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12 - 인조실록 - 명분에 사로잡혀 병란을 부르다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12
박시백 지음 / 휴머니스트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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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1600년대 전후는 동북아 역사에서 회오리가 강하게 몰아친 시기다. 일본과 중국 모두 체제와 최고권력이 교체되었고 새로운 질서가 들어선다.
무릇 새로운 권력은 강한 힘을 가지고 주변에 영향을 주려고 한다.
그 힘을 일,중 양쪽에서 번갈아 받게되는 조선으로서는 무척 괴로운 형세는 데 큰 전쟁으로만 세어도 일본과 두차례 청과 두차례를 겪었다.

먼저 일본의 공세에는 나라를 보존하기 위해 중국의 힘을 빌어야 했고 다음 청의 공격에는 대항할 힘이 아예 없어서 인조가 머리를 땅에 숙일 수 밖에 없었다.

한번 한번의 전쟁을 겪으면서 사람 목숨이라는 비싼 수업료를 치루면서 우리가 배운 것은 무엇이었을까 하는 질문을 품게 된다.

그 전장 중 3번째와 4번째는 바로 이 책의 주인공 인조가 집권하고 있을 때 일어난다.
맨 마지막 남한산성의 싸움의 결과는 매우 비참해서 일방적 패배였고 개인의 생존과 왕조의 존립의 고민을 함께 하는 처지로 몰렸다.
이 책의 앞부분은 남한산성까지의 과정으로 광해군 정권의 전복뒤의 일련의 흐름을 먼저 보여준다.

여기서 우리는 왜 전쟁을 피하지 못하고 치닫게 되는지에 대해서 보다 자세히 알게 된다.
남한산성에서 벌어지는 처절했던 전쟁 상황은 김훈의 소설 <남한산성>에 자세히 묘사되어 있어서 여기서는 그 다음이 더 궁금했다.

이 책의 뒷부분으로 가면 남한산성의 치욕 뒤에 나온 일련의 흐름이 자세히 기술된다.
김상헌과 3학사의 북경 압송 이후에 최명길가지 청에 끌려간 이유, 임경업 장군의 파란만장한 생애 등이 잘 묘사되어 궁금증을 해소해준다.
또한 김상헌, 최명길이라는 남한산성 속의 두 주역이 이후에도 계속 대립하는데 그들의 인생관,국가관 등도 보다 깊게 이해하게 해준다.

항복의 증빙이 되는 문서를 쓰는 일은 무척 어려웠다. 김훈의 책을 보면 이 문서를 쓰지않으려고 사대부들이 갖은 핑계를 대거나 차라리 목숨을 자진하는 이야기도 나온다. 명의 재조지은을 잊는다면 개돼지와 다를 바 없다며 그런 항서를 찢는 김상헌의 지조도 분명 필요하다. 반면 생존 이후에야 지조도 있다며 그 문서를 주워담는 최명길의 현실주의 분명 필요한 일이었다.
항복 이후의 역사 흐름에서도 두 사람의 대립된 태도는 계속 나타난다.

최명길의 역할은 항서의 작성이라는 역겨운 작업에 그치지 않았고 영의정이란 중책으로 있으면서 패전 이후 처음 겪게되는 다양한 사회 문제에 역량과 현명함을 발휘했다.
예를 들어 환향년의 발생이라는 대목에서 그는 정조 보다 소중한게 목숨이라며 사대부들에게 아내들을 다시 맞으라고 권했다. 명과의 지속적인 교류에 의해 청에 끌려가지만 약소국 조선이 아직 명을 완전히  등 지기에는 벅찼다고 항변하며 이해를 구하는 현명함을 보여주었다.

무릇 일이 꼬였을 때 털고 일어나기는 오히려 쉽다. 반면 하나 하나 꼬인 실타래를 풀어가는 일을 꾸준히 하는 작업이 훨씬 어렵다.

