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텔레비전의 소멸 - 미디어 시장의 빅뱅은 시작됐다
사사키 도시나오 지음, 이연 옮김 / 아카넷 / 2011년 1월
평점 :
품절


개인 한명 한명이 신문사 하나와 방송사 하나를 가질 수 있는 시대..

지금 일어나는 변화를 단적으로 표현해서 가슴에 꽃히는 말이다.

여기서의 신문사는 블로그나 페이스북, 방송사는 팟캐스트나 유튜브를 의미한다.
이 두 가지 도구를 통해 각자는 자신을 자유롭게 표출한다.

이렇게 뜨는 미디어가 있다면 반대로 가라 앉는 미디어도 있지 않을까?

가라 앉는 쪽은 기존의 TV, 신문사들이다.
미국에서는 뉴욕타임즈, 워싱턴 포스트와 같은 전통의 명가들까지 경영난에 봉착해서 뼈를 깍는 구조조정을 하고 있다. 신문 매니아였던 워렌 버핏도 자신의 견해에 오류가 있었다고 인정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는 더 강화되어 전세계적으로 퍼져나가고 한국에도 밀려온다.

이 책은 일본의 사례를 소개하고 있지만 구조상 비슷한 면이 많다.

저자는 방송의 경우 자세한 예를 들어 최근의 추락이 왜 불가피한지 설명해준다.
방송의 무기는 막대한 비용이 드는 제작 시스템과 라이선스라고 한다. 오히려 본질이라고 생각되는 콘텐츠는 값싸게 외주를 준다.
방송이 갖고 있는 매력 때문에 참여하려는 다수의 지원자가 있고 콘텐츠는 이렇게 해서 싸게 만들어진다. 원청자, 중간, 최하도급자까지 이어지는 하도급 구조는 1억을 투입해도 막상 최종 제작자에게는 몇 백 밖에 돌아가지 않는다고 한다. 방송사의 고액연봉과 제작자의 최저생계비 수준의 이라는 쉽게 보아도 공정하지 않다. 이런 비효율 체제의 결과는 자연스럽게 프로그램의 질 저하로 이어진다.

이 상태에서 인터넷의 발전을 통해 만들어지는 프로 같은 아마들의 등장이 실질적인 위협이 된다.

매스가 사라지고 소중, 분중에 적응해야 하는 시대에 전통을 고집하는 건 낙오되기 십상이다.

참 내 주변에도 보면 김어준의 팟캐스트에 푹 빠진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딴지일보의 삐딱한 시각이 정치 불신의 현 시대에 청량제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런 팟 들이 돈을 벌기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다. 하지만 반대편 전통 매체들이 점점 돈을 잃는 건 자명해진다.
특히 구글의 애드 시스템들이 큰 곳에서 작은 곳으로 돈을 이동시키는 흐름을 점점 가속화시킬 것이니 말이다. 
 
이런 시대 흐름에 맞추려면 무엇을 해야할까?
브랜딩이 중요할 것이다. 순간 순간의 머물렀다가 스쳐감이 아니라 꾸준하게 내 콘텐츠를 소비하게 만들려면 신뢰를 담은 브랜딩이 되어야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2 - Harry Potter and the Deathly Hallows: Part II
영화
평점 :
현재상영


이제 정말 해리 포터 시리즈가 마감합니다. 

책으로는 벌써 끝났지만 영상이 남았더군요.
이번 편을 보면서 정말 마무리가 훌륭하다고 감탄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책에서 가졌던 기괴한 생명체들에 생생한 이미지가 눈앞에 나타나고
그들을 다 모아 만들어진
거대한 전투신 한가운데로 관객을 던져넣습니다.

일단 백문이 불여일견,

한번 보시면 충분히 감동하실 만한 영화입니다.

마침 아카데미 상 후보로도 거론된다고 하네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트랜스포머 3 - Transformers: Dark of the Moon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졸작이다.

지루한 진행, 새로움 없는 영상. 그것도 무척 긴 상영시간.
이 모든 것이 관객을 짜증나게 만든다.

맘 먹고 편집을 다시 한다면 상영시간을 적어도 1시간은 줄일 수 있다.
그만큼의 시간을 관객에게서 도둑질 한 셈이다.

처음 도입부에서는 미국 청년들 실업난에 공감하는 듯한 이야기 진행이 길게 나온다.
중반부에 가면 약간씩 다른 이야기 나오지만 전반적인 흐름이 자연스럽지도 새롭지도 않아서 지루하게 느껴진다.

