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를 몰고 출근시간에 분당을 가다 보면 가끔 길이 꽉 막힐 때가 있다. 마음이 갑갑해지는데 막상 이유를 알아 보니 나뭇가지 정리하는 차량이 한 대 느긋하게 길 따라가며 작업중이다. 이렇게 일하시는 분들이 출근시간대를 선호하는 이유는 있다. 차량이 많아서 속도가 느리니 상대적으로 안전해진다. 반면 도로를 달려야 하는 다른 다수의 출근자들 입장에서는 속이 터지는 일이다.
같은 도로를 이용하면서 한 사람, 혹은 한 집단의 이익에 따라 다른 사람들이 피해를 보는 일은 합리적일까하고 묻게 된다.
한 사람이 득 보는 효과를 계산해보고 반대로 다른 집단이 보는 손해를 계산해서 한쪽이 압도적으로 크다면 이를 조정해주는 방향으로 정책을 하는 게 맞다. 특히나 공공발주의 경우 그런 통제가 보다 쉬울 것이다.

요즘 도서관에서 보니 SSAT라는 이름의 각종 기업 입사용 수험서들이 많이 늘어났다. 삼성을 시작으로 어지간한 기업에서는 다 자기들 용으로 하나씩 시험을 개발했다.
시험책자도 두껍고 문제도 꽤 난이도가 높았다.
그런데 여기서 갖게 되는 의문이 몇 가지 있다. 기업이 할 일을 대학 혹은 수험생에게 통째로 넘기는 건 아닌가 하는 의문이다. 한 시험을 만들 때는 기업의 담당자 입장에서는 편할 것이다. 자신이 입사자 선택이라는 막강한 권리를 갖고 있다 보니 싫으면 말고 라고 쉽게 이야기 할 수 있다. 반면 이를 받아들여야 하는 많은 지망자 입장에서는 엄청난 시간을 투입해야 한다.
그런데 더 기가 막힌 일은 삼성의 이런 시험을 따라서 각 기업들이 비슷한 시험들을 따로 만들었다는 점이다. 삼성버전, LG버전, 또 무슨 기업 버전 이런식의 짝퉁질에 의해 골병 나는 건 대학생들이다. 교재비가 한 두 푼 하는 것도 아니고..

여기서도 아까 분당 가는길의 작업차량 처럼 자신의 편의를 위해 주변에 부담을 넘기는 행위를 볼 수 있다.
그냥 이 대목에서 몽땅 시험을 없애버리면 어떠냐고 주장하고 싶다.

최근 삼성은 애플의 행동 하나 하나에 일희일비 하고 있다.
이건희 회장도 틈만나면 한 명의 천재가 1만명을 먹여살린다고 이야기힌다.

이렇게 창의적인 문제 해결자를 원한다는 최근의 경쟁 조류에 비추어보면 암기형 시험의 효과는 상대적으로 적다.
그런데 이렇게 두꺼운 암기형 교재를 요구하게 되면 학생들이 정말로 창의적 사고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아예 없애게 된다. 창의력은 고전읽기, 모험, 다양한 경험에서 나올 수 있지 4개에서 하나 맞추는 형태의 시험에서 나올 수는 없다.
여러 기업이 각기 자기의 편의성을 추구하다 보니 결과적으로는 대학생 다수를 암기형으로 몰아가게 된다. 아무도 원하지 않는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런 대목에서 바로 여론, 공공기관, 정부가 역할을 해 주어야 한다.
문제를 넓게 보고 간결하게 교통정리를 해주어야 한다.

당사자인 대학생들이 직접 나서는 것도 중요하다.
“이 부당한 갈고리들을 제발 걷어주세요. 우린 이미 충분히 지쳤거든요..” 하고 말해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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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신 리자청
홍하상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4년 3월
평점 :
절판


아는 만큼 보인다는 명언이 있다.
여행을 하면서 이 말의 값어치가 많이 느껴진다.

사물을 보고 감탄했으면서 그 속을 분해해보고 싶어하지 않는다면 진정한 매니아라 할 수 없다는 말을 어느 분이 하셨다.
나도 백번 공감한다.
그래서 나는 새로운 나라 한 곳을 방문할 때 마다 먼저 그 나라가 성취한 위업에 놀라움을 가진다. 이어서 누가 이 일의 주역이었을까 라고 질문 하게 된다.

