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가르쳐 준 비밀 11
하츠 아키코 지음, 서미경 옮김 / 시공사(만화)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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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 하나가 있다.

아이의 몸에 머무는 호신부도 있고 집안에 잡귀를 들이지 않는 수호신 역할을 하는 것도 있고 오랜기간 고향을 안내해준 기모노의 벚꽃 무늬도 있고 집속에 틀어 박힌 여인의 친구가 되는 완롱물도 있다.

이름난 장인이 정성을 들여 만들었고 거금을 주고 사게 된 사람에게서 쓰이여 한없는 아낌을 받았다.

주인은 내가 너를 좋아하는 만큼 너도 나를 좋아 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여러 번 묻는다.
한해 두해 그리고 수십 수백년을 이어 오다 보니 드디어 피그말리온 효과일까 그 물건에 드디어 마음이 깃든다.

돌보다 짧게 사그러들어야 하는 인간의 삶이라고 하면 어느 날 자신을 아끼던 손이 사라지고
아예 넘어가 다른 손에 의해 만져지지만 그 건넴이 자본주의에서 말하는 일종의 거래인지 아닌지
그들은 관심이 없다. 단지 만지는 손의 따뜻함을 보면서 과연 내가 있어야 할 곳에 있는 것인지
되묻는 것이다.

그리고 바깥으로 나와서 물어본다. 내가 해야 할 일이 있는지 하고.
그래서 그들은 정령이 되어버린다.

정령이 머무는 물건들인 귀한 골동품을 모아 놓은 가게에는 주인과 손자가 있다.
손자의 눈에는 그 정령들이 보인다. 아마 백귀야행의 주인공들 처럼 말이다.
정령들은 다 사연을 안고 있다.
행복을 함께 하는 마음도 있지만 상당수는 주인의 불행을 막고자 함이다.

그 정령들과 함께 인간사의 여러 면모를 풀어나가는 것이 주인공의 역할이다.
막상 주인공이라고 하지만 그 자신 거대한 힘과 권위를 발휘해서 활약을 하지는 않는다.
그의 역할은 일종의 메신저다. 세상 바깥과 안쪽을 오가며 두 세계에서 서로 주고 받고 싶은
말을 전한다. 대체로 바깥에서 안쪽에 하고 싶은 말이지만 말이다.

내가 너를 위하는 마음이 이렇게 강할진대
너무나 답답하구나 당신이 나를 계속 무시한다면 결코 좋지 않을 것이야 하는 메시지가 다수가 되어버린다.

그 말을 전함으로써 갈등을 줄이거나 없애버린다.

물론 메신저 역할이 늘 즐거운 것은 아니다. 전장의 사신이 때로 목숨을 잃는 위험에 놓이듯이
주인공 또한 현세의 칼부림 속에 휘말리거나 이승의 요괴의 마술에 걸려들기도 한다.
그래도 거기서 끝내지 않고 계속 이어가 한권 한권이 새롭게 나오게 된다.

백귀야행과 굳이 비교하자면 이 작품은 골동품 가게 중심이라 스토리가 상대적으로 한정된다는
점이 아쉬움을 준다. 전체적으로는 약간 더 백귀야행에 점수를 더 주고 싶다.
하나 더 찾아본다면 <펫숍 오브 호러스>와 비교해 볼 수 있다.
동물에 깃든 설화 그리고 인간과의 관계 나아가 인간에게 주는 교훈들 이런 것들로 이어지는 작품
말이다. 약간 더 나아가본다면 아마 <갤리리 페이크>는 어떨까? 가짜 작품들이 나온다는 점 가끔은
진짜도 나온다는 점. 돈이 되고 인간들이 거기에 집착한다는 것 때문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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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Gabriel Faure - Requiem / Cluytens - Great Recordings Of The Century
가브리엘 포레 (Gabriel Faure) 작곡, Andre Cluytens 지휘, 디트리 / 이엠아이(EMI)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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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퀴엠 아무때나 들을 수 있는 음악은 아니다.

