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임을 함.
참석자는 의사, 중소기업 사장, 대기업 부장 그리고 나 이렇게 4명.
얼핏 보면 다 다른 길인데 왜 모였을까요?
공통점이 있죠.
회사 입사 동기들입니다.

시작은 같아도 현재 가는 길이 다 다르고 점점 더 다른 길을 가게 됩니다.

오랜만에 만나서 첫 화제는 건강임.
잘 나가던 또래의 친구 하나가 건강검진 받다가 갑자기 뇌에서 종양이 크게 발견되 입원했는데 한번 시작한 수술이 8번째에 이르러 거의 파김치가 되었다나.
술먹다가 film 끊긴 이야기는 또 어떻고…

가만 듣다가 의사가 된 동기가 친절하지만 엄격하게 조언한다.
휴대폰 많이 하는 것 좋지 않다고 보인다.
점점 전자파와 뇌질환의 관계가 드러나고 있다. 우와 즉시 이어폰으로 바꿔야겠네.
다음으로는 혈관질환에 대한 조언 등등.
역시 핵심은 스트레스고 담배는 매우 좋지 않다.

하지만 이 이야기 듣고도 부장하는 친구는 담배 피러가더라.

왜 일까?

그에게도 사연이 있다.
약 20명의 부하를 거느리고 있는데 말이 거느리는 것이지
거꾸로 표현하면 20명의 인생을 책임지고 있는 것이다.
20명 각자에 달린 식솔까지 보면 100명 가까운 삶이 연결되어 있다.
그러니 어깨가 무거울 수 밖에.

또 한 친구는 그보다 훨씬 많은 직원이니 더 그렇다.

어 그러고 보니 내 어깨가 가장 가볍네.
덕분에 나는 담배도 안펴도 되고..
그럼 이게 좋은 건가?

ㅎㅎ 그렇지 않을 것 같다.
나도 점점 어깨를 무겁게 만들어야겠구나.
남이 굳이 내 어깨위에 무얼 얹어 놓지 않아도.
스스로 어깨위에 얹을 것들을 찾아나가야겠구나.

그 다음 화제들은 애플, 북한의 붕괴 등 다양해짐.

애플을 보면서 다들 걱정이 많아졌다.
국내 주요 회사들의 대응이 점점 빨라지는 변화에 바람직한지 여부.
등등.
지금의 싸움은 일종의 platform 싸움인데 그런 싸움에 대해 잘 대응할 준비가되는지?
과거의 성능 싸움.
화면의 화소, 카메라 성능, DMB 등등 이런 것의 싸움이 아닌데.
정말 애플이 치고 나가는 방향은 마켓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점인데..
마켓이라는 게 한번 만들어지면 후발주자가 따라잡기 무척 어려운데..

남이 두가지 축을 놓고 싸움을 전개할 때
내가 한 가지 축에만 매달려 있으면 평면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남은 내가 모르는 또 하나의 축으로 입체적 사고를 하고 있을 때..

또 재미있는 대목은 예전에는 자신의 노력 중심의 성장이었는데
이제는 남과의 관계, 세상을 알아보는 안목이 더 중요해진다는 점을 확인하게 된다.
사람이 모두 똑 같이 안목을 키우기는 어렵다.
하지만 안목없이 성장하기도 어렵다.
그럴 때 대안은 남의 안목을 사는 일이다.
관계를 통해 남의 안목을 사는 일, 맞아 이것도 큰 성공요인이다.

이런 저런 이야기 하면서 밤이 깊어지고..

다들 오랜만에 모이니 정말 좋은 모임이었다.
오늘 길의 발걸음은 무척이나 가벼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식코 SE - 아웃케이스 없음
마이클 무어 감독 / 아인스엠앤엠(구 태원) / 2008년 7월
평점 :
품절


오바마가 무척 큰 일을 해냈습니다. 
바로 의료보험개혁입니다.
처음 말 꺼낼때부터 될까 될까 했는데 정말 큰 고비들을 넘어갑니다.
인기 많던 클린턴도 집권 1기 초반에 영부인 힐러리를 내세워 나섰지만
냉정한 현실에 좌초하고 말았죠.
그 힐러리에 더해서 오바마가 힘을 합치더니 과감히 밀고 나간 결과 여기 까지 왔습니다.

지금 반대가 심해서 오바마도 쉽지 않을거라는 관측이 나오지만
정말로 의보개혁은 중요한 사안입니다.

그래서 그 배경을 알기 위해 바로 이 영화를 추천드립니다.
다 보고 나시면 아마
미국이 정말 선진국이었나요? 라는 물음이 절로 나오실 겁니다.

손가락이 날라간 환자에게 이쪽 붙이려면 1만$, 저쪽 붙이려면 5000$ 그러니 어쩔래요?
이렇게 물어가는 병원 덕분에 결국 이 환자는 한쪽을 버립니다.
이런 사례들은 무수히 많이 나오죠. 영화 가득 가득..