김상헌의 지조가 없었다면 정말 조선을 도우려 와 목숨을 버린 명의 장병들의 원혼이 울게 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그의 기개는 높이 사야겠지만 최명길의 실용주의가 없었다면 조선 왕조는 아예 남한산성에서 사라져 버렸을 것이다.
그 어려운 선택의 와중에서 두 인재가 있었기에 조선의 얼과 생명 모두가 부지될 수 있었다.

반면 이 일련의 과정에서 가장 교훈을 얻지 못한 사람은 누구일까?
바로 최고 책임자였던 인조다.

인간의 발전은 그가 패배를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의해 크게 차이가 나게된다.
한니발에 연패하고도 그의 강점을 익혀 마침내 한니발의 전술로 한니발을 물리친 스키피오는
위대하다. 조금 눈을 돌려도 왜군의 배가 쓰는 전술이 사다리 건너타기에 의한 근접전이라는 점을 발견하고 판옥선 위에 뚜껑을 씌운 거북선을 잘 활용한 이순신도 앞선 패배에서 교훈을 얻은 사람이다.
더 나아가면 조선의 적장 이순신에게 지고나서 그를 사숙하며 후일 쓰시마해전에서 학익진의 모방으로 대승을 거둔 일본 장수들도 위대하다.

반면 조선의 인조는 패전에서 아무것도 배우려하지 않았다.

아들 소현세자는 심양과 북경을 오가면서 청의 위력, 사농공상의 체제의 한계, 널리 개방되어 가는 세계 심지어 사민이 평등하다는 천주교의 교리까지 익히고 과학기술의 도구를 함께 가지고 돌아왔건만 인조는 이 모두를 거부했다.
명이 광해군을 치켜세우자 이를 시기해 아들을 몰아내려던 선조와 똑 같은 역사가 여기서 반복되는 것이다.
그 결과는 소현세자의 모살이었고 그와 함께 따라온 천주학에 물들은 시녀들까지 함께 사라져야했다.

힘은 현실의 문제다. 현실에서 나타나느 열세를 정신의 세계에서 만족하자면서 과거를 미화하는 등 다른 우월의 요소를 찾는 행동들은 잠시의 마약은 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정말 억울하다면 만주족이 상하 한마음이 되어 하나의 목표를 향해 매진한 면을 배워야 했다.
광해군 대에 있었던 대동법의 시행을 조속히 확산시키고 고루한 성리학을 버리고 명나라의 구원온 장수들이 강조하던대로 실용주의적인 양명학으로 사회철학을 변화시키는 결단을 했다면 훨씬 결과가 좋았을 것이다.
북경과의 교류도 막지 말고 적극적으로 활용했다면 청이 보여준 동양의 르네상스에서 벌어지지도 않았다고 예상된다.

이 모든 거대한 흐름의 중심에서 온전히 퇴영의 길로 나라를 접어들게 한 중심에 바로 인조가 있었고 그의 책임은 결코 작지 않는다.
소현세자만 죽인 것이 아니라 며느리 아들 둘 까지 모두 모살시키는 치졸함과
잡혀간 신민들의 고통을 한사코 외면한 점, 이후 개혁 보다 현상유지의 옹고집을 보이고
순서를 바꾸어 아들 봉림을 세워 북벌이라는 어리석은 과제에 국력을 소모시키며 백성을
학대하게 한 죄 등 모두가 다 그의 잘못이 크다.

패륜과 우매함의 상징이 그에게 어질 인자를 붙여 시호를 만들어 준 조선의 사가들에게
통렬이 반론을 펼치는 박시백의 그림 솜씨와 논지가 너무 돗 보였던 작품이다.