장례식장의 미사에서 흘러나오도록 만들어진 이 음악에 자주 손이 가는 것은 왜일까?
아마 죽음은 모두에게 공평하게 언젠가 한번 찾아올 이벤트라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일까?
오늘 내가 남을 떠나보내지만 언젠가 나에게도 순서가 온다.
오늘은 노래를 불러주고 다른 좋은 인사를 상대에게 하지만 어느 날은 남은 이들이 다시
나에게 그 노래를 들려줄 것이다.

그날 나는 과연 남들에게 어떻게 기억될 것인가?
나는 나 자신에 대해서 만족할 수 있을까?

가끔 그런 떠남을 보면서 이 음반에 손이 간다.

모짜르트, 브람스 등과 함께 유명한 포레의 작품으로 특히 이 음반에서 애도하는 목소리에
담겨 흘러 나오는 그런 음악은 가까운 이를 떠나보낸 우리의 마음을 쓰다듬어 준다.
쓴 맛이 지나간자리에 오는 단 맛이야 말로 초콜릿의 매력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슬픔을 딛고 다시 또 하루 삶을 이어가야 하는 우리들에게 음악은 커다란 위로가 되는 것이다.

아니 때로는 음악 자체만으로 그런 슬픔을 다시 상기시켜서 더욱 삶의 가치가 귀하다는 점을
가르쳐 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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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ky 2007-05-02 1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관심분야가 워낙 다양하신 것으로보아 님은 정말 다재다능하실 것 같아요. 사마천님한테도 관심없는 분야같은게 있을지 갑자기 궁금해집니다. ^^

사마천 2007-05-02 14: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재다능은 커녕 재주가 많이 부족합니다. 미술,음악은 고교 때 미였고 음대생과 미팅하면 사회 이야기만 하다가 재미 되게 없구나 하는 인상만 주었습니다 ^^; 반작용인지 사회에서는 세상의 주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다 관심을 두려고 노력했습니다. 특히 미국 출장이라도 가면 박물관,음악회 등 열심히 찾아다니고 역사적 배경 확인하고 음반 사모으고 등등.... 재주 별로 없어요.... ^^
 
이키루 - [초특가판] 일본 고전명작
구로자와 아키라 감독, 시무라 다카시 외 출연 / 프리미어 엔터테인먼트 / 200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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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흑백 화면에 소리도 깨끗하지 않고 아무런 스펙터클도 없는 일본 영화지만 마음을 움직이는 감동은 다른 여느 작품 보다 크다.

매일 반복적인 생활을 하는 시청 공무원이 있다. 시민과장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지만 그는 반복적으로 도장만 찍어댈 뿐이다. 마침 한무리의 아주머니들이 자신의 집앞에 공원을 만들어달라는 민원을 들고와도 그는 그냥 듣고 다른 부처로 보낼 뿐이다. 이게 공원과의 일인지 토목과의 일인지 이곳저곳 다니다가 결국 아무런 해결이 없다. (딱 이 대목에서 우리나라 공무원 내지 노무현 정부 같지 않은가? 보다가 실소를 금치 못했다)

그런 그에게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바로 위암 선고를 받은 것이다. 이제 시한부 인생이다.

곰곰히 자신을 돌아보니 무엇을 위해 살았는지 발견하기 어려웠다. 가장 소중했던 명분은 아들이었다. 아내를 젊어서 잃고 홀로 키우며 갖은 고생을 다했다. 그런 아들이지만 이제 관심이 있는 것은 아버지의 퇴직금 정도라는게 너무 가슴에 슬픔을 안겨주게 되었다. 안그래도 위장약 먹다가 쓰리게 된 속에 말이다.