미국이라는 사회는 자기 책임에 기초해서 매사를 결정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덕분에 죄를 크게 지면 과감하게 사형판결 내리고 집행해버립니다.
이는 이 사회의 특성이 다민족,다인종으로 구성된 덕분이기도 합니다.
원래 동질적인 관계에서는 상대와 공감을 어느 정도 느끼기 때문에
사형이 무작정 이루어지기 어렵습니다.

공지영의 사형수 소설을 보시다가 갑자기 주인공을 흑인이나 멕시컨 양아치로 바꾸어보세요.
그 상황에서도 독자들이 사형수에게 같은 공감을 느낄수 있을까요?

죄와 벌은 좀 극단적인 예인데 미국의 주류들은 가난도 곧 죄이니 빈곤에 따르는 불이익 또한
벌로 생각합니다.
그러니 손이 잘려도, 폐가 상해도 어쩔 수 없는거죠.
기회를 공정히 줬으니..

하지만 이런식의 기회 공정이론은 서부개척 시대의 카우보이 수준의 룰입니다.
애초부터 정의에 기초해 사회를 운영하는게 아니라 총 잘 쏘면 더 자유롭게 다니고
총 못 쏘면 감히 고개들고 남과 시비하지 말라는 단순 무식한 논리죠.

이렇게 개인의 극단적인 자유를 기반으로 한 사회운영은 결국 병폐를 만듭니다.

08년말 미국월가의 붕괴도 뿌리를 따져보면 같습니다.

한쪽에서는 리먼이 파산하지만 반대편에서는 폴슨이라는 헤지펀드가 수백억$을 벌어갑니다.
그래놓고 리먼 때문에 만들어진 구멍에는 더 큰돈을 종이로 찍어 메운다닌 말이 됩니까?

이 모든게 인간의 자유에 대한 과신이 만들어낸 사회병폐죠.

그런데 비슷하게 고질적으로 만들어놓은 체계가 바로 의료보험입니다.

사적인 기관의 이윤추구는 미국에서 가장 강력한 이익집단인 의사들의 철저한 철밥통 지키기와
맞물려서 지금의 비극을 만들어냅니다.
철밥통을 지키는 방법은 한국에서도 경험했지만 의사수를 늘리지 않는 겁니다.
그러니 비싸지죠. 그리고 매우 친절하게 서비스합니다. 죽기 직전의 수명을 마구 늘려주죠.
생에 전체의 저축 중에 절반 가까이를 죽기 몇년전에 다 쓰도록 만듭니다.
이게 과연 합리적이고 인도적인 체계일까요?

그래도 민주주의가 소중하고 이성적이지 않냐고 물으시면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를 권하고 싶습니다.
그 두사람은 가장 민주주의적인 도시국가 아테네가 얼마나 어리석게 몰락의 길을
걸어갔는지 뼈저리게 알았고 그 결과물은 그들의 책 <국가>와 <정치학>입니다.

절대로 민주적 토론이 가장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결과를 만들어내지는 않습니다.
다시 강조드리건데.

미국의 제조업 붕괴의 상징은 GM의 몰락이고 다시 그 원인에는 막대한 퇴직자 의료비
지원금이 있었습니다. 그 의료비의 과잉에는 다시 보험사와 의사의 탐욕이 있죠.
이렇게 물고 물고 늘어지며 난맥상이 된 상황이 현실인데
여기에 칼을 들고 덤빈 오바마.
그의 모습은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칼로 끊은 알렉산더의 영웅적 행위와 비교됩니다.

다시 한번 경의를 표합니다. 오바마와 마이클 무어에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지인의 초대를 받아 SERI CEO 조찬행사에 참석했다. 
신라호텔에서 열리고 아침밥도 잘 주고 좋은 강연들려준다기에 간다고 했는데
시작시간은 7시.
가보니 역시 아침형 인간분들이 많았다.
별로 피곤한 기색도 없고 다들 조는 사람 없이 귀 쫑긋하면서 강연에 귀를 기울인다.
평소라면 별로 귀에 들어오지 않을 <천문학..>

그런데 듣다보니 몇가지 모르던 사실을 알게 되었다.
공룡과 원시인이 싸우는 장면은 다 거짓말이라고.
이들이 같은 시대에 공존한 적은 한번도 없다고.
태양이 매우 느리게 진화한 덕분에
지구에서도 수십억년 동안 생물이 진화할 수 있었다고.
이건 매우 큰 행운이란다.
빨리 커지는 별이 빨리 붕괴한다고 한다.
이건 기업에도 적용되는 이치인데.

강의 중 1만원짜리가 화면에 비추어지더니 천문대가 close-up 되더니
이게 바로 강사님이 일하는 곳이라고 한다.
앗 돈에 박힌 건 다 위인과 주요업적인데 여기에 일하는 공간이 들어가더니 얼마나 영광.