PS : 임경업 장군의 비참한 최후 등이 어떤 경로로 이루어졌는지 등을 잘 묘사해서 당대의 주인공들의 어려운 삶을 보여준 점도 덤으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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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까지 보았던 배트맨 영화 중에서나 근래에 미국에서 나온 영화 중에서 가장 여운을 많이 남기는 작품이다.
많은 헐리우드 영화들이 막대한 제작비를 들여서 볼거리를 만들어 관객에게 선물한다. 눈과 귀를 즐겁게 하는 영화는 그 순간 짜릿함을 주지만 나와서는 거기가 끝이다. 예를 들어 아이언맨의 경우 액션을 중심으로 한 볼거리와 테크널러지는 있지만 그것에서 멈춘다.
반면 메시지를 담아 머리를 자극하는 영화는 여운이 길게 남는다. 특히 인간의 본원적인 문제들 가령 선과 악에 대한 고민 등을 다루면서 숙제를 남기는 작품들도 있다.
이번 배트맨은 분명 액션과 볼거리가 뿐만아니라 메시지로서도 좋은 값어치를 한다.

영화가 배경으로 도시는 여전히 고담(Gotham), 뉴욕의 어두운 단면이다.
그리고 이 도시를 잘 들여다보면 미국 전체가 보인다. 특히 9.11 이후의 미국의 어두운 면들이 극적으로 부각되어 있다.
처음에는 비극적인 잔혹함이 다음에는 풍자적인 우화가 나타나고 마지막으로는 여운이 남는데 그 속에서 우리가 읽어야 할 것은 작가가 전달하려는 메시지 일 것이다.

매번 반복되는 시리즈에서 전작을 넘어서기 위해 감독들은 고민한다. 주인공을 한번에 업그레이드 시키기 어렵다면 방법은 그가 놓인 과제의 어려움을 바꾸게 된다.
이번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은 오히려 악인의 역할을 한 조커다.
그의 잔혹함은 차지하고 정말 뛰어난 점은 머리 싸움과 비전이었다.

이번 영화의 주인공 조커는 동네의 조무라기 깽단과는 질이 다르다.
그가 구사하는 방법을 보면 심리전의 대가라는 점을 잘 알 수 있다.
경영과 관련해서 사람을 움직이는 기술이 가장 뛰어난 기술이라고 하는데 그 중에서도 내편이 아니라 적을 자신의 의도대로 움직이는 기술이야말로 최고로 쳐야 한다.
그런데 이번 주인공 조커는 이 분야의 정말 대가다.

그가 상대하는 반대편의 리더들인 배트맨과 검사 그리고 경찰들과 이를 둘러싼 일반 시민들까지 거대한 집단을 어떤식으로 자극하면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는지 잘 알고 있다.
상대편은 게임의 끝에 거의 다다를 때 까지 아니 게임이 끝나는 순간까지도 그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기 어렵게 된다.

이런 악인이 가장 바라는 것은 무엇인가? 산더미처럼 쌓인 돈을 바라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더 어렵다.

그는 교묘히 각종 사람들의 심리를 활용한다. 빚이 많은 경찰관들이 어떻게 넘어가서 자기편이 되는지를 알고 이를 활용해 조직들을 빠르게 부패시킨다.
그런데 이 정도는 매우 작은 약과다.

각종 이벤트들을 통해서 사람들에게 공포심을 심어준다. 그의 경고가 실현될 때 마다 사람들의 공포는 업그레이드 되고 그 결과 점점 그의 의도대로 놀아나게 된다.

테러의 위협을 지속적으로 받으면서 사람들은 점점 테러리스트가 원하는 방향으로 되어 간다. 즉 지금이 가장 긴급한 상황이라는 명분으로 각종 긴급한 조치를 취하게 된다. 생명의 위협에 따른 긴급 피난이라고 하는 명분을 통해 점점 평소에는 가지 않던 길을 서슴지 않고 선택한다.
그 과정에서 전통적으로 자신의 가치를 지켜오던 여러 제도적 장치들이 어떤 것은 붕괴되고 어떤 것은 무력화되어 버린다.