잠시 환락도 추구해보았다. 어느 착한 시인이 자처하는 메피스토의 모습에 이끌려서 말이다. 이곳저곳 다녀보았디만 그건 본래 그의 체질은 아니었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 그가 찾게된 깨달음은 무엇일까?

작은 아이들 완구를 만드는 옛 부하직원이 던진말은 자신이 돈만 벌기 위한 노동자가 아니라 이 만듬을 통해 아이들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다는 데 자신의 의의를 찾는다고 했다.

그래 바로 이 대목이다. 삶은 남을 위해서 살아서는 안된다. 더 해서 각자가 할 수 있는 소명을 찾아야 한다. 그냥 때워서는 안된다. 나에게 주어진 기회를 최대한 활용해서 무엇인가 남을 위한 일을 해야만 한다.
인간이 공동체라는 것은 나에게 먹을 것을 위해 흙을 파야 할 노동을 면해주었다. 반면 당신이 세상이 기여하는 것이 무엇인지 묻게 된다.

짧은 시간에 그로서 최대한 많은 성과를 낼 수 있는 일은 바로 그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서 사람들이 절실히 바라던 공원을 만들어주는 것이었다.
그 앞길은 그냥 마음만 먹어서 되는 것은 아니었다. 얼마전 자신처럼 뭉개고 가만히 버티는 다른 과장들을 설득하기 위해 3일간 옆에서 설득하기도 하고 말단에 까지 머리를 숙이는 것은 약과다. 처음에는 모멸감 주는 상사는 나중에는 권위로 제압하려고 한다. 옆에서는 다들 말린다. 왜 가만 있으면 중간이나 가는데 나서서 정맞냐고... 더해서 가끔은 야쿠자한테 신변의 위협도 받는데 목숨도 별로 아까와하지 않는 그의 모습에 상대방이 질려버렸다. (하긴 이제 정말 얼마 남지 않았는데 ... )

이 대목에서 삶이란 무엇인가 다시 한번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주인공은 먼저 자신의 삶이 이제 끝나감에 따라 무엇이 세상에 남는지를 물어갔다.

전통적인 의의는 인간 복제, 즉 자손을 남기는 것이고 당연히
1번으로 떠올랐지만 실제 확인해 보니 그만큼의 의의는 가지기 어려웠다.
아들은 그냥 낳고 키우는 과정에서 자신에게 준 기쁨 이상의 답이 되지 않았다.

다음으로는 유형적인 사물, 즉 자신이 만든 공원이 남게 된다.
눈에 보이는 이 공간속에서 존재감을 얼마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공원의 이름에 자신의 이름이 박힌 것도 아니고
개소식에서 공치사라도 자신의 이름이 거론된 수준도 아니다.
오히려 공을 가로채려는 상사들의 행동들이 눈에 거슬리기는 했다.

그래도 더 남는 것은 역시 사람들의 마음 일 것이다.
적어도 혜택을 입는 많은 아줌마 등 많은 사람들은 그가 진정으로 이 일을 하고 싶었고
제대로 노력했다는 점을 잘 알고 감사의 예를 표한다.
더해서 주변의 동료들에게 좋은 자극이 되었다.
일을 하기 위해 직접 흘린 땀과 수고에 대해 이들은 잘 알고 자신 스스로 비교하면서
개인들로서 느낀 바가 많다.
덕분에 그들이 우리도 고인의 사례를 모범으로 삼아 제대로 해보자하고 마음 먹고 결의하는 것
(실제로는 잘 안되지만)은 분명 사람을 변화시킨 것이다.

고대로부터 영웅은 꼭 대단히 힘을 많이 쓰고 전장에서 무공을 세운 사람만 뽑아서 열전이라고
만들어내는 것은 아니다.
사마천의 사기를 보면 하나의 절의를 지킨 자객이라던가 장사꾼,예인들에 대해서도 그 삶의
의의를 발견해서 기록을 남겼다.
주변을 자극하고 마음의 변화를 주어 오래 기억에 남는 것 이것이 또 하나 삶이 영원히 지속될
수 있는 장치의 하나다.