오늘날 홍콩이 보여준 위업의 주역은 바로 리카싱이라는 상인이다.
그는 가난한 서민의 아들로 태어나 어려서 부모를 잃었지만 불굴의 의지를 가지고 상재를 키워 지금의 거부를 이루었다. 조그마한 플라스틱 조화 사업에서 기반을 닦았지만 발빠르게 변신했고 시류를 정확히 읽으며 사업을 부동산으로 다각화했다. 그는 한참 어려울 때도 먼 미래를 보았고 잠재력을 믿으며 과감한 투자를 해냈기에 오늘에 부를 이룰 수 있었다.

자딘 메디슨, 허치슨 암포아 등 오래된 홍콩 기업은 멀리 아편장사까지 맥이 닿는다. 그런 기업들의 권리를 하나 하나 사들일 때 중국인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마치 아편 전쟁의 상흔이 이제야 치유되는 듯한 모습이다.
덕분에 홍콩에서의 리카싱의 위상은 상신이라 불려도 모자람이 없다.
참고로 싱가폴에 리콴유 수상의 독재가 성립하는 것처럼 중국인에게도 황제를 만들고 이를 섬기는 기질이 있는 것 같이 보인다.

홍콩 공항을 가보면 PCCW라는 회사의 인터넷 서비스가 눈에 띄고 길에 가보면 왓슨이라는 드럭스토어가 많은데 이 모두가 리카싱계열이다. 그뿐인가 하버 호텔이라는 명품 숙소와 더불어 공공사업인 전력 등 각종 서비스에 리카싱의 자본이 권리를 가지고 있다.
그의 사업은 멀리 해외에도 뻗쳐있다. 캐나다의 에어캐나다와 자원회사, 영국에서는 오렌지라는 통신사 등 다양하다.
이런 면들을 보게 되자 그의 사업에 대해서 호기심이 더욱 커졌다.

미천하게 시작해서 당대에 자신의 부를 이룬 것은 한국의 정주영 회장과 비슷하고 M&A를 주업으로 한 것은 김우중 회장과 비슷하다. 부동산 개발에 대한 안목은 트럼프와도 비견할 만 하다.

그의 사업에는 중요한 결단의 순간들이 있었다.
자딘을 비롯한 식민 자본들이 중국 지배권을 두려워하며 홍콩에서 발을 뺄 때 리카싱은 거꾸로 등소평을 만났다. 개방의 진정성을 확인한 그는 남들의 위기를 자신의 기회로 삼아 싼 값에 철수하려는 자산을 인수하였고 중국에 적극 투자했다.

최근 역M&A라고 해서 이머징 마켓 자본의 선진국 기업 M&A를 가리키는 단어가 있다. 백인은 자본 비백인은 노동을 제공하던 근대식민지 사회의 논리가 반대가 되는 현상이다.
인도의 타타가 그런 역M&A의 대표자인데 리카싱의 위업을 보니 훨씬 선구자로서 여러가지 영역에서 성과를 보였다.
깊이 연구해볼만한 주제로 보인다.
왜냐면 최근 한국의 주요 기업들이 신성장 동력을 해외사업에서 찾기 때문이다. 그런데 해외사업이 생각만큼 쉽지는 않다. 그러니 더욱 동양인으로 해외사업에서 성과를 거둔 리카싱의 면모에 호기심이 간다.

그의 인간적 면모도 이 책 곳곳에 나타난다.

작가는 이 책을 만들기 위해 리카싱이 만든 호텔에 묵는다. 비싸더라도 제대로 된 서비스를 받으며 리카싱이 키워낸 종업원들이 어떻게 일하는지 깊이 느껴본다.
결론은 매우 만족스럽다였다. 제대로 교육이 되어 정말 마음으로 고객을 섬긴다는 평이다.
리카싱 같은 귀인을 직접 만나기는 어렵지만 그가 진정한 경영자라면 종업원을 잘 섬겼을 것이고 그들이 주인의 마음으로 손님을 대한다면 그 기업은 훌륭하다는 논리가 작가의 주장이다.
나도 깊게 공감한다. 내가 느끼는 서비스가 떨어지는 기업, 같은 오류를 반복하고 이건 남의 일이야 하고 느끼는 기업은 결국 몰락하게 된다.

홍콩을 벗어나 리카싱의 고향인 조주를 오가며 느끼는 중국의 지저분하고 게으르고 불친절한 모습은 최근과는 무척 다를 것이다. 북경에서 리카싱이 만들어 기증한 도서관과 광장을 한번 가보고 싶어졌다. 홍콩에 가면 나도 꼭 비싼 돈을 내서라도 하버 호텔에 묵고 싶어졌다.
그러면서 거인의 삶이 피워내는 향기를 느낄 수 있다면 무엇이 그리 아까우랴.