마지막 부분에서 시카고를 중심으로 전투장면을 보여준 것은 좀 낫지만
이미 많은 실망을 한 상태라 기분이 썩 풀리지는 않는다.

작품 중간 중간에 차량 등 제품 광고는 정말 정말 열을 낸다. 차는 당연해서 GM 쉐보레를 띄우는데 GM은 아예 이걸로 영화광고까지 만들었다.
말고도 레노버 등 다양한 광고가 쉬지 않고 화면을 가득 채운다.
그 머리를 작품성에 더 신경썼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주변에는 보는 사람마다 강력히 비추라고 이야기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는 탁월함에 미쳤다 - 공병호의 인생 이야기
공병호 지음 / 21세기북스 / 2011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공병호 박사는 한국의 대표적인 1인 지식기업가다.
저술한 책 97권, 1년 평균 강의 250건 등 왕성한 활동을 보여준다.
양이 늘어나는 만큼 최근에는 자신의 독특한 색깔이 준다는 아쉬움이 있다.
공박사의 이번 작품은 기존의 책과는 스타일이 매우 다르다.

우선 자기 이야기가 많다. 처음 공부를 시작해 박사를 받고 귀국해 기업연구소 활동에 이어 잠시 벤처 CEO 생활 등 인생 주요 마디에서의 삶을 솔직하게 드러낸다. 많은 부분은 용기와 현명, 혜안이 돗 보이지만 때로는 무척 어리석고, 아집 강한 모습도 나타난다. 허점을 안 보이는 사람은 진실된 친구가 되기 어렵다고 하던데 이번에 알게 된 공박사의 새로운 면모 덕에 나는 그가 한걸음 더 가깝게 느껴진다.

미국에서 어렵게 공부를 마쳤지만 한국에 와 보니 박사에 대한 우대가 확 줄어 고전했다. 학교의 자리가 쉽지 않아 기업에 둥지를 틀었지만 그곳 또한 질시와 경쟁이 많은 우울한 공간이었다. 하지만 공박사는 소신과 열정, 안목을 가지고 자기 준비를 하였다. 작은 자료라도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이면 모았다. 하다못해 미국 최신간을 번역되기 전에 요약해서 소개해주는 일까지 했다. 언젠가 자신에게 의미 있으리라 내다본 결과다.

그에게는 지식을 기반으로 한 경쟁에서 전략에 대한 관점이 뚜렷했다. 전략의 핵심은 차별화다. 당시 기업과 경제자유주의를 옹호하는 세력이 너무 미약한 환경을 알고 철저하게 다수와 반대로 가는 편에 섰다. 그리고 이왕이면 쎈 놈과 붙으라고 정부나 기타 소위 반기업,반시장 주의자와의 토론은 마다하지 않았다. TV토론에서도 상대가 쎄면 쎌수록 즐겁게 자리에 나갔고 이왕이면 정부 고위직과 반대편이 되기를 즐거워했다. 덕분에 남들이 동조하지는 않아도 무시하기도 어려운 존재로 자기를 키워간 것이다.


전경련 산하 연구소에서 자리가 커지니 질시도 많이 받았다. 여기서도 정치의 힘을 활용할 줄 알았다. 막 소장이 바뀌는 순간 그의 귀를 먼저 잡아 당겼다. 새로운 조직에 와 아직 주견이 없는 리더의 머리에 자신의 색깔을 확실히 심어버린 것이다.
이렇게 승승장구하다가 마침내 자신의 소신을 철저하게 펴보겠다고 자유기업센터를 만들게 되었다. 공감도 얻었고 덕분에 사방에서 찬조를 받았는데 여기서 인생의 방향이 전환되게 된다. 그만 신생 벤처 CEO 자리로 옮겨 버리는 것이다. 지금도 혹자는 두고두고 몹쓸 사람이라고 비판한다고 한다. 그의 변화의 결정적 계기는 “계속 재벌 옹호만 하다가 인생 끝낼 것이냐”는 유혹 어린 한 마디였다고 한다.