우리 삶 속에서도 교훈은 계속 이어진다.

작가는 존재의 가치를 외부에서도 내세에서도 찾지 말라고 한다. 바로 오늘 당신 자신에게서 찾아 스스로 변하면 그 여파는 점점 퍼져 주변의 모두에게 의의를 준다고 말이다.

하루의 가장 많은 시간을 투입하고 머리를 차지하는 당신의 일 그 자체에서 매력을 찾지 않는다면 어느 것도 한계에 부딪힐 따름이다.
그 일을 잘 해나감이 바로 내일의 나를 더 낫게 만들고 궁극적으로는 삶의 마지막에 아쉬움이 없도록 해주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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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술 2007-05-01 2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무현 정부라는 대목에서 저도 웃었습니다.

사마천 2007-05-02 1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이 역시 걸작인 것 같습니다.
노무현 정부 ㅎㅎ
 
로마인 이야기 15 - 로마 세계의 종언 로마인 이야기 시리즈 15
시오노 나나미 지음, 김석희 옮김 / 한길사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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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1권에서는 장안에 퍼지는 소문을 들어서 한번 집어들었고 한니발을 다룬 2권에는 탄복해서 푹 빠져버렸고 3권은 잠시 시들 하지만 캐사르를 다룬 4,5권은 정말 즐겁고 유익하게 읽었다. 그리고는 서서히 로마제국의 쇠망 처럼 시리즈 또한 쇠퇴해갔다. 중간쯤에는 더 이상 사모으던 행위를 그만두게 된채 빌려보며 쓱 넘어가는 정도의 책이 되어버렸다.

그럼 이 시리즈의 매력은 무엇이었을까?

나와 다른 인간의 발견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로마인 그들은 공익을 위해 자신을 던지고 더 높은 이상을 위해 활동했으며 무엇보다 사람을 조직하는 법을 잘 알았다. 귀족과 평민의 구분은 있었지만 이들이 함께 전장에 나갈 수 있도록 서로 역할을 존중하였기에 아테네를 비롯한 그리스 문명의 몰락의 길을 걷지 않아도 되었다. 패배자를 노예로 삼지 않고 동맹으로 키워나간 것은 유목제국을 건설한 징기스칸의 수법과 비슷하다.

기본적으로 로마인은 전사였다. 긴창으로 대오를 맞추어 방패를 같이하고 팔랑스를 이룬 그들의 모습을 우리는 글레디에이터 등 여러 영화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비슷한 전법은 영화 300이나 알렉산더에 나오는 그리스 군에서도 나타난다. 하지만 로마군은 그들을 모두 격파해내 버렸다.
거기에는 늘 새로운 강한 상대 - 한니발 등 - 를 만나도 굴복하지 않고 창발적인 방법을 고안해내 마지막 전투를 이겨낼 수 있는 로마인만의 전쟁기술이 숨어 있었기 때문이다.
전쟁의 상대를 갈리아의 야만인으로 바꾼 캐사르의 활약, 또 로마인들끼리의 내전 모두 재미있는 읽을 거리였고 인생 나아가 기업간의 전쟁에서 잘 응용될 수 있는 교훈을 주는 내용들이었다.

하지만 대제국은 결코 무력만으로 건설되지 않는다. 서로 다른 종류의 인간이 공존하기 위해서는 상호 인정할 수 있는 규칙이 필요하다. 이것이 바로 법인데 로마의 법은 무수한 나라들의 기초가 되고 후대에 가면 나폴레옹이 모방해서 자신의 법전을 만들어 제국의 기초를 삼았다.
이 규칙과 관련된 내용도 도움이 많이 되었다.