나에게 이런 동기와 호기심을 만들어 준 저자의 노력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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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스 스피치 - The King's Speech
영화
평점 :
상영종료


King’s speech라는 제목은 왕의 한 말씀이라는 거창한 의미로 다가왔다. 그런데 알고보니 이 영화의 주인공은 언어치료였다. 약간 엉뚱한 듯한 주제라 나도 고개를 갸우뚱 거리며 영화를 대했다. 미래의 왕 알버트와 언어 치료사 로그 이 두 주인공 사이에는 커다란 갭이 있다. 신분도 하늘과 땅이고 출신도 영국 본토와 식민지 호주로 서로 차이가 크다. 호주가 원래 범죄인 추방지역이었다는 걸 상기 해보면 왕의 측근들이 보이는 혐오감 많은 태도를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그런 이들이 머리를 맞댄 것은 영국이 현재 두 개의 세계대전 사이에 놓여 있기 때문이었다.

첫 번째 세계대전은 세르비아를 놓고 자존심 대결을 한 여러 왕들의 전쟁이었다. 엄청난 대중의 희생위에서 치러졌고 결과적으로 대중들은 자신이 속았다는 걸 알았다. 그 결과 일어난 혁명의 흐름은 독,오스트리아,러시아 세 황제를 퇴진시켰다.
그 공백은 히틀러와 레닌이라는 두 대중정치가가 나타나 메웠다. 그들은 각기 긴 책으로 설명된이념을 가지고 대중을 선동하는 재주를 가졌다. 히틀러는 고교중퇴, 레닌은 대학중퇴고 이들 모두 머리가 명석하며 미래를 내다보고 특히 대중을 설복시키는 힘을 가졌다.

반면 고색창연한 이미지의 영국 왕가는 이제 점점 시대에 맞지 않는 낡은 모습이 되어 가고 있다. 영화의 주인공이 자주 연습하는 대사인 to be or not to be는 셰익스피어의 햄릿이 끊임없이 되뇌이는 말이다. 이 말이 주는 뉘앙스는 영화 속 실 주인공인 미래의 조지왕에게도 똑 같은 수준의 압박을 준다.
이유는 그가 대중들 앞에서 한마디도 못하는 말더듬이기 때문이다.
이 엄청난 희생을 요구하는 전쟁을 또 다시 눈앞에 둔 영국의 상황에서 우리는 누구를 위해 싸우는가라는 질문을 대중들이 던질 때 가장 빨리 가장 명쾌하게 답해주어야 하는 위치가 왕이다. 그런 중요한 자리에서 말을 못한다는 건 치명적 불구가 되어 버린다.

내 앞에 있는 마이크에 한 마디를 하면 이는 라디오를 타고 전세계로 나아가 버린다. 이는 더더욱 말더듬이에게는 참을 수 없는 스트레스가 된다.

고심에 빠진 이 말더듬이 알버트를 교정하는 일이 또 하나의 주인공 로그에게 맡겨졌다.
그의 다양한 실험 등도 재미있지만 결국 요체는 마음의 장벽 걷어내기였다. 신성한 왕은 이제 체면과 격식을 강력히 요구한다. 그런데 그러한 외관의 무거움이 사실은 마음의 장벽을 만든 근본이었다. 어린 소년의 일상은 커다란 그림의 장중한 조상들의 모습으로 둘러싸여졌다. 조상들은 위대한 인물들이다. 변방의 가난한 나라 영국을 이끌고 세계로 떠나는 모험에 나서 전세계에 해가 지지 않는 왕국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 후계자의 임무는 아마 나에게도 떨어질 수 있다.
이런 식의 압박과 자신보다 재간 있고 특히나 개성이 강한 형과의 비교는 더욱 그에게 무거움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로그가 시도한 방법들이 과학적인지는 잘 모르겠다. 전문가가 아니니 감히 말할 수는 없겠다. 하지만 자신을 잊으면 자신을 찾게 된다는 점은 충분히 이해할만한 치료법으로 보인다.

영화 속 주인공들은 신분의 차이를 넘어 우정으로 발전하게 된다.