하지만 그의 벤처 생활 (인티즌이라는 당시 꽤 돈 많이 모은 거품 벤처)은 순탄하지 않았다. 조직 관리에 문제를 노출해서 핵심 인력을 잃었고 내리막 길에 살아남으려고 연달아 M&A를 해야만 했다. 그런 어느날 이제 고생을 마무리하고 나름 보상을 받겠다고 생각한 순간이 있었다. 기업의 오너 (권성문 회장으로 추정)가 그에게 약속한 보상을 그냥 날려버린 것이다. 책에 묘사된 바로는 지분의 1%를 넘겨주기로 했었다. 그런데 그 대상 회사가 한번의 M&A로 바뀌었기 때문에 그냥 넘어가려는 치졸한 행동이었다. 계약서를 꼼꼼히 보지 않고 사람을 믿어 버린 순진함이 고스란히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아마 그로서는 사람을 믿어서는 안된다. 특히 경영자는 믿어서는 안된다는 인간관이 확실히 자리 하게 되었으리라.
3류 자본가는 아주 치졸해 보이는 재벌의 추태 보다 훨씬 너저분한 짓거리를 자연스럽게 한다.
재벌 옹호를 비판하던 바로 그 자본가의 행태에서 그는 많은 걸 배웠으리라.

하여간 이번 책의 솔직함은 무척 좋았다.
크고 작은 실수를 여럿 드러내주었다. 지인에게 자리 마련해달라고 했다가 금방 뒤집어 상대를 난처하게 만든 행위 등등.

아마 그 덕분에 앞으로의 책은 달라지리라 믿는다.

자신의 업을 그 동안은 일종의 지식 factory로 규정하고 있었다. 지식도 가공해서 고객의 입맛에 맞춰주는 factory라고 한다. 부품,제조공정,마케팅 등이 갖춰진 공장은 물론 효율이 높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일용품 이상으로 명품에 대한 기대가 크다. 세상에 지식은 많지만 정말 오래 나를 이끌어주는 지혜로 가득한 책은 별로 없다.

공박사도 100권을 바라보는 저술들을 내놓았지만 최근에는 새로운 책의 판매지수는 그리 높지 않다. 수준도 편차가 심한 편이다. 공장의 부작용 아닐까? 어디선가 본 듯한 내용이 책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시류에 맞추어 순서만 바꾼 것인듯한 인상. 저자의 이름이 굳이 공박사이어야 할까 하는 의문 등.

아마 factory라는 업을 새롭게 정의해야 할 때가 아닐까 생각된다.
효율 높은 ‘좋은’ 기업이 아니라 여운이 오래 남는 ‘위대한’ 기업으로 다시 태어나기를 기대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언덕위의 구름

NHK에서는 2010년부터 3년에 걸쳐 <언덕 위의 구름>을 드라마로 만들어 인기리에 방송 중이다. 원작은 일본의 국민작가인 시바 료타로가 10년에 걸쳐 만든 걸작이다. 한국사람에게 낯이 선 이유는 주변국의 감정을 자극할까봐 저자가 해외판권을 안주기 때문이다. 그의 사후에도 정식 번역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현재 책으로 나온 번역은 옛날 저작권이 미비할 때 만들어내었다.

작품이 다루는 시대 배경과 내용을 보면 저자의 고민이 이해가 된다.
청일,러일 두 전쟁이 나오는데 당시의 일본은 이 두 나라를 압도적으로 이겨버린다. 메이지유신에서 러일전쟁까지의 시기는 일본의 기운이 뻗어 욱일승천 하던 때다. 하나의 혁명을 일으켜 성공했고 젊은 리더들이 나와 새롭게 방향을 잡고 놀라운 속도로 근대로 몰아갔다. 덕분에 모두가 자부심을 가지고 넓어진 영토를 활개치며 다녔고 주변국 사람들을 하대해왔다.
그런데 2차대전의 결과 중국과 러시아는 전승국이되었고 일본은 패전국으로 심하게 말하면 미국의 점령지에 머무른다. 일본은 이제 패전의 후유증으로 간신히 이를 악물고 재생해나가고 있었다.

이렇게 변화한 상황에서 과거를 다루는 글을 쓰는 작가의 목적은 그냥 옛이야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 각박해진 공간 속에서 살아가는 일본인들에게 가장 영광스러운 시대를 돌이켜 보면서 새로운 힘을 내자는 메시지가 작품에 핵심으로 들어간다.

이를 위해 시바는 주인공의 선택에 신중하였다.
전쟁이야기가 중심이지만 육해군을 이끌었던 장군인 도고나 노기는 이 작품의 주인공이 아니다. 참고로 도고는 일본 메이지 신궁 바로 앞에 무덤을 차지하고 있다. 한 나라의 특징을 보는 방법이 광장 등 대표적 상징 공간을 누가 차지하고 있느냐다. 일본은 넬슨 제독이 높게 자리하고 광장의 이름은 트라팔가다. 일본에서도 그렇게 중요한 위치를 도고가 차지 하고 있다. 그럼에도 그는 이 작품의 주인공이 아니다. 그냥 상징적인 존재로 나타난다. 오히려 상당히 희화화된 모습으로 그려진다. 특히 노기의 우둔함은 수 만 명의 희생을 통해 적나라하게 그려져 보인다.

