나 들지요. 몇 달 전에 이라크에서 대통령선거가 있었는데 후세인이 100%의 지지를 받았어요. 선거 운동 기간 중 이라크 방송들이 후세인 지지 슬로건을 실어 계속 내보낸 노래는 미국의 흑인 가수 휘트니 휴스턴의‘나는 언제나 너를 사랑할 거야’였습니다. 이슬람 원리주의 나라에서는 그렇게 못 해요. 이 나라의 제2인자인 부총리 타리크 아지즈는 기독교 신자 아닙니까. 이라크는 전형적인 민족주의 국가입니다.


만약 미국이 후세인을 몰아내고 이라크에 일종의 신식민지주의 정부를 세워 군정(軍政)을 실시한다면 그때야말로 전 세계를 망라한 이슬람 원리주의 민중들의 반미운동이 일어날지도 몰라요. 내가 걱정하는 것은 그겁니다. 이라크를 원리주의 국가로 만드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미국의 무력간섭이에요.


김 설마 부시 대통령이 그걸 모를까요?


지젝 물론 알지요. 그러나 정치란 이상한 겁니다. 뻔히 알면서 재앙을 부르는 것이 정치죠. 헨리 키신저를 봐요. 얼마나 똑똑한 사람입니까. 그런 사람이 베트남을 잃었어요. 그런가 하면 로널드 레이건 같이 별로 영민하지 못한 사람이 소련을 상대로 무자비한 군비경쟁을 벌여 소련 제국을 파멸시킨 경우도 있어요. 어느 한 사람의 머리가 좋고 나쁘고의 문제가 아니라 정책 수행에 이용되는 비극적인 논리의 문제입니다.


"북한이 이라크보다 더 위험"


김 부시 정부는 이라크말고 북한이라는 문제도 안고 있습니다. 한반도는 슬로베니아에서 멀리 떨어져 있습니다만 일반론으로 말해 북한 핵문제도 군사적으로 풀려고 할까요?


지젝 북한과 이라크가 자주 비교되는데 나는 북한이 이라크보다 더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내 친구인 영국 언론인 크리스토퍼 히친스가 세계에서 가장 살기 나쁜 나라를 조사한 결과 북한이라는 결론을 얻었어요. 권위주의 국가에는 자유가 없는 대신 질서라도 있고, 중앙통제를 잃은 나라에는 질서가 없고 국민이 배고픕니다. 북한은 강력한 독재 아래 국민이 굶주리는 독재와 카오스(Chaos)를 갖춘 나라라는 것입니다. 북한에 대해 유화(Appeasement)정책을 써야 할 것입니다. 북한체제가 개탄스럽지 않아서가 아니라 쿠바의 경우를 봐도 고립화와 봉쇄정책이 효과가 없기 때문입니다.


김 부시 정부는 테러와의 전쟁을 빙자해 경제적 목표를 추구한다고 하셨는데 부시 대통령은 9·11 테러를 이용해 미국의 패권을 추구하는 것 같습니다. 그의 단독주의는 우방국가들 사이에서도 평판이 나쁩니다. 부시는 미국의 패권이라는 야망을 달성할 수 있을까요?


지젝 장기적인 시각에서 보면 부시는 스스로 패배하는(Self-defeating) 게임을 하고 있어요. 부시는 두 가지를 잘못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9·11 테러후 테러와의 전쟁을 다루는 국제재판소 같은 법적 체계를 갖췄어야 하는데, 미국은 국제형사재판소(ICC)에도 구속되지 않고 단독행동을 하겠다는 겁니다. 미국은 국제적인 체제에 들기를 거부해요.


미국이 저지른 또 하나의 잘못은 140개국이 참가하고 국제통상기구(WTO)가 지지하는 에이즈에 관한 국제적 협정을 거부한 것입니다. 그것은 제3세계의 가난한 나라들이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 제약회사들이 개발한 에이즈 치료제를 특허료 없이 생산하는 것을 허용하는 협정입니다.