조금 시야를 넓히면 사회갈등으로 갈 수 있다. 실패한 개혁가로 꼽히는 그라쿠스 형제들의 애잔한 죽음은 그들이 펼쳤던 높은 이상과 함께 영원히 남는다. 나도 잘 몰랐던 그라쿠스의 개혁이론과 파벌정치 나중의 캐사르의 등장까지 일련의 흐름이 로마인 시리즈에서 잘 정리되었다.
그 점은 지금까지 애매했던 역사책들과는 다르게 장대한 시대를 잘 다루어내고 서로를 연결한 작가의 기여에 힘 입은 바 크다.

그러다가 드디어 끝에 도달했다. 오랫동안 한국에 로마인 현상을 일으키던 이 시리즈가 무려 10년 이상의 세월을 지나 대장정의 마무리에 도달하는 것이다. 로마의 몰락 그 위에 잔잔하게 흐르는 애수를 담은채 시오노 나나미는 붓을 놓아간다.

마지막에 달해서 다시 돌아보면서 쇠락기의 로마인에게는 무엇이 빠져버렸을까 물어본다.

우선 상무정신이 없다. 군대 가서 고생하는 일은 아예 야만인들에게 맡겨버린지 오래되었다. 로마인들은 그저 세계의 식민지에서 부를 누리고 전차경주와 같은 향락을 즐기는 그런 생활에 푹 빠져버렸다. 아마 글레디에이터의 시대부터 벌써 전장의 싸움은 하층계급 아니면 이민족이 담당하고 로마인은 기껏해야 검투사의 싸움에서 피냄새를 맡으며 향수를 느끼는 그런 구조가 되어버렸을 것이다.

그리고 공공정신이 없다. 어디에도 모두를 위해 나서보겠다는 영웅이 다시 등장하지는 않는다. 그냥 무력을 가진 장군들 특히 야만인 출신들이 힘으로 자신이 원하는 바를 얻었다가 그 힘이 떨어지면 사라질 뿐이다. 대중을 설득하기 위한 명쾌한 논리 가슴을 움직이는 장엄한 연설이 나타나지는 않는다.

더해서 여러 종교를 폭 넓게 관용하던 사회구조도 사라져간다. 종교끼리 갈라지고 서로를 적대하면서 저자가 그렇게 혐오하던 일신교의 병폐로 드러나기 시작한다. 카톨릭, 아리우스 다시 또 다른 분파로 나뉘며 서로를 죽인다. 아울러 우상을 파괴하기 시작한다. 이곳저곳에서 마구잡이로 파괴하면서 아름다운 그리스 로마 시절의 조각품들이 사라져간다.

그리고 제국은 가라앉는다. 서서히 죽어갔는지도 모르지만 이제는 하나의 추억으로 남게 되고 스키피오가 카르타고에서 흘린 것 같은 눈물이 땅에 떨어지고 시인은 노래한다. 그 노래가 한 번에 끝나지 않기에 때로는 기번이 수십년의 세월을 바치게 만들었고 이제 시오노 나나미가 오랜 글쓰기에 지친 팔을 내려 놓는다.
하지만 노래가 만들어낸 감동은 결코 쉽게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오랜 세월을 함께 한 작가의 노고에 다시 한번 경의를 표한다. 정말 우리 각자가 이렇게 훌륭한 라이프웍, 인생의 골을 가져갈 수 있을까 스스로 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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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술 2007-05-01 2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4,5권은 정말 재밌었지요.

perky 2007-05-02 1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요즘 로마인이야기에 푹 빠져있답니다. 지금 12권 읽고 있는데요. 모든 일 다 뒷전이고 오직 이책만 붙잡고 있네요. ㅋㅋ

사마천 2007-05-02 1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자의 세계를 아는데 로마인 이야기만한 재미를 주는 것이 드물죠.... 특히 2,4,5권은 읽고 또 읽고 공부 많이 했습니다

sayonara 2007-05-07 17: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얼마 전에 마지막 15권을 읽었는데... 전성기의 재미는 덜했지만, 끝나니까 역시 아쉽더라구요. 그 어떤 역사평설도 대신할 수 없을만큼 강렬했던 시리즈였으니...