시바가 선택한 주인공 아키야마 사네유키 형제는 시골의 빈한한 집안 출신이다. 일본 열도를 구성하는 네 섬 중에서 가장 작은 시코쿠에서도 작은 도시인 마츠야마가 고향이다. 또 한명의 주인공은 시키라는 시인이자 하이쿠 연구자였는데 폐렴으로 일찍 죽었다. 그래서 결국 두 형제가 끝까지 주인공으로 활약한다.

마츠야마라는 지역은 외졌기 때문에 유신에서 줄도 제대로 서지 못했기에 번이 무너졌다. 덕분에 이 고장은 가난하게 살아야 했고 출신도 그리 높지 않았는데 학문만은 좋아했다. 그런 그들에 희망 하나가 열렸다. 바로 군인이 되는 길은 열렸다. 당시 일본이 천황 중심의 체제를 만들고 크게 두 가지를 만들려고 했다. 군대와 관료다. 이를 위해 사관학교와 제국대학을 설립했고 사방에서 학생을 모아 열심히 교육을 시켰다.
이 대목에서 한가지 짚어본다면 인재의 효용은 그 사람이 무엇을 다룰 줄 아느냐에 따라 많은 부분이 결정된다.

당시 일본이 가장 심혈을 기울인 부분은 군대 그 중에서도 해군이었다. 특히 해군은 그야말로 기술적 집약체이기 때문에 오랜 기간 숙련이 필요했다. 배 한 척의 가격이 일본 예산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그 배의 운명은 자칫하면 청일전쟁의 청군처럼 한번에 물속으로 사라져버린다. 이런 도박성 사업을 키우는 과정에서 가장 먼저 잘 양성된 인재를 키워야 했다. 그래서 군대의 핵심에는 사관생도들이 있었다. 참고로 나폴레옹이 해전에서 영국에 못 이긴 이유도 고급장교들이 혁명에서 대거 처형된 덕분이었다고 한다. 그러니 일본의 신생 사관학교 교육은 가장 최고로 이루어지게 된다. 최고의 교육이란 차별 없이 선정해 실력대로 성과평가를 하는 것이다.

사네유키는 이런 체제에서 성적이 발군이었기에 더 많은 기회가 주어졌다. 미국에 가서 참관무관이 되고 영국에서 보다 고급 교육을 받는 등 국가의 자원을 투입한 엘리트가 될 수 있었다.

그리고 후일 도고 해군의 참모장으로 러일 간의 쓰시마 해전에서 일종의 두뇌 역할을 했다.

이 인물의 선택에는 시바의 깊은 고려가 있다. 사네유키는 불교도였다. 대승리를 이끈 핵심 참모답지 않게 그는 평화주의를 강조했고 불필요한 살생은 회피하려고 한다.
그가 다 무너진 러시아 함대에 대해 포격을 멈추라고 도고를 압박한다. 그는 심지어 무사의 정이있지 않냐는 표현을 써서 더 이상의 살상은 멈추려고 한다. 상대가 항복 표시하자 이를 마무리하려 상대방 배로 건너가서는 첫 번째 행동으로 사망자를 위해 묵념을 취한다. 상대방도 놀라는데 보통 인물은 아니다.

물론 러일전쟁에 이러한 인물들만 있는 건 아니다. 전쟁 자체의 결과물도 참혹해서 청나라는 엄청난 배상금과 땅의 할양을 해야 했다. 러시아가 물러난 조선은 식민지가 되야만 했다. 그러한 국제관계에 공정성이 있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이를 통해 일본은 근대화된 강국의 위상을 만들어내었고 당당히 제국주의의 대열에 올라설 수 있었다.

드라마의 일부에는 총리인 이또, 외무장관인 무쓰가 승전 결과물을 놓고 교묘하게 상대를 요리하는 모습이 나온다. 그렇지만 이 부분을 중점으로 다룬다면 주변의 반발이 나올 것은 자명하다. 덕분에 주인공을 실무자에서 그것도 인간적 매력이 있는 인물로 골라낸 것이다. 이또와 무쓰에 대해서 한 마디 더 하면 시바는 료마가 간다에서 이들을 가끔 등장시켰었다. 이또는 쵸수번 출신이라 일반 무기가 금지되었는데 나가사키에서는 무기를 사려고 분주하게 다니며 료마를 만난다. 그에게 무기를 팔았던 영국 상인 글러버의 저택은 언덕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한다.
무쓰는 료마의 사조직 해원대 소속으로 똘똘한 친구로 나타난다. 그렇지만 시바가 평화시에 주인공으로 삼기에는 이들의 팽창지향적 국가운영은 너무 위험하다. 덕분에 료마와 사네유키 사이에 위치해서 조용히 배경으로 자리한다.