미국 정부는 제약회사들의 막강한 로비에 따라 이 협정에 조인하는 것을 거부합니다. 9·11 테러후 미국 자신은 독일의 바이엘 제약회사에 탄저균 치료제를 싸게 수출하라고 압력을 넣었어요.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미국이 가난한 나라들에 인류의 재앙인 에이즈 치료제 생산을 못하게 하는 겁니다.


이것이 미국이 무자비하게 추구하는 패권입니다. 21세기의 패권국가는 미국이고, 미국에 도전할 미래의 슈퍼파워는 중국뿐인데 미국과 중국이 대표하는 정치질서로서의 두 개의 문명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끔찍합니다. 그래서 유럽통합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디지털 디바이드는 인류의 노력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


김 세계화를 두고 말이 많습니다. 세계화는 필요악이라고 할 수 있습니까.


지젝 세계화는 피할 수 없어요. 그러나 어떤 세계화인가라는 선택의 문제는 있습니다. 세계화 반대 운동을 벌이는 사람들은 지금 진행되는 세계화가 자본주의의 세계화라고 주장합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해요. 보십시오. 경제적 세계화, 상품의 교환은 오히려 사람들을 고립시키고 있지 않습니까. 새로운 장벽들을 쌓고 있어요. 미국은 멕시코와의 국경선을 더 철저히 감시하고, 서유럽은 스스로를 고립시키고, 이스라엘은 요르단 강 서안(西岸)과의 사이에 새로운 벽을 세워요.


이런 세계화는 자본주의를 위한 세계화입니다. 나는 약품이 세계 곳곳에 분배되는 그런 세계화를 지지해요. 인터넷을 널리 보급하는 디지털 세계화도 중요합니다. 디지털 보급의 격차를 말하는 이른바 디지털 디바이드(Digital divide)는 운명이 아니라 인류의 집단적 노력으로 해결할 수 있어요. 그것은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인 선택의 문제입니다.


"자본주의는 스스로 만든 위기를 통제할 능력이 없다"


김 영국의 권위 있는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현실정치체제로서의 사회주의는 붕괴했지만 이론으로서의 마르크스주의 사상은 살아 있다고 주장하는 긴 글을 실었습니다. 마르크스주의는 어떤 유산을 남겼습니까.


지젝 '자본주의는 그 물질적 조건에 지속적인 혁명적 변화를 주어야 살아남을 수 있고, 자본주의는 자체의 논리상 끊임없이 확장을 계속하고, 자본주의는 전통을 파괴한다'는 자본주의 발전의 역동성에 대한 마르크스의 진단이 오늘의 세계화 현상과 완전히 일치한다는 데는 누구나가 동의합니다. 그러면서도 오늘날 살아남은 마르크스의 진단은 자본주의가 스스로 대립과 위기를 만들어 내고 자본주의는 그런 대립과 위기를 통제할 능력이 없다는 것이 마르크스의 통찰입니다. 우리는 프롤레타리아 혁명에 관한 낡은 환상을 버리는 것도 필요하지만 자본주의 너머(Beyond)를 생각할 필요도 있어요?

김 부시 정부 아래서 미국은 경쟁제일주의와 시장원리주의의 깃발을 높이 든 신자유주의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습니다. 신자유주의에 대한 반발은 없을까요?


지젝 단기적으로 부시의 경제적 자유주의는 잘 굴러갈 겁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새로운 갈등과 모순이 생길 거예요. 벌써 당장의 정책과 관련해서 기본적인 긴장이 생겼어요. 부시는 자유시장을 옹호하는 과격한 경제적 자유주의자입니다. 그러나 그는 미국의 이해가 걸리면 언제나 자유주의의 룰을 깨고 나와요. 한국도 피해를 입은 수입철강에 대한 관세 인상이 그런 경우 아닙니까.