선거를 통한 자치, 법의 적용에 의한 만인에게 공평한 기회부여, 언론을 통한 참여 등 민주주의를 지탱하던 여러 제도들이 순식간에 몰락하면서 가장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사회가 추락해버린다. 이기심과 공포만 남은 얼굴들 따를 리더를 잃어버리고 가치를 잃어버린 사회의 모습이 그것이다.

그러면서 조커의 의도가 서서히 드러난다.
악이 진정 원한 것은 자신의 복제였다. 상대를 괴롭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자신을 닮게 만드는 것이다.
인간의 가장 큰 소망이 오래 사는 것이고 그 다음은 자신을 무엇으로 남기느냐이다. 자식을 남기는 것도 아니고 영생도 아닌다면 자신을 닮은 존재를 남기는 것이야말로 영원히 사는 길이다.

원래 세상의 선악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선이라고 극단적으로 내세우던 가치도 잘 못 방향을 잡으면 악과 별다르지 못 하게 된다. 그런 이치를 조커는 예를 직접 만들어가면서 보여주는 것이다. 왜냐고? 사람들에게 리더를 불신하게 만들어 가야 할 방향을 잃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 함정에 배트맨이 빠지느냐 빠지지 않느냐는 것은 어려운 숙제가 된다.

그러면 이것은 누구에 대한 비유일까?
바로 미스터 조지 부시다.
그는 알고 보면 선하고 신실한 기독교인이다. 덕분에 수많은 선하고 신실한 기독교인이 그를 지지하기 위해 과감히 투표장에 나와서 표를 모아주었고 그는 재선에 성공하였다.
그 결과는 아름다울까?
미국은 9.11 이후로 점점 테러리스트에 닮아가고 있다. 이라크 전쟁의 명분이 어디갔는지는 이제 아무도 묻지 않지만 결과는 매우 참혹하다. 관용이 없어진 나라, 자신의 위기 상황만 강조하면서 각종 합의를 파기 하는 나라, 그러고서도 손에는 막대한 힘을 보유하기에 위험해진 나라. 이것이 바로 미국인데 이는 단지 외부의 테러리스트 한 둘의 폭력만으로 만들어질 수는 없다.
정말 자신을 몰락시킬 수 있는 사람은 바로 자기 자신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역시 조커에 대한 비유는 빈 라덴이 될 것이다.

부시와 그가 이끄는 미국을 자신과 닮게 만드는데 거의 성공해가는 빈 라덴의 행보가 여기 영화속의 조커에 잘 투영 되어 있다. 비아냥과 함께.

물론 영화는 거기에서만 그치지는 않는다. 다른 한편으로 가장 어려운 속에 놓였어도 인간은 희망이라는 또 다른 창구를 잊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속에서 소위 사회적 게임이 하나 시도되는데 다 보여주면 스포일이 되기에 이야기는 여기서 그치겠다. 통념을 벗어나기에 한번 관심 있게 보아주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영화는 영웅에 대한 기대를 접지 않는다.
어느 사회든 영웅은 필요하다. 대다수 사람들이 스스로 목표를 정하고 길을 찾지 못 하기 때문에 리더로서의 영웅은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진정한 영웅의 길은 거기에 있지 않은지 모른다. 오히려 반대편 다들 시끄러울 때 조용히 생각해보자고 하는 사람인지도 모른다.
흑인 오바마를 오늘 미국의 대통령 후보로 까지 만든 것은 거대한 변화다. 주류 사회의 전통적 가치로는 도저히 이해되지도 납득되지도 않는 현상이지만 이것 또한 하나의 흐름이다.

영화 마지막의 여운과 이 흐름과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아니다.
이렇게 선과 악, 우리의 현실에 대해 깊게 고찰하도록 만드는 작품이라면 충분히 관심을 두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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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마전무 1
히로카네 켄시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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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마전무

샐러리맨의 우상 시마, 이제 한단계 또 올라서서 전무가 되었다.
사장 까지는 부사장 거쳐 두 단계만 남은 셈이다.