영화의 세계를 이해하려면 라디오라는 문명의 이기가 준 영향을 잘 이해해야 한다.
사람은 권리와 의무가 함께 가야만 공정하게 느낀다. 체제는 권리와 의무를 조화시키며 부과할 수 있어야 발전한다.
당시 사회의 모습은 오래되고 계층이 많았다. 아마 영화 타이타닉을 연상해보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그 타이타닉의 구조가 더 잘 확대된 모습이 바로 영국 사회였으며 최고의 상징물은 왕이고 왕궁이다.
반면 당대의 유럽의 대중들은 자신들에게 막대한 의무만 부과되고 권리는 없다고 생각했다.
특히 그 경향은 독일과 프랑스에서 강했다. 독일은 1차 대전 후 나타난 인플레를 통해 자산의 상당수를 유태인 금융가들에게 빼앗겼다. 덕분에 이들은 형식과 절차만 남은 민주주의를 거부해버리고 히틀러를 지도자로 맞이한다. 배경도 한미하고 교양도 의심스러운 인물이지만 그에게는 매력이 있었다.
바로 독일인들에게 당신은 독일인이라는 점 하나만으로도 자랑스러워 하라고 이야기하는 선동가로서의 매력이었다. 당시 독일의 관광선은 1등,2등,3등이라는 구분이 아예 없었다.
히틀러는 대중들에게 권리를 먼저 부여하고 그 다음에 의무를 이야기했다.
그는 연설의 대가였고 최고의 무기는 바로 라디오였다.
수백만 대중과 바로 마음이 통하도록 만들어주는 이 문명의 이기 덕분에 그는 최고의 지도자가 될 수 있었다. 아마 인쇄술이 루터의 종교개혁을 가능하게 한 이후로 최고의 변혁이었을 것이다.

그 히틀러에 맞서기 위한 조지 왕의 분투는 정말 눈물겨울 정도다.
한번 즐겨보고 또 이야기하면 어떨까 한다.

영화가 주는 또 하나의 장점은 관광이다. 대부분의 관광객들은 런던의 명소들을 겉으로만 볼 수 밖에 없다. 이 영화가 보여주는 웨스트민스터에서는 대관식 장면을 볼 수 있고 버킹검 궁에서는 대중을 환호에 답하는 모습이 나타난다. 다우닝스트리트에서는 수상들의 모습이 나온다. 이 모두가 런던을 겉으로만 본 대중 관광객들에게 괜찮은 보충교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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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en 2011-04-12 1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영화를 개봉 첫날에 봤는데, 뒤늦게 사마천님의 리뷰를 읽으니 새록새록 영화속 장면이 다시금 떠오르는군요. 웨스트민스터 사원의 내부도 흥미로웠고, 버킹검 궁을 '관광객의 시선과 정반대'에서 바라보는 것도 흥미롭더군요. 좋은 글 잘 봤습니다.
* * *
엉뚱하고 시대착오적인 것은 1917년의 공산주의자가 이전에 일어난 것과 동일한 형태의 혁명, 과거의 결함과 오류가 조금도 개선되지 않은 혁명에 뛰어든다는 것이다. 그래서 러시아에서 일어난 것은 역사적으로 별다른 흥미가 없다. 엄밀히 말하면 그것은 인간 삶의 새로운 시작과는 반대다. 그것은 과거 혁명의 단조로운 반복이며 완전한 재탕이다.
- 호세 오르테가 이 가세트,『대중의 반역』中에서

사마천 2011-04-13 0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렌님 격찬에 저도 꼭 담아놓았는데 이제야 보았습니다. 과찬의 말과 격려 늘 감사드립니다. 영화의 매력인데 버킹검 궁은 1년에 한번만 그것도 많은 돈을 내야 들어간다고 하더군요. 이점에서 영화는 또 다른 관음증을 만족시켜줍니다. 아마 그것도 감독의 배려이겠죠..
 
블랙 스완 - Black Swan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영화를 다 보고 내게 묻게 되었다.
너의 경쟁자는 누구냐고? 어제까지 보았던 경쟁자는 내 주변에 있었는데 오늘은 새롭게 잡아야 겠다.

영화는 정상에 올라서려는 그리고 막 올라선 사람의 고독과 노력을 그려낸다.
여러 설움을 이겨내고 무대의 주인공으로 발탁된 주인공의 눈에 세상은 다르게 보인다.
수많은 백코러스의 후원을 받으며 앞에 홀로 나가 독무를 추는 모습은 황홀하다. 넓은 극장의 무수한 시선이 다 모이는 유일한 공간이 이제 그녀만의 무대로 열려졌다.
자신의 행동 하나 하나에 따라 관객의 만족이 달라지고 거기에 수백명의 단원 전체의 성과 패가 갈린다.

영광과 압박은 함께 오게 마련인데 빛의 아름다움에 취해 압박을 이겨내려는 노력을 게을리 하면 시간은 아주 짧게 지나가기 마련이다.