부시의 미국은 다른 나라에 강요하는 룰을 따르지 않아요. 부시는 자유주의를 주창하면서 동시에 도덕적으로는 보수적인 가치를 옹호합니다. 가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대표적 사례입니다. 그러면서 부시는 자신이 주장하는 도덕적 아젠다(Agenda=과제)를 뒤집어 엎는 경제정책을 펴는 거죠.


역설적입니다. 레이건도 그랬어요. 레이건과 아버지 부시는 가족과 공동체의 가치에 매혹되었으면서도 도덕적 가치와 가족의 가치를 파괴하는 자유주의적 경제정책을 폈던 겁니다. 부시의 자유주의는 이미 긴장을 낳고 있어요. 대기업에 혜택이 돌아가는 부시의 자유주의 정책은 환경문제와 조화를 이룰 수 없고 사회불안을 다룰 수도 없어요. 장기적으로 볼 때 큰 위기가 오고 있습니다.


김 지젝 박사는 빌 클린턴에게 좋은 점수를 주지 않는데, 부시는 클린턴보다 나은 대통령입니까.


지젝 노! 나더러 선택하라면 클린턴입니다. 부시는 속임수의 유산을 남길 거예요. 뜻하지 않은 일이 일어나지 않고, 이라크전쟁이 미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진행되면 단기적으로 부시는 전형적인 성공한 대통령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부시 통치의 장기적인 결과는 대실패일 겁니다.


김 우리는 이슬람 원리주의에 앞서 미국의 기독교 원리주의에 관해 많이 들었습니다. 십자군 점령 아래 있던 예루살렘을 탈환한 이슬람의 영웅 샐러딘(Saladin·1137~93)은 그에게 패배한 기독교도들을 관대하게 대접한 역사적 사실을 우리는 압니다. 오늘의 이슬람은 샐러딘 시대의 이슬람, 어제의 이슬람과 다릅니까.


지젝 그 질문 참으로 반갑습니다. 나는 옛 유고연방의 일부였던 슬로베니아 사람이어서 이슬람에 대해서는 피부로 느끼는 바가 많기 때문입니다. 유고연방 안에서도 가장 관용적인 지방은 이슬람의 도시 보스니아의 수도 사라예보였어요. 사라예보의 유대계 인구는 유고연방 안에서 가장 많았습니다.


이슬람은 다른 종교에 대해 기독교보다 훨씬 관용적이었어요. 오늘날도 이슬람은 비(非)관용적이 아닙니다. 우리는 소수의 기독교들만이 자칭 도덕적 다수라는 원리주의자들이라는 사실을 잊고 지내는 경향이 있어요.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은 아직도 소수에 불과해요. 모로코와 이집트와 인도와 방글라데시와 인도네시아에는 원리주의자가 아닌 이슬람이 수억 명이 있어요. 원리주의자들은 훨씬 공격적입니다. 그러나 내가 두려워하는 것은 오히려 조지 부시의 잔인한 자유주의입니다. 부시의 자유주의는 점점 많은 이슬람들을 반미적 원리주의자로 만들 겁니다.


"칸트가 살아 있다면 미국을 야만적인 나라로 꼽았을 것"


김 미국은 21세기에도 계속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의 지위를 누릴까요? 유럽공동체(EU)나 중국이나 러시아가 미국의 지위에 도전할 날이 오겠습니까.


지젝 러시아는 미국에 도전할 힘을 기를 수 없을 것이고, 어쩌면 중국이 미국의 경쟁자가 될지도 몰라요. 내가 바라기는 유럽이 하나로 통합되어 미국과 중국이 아닌 제3의 선택으로 등장하는 것입니다. 미국의 패권주의는 이미 천천히 기력을 잃고 있다고 생각해요. 지금 미국이 이기고는 있지만 테러와의 전쟁은 일종의 공포(Panic)에 사로잡힌 반응이고, 다른 나라들이 강대국이 되는 것을 예방하는 전쟁입니다. 20세기는 미국의 세기였지만 21세기는 미국의 세기가 아닐 것으로 봅니다.