직장생활은 한단계 올라갈 때 마다 다른 세상이 보인다고 시마과장 마지막 부분에서 니카자와씨가 언급했던 말이 여운을 남겼는데 이번 편에서도 여전히 같은 모습이 보인다.
전무가 되니 우선 만나는 사람의 지위가 계속 높아지고 만화에 등장하는 비중이 커져간다. 이번에 새로 선임된 신임 사장은 시마가 무엇을 하고 있나 관심을 많이 두고 의견을 묻고 답을 잘 구한다. 전임 사장들의 신임도 여전하지만 신임 사장 또한 시마를 개혁의 중추요 자신의 철학을 관철할 오른팔로 생각한다. 가끔 경쟁자라는 점 잊지 말아주는 것도 두렵기는 하다.
다른 축으로는 기업 바깥에서 고이즈미가 관심을 가져준다. 시마의 해외 근무 경력을 높이사서 무임소 장관으로 발탁을 고려하고 만날 때 마다 안부를 물어온다.
실제 고이즈미라면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고 실제 선거에서 자객이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캐리어의 인물들을 수혈하여 꽉 막힌 관계와 정계에 변화를 시도했다.

이렇게 관심이 높아지면 부담도 커지는 법이다.
시마가 담당해야 할 업무 또한 많이 늘어나는데 과거 돌아다녔던 전통적 소비시장인 미국을 포함해서 생산기지에서 점차 커지는 소비력에 관심을 두어야 할 중국과 인도까지 모두 포괄해야 한다.
글로벌 기업은 전세계를 대상으로 영업을 해야 하기 때문에 다양한 고객을 이해하고 제품을 맞추어 가는 노력이 중요하다. 반면 생산은 가장 싸고 효율적으로 하는 방법을 찾아 생산기지를 임금이 싼 곳으로 몰아야 한다. 이런 과제를 머리 하나에 몰아 넣어 해결하려면 타 문화를 이해하고 수시로 발생하는 갈등을 조정 할 수 있는 복합적 사고를 잘 수행력이 필수다.
대외적으로 다양한 성격의 사람들에게 개방적 태도를 보이면서도 자기의 중심을 잃지 않아야 한다.

시마의 성장의 핵심에 영어과를 나왔던 점 과장 초입에 해외근무를 통해 인정 받은 점이 커다란 토대가 되었다. 거기에 필리핀 외근, 발리 출장 나아가 유니버셜 스튜디오 M&A라는 큰 딜에 중추적 역할을 한 것이 모두 복합되어 다국적 기업의 리더로 가는 커리어가 만들어졌다.

이번 호에도 직장인이라면 관심을 두어야 할 교훈이 담긴 이야기가 나온다.
신임 사장은 의외로 발탁인사였다. 다들 박수를 치는데 좌불안석인 사람은 직전까지 자신들 중 하나가 될 줄 알았던 부사장 두명이다. 그 중 한 분이고 과거 여러 가르침을 베풀던 선배를 모시고 신임 사장은 30년 전에 자주 자리하던 식당을 간다.
거기서 가르침을 주었던 여러 교훈들이 직장생활에 큰 도움을 주었다는 이야기를 한다.
“흙탕물은 앞장서서 뒤집어써라. 인생은 자기 책임이다. 남을 탓하지 마라. 의리를 저버려선 안된다. 그리고 인정에 사로잡혀선 올바른 길을 갈 수 없다” 등을 떠올린다. 다 좋은데 여기서 이제 모순이 되는 운명적 결단을 해야 한다.
지휘권 확립을 위해 옛 상사에게 용퇴를 요청하면서 의리는 저버리지만 조직을 위해 어쩔 수 없다고 이해해달라고 한다.
나도 전에 직장생활에서 비슷한 케이스들을 많이 보았다.
서울대를 나오고 과거에 촉망 받았던 인재지만 지금 맡은 일에서 수년간 두각을 못 내고 후배가 먼저 상무가 되었다. 그리고 나서 윗사람이 부르는 자리를 갔는데 본인은 이제 후배 밑에 일하게 되니 부담을 덜어라하고 위로를 받는다 생각했다고 한다. 실제 그 자리는 용퇴 권고 였으니 충격은 매우 컸을 것이다.
조직의 논리는 냉정하고 시마전무의 이번 케이스와 비슷한 면모가 있는데 이를 받아들이는 개인들은 설마 하면서 당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 여파는 상당히 커서 사장이 바뀌면 경쟁하던 파벌의 수장들에게 바로 물러가 달라는 요청을 하게 되고 이어서 그 수하들은 자연스럽게 도태가 된다. 덕분에 내가 참여하던 프로젝트나 진로까지 고스란히 영향을 받았다.
다들 힘이 강할 때야 파벌을 만들고 충신인양 행세하지만 이번처럼 물러나게 될 때 같이 문을 걸어 나가주는 사람은 거의 없다. 전무에 가깝다고 이해하면 된다.