그녀에게는 이제 새로운 압박이 주어진다.
영화의 소재인 백조의 호수에서 주인공은 두 가지 역할을 해야 한다. 화이트와 블랙의 모습이다.
화이트가 순결,청초함의 모습이라면 블랙은 욕망의 모습을 나타낸다.
선과 악의 대비로 이해해도 된다.
선하게 살다가 악의 역까지 해야 한다는 점이 새로운 도전이 된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어려서부터 선으로 훈련을 받게 된다. 가정,학교,직장 등 대부분의 공간에서 배우는 내용은 선 위주다. 하지만 위로 갈수록 아니면 거리를 직접 걸어볼수록 세상이 선으로만 구성되지 않았다는 점을 깨닫게 된다. 앞에서 좋은 낯을 가져도 뒤에서는 험담을 하는 동료가 출세한다.
이렇게 세상은 배운대로 성실히 열심히 살아서는 경쟁에 쳐지게 된다.
덕분에 세계의 다른 측면을 배워야 하는데 이게 쉽지 않다.
주인공 또한 내면에서 나오는 연기를 하려다보니 무척이나 고통스러워진다. 지금까지 극단적으로 순결에 포커스를 두어왔기 때문에 더 힘들 것이다.

그럼에도 그녀는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완벽하게 하려고 많은 시도를 한다.
새로운 다양한 체험을 하는데 이게 꿈인지 환상인지 현실인지 잘 구별되지 않기도 한다.
마지막에는 정말 애처롭게 느껴지기도 한다.

우리가 사는 세상이 어쩌면 그런 모순 속의 공간인지 모르겠다.
회사라는 공간도 참 오묘하다
사주는 직원들에게 무슨 way라는 이름으로 도덕으로 무장하기를 강요하지만 자신은 다양한 수단으로 탈세와 착복을 서슴지 않는다. 그런 사주에 적당히 동조하지 않으면 세상은 바보라고 한다. 바보들에게는 절대로 소위 ‘줄’이 내려오지 않는다.

이런 세상에 분노를 표해봐도 해결은 쉽지 않다.
사주는 사주대로 하소연을 한다. 건설을 비롯해 다수의 업종은 정부와의 관계를 해결하지 않으면 사업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인허가가 결정적인 사업들에서 정부 관계자들에 대한 각종 접대는 업자들의 몫이다.
정부의 가장 최고자리인 대통령들이 하나같이 자녀들이나 자신들과 연관된 부정사건으로 마감했다는 점을 상기해주기 바란다.

정상이라는 자리는 일반인의 도덕과 규칙이 통용되지 않는 곳이다. 공자님의 책에 나오는 어질 인자도 리더인 송나라 양공이 맹목적으로 따랐을 때는 어리석음의 상징이 된다.
그러니 현실에서 우리도 양면화 되게 마련이다. 겉으로는 예예 반갑습니다라고 인사하지만 속으로는 상대의 수를 읽어야 하고 거기서 나타나는 득실을 계산하면서도 감정으로 표현해서는 안되는 모순속의 인간이 된다.

이런 모순 속의 공간인 현실세계의 모습이 백조의 호수라는 한 작품안에 녹아 있고 이를 표현해야 하는 연기자에게는 그 만큼 어려운 과업이 부과된다.
노력하려고 집중할수록 다른 면에서 그녀의 모습은 달라진다.
아마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서 기억할 수 있는 주인공의 모습이 그랬던 것 같다.
이 영화에서도 그녀는 계속 달라진 모습을 보인다.

세상을 뒤집어 본다는 일은 무척이나 어렵다.
어제까지는 누구를 쫓으며 살았다. 프리마돈나를 담기 위해 노력만 한 게 아니라 그녀의 물건을 훔치기도 하고 저주를 퍼붓기도 했다. 그런 자신이 이제 오늘 또 다른 누군가들의 질시를 한몸에 받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어제까지 자신과 다르다고 생각하던 악이 사실은 남이 아니라 바로 나라는 점을 깨닫는 순간 그녀는 많이 달라진다.
선도 악도 다른 세계의 이질적 존재가 아니라 내 안에 같이 존재할 따름이다.
특히 리더에게는 이 둘은 한 몸에 존재해야 한다. 이 양면사고가 되지 않으면 그는 현실 세계의 리더로서 자격이 거의 없게 마련이다.

영화는 이런 성장통을 절묘하게 보여준다.
결국 처음 했던 나의 경쟁자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의 답은 나 자신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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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스완 - Black Swan
영화
평점 :
상영종료


나는 무엇을 위해 열정을 쏟고 누구와 경쟁하는지 묻게 만드는 걸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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