김 세계는 한없이 좁아지고 있습니다. 아시아에 유럽은 무엇이고 유럽에 아시아는 무엇입니까.


지젝 구체적으로 들어가자면 어느 유럽, 어느 아시아를 의미하는가를 따져야겠지만 일반적으로 말해서 유럽과 아시아는 이상한 문화적, 경제적 교환 관계에 있어요. 아시아에 유럽은 주로 경제적 모델입니다. 아시아는 유럽의 경제체제를 도입했어요. 반면 아시아는 유럽에 정신적인 것과 이데올로기를 전파했어요. 지금 유럽에서는 기독교가 서서히 퇴색하고 있어서 아시아의 정신적인 것이 유럽에서 점점 강한 이데올로기가 되고 있습니다. 한 마디로 유럽은 아시아에 경제 제도를 수출하고 아시아는 유럽에 이데올로기를 수출한다고 할 수 있어요.


김 마지막으로 이라크로 돌아가서, 만약 영구평화라는 도덕적 이상을 주창한 독일 철학자 이마누엘 칸트(1724~1804)가 부시의 안보담당 고문이라면 부시에게 어떤 충고를 할까요?


지젝 아닌게 아니라 헤이그 국제전범재판소를 준비하던 사람들도 칸트의 세계평화의 이상을 참고했어요. 세계에 법질서를 펴는 것이 칸트의 이상이었어요. 그래서 칸트는 부시에게 모든 대외정책을 국제법에 맞게 수행하되 단독으로 행동하지 말라고 충고할 겁니다. 내 말을 안 들으면 단기적으로는 이익을 볼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재앙을 만난다고…. 세계법정의 절대적 귄위를 인정하고 유엔에 더 많은 권한을 양보하라고….


김 그런 충고라면 부시가 듣지 않겠네요?


