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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과 무능 - 굿바이, 朴의 나라
전여옥 지음 / 독서광 / 2016년 12월
평점 :
전여옥이 입을 열었다.
전여옥은 원조친박으로 박근혜가 한나라 대표를 지낼 때 대변인을 맡아 지근거리에서 보좌했었다.
가까이서 시작했지만 그녀는 박을 비판하고 <탈박>하는 운명적 결정을 했다. 당시는 논란이 많았고 지 복을 왜 걷어차냐는 비판도 들었지만 최근 <탄핵전쟁>의 와중에 전여옥의 행동은 선구였다고 새롭게 인식되게 되었다.
주목을 받게 되면서 전은 자신이 본 박이라는 존재에 대한 이 책으로 정리해보였다. 전여옥은 정치인이기 전에 <일본은 없다>라는 책의 저자였고 그 이전에 분명 원조 커리어 우먼이다. 이화여대를 나와 KBS에 입사해서 당시 도쿄특파원이라는 매우 특별하고 예외적인 성취를 거두었다. 그리고 계속 경력을 자산 삼아 유리천장을 깨나간 커리어우먼의 원조였다.
그런 그녀는 도대체 왜 정치적 성공의 동아줄이었던 박을 떠났을까?
대변인으로서 박과 가까이 하며 가진 충격적 경험들을 열거하면서 자신의 행위의 필연성을 먼저 서술한다. 언론사 간부와의 밥자리에서 상대방 자리의 반찬을 끌어다 박을 먹이는 두 교양없는 최씨자매의 행태. 그걸 보면서도 즐거워하는 영애 박근혜.
자신과 아주 드문 인터뷰를 했으면서도 도대체 전여옥을 기억조차 못하는 박.
이 정도는 아주 작은 약과다.
선거전략에서 박을 대처와 비교해서 이미지메이킹 해보자고 했더니 박이 딱 잘라서 거절했다고 한다. 나는 대처 따위가 아니라 엘리자베스 여왕이다라는 소리에 캠프는 썰렁해졌다고 한다. 후일 대통령에 올라서 영국 여왕의 황금마차를 탓을 때가 박근혜는 가장 행복했던 표정이 나왔다고 한다.
박은 신분을 원했지 일을 하려 한 것이 아니었다. 그 아버지는 일을 했지만 말이다.
가까이서 저자를 답답하게 만든 건 박의 무지와 불통이었다.
한마디로 박을 표현해서 <베이비토크> 였다고 한다. 그냥 어린애 수준이고 어린애들에게나 먹히는 말을 짧게 할 수 있었다고 한다.
콘텐츠가 없어도 도대체가 깡통 수준이었다. 부동산 대책 회의에서 <근저당권>이 뭔지 물어본다. 대화는 성립될 수 없다. 그러니 연설이 필요하면 주어진 걸 외워서 고대로 이야기만 한다. 같은 걸 반복하기 지겨우니 영어나 불어로도 말할 줄 안다는 걸 자랑삼는다.
당시에는 이런 건 답답함 수준이었지만 후일 청와대에서 대면보고와 회의가 사라지는 국가운영의 손실로 발전하게 된다. 그 귀결은 바로 세월호 7시간 사태로까지 귀결된다. 서면보고 했다고 면피하는 측근과 관료, 비서실상 김기춘의 행태의 출발은 바로 불통에서 시작된다. 그런데 사실 가까이 있으니 답이 나오지 않는다는 걸 이미 아는 측근들은 왜 서면보고에만 집착했을까? 보고하면 책임은 위로 넘긴다는 관료적 면피라 더 한심스럽다. 각자 자신의 위치에서 할일을 먼저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다.
그리고 저자의 분석이 돗보이는 대목은 바로 통일이 곧 <대박이 아니라 재난>이라는 분석이다. 위기대처 능력 하나 없는 박정권하에서 통일은 정말로 대한민국 아니 한민족 전체에게 거대한 재난이었을 것이고 이는 세월호를 훨씬 넘어서는 수준이었을 것이다.
박이 보여준 참상을 크게 보면 일본과 비교해볼 수 있다. 저자는 일본에서 언론인으로 생활하면서 일본정치가 쇠락해가는 과정을 <족벌의원>들의 비중이 커짐으로 분석한다.
그리고 저자가 겪은 한나라당의 실태도 같이 언급된다. 한나라에서는 벌써 아버지가 누구인지 집안이 누구인지가 많이 따지게 된다고한다. 벌써 2세 의원으로 알만한 사람이 김무성,유승민,정진석 등 여럿이다. 박은 물론 빼고다. 여기에 젊은 보수 이준석도 따지고 보면 엄친아 금수저급인데 그가 젊다는 나이 뺴고 딱 와서 하는 정치행태는 이중적이라고 일침을 꼽는다. 언론인에게 밉보이면 알지 하는 특유의 독설이 살아났다. ㅎㅎ
종합해보면 친박 내지 친이는 최와 박의 문제를 어느 정도는 알았다. 그런데 몇 가지 의문이 든다. 왜 문재인은 선거에서 이를 제대로 활용 못했을까? MB도 탈박하는 전여옥을 환대하면서 독대를 하고 전략을 논했다고 한다. 정보망이 그렇게 없었나? 여전히 선거판에서 상대가 나쁜놈이에요라는 메시지 말고는 제대로 개발하지 못했다. 이번 판은 어떨런지? 지난 대선 문재인의 메시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데 여전히 이번에도 잘 모르겠다.
역사에 만약은 허무하지만, 만약 저자가 박을 떠나지 않았으면 어떤 경로를 밟았을까?
수갑을 차고 수의를 입은 조윤선의 얼굴이 떠오른다. 전여옥이 친박 딸랑이로 남았다면 결국 갈 곳은 그런 길이었으리라. 그런 점에서 순간의 아까움은 있지만 결국은 그 결정은 탁견이었음으로 드러난 셈이다.
하여간 정리를 해보면 책은 쉽게 읽히고 쉽게 쓰여졌다. 그렇지만 내용은 정말 끔찍했다. 왜 우리는 이런 진실을 판이 다 끝나야 알게 되는지. 정말 이 정보의 1/3만 지난 대선에서 잘 활용되었어도 판이 달라지고 아니 그 전에 MB가 까발렸다면 친박연대라는 희대의 웃기지도 않는 종교집단이 나타날 가능성을 줄였을 걸 하는 아쉬움이 든다.
그런 점에서 다들 <공범>이고 결국 피해자가 된다.
다 자업자득이라고 생각하니 허망도 하고 아쉬움도 커진다. 그럼에도 이를 냉철하게 되새기지 않으면 비극은 다시 반복된다. 한국인은 정치도 쉽게 종교화시키는 습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