에베레스트 산과 같이 높은 곳을 올라가는 등산과도 비교가 되는데 정상 바로 앞에서는 내려오는 것이 아니라 폭풍에 떨어져버리는 것 같은 꼴이 된다. 그런 위험을 감수하고도 올라가고 싶은 것은 어쩔 수 없는 직장인들의 심리다.
이야기 초반에 나왔던 곤노 주임처럼 아예 일찍 포기했다면 모르되, 한번 오르겠다고 마음 먹었으면 끝까지 가야만 하지 중간에 멈추는 방법은 없다.

정치에도 잠시 비유하면 노태우는 자신에게 권력을 물려준 전두환을 백담사로 보냈고 정호용은 사퇴를 시켜버렸다. 다시 후임자 김영삼은 둘 다 감옥으로 보내는 결단을 통해 자신의 자리를 지켰다.

권력이란 그렇게 냉정할 따름이다.

그 권력의 힘이 이제 내부 투쟁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과감히 조직의 오랜 정체에 메스를 대게 된다. 성장이 정체된 상태의 조직을 보면 창의성은 발휘될 여지가 줄고 각기 오랫동안 자리지키면서 벽을 많이 치는 모습이 보인다. 나 아니면 안된다고 하면서 각종 문서를 자기 서랍에 넣고 감추고 도장 하나 들고 자기 특색을 내는 그런 모습이 많이 나타난다.
이런 상황에서는 과감히 충격파가 필요하다. 과거 방식이 안된다는 충격을 주면서 새로운 방향까지 제시해야 한다. 그 무거운 임무 속에서 과거의 인연에 머무는 온정주의가 들어설 자리는 없어야 한다. 시마에게 남은 중요한 과제가 바로 이것인데 늘 여자의 마음을 사로 잡는 타인에 대한 배려심과 공감의 능력 위에 이제 비정한 마키아벨리즘의 기교가 얹혀져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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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객 일반판 (2disc)
전윤수 감독, 임원희 외 출연 / 엔터원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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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에 많이 못 치는 것 같아서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허영만 선생의 원작 또한 일본의 맛의 달인이나 초밥왕에 어느 정도 처진다고 생각헀는데 거기에 비해서 영화는 더욱 작품성이 떨어집니다.
타짜는 꽤 영화로 잘 만들어졌는데 왜 식객은 잘 안되었을까? 아쉬움을 가지면서 몇자 적어봅니다.

우선 스토리 구성력이 약했다는 점.
짤막한 단편을 무지 많이 연결해 만들어진 식객이라는 작품을 영화로 만들려다보니
그 중 몇개를 가지고 하나의 일관된 메시지를 담는 장편을 구성해보았다.
하지만 그 메시지가 정확히 만화 식객을 통해 독자가 느끼던 감동을 재생시켜낼지는 의문이다.