다 듣고 보니 우주의 거대함에 비하면 내가 하는 고민이 얼마나 왜소한지
새삼 느낌이 왔다.
오래가는 생각을 남기려면 문제를 넓은 시각에서 바라보아야 되나보다.
이제부터 나도 저 멀리 우주에서 바라보도록 노력할까나..

강의장을 가득메운 예의바르고 학구열 높은 CEO분들에게서도 인상은 정말 깊이 받았다.
작은 테이블에도 모 대기업 사장님들이 여러분 계시다 보니 긴장도 되지만
한편으로는 나이가 젊으면서도 배워보고 인맥도 잘 걸어보겠다는 보다 절은 분들도
여럿 있어서 그나마 위안.

역시 세상의 사람은 둘로 나뉘나 보다.
배움을 멈춘사람이 한 부류, 배움을 멈추지 않은 사람이 또 한 부류.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전출처 : marine님의 "여전히 매혹적인 삼국지"

글 잘 읽었습니다. 저도 이책을 읽었는데 책의 내용에 하나 의문을 제기하면, 청주병이 황건군 기반인 것 맞는데. 이들은 농부들이 많습니다.당시 승마술은 아직 덜 발달해서 나이들어 배우기는 어려운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그렇다면 청주병을 기변으로 키웠다고 이해하기 보다는. 오히려 공손찬 처럼 이민족 기마민족을 군대에 포함시켰다고 이해함이 낫지 않을까요? 서강병의 경우를 보면 가장 뛰어난 장수 여포가 바로 이민족 출신입니다. 이들을 포함시켰던 동탁 및 이각 등 군세가 무척 강했죠. 그리고 여포가 그만큼 배신을 밥먹듯이 하면서도 대접받은 이유도 그만큼 기병이 귀했다는 증거 아닐까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오랫만에 아는 선배에게서 연락이 옴.
사는 곳은 미국 Texas의 달라스,
일하는 곳은 미대륙 전체, 아무데나 날라감.
하는 일은 IT 컨설팅(SAP)

반가운 마음에 이런 저런 이야기하다가
언제를 정년으로 보냐고 하니까
답이 무려 60세.

우와 하고 놀람.
한국은 벌써 사오정인데.
삼성만 하더라도 50넘은 부장은 거의 찾기 어려운데..쩝.

이 선배가 충고하는 말이.
나이를 잊어라.
요즘 자기가 뛰는 프로젝트 PM은 다 나이가 어리다.
때로는 한참.
하지만 연봉은 자기가 훨씬 많다.

두번째는 hands-on 경험을 유지해라.
수십년간 쌓인 노하우를 그 사람들은 인정해준다.
PM은 바뀌어도 자기만큼 그 분야에서 오랜 경험 쌓은 사람은 없다.
동양인으로 이 나이까지 white color로 그것도 전문직으로 살 수 있는
방법은 별로 없더라.

괜히 엄하게 출세한다고 관리직으로 나갔다가
줄 제대로 안잡히면 중간에 나가떨어져 할일도 없다.

이 선배 만나기전에 국내 유수한 통신기업 사람을 만남.
그곳에서 최근 수천명 명퇴를 했는데
40대초반에도 부장이 되었다가 이번에 명퇴한 사람도 수두룩 하다고 함.
그런데 아쉬운 점은 이 회사는 이미 30대에 실무를 놓아버린다는 점.
잘하는 외주관리는 잘함.
하지만 외주관리를 아무리 예술적으로 한들.
비용절감과 아이디어 훔치기는 하지만
스티브 잡스처럼 종합적인 예술로 창의력을 발휘하기는 어려움.

오히려 공룡이 되어서 주변에서 일해주는 것 위에서 자기 밥그릇 챙기고
심하게는 젊은 사람들 아이디어 방해하고, 협력사 갈길 막고...
이러다가 오늘 이꼴이 된다고 보임.

결론은 기본으로 돌아가자.
새로운 생각과 제품을 내손으로 직접 만들어낼 수 있다면
일은 끊임없이 다가온다.
반대로 물러서서 편하게 살려고 하면 금방 목덜미 잡혀서 밀려나간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조선인 2010-03-19 14: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아, 60... 이 놈의 땅에서 개인의 노력만으로 달성 가능한 정년인가 회의도 해 보지만... 그래도 새겨들을 이야기네요.

사마천 2010-03-19 22:24   좋아요 0 | URL
조선인님도 놀라우셨죠?
물론 저도 많이 많이 놀랐습니다.
기본조건으로 영어에 존대말이 없다는 점,
서로 업무 이외의 영역에 대한 무리한 push가 적다는 점이 작용한다고 보입니다.
그리고 보다 중요한 깨달음은 선배의 경우 매니저로 나갈 것 아니면 실무를 끝까지 놓지 말아야 한다는 대원칙이 몸에 배여 있었습니다.
반면 한국에서는 승진에 과도하게 매랄려서 줄잡으려고 노력하지만 그 줄이 끊기는 순간 그냥 추락해버리죠. 이게 서글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