지젝 이론적으로 부시는 야만인(Barbarian)입니다. 미국의 정치에는 처음부터 야만적인 요소가 있었어요. 칸트가 오늘의 국제정치판을 관찰한다면 미국을 야만적인 나라로 꼽을 겁니다.(김영희 중앙일보 대기자 ·상임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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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
로렌 와이스버거 지음, 서남희 옮김 / 문학동네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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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주인공의 직업은 비서다. 비서의 업의 본질은 무엇일까? 커피 심부름, 옷 걸기, 전화 받기 등 온갖 잡일일까? 밖에 나가서도 아이들 뒤치닥꺼리 해주는 사생활도 없는 가정부 신세일까? 사람의 마음은 좋게도 나쁘게도 변한다 자신이 그렇다고 생각하면 바로 그런 모습이 되고 만다. 부정적으로 생각하면 부정적으로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긍정적으로 변모한다. 그럼 먼저 자신에게 일을 주는 상대방의 입장에 서보자. 우선 고용인은 돈이 많은 반면에 시간은 매우 귀한 사람이다. 가장 원하는 것은 짧게는 시간을 벌고 자신의 복잡한 머리 속을 덜고 싶은 것이다. 즉 비서의 업은 허드레일을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시간을 아껴주고 정신적 부담을 덜어주는 서비스업이 되는 것이다. 가령 일년에 100만불 연봉을 받는 사람이 각종 약속 체크와 잡일에 소모하는 부담을 덜어 생산성을 5%만 올려도 5만불까지 가치가 창출되는 것이다. 이 기능을 잘 수행하려면 첫번째로 기억력이 좋아야 한다. 쏟아내는 말을 받아적기도 쉽지 않은데 그 참뜻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은 더욱 쉽지 않다. 더구나 어느 레스토랑인지 이름도 제대로 알아듣기 어렵다면. 그래서 그 갭을 메우기 위해서 한걸음 나아가 생각하는 추론의 힘이 필요하다. 그 힘이 점점 커지게 되면 하나를 시키면 여럿을 알아서 수행할 수 있게 되고 심기 자체를 읽어가며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게 된다. 이쯤 되면 어떤 일 하나를 아예 덩어리채 맡겨버릴 수도 있다. 영주가 주인공의 이름을 직접 불러주고 가끔 칭찬의 말을 던져주는 단계는 바로 이때 쯤이다. 받는 것 이상 일을 해낼 때, 아니면 남들이 하기 어려운 수준을 수행해 낼 때 고유한 가치가 생기는 법이다. 여기서 한발짝 식 더 나아가면 영주의 업 자체를 이해해나가게 된다. 패션은 문외한으로 들어간 사람의 눈으로 보면 거기서 거기인 사물에 막대한 돈을 쏟아붓는 허영덩어리 그 자체다. 하지만 바로 그 업을 하면서 그들은 자신의 존재가치를 키워나가왔다. 원래 문화란 세세한 것을 구분하면서 발전하는 법이고 무형의 가치를 퍼트리면서 단계를 올려왔다. 와인이 소주보다 세세하기에 매력을 주는 것처럼 누구에게 옷가지이지만 그 안에 문화를 담을 수 있다면 명품의 반열에 오를 수 있다. 과거의 위대한 미술가들은 고독속에서 많은 작품을 남겼다. 이 작품에 대사로 나오는 거르투르 스타인을 그려낸 피카소를 제외하고. 하지만 현대의 미술가들은 상품으로 자신의 감각을 표현시켜 더 많은 사람들을 즐겁게 만든다. 특히 작품을 입고 다니는 주인공을 보는 사람들을 자극해서 결과적으로 주인공에게 무한한 포만감이라는 가치를 주는 것 바로 그것이 패션산업의 가치창출이다. 딱딱한 얼굴의 영주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때 갑자기 환해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어디를 가든 인정받고 싶다 바로 그 욕구가 패션을 만들어낸다. 영주의 심리의 이해는 결국 업에 대한 이해를 통해서 이루어질 수 있었고 이를 통해서 영주가 의사결정을 내리는 정신적 구조를 알게된다. 그래야 한결 일처리가 빨라질 수 있었고 자신의 존재 가치는 계속 커져간다. 