여기서 다시 전쟁과 관련된 상황으로 돌아가보자. 후일을 살아가는 사람에게는 일본의 승리는 자연스러운 결과로 보이지만 막 근대화를 이룬지 몇 십 년 밖에 안된 당시의 상황에서 보면 그야말로 경이였다.
이 기적을 가능하게 해준 첫 번째 요인은 돈이었다. 전함 한 척이 소모하는 돈은 엄청났다. 특히 전쟁 직전에는 거대한 전비를 쏟아 붓게 된다. 덕분에 예산이 평소의 2배반 가량 늘어난다. 일본 자체로 감당이 안되니 모자라는 돈은 영국에서 빌려온다. 만약 영국이 빌려주지 않았다면 어쨌을까? 전쟁은 아예 불가능했고 외교적으로 조선을 대폭 양보하고 물러서는 수 밖에 없었다. 현대의 전쟁은 기계와 이를 움직이는 비용이 없다면 수행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해안을 움직이는 거대한 전함을 그야말로 돈 덩어리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포탄,연료 기타 보급의 문제는 매우 중요했다. 나아가 이 기계를 제대로 움직이는 건 정말 고 난이도의 기술이다.

그러니 영국과 동맹을 맺고, 돈을 빌리고 전쟁을 결단하고 또 전쟁을 수행할 인재도 키워내고 이런 모든 일의 중심에는 앞서 배경으로 언급된 이또와 무쓰 등이 결정한 것이다. 그들은 영국의 왕, 미국의 대통령, 독일의 비스마르크 수상 등과 의견을 나누며 의사결정을 하는 존재였고 해외 유학 경험도 꽤 깊었다. 반면 조선의 고종은 중국이라는 조공국이 사라지자 이의 대체물을 러시아와 미국에서 찾았기에 자신을 보호국으로 만들어달라고 애걸하고 있었다.
누가 승자가 된다는 건 자명하지 않았을까? 더 나아가 고종은 이승만에게 사형을 언도한다. 이유는 민권을 주장했기 때문이다. 이승만 또한 의지가 강한 사람이라 결국은 대한 ‘민’ 국을 만들고 만다.

다시 책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전쟁의 진행은 시바가 담담히 묘사해가지만 그의 붓길은 작은 일들에 많은 공을 기울인다. 전함은 전략이나 지휘관의 위명 하나로 움직이지 않는다. 포탄을 조준하기, 발사하기, 배를 움직이기 이 모든 일에서 각자는 자신이 맡은 일의 사명을 다해야 만 했다. 실제로 수행력에서 일본이 러시아 함대를 월등하게 앞선 덕분에 전쟁의 승리가 가능했다.
그렇게 한 명 한 명의 보통 일본인들에 대한 애정과 격려가 작품 전체를 흐른다.

현대적으로 번안하면 1960년대의 평화국가 일본은 러일전쟁 직전의 겁많지만 성실한 사람들이 모여서 가난하게 사는 집단이다. 그 집단이 일종의 기적을 이룬다. 위대한 리더의 참시한 전략과 희생 덕분이다.
이 이야기를 다시 끌어내는 이유 또한 자명하다.
역사가 반복되기를 바라는 소망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실제 작품의 연재는 일본에서 엄청난 관심을 끌었고 시바의 소망대로 일본은 또 한번의 기적을 이루었다. 경제전쟁에서 남이 불가능하다고 본 승리를 거대하게 이루어낸 것이다.

작품과 국민성은 서로 가깝게 연결된다. 어떨 때는 작품이 국민성을 만들어내는 것 같다. 덕분에 시바가 국민작가가 된 것 아닐까?

한국인에게 이 작품은 여전히 불편하다. 나는 역사를 읽는 가장 큰 이유는 흥망의 원인을 아는 것이라 생각한다. 일본의 흥은 한국에는 망이 되어 다가왔다. 그 이유를 서로 비교해가면서 명확히 알아야만 다시 반복하지 않는 다는 점에서 매우 유용한 독서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