중간 중간에 과장이 너무 많다.
좋은 소를 찾는 과정이나, 숯을 찾아가는 과정 등 여기 저기에서
보통 범위를 넘어가는 오버 액션이 나타나고 선과 악의 극단적인 대립에 치중한다.
이렇게 되면 권선징악이 쉽게 나타나는 아동물이 되어 버리는데 작가는 그냥 그 수준에
머물고 말았다.

시합으로 좁혀들어가보자.

소재로서 한국적인 맛을 찾는 것은 좋지만 그 방법에 대해서 고민은 크지 못 했다.
보통 사람이 접하기 어려운 황복을 더구나 회로 보여주는 방법이 과연 한국적일까?

소를 해체하는 작업은 또 다른 직업 분야다. 굳이 요리사가 몰두한다고 해서 승패를
평가할만한 비중을 둔다는게 오히려 이상하다.
일본의 초밥요리사야 생선 고르기 부터 시작하는게 타당하다고 해도 직접 낚시를 들고
험한 파도 넘어 바다로 나나게 하는 것은 별로 바람직하지 않다.
마찬가지로 먹는 재료의 과정을 잘 보여주는 것은 좋지만 그래도 이를 요리사의 업으로
평가하는 것은 별로 바람직하지 않다.

마찬가지로 숯의 질이 구이의 질을 그대로 평가한다는 것도 동의하기 어렵다.

무언가 메시지를 주려고는 하는데 너무 뻔하거나 전달방법이 엉성하다보니
포만감은 적게 된다.
영화를 다 보아도 여전히 허전하게 느껴지는 것은 내손에 팝콘이 없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그래도 다음에는 더 좋은 작품이 나와주기를 기대하는 마음은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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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ky 2008-08-19 0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원작을 능가하는 영화는 나오기 힘든가봅니다. 저는 식객을 영화로 처음 접했던지라 원작과의 비교가 불가능했고, 그래서인지 아주 재밌게 봤었거든요. 사마천님의 리뷰 읽고나니 식객을 만화책으로 꼭 보고 싶어요. 맛의 달인, 초밥왕도요..

사마천 2008-08-19 08: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타짜는 만화도 영화도 둘 다 잘 만들어진 케이스입니다. 맛의 달인을 보면 음식 그리고 사람 이야기가 많습니다. 결국 맛을 만드는 존재도 맛을 느끼는 존재도 사람입니다. 서로 눈치 보면서 상대에게 맞추어가는 노력이 재미있습니다.
 
초등 영재만 푸는 멘사 퍼즐 2 - 실전편, 대한민국 2% 영재를 찾아라! 똑똑한 주니어 26
로버트 알렌 지음, 심재관 옮김, 지형범 감수 / 넥서스주니어 / 2005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아이 초등 가기 조금 전에 무턱대고 셋트로 사주었는데 푸는 문제가 거의 없어서
후회가 컸습니다.

역시 충동구매는 안되는 구나.
아이에게 너무 과도한 기대를 하면 안되는 구나 등등..

여기에 무려 수만원의 돈을 쏟아부었구나... 쩝.

대충 이런 유의 감상이었습니다.

그런데 한해 한해 학년이 올라가고 
아이 또한 수학적 두뇌가 성장하면서 자세가 달라지는 것을 보게 됩니다.

하나 하나 풀리는 문제가 늘어가고 일반 공부와는 다르게 아이 스스로 하려고 합니다.
덕분에 처음의 불안과 실망감이 서서히 자족감으로 변해가네요.
참 인간의 마음이란 얄팍합니다.

1권이 기초 닥는 수준이라면 2권은 실전 형태로 넘어갑니다.
문제 난이도도 얼마간 올라가니 하나 붙들고 생각하는 시간도 길어집니다.

규칙 발견을 원하는 타입이 많고
영어를 기초로 만들어진 문제는 꼭 적합하지는 않은 것 같지만
그래도 아이가 영재성을 보인다면 한번 권해볼만한 괜찮은 시도라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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