승진 과정에서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메모리다. 언제 그 힘이 발휘되냐면 바로 파티장이다. 수많은 인간을 만나는 사람이 그 세세한 사항을 다 기억하기란 정말로 어렵다. 그 때 바로 위력을 발휘하는 것이 자신보다 더 젊은 사람의 두되가 가진 싱싱한 암기력이다. 사진을 쫙 훑고 이름과 특징을 외웠다가 직접 아는체 하도록 옆에서 찔러 주는 역할을 비서가 맡게 된다. 그런데 이렇게 남의 머리를 빌리는 전통은 꽤나 오래되었다. 동양에서는 환관이 사전에 보고 체계를 가지고 수행했기에 서류로된 자료를 보고 이야기가 가능했지만 민주주의가 발달한 로마나 그리스에서는 선거를 해서 한표를 거두어야 했기 때문에 비슷한 운동이 있었다. 당시 귀족들은 메모리 좋은 노예를 옆에 두고 똑 같은 일을 수행시켰다. 후배가 선배를 제칠 수 있었던 힘 중 하나는 바로 이 대목에서 암기력의 발휘였다. 그렇지 않겠나? 머리 더 좋고 더 젊은 주인공이 이겨야 할 것 아닌가. 이쯤 되면 이제 영주는 더욱 많은 권한을 맡기고 회사내에서 영주를 만나려는 많은 사람들의 앞에서서 일종의 gateway 역할을 하게 된다. 비서에게 잘 보여야만 영주를 만날 수 있다. 바로 이것이야말로 여우가 호랑이의 힘을 빌리는 호가호위다. 비서의 매력 중 하나는 정보력이다. 히틀러의 개인비서를 했던 여자 타자수가 쓴 글은 후일 몰락이라는 영화의 중요한 토대가 되었다. 세계를 진동시킨 거대한 힘의 제국의 가장 핵심이 되는 심장부에서의 삶은 넓은 시야를 같게 해주어 개인의 경험을 역사의 사료로 제공할 수 있게 해준다. 이쯤에서 하나 더 이야기를 하자면 성공을 해나가기위해 역량의 레버리지가 필요하다. 자신이 원래 가진 것 이상으로 키워나가려면 방법은 남의 도움을 받는 것이다. 그것이 조언이든 아니면 물질적이든 혹은 업무의 협조든 남으로부터 제대로된 도움을 받지 않으면 절대로 큰 일을 할 수 없다. 작품에는 많은 조력자들이 나오고 그들이 아니었다면 절대로 성공은 불가능했고 아마 도중에 하차하기 십상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여자가 여자를 돕는일은 별로 나타나지 않는다. 도움은 거의 다 남자에게서 오고 이들과의 관계는 묘한 대가성이 존재할 수 밖에 없다. 전에 연봉과 여자의 외모가 어느 정도 비례한다는 글을 남긴 적이 있는데 주로 남자들이 힘을 발휘하는 공간에서 여자가 역량을 레버리지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바로 자신의 매력을 발휘하는 것이다. 안타깝지만 이게 현실이다. 이때 도움을 받다가도 이를 응당한 것으로 치부하면서 여자로서의 권리주장 - 예를 들어 밥값 안내기 -로 처신한다면 미래는 별로 밝지 않다. 이 대목도 글 하나를 남겼었다. 제목은 성공한 여성 비결은 만두사주기라는 이름으로. 하여간 참 힘들고 공평하지 못한 것이 커리어우먼들의 삶이다. 남자가 이혼을 여러번 하고 여자를 젊게 바꾸었다면 능력이 있다는 소리를 듣는다. 잭 웰치처럼 3번을 결혼하고도 그에게 비난 보다 위대한 경영자라는 칭송이 따라 붙는 것 같이 말이다. 반면 여자는 어떠한가? 주인공이 영주에 대해 가해지는 비난을 변호하고 나서는 것도 남과 녀의 구별에 기인한 것이다. 여자로서 여자편을 들고 싶고 이해하고 싶은 것이다. 맞다 영주가 남자였다면 악마라는 소리 보다는 한결 나은 존경을 받았을 것이다. 그렇게 자신을 이해해나가는 주인공에게 영주는 툭 한마디를 던진다. 너는 나를 닮았어. 그건 아마도 최고의 칭찬인데 기업체에서도 이 이치는 고스란히 통한다. 리더의 장점을 닮아가라. 김우중 회장의 경영스타일을 이야기하는 책 한권 보다 보니 그런 대목이 나왔다. 김회장은 항상 자신과 같이 돌격적인 스타일의 임원을 높이 평가했다고. 그리고 이 부분에 대해서도 예전에 내가 썼던 글이 하나 있다. 살아남은 영업사원 이야기. 참 이대목에서 악마라는 소리가 또 다른 영화로 나를 인도한다. 알 파치노와 키아누 리브스 주연의 devil's advocat. 뉴욕의 럭셔리한 사무실을 배경으로 돈을 추구하는 인간들의 모습, 비슷하지 않은가? 개인적으로 아직 책은 읽지 못했다 하지만 주변에 적극 영화보기를 권하고 있다. 일에 지친 사회초년생 여자분들 아니 남자들에게. 배울점 많고 특히 권력의 움직임을 읽어낼 수 있기에 생활하면서 두고두고 도움이 될 것이다.