이렇게 훈훈한 리뷰에 댓글만 난무하고 추천이 없다니...
-사마천무추천방지위원회 일동

사마천 2007-05-07 1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그래도 사요나라님이 언제 오시나 기다렸는데 반갑습니다. 최근에 저는 펠레폰네소스 전쟁사를 도날드 케이건이 지은 책으로 보고 있는데 꽤 매력이 있더군요. 시간은 오래 걸리지만 한번 참조할 만 한 것 같습니다

sayonara 2007-05-08 0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어쩌면 그 책은 sayonara의 리뷰가 먼저 올라갈수도... -_-+

사마천 2007-05-08 09: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쉽지는 않으실 겁니다. ^^ 워낙 두꺼운 책이라...
 
네이버 스토리 - 트렌드를 창조하는 지식군단
장정훈 지음 / NEWRUN(뉴런)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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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신문 기사들 수준의 글이 모여져서 만들어진 별 깊이 없는 책이다.

무려 10년의 세월을 다루지만 매우 평평하고 단조롭게 스토리를 이어간다.
그 안에 담긴 무수한 기복에 대해서 심도 있게 파고들어가지도 못하고
무엇이 오늘의 강자를 만들 수 있었나 하는 질문도 던지지 못한다.

그러다보니 그냥 기업체가 자체로 발행하는 사사 정도 수준의 책이 되어 버린다.

이 책과 대조해서 읽기 권하는 것은 최근 서로 다른 출판사에서 나온 두 권의 <구글스토리>다.
한쪽은 좀 더 비즈니스 다른 한쪽은 기술에 치중해서 만들어졌지만 모두 볼만하다.

이 책에서 읽은 것은 아니고 개인적으로 알고 있는 네이버 이야기를 조금 더 붙여보겠다.

환경의 변화에 대해서 때로는 기술 때로는 비즈니스 모델의 변화를 주면서 대응하는 구글의 경우 그 하나 하나의 결정에 따라 자신의 지위를 다르게 만들었다.
이는 네이버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였는데 삼성SDS에서의 분사, 새롬기술과의 M&A 불발, 다시 한게임과의 성공적인 M&A 등이 계속 이어지면서 오늘을 만들어내었다. 지금은 거의 독점화된 기업으로 한국의 여타 매체들을 위협하고 있지만 초기에는 정말 작은 방 하나에 머무는 5명의 멤버들의 모임이었다. 그 기업이 오늘날 이렇게 큰 영향을 주게 될지는 아마 본인들이나 주변에서도 확신이 강하지는 않았던 것 갔다. 창업시 우리사주를 받은 직원이 퇴사하고 유학가면서 이를 반납한 경우도 있었다. 지금 고스란히 보유한다면 수천억에 이를 지분가치를 가지고 있었다. 전산학 박사를 받아 좋은 대학에 자리하는 것은 한국적 가치인데 미국에서는 오히려 야후나 구글과 같은 창업자를 훨씬 존경한다.

가깝게 지내는 회사 직원들이 네이버의 가치를 잘 몰랐다면 당시 같은 건물의 경비를 서던 나이 드신 분은 오히려 그 가치를 크게 보았다. 밤 늦게 열심히 일하고 삼성이 지원하는 인터넷 벤처라면 돈이 된다며 지분을 살 수 있냐고 문의를 해왔다고 한다.

그런데 이러한 안목의 불일치는 개인들의 문제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었다. 창업을 꾸준히 후원했던 삼성SDS의 경우 지분 20%에 만족했고 실제 상장시 차익이 생기자 곧 팔아서 현금회수를 했다고 한다. 이를 꾸준히 보유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이제는 조단위가 훌쩍 넘는다.