참 본편에 대한 리뷰 2개는 이곳에 있다.
1 마이페이퍼 링크 주소 : http://www.aladin.co.kr/blog/mypaper/992089

2 마이페이퍼 링크 주소 : http://www.aladin.co.kr/blog/mypaper/99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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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릴케 현상 > [퍼온글] 한국주식 다팔고 중국주식 사고있다

한국주식 다팔고 중국주식 사고있다

[한겨레 2006-11-03 03:12]

[한겨레] “아시아와 여성, 상품 시장에 투자하라!”

‘월스트리트의 인디애나 존스’ 또는 ‘상품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짐 로저스(63)가 2일 설파한 독특한 투자전략이다. 우리투자증권 초청으로 ‘2006 케이아르엑스(KRX) 상장기업 엑스포’에 참석한 로저스는 1969년 26살의 나이로 조지 소로스와 함께, ‘소로스 금융제국의 첫 헤지펀드’로 불리는 퀀텀펀드를 설립한 투자 전문가다. 금발의 애인과 함께 노란 벤츠를 타고 세계 투자여행을 다니며 상품시장 랠리를 주장해 온 까닭에 ‘월가의 인디애나 존스’와 ‘상품 투자의 귀재’라는 별명이 붙었다.

그는 이번에도 역시 원유와 원자재 등 상품시장 랠리가 2020년 전후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역사를 보면 원자재값 상승은 15~23년 동안 지속되는데, 현재의 강세장은 1999년부터 시작됐으므로 2014~2022년까지 지속될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면서도 직관적이다. “35년 동안 큰 유전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현재 배럴당 60달러 안팎인 원유값이 100~150달러까지 오른다는 게 그의 예상이다.

그의 ‘중국 투자론’도 확고하다. 영국의 19세기와 미국의 20세기가 저물고, 21세기는 중국의 세기이므로 당연히 중국을 주목해야 한다는 것. 그는 “10년간 강세를 유지할 위안화를 비롯해 1년 전부터 중국 주식을 많이 사고 있다”고 말했다.

세번째로 주목한 것은 여성이다. 그는 한국과 중국 등의 어린이 성비를 줄줄 꿰고 있었다. 그는 “앞으로 한국, 중국 등도 인도처럼 결혼할 여자를 찾지 못하는 남자가 엄청나게 늘어날 것”이라며 “1천년 전 유럽에서 여성 부족 현상 이후 여권이 신장된 것처럼 아시아에서도 앞으로 여권이 크게 신장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외국인들이 한국 증시에서 ‘팔자’를 이어가는 데 대해선, 한국 시장이 크게 성장한 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풀이했다. “외국인들은 한국을 신흥시장으로 여기고 주식에 투자했다. 그러나 98년 이후 한국 증시는 다른 신흥시장에 비해 크게 성장했고 더는 신흥시장이 아니므로 팔고 있는 것이다.” 그 역시 지난해 한국 주식을 다 팔았다고 털어놨다. 그는 “지난 3년 동안 한국 주식의 수익률이 좋았고, 큰 이익이 발생하면 주식을 파는 게 원칙”이라며 “한국이 오르는 동안 떨어졌던 중국 주식을 대신 사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 시장에 대한 관심은 여전하다고 했다. “한국은 매력적인 투자처이지만 다만 가격이 문제이므로, 적절한 가격이 매겨진다면, 또 정치인들이 어리석은 일만 하지 않는다면 외국 자금이 많이 들어올 것이다. 언젠가 남북 통일이 되면 더욱 엄청난 돈이 들어올 것이다.”

그는 최근 론스타 수사가 외국인 투자자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정부 주장이 합당하고 근거가 있어 이해할 만한 것이라면 문제가 없다”며 “한국은 오히려 세계에서 가장 (기업과 경제에 대한) 보호가 많이 되고 있는 시장이어서 외국인이 들어오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그는 또 부동산시장에 대해 강남 집을 팔고 강북 집을 살 때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한국의 특정 지역 부동산값이 엄청난 거품이라는 것을 여기 있는 분들은 다 알 것이다. 거품이 있다면 팔고 가격이 오르지 않은 것을 사는 게 원칙이며, 그것이 한국에선 강북 지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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