이렇게 제한된 소득을 거둔 것은 비단 SDS만의 아픔이 아니다. 바로 초기 지분 250억을 투자해서 10%를 획득했던 새롬기술도 마찬가지였다. 상장 직후에 지분을 상당수 처분해서 주가를 출렁거리게 만들었지만 이것 또한 매우 현명하지 못한 결정이었다.

가깝게 있다고 가치를 아는 것이 아니다라는 것을 아주 잘 보여주는 사례다.

최근의 네이버는 많은 기대와 욕을 동시에 먹고 있다. 잡지에서 연달아 때리는 포털의 명암 기사에서도 위력을 알 수 있고 정치적으로는 한나라당이 제출한 대선관련 법안이 포털 규제를 본격적으로 시도하고 있다.
때로는 남과 나누기를 거부하는 닫힌 포털이라고 비판 받고 있는데 어쨌든 결과는 막대한 수익이다. 원래 욕은 돈이 쌓이면서 함께 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도덕적 가치와 투자자의 탐욕은 결코 같이 가기 어렵다. 카지노 주변의 폐인이 불쌍한 것은 맞지만 강원랜드 주식은 매력적이고 메가스터디가 씌우는 바가지가 짜증나 퇴사하게 된 18억 연봉의 강사 이범에 공감하지만 그래도 주식은 메가스터디를 사야 한다.
마찬가지로 네이버에서도 그러한 불일치가 발생하고 있다.

그래도 선발 주자였던 다음이 벌인 몇가지 자기 기만에 빠지지 않을 수 있던 것은 내부적으로 폐쇄되지 않는 오픈 마인드를 가진 CEO 이해진의 역량 덕분이었다.

반면 선발 주자였던 다음은 연세대 출신 경영진들 위주의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다보니 중간 레벨의 간부들의 좌절이 많았다고 한다. 한번 이루어진 결정이 오류로 판정되어도 이를 정정하려는 노력도 없다. 이미 권위화되어버렸기 때문이다. 한메일 유료화가 경쟁자를 키웠고 라이코스 인수, 자동차보험 진출 등도 현명한 결정이 아니었는데 교정하는 데는 매우 어려움이 많다.

결국 기업은 CEO를 중심으로 한 핵심인재들의 역량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모델이 중요하다.
기업이 사람이라는 점을 더욱 알게 되는 것이 네이버와 다음의 경쟁스토리였다.

하지만 현재의 네이버가 정말 세계로 뻗어갈 수 있을까하는 물음은 여전히 갖고 있다. 구글이 매우 뛰어난 기술지향적 기업인데 비해서 네이버는 철저히 응용 아이디어 중심의 기업이었기 때문이다. 원천기술은 스스로 연구하기 보다 사오고 대신 이를 가장 적절한 비즈니스 모델로 만들어 시장에서 돈 버는 기술에 치중해왔다. 그 방법이 문화가 다른 타지역에서 통할지는 아직 의문일 따름이다.
덕분에 한국의 두 인터넷 대표 기업이 번갈아가면서 구글과 관련설에 의해 출렁이는 것은 아쉬움이 많다. 다음의 경우 부족한 경쟁력을 일거에 만회하려고 구글과 다양한 제휴를 시도한다. 초기 TV광고에서 한국의 인터넷은 다음이 지키겠다고 광개토대왕이나 이순신의 이미지를 담은 광고를 시도했던 점을 상기해 보면 더욱 그렇다.
네이버는 어떨까? 아직은 여전히 의문을 갖게 된다.

하지만 사람일이란 내일을 모르니 쉽게 단정하고 제한할 수는 없을 것이다. 꿈은 사람을 위대하게 만든다. 크면 클수록 말이다. 해외에서 삼성이나 현대의 상품을 만났을 때 반가운 것만큼이나 네이버나 다음이 해외에서 멋진 성과를 보인다면 그 만큼 기쁘지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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